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유어 포스트








쏟아지는 폭우를 전조도 느낄 수 없었다.
격렬한 빗소리와 함께 1미터 앞도 가려져 보이지 않는 비의 양.
길을 가던 사람들은 어떤 이는 가방을 머리에 올리고 도망치듯이 달리고, 어떤 이는 조금이라도 비를 피하려고 빌딩이나 상점으로 뛰어든다.
공원에서는 여러 개의 골판지 하우스가 붕괴하고, 비에 지지 않을 정도로 크게 외치는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아무리 골판지 집을 나무 그늘 밑에 조심해서 설치했더라도, 압도적인 호우를 견뎌낼 수는 없었다.
거기에 안에 있던 자실장이나 구더기가 물에 빠져서 떠내려 가버리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어 실장석들은 자연의 도태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소란과는 조금 떨어진 빌딩의 골짜기 사이에 한 자실장이 있었다.
공원의 아비규환도 여기까지는 닿지 않는다.
하지만 자실장에겐 아무 상관도 없을 것이다.
전신이 남김없이 흠뻑 젖어버린 신체를 가능한 한 작게 해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곳은 상가의 뒷문으로 보이는 문의 바로 옆,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붉은 우편 포스트 아래다.
폭 1미터 정도의 골목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설치한 푸른색의 폴리에틸렌 양동이와 그 근처에 잡다하게 쌓인 대형 쓰레기가 통로를 가로막듯 줄지어 쌓여 있다.
실제로 이제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그 좁은 샛길이 막다른 골목처럼 되어 있었기에 양 옆에 있는 빌딩으로부터 창고나 쓰레기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런 장소에 왜 자실장이 있는가 하면, 마마를 놓친 것이다.
이 자실장은 출생하고 며칠 지난 다섯 명의 자매 중 막내로, 오늘은 가족끼리 공원 안에서 산책 겸 공부를 하고 있었다.
「물은 여기서 구하는 데스」
「여기는 자를 낳는 장소 데스. 너희들도 여기서 태어난 데스」
「저쪽 건너편은 공원 밖이고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데스. 마마만이 밥을 구하러 나가는 데스」
친실장으로서는 빨리 위험한 것을 가르치고 규칙을 배워서, 영리한 자로 자라길 원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창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자실장에게 있어서 그것은 지루함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 자실장이 때이른 한 마리의 잠자리에게 정신을 빼앗겨서 어슬렁어슬렁 쫓으며 친모 곁을 떠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자실장 자신은 공원 밖으로 나와버린 것도 몰랐고, 그것을 깨닫고 정신을 차릴 즈음에는 잠자리는 잃어버리고, 길거리에서 헤매고 말았다.
처음에는 울며불며 필사적으로 마마를 불렀지만, 이윽고 거기에 찾아온 것은 소위 게릴라성 호우라고 하는 녀석이었다.
인간마저 황급히 도망칠 정도의 비에 자실장이 견딜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비를 맞지 않는 쪽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도망친 결과가 이 장소였다.

골목 안쪽이라 비바람이 별로 불어오지 않는 것과 낡은 포스트의 처마에 가려져 비를 피한다는 점은 자실장에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짓밟히지 않고 도랑에 빠지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요행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테치이이이이… 테챠아아아아……」
젖은 몸을 덜덜 떨며 마마를 부른다.
자실장은 이미 거기서 움직일 기운도 체력도 없다. 밀려오는 물과 고독으로 인한 불안감이 그것들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치이이이잇! 테치이이잇!」
마마라면 반드시 도우러 와준다. 나는 여기 있다고 힘껏 외친다.
그 목소리가 비의 커튼에 지워지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만약 날씨가 맑아지고, 친실장이 애정이 깊은 개체이며, 이 자실장이 버려지기에 아까운 인재였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탁아할 때처럼 자취를 쫓을 수 있는 냄새는 흘러가 버렸고, 목소리는 닿지 않았으며, 친실장도 이 자실장은 다른 자매의 훈육용 교재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 친실장은 잃어버린 자를 찾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막아도 막아도 빗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골판지 하우스를 유지하는데 기를 쓰고 있었다.
「테치이이이이! 챠아아아아아!」
자실장은 필사의 외침을 계속한다. 사실 이제는 목도 아파서 얌전히 있고 싶었지만, 바로 그 순간에 골목길 앞을 친실장이 통과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면 자기PR을 그만둘 수 없었다.
원래라면 연약한 자실장의 울음소리는 다른 실장석이나 개와 고양이나 까마귀 같은 천적을 불러왔겠지만, 역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비가 그러한 사태조차 억제하고 있었다.
인파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런데도 아직도 계속 쏟아지는 비에 자실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했다.
「테에에에엥! 테치이이이잇! 테챠아아아앗!」
아무도 응답하는 것은 없다.
이윽고 그 목소리도 조금씩 작아지더니, 뚝 끊어졌다.


자실장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주위는 어두워졌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새벽 3시를 조금 넘은 무렵.
비록 체력이 소진되어 의식을 잃었던 자실장이었지만,
「테에…」
배고픔을 느꼈기 때문에 몸이 일어나기를 요구한 것이다.
어제는 아침에 사과 껍질을 반개 분 먹었을 뿐. 이후에는 멀리까지 나와서 우는 바람에 배가 상당히 굶주리고 있었다.
