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참문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참문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메로리 - (1) 메로리가 있는 세계

 

로젠 사와 메이든 사를 인수합병하고 급속도로 성장한 CP 테크놀러지.
실장 3D 프린터, 위석 2.0, 일제 구제 음파병기 등을 개발하며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회사의 상승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위층 애호파들의 시장 규제.
산업 스파이들의 기술 유출.
가격으로 압도하는 중국 신생 회사들.
악재가 계속되었다.

...그렇게 CP 테크놀러지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의 회사를 구해낸 것은, 획기적인 개념의 신상품.

메로리.

201X년 등장한 이 상품은 회사의 운명, 넓게는 실장석 업계를 바꿔 놓았다.
아니... 실장석들이란 존재 자체의 운명을 영원히 뒤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보기에 이 제품은 다른 콘페이토 계열 제품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이 맛보더라도 ‘뭐야, 그냥 싸구려 콘페이토잖아’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메로리의 진가는 실장석의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발휘된다.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회로에서 추출된 성분을 발효/건조시켜 만들어낸 화학 성분이 실장석의 뇌에 침투,
행복하다는 생각만을 하게 만든다.
이 ‘행복해’ 상태는 투약량에 따라 담배를 피는 시간만큼 짧을수도 있고,
하루 종일 계속될 수도 있다.
행복 환각의 강도 역시 제품을 따라 조종할 수 있다.
즉효성을 사용하면 한번에 자위 중 절정과 동급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지속성을 사용할 경우엔 적당한 행복감을 느끼며 무념무상 상태가 된다.

그렇다.
메로리란 것은, 인간으로 치면 마약에 불과하다.
당연히 애호파들은 이런 물건에 반대하겠지?
-그럴 리가 있나. 당신은 애호파들을 너무 좋게 보고 있다.
태생부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기생충에 불과한 실장석.
그 유일한 방어기재인 ‘아첨’에 걸려든 게 애호파다.
어떻게든 실장석에게만 이득인 일방적 관계였지만... 
메로리의 등장은 판을 바꾸었다.
애호파는 자신이 원하는 실장석의 모습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실장석의 몸과 마음의 자유를 대가로.
여기 이 가정을 보자.

평범한 애호파 독신남이 사는 집.

“데에.....”
“테..... 테치? 테츄우.....”

사육용 수조 안엔 성체 실장과 자실장 두 마리가 들어 있다.
조용하다.
실장석답지 않게.

보통 일가는 테치테치 데스데스 시끄럽다. 대낮인 지금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행복이니 산책이니 사육실장의 일이니 하고 떠들어야 한다.
하지만 왜 이들은 침묵하는가...

“데.....스?”
“테휴.....”

실장석들은 현관문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동공이 풀리고, 빛이 바랜, 영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눈으로.
그 어떤 의미 있는 움직임이나 감정 표현도 없이.
마치 인형처럼.

철컥.

“아~ 끝났다. 끔찍한 금요일이 끝났어!”

사육주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실장석들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데스우, 데스데스! 데뎃데 데스데스!”
“테치, 테치테치! 테츄아! 테에에에엥!”
“테에엥, 테치테치! 테-에-치!”

주인은 수조 쪽을 살펴본 뒤 말한다.

“아~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

-주인은 노 링갈 애호파이기에 알지 못했다. 
초짜 브리더라도 읽을 수 있는, 실장석들의 분위기를.
수조를 퉁탕퉁탕 때리는 손, 
협박이나 애교가 따르지 않는 순수한 요구,
질투나 분노의 상황에서만 볼 수 있는 눈가의 떨림.
...그 실장석들은 뭔가를 애원하고 있었다.
절박하게.

“주인니이이임!!! 부탁드리는 데스우!!!
아마아마를, 아마아마를 주시는 데샤아아!!!”
“테에에엥! 주인님 이제 와타치들을 버리지 마는 테치!
좋은 아이가 될게요 테치!”
“테히잉! 아마아마 쭈세요, 아마아마!”

주인은 뭔가가 담긴 밥그릇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래, 그래, 밥 줄게. 가만히 있어.”

밥그릇을 수조 안에 내려놓자마자, 실장 일가는 그릇에 달려든다.

“데샤아아아아!”
“”테챠아아아!! 테쥬아아!!””

