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 미식가 3 - 후타바 강의 물과 뛰어오른 물고기

 

"데... 여기도 없는데스."

가을빛이 조금씩 깊어지는 공원 안, 이 공원의 고참 실장석인 그녀가 뭔가를 찾고 있었다.
벤치 뒤, 풀숲 안, 잔디밭 위.
가까이 있던 돌을 뒤집어서 아래를 보고, 데- 하고 작게 운다.

"데...?"

싸늘한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눈에, 그것이 보였다. 공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자동판매기. 그 옆에 붙은 쓰레기통 근처에, 그것이 있었다.

"데... 이건데수."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잡고, 동시에 어깨에 걸치고 있던 편의점 비닐에서 어느 물건을 꺼냈다.
페트병. 500ml 짜리 빈 페트병이다.
그녀는 방금 주운 것을, 손을 떨며 페트병 입구에 맞추었다. 방금 주운 물건. 그것은 페트병 뚜껑이었다. 서툰 손으로 끼리릭 끼리릭 돌린다. 나선 모양의 요철이 맞물리며, 다른 메이커 라벨이 붙은 뚜껑이 페트병 입구를 막았다.

"데에!!"

그녀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소리쳤다.

"따... 딱 맞는데스!"

페트병을 붕붕 가볍게 휘둘러본다. 물론 꽉 맞물린 뚜껑은 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굉장한데스!! 딱 맞는데수우--!!"

넓은 사막같은 공원 안에서, 우연히 만난 페트병과 그 뚜껑의 기적.

"데데데!! 데수!! 데수!!"

녹색 눈을 끔뻑거리면서, 몇번이고 뚜껑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가 한다.

"데수우우우우!! 딱 맞는데수우우--!!"

그때마다, 페트병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굉장한데수우우우!! 굉장한데수우우우!!"

커다란 배를 감싸안고 살짝 뛰어올랐다.

"보는데스!! 너희들!!"

그녀는 계속해서 자판기 앞에서 춤추었다.

"데수--♪ 데수--♪"

***
이 공원의 수원지는 크게 나누어 세군데다.
하나는 공원 중앙에 있는 분수. 여기서는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세탁 등도 한다.
다음은 북쪽 공중변소. 출산에 쓰는 것 외에도, 실장석들이 변기에 고인 물로 목을 축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공원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흐르는 후타바 천의 하천 부지다. 들실장들은 목이 갈증을 호소하면 자연스럽게 이 수원지로 발을 옮긴다. 구역이 존재하는 먹이터와는 달리, 수원지는 자연스럽게 공공장소 취급된다. 신기하게도, 수원지 근처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실장석도 생명에게 있어서 '물'이란 그만큼 귀중한 것이라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다.

"데에에에에!! 털이 떠있는데스!! 이런 거 못 마시는데수!!!"
"마마-!! 목마른테치이!!"
"쥬스 마시고싶은테치이!! 콜라 있는테치?"

공원 중앙 분수에, 큰 소리로 난리치는 실장석 모녀가 있었다. 친실장의 실장복은 무참하게도 너덜너덜하게 찢겨나가고, 어깨에 신문지를 둘러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데리고 있는 자실장 두마리. 이들 역시 실장복은 흔적도 없이 찢어지고, 비닐을 뒤집어써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바로 어제 공원 입구에 버려진 원 사육실장 모녀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작정 공원을 방문하는 인간을 향해 뛰어가서 "주인님!" 하고 외쳐대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버림받을 때 받은 실장푸드도 그날 바로 바닥나고, 불운한 죽음을 맞이한 자식의 시체를 먹으며 오늘까지 버텼다. 그동안, 주위 실장석들의 생활을 보고 흉내내면서, 어떻게 목숨을 부지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가족 모두가 갈증을 호소해서 주위 들실장들이 물을 마시는 곳으로 휘적거리며 찾아온 것이다.

"데에~!! 이상한 거 떠 있는데수~!! 배탈나버리는데수!!"

사육실장이 처음 들어오면, 항상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주위 들실장들도 익숙해졌는지, 냉랭한 눈으로 그 가족을 보면서, 각자 두건을 씻거나 녹색 똥이 묻은 속옷을 씻고, 한편으로는 꿀꺽꿀꺽 분수 물로 목을 축이는 들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데에에에엥!! 주인님~!! 패트리시아, 목마른뎃승~!!"
"마마-!! 콜라 아직인테치~?"
"마마!! 마마!! 린다 따뜻한거 마시고 싶은테치~!!"
"데에에엥--! 데에에엥--!"

자식을 완전히 방기한 원 사육실장.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 손발을 파닥거리며 울어댄다.
역시 그 꼬락서니가 들실장들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바로 린치가 시작되었다.

***
그 소동에 끼지 않은 실장석이 몇마리 있었다.
물을 마시러 온 실장석인지, 분수 근처에서 진행중인 공개 린치에 가까이 가는 걸 주저하는 것 같았다.
그 중 한마리. 이 공원의 고참 실장석인 그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데."

그녀는 분수에 가까이 가지 않고, 어깨에 멘 비닐에서 페트병을 꺼낸다. 서툰 손으로 페트병 뚜껑을 열고,  병을 입에 댄다.

"꿀꺽... 꿀꺽..."

주변에 있던 실장석들이 "데...!?" "데데?" 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페트병 안의 물을 삼킨다.

"맛있는데스. 강물은 순하고 달달한데스."

다 마신 후 뚜껑을 닫고, 페트병을 거꾸로 들면서 또 중얼거린다.

"데프프...!! 딱 맞는데수~!"

분수 옆의 린치가 끝난 것인지, 머리카락이 잔뜩 쥐어뜯긴 원 사육실장이 울면서, 기어가듯이 분수 옆을 떠났다.

"데엑...! 데엑...! 주인님한테... 일러바쳐서... 데엑!"
"마마-!! 공원 밖에 자동판매기가 있던테치~"
"따뜻한 밀크 마시는테치!!"

