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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와 달력

 

[다녀왔다]

[어서오시는 데스~~ 수고하셨데스~~]

주인이 귀가하자 사육실장 완두가 공손히 맞이한다.



남자와 완두의 인연은 약간 특이했다.

예전에 남자는 편의점 봉투 탁아를 당한적이 있었다.

깊은 산골에서 자라온 남자는 산실장들을 통해 실장석에게 매우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산실장과 도시의 들실장이 다르다는걸 이제 막 상경한 남자는 아직 몰랐었다.

남자의 편의점 봉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자실장을 봤음에도, 남자는 실장석을 키울 생각을 했다.

홀로 상경한 도시는 너무도 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자실장은 이런 어마어마한 행운을 누릴 수 없었다.

편의점 봉투안의 핫도그를 갉아 먹다가, 케첩에 의해 강제 출산이 되버렸던 것이다.

극도의 긴장이 풀리자 마자, 너무도 황홀한 식사, 극도로 허약한 체력에 강제출산, 봉투안의 폐쇄감.

여러가지 요인이 모여 남자의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파킨 해버렸다.



남자는 자실장을 키울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왔다.

일단 목욕부터 시키고 밥을 줘야지. 그리고 이름을 지어 줘야지. 뭐가 좋을까?



집에 도착한 남자는 크게 놀랐다.

아까 오던중에 봤을때만 해도 게걸스레 핫도그를 먹던 자실장이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자실장이 상할까봐 봉투도 조심스레 들고 왔다.

그런데 어째서?????




인연이 아니었다. 남자는 뒷뜰에 자실장을 묻어 주기로 했다.

시체를 만지는건 꺼림직 했기에, 봉투에 있던 내용물들을 삽으로 파낸 작은 구멍에 부웠다.


그래. 핫도그도 같이 묻어 줄테니 저세상에서 배불리 먹으려무나.




엉망이 된 편의점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러 가던중, 봉투안에서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

봉투 안에는 아까 구멍에 부웠을때 정말 운 좋게도 비닐 내벽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던 구더기 실장 한마리가 있었다.

[레.....레후..]


힘없는 목소리. 하지만 태어나 처음보는 남자를 향해 간신히 웃어보인다.

원래가 미숙개체인 구더기, 그것도 허약하기 짝이 없는 자실장으로 부터 강제 출산 되어버린

구더기가 살아서 태어난 것 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그 기적도 여기서 끝나려 하고 있었다.



어릴적 부터 산실장을 봐왔던 남자는 구더기가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쌍하잖아. 태어나자 마자 엄마 얼굴도 못보고, 한번 꼬물거려 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건.



남자는 자실장대신 구더기를 키우기로 했다.

위석강화는 불가능 했기에 바카스를 직접 구더기의 입에 한두방울 떨어뜨려 먹게 했다.

몇일간의 정성어린 돌봄으로 구더기는 어느정도 건강해 질 수 있었다.

이제 남자가 마련해준 플라스틱 상자안에서 힘차게 꼬물거릴수 있게된 구더기.

동글게 몸을 말아 자는 모습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문득 자는 모습이 완두콩을 닮았다 생각해,
구더기의 이름은 완두가 되었다.



남자는 정성껏 완두를 돌봤고, 완두역시 세상의 전부라 할수있는 주인을 따랐다.

그리고 그 정성끝에 완두는 자실장이 될 수 있었다.




자실장 완두와 주인은 꽤나 훈훈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남자의 경제사정이었지만, 부모님의 유산으로 마련한 집은 작은 뒤뜰이 있어

자실장과 놀기엔 충분했다.

또한 실장샵의 고급 실장푸드가 아닌 이마트에서 파는 싸고 양많은 실장푸드였지만

완두는 충분히 좋아했다.

주말엔 가끔 스테이크 대신 편의점 햄버거의 패티를 주면, 완두는 자지러지게 좋아했다.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남자는 각종 기념일을 완두와 함께했다.

설과 추석엔 한복을 입히고 떡국을 나눠 먹고,
크리스마스엔 산타 복장을 입히고

스테이크(패티)를 세장이나 줬다.

식목일엔 같이 뒤뜰에 묘목을 심기도 했다.




그렇게 함깨한 시간이 꽤나 흘러, 미숙한 구더기였던 완두는 이제 성체실장이 되었다.

남자도 이제 겨우 도시의 생활에 적응 하게 되면서, 완두같은 개념실장이 거의 로또 수준으로

보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자의 완두 애정은 더욱 더 커져갔다.





완두는 주인이 출근하고 나면, 멍하니 누워있기도 하고, 교육 비디오에서 본 실장체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완두가 가장 좋아 하는것은 달력이다.

달력에 무었인가 써있는 날엔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겨난다.

붉은 숫자의 날은 주인이 하루 종일 놀아주며 행복한 날이다.

붉은 숫자 아래 뭔가 글자가 적혀있는 날은 더욱 더 좋은 날이다.

주인은 완두에게 글을 가르켜 보기도 했지만,
한글이 워낙 복잡한 조합형 언어라, 중간에 포기했다.

그래도 완두는 '완두' '실장석' '실장푸드' 정도의 단어는 읽을 수 있었다.




하염없이 달력을 바라보며 행복한 날을 꿈꾸는 완두의 눈에 갑자기 다음주 두번째날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뭔가 글자가 써있다.

어쩌면 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다.



운이 좋았을까? 완두는 처음으로 달력에 쓰여있는 글자를 읽을수 있었다.

실장석의 날.

