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실장석 가족의 점심식사 (참생데스웅)






댓글 8개:

  1. 한 인간이 애호파가 이 일가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적당히 올려졌을 때쯤 내려칠 것을 다짐하고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애호파가 '착한 아이'들이라고 해봤자 착한 실장석은 죽은 실장석 뿐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그의 오랜 신념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어느 날, 많은 동네 사람들이 휴가를 떠날 시즌인 무렵, 오히려 공원은 한적해진 것을 틈타 이 일가 앞에 나타났다.

    인간이 골판지 상자 앞에 멈춰 서서 그림자를 드리운다.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친실장은 발소리와 체취를 통해 평소 자신들을 돌봐주던 애호파가 아님을 즉각 인지한다.

    양질의 실장 푸드와 보호를 받아 옷과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고 살이 올라 있으나, 낯선 개체 앞에서는 본능적인 경계심을 유지하는 영리한 개체의 특성을 보인다.

    ​친실장은 상자 밖으로 무방비하게 뛰어나가지 않고, 입구에 반쯤 몸을 걸친 상태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데스... 처음 뵙는 닌겐상인 데스. 와타시의 일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 데스카?"

    ​과도한 아첨이나 먹이 요구를 배제한 채, 상대의 의중을 먼저 파악하려는 탐색 행동이다.

    이때 상자 안쪽에서 호기심을 느낀 자실장과 엄지실장이 얼굴을 내밀려 시도한다.

    ​"테치? 새로운 닌겐상인 테치?"

    "레치, 달콤달콤을 가져온 레치?"

    ​친실장은 즉시 팔을 뒤로 뻗어 새끼들을 제지하며 작고 단호한 소리를 낸다.

    ​"오마에타치, 나서지 말고 뒤에 얌전히 있는 데스. 낯선 닌겐상에게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되는 데스."

    ​친실장은 새끼들을 자신의 등 뒤 공간에 가두듯 위치시키고, 다시 인간의 얼굴과 손, 발의 움직임을 번갈아 올려다본다.

    위협이 감지될 경우 즉시 안으로 몸을 숨기거나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반신의 근육을 긴장시킨 채로, 인간의 다음 반응을 대기하고 있다.

    "얘들아 인간님이 오셨는데 버릇없이 인사도 안 할거야?"

    자실장 둘에 엄지 둘, 그리고 구더기 한 마리.

    이 친실장이 그의 도발에 모든 자들을 내게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이 일가를 전부터 보고 있었다.

    어찌됐든 오늘 이 일가를, 이들 실장석들 말을 빌려 이들 분에 넘치는 표현으로 하자면야, 실각시키려는 것이다.

    인간의 입에서 약간 격양된 어조로 추궁하듯 재촉하는 말이 흘러나오자 친실장의 붉은색과 녹색의 양쪽 안구에서 동공이 급격히 수축한다.

    상대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애호파가 아님을 확신한 친실장은 즉시 방어 기제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녀는 인간의 모욕에 분노하여 항의하는 대신, 자신의 몸을 더욱 웅크려 상자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으려 시도한다.

    ​"데... 데스... 닌겐상, 오해가 있으신 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아직 너무 어려 닌겐상의 고귀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데스. 부디 이대로 지나가 주시길 바라는 데스..."

    ​친실장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이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애쓴다.

    그러나 인간의 달콤한 어조와 '인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미의 통제력보다 어린 개체들의 본능적인 호기심과 식욕을 자극하는 데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어미의 등 뒤에서 억눌려 있던 장녀 개체(자실장)가 칭얼거리며 어미의 팔을 밀쳐내기 시작한다.

    ​"테치! 마마, 비키는 테치! 닌겐사마가 와타시타치를 부르시는 테치! 인사를 안 하면 화를 내시는 테치!"

    ​영리한 친실장과 달리 아직 경험이 부족한 자실장은, 인간의 부름에 응답하면 이전처럼 보상(단것)이 주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회로를 작동시킨다. 친실장이 당황하여 "데기잇! 안 되는 데스! 뒤로 가는 데스!"라며 장녀를 다시 잡아끌려 하지만, 그 틈을 타 차녀(자실장)와 엄지실장들마저 상자 입구 쪽으로 고개를 내민다.

    장녀는 마침내 어미의 구속을 뿌리치고 인간의 시야가 닿는 상자 바깥으로 한 걸음 걸어 나온다.

    그리고는 엉성하게 치맛자락을 쥐고 고개를 숙이며 아첨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테츄웅~ 닌겐사마, 처음 뵙는 테치! 와타시는 이 집에서 가장 똑똑하고 귀여운 장녀인 테치! 마마가 멍청해서 무례를 범한 테치. 착한 와타시가 대신 인사하는 테치!"

    ​자신의 어미를 깎아내리면서까지 눈앞의 거대한 포식자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어린 개체 특유의 얕은 생존 본능과 탐욕이 발현된 행동이다.