린치를 면한 자실장 두마리가 필사적으로 친실장의 뒤를 따르면서 호소한다.

"데에... 자동판매기... 분명 빛나는 버튼을 누르면, 단게 나오는 데수..."

그러면서, 모녀가 터벅터벅 공원을 떠난다. 그 후, 자동판매기 앞에서, 버튼을 향해 수없이 자기 새끼를 집어던지는 친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
그녀는 다른 실장석과는 달리, 음료수도 고른다. 변소 물은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다. 분수 물도 석회 냄새가 지독해서 마실 게 못 된다. 그녀가 생각한 끝에 찾은 것이, 세번째 수원지, 공원에서 100m 떨어진 후타바 하천의 물이었다. 100m라는 거리는 실장석에게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갈증을 느끼고 하천까지 갔다가 공원에 돌아오는데 30분은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마시기 위해 하천을 선택하는 공원 실장석은 극히 적다. 
하지만, 그녀는 하천에 흐르는 물의 맛을 알아버렸다. 입에 머금으면 달다. 녹아내리는 듯한 풍미가 있다. 분수 물처럼 가공된 맛도 아니고, 변소 물처럼 누렇지도 않다. 후타바 계곡에서 흐르는 후타바 천의 수질은, 시 당국의 노력이 더해져서 전국에서도 이름높다. 후타바 계곡천의 상류에는 곤들매기나 민물 송어가 사는 곳도 있다. 이 하천의 물 맛을 알아버린 그녀에게는, 공원 분수나 변소의 공업용수는 도저히 마실 수 없는 물이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오늘도 하천 택지를 찾아왔다.

"꿀꺽... 꿀꺽... 맛있는데스."

하천 기슭에 엎드려서 직접 얼굴을 대고 물을 마신다. 고개를 들자, 앞머리, 두건, 앞치마가 물에 흠뻑 젖었다.

"데..."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이 흔들리고 있다.

"데프... 이상한 얼굴인데스."

한번 더, 얼굴을 수면에 대고 물을 마신다. 고개를 들자, 앞치마에 묻은 물이 그녀의 실장복을 적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데- 하고 중얼거렸다.

"데... 오줌 싼 것 같은데스."

마침, 앞치마에서 흐르기 시작한 물이 그녀의 실장복 가랑이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
갈증을 느낄 때마다 100m라는 거리를 왕복하는 실장석은 없다. 이 100m라는 거리를 해결한 것이, 아까 말한 페트병이었다.
물을 떠서 휴대한다. 인간이 생각하기엔 대단히 간단한 행동이지만, 이걸 실천할 수 있는 실장석은 몇 안된다. 인간을 관찰하고, 수많은 경험을 거치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행동을 실천한다. 이것은 사육실장이었던 어미실장의 교육을 받고, 출산을 네번이나 경험한 고참인 그녀이기 때문에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맛에 깐깐한 그녀는, 이 향기로운 미네랄을 포함한 감로같은 신선한 물을 길어오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능숙하게 페트병 뚜껑을 여고, 하천 기슭에서 물을 페트병에 담는다. 퐁퐁 하고 공기방울이 솟아오르며, 페트병 안에 물이 빨려 들어간다.

"데..."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품을 쳐다보면서, 오늘도 그녀는 일과를 마쳤다.

***
"돌아가는데스."

어깨에 걸친 비닐에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을 집어넣고 하천 택지를 떠나려던 순간, 그 소리가 들려왔다.

(철퍽)
"데?"
(철퍽)
"데데?"
(철퍽)
"데? 데?"

약간 떨어진 곳에서 물이 튀는 소리가 난다.

"데수~?"

그녀는 풀무더기를 헤집고, 그 기묘한 소리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데?"

풀숲 건너편의 강가에 은색 바가지가 떡하니 놓여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그 바가지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철퍽)
"데?"

바구니를 들여다보자, 그 기묘한 소리의 주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데! 물고기데수!"

그것은, 바구니 안에 갇혀있던 커다란 민물고기였다.

***
"굉장한데스. 반짝반짝 빛나는데스."

저무는 햇빛을 받아, 바가지에 든 물이 찰랑거릴 때마다, 빛의 파문이 물고기의 은색 비늘에 반사되었다.

"데... 닌겐 없는데수."

힐끔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그녀.
낚시꾼이 까먹고 두고 간 것이리라. 방치된 물고기는, 좁은 바가지 속에서 고독을 호소하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수면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첨벙)
"데데!"

그녀의 기척에 반응한 것인지, 한층 더 물이 튀었다. 바가지에 든 찬 물이 그녀의 두건 위로 쏟아졌다.

"데-"

그녀는 물고기라는 종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물고기가 강 속에서 산다는 지식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물고기에 대한 인식은, 음식물 쓰레기 속에 있는 물고기 뼈나 살의 맛에 대한 기억 뿐이다.
실제로, 좁은 바가지 속이긴 했지만 지느러미를 나부끼며 헤엄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데..."

잠시, 멍하게 입을 벌리고 헤엄치는 모습을 쳐다보는 그녀.

"...맛있어보이는데스."

결론은, 역시 그거였다.

***
입 안에 펼쳐지는 맛의 기억. 지방이 오른 야무진 몸. 씹으면 감칠맛이 있는 물이 나오는 뼈. 또한 동물성 단백질은 출산 전의 실장석에게, 필요불가결한 영양소이다.
그녀는 바가지 안에서 맴도는 물고기를 보고는, 데- 하고 벌린 입에서 침을 흘렸다.

"음... 맛있어보이는데스."

다시, 주위에 닌겐이 없는지 확인하고, 바가지 안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그녀의 귀에 강에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데...?"

시선을 돌리자, 저무는 햇볕을 받고 빛나는 후타바 하천의 수면에 한마리, 두마리, 작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녀는 잠시 석양으로 빛나는 수면을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았다.

"데..."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다시 바가지로 돌리고, 손을 바가지 안에 넣으려 한다.