완두는 번개를 맞은듯한 격한 놀라움에 휩쌓였다.



분명 기념일마다 주인은 그날의 주인공을 가르쳐 줬다.

식목일은 나무를 위한날.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날.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위한날.

주인이 직접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놓은 어떤 날은 주인의 생일.

누가 주인공이 되었던, 완두는 기념일 마다 너무 행복했고, 기념일의 주인공이 고마웠다.




그런데 다섯밤만 자면 실장석의 날이라니!!!!

실장석이 주인공인 그날은 분명 평소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완두는 꿈에 부풀어 행복감에 몇번이고 몸을 뒹굴거리며 좋아했다.



그리고 남자가 퇴근하여 귀가했다.

완두는 당장이라도 실장석의 날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참을성 있게 주인이 씻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기다렸다.




샤워를 마친 주인이 캔맥주를 가지고 거실로 왔다.

[완두야. 다음주 둘째날은 같이 있을거야. 너떼문에 휴가 냈거든]

[데..데스?]

휴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주인은 자신을 위해 그날 같이 있어 준다고 했다.

혼자 집을 지키는 것이 너무도 외로워서 아무리 응석을 부려도, 빨간 숫자의 날이 아니면

완두를 뒤로 하고 출근하던 주인이 빨간 숫자의 날이 아님에도 자신과 하께 있어 준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혹시나 했던 생각이 맞았다.

실장석의 날은 완두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날 일것이다.

[감사하는 데스~~! 정말 행복한 데스~~]

전에 없던 행복의 미소를 보이는 완두를 보며, 남자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원 녀석. 그리도 좋냐?]

완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남자는 미소지었다.





완두는 다섯밤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길고 지루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가올 큰 행복앞에 참고 또 참았다.



들실장의 혈통을 이은 완두가 분충으로 자라지 않았던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모친인 자실장이 강제 출산중 사망하는 바람에 태교를 전혀 해주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컷다.

또한 남자는 브리터 처럼 능숙한 교육은 못했지만, 출근시간동안 항상 실장 교육용 비디오를

시청하게 했기때문에 완두는 큰 어려움 없이 개념실장으로 자랄 수 있었다.

비디오에는 실장석과 주인의 확고한 주종관계를 보여주었으며, 인간에게 버림받은 들실장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커녕, 다른 실장석도 거의 보지 못한 완두에게 주인은 세계 그자체였고,

비디오는 진실 그자체였다.


완두가 주인에게 응석을 부렸던것은 자실장 시절 출근하지 말라며 주인을 곤란하게 한게 전부였다.

그것도 교육을 통해 해서는 않되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 완두에게 실장석의 날 주인이 함께 있어준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날은 주인의 출근이라는 절대적인 규칙조차 용서될수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 작은 혼란이 완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완두는 아직 잘 모른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토요일이 왔다.

오늘은 주인이 일찍 퇴근하는 날이다.

주말에 남자는 가끔 햄버거같은 특별식을 사온다.

오늘도 완두를 위해 새우튀김을 사왔다.

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였을까?

완두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궁금증을 살짝 비치며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주인님. 세번 자고 난 일어난 날은 혹시 어디로 가는 데스?]

완두의 질문에 주인은 잠시 완두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아니. 그날은 하루종일 집에서 안나갈꺼야]



남자의 대답에 완두는 약간 놀랐다.

항상 기념일이면 어디론가 놀러갔는데, 이번엔 뭔가 이상했다.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는 완두에게 외출은 너무도 소중했다.

당연히 행복의 날에는 외출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실망감을 억누르며 완두는 다시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럼 뭔가 선물이라도 있는데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질문이지만, 완두는 기어코 질문해버렸다.

사육실장이라면 해서는 않될 말이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대답한다.

[글쎄? 아 스테이크라도 사줄까?]

남자가 말하는 스테이크느 싸구려 햄버거의 패티.

완두가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완두의 기대감엔 한참 못미치는 대답이었다.

스테이크는 주말에 가끔 먹는 음식. 기념일에 먹는 케익이나 푸딩같은 음식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실망감이 눈에 어린 완두가 다음 질문을 하려 했다.

그럼 새옷은 있냐고.




운이 좋아서 였을까? 나빠서 였을까?

질문을 하기도 전에 급하게 걸려온 전화에 남자가 서둘러 나가버렸다.



망연자실하게 혼자 남은 완두는 한동안 멍 해있었다.

마지막 질문을 하지 못했지만, 주인의 태도로 봐서 기대하긴 힘들었다.

주인은 평범한 빨간날같은, 아니 외출조차 안하는 빨간숫자의 날 만도 못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그리도 기대하던 실장석의 날이었는데, 완두는 실망감을 넘어 새로운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의 세계 전부였던 주인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화가 났다.

외출과 선물도 중요했지만, 그 이상으로 화가 난것은 주인의 애정이

너무도 보잘것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부처님 같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자들의 주인공인 날에도 그들을 기념하며

성대하게 선물들을 받았다.

주인이 주인공이던 주인의 생일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인 실장석의 날을 겨우 빨간 숫자의 날 처럼 보내려는 주인의 태도가 야속했다.

완두에겐 주인이 전부였는데, 주인에겐 완두가 이정도 의미였다니.

태어나서 처음느낀 분노 뒤에, 태어나서 처음 니낀 상실감이 찾아왔다.



둘이 함께하는 얼마안되는 토요일에 훌쩍 나가버린 방금 전의 모습조차 미워지기 시작했다.