    그 뒤로 차녀와 엄지실장 두 마리, 그리고 친실장의 품에서 빠져나온 구더기실장 한 마리까지 꼬물거리며 상자 입구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어 인간을 올려다본다.

    ​친실장은 통제를 벗어난 새끼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을 보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데아아..." 하는 절망적인 신음을 흘린다.

    "뒤에 자실장 한 마리가 더 있네? 아, 독라인걸 보니 노예인가?"

    그는 짐짓 굉장히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과장하여 드러냈다.

    어미인 친실장은 아마 어색함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순진한 자실장을 그랬을까?

    인간이 무리 뒤편에 있는, 머리카락도 옷도 없는 독라를 가리키며 '노예'냐고 묻는다.

    ​친실장의 적록색 눈동자가 일순간 불안하게 요동친다.

    인간의 말투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친실장은, 독라에 대한 언급이 자칫 일가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느낀 듯 다급하게 앞으로 나선다.

    ​"데, 데스앗! 닌겐상, 오해이신 데스! 저 자는 노예가 아닌 데스! 우리 일가의 소중한..."

    ​하지만 옷을 입은 장녀가 친실장의 말을 가로채며 해맑은 표정으로 앞으로 튀어나온다.

    장녀는 인간의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인간이 몰라서 오해했다고 믿으며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테에? 닌겐사마, 똥노예라니 당치도 않은 테치! 차녀는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용감한 와타시의 이모토토(여동생)인 테치!"

    ​장녀는 헐벗은 차녀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으며 외친다.

    ​"며칠 전에 무서운 까마귀 씨가 우지챠(구더기)를 물어가려고 하우스를 덮친 테치! 그때 차녀가 몸을 던져서 우지챠를 구한 테치! 하지만 그 탓에 까마귀 씨의 발톱에 예쁜 머리카락이 다 뽑혀버리고, 실장석에게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옷씨마저 갈기갈기 찢겨 빼앗겨버린 테치! 그래서 지금 저런 모습이 된 테치."

    ​장녀는 동생이 겪은 참혹한 사고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며, 인간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동생을 칭찬하고 상으로 새 옷과 단것을 줄 것이라 기대하듯 눈을 반짝인다.

    독라 차녀 역시 언니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양볼을 붉히며 "테에에..." 하고 수줍게 몸을 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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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는 따스하고 친절하게 웃는 표정을 하고서 나직하고 평온한 톤의 목소리로 가볍게 읊는다.

    "친실장아, 만약 내가 이 중에 딱 한 마리만 살려준다면 어떤 자가 가장 좋을까?"

    살려준다는 것을 흔히 들실장들이 꿈꾸는 사육실장이 된다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었는지 장녀를 비롯해 어린 자들의 반응이 아주 가관이다.

    친실장만이 뭔가를 눈치챈듯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얼어붙는다.

    인간의 입가에 머문 따스한 미소와 평온한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온 '살려준다'는 단어의 진의를 파악한 친실장의 적록색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크게 팽창한다.

    '살려준다'는 것은 곧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는 '죽는다'는 뜻임을 영리한 어미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듯 굳어버린 어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지만, 공포에 질린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미의 절망적인 침묵과 달리, 발밑의 새끼들은 인간의 말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고 만다.

    '살려준다'는 표현을, 차가운 공원 생활을 끝내고 인간의 따뜻한 하우스에서 보살핌을 받는 '사육실장'으로 거두어 주겠다는 축복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일반적인 들실장 무리였다면 이 순간 서로를 짓밟고 자신이 선택받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였겠지만, 이들은 유별나게 가족애가 강하고 선량한 양충들이다.

    새끼들은 기쁨에 들떠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내 인간의 발밑에서 눈물겨운 양보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조금 전까지 헐벗은 동생을 자랑하던 장녀다.

    장녀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꼭 쥐고 한걸음 물러서며, 독라 상태인 차녀의 등을 인간 쪽으로 살짝 떠민다.

    ​"테... 닌겐사마, 와타시보다 차녀를 데려가 주시는 테치. 차녀는 옷씨도 머리카락도 없어서 다가올 겨울을 버티기 힘든 테치. 닌겐사마의 따뜻한 하우스에 가면 차녀가 춥지 않을 수 있는 테치."

    ​장녀의 순진하고 이타적인 양보에, 등이 떠밀려 나온 독라 차녀는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테에엥! 안 되는 테치! 닌겐사마, 저런 멍청한 오네챠의 말은 듣지 마는 테치. 와타시는 못생긴 똥독라니까 공원에 남는 테치. 제일 똑똑하고 마마를 잘 돕는 장녀 오네챠를 데려가 주시는 테치...!"

    ​서로를 아끼는 두 언니의 모습을 보며 엄지실장들 역시 인간을 올려다보며 해맑게 거든다.