쥐죽은 듯이 조용하기는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아직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테챠아앗…치이이잇!」
어째서 마마가 없는 것인지, 자실장으로서는 진작부터 따뜻한 집안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있어야 할 터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하는 모습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분노하는 듯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집은 이미 너덜너덜한 쓰레기더미로 전락해 버렸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친자는 다른 동족과 마찬가지로 미끄럼틀 아래로 도망쳐 비 속에 떨고 있었지만.
「테치테챠 테체에에엣!」
아무리 배고프다고 사지를 바둥거리며 떼를 써도, 누군가가 식사를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쓸데없이 체력만 소모되고, 흠뻑 젖어 찰싹 달라붙는 옷과 머리카락이 불쾌할 뿐이다.
머리도 옷도 진흙투성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일 마마가 깨끗하게 해주었던 팬티는 자실장의 머리 크기만한 똥이 쌓여서 흐늘흐늘하게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냄새난다.
「…치이」
우선 자실장은 속옷을 벗고 어떻게든 뒤집어서 될 수 있는만큼 똥을 떨어뜨렸고, 근처의 벽에 문질러서 얼룩을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시간 똥과 비에 노출된 채로 꺼끌거리는 콘크리트 벽에 문질러진 팬티는 쉽게 찢어져 걸레짝이 되었다.
「테챠야아아아아아아앗!?」
손 안에 간신히 남아 있는 보물의 찌꺼기를 보고 지금까지 이상의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
땅에 흩어진 자투리를 모아 어떻게든 원래대로 만들려고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지만 당연히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테치잇! 테챠아아앗…」
한동안 쓸데없는 행위를 계속하다가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하자 단념하고 팬티였던 것을 걷어차고 털썩 눕는다.
잠으로 모든 것을 잊고 싶었지만,  아무리 해도 참기 어려운 공복감과 술술 바람이 들어오는 사타구니가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어제 오늘 비 맞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에에엥」
갑자기 자실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마마가 한 말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마마의 말을 잘 듣는 데스. 잘 들으면 좋은 자가 되어서 언젠가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데스」
그러다 일전 엄한 얼굴이 된 마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쁜 자는 언젠가 벌을 받는데스. 학대파에게 심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다른 무리에게 잡혀갈지도 모르는데스」
그렇지만 너희들이라면 절대로 괜찮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눈길을 보내온 마마가 지금 너무나 그립다.
자실장은 틀림없이 자신이 나쁜 짓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큼한 밥을 먹고 싶지 않아서 언니랑 교환하였던 것이 나빴던 것일까.
이웃집 구더기쨩을 화장실 구덩이에 던져 넣어 죽여버린 것이 나빴던 것일까.
자다가 똥 싼 팬티를 큰언니의 것과 바꿔 입고 모르는 척했던 것이 용서되지 않았던 것일까.
「테에에엣치!  테에에엣치!」
자실장은 난데없이 허공을 향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좋은 자가 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물론 그것은 누구의 귀에도 닿는 일은 없다.
그 무렵 가장 사과하고 싶었던 마마는 미끄럼틀 무리에서 어느새 튕겨져 나와, 전신이 흠뻑 젖은 진흙투성이가 된 채 다 죽어가는 목숨이었던 것이지만.
덧붙여서 자매는 벌써 빼앗겨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위장에 들어가고 있었지만.
「…테치잇!?」
갑자기 자실장의 음색이 바뀐다. 그 전까지는 애원하는 것 같은 애달픈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배속으로부터 짜내는 듯한 무서운 기분이 닥쳐오는 것에,
「…치치치치이이이잇!」
배를 움켜잡고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면을 구른다.
비 속에서 차가워졌기 때문에 복통이 일어난 것이다.
잠시 기절한 뒤, 이마를 지면에 붙이고 몸을 둥글게 웅크리자, 팬티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난 총배설구로부터 운치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테후우우우……」
배변으로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안도의 숨을 내쉬는 자실장.
재차 몸을 눕혀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차가운 감촉. 뺨에 닿는 비에 자실장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빗줄기는 잦아들고 있었지만 이번엔 바람이 거세게 불며 지금까지 피신했던 자리로 들이닥친다.
「테히이! 테히이!」
자실장은 비틀거리면서 폴리 양동이와 벽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간다. 그곳은 썩은 음식물쓰레기가 질퍽하게 퍼져서 썩은 냄새를 풍겼다.
그 때문에 헤맨 당초에는 기피하던 곳이었지만 자실장은 비를 피하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치이이이」
진정되니 역시 배고픔이 괴롭다.
태어난 직후에도 이런 배고픔을 맛본 기억이 있다.
친실장의 유방은 2개, 자는 5마리. 따라서 막내인 자실장은 처음의 먹이를 얻게 되기까지는 길고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아무리 부탁해도 조금도 나누어 주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는 아주 조금만 나오는 밀크를 홀짝 마셨을 뿐이었다.
그때 먼저 식사를 끝마친 언니 자실장이 보란듯이 눈앞에서 대량의 탈분을 했다.
그것은 김이 났고, 마신 모유의 영향인지 희미하게 크림색이 도는 녹색.
맛있을 것 같다. 라고 느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
개처럼 먹는 요령으로 얼굴부터 찰싹 붙으려는데,
「뭘 하는 데스! 」 친실장은 화를 냈다. 「똥을 먹는 것은 구더기짱이나 분충뿐인 데스! 너는 분충데스! 」
물론 분충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자실장은 군침을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참았다.
지금, 바로 거기에 방금 전 속옷에서 나온 자신의 똥이 있다.