(첨벙)
"데!"

다시, 후타바 하천의 수면이 작게 흔들렸다.

"..."

눈을 깜빡이면서 수면과 바가지를 교대로 몇번씩 쳐다본다.

"데..."

한동안 바가지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에 시선을 보낸 다음, 그녀가 물고기에게 말을 걸었다.

"...자식 있는데스?"
"..."

물고기는 말없이 헤엄친다.

"너.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수?"
"..."
"분명 기다리고 있는데스."
"..."
"데..."

***
"뎃데로게~♪ 뎃데로게~♪"

물고기를 강에 풀어주자 바로 뛰어오르며 강 속 깊은 곳으로 헤엄쳐 갔다. 그녀는 방파석 위에 앉아,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태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분명 집에 돌아간데스."
"지금쯤, 골판지 하우스에서 아이들과 밥먹고 있을데스."

그녀는, 석양에 빛나는 수면을 보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페트병을 꺼내 물을 입에 머금었다.
첨벙 하고 물고기가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 실장석 미식가 3, 후타바 강의 물과 뛰어오른 물고기, 완











실장석 미식가 2 - 버림받은 사육실장이 떨어뜨린 실장푸드



이 공원의 고참 실장석인 그녀의 두 눈은 녹색으로 바뀐 상태였다. 며칠 전 겨울나기 준비를 거의 끝내고 나서,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꽃을 집어 수분한 것이다.

"점점 움직이기 힘들어지는데스."

늦가을을 맞은 공원을 걷는다. 그녀는 차츰 커지는 배를 안고서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먹을 것을 찾는 매일을 보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뭐든 먹는다. 맛있고 없고를 따져서는 안된다. 그것이 동면 전의 실장석이다. 임신한 실장석이라면 더욱 그렇다. 힘겨운 겨울을 넘기기 위해서는, 지금 미리 마구 먹어서 피하지방층을 만들어 둬야한다.
고참 실장석인 그녀도 예외가 아니다. 그녀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뭐든지 먹는다. 하지만 다짜고짜 아무거나 집어삼키는 다른 실장석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먹을 것을 손에 들고, 냄새를 맡고, 식재료를 평가한다. 음식에 대한 그 감식안은 엄격하다.

"냠... 냠... 이 맛데스."

지금, 그녀는 공원에서 자라는 얼마 없는 땅두릅, 해당화 등 맛좋은 들풀만 골라서 먹고 있다.

"그리운 맛인데스. 마마랑 같이 자주 먹었던데스."

그렇다. 그녀는 미식가인 것이다.

***
임신한 몸은 남들보다 배로 양분을 요구한다. 먹어도 먹어도 위가 바로 공복을 호소한다.

"데~ ...배고픈데수~"

지금, 그녀는 겨울 준비를 위해, 공원 서쪽 구역에 낡은 신문지를 가지러 왔다. 노리고 있던 타블로이드판 신문도 손에 넣었다. 이걸 가지고 동쪽 구역에 있는 자신의 둥지에 돌아가면, 겨울을 대비해 쌓아놓은 식량도 있다.

"데~ ...먹이터가 이쪽 맞는데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여기서 공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둥지에 돌아가면 확실하게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그녀의 긍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고참이라고는 해도, 그녀는 주로 동쪽 구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실장석이다. 작년 봄, 갑자기 실행된 행정 구제 후, 이 공원에 사는 실장석의 절대수가 확 줄었다. 얄궂게도, 덕분에 살아남은 실장석들이 안정적인 주거지역과 먹이 공급을 보장받게 되었고, 지금 이 공원은 어느 정도의 치안이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실장석 수가 적다고는 해도 구역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녀의 먹이터는 동쪽 구역 부근. 서쪽 구역의 먹이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가지 않는다.

"아마 이 골목이 먹이터가 맞을 것인데스."

때는 바야흐로 첫 출산을 마치고 새끼와 함께 처음으로 맞이한 봄. 동쪽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도저히 먹이를 얻을 수 없어서 떠돌듯이 찾아간 공원 서쪽 외곽에, 그것이 있었다. 작은 목조 아파트 앞에 있던 플라스틱 통. 넘어진 통 안에 기어가듯 들어가, 오물 투성이가 되면서 주운 물고기 모양의 간장 용기. 굶주린 새끼와 번갈아 빨아먹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리운데스."

그녀는 뺨을 붉히고 군침을 삼키며,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그 장소로 향한다.

"이상한데스. 여기 있었을텐데스."

기억을 따라 도달한 장소는, 20층 짜리 고층 맨션 앞이었다.

"데?"

밝은 햇살에 눈을 깜빡이면서, 분명히 목조 아파트가 있었던 장소를 올려다본다.

"...데."

고층 맨션의 베란다에는, 이불 모포 등이 널려있었다.

"...같은 색데스."

제일 구석에 있는 방의 베란다에 널린 핑크색 타올이 눈에 들어와, 무심코 중얼거린다.

"......"

품에서 소중히 여기는 핑크색 손수건을 꺼내서, 한번 더 그 베란다를 보았다.

"같은 색인데스."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핑크색 손수건을 몇번씩이나 쳐다보았다.

***
"...여기도 변한데스."

고층 맨션 주위를 한바퀴 뱅 둘러보고, 중얼거린다.
맨션 앞 쓰레기 집하장은 단단하게 잠긴 문으로 막혀있어서, 그녀를 포함한 실장석들은 그 문 앞에서 데-하고 작게 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의 배는 이미 식사 모드로 바뀌었다.

"...데스. 분한데스."

고집이 생긴 그녀가 주위를 돌아다니지만, 그럴싸한 쓰레기통들은 이미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간 다음인지, 눈에 띄는 먹이를 얻을 수 없었다.

"데에에..."

신문을 들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걷는 그녀. 어쩔 수 없이 공복을 참고 공원으로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데...?"

그것은 공원으로 돌아가는 도중, 길가에 버려진 골판지 상자에서 들려왔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데?"