    ​"레치! 오네챠들이 닌겐상의 하우스에 가면 좋겠는 레치! 와타치들은 마마와 함께 공원에 남아도 괜찮은 레치!"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죽음의 위협은 꿈에도 모른 채, 오직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기만을 바라며 순수하게 서로를 추천하고 있다.

    ​친실장만이 이 눈물겹고 아름다운 가족애의 현장 속에서 홀로 사색이 된 채 덜덜 떨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겠다며 양보하는 새끼들의 착하고 순진한 모습과, 그 위에서 자애롭게 웃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친실장의 눈에서는 절망적인 피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친실장아, 너한테 물어본거야. 어떤 자가 괜찮을거 같아?"

    여전히 애호파의 그것처럼, 목소리만은 그 무뚝뚝하고 감정 없는 표정과 상반되게 온후하다.

    인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친실장을 향해 꽂힌다.

    다정하게 포장된 그 목소리가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족쇄가 되어 어미의 숨통을 조여온다.

    ​자신을 향해 고정된 인간의 시선 앞에서, 친실장은 털썩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린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로 인해 가슴속의 위석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찌릿찌릿한 통증을 보내기 시작한다.

    ​"데... 데에엥... 닌겐상... 제발... 제발 부탁인 데스..."

    ​친실장은 덜덜 떨리는 양손을 모아 미친 듯이 비벼대며 싹싹 빌기 시작한다.

    적록색의 두 눈에서는 굵은 피눈물이 섞여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려 흙바닥을 흉하게 적신다.

    ​"와타시의 자들은 모두 서로를 아끼는 착한 자들인 데스... 도저히 누구 하나 고를 수 없는 데스... 차라리 늙고 멍청한 와타시의 목숨을 거두고, 자들은 모두 살려주시는 데스... 제발 자비로운 닌겐상... 제발 부탁인 데스..."

    ​어미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새끼들 전체의 생존을 구걸하는, 어미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필사적인 방어 행동을 취한다.

    ​그 처절한 애원에, 방금 전까지 해맑게 웃으며 서로의 등을 떠밀던 새끼들도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테에...? 마마, 왜 우는 테치? 닌겐사마가 우리를 춥지 않은 하우스로 데려가 주신다고 한 테치..."

    ​장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엎드린 친실장의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긴다.

    독라 차녀와 엄지들 역시 서로의 손을 꼭 쥐고 겁먹은 눈으로 울부짖는 어미와 조용히 미소 짓는 인간을 번갈아 올려다본다.

    ​하지만 친실장은 새끼들을 안심시킬 여력조차 없이, 그저 이마가 짓무르고 찢어지도록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엎드려 울 뿐이다.

    "내 기분을 망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니 자들이 불안해하잖아? 마지막은 편하게 보내는 게 낫지 않겠어? 자는 또 낳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너네?"

    여전히 목소리나 어조만큼은 굉장히 상대방(물론 실장석일 뿐이다)을 위한다는 듯한, 분위기만 봐선 온후하고 듣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톤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뭔가 엄청난 애호파가 친실장에게 자를 정말 사육실장으로 요구하는 장면처럼 보였을 정도로.

    그 탓인지 자들의 행복회로는 조금 더 유지되었다.

    "물론 그것조차도 네가 그런 식이면 안 될수도 있고^^”

    인간의 나직하고 온후한 음성이 상자 앞의 공기를 채운다.

    내용의 잔혹성과 완벽하게 분리된 그 다정하고 따뜻한 어조는, 새끼들의 뇌 속에 자리 잡은 '행복 회로'를 다시금 견고하게 가동시키는 촉매로 작용한다.

    ​어미의 이상 행동에 잠시 불안감을 느끼던 새끼들은 인간의 다정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내 안도하며 경계를 푼다. .

    장녀가 바닥에 엎드린 친실장의 어깨를 작은 손으로 두드리며 달래듯 말한다.

    ​"테에... 마마, 울지 마는 테치. 닌겐사마가 저렇게 상냥하게 묻고 계시는 테치. 와타시타치가 걱정돼서 그러시는 테치."

    ​새끼들은 '마지막을 편하게 보낸다'는 말을 차가운 공원 생활의 마지막으로, '자는 또 낳으면 된다'는 말을 자신들이 사육실장으로 떠난 후 어미가 공원에서 새 동생들을 낳아 기르면 된다는 뜻으로 철저하게 오독하고 있다.

    ​반면, 덧붙여진 인간의 마지막 한마디에 친실장의 사고는 완전히 정지된다.

    저항이나 구걸을 계속할 경우, 눈앞의 단 한 마리조차 살릴 수 없으며 일가 전체가 그 자리에서 파멸할 것이라는 명백한 최후통첩.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오열하던 친실장의 움직임이 뚝 멎는다.

    그녀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내어 구걸하지 않는다.