책망하는 친실장은 없다.
「테에… 테칫!」
자실장은 폴리 양동이의 그늘에서 좌우를 살피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텟츄~!」
눈앞의 먹이를 모두 먹어 치우고 만족해하는 자실장은 불룩한 배를 어루만지면서 비바람을 맞지 않게 폴리 양동이의 뒤로 되돌아간다.
직접 입을 대고 양손으로 긁어대듯 먹다 보니 입 주위는 물론 앞치마와 앞머리까지 똥이 묻어 있지만 포만감 앞에는 사소한 일인 것 같다.
「텟후…」
비도 피하고, 위도 채우니 찾아오는 것은 졸음.
자실장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그 때, 물이 튀는 소리와
「아―, 이곳 포스트는 왜 이런 곳에 있을까」
인간의 소리에 자실장은 펄쩍 뛰며 몸을 숨겼다.
그렇다고는 해도 폴리 양동이와 벽의 사이에 머리를 처박을 뿐이므로 노출된 둔부는 훤히 보인다.
「인간은 무서운 생물 데스. 마마 같은 것보다 훨씬 강해서, 아픈 것을 가득해 오는 데스」
공원을 활보하는 거인에 대해 친실장은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동족이 아주 간단하게 독라가 되거나 손발이 뜯기거나 자신과 같은 자실장은 쉽게 짓밟혀서 동족의 먹이가 되는 것을 보았다.
「테치이이이……」
아픈 것은 싫다. 독라도 싫다. 살려줘, 마마 살려줘.
자실장에 있어 행운이었던 것은 거기가 어두컴컴한 골목 안이었던 것과 똥이 튀는 바람에 엉덩이가 더러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인간은 신문 배달원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비닐에 싸인 그것을 포스트에 넣는다.
스프링식 투함구가 돌아오는 반동으로 약간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자, 자실장이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테체에에에엣에!」
아까 먹은 똥을 다시 똥으로 흘리면서 어떻게든 도망가려는듯 쪼그린 자세로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나간다.
배달원은 그것을 눈치챘지만, 딱히 뭘 하진 않고 떠났다.
실장석을 알고는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본 애완동물 정도로, 개와 고양이 같은 걸로 밖에 인식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장석은 인간에게 길러지거나, 인간이 만든 것을 사용하며, 인간이 버린 것을 찾아다니는 등 사람과 관계를 가지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인간 곁에 접근하는 것이 허락된 것은 허가 받은 사육실장이나 학대용의 소모품으로서이다.
들실장은 공원이나 마을에 가까운 산림 등에서 밖에 살지 못하고, 따라서 그 부근에 인연이 없는 인간에 있어서는, 다소 까다로운 애완동물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 배달원도 어느 쪽인가 하면 실장석과 친숙하지 않은 편이었다.
극히 드물게 역이나 상가에서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개는 그 한 번뿐이어서 실장석을 깊게 알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기껏해야 「지저분하구나」라고 하는 정도다.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던 일로 자실장은 안도의 탈분을 해 버리고 아깝다는 듯이 얼른 입으로 옮긴다.
「텟치이! 텟챠아!!」
막 꺼낸 똥은 따뜻해서 그것이 기쁜 모양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가 불렀을텐데도 이때다라는 듯이 먹어치우는 것은 실장석인 탓일까.
그렇게 다시 똥을 말끔하게 하고 이번엔 잠이 들었다.



다음에 일어났을 때에는 온몸에 흠뻑 땀을 흘리고 있었다.
「…테헤에에에……」
아직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고는 하나 여름이다. 안 더울 수가 없다.
더욱이 햇볕이 들지 않는 만큼 자실장의 옷은 덜 말라 이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자실장 자신은 이미 식분 등으로 코가 마비되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몸이 끈적끈적해 기분 나쁘다고 느끼는 정도였다.
하지만 일단 먹고 자서 기력을 되찾은 자실장,
「테에에에에칫!!」
아직 마마가 데리러 오지 않은 것에 화가 나서 바로 옆에 있던 폴리 양동이를 걷어찼다.
그 마마는 쇠약해져 있던 것을 배고픈 동족에게 식량으로 맞아들여져 이미 대변으로 전락하고 있던 셈이지만.
「테치이이이이이! 츄아아아아아앗!」
자실장은 어제처럼 울었다.
비도 잦아들어 한번쯤은 자기 발로 돌아가려고 시도했지만,
「테쟈앗!!?」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완전히 주저해 버렸던 것이다.
훗날 자실장은 이 타이밍에 있는 힘을 다해서 귀로에 올랐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하지만, 어쨌든 이 단계에서는 마마를 부르는 것 외에는 선택할 수 없었다.
「테치이이이이……테치이이이…」
그러나 아무리 자실장이라도 해가 질 무렵까지 계속 울어대도 아무런 응답이 없으니 어렴풋이 사태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버림받았다. 라고.
「테큭…테큭……테큭」
자실장은 무릎을 껴안고 울며 단념하는 것으로 그날을 마쳤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아침 신문배달원의 방문에 겁을 먹고 힘없는 울음소리를 내며 지냈다.
똥의 상태도 더 나빠지고, 애당초 영양의 우려내기 뿐인 만큼 눈깜짝할 사이에 자실장은 쇠약해졌다.