서둘러 다가가자, 커다란 소리 속에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하고 우는 작은 자실장의 소리도 섞여서 들린다.

"데데?"

딱 눈높이 정도 되는 골판지 상자 안에서, 프릴이 달린 실장두건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주워주세요]

골판지 상자 옆에 적힌 문자를 알아볼 리는 없지만, 똑똑한 그녀는 사육실장을 여기에 버려놓은 것이리라고 짐작했다. 공원의 고참인 그녀는 그런 경우를 몇번이나 마주쳤다. 사육실장이었던 것을 잊지못하고, 얄팍한 자존심을 고집한 끝에, 공원에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동족들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개중에는, 그녀의 모친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환경에 순응하여 새끼를 친 실장석도 존재한다는 것 역시,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들실장의 사회성이라는 관점으로는, 약자에게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행위는 괜한 참견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몸을 바쳐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를 생각하면, 남일처럼 볼 수 없는 것이다.

"데에에에엥!! 데엑... 덱... 주인님, 어딘데수우우~!!"
"버림받은데수?"

그녀는 골판지 너머로, 원 사육실장에게 말을 건다.

"뎃!! 너!! 와타시의 주인님 모르는데수~?"

상자 안에 있던 원 사육실장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필사적으로 되물었다.

"데... 모르는데스."
"테에에엥! 테에에엥! 버림받은테치---!! 버림받은테치---!"
"뎃!! 무슨 소리하는데스!! 이건 '숨바꼭질'데스!! 주인님은 분명 가까이 있는데스!!"

상자 속에서는, 필사적으로 새끼를 야단치는 원 사육실장의 비통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와타시를 여기서 꺼내는데스! 빨리 와타시들을 여기서 꺼내는데스!!"

건방진 말투지만, 원 사육실장이 세상 물정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시키는대로, 체중을 골판지에 실어서, 상자를 넘어뜨리려고 했다. 안에서 날뛰어댄 것도 좋게 작용했으리라. 균형이 무너져, 골판지 상자가 깔끔하게 옆으로 넘어가면서, 안에서 프릴이 달린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 모녀가 넘어지듯이 아스팔트로 튀어나왔다.
원 사육실장 중 친실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주인님~!! 패트리시아는 여기데수우우~~!!"

라고 하면서 공원 안을 향해 뛰어갔다.

"테에!! 마마! 마마!" "테츄우우---!?" "테엣! 테에!"

남은 자실장 세마리도 친실장의 뒤를 쫓아간다. 친실장이 뛰어가는 와중에 뭔가가 아스팔트로 떨어졌다.

"데. 떨어뜨린데스."

그녀가 그것을 들고 친실장에게 말을 건다.

"데쟈아아아! 그런 거 필요없는데수! 주인님~! 주인님~!"
"...데."

그녀는 어이없어하면서, 공원 안쪽으로 뛰어가는 원 사육실장 모녀를 쳐다보았다. 잠시 한눈을 팔고 그쪽을 보고 있었지만, 문득 손에 든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식이 풍부한 그녀는, 이 비닐 포장지에 들어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데... 실장푸드데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사육실장이었던 시기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따끈한 물이 나오는 마법의 분수.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이불.
그리고, 굉장히 맛있는 실장푸드.
그것은 둥글고 까무잡잡한 물건. 보기에는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 아니지만, 입에 넣으면 너무너무 맛있는 것. 지식으로서는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의 범위 안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연히도 그녀의 손안에 있다. 솔직히, 그것을 본 그녀의 감상은...

"똥같은데스."

손에 든 실장푸드는, 확실히 둥글고 까무잡잡했다.

***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배고픈데스."

손에 든 실장푸드를 먹을까 말까.
그녀에게도, 들실장으로서 다부지게 살아남고, 새끼를 키우고, 독립을 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골판지 하우스는 따뜻하고, 공원에서 싹트는 들풀들은 맛있고, 음식물 쓰레기도 주울 수 있다. 솔직히 지금 야생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고, 들실장으로서 프라이드도 갖고 있었다.
실장푸드가 뭐란 말이더냐.

(꼬르륵)

하지만, 그것이 실장석. 게다가 임신중인 그녀의 위는, 솔직하게 공복을 호소하고 있다.

"데... 조금만 먹어보는데스."

그녀는 근처 화단의 막음돌에 걸터앉아, 실장푸드 봉지를 꺼냈다. 두근두근거리면서 밀봉을 뜯고, 몇 알 집어서 입에 넣어 보았다.

"우걱... 우걱... 데!?"

무의식 중에 두입째, 세입째 집어먹고 있었다.

"우걱... 우걱... 분하지만... 냠... 맛있데스."

넋을 놓고 실장푸드를 집어먹는 그녀.

"이게, 마마가 말했던 맛데스? 냠... 냠..."

'마마'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놓은 순간, 그녀의 입이 멈췄다.

"데... 마마랑 같이 먹고 싶었던데수."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손에 든 실장푸드를 쳐다본다.

"데?"

잠깐 멍하게 있자, 공원 안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주인님~~!!"

낯익은 목소리. 그것은 조금 전, 그 실장푸드를 포기했던 원 사육실장이었다.
처참한 모습이었다.
프릴이 달린 실장복은 어디로 갔는지. 프릴은 무참하게 뜯겨나가고, 두건도 옷도 군데군데 찢어져서 거의 독라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데엑! 데엑! 저녀석들 주인님한테 부탁해서... 데엑! 죽여달라고 하는데스!!"

그 실장석의 뒤를, 역시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쫓아가는 자실장 두마리.
세마리 중 남은 한마리는 친실장의 품 안에서, 혀를 쭉 내민 채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데에... 데에에에에......"

친실장이 그 자리에서 딱 멈춰선다.

"데에에에엥! 새 옷 가지고 오는데수~!"
"목욕하는데수~!! 아와아와 하고 싶은 데수~!!"
"데에에에에엥! 배고픈데수~!!"