    회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앞에서, '착하고 이타적인 가족'이라는 포장지가 벗겨지고 실장석 특유의 얄팍한 생존 본능과 가치 판단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친실장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녀의 시선이 해맑게 웃고 있는 자신의 새끼들을 훑는다.

    자신을 희생해 동생을 구했다는 독라 차녀는 기특하지만, 옷과 머리카락이 없기에 생물학적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든 '하자 있는' 개체다.

    반면 장녀는 옷과 머리카락이 온전하며 발육이 가장 뛰어나다.

    ​친실장의 뇌리에는 결국 가장 건강하고 가치 있는 개체를 선택해야 일가의 명맥이 (사육실장으로서라도) 가장 확실하게 보존될 것이라는 본능, 혹은 가장 흠집 없는 자를 바쳐야 인간의 환심을 사서 나머지 일가라도 무사할 수 있다는 실장석 특유의 타산적인 생존 논리가 지배하게 된다.

    ​덜덜 떨리는 친실장의 짧은 팔이 서서히 들어 올려져, 한 마리를 가리킨다.

    ​"데... 이... 장녀인 데스... 장녀를 데려가 주시는 데스..."

    ​목이 쉬어 쇳소리만이 간신히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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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목을 받은 장녀는 조금 전까지 동생을 양보하던 태도를 싹 지운 채, 자신이 드디어 인간의 하우스로 가게 되었다고 굳게 믿으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뛴다.

    ​"테에엣! 마마, 잘 생각한 테치! 닌겐사마, 들은 테치? 역시 마마도 이 일가에서 가장 고귀하고 예쁜 장녀인 와타시를 선택한 테치! 차녀, 엄지챠들! 공원 생활은 마마를 잘 부탁하는 테치!"

    ​장녀는 티 없이 맑은 표정으로 남겨질 동생들에게 손을 흔든다.

    친실장은 자신이 내린 본능적인 선택에 짓눌려, 차마 환호하는 장녀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다시 흙바닥으로 고개를 처박으며 소리 없는 핏방울을 뚝뚝 흘린다.

    그러면 그는 이제 장녀를 천천히 집게 손가락으로 안아올리듯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올린다.

    인간의 커다란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이 장녀의 양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가볍게 들어 올린다.

    ​"테츄웅~ 마침내 와타시의 진가를 알아보신 테치! 닌겐사마, 어서 와타시를 푹신푹신한 가방에 모시는 테치!"

    ​장녀는 전혀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인간이 장녀를 가방 안에 넣고 수면 가스인 '네무리'를 분사하자, 들이마신 즉시 장녀의 눈동자가 풀리며 "스우... 테어..." 하는 얕은 숨소리와 함께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진다.

    약물에 의한 즉각적인 신경 마비와 수면 작용이다.

    ​친실장과 남은 새끼들은 장녀가 무사히 인간의 가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비록 자신들은 버려졌지만 가족 중 하나는 사육실장으로 구원받았다는 비극적 안도감에 휩싸여 있다.


    "그럼 할 일을 해볼까?"

    구더기를 먼저 밟는다.

    "구더기는 내 취향이 아니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마는 ㅋㅋ”
    ​그러나 곧이어 인간의 건조한 혼잣말과 함께 거대한 신발 밑창이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다.

    ​"레후~? 닌겐상, 우지챠도 가방에 들어가는..."

    ​바닥에서 꼬물거리며 인간의 발끝을 향해 기어가던 구더기실장의 위로 신발이 자비 없이 내리꽂힌다.

    ​'찌접-' 하는 둔탁한 파열음이 공기를 찢는다.

    얇은 피막으로 이루어진 구더기실장의 육체가 물리적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간다.

    체내에 응축되어 있던 적록색 혈액과 녹색의 미소화된 분변, 그리고 내장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생명 유지의 핵심 기관인 위석이 바스라지는 미세한 소리가 뒤따른다.

    구더기실장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의 흉측한 얼룩으로 전락한다.

    ​"데... 데기아아아아앗! 우... 우지챠아아앗!"

    ​친실장의 적록색 눈동자가 뒤집어지며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 반응으로 인해 친실장의 괄약근이 열리며 다량의 묽은 녹색 배설물이 흙바닥에 쏟아진다.

    ​"테에에엥! 우지챠가 터져버린 테치!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닌겐사마가 무서운 악마로 변한 테치!"

    "레삐이이익! 살려주는 레치! 살려주는 레치이!"

    ​얼굴과 몸에 동족의 파편을 뒤집어쓴 독라 차녀와 엄지실장들 역시 제자리에 선 채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른다.

    도주나 은폐 등 생존을 위한 유의미한 행동은 완전히 마비된 채, 그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녹색 똥을 지리며 울부짖는 전형적인 공포 반응만이 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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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인간의 커다란 손이 바닥에 주저앉아 녹색 똥을 지리며 떨고 있던 엄지실장들 중, 유독 체구가 작고 연약해 보이는 개체를 낚아챈다.