혹독한 교육과 선별된 혈통에서 얻어진 개념이 아닌, 순수한 백지와도 같은 완두의 개념은

작은 오탁에의해 순식간에 검게 물들어갔다.

행복만을 알던 완두는 불행이란 감정을 다스릴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너무도 힘들고 불행한 현실에 행복회로를 돌려 버리는 들실장들관 반대로

완두는 행복한 현실에 불행회로를 돌려 버리고 말았다.


순수했던만큼 분충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어갔다.

자신은 불행하다고. 그동안의 행복은 보잘것 앖었다고. 자신은 훨씬 좋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완두의 불행회로가 빠르게 작동해 5분이란 시간동안, 개념있는 사육실장 완두는 분충이 되버렸다.




이제 그동안 유일한 진실이었던 교육 비디오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주인이 보여준 비디오는 자신을 속이고 하루종일 집안에만 가둬놓기 위함이었다.

주인이 외출때 데려간 공원에는 모두 완두와 같이 애정을 담아 길러지는 사육실장들 뿐이었다.

비디오 속의 들실장이란 자신을 말잘듣게 위협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거짓말 처럼 절대적이던 주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사라졌다.

이 집안에 홀로 구속되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주인이 너무 서둘러 나가는 바람에 문이 열려있었다.


[데프프프프......]

완두는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문쪽으로 걸어나갔다.









드디어 실장석의 날이 찾아왔다.

남자는 무력함에 한숨을 쉬며 괴로워 했다.

토요일에 회사로 부터 급한 호출을 받아 나갈때 문을 잘 닫아두지 않은것이 화근이었다.

중간에 그 사실을 기억해냈지만, 그동안 함부로 집밖에 나가선 안된다 교육받았던 완두를 믿고

발걸음을 돌리지 않은채 회사에 갔던것이 문제였다.

하루 종일 자신을 기다렸을 완두에게 미안함을 담아 오는길에 푸딩을 사왔다.

그러나 집에 돌아 왔을때, 자신을 반겨주는 완두가 보이지 안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을 샅샅히 뒤졌지만, 완두는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침대 뒤에 완두처럼 보이는 초록빛 무었인가를 보고 흥분해서, 침대를 뒤엎은게 문제였다.

침대를 들어내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고,
그 안에서 찾아낸건 완두가 아닌 완두 크기의



케로로 인형이었다.




남자는 주말내내 한숨도 자지 못한채 완두를 찾아 나섯지만, 완두는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몇벌의 옷을 사줬지만, 다들 코스프레 수준의 옷이기 때문에

일상복은 태어날때부터 입고 있는 실장석옷이었다.

사육실장옷도 입지 않은 실장석을 찾은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조차 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처럼 종에따라 다른 외모도 아닌, 다 똑같이 생긴 실장석을 뭐라 설명하면서 봤냐고 물어볼 것인가?




결국 아무런 소득없이 실장석의 날을 맞이하게 되버렸다.

깊은 후회와 절망이 몸을 뒤덮었다.

사실 그날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회사에 간 이유도 실장석의 날 때문이었다.

    



실장석의 날.

거리에 넘치는 들실장들의 폐혜를 줄이기 위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구제의 날이다.

남자의 회사에서도 지역주민에게의 이미지 마케팅 차원에서 전직원 휴근 시키고 행사에 참여하게 했다.

남자는 혹시라도 집에 있을 완두에게 피해가 갈까봐 너무 걱정되 휴가를 냈다.

사회 초년생인 남자가 봉사활동에 쏙 빠지는 모습은 상사에게 미움을 샀고, 토요일엔 해명을 위해 회사에 가게 된 것이다.

상사는 어이없었지만, 그동안 성실하게 일한 남자의 사정을 봐서 한번만 허락해 주었고,

남자는 겨우 기분좋게 귀가했던 것이었다.



구제 행사를 알리는 싸이렌이 울린다.

시민들이 집게와 봉투, 스프레이등을 들고 거리로 몰려든다.


이 구제 행사에서 살아남는 실장석도 꽤 있긴 하지만, 온실속 화초로 길러진 완두에겐 무리였다.

남자는 깊은 절망을 뒤로한채, 구제행사를 보지 않기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평범한 휴일이었다.

친구랑 커피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피시방에서 시간도 때운 평범한날.

평범했기 때문에 약간은 심심했다.


쌀쌀해 지는 날씨에 일찍 귀가했더니, 대문에 초록 두건을 쓴 녀석이 대문을 밀고 있었다.

뭐야? 이놈?

우리집에 무단 침입을 시도하는 실장석인듯 하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는 것조차 귀찮아, 발로 차 날렸다.

예상보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자세히 보니 보통 성체실장보다 머리통 하나는 큰 녀석이다.


몇미터는 날라갈 정도로 찼지만, 고작 몇바퀴 구르는 정도에서 끝났다.

불의의 기습을 당했음에도 녀석은 침착하게 일어나 다시 문으로 다가갔다.

뭐야? 이녀석???



분충이든, 아니든, 아니 생물이라면 당연히 공격에 반응해 나를 처다보는게 순서잖아?

녀석은 내 존재따위 처음부터 없었다는양, 힘주어 대문을 밀고 있었다.


우스운 광경이다. 그 대문 당겨서 여는 거라구.

"어이 실장석! 뭐하는 거냐??"

[아, 닌겐상 안녕한데스?]

그제서야 그녀석이 작업을 중단하고 나를 바라본다.

[와타시 추운데스. 이웃 실장이 말해준데스. 따뜻한 곳으로 가는 데스]

뭐라는거야? 이녀석?