데챱데챱테챱테챱쩝쩝우걱우걱.
먹어치우는 꼴이, 며칠 굶긴 꼴이다.
-하지만 실장 일가는 늘 제대로 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그릇 안의 음식이 맛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릇 안에 든 것은 평범한 실장 푸드.
아니, 싸구려중에 싸구려인 중국산 실장 푸드였다.
죽은 들실장의 시체에 운치, 톱밥까지 섞어 만든다는 쓰레기였다.
어째서 실장 일가는 이 싸구려 푸드에 이렇게나 환장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싸구려 푸드 사이에 사육주가 갈아넣은 저강도 메로리.
사육주에 의해 메로리 의존증에 걸린 실장 일가,
그들은 ‘메로리’를 어떤 형태로건 먹어야만 만족하는 중독자가 된 것이다.

사육주에게 메로리를 활용한 사육은 큰 이득이었다.
비싼 푸드를 사다 줄 필요도 없다.
콘페이토 같은 간식을 준비할 필요 역시 없다.
새로운 가구나 장난감? 그런게 필요할 리가. 당사자인 실장석들이 바라지도 않는다.
한번 메로리에 맛들인 실장석에겐 의식주 외에 다른 것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지속성에 오래 노출된 실장석은 다른 걸 잊고 오직 메로리만을 찾는 것이다.
메로리만 규칙적으로 주면 된다. 주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

돈을 아끼는 건 확실한 이득이다.
그러나 제일 큰 이득은... 따로 있었다.

“뎃데로데~ 데스우세~ 와타시 행복해서 절로 춤이 나오는 데스~”
“텟케로체체, 테로체체, 테츄아차와.”
“테프프, 이 공은 때리면 재밌는 테치? 테챠아!! 맞아서 아파한테치! 미안한테치!
와타치가 고무우지챠의 오네챠가 되는 테치? 테엥? 테에엥!”

메로리에 취한 실장석들은 환각 상태에 빠졌다.
괴상한 춤을 추고, 해괴한 노래를 부르고, 고무공 따위와 말을 하며 놀고 있다.

“하하, 기분 좋은가 보구나. 귀여운 녀석들.”

주인이 먹인 메로리는 애호파용 메로리 중에서도 제일 싼 것.
실장석들은 앞으로 12시간쯤은 환각에 빠져 헤롱대면서 주인을 즐겁게 할 것이다.
그 다음의 12시간 동안은 공허한 눈으로 현관이나 주인만을 쳐다볼 것이다.
훈육도 솎아내기도 필요 없다. 자를 가진다고 친이 난리죽일 일도 없다.
메로리를 끊는다는 한 마디면, 임신한 친도 스스로 낙태할 것이다.

“메로리라는 건 정말 편하단 말야...”

약에 취한 인면충들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헤롱대는 모습.
사육주는 그 ‘귀여운 일가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자유로운 실장석들이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진심으로 주인에게 귀여움을 부리는 쪽이 낫지 않냐고?
그딴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애초에 실장석의 친화력과 외모는, 생존용 위장에 불과하다.
[ 인간 ] 이라는 기생 대상에게 달라붙기 위한 [ 껍데기 ] 에 불과하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답게 [ 껍데기 ] 만 취하고, 
[ 내용물 ] 은 찢어발기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그렇다. 남자의 실장석 일가는 정신적으론 죽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거지반 잊어버린 상태.
남자가 메로리를 조건으로 걸어놓은 규칙들을 빼면, 
머리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메로리에 대한 욕망.

고급 메로리를 썼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부유한 애호파가 쓰는 고급 메로리는, 효과가 짧고 굵다.
실장석은 환각에 빠지지 않는 대신, 가벼운 의존증에 걸린다. 
제정신 상태에서 메로리의 욕망을 항상 지고 가게 된다.
메로리를 조건으로 건 훈육은 폭력 훈육보다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오지에 떨어진 흡연자를 담배를 이용해 설득하는 것과 같다.
‘난 실장석들을 통제하고 싶지만, 실장 쨩들이 헤롱대는 꼴은 볼 수 없다’는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감이 넘치는 애호파들의 조건을 만족한다.
결국 실장석이 약 때문에 주인에게 매달리게 되는 데선 다를게 하나도 없지만.