    ​허공으로 들린 엄지실장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인간의 손가락은 개체가 태어날 때부터 피부처럼 입고 있던 앙증맞은 녹색 옷을 끄트머리부터 잡아 단숨에 벗겨버린다.

    ​"레... 뺘아아아아앗! 와타치의 옷씨! 목숨보다 소중한 옷씨가아앗!"
    ​실장석에게 옷을 빼앗겨 독라(알몸)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심을 넘어선, 생존의 뿌리가 뽑히는 극단적인 공포다.

    특히 스트레스 내성이 턱없이 낮은 엄지실장의 경우, 이 충격만으로도 가슴속의 위석이 '파킨'하고 깨지며 즉사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인간은 알몸이 되어 바들바들 떠는 엄지실장을 바닥에 툭 내려놓고는, 그 눈앞에서 방금 벗겨낸 작은 녹색 옷을 손가락 끝으로 쥐고 얄밉게 팔랑거리며 흔들기 시작한다.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헐떡이던 엄지실장은, 제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자신의 생명줄(옷)을 보자 한계에 달한 심장으로 필사적인 행동을 취한다.

    ​"레에에엥! 닌겐상, 제발 돌려주는 레치! 그게 없으면 와타치는 죽어버리는 레치이! 똥노예가 되어도 좋으니 옷씨만은 돌려주는 레치이!"

    ​엄지실장은 적록색 눈물과 콧물을 엉망으로 쏟아내며, 허공에 펄럭이는 옷자락을 붙잡기 위해 짧은 팔을 뻗고 폴짝폴짝 뛰며 인간의 손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그 처절한 몸부림은 언제 심장이 터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워 보인다.

    ​그 가학적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독라 차녀가, 결국 극한의 공포를 억누르고 바닥에서 튀어나온다.

    자신이 까마귀에게 당했던 끔찍한 독라의 고통을 연약한 동생이 똑같이 당하는 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선량한 개체(양충) 특유의 이타심이 발현된 것이다.

    ​"테에에엑! 닌겐상, 멈추는 테치! 엄지챠는 너무 약해서 독라가 되면 당장 파킨해버리는 테치! 제발 옷씨를 돌려주는 테치!"

    ​차녀는 인간의 거대한 신발 코에 자신의 맨몸을 부딪치며 가로막는다.

    ​"엄지챠를 괴롭히지 마는 테치! 차라리 이미 똥독라인 와타시를 때리고 짓밟는 테치! 엄지챠는 살려주는 테치이!"

    ​자신 역시 보호받지 못하는 연약한 독라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차녀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포식자의 발등을 작은 두 주먹으로 콩콩 내리치며 처절하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옷을 쥐고 흔들던 반대쪽 손을 뻗어, 발등을 내리치며 항의하던 독라 차녀의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날린다.

    치명적인 신체 훼손은 피하면서도 소형 개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히 정교하게 계산된 타격이다.

    ​"테벳!"

    ​짧은 마찰음과 함께 차녀는 뒤로 나동그라져 흙바닥을 구른 채 일시적인 충격에 몸을 웅크린다.

    ​그 직후, 인간의 손에서 섬뜩한 파열음이 울린다.

    허공에서 흔들리던 엄지실장의 앙증맞은 녹색 옷이 양옆으로 무참히 찢겨 나간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옷씨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엄지실장의 적록색 동공이 공포로 극도로 확장된다.

    ​인간의 행동은 지체 없이 이어진다.

    찢어진 옷 조각을 버린 손이 곧바로 엄지실장의 머리로 향한다.

    "뿌득" 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엄지실장의 소중한 앞머리가 통째로 뜯겨 나간다.

    두피에서 적록색 핏방울이 맺히기도 전에, 인간은 남은 뒷머리를 움켜쥐어 엄지실장을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린다.

    ​"레... 레기아아아아앗! 아픈 레치이! 머리카락씨가아아앗!"

    ​단 몇 초 만에 옷을 잃고 앞머리마저 뜯겨나가며 강제로 '독라'의 지위로 추락한 엄지실장은 뒷머리가 잡힌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두피가 찢어지는 물리적인 고통과, 옷과 머리카락을 상실했다는 극단적인 정신적 수치심이 동시에 덮치며 엄지실장의 스트레스 수치는 임계점을 돌파한다.

    사지가 경련하듯 떨리고, 가슴속의 위석에 치명적인 금이 가기 직전의 위태로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련의 가학적인 상황에 사고가 정지해 있던 친실장이, 허공에서 들려오는 엄지의 처절한 비명에 그제야 현실을 자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데... 데아아아앗! 닌겐상, 멈춰주시는 데스! 제발 멈춰주시는 데스!"

    ​친실장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한 채 다급하게 바닥을 기어 와 인간의 신발 앞코에 머리를 찧으며 애원한다.