혹시나 하고 살펴본 린갈의 작동오류는 아닌듯 했다.

집음기능이 뛰어난 린갈엔 귀가중 보지도 못한 실장석들의 대화마저 정확하게 번역 되어있었으니.




조금 덩치가 크다고 해봐야 50cm정도의 녀석이 철문을 밀어 여는건 무리겠지.

아니 설령 5m라도 실장석인 이상 밀어서 문을 부수는건 무리겠지.


보통 들실장이라면, 두둘겨도 보고 당겨도 볼텐데, 아니면 몇번 하고 지쳐 포기할텐데.



실장석은 다시 대문을 밀고 있다. 차가운 날씨에 금속제 문은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울텐데.

나는 그 어이 없는 모습에, 담배를 한대 피우며 지켜봤다.

담배를 다 피우자, 역시 추웠다. 언재까지 지켜볼 순 없겠지.

"어이, 난 들어갈테니 비켜라"

역시나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크게 기뻐하거나, 비키기 싫다며 화를 낼줄 알았던 녀석은

내가 지나갈수 있도록 순순히 비켜준다.

"그럼. 수고해라"

의미없는 조롱이었지만, 녀석은 밝게 대답한다.

[닌겐상 수고한 데스~~]



대문을 닫자 작은 진동이 느껴진다. 아마도 닫힌 문을 다시 밀고 있겠지.

크큭. 방금 당겨서 여는거 보여 줬잔아?



잠시 유쾌한 기분이었다.

평범한 휴일 답게 tv나 보면서 시간 때우다가 잠이 들었다.



월요일은 괴롭다. 겨울이라면 더욱 괴롭다. 아침에 일어나는것 조차 귀찮으니.

아침식사를 만들어 먹는 편이지만, 요즘같은때엔,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커피한잔과 샌드위치는 준비시간이 짧고, 그만큼 따뜻한 이불속에서의 시간을 늘려준다.

아, 샌드위치는 브리티쉬 스타일이었던가?
뭐 미국이건 영국이건 가볼일은 없을테니 상관 없지만.



역시 겨울 아침에 차가운 빵은 식욕이 생기지 않는다. 식욕과 수면욕중 후자가 중요해 선택한거니 할말은 없지만.


식비를 아끼기 위해 점심 샌드위치도 대충 통에 담아 출근을 준비한다.

아, 혼자사는 집은 외롭구나.




현관을 나서자, 어재 그놈이 대문 옆에서 자고 있었다.

흠, 어재 꽤 추운걸로 기억하는데 골판지 박스도 없나?

아니, 그보다 밤새 밀고 있던건가?



왠지는 모르지만, 그녀석을 깨우기 싫어, 조심히 문을 닫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겨운 근무가 끝나고 퇴근이다. 연말을 대비해 최근엔 회식이나 술자리가 없다. 폭풍전야일까?

서둘러 귀가했더니, 역시나 그녀석이 열심히 문을 밀고 있었다.




실장석이 문을 미는것이 뭐 그리 우습다고, 난 또한번 피식 하며 그녀석을 지켜봤다.

[닌겐상! 안녕한데스?]

놀랍게도 이번엔 먼저 작업을 중단하고 인사해온다.

"아. 오늘도 수고하는 구나"

[와타시 추운데스. 빨리 따뜻해지고 싶은 데스]

"그러냐?"

어재에 비해 초췌해져 보인다. 밥은 먹었으려나?


"너네집은 어디길래 여기에만 있냐?"

[와타시 집 없어진 데스]

[어? 누가 가져갔냐?]

[모른데스. 눈떠보니 없는 데스. 친절한 이웃씨가 깨워줘서 알게 된 데스]

흠....

[친절한 이웃실장은 대단한 데스. 하루만에 집이 커진데스. 훌륭한 데스]

그놈이 범인이구만.

[친절한 이웃씨가 여기는 따뜻하다 가르쳐준 데스. 와타시 힘내는 데스]

절도 이후엔 데드 엔딩 길잡이냐?

"그래, 그럼 난 들어갈테니, 힘내라"

[추운데스. 잘 가는 데스~]

현관을 지나치는 순간 문득 도시락으로 싸간 샌드위치가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밥은 먹었냐?"

[배고픈 데스. 하지만 따뜻한게 우선인데스. 이제 더 추워지는 데스]

그놈은 마치 나에게 월동준비를 가르치는양 근엄한 표정으로 설명한다.

"이거 먹고 힘내라. 꼭 열리길 바란다"

샌드위치를 바닥에 던져놓고 대문을 닫았다.





화요일이라 해서 월요일보다 기쁘진 않다. 역시나 괴로운 아침. 내가 만든 샌드위치는 더욱더 맛이 없다.

한입 베어 물고, 버릴까 하다가 집앞에 그 초록덩어리가 생각났다. 아직도 있겠지.


출근을 위해 대문을 열자, 역시나 대문옆에서 자고 있는 실장석.

옆에다 샌드위치를 두고 갈까 하다가, 들고양이나, 다른 들실장이 채갈까봐, 발로 툭툭쳐 그놈을 깨운다.

"어이. 잠깐 일어나봐라"

[...와타시 졸린 데스.....]

발로 꽤 세게 쳤는데도, 태평하게 눈을 부비며 일어나는 녀석.

이자식 완전히 탱커네.

"난 나갈테니까 이거 먹고 힘내라"

샌드위치를 바닥에 던지자,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닌겐상 대단한 데스! 밥을 많이 모와둔 데스? 훌륭한 데스!]