배달원이 자실장의 얼굴을 보게 된 때는, 그렇게 야위어 버려서, 숨을 만한 기운과 체력도 없어져 단지 땅에 몸을 맡긴 채 타성처럼 똥을 흘려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우앗…」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을 띠는 것을 보고 배달원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역겹다. 엊그제까지와는 달리 눈앞에 나타난 추태에 소름이 끼친다.
「치이……」
자실장의 눈은 이제 별로 보이지 않게 되고 있었다.
그래서 눈앞을 가리는 그림자를 마마라고 생각해 기뻐했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역시 와주었다고 안심해서 울었다.
하지만 배달원은 한순간만 머물고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내일이면 죽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마음 놓고 근처의 폴리 양동이에 버리면 된다.
「테…츄………웅」
자실장은 아첨을 했다. 손도 움직이지 않았고, 만족스럽게 웃는 것조차 할 수 없었지만.
가지 마는 테치, 나는 여기에 있는 테치, 같이 가는 테치, 마마, 마마.
그림자가 사라지고, 흐릿한 시야에 비치는 것은 아득한 머리 위의 붉은색.
그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어 간다.
자실장의 짧은 생명은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앗!」


신이 존재했다면 그건 그저 장난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불우한 자실장도 있고, 다른 세상처럼 우아하게 사는 자실장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사육실장이 골목 안의 자실장의 마지막 울음을 들은 것은 우연인가 운명인가.
「왜 그래?」
「데스…데스우, 데슷」
가엾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고 소리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골목 안을 들여다보지만 거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육실장은 주인인 남자를 올려다보며, 데스라고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목시계를 힐끔 보더니 「5분만」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첨벙첨벙.
실장석용 비옷과 장화를 신은 사육실장의 발걸음은 조금 둔하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목적의 장소에 당도했다.
「데에…」
우선 사육실장은 그 시큼한 악취에 얼굴을 찡그렸다.
뒤이어 반송장 같은 자실장의 모습에, 무엇을 해야 좋을지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테에에…?」 하고 약하게나마 마마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데슷!」
얼굴을 두 번, 두드려 깨우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더러움도 마다하지 않고 자실장을 안아 올려서 어깨에 걸치고 있던 파우치에서 콘페이토를 꺼내어 스스로의 입에 머금어 달콤해진 타액을 떨어뜨려 준다.
삼킬 체력이 남아있을지는 불안했지만, 단맛을 느낀 것일까 자실장은 우물우물 입을 움직인다.
이윽고 자실장이 눈을 뜨니,
「테에에엥! 테에에엥!」
「데…데스우…」
사육실장은 마마라고 불려 곤혹해 하면서도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실장이 안정됐을 때, 자신은 마마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마마는 어떻게 됐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자실장의 대답은 두서가 없었고, 사육실장은 유추해서 산책이나 먹이찾기를 하다가 놓쳤을 것이다고 결론내렸다.
이미 공원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육실장은 아마 이 자실장의 부모도 살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어이, 이제 시간이 다 됐어―」
주인의 목소리에 친실장은 미련이 남은채로 마지못해 일어서면서 자실장에게 작별을 고했다.
「테챠아아앗!!? 텟치! 테치이!」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사육실장을 잡는다. 그도 그런 것이 실컷 괴로움만 맛봤을 뿐, 자실장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육실장에게도 자신의 행복이 있다.
「데스―」
잠깐 기다리라고 말한 후, 자의 제지도 뿌리치고 일단 주인의 곁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있는 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 같아 자실장은 쫓아오지 않는다.
「데…데스! 뎃스……」
자실장을 키워도 되는지.
남자의 대답은 고개를 저을 뿐인 단순한 것.
그 이상은 사육실장도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떼를 쓴다면 벌을 받는다고, 남자의 눈을 보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데스 , 데스우」
적어도 마지막 작별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오늘 간식은 없어도 좋지?」 라고 물어 망설이기는 했지만, 마지못해 승낙했다.
조금 전부터 쉼없이 울고 있던 자실장 곁으로 돌아가니,
「텟츄-웅!」
하고 애교를 부리며 맞이했지만, 사육실장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데스―」
「테에에에에에!!?」
안녕이라고 말하자, 자실장은 이번에는 사육실장의 옷자락을 잡고 절대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 사육실장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파우치로부터 남몰래 모으고 있던 실장푸드를 3알 꺼내 지면에 놓았다.
「텟치이!」
정신없이 달려가는 자실장에,
「…데스우. 데스. 뎃스―」
좋은 닌겐님에게 길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자실장이 듣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사육실장이 떠난 것을 깨달은 것은 실장 푸드를 모두 먹은 후.
「…테챠아아아앗!?」
자실장, 몇 번째인지 모르는 절망이다.


밤을 맞아 배고픔에 시달리는 자실장이었지만 그 전까지와는 달리 배출한 똥을 차마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맛있다고 느껴지기는커녕, 메스꺼움마저 올라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자실장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한 번 실장푸드를 먹었던 것에 의해 미각의 요구가 한층 올라 버렸던 것이다.
비록 사육실장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준 푸드이지만, 그 자리에서는 자실장을 만족시켰을지는 몰라도 이후에 배고픔을 때울 수 있는 방법을 빼앗아 버렸다.
「텟챠아…」
자실장은 정처없이 하늘을 보았다.
빌딩에 잘린 가늘고 긴 밤하늘이 있지만, 거기에 아무런 감개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쉬운 듯 똥으로 시선을 돌린 자실장이었지만 결국 먹는 것을 포기하고 잠 자는 것을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 배달원의 방문에 여느때와 같이 엉덩이를 드러내고 무서워하는 자실장.