    ​"엄지챠는 너무 약해서 머리카락이 뜯기면 아파서 파킨해버리는 데스! 제발 그 손을 놓아주시는 데스... 와타시의 몸을 찢고 눈알을 뽑아도 좋으니 소중한 엄지챠만은 살려주시는 데스우우!"

    ​어미는 자신이 당할 수 있는 끔찍한 고통을 담보로 내걸면서까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발버둥 치는 연약한 새끼를 구하기 위해 처절하게 구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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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말 그래도 괜찮아? ㅋㅋ 눈이 없어지면 자는 다시 못 낳게 되잖아.”

    인간의 조롱 섞인, 그러나 실장석의 생물학적 치명타를 정확히 찌르는 질문에 친실장의 처절한 애원이 일순간 멎는다.

    ​실장석에게 있어 양쪽 안구는 단순한 시각 기관을 넘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번식 기관이다.

    눈알을 잃는다는 것은 영구적인 번식 능력의 상실을 의미하며, 이는 끊임없이 자를 낳고자 하는 실장석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완벽하게 위배되는 일이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눈알을 뽑아도 좋으니 새끼를 살려달라며 흙바닥에 머리를 찧던 친실장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버린다.

    그녀의 적록색 눈동자가 허공에 매달린 엄지실장과 인간의 얼굴 사이를 불안하게 오가며 심하게 요동친다.

    ​"레... 뺘아아앗! 마마! 아픈 레치! 머리가 찢어지는 레치이! 빨리 와타치를 구해주는 레치!"

    ​뒷머리가 쥐어진 채 대롱대롱 매달린 엄지실장이 발버둥 치며 고통스러운 단말마를 내지르지만, 친실장의 입에서는 즉각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미로서의 보호 본능과, 자신의 번식 능력을 온전히 보존하고자 하는 개체의 이기적인 본능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뇌 회로에 마비가 온 것이다.

    ​"데... 데에... 그, 그것은..."

    ​친실장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며 말끝이 흐려진다.

    그 짧은 망설임과 침묵은, 이미 옷과 앞머리를 잃어 생물학적 가치와 생존 확률이 바닥으로 떨어진 엄지실장 하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구적인 번식 능력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실장석 특유의 타산적인 계산이 끝났음을 보여준다.

    ​딱밤을 맞고 쓰러져 있던 독라 차녀마저 고통을 참고 몸을 일으키다 말고, 대답을 주저하며 시선을 피하는 어미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본다.

    "테에...? 마마... 왜 가만히 있는 테치? 빨리 닌겐상에게 눈씨를 주고 엄지챠를 구하지 않고 뭘 하는 테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양충 성향의 차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질문하지만, 친실장은 그저 핏기 가신 얼굴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깐 채 부들부들 떨며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엄지야. 니가 계속 살아 있어야 다른 작은 똥엄지가 살 기회가 있단다^^"

    그는 들고 있던 반독라가 된 엄지를 차녀에게 돌려준다.

    "차녀야. 그 엄지를 직접 씹어 먹으렴. 머리만 남을때까지 살아있으면 이쯤 하고 돌아가 줄게^^”

    인간은 허공에 매달려 버둥거리던 반독라 상태의 엄지를, 흙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차녀의 품으로 툭 던져준다.

    ​옷이 찢기고 앞머리가 뽑힌 채 피투성이가 된 엄지는 차녀의 품에 떨어지자마자 살았다는 듯 안도하며 파고든다.

    하지만 이내 귓가에 맴도는 인간의 온화하고 잔혹한 명령에 차녀의 적록색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지며 심하게 요동친다.

    ​동생을 지키려 나섰던 착한 마음과, 눈앞의 동생을 산 채로 뜯어먹어야만 다른 동생이 살고 일가 전체가 무사할 수 있다는 끔찍한 조건이 차녀의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한다.

    ​차녀는 덜덜 떨며 고개를 돌려 친실장을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눈알을 바칠 수 없어 침묵을 택했던 어미는, 자신의 눈을 지켰다는 안도감과 새끼가 새끼를 잡아먹어야 하는 참상을 마주한 죄책감이 뒤섞인 흉측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어미조차 자신을 도와주지 않고, 인간의 명령을 거역할 힘도 없는 완벽한 고립 상태.

    ​"레에엥... 오네챠... 무서운 레치... 닌겐상이 이상한 말을 하는 레치..."

    ​품 안에서 피를 흘리며 올려다보는 엄지의 얼굴과, 그 뒤에서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또 다른 엄지의 모습이 차녀의 눈에 번갈아 들어온다.

    결국 가족을 위한다는 양충의 이타심은, 극한의 공포와 포식자의 강압 앞에서 '다 같이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 자기합리화로 끔찍하게 비틀려버린다.

    ​"테... 테에엥... 미안한 테치... 다들 살기 위해서인 테치... 닌겐사마가 약속한 테치..."