이자식 나랑 이웃들실장을 동급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와타시가 안에 들어가 밥을 모으면 닌겐상에게도 나눠주는 데스!]

"아, 그래 그럼 수고해라"




근무는 싫지만, 퇴근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 녀석 오늘도 밀고 있으려나?

지하철에 내려 붕어빵 이천원어치를 샀다. 두개 정도 주면 좋아 하려나?



[닌겐상 수고한데스!]

"아. 오늘도 수고하는구나"

[이제 조금만 더하면 열릴것 같은 데스!]

그럴리가 있겠냐? 10년을 밀어도 무리라고.

"붕어빵 먹을래? 따뜻한데 좀 쉬고 하지?"

붕어빵을 내밀자, 잠시 붕어빵을 바라보던 녀석이 고개를 돌려 거부했다.

[않되는 데스... 와타시 배가 고프지만, 계속 얻어 먹을 수 없는 데스...]

엥? 이놈이 거부하는 장면은 상상도 못했다.

[와타시 아는 데스. 닌겐상 와타시보다 일찍 일어나 모은 먹이인 데스. 받을 수 없는 데스]

얌마, 내가 그 아침부터 붕어빵 모으러 나갔겠냐?

실장석에 대해 많이 아는건 아니지만, 이런 놈은 처음봤다. 분충은 아닌데, 머리가 무지하게 나쁜녀석.

체격이 좋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아있기도 힘들었겠지.

"괜찬으니까 받으라구. 배가 불러야 문도 열 수 있을거 야냐?"

문 이야기에 녀석이 흔들렸다. 결국 손을 내미는 녀석.

따뜻한 붕어빵이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자, 너무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한다.

편하구만.



[와타시 머리가 좋지 않은 데스....]

문득 붕어빵을 바라보던 녀석이 말했다.

아니, 넌 머리가 좋지않은게 아냐.




지능이 없는 수준이야.......


[하지만, 닌겐상이 준 도움은 잊지 않는 데스. 와타시 닌겐상이 힘들땐 꼭 도움이 되는 데스]

결연한 표정으로 다짐하듯 말하는 녀석.

"그래. 그럼 난 들어간다. 수고해라"

녀석은 문이 닫힐때까지 나를 배웅한다.





수요일 아침. 오늘만 버티면 반은 지나는 거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더 추워져 간다.

어재 거절당한 건도 있고 해서, 녀석을 깨우지 않고, 머리맡에 더럽게 맛없는 샌드위치를 올려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질 수록 그녀석이 생각났다.

특별히 의미없는 하루에 두번의 마주침. 시간으론 5분도 않되겠지.

그럼에도 자꾸 지금쯤 뭐하고 있을지 생각나곤 했다. 뭐, 멍청하게 문만 죽어라 밀고 있겠지만.



[닌겐상 수고한 데스!!!]

명백하게 처음 봤을때보다 초췌해진 녀석이지만, 밝게 인사한다.

"아, 너도 수고 많았다"

그녀석이 잠시 나를 살펴보더니,

[오늘은 먹이를 못구한 모양인 데스.... 겨울은 먹이 구하기 힘드니까 너무 실망 마는 데스..]

라는 유쾌한 헛소리로 나를 즐겁게 해줬다.


평소보다 훨씬 추운 날씨라, 서둘러 들어가기 위해 대문을 열려 하니, 정말로 손이 얼어붙을듯 시려웠다.

이자식 이런 얼음댕이를 잘도 하루 죙일 미는 구나.

몇일 후 영하가 되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얼어 붙을지도 모른다.

대문엔 적록의 얼룩이 피어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으로 들어가 낡은 양말 한 켤레를 가져 나왔다.

"손줘봐"

녀석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손을 내민다.

덩치큰 녀석의 손에 양말을 한짝씩 껴줬다.

[따뜻한 데스.....]

"문 밀땐 이거 끼고 해라"

[따뜻한 데스... 정말 따뜻한데스....]

몇번이고 중얼거리던 녀석이 갑자기 내 손을 바라본다.

[닌겐상도 추운데스! 와타시 괜찬은 데스!]

호, 자식. 착하네.

"난 괜찬아. 이렇게 하면"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안심하는 녀석.

[와타시... 닌겐상에게 매일 받기만 하는데스..]

"괜찬다니까. 난 밥도 많이 모아놨고, 집도 따뜻하니까."

더럽게 맛없는 샌드위치와, 전세 집이긴 하지만.

[닌겐상은 정말 훌륭한 데스. 와타시도 다 추워지기 전에 집과 밥을 모으는 데스]

"그래. 힘내라"







집에 들어오자, 기분이 복잡했다.

잠시 애호파 흉내를 내보며, 친절을 베풀었지만, 난 저녀석에게 이 문은 열수 없으며, 설령

문을 열고 들어와도 쫒겨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대화가 통하는 동물. 실장석. 키우기 쉬어보여도, 어지간한 각오와 준비 없이는 힘들다.

한해 버려지는 유기견의 8배에 달하는 유기 실장석.

키우는 사람도 소수지만, 그 소수의 사육자들 마져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착한 녀석이라 생각한다. 혼자서는 쓸쓸하기도 하고.

하지만, 솔직히 기르는건 무리라 생각한다.

지금 잠시 관심을 갖는것과, 책임을 갖고 기르는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일 아침. 녀석에게 사실을 이야기 해주고, 적당한 골판지나 구해주는게 최선이겠지.

그래, 스티로폼로 덧대서 따뜻하고 튼튼한 집을 만들어주자.