그 자리에 드러누운 채 손발을 버둥거리면서, 뿌직뿌직하고 속옷을 부풀리는 친실장. 옆에서 넋을 놓은 듯이 테- 하고 중얼거리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쳐다보는 자실장.
신참 실장석. 그것도 버림받은 원 사육실장에 대한 처우로서, 이 공원에서도 자주 보는 광경이다. 그녀는 이미 익숙해졌을 그 광경을 보고, 다시 손에 든 실장푸드를 보고, 데 하고 중얼거린다.

"배고픈데수~!! 배고픈데수~!!"

몹시 우울해하면서 어머니를 쳐다보는 자실장들의 머리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테?"
"떨어뜨렸데스."
"...치이."
"마마한테 주는데스."

그녀였다.

"테에!! 마마! 마마! 아줌마한테 받은테치-♪"
"푸드테치~!! 푸드테치~!!"

그녀에게서 받은 푸드 봉지를 양손으로 들고, 친실장에게 뛰어가는 자실장.

"뎃! 푸드데스! 내놓는데스!"

푸드주머니에 달린 지퍼를 쥐어 뜯더니, 양손에 움켜쥔 실장푸드를 입에 쑤셔넣는 친실장.

"마마-! 와타치도 먹고싶은테치~!!"
"푸드! 푸드! 먹는테치~!!"

자실장들도, 친실장의 입에서 흘러떨어진 푸드에 달려든다.

"데..."

어떤 이유이든간에,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모녀의 만찬이었다. 푸드를 먹어치운 후, 모녀에게 찾아올 운명은 더욱 가혹할 것이다. 그것을 아는 그녀이기 때문에, 모녀가 누리는 한 순간의 행복도 덧없어보였다. 하지만, 뺨을 빨갛게 물들이며 부모에게 매달리는 자실장의 얼굴은, 지금의 자신에게는 없는 특별한 것으로 비추어졌다.

"...데."

그 광경과 자신의 배를 번갈아 보고는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
타블로이드 신문지는, 둥지 바닥에 굉장히 잘 맞았다.
그것을 2중 3중으로 깔아주면 보온력을 높일 수 있다.

"데... 끝난데스."

신문지를 다 깔아놓은 골판지 하우스 바닥에 털썩 앉는 그녀.

"데-..."

오늘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처음 먹어본 실장푸드. 분하지만, 아직 입안에 여운이 남을 정도로 풍미가 있는 맛이었다. 그녀의 모친이 말했던 맛이 예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에, 가볍게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데... 오늘은 이것저것 있었던데스..."

공원 입구에서 만난 버림받은 사육실장 모녀도 생각난다. 그 모녀는, 이 팍팍한 공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남 일이지만, 그 친실장 옆에 달라붙던 무구한 눈동자를 가진 자실장들이 떠오른다.

"데..."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빨리 태어나는데스~♪ 뎃데로게~♪
마마랑 같이 맛있는 걸, 잔뜩 먹는데스~♪
뎃데로게~♪

"..."

뭔가 떠오른 듯,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역시, 같은 색인데스."



- 실장석 미식가 2, 버림받은 사육실장이 떨어뜨린 실장푸드 완











 



실장석 미식가 1 - 매실짱아찌

 

『 실장석의 미식가 후타바 공원 쓰레기통의 매실짱아찌』

" 못 보던 놀이기구들인 데스"
후타바 시 당국은 후타바 공원 동쪽 구획의 노후화된 그네를 철거하고 새로운 기구들의
도입을 결정했다. 몇 주 동안 그 구획은 비닐 시트 등으로 둘러싸인 채 인부들만 드나들었다.
이 공원의 베타랑 실장석인 친실장은 새롭게 바뀐 공원의 풍경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둘러보고 있다.

친실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늘 막 새롭게 도장을 마친 미끄럼틀과 회전접시였다. 놀이기구들은
이제 막 도장을 마친 터라 번쩍번쩍 빛을 내며 친실장의 시선을 빼앗았다.

‘데에...’

화려한 색깔의 놀이기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미끄럼들에 다가가는 친실장.

" 킁킁…쇠냄새인 데스"

친실장은 새 미끄럼툴 주변을 돌며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본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다.

‘아직 인간은 없는 데스’

가슴을 두근거리며 친실장은 뭉툭한 손발로 겨우겨우 계단을 기어 올라간 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간다.

‘데스---읏! (풀석)’

모래밭에 부드럽게 착지하며 친실장은 새 미끄럼틀을 올려본다. 태양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미끄럼틀 위로는 친실장의 속옷에서 스며나온 똥으로 인해 녹색 얼룩이 일직선으로 생겼다.

‘데에...더 이상 미끄럼틀 탈 나이는 아닌데스’

친실장은 자조하며 모래밭에서 기어나왔다.

친실장은 이 공원의 베테랑 실장석이다. 이미 이 공원에서 4번의 출산을 거쳤다.
죽은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개념실장도 있었고, 분충도 물론 있었다.
그 중에는 운 좋게 성체까지 자라, 친실장의 곁에서 떠나 독립한 새끼들도 몇 마리나 있다.
그런 때마다 친실장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친실장은 지금으로서 5번째 출산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친실장은 오드아이의 눈으로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며 공원을 활보한다.
길가에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임신기에 접어든 성체 실장들이라면 희번득거리며 낚아챘을
테지만 친실장은 신중하다.

‘식량을 좀 더 모으는 데스’

새끼를 가지기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임신을 하면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평시 이상으로
체력이 소모된다. 그래서 영양소의 높은 도토리, 열매를 자기 집(보금자리)인 둥지에 모아
둘 필요가 있다.
수많은 경험으로 친실장은 그 지혜를 터득했다.
친실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공원 북쪽 지역의 은행나무의 앞으로 향한다.
도토리나 은행열매,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나무 열매를 골라 편의점 봉투에 집어넣는다.