    차녀의 입에서 처절한 울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녀는 품에 안은 엄지의 다리 쪽을 향해 크게 입을 벌린다.

    ​"레... 레삐약? 오네챠...? 무슨 짓을 하는 레... 갸아아아아앗!!"

    ​차녀의 이빨이 엄지의 연약한 다리를 파고들며 뜯어낸다.

    얇은 살점이 찢어지며 엄지의 체내에서 적록색 피가 왈칵 쏟아져 차녀의 입가와 턱을 붉고 푸르게 물들인다.

    살아있는 채로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에 엄지의 눈알이 뒤집어지며 귀를 찢는 단말마가 공원에 울려 퍼진다.

    ​차녀는 구역질을 참아가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씹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머리만 남을 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차녀는 생명에 지장이 덜 가는 하반신부터 으적으적 씹어 삼키기 시작한다.

    ​"레기아아앗! 아픈 레치! 오네챠 먹지 마는 레치! 살려주는 레치이이!"

    ​발버둥 치는 엄지의 비명과, 살점과 뼈가 짓눌리는 끔찍한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남겨진 다른 엄지는 제자리에 선 채 녹색 똥을 지리며 거품을 물기 직전이고, 어미인 친실장은 양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은 채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부들부들 떨 뿐이다.

    ​인간의 다정한 미소 아래, 가장 끈끈해 보였던 일가의 유대는 동족 상잔이라는 가장 끔찍한 형태로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차녀의 턱을 타고 끈적한 적록색 피와 내장 잔해들이 쉴 새 없이 뚝뚝 떨어진다.

    뼈와 살점을 억지로 씹어 삼키느라 목구멍은 찢어질 듯 부어올랐고, 동족을, 그것도 자신이 가장 아끼던 동생을 생으로 씹어 넘긴 위장에서는 끊임없이 경련과 함께 스트레스성 구토가 밀려온다.

    하지만 차녀는 구역질을 모조리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핏물을 삼켜 넘긴다.

    여기서 토해내면 모든 희생이 수포가 될 것이라는 강박 때문이다.

    ​마침내 엄지의 목 아래, 마지막 흉부 살점까지 차녀의 입속으로 사라진다.

    차녀의 덜덜 떨리는 두 손에는 오직 처참하게 절단된 엄지의 '머리'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테... 헉... 테욱... 닌겐사마... 다, 다 먹은 테치..."

    ​차녀가 피눈물을 흘리며 인간을 향해 엄지의 머리를 들어 올린다.

    ​엄지는 살아있는가? 놀랍게도, 혹은 저주스럽게도 아직 숨이 붙어있다.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위석이 있는 머리와 가슴 일부를 피해 조심스럽게(?) 뜯어먹은 차녀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허공에 들린 엄지의 적록색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탁하게 풀려있지만, 반쯤 열린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인다.

    ​"레... 레에... 오네... 챠... 아픈... 레치... 왜... 와타치를... 먹은... 레치..."

    ​자신을 잡아먹은 언니에 대한 원망과 끔찍한 고통만이 남은, 생명의 끄트머리에서 짜내는 희미하고 처절한 목소리다.

    ​차녀는 그 원망 섞인 목소리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한 죄책감을 느끼며 오열한다.

    ​"테에엥! 미안한 테치! 미안한 테치! 하지만 엄지챠 덕분에 다른 엄지챠와 마마가 살 수 있는 테치! 닌겐사마, 보시는 테치! 엄지챠는 아직 살아있는 테치! 약속을 지킨 테치! 이제 제발 돌아가 주시는 테치!"

    ​차녀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인간을 올려다보며, 동생의 끔찍한 희생을 대가로 마침내 일가의 안전을 샀다고 믿고 절박하게 외친다.

    ​하지만 동족이자 믿었던 언니에게 산 채로 뜯어먹혔다는 절망감과 극한의 육체적 고통은, 이미 연약한 엄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초과한 상태였다.

    차녀가 인간을 향해 약속을 지켰다며 애원하던 바로 그 순간.

    ​파킨-

    ​차녀가 쥐고 있던 엄지의 머릿속에서, 생명의 근원인 위석이 한계에 달해 산산조각 나는 맑고 서늘한 파열음이 공명한다.

    ​"레......"

    ​달싹이던 엄지의 입술이 멈추고, 동공에서 마지막 생기의 빛이 완전히 꺼져버린다.

    조건(머리만 남을 때까지 살아있을 것)을 달성했다고 믿고 안도하며 인간에게 확인을 받으려던 바로 그 찰나에, 엄지는 결국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절명해버리고 만 것이다.

    ​차녀의 두 손에 남은 것은 이제 생명을 잃은 동생의 싸늘한 고깃덩어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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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친실장아 ㅋㅋ 사실 오늘 니 자들 다 죽이고 니 눈알 하나 가져갈 생각이었어. 니 위석은 빼서 죽지 못하게 처리하고. 근데 오늘 니들이 재밌게 해주었기에 가져가는 니 장녀만 위석처리하고 두고 두고 고문하는 걸로 참아줄게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바이바이-"

    ​인간의 마지막 말은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온화한 껍데기를 완전히 벗어던진, 순수한 악의와 조롱으로 가득 찬 선고였다.