...하지만 애호파들도 어쩔 수 없다.
키워주다 보면 어떻게든 분충화해버리는 것이 똥벌레이다.
[ 개념 ] 개체도 상황에 따라선 멍청한 판단을 하거나 치명적 실수를 한다.
주인의 기대를 배신하고 만다.
마약을 통한 훈육... 그러나 방치나 학대보단 자비롭다... 고. 애호파들은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을 통해 이루어진 사육실장 완전 통제의 세계.
거짓 행복, 거짓 충성, 거짓 자비.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해충인 실장석을 끝끝내 키우겠다고 집착하는 애호파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까지 비틀어 놓아야만 인간과 어울릴 수 있는 실장석이 잘못된 것인가?
답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답을 찾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에, 수많은 세상의 뒤틀린 톱니바퀴들처럼,
메로리가 있는 실장석 세계는 굴러가는 것이다.







개념실장은 없다

 

개념실장. 분충. 같은 실장석에서 나왔지만 완벽하게 다른 개체이다.

개념실장은 인간의 압도적인 강함을 알고 명령에 완벽하게 복종한다. 자들을 끔찍하게 챙기지만 필요하면 때로는 솎아내기도 한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식량을 모아놓는다. 개체의 수명과 자의 생존률 모두 분충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분충은 어떠한가?

'생각이 없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게 분충이다. 인간은 노예, 마마도 노예, 자신은 세레브하고 귀여우며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행복회로는 열이 나도록 상시가동중. 구더기때부터 솎아내지는 개체가 있는 만큼, 생존률은 매우 낮다. 자를 비상식으로 싸지르고 먹어치우는 일이 흔해빠졌기에 자를 키워 독립시키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태생 개념실장의 탄생률은 5% 내외. 태생 분충은 들실장의 경우 50% 내외, 사육 실장의 경우 30% 내외. 태어났을 때 밝혀지지 않은 실장석도 어떤 '계기'가 발현하면 분충 혹은 개념실장으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이 성향이 다시 바뀌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개념실장과 분충은 사실상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져 있는 셈. 무엇이 이것을 결정하는가?

유전적 우열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개념 실장의 자들 중에서 개념 실장을 고르는 실험에선, 30 세대에 걸쳐 개념 친실장만 골랐음에도 불구, 반드시 자들 중에선 분충이 태어났다. 그 어떤 방식의 교배로도 분충의 탄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표현을 써야 한다는게 꺼림칙하지만) 사회적 영향일까? 역시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태교와 교육, 조교를 해도 끝내 뒤에 가서 "테프프..."하고 친실장과 인간을 비웃는 분충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일까? 확실히 사육 실장들 가운데선 분충이 태어날 확률이 적다. 연구팀은 먼저 애호파 공원인 A 공원과 구제 대상인 B 공원을 비교했다. 의외로 분충 비율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개념 실장 쪽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구제반이 철수한 직후 B 공원에서 태어난 자들 중엔 개념 실장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부모 세대에는 분충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그러했다. 극단적인 경우, 미친 독라 동족식 분충에게서 개념실장이 태어나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석 끝에 연구진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분충과 개념 실장의 비율은 실장석들의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개체수가 많은 공원일 수록 분충의 비율이 높다. 개체의 숫자가 적을 수록 개념실장의 비율이 높다.

모두가 알다시피 실장석은 불합리할 정도로 번식력이 높은 생명체이다. 학대파가 많을 수록 구제 횟수가 줄어들고, 애호파가 많을 수록 구제가 잦아진다는 토시아키-니지우라 가설을 생각해 보자. 그걸 직접 생각할 만큼 똑똑하진 못하지만, 실장석에 잠재된 유전자는 끝없이 늘어나거나 몰살당한 개체수를 교묘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 실장은 군체의 개체 수를 불리는 역할을 맡는다. 반대로 분충은 솎아내기나 학대파, 구제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데스데스거리는 자기들은 모르겠지만, 이미 그것들은 날때부터 "자 생산 담당"이나 "대규모 솎아내기 담당"으로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이다. 개성의 발현 따위가 아니다.

자, 이제 자를 가지겠다고 떼쓰는 당신의 실장석을 보라. 아직도 본성이 착한 실장쨩으로 보이는가? 요즘들어서 막 구제가 끝난 공원 쪽을 기웃거리고 있지 않는가?

당신이 뭐라고 하건 녀석은 자를 낳을 것이다. 가출해 그 공원으로 갈 것이다. 자를 싸지르고 수를 불리기 좋은 곳이 있다고, 그 실장석의 유전자가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전자적 레벨의 충동 앞에 당신은 더 이상 주인님이 아니다. 기한 만료된 버려진 도구이다.

개념 실장석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 그런 형태를 취한 개체가 있을 뿐. 한시도 눈을 떼지 마라.