"데스...많이 모은 데스“

1시간이나 지났을까. 친실장이 손에 쥔 편의점 봉투에는 각종 열매들이 수북하다.
친실장은 가까운 화단의 연석에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반년 전 주운 분홍색 손수건. 친실장이 맘에 들어하는 것 중 하나다.

"땀을 잔뜩 흘린 데스"

친실장은 두건을 벗어 내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기 시작한다.

"데스?"

하늘을 올려다보니 1개의 비행기 구름이 흐르고 있다.

"데에...“

홀린 것처럼 비행기를 올려다 보는 친실장의 손 사이로 손수건이 스르륵 흘러내린다.

"...데“

오랫동안 고개 치켜들어 머리에 피가 몰렸다. 친실장은 눈을 끔뻑이며 다시 공원으로
시선을 돌린다. 몇 마리의 다른 실장석들도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낙엽 사이를 들추며
열매를 모으고 있다.

"......"

옛날에는 이 공원에도 많은 실장석들이 있었다.
이 계절이 되면 은행나무의 열매가 풍성히 열렸고, 실장석들은 대자연의 은혜를 만끽하며
맘껏 번식해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실행된 대규모 구제작업 끝에 실장석의 개체수는 급감하였다.
지금 돌아다니는 동족들의 숫자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제작업 덕분에 친실장은 비교적 편하게 출산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실장은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구제는 싫은 데스“

떠올린 듯 데뎃!거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며 비행기 구름을 다시 한 번 보려고 한다.
"데에……"
하지만 비행기 구름은 이미 푸른 하늘에 녹아 없어진 뒤였다.

친실장의 집(보금자리)는 새로 단장한 골판지 하우스였다.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친실장의 뛰어난 골판지 하우스 제작기술은 친실장의 자랑 중 하나였다.
우선 골판지의 바닥.
옛날 손에 넣은 녹슨 칼을 이용해 바닥을 자유롭게 떼어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마루 밑에는
초가을에 채집한 보존식(나무열매)를 저장해놓았다.
땅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박스를 설치하여 만일에 있을 사태를 대비한 친실장 나름의
지혜다.

" 입구를 굳게 막아야 바람이 들어가지 않고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데스 "

넓은 골판지 하우스 안에는 친실장 혼자였지만,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는지 계속 중얼거린다.
골판지 하우스가 자들로 복닥거리던 시기 늘 일상일을 하며 자들에게 지혜를 구전해주던 버릇이
아직도 남이있는 것이다.
골판지의 바닥의 지하 창고에는 입구가 묶인 편의점 봉투 4개가 놓여져있다.
이것들은 긴 겨울을 대비한 비상식량. 지금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비상식량이다.

"배고픈 데스……“

친실장은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서 크게 기지개를 켠다.

"데승♪ 뎃스웅♪ 오마에들, 뭐가 먹고 싶은 뎃승 ♪"

임신해 있지도 않는 배를 쓰다듬으며 친실장은 공원 밖으로 나온다.
오늘의 먹이를 조달하기 위해서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인접한 주택가의 쓰레기 집하장이 있었다.
구제 이후 공원에서는 먹이 경쟁률도 낮아져 안전하게 음식을 구할 수 있다.

"오늘은 무엇으로 하는 데스~?"

친실장은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며 손에 잡히는 것들을 입에 집어넣으며 음미한다.

"데뎃! 대단한 데스. 아직 살이 많이 붙어 있는 데스"

첫 번째 쓰레기통에서 월척을 건졌다. 먹다 남은 닭다리뼈에는 아직 살점이 꽤 붙어있었다.

"데스~♪ 데스~♪ 오늘은 운이 좋은 데스~♪“

친실장은 그 이후로 마른 밥, 매실 짱이찌, 사과껍질, 달걀껍질 등 간만에 호화로운 먹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대단한 데스“

집으로 돌아온 친실장은 아까 손에 놓은 먹이들을 마루 위에 늘어놓아 봤다.
골판지의 바닥이 식재료로 보이지 않는 정도다.

" 그런 데스. 집 밖에서 먹으면 더 신선해지는 지도 모르는 데스"

친실장은 밖으로 음식을 꺼낸다.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 안 쪽 으슥한 곳이라
인간이나 다른 동족들에게 발견된 확률은 낮다.
친실장은 신문지를 펴고 재료를 그 위에 늘어놓는다.

"우선 이거부터 먹어보는 데스"

친실장은 군침을 삼키면서 먼저 말린 밥덩이를 잡았다.

"쳡쳡……“

딱딱하게 굳은 쌀알들은 침에 섞여 점점 녹았고, 쌀의 녹말이 풀어지며 친실장의 입을 휘감는다.

"데에……이 맛인 데스“

침과 섞이면 전분(녹말)은 단맛을 더한다.

"송...쿠차, 쿠차. 달콤한 데스"

꿀꺽하고 삼키면, 자연스럽게 볼이 붉어진다.

"…데. 새끼들에게도 먹이고 싶은 데스 “

그것은 앞의 출산 때 아사했던 막내의 일이다. 작년 겨울은 출산 후 눈보라가 몰아쳤다.
눈의 무게에도 견디도록 골판지의 지붕을 가공한 친실장의 집은 눈의 무게에도 견디어 냈다.
그러나 눈이 쌓여 출구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친실장과 자들은 1개월 가까이 눈 속에 갇혔었다.
힘이 약한 새끼들은 곧이어 줄줄이 굶어 죽어 나갔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앞의 식사도 손을 댈 수 없다.

" 이미 지난 일인 데스. 앞으로가 중요한 데스. "
친실장은 머리를 흔들며 죽어나간 자들의 생각을 뿌리친다.
지금은 그 죽어나간 자들의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힘을 비축해야할 때이다.

"이번엔 이 빨간 것을 먹어보는 데스"

친실장이 집은 것은 매실 장아찌이다.

" 맛있는 데스..달콤한 데스"

친살장의 입가에는 침줄기가 길게 흘러내린다.