「어?」
어제보다 더 건강해진 자실장의 모습에 배달원은 의아해 하지만, 마침 그때 상태가 좋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고 치부했다.
「테히이…」
자실장은 떠나는 배달원의 등 뒤를 바라보더니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아픈 것은 당하지 않는다고 알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무서운 것은 무섭다.
하루 중에서 가장 큰 위협이 지나가고 다시 배고픔을 실감하는 자실장이었지만, 역시 똥에 손을 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냄새를 싫어해, 작은 손으로 터벅터벅 막다른 골목의 안쪽에 버리러 간다. 거기에는 창살 모양의 뚜껑이 있고 도랑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후, 여기서 똥을 누면 된다는 것을 깨닫으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우선 신변을 정리하고 난 후에 벽에 등을 기대고 자실장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텟테로게~텟테로게~」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싱글벙글.
오늘의 우마우마는 무엇일까. 오늘의 아마아마는 무엇일까. 맘마, 맘마, 맛있는 맘마. 마마의 맘마는 최고 텟츙.
그렇게 자실장 머리 속에서는 이미 어제의 사육실장이 먹이를 또 가져와 주게 되어 있었다.
행복을 당연으로 간단히 격하시키는 실장석이다. 기적을 당연시하는 것이 실로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은 채 밤이 되었을 때 자실장은 더할 나위 없이 화를 냈다.
「테짜아앗! 데쨔아앗! 텟챠아악!」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사방에 분뇨를 마구 뿌리는 것으로 발산한다.
순식간에 썩은내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
소란을 피운 것으로 꽤 홀가분한지 자실장은 그 자리에서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자실장에게 가장 큰 행운은 무엇일까.
그것은 배달원 이외의 인간에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신문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받는 사람도 있다.
자실장의 바로 위에 있는 포스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실제로 제대로 신문은 회수되고 있었다.
단지 뒷문이 열리지는 않았고, 게으른 집주인은 그저 창문을 열고 신문에 손을 뻗기만 했던 것이다.
「앗차…」
배달원이 눈썹을 찡그리는 것은 무리도 아니다.
아침의 맑은 기운을 깨뜨릴 정도로 녹색 얼룩이 벽에 그려져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희미해졌다고는 해도 숨이 막히는 듯한 악취도 여전하다.
숨을 멈추고 재빨리 신문을 포스트에 집어넣었다.
「…원인은 이 녀석인가」
여느 때와는 달리 편안한 잠에 빠져 있는 자실장의 손이나 발밑에 같은 얼룩이 보인다.
배달원은 오지랖을 부린다고 생각하면서도 포스트 안에 쪽지를 넣었다.
「실장석을 기르십니까? 」
짧은 메모지만 집주인이 알아차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자실장이 만일 사육실장이라면 손을 댈 수는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남의 터를 더럽히는 것은 망설인 후의 고육지책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분충아!」
「테쨔아아아! 칫쮸아아앗!!」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인간에게 고함쳐져 자실장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비닐우산 끝으로 찌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땅에 눌려진 자실장의 총배설구로부터 현재 진행형으로 똥이 흘러나오고 있다.
「누구더러 치우라는 거야!」
「테치이이이! 츄, 츄아아아아아!  츄아아아아아아!」
오늘 아침 일찍 지금까지 없던 이상한 냄새를 느낀 집주인은, 메모를 보고 허겁지겁 좀처럼 열지 않던 뒷문으로부터 뛰쳐나와 잠자던 자실장의 양다리를 짓눌렀다.
요동치는 자실장을 직접 만지는 것을 싫어해서 쓰레기로 놓아뒀던 우산을 꺼내 짓누른 것이다.
친실장이 있을 만한 흔적도 없고, 본격적으로 이곳을 거처로 정한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실장석은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다.
「치이이이잇! 테챠아아아앗!」
아무리 더러워져 있었다고는 하나 역시 똥투성이가 되는 것은 견딜 수 없다.
그렇다고 집주인 남자는 학대파는 아니므로 죽이는데 꺼려짐도 있었다.
거기서 보고 듣던 정보를 생각해 내어 벌을 주기로 한다.
「확실히…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기는 걸 싫어한다고 했던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화장실 청소용 고무장갑을 끼고 돌아오니, 어떻게든 도망간다고 자실장이 기어서 폴리 양동이 뒤에 머리를 박아넣은 참이었다.
똥과 피가 똑바로 선을 긋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숨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남자의 손은 손쉽게 자실장을 집어 들었다.
「테에에에에에엣!?」
지금까지 모든 위험을 피했던 도망처에서 시원스럽게 끄집어져 나온 것에 당황하는 자실장.
「우왓, 구려」
식분을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쌓인 땀, 때, 진흙, 심지어는 덜 마른 실장옷으로 인해 비할 수가 없는 냄새가 난다.
높은 곳에 있는 인간과 마주쳤다.
「텟히잇! 테…히이이이익!」
목이 터져라 외치니 대량의 똥이 뚝뚝 떨어진다.
남자는 혀를 차더니 얼른 끝내려고 했다.
앞머리를 벗겨 집으니 고무장갑 너머로도 미끌거리는 감촉이 전해져, 「으…」 하는 혐오감이 솟는다.
