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언제나처럼 자실장과 쇼핑을 하러 왔다.
이 녀석은 "테츄ㅡ웅 테츄ㅡ웅" 하며 몹시 즐겁게 상품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한 곳에서 "테! 테치ㅡ! 테치이!" 하고 왠지 흥분하기 시작한다.
보니까 새로 나온 자실장용 작은 샴푸였다.
"테에ㅡ엥 테츄ㅡ웅 갖고 싶어 갖고 싶어" 하며 작은 몸과 비슷한 정도인 그것

을 들고 놓지 않는다.
할 수 없지. 사줄게. 그렇지만 다음번은 없다?
그렇게 말하자 "테츄ㅡ! 테츄ㅡ! 테츄ㅡ웅!" 대단히 기뻐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자 곧바로 제 몸만 한 샴푸를 허겁지겁 들고 목욕행.
자실장용 장난감 샤워기를 틀어 씻기 시작했다.
"테! 테에...텟스ㅡ응..."
왠지 눈을 감고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잘은 모르지만 실장을 기분 좋게 하는 효과라도 있는 걸까.
희희낙락하면서도 찔끔찔끔 샴푸를 꺼내 머리카락을 씻는 자실장.
목욕을 끝내자 찰랑찰랑해진 머리카락을 거울로 흐뭇하게 보고
빙글빙글빙글 테츄ㅡ웅 테츄ㅡ웅 거리며 돌고 있다.
그래그래. 그렇게 맘에 들었니.
그 모습을 보니 장난을 치고 싶어진 나.

밤에 놀다 지쳐 잠든 자실장의 머리카락에 장난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다.
다시 부랴부랴 거울 앞으로 가는 자실장.
"테... 테에!? 테치이이이!?"
소리를 지른다. 다급하게 목욕을 하러 뛰어간다.
씹은 껌을 머리카락에 달라붙게 한 것이다.
울면서 달려간다.
목욕탕에 상황을 보러 가니 "테에...엥 테에...테츄우..."
훌쩍훌쩍 울면서도 좋아하는 샴푸를 써서 씻고 있었다.
점점 사라지는 자실장의 소중한 샴푸.

껌이 말끔히 없어졌을 무렵에는 샴푸가 전부 사라졌다.
거울을 보고 안심하지만 동시에 샴푸 안을 들여다보고 굳은 자실장.
"테...테에에...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 테치이이이이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나를 보자 텅 빈 샴푸를 들고 "테츄우... 테..." 젖은 눈으로 없어졌다고 호소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다음번은 없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니 다시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이거 참 덕분에 오늘도 즐거웠어. 나중에 몰래 샴푸를 사다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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