체격으로 봐서, 들실장 무리에게 뺏길일은 없겠지.






굳이 지금 안해도 될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저녀석의 덩치에 맞게 라면 박스 두개를 이어 크게 만든 집에 스티로폼을 깔아놨다.


뭉툭한 녀석의 손으로도 열고 닫을 수 있는 문도 만들었다.

작업이 끝나가는 무렵, 창문을 쳐다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시간은 열두시.

내일을 위해 자야 할 시간.

문득 녀석이 생각났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온통 은빛 세계였다.

작업중엔 몰랐지만, 눈이 꽤나 쌓여있었다.


조심스레 대문을 열어보자, 녀석은 잠들어 있었고, 녀석 위로 눈이 엄청 쌓여있었다.


"이봐!!!! 실장석!!! 일어나!!!!"

내 외침에도 움직이지 않는 녀석.

눈을 털어내고, 녀석을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라고!!! 이렇게 자면 죽는다고!!!]

강하게 흔든 덕에 녀석이 힘없이 눈을 떳다.



[닌겐상........]

녀석의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와타시...... 결국 열수 없던 데스......]

눈만 간신히 뜬채, 몸은 죽은듯 차가웠고, 쳐져 있었다.

[와타시는 결국... 겨울 준비에 실패한 데스.....]

목소리조차 점점 힘을 잃어간다.

[미안한 데스... 와타시 도움을 갚아야 했는데스.....]

"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 정신 차려!!!"

[와타시는 머리가 좋지 않은 데스.... 열심히만 한다면 뭐든 이루어진다고 배운 데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은 데스.... 와타시 역시 머리가 않좋은 데스....]

"야! 눈감지 말라고!!!"

[따뜻하게 있고 싶었는 데스... 그래도 좋은 데스. 와타시 훌륭한 닌겐상을 만난 데스...]

"눈 뜨라니까!!!!"

[닌겐상은 훌륭하니까 겨울, 잘 보낼수 있을 수 있는 데스. 와타시가 보장하는 데스]

"얌마! 머리나쁜놈 보장받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다구!"

[아... 미안한 데스.. 와타시 머리가 나쁜 데스..]

"이봐! 실장석!!!!!"


실장석은 최후에 자신의 삶을 후회했다. 머리나쁜 녀석! 진작에 알았어야지!!'

결국 내 입에선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말이 튀어 나왔다.


"야! 실장석!! 여기 누워있으면 어떡해?? 너 문 열었다고!! 안에 들어가야지!!!!"

그말에 생기를 잃은 실장석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데스?!]

실장석의 눈을 그도록 원하던 대문 안쪽을 향하게 했다.

"너 열심히 해서 문 열렸다구"

[그럴리가 없는 데스! 분명히 열리지 않아 와타시 후회한 데스!!!!]

"아니, 내가 봤다니까. 그러니까 너 깨우러 나왔지"

[저...정말인 데스???]

"그럼. 훌륭한 인간은 거짓말 안한다고"

난 훌륭한 인간 아니니까. 뭐.




힘들게 만들어놓은 특제 하우스를 마당 구석에 뒀다.

이러는 편이 좋다. 서로에게. 인간과 실장석을 같은 정도로 생각하는 저녀석을 사육실장으로 가르치는건 무리다.

실내에서의 생활에 적응 하긴 어렵겠지. 넓진 않아도 마당 구석은 비와 눈은 피할 수 있다.

내가 간간히 봐주면 되겠지.


"자, 들어가봐. 너가 찾던 따뜻한 곳이다."

하우스 안에 모포는 서비스다.

방금전까지 죽어가던 녀석이, 간신히 힘을 내, 박스로 들어갔다.

[따뜻한데스!!!! 정말로 따뜻한 데스!!!]

몸은 모르겠지만, 목소리만큼은 정말로 살아났군.

[이웃씨 말이 사실이었는 데스!!!]

아, 발단은 그녀석이었자. 내일 퇴근길에 공원에 들리자. 박스 두개로 집 져놓은 녀석은 각오해라.

녀석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까완 다른 의미의 눈물.

"너 근데 여기 안에 규칙 아냐??"

[규칙이 뭐인 데스??]

"꼭 지켜야 되는 약속이야. 그거 안지키면 다신 못들어 온다구"

[닌겐상!!! 와타시 머리가 나쁜데스!!! 하지만 다시 못들어 오는건 싫은 데스!!!! 제발 가르쳐 주는 데스!!!]

"변은 저쪽에서만 봐야되. 아무데서나 보면 다신 못들어와"

[그거라면 와타시도 할수 있는데스!!!! ]

"그래. 그럼 늦었으니 잘 자라. 나도 잘테니까"

[닌겐상 정말 고마운데스!! 와타시 머리가 나뻐서 문을 열고도 못들어 올뻔한 데스!]

"그래. 그럼 난 자러 간다"

[잘 자는 데스! 닌겐상도 변 조심하는 데스! 미리 봐야 밤에 실수 안하는 데스!!!]

이자식이 누굴 실장석으로 아나....

[와타시는... 닌겐상이 여기에 못들어 오게 되면 정말 싫은데스.... 꼭 미리 보는 데스....]

"그래. 너도 조심하고"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젠장 늦잠의 댓가는 크다. 정말 출근하기 싫다.


안쓰는 그릇을 꺼내, 처치곤란하게 많이 만들어둔 샌드위치를 듬뿍 담는다.

이것 까지만 다 먹이고 실장푸드 사먹여야겠지.



"이봐 실장석! 일어나봐!!!"