「테! 테츄~웅! 테츄~웅!」
뭘 하는건지 이해했을까. 자실장이 돌변해 어리광 부리듯이 아첨을 연발했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점점 더 험해지고,
「재수없게」
「테갸아아악악!!?」
단번에 앞머리를 뽑았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뽑힌 자리에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려고 해도 닿지 않는 자실장에게 보란듯이 뻣뻣한 앞머리를 남자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앗앗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앗!!?」
눈을 부릅뜨고 큼직한 눈알을 굴리는 자실장이 손 안에서 날뛰는 감촉에, 무심코 힘을 주어 몸통을 잡는다.
「키히잇!」
어디에 이만큼 쌓아 놓았는지 똥이 더 많이 쏟아진다.
「더럽다고 했잖아!!」
뒷머리를 모아서 단번에 뽑는다.
「힉……아…아…」
이제 목소리를 낼 힘조차 잃어버린 것일까. 산뜻해진 뒤통수를 찰싹찰싹 어루만지는 자실장의 안면은 창백하다.
남자는 다음에 두건을 잡고 위로 당긴다.
마침 손을 들고 있던 형태가 된 자실장이라 가볍게 실장옷이 벗겨졌다.
남자의 손 안으로 흔들거리는 익숙한 헝겊 조각.
보면 자신은 어느덧 독라.
「츄아아아아아악!!! 치이이이이익!!」
돌려주는 테치. 옷을 돌려주는 테치. 열심히 두 손을 뻗지만 닿을 일은 없다.
남자는 자실장을 땅에 내려놓고, 뽑은 머리와 빼앗은 옷을 겹쳐서 자실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에 둔다.
「텟치이이이! 츄와아아앗!!!」
머리카락, 옷, 와타시의, 보물.

「알겠는 데스? 저기에 있는 머리카락과 옷을 잃은 것은 노예라고 하는 데스」
「노예 테치? 」
「그건 우마우마 테치? 」
「데―…노예는 최저인 데스. 잔뜩 이타이 이타이되고, 밥도 얻지 못하고 죽어가는 데스」
「테챠아……노예 싫어싫어 테치…」
「테푸푸푸, 보기 흉한 테치」
자매와 함께 비웃었던 노예라는 입장에 지금 바로 자실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옷만 있으면. 머리도 어쩌면 아직 붙을 수도 있다.
다리의 아픔을 참고 자실장은 땅을 긁는다.
「자 이거봐」
남자가 가지고 있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테에」
기름기가 잔뜩 묻은 그것들은 잘 탔다.
새빨간 불이 피어오르고, 그러나 얼마 안되는 연료였기 때문에 금세 시들어 간다.
「……테챠아아악!!?」
「이걸로 봐주마, 빨리 꺼져!」
머리카락과 옷이었던 재를 남자는 발로 흩뜨리고 자실장에 침을 뱉으면서 실내로 돌아갔다.
「테햐아아아……」
자실장은 울면서 타다 남은 찌꺼기가 된 머리카락과 옷을 모으려 돌아다녔다.
시커먼 그을음은 진흙이나 자실장의 똥과 섞여 뭐가 뭔지 모르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도 자실장은 「테치…테치이이이이!!!」 하면서 몸에, 이마에 마구 발라댄다.
물론 그렇다고 원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앞면이 진흙으로 덮이자 자실장에게 보이는 범위에서는 옷이 돌아온 것처럼 되었다.
「…테챠아」
다행이다. 이제 노예가 되지 않게 되었다.
일단 착각이긴 하지만 걱정이 없어진 자실장은 다음에는 어떻게든 여기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가 으스러져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우선 이 좁은 길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큰길의 인파에 휩쓸리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자실장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도움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그것도 곧 단념한다.
지금 큰 소리를 지르면 아까 전의 닌겐이 올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테에……에에…엥」
가능한 한 목소리를 죽이며 자실장은 울었다.
그런다고 뭔가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어, 살아 있있네」
이른 오후 자실장의 상태가 조금 신경이 쓰여 상황을 보러 온 배달원은, 여전히 폴리 양동이 뒤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자실장을 보고 맥이 빠진 느낌을 맛보았다.
살았든 죽었든 이제 여기엔 없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용모가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빈약한 몸을 감싸고 있던 누더기는 없었고, 진흙으로 앞부분과 머리의 일부가 더러워져 있었다.
불쌍한 짓을 한건가.
슬쩍 바라던 결말이 났다고는 해도 눈앞의 참상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꽤 혼이 났을 것이다.
「테챠아아아악!! 테챠아아아악!!」
찌그러진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고, 똥을 간헐적으로 분출하면서 어떻게든 더욱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아―…왠지 미안하네…」
배달원은 주머니에서 알사탕을 꺼내더니 포장을 벗겨 조금 떨어진 자리 밑에 내려놓았다.
「그럼 이만」
먹이를 준다. 그것만으로 속죄의 기분에 젖어 든다는 것은 배달원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서도.
배달원의 기척이 사라지고, 자실장이 조심조심 돌아보니, 보기에 익숙하지 않은 덩어리가 있었다.
「테에?」
벌름벌름하고 코를 울려 가까이 다가가니 살짝 달콤한 향기.
「테……테챠앗!!」
시험 삼아 핥아 보니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안에 퍼진다.
자실장은 알사탕에 매달려 일사불란하게 핥는다.
맛있는 테치. 달다 테치. 맛있는 테치. 고마운 테치, 마마 고마운 테치.
오랜만의 식사인 것과 동시에 이 이상 없을 만큼의 맛있는 음식은, 완전히 마마의 선물인 것이 되고 있었다.