    인간은 발길을 돌려 떠날 채비를 한다.

    인간의 손에 들린 가방 안에는 약물에 취해버린 장녀가 들어있다.

    ​방금 전까지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친실장의 뇌리에 인간의 조롱이 천둥처럼 꽂힌다.

    ​친실장은 압도적인 포식자 앞에서 어떠한 저항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끔찍한 공포 속에서도 순순히 굴복하여 자신이 가장 아끼고 우수한 장녀를 바쳤다.

    자신들이 겪을 해코지를 피하고, 장녀 하나만이라도 안락한 곳으로 보내 일가의 명맥을 이으려 했던 어미로서의 처절한 타산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선고는 그 알량한 생존 전략조차 완벽하게 짓밟아버렸다.

    자신이 저항을 포기하고 바친 장녀는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원래 어미인 자신이 받아야 했을 '죽지 못하는 영원한 고문'을 대신 받기 위해 지옥으로 끌려간 것이다.

    ​자신이 하나라도 살려보겠다고 머리를 조아리고 굽실거리며 선택했던 그 모든 굴종이, 사실은 가장 사랑하는 자를 끝없는 고통의 구렁텅이로 직접 쳐박는 완벽히 무의미하고 멍청한 짓이었다는 끔찍한 진실이 친실장의 위석을 강타한다.

    ​"데... 데히익... 아, 아닌 데스... 하나라도... 장녀 하나만이라도 편해질 줄 알았던 데스..."

    ​친실장은 흙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발작적으로 경련한다.

    ​"데갸아아아앗! 의미 없었던 데스! 저항해 봐야 소용없다고 굽실거린 것도! 장녀를 바친 것도! 전부 아무 의미도 없었던 데스으으! 와타시의 처절한 선택이 장녀를 지옥으로 보낸 데스으으으!!"

    ​어미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찢어질 듯한 절규를 토해내는 그 지옥 같은 광경 속에서, 구석에 웅크려 덜덜 떨고 있던 남은 엄지실장의 한계가 찾아온다.

    눈앞에서 자매가 언니에게 산 채로 뜯어먹히고, 어미가 미쳐서 절규하며, 거대한 포식자가 악마처럼 웃으며 떠나는 이 완벽한 절망의 콜라주.

    연약한 엄지의 뇌와 심장은 이 끔찍한 스트레스 수치를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

    ​"레... 삐기기긱..."

    ​짧고 기괴한 경련과 함께 엄지의 가슴속에서 파킨- 하고 맑고도 서늘한 파열음이 공명한다.

    극도의 공포로 인해 생명의 근원인 위석이 스스로 부서져 버린 것이다.

    엄지는 입에서 녹색 거품을 게워내며 흙바닥에 쓰러져 그 자리에서 절명한다.

    ​그 맑은 파열음에,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빈손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차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방금 숨을 거둔 엄지의 사체가 차녀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녀는 인간이 '이쯤 하고 돌아가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하려고, 남은 가족이라도 살려보려고 발버둥 치는 동생을 억지로 씹어 삼켰다.

    하지만 장녀 언니는 영원한 생지옥으로 끌려갔고, 살리려 했던 남은 동생마저 공포에 질려 파킨해버렸다.

    ​자신이 그 끔찍한 구역질을 참아가며 저지른 동족 상잔의 죗값이, 그 어떤 생명도 연장시키지 못했다.

    그 지독하고도 완벽한 '무의미함'이 선량했던 차녀의 이성을 완전히 끊어버린다.

    ​"테... 테에... 다 소용없었던 테치... 와타시가 엄지챠를 먹은 것도... 마마가 굽실거린 것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테치..."

    ​차녀는 자신이 씹어 삼켰던 엄지의 핏물과 살점이 묻은 입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더듬는다.

    동생의 피 맛과, 살기 위한 발버둥이 전부 한낱 유희에 불과했다는 모멸감이 뇌를 태워버린다.
    ​"테헤... 테, 테프프... 똥마마도 와타시도 전부 헛짓거리만 한 테치... 테하핫! 테프프픗!"

    ​충격을 견디지 못한 차녀의 입에서 넋이 나간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바닥에 남은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덧그리며 실성한 듯 웃기 시작한다.

    가방을 들고 멀어지는 인간의 뒷모습 뒤로, 피와 녹색 배설물로 얼룩진 하우스 앞에는 철저히 농락당한 어미의 절규와 실성한 자실장의 웃음소리만이 끔찍한 불협화음을 이루며 공원에 울려 퍼진다.

    일가의 '실각'은 인간의 의도대로 완벽하고도 지독하게 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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