아, 그리고 분충을 탁아당했다면 골판지까지 찾아가서 몽땅 죽여버리자. 그게 녀석이 태어난 이유이고 자연의 도리니까.





CP 테크놀러지 - 실장 3D 프린터 편

 

한때 실장석 학대/애호용품의 시장을 주도했던 [ 로젠 ] 과 [ 메이든 ] 사.

...그러나 두 회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2010년대는 실장석 붐이 불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 실장석? 안 키워요. 키운 사람 얘기들 들어보면 다들 영 아니라고 하더라고. ]

[ 햣-하... 죽어라, 는 무슨... 이놈의 빠루도 똥벌레도 지겹다... ]
[ 실장석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 엉터리 생명체 관한 논문은 나올 거 다 나왔으니까. 
어떻게 된 놈의 생물이 연구가치가 초파리만도 못하냐? ]

확실히 실장석에 대한 니즈는 존재했다. 애호건 학대건 관찰이건.

그러나 시장을 독점한 두 회사가 매너리즘에 빠져 상품 가격만 올려댄 끝에,

소비자들은 ‘똥벌레따위 이제 관심 없어’ 하고 돌아서버린 것이다.

확실히 똥벌레랑 엮일 시간에 폰게임이나 브라우저 게임 작업을 한 번 돌리는게 이득이다.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이 바닥엔 변화도 발전도 없었던 것이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한국의 신성 회사, CP 테크놀러지 (참피 테크롤러지).

‘인류를 위한 실장석’이란 모토를 걸고 최신 과학기술로 실장석에 접근한 이들은,

실장석 재료의 건강상품을 판매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이들은, 

[ 로젠 ] 과 [ 메이든 ] 사가 비실대는 틈을 타 재빨리 인수합병해 버렸다.

CP 테크 사의 최신기술이 적용된 신상품들은 싸고 기발하고 확실했다.

실장석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들이 복귀하게 만들 정도의 혁신이었다.

웅성, 웅성...

이곳은 어느 호텔의 한 컨벤션 센터.

무대 위의 플랭카드에는 [ 신제품 공개시연 ] 이라고 적혀 있다. 회사 이름은 없다.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무도회용 가면을 쓰고 있다. 임시 명찰도 익명이다.

실장계에 있다는 걸 들키기 싫은 사람들, 특히 학대파를 위한 배려다.

가면은 벗어서도 벗겨서도 안 된다. 대화는 바로 옆의 사람하고만 가능.

CP 테크가 요구한 강제 사항이다. 위반시는 퇴장과 함께 고소의 폭풍이 몰아친다.

하지만 CP테크의 서버에는 이들이 애용하는 가명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앞줄에 앉은 황금 가면의 VIP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실장석 연구계의 거장 Futaba Ph.D. (가명)

은퇴 후 복귀한 ‘학대파의 아버지’ 토시아키 선생. (가명)

‘실장쨩 진짜 천사’ 카페의 주인이자 극성 애오파인 니지우라 여사. (가명)

모두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다.

학대파는 이곳이 학대용품 전문사 (CP테크의 계열사)의 행사장이라고 알고 있다.

애호파는 이곳이 애호용품 전문사 (CP테크의 계열사)의 행사장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신상품이 한쪽의 기대에 어긋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실장석 일가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수조, 그리고 그 안의... 이상한 기계 장치가 보인다. 

커피메이커와 무선랜 공유기를 합쳐놓은 것 같은 장치다.

뒤쪽의 투명한 원통형 용기 안엔, 녹색의 기분나쁜 점액질이 가득차 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그림자 속에서 CP 테크의 회장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회장 역시도 익명에 얼굴을 숨기고 있다. 

관객석의 사람들은 평범한 행사 진행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 실장석이 의도치 않게 사망할때의 슬픔은, 모두가 잘 아실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실장계인 삼대 파벌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위석 적출을 통한 보호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재생력 고갈, 정신의 한계... 결국 죽은 실장석은 죽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애호파 몇이 눈물을 흘린다. 학대파 몇이 당황하는 가운데-

“-하지만! 전 그런 현실따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회장은 더욱 큰 목소리로 말한다.

“21세기입니다. 과학은 인류의 요구에 보답해야 합니다. 실장석이라는 존재가 위석에 얽매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을 위해, 저희 회사의 직원들은 밤낮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 결과물입니다!!”

회장은 수조 안의 기계장치를 작동시켰다. 