문도 열어논채 자고 있는 녀석. 퇴근하고 문의 사용법을 알려줘야지. 그거 달아놓느라 고생했다구.

[닌겐상.. 먹이 구하러 가는 데스???]

"아.. 비슷한 거다. 그보다, 여기 이게 네 밥이다. 이거 하루에 한번 나오는거니까 알아서 나눠 먹어"

[대...대단한 데스!!!! 문을 안쪽은 정말로 대단한 데스!!]



"잠깐 가만히 있어봐"

매직을 꺼내, 녀석의 두건에 큼지막하게 글을 써놨다.

{사육실장임. 건들면 소송걸겠음. -변호사 xxx}

라는글과 연락처를 적어놨다.

이럴땐 도움되는 직업이겠지.



문을 미는건 할줄 알테니까 나가고 싶을때 나가겠지. 들어올땐 내가 열어주면 될테고.

나약한 사육실장과 달리 실장계의 탱커인 이놈이 집옆 공원이 위험하진 않을 것이다.

원래 그동네 녀석이기도 하니까.

"나가는건 괜찬은데 해가 지기전엔 돌아와야 한다"

[알겠는 데스!!]

"공원에서 여기까진 찾아올수 있지??"

[할수 있는 데스!!!]

출입구가 하나인 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니까 이 멍충이도 찾아올수 있겠지.



"그럼난 간다. 아, 이제 먹이는 밖에서 구하면 않된다!"

[어째서인 데스???]

음식물 쓰레기를 마당에 둘 순 없잔아.

"몰라. 그냥 규칙이야. 여긴 먹이가 계속 나오니까 걱정 안해도 되니까. 밖에 먹이는 다른 실장석이 먹어야지"

[규...규칙인데스....]

규칙이란 단어에 강하게 반응하는 멍충이.

"그럼 난 진짜 간다. 저녁에 보자구"

[수고하는 데스~~~~]

녀석의 배웅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저녀석이 철로 된 대문을 연 것은 거짓말이었지만, 적어도 내 마음을 연건 사실이었다.

"사실 진짜 똑똑한놈이 바보 행세하는거 아냐?"

라는 쓸데없는 혼잣말을 하며 출근을 서둘렀다.



















그녀의 짜증

 


맑게 개인 하늘.

화창한 날씨의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그녀는 맑은 날씨완 반대로 무척 기분 나쁜 상태였다.

평소에도 간간히 약속을 지키지 않던 그녀의 애인은 오늘도 어김없이 늦고 있다.

벤치위에서 기다리는 것도 한참 시간이 흐른것 같다.



매사에 깐깐한 그녀였지만 애인이 늦는것 정도는 어느정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 저기서 기웃거리는 초록 무리들.



지저분한 몰골에 악취를 풍기며 다가오는 저 똥벌래 무리들을 바라 보는것 만으로도 그녀는 머리가 아파온다.

도대체 저것들은 왜 이세상에 존재해서 이리도 불쾌함을 가져다 줄까?

이 공원의 관리인은 왜 저런것들이 돌아 다니도록 두는 걸까??

짜증 섞인 의문들이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애인이 늦고 있긴 하지만, 이제 곧 도착하겠지.

그때까지만 이 짜증을 참자.

당장이라도 달려가 저 똥벌래들을 발로 차버리고 싶지만, 애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가장 마음에 든 원피스를 입고


나왔기 때문에 그녀는 조용히 벤치위에 앉아서 짜증을 참기로 했다.



어느정도 지능이 있는 들실장이라면 섣불리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겠지만, 실장석이라는

무리에는 필수적이라 할만큼 개념없는 분충들이 꼭 존재한다.

그녀의 다가오지 말라는 무언의 눈빛을 무시한체 자실장 한마리가 경계심 없이

벤치로 다가온다.




[고귀한 와타치가 배고픈 테치! 특별히 이몸이

노예로 삼아줄테니 콘페이토를 내놓는 테치!]

머리가 어질거린다. 도데체가 이 분충은 뭘

믿고 이러는 걸까??




대답조차 가치를 느끼지 못해 바라보고 있자.

자실장이 점점 벤치로 다가온다.

태어나서 한번도 씻지 않았는지 악취가 진동한다.

콘페이토를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서 일까?

자신의 머리통만한 빵콘덩어리를 덜렁덜렁 달고 오는 그 모습은 혐오 그 자체였다.



그녀는 혐오감에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더이상 다가왔다간, 정말로 구토가 올라올것 같았다. 마침 콘페이토 라면 몇알 가지고 있다.


가방에서 콘페이토 한알을 꺼내 멀리 집어던진다.




둥근 동선을 그리며 날라가는 콘페이토를 본 자실장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텟치!!!!!!!!!!]




자실장은 아마 태어나서 가장 필사적으로 콘페이토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콘페이토를 떨리는 손으로 주어든다.

태교로부터 들어오기만 했던 콘페이토.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실장석의 본능이 이것이 바로 콘페이토라고 말해주고 있다.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콘페이토를 얻은 자실장의 행복은 불과 3초를 가지 못한다.



벤치위의 그녀를 경계하여 다가가지 못한 들실장 무리였지만, 자실장에겐 거칠것이 없다.

순식간에 자실장을 둘러싼 무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순식간에 참상을 만들어낸다.




콘페이토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거북이처럼 웅크린 자실장이었지만, 상대는 다수의 친실장.

이윽고 자실장의 팔, 다리가 억지로 뜯겨 나간다.

친실장 5마리의 쟁탈전은 어느 한마리가 간신히 입에 콘페이토를 넣음으로서 끝나게 되었다.