"그 자들도 단 것을 좋아했던 데스“

아직도 그 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했는지 친실장은 늘 자들을 생각한다.
달콤하다.
친실장은 입안에서 굴리던 매실짱아찌를 깨물고, 순간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맛에
물고 있던 것을 황급히 뱉어버린다.

"데퍄아아아!! 데뎃! 뎃! 신 데스~!!“

깜짝 놀란 탓인지 탈분을 한다.

"뎃승~…뎃승~...혼이 난 데스 "

그러면서 잠시 입 안에 남아있는 산미에 얼굴을 찡그리며 내뱉은 매실 잔해를 바라본다.
몸이 저릴 정도의 신맛이었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뱉어 낸 후 남은 입 안의 미묘한 단맛은 무엇인가?
친실장은 데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렇게 결론지었다.

" 이러면 어떤 데스?"

친실장은 말린 밥을 입에 털어넣고, 곧 이어 방금 내뱉은 모래투성이의 매실 장아찌를 입에 넣는다.

"데뎃...! 달콤한 데스! 입안에서 꽃이 피는 것 같은 데스...“

붉은 것은 너무 시다. 하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아무 맛있게 된다.
이는 대단하다. 대단한 발견이다.

"데에... 맛있는 데스.. 태어날...아이들에게도... 가르치는 데스"

그리고 달걀 껍질을 잡고, 아작아작 음미하다.
"데스..."
입가심으로는 산뜻한 달걀 껍질. 밥에는 역시 이것밖에 없다.

"데....데...데에..?“
문득 올려다보니 하늘은 다시 새로운 비행기 구름이 그려지고 있었다.
"데에....데....“
멍하니 벌린 입에서는 씹다 만 밥이 뚝뚝 떨어졌다.









장기출장

 

나는 사육실장을 기르고 있다. 이름은 알리사.
알리사는 몹시 똑똑해서 혼자서도 집을 봐준다. 독신으로 실장석을 기르고 있는 나로선, 이런 손이 덜 가는 아이가 좋다.
업무 관계상, 반드시 1주일 동안 장기 출장을 가야하게 되었다.

"괜찮은데스으. 마마는 일 열심하 하세요데스으♪"

기특하게도, 이런 말을 해주는 정 깊은 귀여운 딸.
나는 지인이나 애완동물 호텔 등에 맡기는 것도 생각을 해봤지만, 이 아이의 총명함을 믿고 약간 도박같기도 하지만 알리사가 혼자 집을 보도록 부탁하기로 했다.

출장 전날. 
먹이로 쓸 실장푸드와 음료수. 그리고,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한 연락용으로, 깨나 돈 좀 들인 최신형 실장폰을 알리사에게 건넨다.

"벨이 울려도 나갈 필요 없다. 문단속은 철저히 해야 해."
"알은데스으."
"무슨 일이 있거든 실장 폰 써라."
"실장폰 데스으~♪ 이거, 갖고 싶었던데스으~♪"

실장폰을 양손에 들고 깡총거리는 알리사. 기뻐하는 알리사를 보고 있으니, 지금까지 품었던 불안감도 조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을 나가자 바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알리사다.

"아. 바로 쓸 줄 알게 됐구나. 여보세요."
"뎃!! 마마 목소리데스으~♪ 꼭 가까이 있는 것 같데스으~♪"
"하하하. 사용법은 확실하네."

우리는 전화기 너머로 웃으며, 긴 일주일 후의 재회를 확인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출장 첫날---

"책임자는 어디에 있어!! 너 같은 말단이랑은 말이 안 돼!!"

첫날부터 고객을 화나게 해버렸다. 출장 첫날에 이래서야, 앞날이 뻔하다.
마음 속으로 입을 다물면서, 나는 죽어라 사과하고, 후배가 만든 실수 투성이 기획서를 살핀다. 
그때, 내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이런. 매너모드로 하는 걸 까먹고 있었다.

"자네. 회의 도중에는 전원을 꺼두게."
"죄, 죄송합니다."

휴대전화 발신자를 보았다. 알리사다.
나는 마음속으로 알리사에게 사과하면서, 휴대전화를 매너모드로 설정하고 전화 거부 버튼을 눌렀다.

"그러니까... 자네. 이 기획서 금액말인데~"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내 주머니 안에서는, 진동모드로 설정된 휴대폰이 계속 흔들렸다.

'미안... 알리사...'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시간이 흐르는 동안, 알리사에게서 온 착신 이력은 30번이 넘었다. 우울한 회의가 끝나고, 나는 복도에 서서 서둘러 알리사에게 전화했다.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찰칵)
"어, 알리사냐. 미안해, 방금은 회의 때문에..."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전화가 연결되자 처음으로 들린 것은, 알리사가 목놓아 우는 소리였다.

"뎃엣!! 데엣!! 마마! 실장폰!! 안 받는데스으!! 데에에에엥!!"
"미, 미안해, 알리사. 중요한 회의였거든."

나는 어찌어찌 전화 너머로 알리사를 달래면서 힘겹게 조금 전의 오해를 풀었다.

"알았다. 다음엔 제대로 받을게. 괜찮아. 어. 집 잘 보고 있어라."
"데엑... 데엑... 알았데스으..."

알리사를 달래는데 성공하고, 원래 용건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알리사. 무슨 일 있었냐."
"데... 생각난데스으. 들어줬으면 하는데스으~♪"

알리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 옥타브 높아진다.

"굉장한 똥이 나온 데스으♪ 사진문자 보낼테니까 나중에 봤으면 좋겠는데스으♪"

알리사가 그러면서 전화를 끊고, 사진을 보냈다.

"..."

휴대폰 화면에 비친 알리사의 똥은, 멋진 한덩어리 똥이었다.