웅웅대는 소리와 함께, 수조 안에 뭔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발부터 ‘완성’되어가는 성체 실장석이었다.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실장 3D 프린터!!!”

프린터는 윙윙대는 소리를 내며 허공에 실장석을 ‘구현’해 냈다.

눈매가 좋은 사람들은 기계 뒤쪽 용기의 녹색 물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데? 데엣?”

마침내 실장석 프린팅이 끝났다. 나타난 것은, 방금 숍에서 나온 듯한 성체 실장석.

성체 실장은 자기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물론 어디에도 이상은 없다. 

“뭔가 잘못된 데스우...”

머리도 옷도 멀쩡, 먼지 한 톨 안 묻은 (실장석 기준으로) 완벽한 상태였다.

“이... 이럴 리가 없는 데스! 장난 그만두는 데스우!!”

실장석은 계속해서 자기 몸을 만져댔다. 자기 몸 곳곳을 확인했다.

“이, 이제야 기억나는 데스우! 와타시는 어제 학대파 인간에게 신제품이 어쩌구 하면서 끔찍하게 당한 데스우!! 이상한 물건으로 죽을 때까지 당하다가 틀림없이 죽은 데스우!!! 그런데, 그런데...”

성체는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살아있는 데스우!!!”

링갈 탑재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실장석의 외침.

행사 참가자 모두가 박수를 친다. 학대파는 물론이고 애호파까지.

아, 물론 애호파쪽은 특수 준비된 링갈로 완전히 왜곡된 내용만 듣고 있다.

[ 학대파에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데스우, 와타시는 정말 행복한 실장석데스... 주인님 감사드리는 데스우!!! ]

“어떻습니까, 여러분?”

회장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실장석 3D 프린터는, 저실장부터 성체까지의 실장석을 ‘인쇄’ 할 수 있습니다. 특수 칩이 탑재되어 있어, 위석만 남아 있다면 원격으로 기억과 인격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불구가 된 실장도, 독라가 된 실장도 새로운 몸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또, 또 기억난 데스우! 와타시는 어제도 분명히 이렇게 몇번이나 죽었다가-”

“-위석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죠.”

회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댔다. 갑자기 수조 안의 실장석이... ‘정지’ 했다.

“지금 이 아이의 위석을 부수겠습니다.”

애호파 한 명이 뛰어나가려 한다. 예상하고 있던 현장 보안요원에게 붙잡혀 끌려나간다.

회장은 나노 실장 활성제 (TM) 용기 안에 들어가 있는 위석을 꺼낸다.

“말씀드린 대로.”

파킨.

...그러나 실장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위석, 참 웃기는 물건 아닙니까? 소중한 실장쨩의 생명이 담긴 정수인데, 저렇게 쉽게 깨져버린다니요. 과학은 이 문제 앞에서도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일까요?”

회장은 옷 안에서 지포 라이터만한 금속제 물건을 꺼낸다.

“틀렸습니다. 이것이... ‘위석’에 대한 과학의 답입니다.”

물건을 스마트폰에 꽂은 회장은, 뭔가를 만지작거렸다. 

정지 상태에 빠져 있던 실장석이 다시 깨어났다.

“데... 데스우?”

전번처럼 자기 몸을 만지작거린다. 회장은 그런 실장석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이름은 뭐지?”

“미도리데스.”

“넌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을 겪었지?”

“골판지에서 자들과 놀다가 학대파가 나타나서...”

갑자기 실장석의 말문이 막혔다. 기억을 끄집어내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죄송한 데스. 기억이 나지 않는 데스.”

“자들은 어떻게 됐니?”

“좋은 데로 간 데스. 라고 기억하고 있는 데스우. 데에엥... 그럼 잘 된 데스.”

“그래, 잘 지내라.”

그 순간 수조 안의 링갈과 마이크가 꺼진다. 회장은 관객들 앞에 선다.

“제가 손에 든 이것이... 저 아이의 ‘진짜 위석’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석 2.0’ 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이 안에는 방금 깨뜨린 위석의 모든 데이터가 백업되어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될 부분은 빼고요.”

애호파는 뒤늦게 안심한다. 기억을 삭제해도 되는지, 

저것이 같은 실장석이라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석 2.0은 데이터 수정이 가능합니다. 교육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지시사항을 입력만 하세요!”

이쁘고 말 잘 들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게 애호파다.

“이것으로!!! 더럽고 냄새나고 시끄러운 과정 없이!!! 폭력 없이!!! 쓸데없이 숍에 돈을 갖다박는 일 없이!!! 실장석을 필요한 대로 조정하고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장은 외쳤다.