쟁탈전이 끝날 즈음, 자실장은 머리통과 몸통의 절반가량만이 남았을 뿐이다.

콘페이토를 얻지 못한 들실장들은, 더이상의 싸움이 무의미 하다는것을 깨닳고 자실장의 나머지 부분을 적당하게 나눠 갖는다.




지독하게 혐오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벤치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그녀는


아까까지의 짜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유쾌해진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저 한없이 더럽고 저열한 똥벌래들이 겨우 콘페이토 한알에 저런 쇼를 보여주다니.

분충도 분충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는듯 하다.




입맛을 다시며 자실장으로 배를 채우던 들실장 무리에게로 '톡' 하고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또 한알의 콘페이토.

벤치위의 그녀는 손을 들며 웃어준다.



그녀의 미소를 보기나 했을까?

방금전 사이좋게 자실장을 나눠 먹던 들실장 무리들이 다시한번 격전에 들어선다.

정말 문자 그대로의 피와 살이 튀기도록 추접한 싸움을 재개한다.


처음의 싸움에서 두눈뜨고 콘페이토를 놓친 들실장들은 독이 올라


팔이 떨어져 나가도, 다리가 뽑혀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싸움은 어느새 콘페이토 쟁탈전이 아닌 살육전이 된다.

머리가 나쁜 들실장들도, 콘페이토를 뺏는것보다, 라이벌을 무력화 시키는편이 빠르다는것을 깨닳았기 때문이다.


네 마리의 시체위에 간신히 우뚝선 한마리.

당당하게 승리자의 전리품을 취해 보지만,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린 머리 좋은 난입자에게 간단하게 뺏겨 버린다.

콘페이토를 뺏긴 들실장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것도 아님에도, 극단적인 상실감에

[파킨~!]

해버리고 만다.




두번째의 쟁탈전이 끝나자 많은 수의 들실장이 모여든다.

'싸움에서 이기면 콘페이토를 받을 수 있다'

라는 규칙을 학습해버린 들실장들이 목숨을 건 콘페이토 쟁탈전에 참여 하기위해 모여든 것이다.



벤치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그녀는 아까의 불쾌감은 이제 유열이 되어 추한 벌레들의 싸움을 황홀하게 지켜본다.

이미 약속에 늦은 애인따윈 머릿속에서 날아간지 오래다.




모여든 들실장들의 성원에 답하듯이 가방에서 세번째 콘페이토를 꺼내 무리의 한가운데 던져놓는다.

자. 이번엔 대규모 살육전의 시작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벤치 주변엔 수많은 실장석들의 시체와, 시체와 다를바 없이 숨을 유지한 폐실장들이 적록의 향연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녀는 몇개의 콘페이토를 던졌는지 기억 못한다.



다만 이제 그녀의 가방에 콘페이토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콘페이토 몇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들실장 무리들이 다가온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더욱 많아진 들실장 무리에게 빈가방을 보여주며 이제 없다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워낙 간단한 제스츄어였기 때문일까?

들실장들은 대번에 이해해 버렸다.

그리고 들실장 무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들실장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하면서도 언잰가 콘페이토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지금까지 싸워왔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없다니!!

평소같으면 그녀를 경계해 다가가지 못한 들실장무리들이었지만, 살육전의 흥분과 분노가 이성적인 판단을 할수 없게 만들었다.

들실장들의 분노가 하나되어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는 그제서야 즐거운 기분에서, 아까의 불쾌감을 기억했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에서도 무서울리는 없다.

저 쓰레기같은 생물들이 몇백마리가 덤벼도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자신과 저 벌레들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예쁜 원피스에 저 오물들이 묻는건 절대 사양이다.

그런 까닭에 다시금 짜증이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소란을 듣고도 늦장을 부린 공원 관리인 두명이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다.

관리인들은 적록의 범벅이 된 공원 바닥을 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분노로 하나되어 그녀에게 다가오던 들실장 무리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도주를 시도하지만,

젊은 관리인이 빠른 속도로 집게를 이용해, 들실장들을 마대자루에 집어 넣는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에게 다가가 콘페이토를 요구하는 들실장들도 여전히 존재했다.

그녀가 다급하게 관리인에게 자신 주변의 실장석들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한다.

공원 관리를 게을리 해서 이런 불쾌감을 느꼈다는 힐난도 잊지 않고.




늙은 관리인이 그녀의 말을 듣던 벤치로 다가와























그녀를 집게로 집어 마대자루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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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사육실장 아니에요?]

젊은 관리인의 질문에 늙은 관리인이 담배를 입에 물며 대답한다.

[이 친구 역시 짬밥이 부족하구만. 딱 봐도 버린거잔아. 이시간까지 사육 실장을 혼자 둘리가 있나?]

늙은 관리인은 공원에 실장석을 유기한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욕하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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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자루에 넣어진 원사육실장은 비명을 지르며 저항해보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똥벌레들과 고귀한 자신을 같은 취급 해버린 멍청한 관리인에게 욕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답변대신 마대에 새로 넣어진 들실장들이 그녀의 몸을 짖누른다.



주인을 자신의 애인이라 생각하여 분충성이개화된 그녀는 오늘 아침 공원에 버려졌다.

잠시후 오겠다는 약속을 티끝만한 의심조차 없이 믿었던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관리인의 착각으로 고귀한 자신의 생명이 끊긴다고 생각했다.



주인이 마지막 정으로 가방에 넣어준 콘페이토 몇알로 큰 유열을 느낄수 있었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실장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