출장 2일째---
이 날도 회의 투성이였다. 
무조건적으로 혼나는 건 당연하고, 재떨이가 날아오는 등 수라장을 겪었다. 이것도 후배가 만든 어설픈 견적을 쓴 기획서 때문이다. 숫자 체크를 하지 않은 내 책임이기도 하지만, 본사의 검증을 거친 견적서이기도 할 텐데, 현장에서 질책당하는 내 처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 와중에 또 휴대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는 또 알리사였다. 어제처럼 또 무시하면, 알리사가 또 울음을 터뜨릴 것이 분명하다.
나는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마마!! 마마!!"
"알리사냐! 무슨 일이야?" (작은 목소리로)
"바퀴벌레!! 바퀴벌레데스!! 검은 악마가 나온데스!!"
"..."

나는 가벼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마! 마마! 어떻게 하면 되는데스!?"

나는 대충 신문지로 후려치라고 조언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자네. 이 기획서 말인데..."

하루종일 회의 때문에 악전고투하면서, 고립무원으로 싸우는 나.
그런 회의 요소 요소마다 걸려오는 알리사의 전화.

실장푸드가 맛있었다느니.
재밌는 TV 방송이 있었다느니.
마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느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유로 전화를 건다. 온화한 나지만, 참을성이 바닥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신경질내고 있을 때, 또다시 알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알리사. 너. 적당히 좀 해라."
"마마! 마마! 큰일데스으!!"
"네가 큰일난 건 알았다. 나도 일하느라 바빠. 좀 스스로 해결..."
"임신해버린데스으!! 임신해버린데스으!!"

전화기 건너편의 알리사는 잔뜩 흥분한 채 소리치고 있었다.

"태어나버리는데스으~!! 뎃데로게~~!! 뎃데로게~~!!"
"야. 알리... 너! 잠깐! 진정..."
(뚜- 뚜- 뚜- 뚜-)

비정하게도 통화가 끊어진다. 나는 황급히 알리사에게 거듭 전화를 걸었지만,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장폰의 전원이 끊어져서 그렇게 됐고, 알리사는 충전할 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안절부절하면서도, 장기 출장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미친듯이 눈 앞의 일을 정리했다. 하지만, 비정한 프로젝트는 내 장기 출장을 2주로 연장시키게 되었다.

그동안, 몇번이나 걸리지 않는 실장폰으로 연락을 넣었을까.
실장석은 임신하고 약 2주만에 출산하게 된다.

나는 지금, 귀로에 올라, 우리집 현관 앞에 서 있다.
이 문 너머에서, 알리사가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나는, 이 문을 열 용기가 없다.






육아방기



내가 기르고 있는 실장석이 새끼를 낳았다.타고난 모성 때문인지, 처음에는 잘 때도 먹을 때도 새끼를 떼어놓지 않아서, 보고 있는 내가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질린 것인지, 사흘만에 육아를 내팽개쳤다.
자실장들이 젖을 찾아 울어댄다. 아직 이유식도 먹지 못할 시기다. 자실장들에게는 친실장의 젖이 필요하다. 하지만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을 무시하고, 자동차 장난감을 꺼내서, 날 보고 데승~ 데승~ 하면서 놀자고 보챈다.

"안돼. 자실장한테 젖부터 줘라."

내가 엄격하게 말하자, 자실장이 떨떠름하게 자실장들 쪽으로 갔다.

"테츙~♪ 테츙~♪"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테치이~~!! 테치이~~!!"

어미의 온기, 어미의 유방을 찾아, 제각각 울어대는 자실장에게 다가간다.

"데..."

친실장이 자실장 한마리를 안는가 싶더니, 자실장의 머리를 덥썩 깨물었다.

"...!"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친실장의 손을 쳐내어, 자실장을 구했다.

"...에."

머리 절반쯤 이빨 자국이 난 자실장은, 씹힌 부분에서 뇌수를 흘리면서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

"테에에!? 테에에에...!!"
"테에에엥!! 테에에엥!!"

남은 자실장들이 모포를 헤집고 친부모에게서 달아난다. 어미 실장은 그런 자실장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뎃승~♪ 하고 얼굴을 붉히며 장난감 상자에서 그림책을 꺼내더니, 나한테 건넨다.

"야... 너.. 자실장이 죽을 뻔 했잖아!"
"뎃스응~♪"

허리를 비틀고 손을 입가에 대면서 애교를 부리는 친실장.

"병1신새1끼!"

나는 친실장이 내민 그림책을 쳐내고, 경련을 거듭하는 자실장을 안고 서둘러 거실로 뛰어갔다.

"데데!"

방해되는 친실장을 걷어찼을지도 모르겠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거실에서 약상자를 꺼내서 응급처치하는 동안, 친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피이... 피이..."

눈을 뒤집고 움찔움찔 경련을 거듭하면서 거품을 토하는 자실장을 보고있노라니, 친실장에 대한 분노가 솟구친다.

"데승... 데승..."

거실 문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친실장.

"데스으~"

쓸쓸해하는 것인지, 눈물로 부은 눈으로 원망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큭... 저리 꺼져!!"
"데데!! 데에... 데에에에엥!!"

내가 고함치자, 또 울음을 터뜨리면서 거실에서 멀어진다.

"테에... 테에..."
"젠장. 괜찮냐! 정신차려!"

기도를 확보하고, 씹힌 자국에 약을 바르는 것과 동시에 영양 드링크를 준다.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면, 위석을 꺼내어 긴급 수술을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구급상자에 든 새 위석 적출키트 포장을 뜯었다. 안에 있는 취급 설명서를 읽으려고 하자, 거실 입구에서 또 실장석이 고개를 내밀었다.

"데승... 데승... 데..."
"야임마. 저리 가라고 했잖아!"
"데에에에..."
"저리 꺼지라고!"

나는 좀 성질난 상태였다.

"저리 꺼져! 꺼지라면 꺼지란 말이다!"
"데!"

친실장이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거실에 있는 내 발치로 던졌다.
그것은 물어뜯겨나간, 나머지 자실장들의 목이었다.










2030 둘리
















인싸 VS 아싸 대화법 (비주얼 다이브)
















미래 동창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