물론 이 마마는 자신을 도와주고 밥을 놓고 가 준 새로운 마마다.
알사탕의 크기가 절반쯤 되니, 마음이 안정됐는지 지금의 장소는 위험하다고 재인식하게 되었다.
왼손으로 사탕을 안고 오른손으로 몸을 받치며 구부정한 자세로 피난을 시도했다.
그래도 자실장이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은 역시 폴리 양동이의 뒤가 고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까지는 당황해서 머리만 밀어 넣고 있었지만, 조금 더 무리해서 몸 전체가 들어가도록 비틀어 밀어 넣었다.
조금 불편했지만, 반면에 그 밀착감에 자실장은 만족하고 남은 알사탕을 소중하게 안고 눈을 감았다.
실제로 위에서 보는 방향으로는 자실장의 위치는 사각이 되었고,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절대로 발견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 증거로 저녁 무렵에 집주인이 확인을 위해서 뒷문으로부터 얼굴을 내밀었지만, 자실장이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것에 자실장은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제 괜찮은 테치. 이제 마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참기만 하면 되는 테치.
자실장에게 알사탕 선물은 역시 마마가 와주었다고 하는 확신을 가지게 했다.
그렇다면 왜 그때 데려가 주지는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나날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 있으면 닌겐이 찾을 수 없다는 안도감이 들어서인지 자실장은 눈을 뜨는 게 늦어졌다.
낮에 앙금앙금 폴리 양동이의 뒤에서 기어 나와서 막다른 골목 안쪽 도랑의 격자 뚜껑 위에서 똥을 싼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포스트의 밑에 놓여질 매일의 끼니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사탕을 준 다음 날, 배달원은 자실장의 모습이 없는 것에 조금 외로움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만신창이의(인거 같았던) 자실장이 혹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번은 초콜릿을 한조각 놓아 보았다.
그러면 어떨까, 다음 날에는 깨끗이 없어져 있지 않은가.
이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 배달원은 매일 적당한 과자를 두고 가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자실장도 날마다 주어지는 먹이에 만족하며 먹고 자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자실장은 깨달아 버린다.
그날은 전날 먹은 사탕에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 있었던 탓인지 이상하게 배에 신호가 왔다.
「텟치텟치!」
다리도 다 나은 자실장은 새벽녘에 느낀 변의에 엉덩이를 억누르며 화장실로 정한 장소로 터벅터벅 달려간다.
창살 사이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올라타며,
「츗후-웅!」
기분 좋은 배변.
거기서 보이는 풍경이 뭔가 허전했다.
포스트 밑에 밥이 없는 것이다.
아직 마마가 안 온 테치. 그러니까 이제 마마가 오는 테치. 여기서 나가면 데려가 줄 수 있는 테치.
자실장의 행복회로가 간단히 대답을 내놓은 후, 똥 꼬리를 끌면서 자택으로 변한 소정의 위치로 들어간다.
「테푸푸푸」
마마를 놀래켜 주는 테치. 놀라겠지만 기뻐서 꼭 껴안아 줄 것인 테치.
기대에 부풀어 있는 자실장의 눈에 보이는 것ㄷ은 그런 상상과는 거리가 먼 사태였다.
「…테?」
닌겐이 맘마를 두고 간 테치?
여기에 마마는 없고, 자신 혼자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자실장에게 있어서 밥은 마마가 가져다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
닌겐이 마마야, 라고.


배달원은, 「에?」 하는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그 이유는 늘 과자를 두는 자리 밑에 독라의 자실장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텟츄-웅!」
오른손을 입가에 대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첨 포즈.
텔레비전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당하는 것은 처음이다.
「어디 간 것은 아니었어?」
쭈그리고 앉아서 물어보니 「텟츄우! 텟츄우!」 하고 두 팔을 뻗고 다가온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부들부들 떨면서 숨었던 일이 거짓말 같다.
「그럼…배고파서 그런가?」
시험 삼아 오늘 분의 과자를 건네주자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면서 덥석 물었다.
몸을 조금씩 흔들며 리듬을 타는듯이 먹는 행동에 배달원의 얼굴에 웃음이 돈다.
「맛있어?」
「테치이!」
마치 정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배달원은 만족해하며 떠났다.
자실장도 무리하게 쫓으려 하지 않는다.
내일도 또 올거라고 믿었고, 그때 데려가 주면 된다라고.
그로부터 며칠동안 아침의 3분 정도를 배달원과 자실장은 서로 즐겁게 보냈다.
따르는 자실장을 배달원은 그 나름대로 귀엽게 여겼고, 마마가 신경써줘서 자실장도 즐거웠다.
밀월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 밥이야―」
「텟츄-웅!」
내밀어진 것은 작은 어묵.
자실장은 빙그르 한 번 돌며 기쁨을 표현하고 받았다.
「텟치이! 텟츄츄와앗!」
맛있는 테치. 언제나 맛있는 맘마. 감사테치, 마마 감사한 테치.
자실장이 분충이라면 슬슬 이런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내놓으라고 내동댕이쳐서 배달원의 분노나 어이없음을 자아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식분에 찌들었던 탓인지 주어지는 식사는 항상 맛있게 느끼고 있었기에 그런 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으음」
털썩 땅바닥에 앉아 행복하게 먹이를 씹는 자실장을 보며, 배달원은 생각한다.