“키울 수 없는데도 자를 낳고 싶답니까? 데이터를 고쳐버리십시오! 분충이 있습니까? 포맷하십시오! 다치거나 죽었습니까? 신체를 폐기하고 다시 인쇄하십시오! 이 장치로! 여러분의 실장석은!! 영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형태로!!!” 

모두가 성대하게 박수를 쳤다. 회장은 흥분해 숨을 몰아쉬었다.

행사는 그걸로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조용히 흩어져 원래 생활로 돌아갔다.

그리고... 값비싼 외제차 한 대가 근처 주차장에서 튀어나왔다.

창문은 모조리 코팅되어 있다.

그 차를 모는 것은 운전기사. 뒷좌석에 탄 자는... CP 테크의 회장.

“어유, 회장님 이걸로 돈 많이 버시겠네요!”

운전기사가 말한다. 아부가 아니다. 진심이 섞인 감탄이다.

그도 행사에 참가해 엄청난 것을 봤으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 하다.

“흐흐,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난 이번 일에는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네만.”

“오오, 그렇습니까?”

“자네... 사람이나 동물을 저렇게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술이 발전한다면 뭐든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줄기세포 얘기가 나왔을 때도 시끄러웠죠.”

“하지만 우리의 기술은 개발한다고 떠들고 다녀도 아무 반응이 없었지. 왜인지 아나?”

회장은 미소지었다.

“실장석 따위는 생명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이네.”

그 누구도 실장석에 대해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 누구도 실장석을 제대로 된 생명체 취급하지 않는다.

학대파에겐 그저 패기 좋은 고기자루일 뿐이고, 애호파에겐 살아서 움직이는 인형일 뿐.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본질을 놓친다. 실장석을 생명체 취급한다.

그러면서 실장석에 엮이는 사람들을 위험인물이나 정신병자 취급한다.

결국 특수효과가 끝내주는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과 다름없는데 말이다.

“그보다 회장님,”

“응? 뭐 궁금한 거라도 있나?”

“그 녹색 그건... 재료가 뭐죠?”

“알면서 묻나. 실장석이지. 실장 푸드와 성분은 같다네.”

“그럼 실장 푸드로 해도 되는 건가요?”

“시도는 자유네만 결과는 책임 못 진다네. 햣하하...”

대저택 부지 안에 들어선 차는, 큼직한 차고 안으로 사라졌다.

=====

[똥벌레 제조기] 에 대한 리뷰가 (1) 건 있습니다.

id : toshiaki

이거 끝내준닼ㅋㅋㅋㅋㅋㅋㅋ
완전사육실장 메리짱 프로파일 다운받아서 구더기한테 업로드했거든?
‘뭔가... 레후, 어두운... 레후, 이래서는 안... 되는 레후? 그보다 프니프니’
이 ㅈㄹ하고 자빠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엔 반대로 구더기 멘탈을 메리짱 보디에 넣어봐야지.
이 장치 개발한 사람, 당신은 천재야.

==

[실장쨩 메이커 드림 컴 트루] 에 대한 리뷰가 (1)건 있습니다.

id : niziura

우리 메리는 엄지때부터 키웠는데~~ 벌써 다 커서 자를 갖느니 어쩌구 그래요~~
그래서 위석 백업해두고 다시 엄지로 만들어 버렸어요~
엄지는 약하지만 다시 살려낼 수 있으니 진자 편하네요 이거~~♥

==

[CPT JPrint M-50ex] 모델에 대한 리뷰가 (1) 건 있습니다.

id : pro_jissou

펌웨어를 뜯어고쳐서 한도 이상으로 기억을 쑤셔박아 봤다.
지금 수준으로는 인격은 3개까지가 한계고, 기억은 한 1기가가 한계야.
그 이상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마냥 비명을 지르며 터져버리더라고...
백업하면 되겠지 했는데 세상에 인격 파일까지 깨졌어!
뇌 제작 설정을 건드리면 더 쑤셔넣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그냥 하드웨어도 아니고 3D 프린터라 내 능력으론 펌웨어 절대 못고쳐...
아, 그리고 장난삼아 나도 고약한 장난을 쳐 봤는데...
스크릴렉스 덥스텝을 머리에 앨범채로 넣어주니깐 말야,
“데데뎁 뎁붑 세레브드랍잇하드데스우” 이러던데...
학대파 놈들이 좋아하겠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