「길러 봐도 괜찮을까」
「테에!!」
그 말에 자실장은 식사하던 것을 멈추고 배달원을 올려다본다.
마침내, 마침내 이때가 온 것이다.
「…테에에! 테에에에엥!!」
먹다 만 어묵을 땅에 내던지고 아장아장 배달원에게 달려간다.
「그래, 일단 알아보자」
배달원은 자실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듯, 벌떡 일어나서 떠나간다.
「테에에에에에엥!!?」
그 모습에 괴성을 지르는 자실장이었지만, 뭔가 준비가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모래가 묻은 어묵을 주워들고 다시 식사를 시작한다.
느긋한 행복회로는 아직 건재하다.


그리고 3일 정도 아무것도 변함없는 날이 계속되어, 자실장은 안절부절 못했다.
오늘만큼은, 오늘이야말로.
언제나 그렇게 바라고 있었지만, 좀처럼 마마는 데려가 주지 않는다.
「아, 안녕」
포스트 아래에 평소와 같이 앉아 있던 자실장에 배달원은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탓일까, 그 머릿결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텟츄!」
자실장도 온몸으로 기쁨을 표시하며 달려오다가, 눈이 마주쳤다.
「…테?」
「…레?」
배달원의 가슴 주머니에 쏙 들어간 동족.
「자, 엄지짱이야」
자기보다 한층 작은 그것을 엄지실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것이 마마한테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테에에에!!? 테야아아아아앗!!」
외치며, 배에 힘을 주는 바람에 똥이 샌다.
「우와, 왜 그래!? 이봐 친구에요?」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핏발 선 표정과 추태에 배달원은 적지 않게 동요한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 포켓에서 손바닥으로 옮겨진 엄지실장은,
「레푸푸푸」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여하튼 내려다 보이는 것은 독라에다가 온몸이 똥과 진흙 범벅인 꾀죄죄하고 초라한 개체다.
이걸 웃지 않고 배기겠는가?
「텟! 테챠아아아앗!!」
이를 깨달은 자실장은 넙죽 엎드려 이빨을 보이고 짖으며 위협한다.
「자, 잠깐 무슨 일이야?」
조금 전부터 당황스럽기만 한 배달원은 자실장의 감정을 가늠하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배달원으로서는 실장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자실장의 덕분이다.
이런 귀여운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면 길러도 괜찮겠다.
그러나 이 자실장을 기르려는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독라라고 하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잡지로 자주 보던 실장석과는 풍모가 크게 차이가 났고, 무엇보다 더러웠기 때문이다.
더러움은 씻으면 없어지겠지만, 깨끗하게 하려는 의식이 없는 실장석은 불결 그 자체라고 넷에서 보고 알았다.
그 때문에 아예 새로운 아이를 기르자고 생각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매일 아침의 커뮤니케이션을 빠뜨릴 생각은 없었고, 그때 동료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틀림없이 새로운 친구를 반겨줄 줄 알았는데.
「챠아아앗!! 테챠아아앗!」
공격적인 자실장에,
「레뺫! 레히레히레햐앗!!」
떠들어대는 엄지실장.
어떻게든 그 자리를 달래보려고 배달원은 오늘의 밥인 콘페이토를 내밀었다.
실장숍에서 엄지를 구입했을 때, 실장석은 콘페이토를 좋아한다고 듣고 조속히 준비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실장은 그마저도 상관하지 않고, 집요하게 위협을 반복한다.
「테샤아아아앗!  츄아아아앗! 챠아악!!」
네가 왜 거기에 있어. 거기는 나의 장소, 나의 자리다.
「레푸푸푸. 레치, 렛치~. 렛뺘―!」
이 노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사육실장이다. 하찮은 들실장 따위가 괜한 바람 들어서 망상 늘어 놓지 마라.
두 마리는 결코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자,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니 내일 보자」
허둥지둥 엄지를 가슴에 넣으며 배달원은 신문을 집어넣고 돌아섰다.
「테!? 테츄우우우웃! 텟치텟챠아아악!」
기다려 마마! 내가 마마의 아이야. 그 녀석이 아니잖아. 기다려 마마, 마마, 마마.
자실장의 호소에도 배달원은 뒤돌아 보지 않는다.
엄지실장을 어르는데 열중했기 때문에.

「텟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실장은 소리쳤다.
목의 한계까지, 숨이 계속되는 한, 
불렀다.
사랑스러운 마마를. 가득 놀아 준 마마를.
그러나,
「시끄러워! 아직도 있었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집주인.
그는 자실장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원스텝으로 축구공마냥 걷어차 버렸다.
「치」
임펙트의 순간 자실장의 신체는 터져서 상반신만이 내장과 대변을 뿌리면서 큰길의 입구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이른 아침이라 인기척이 적은 가운데 자실장은 간신히 친숙한 등을 찾아냈다.
배달원. 마마.
그 등이 천천히 멀어져 간다.
「…이……케픗」
소리를 내려 하자, 피를 토했다.
때마침 내리고 있던 빗줄기가 거세진다.
그것은 죽어가는 자실장의 몸을 집요하게 때리며 피도 체온도 빼앗아간다.
「쯔포…아」
열린 입에 빗방울이 맺히고, 목까지, 숨이 멈춘다.
가슴이 아프다.
아마도 걷어차였기 때문이라고 자실장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아픔은 이해하지 못했다.
쓸쓸히 비오는 아침에 작은 생명의 불이 꺼진다.
이 자실장의 비극은 비에서 나타나고, 비로써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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