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이야기 1~3 (완)

 

"데슷! 데슷! 데스...!"

성체실장 한마리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뛰고 있었다. 무언가 쫓기는 마냥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은 긴박감마저 흘러 내렸다. 얼마나 뛴 것일까. 가쁜 숨 사이로 근육이 터져 피멍이 붉으스름하게 맺혀 있었고 휘청휘청 거리는 다리는 엿가락처럼 휘면서도 용케 달리고 있었다.

"데헥...!데헥..!!"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안면이 푸르스름하게 남색빛이 살짝 도는, 치아노제에도 불구하고 성체실장은 눈물과 똥을 멈추지 않은채 걷는것이 더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애처롭게 뛰고있었다. 아니, 더이상 뛰는걸 포기하였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며 어째서 자신이 이런 엄청난 대장정을 해야하는지 천천히 기억을 되돌리고 있었다.


두루마리 공원 외각 수풀지대.
인간의 손길이 반년넘게 닿지 않는, 고속도로와 인접한 이 수풀지대는 그야말로 천연 방벽이였다. 다만 차소음만 견딘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수풀은 곤충들의 서식지임과 동시에 수풀지대 뒷쪽, 고속도로 사이에 존재하는 개울은 공원내 실장석들은 상상하지도 못한 풍족함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도랑이 얉고 수량이 풍부한 이곳은 여름엔 시원한 기온과 물놀이를, 겨울엔 약간의 따스한 기온을 만들어 주었다. 다만 먹이수급이 곤란하지만 개울넘어 고속도로 밑에 광활하게 펼쳐진 초지는 그야말로 보물밭, 천연의 먹이 저장고 였다. 그곳엔 탈피한 곤충껍질, 겨울이 오기전 죽은 시체, 각종 열매는 오히려 겨울나기에 최적화된 곳이였다. 약 15m가량 만들어진 이 수풀지대는 그야말로 공원 실장석들에게 꿈의 공간이며 불굴의 부동산이였다.

연초가 되면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해 거의 공원 전역에서 들실장들이 모여 토너먼트를 벌인다. 오직 승리한 최상위 8마리만이 거주할수 있는 선택받은 구역. 이곳을 가르켜 들실장들은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지, 혹은 은혜의 땅이라 불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곳은 공원 구제시 하얀악마를 피해 소중한 자들을 대피시키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개울넘어의 초지는 하얀악마도 오지못하는 절대구역. 친실장들이 목숨을 걸고 하얀악마들을 유인하거나 시간을 끌 동안 보스실장은 자실장들을 이끌고 대피시킨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실장들은 다시 구제가 끝나면 공원으로 오고 자라서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전해준다.

"마마 이쪽인 테치?"
"그런 데스. 오마에는 잘 기억하는 데스. 하얀악마들이 오면 이 곳으로 도망치는 데스. 자매나 마마나 신경쓰지말고 무조건 이곳으로 도망치는 데스."
"그런건 너무 슬픈 테치이...."
"장녀는 영리하니 마마의 말을 잘 알아들을꺼라 믿는 데스. 무조건 기억하는 데스. 마마의 마마도 이렇게 살아남은 데스."
"네 테츄...!"

슬픈 표정의 친실장을 보며 자실장은 괜스레 그런 친실장의 표정을 보기 싫어 일부러 환하게 웃었다. 살아남는다. 대를 이어 종을 유지한다. 모든 생명의 궁극적 목표이자 목적. 이 곳을 아는 실장석들은 자실장이 어느정도 크게되면 이곳을 찾아와 알려준다.

***

"아휴, 네. 네네. 그럼 일주일 뒤에 연합구제실시하겠습니다. 어휴 걱정하지마세요. 이번에 신형 위석서치를 도입했으니 확실합니다."

전화기를 붙들고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굽신거리는 남성은 전화가 끊기자 한차례 욕설을 퍼붓고는 거칠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상대는 두루마리 공원이 있는 D시의 시장이였으니. 2주전 부터 두루마리공원의 들실장 개체수 증가로 각종 민원이 쇄도하고 동물보호협회와 애호파들이 보호비를 얻기위해 한 브리더에게 신분사칭및 무단침입, 영장없이 가택조사, 임의구금, 악의적 편집 동영상을 유포하여 한 브리더의 인생을 파멸시킬뻔 했다. 한 기자의 추적으로 진실이 들어나고 한국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그후 이례적으로 브리더 사태 한달만에 실장석을 애완동물이 아닌 유해조수로 강등시키고 동물보호협회와 애호파연합에 검찰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뿌리를 뽑아버렸다.

사람들은 애호파들이 부유한 재력가가 많다고 착각하지만 학대파 중에서도 재력가는 존재한다. 그리고 한국이라면 절대로 손댈수 없는 정부를 넘어선 힘을 가진 기업인 s사의 회장이 학대파인게 결정적이였다.

아무튼 D시 두루마리 공원은 민원에 의한 시장의 의뢰에 전국 12곳의 구제업체중 8곳이 연합한 구제인원만 240명의 유례없는 대규모 구제가 실시될 예정이였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구제에 맞춰 D시에 구제일이 시 홈페이지에 공지되었고 구제일이 2일 앞으로 다가왔다.

"뎃데레~ 오늘은 운이 몹시 좋았던 데스."

최근들어 두루마리 공원에 변화가 생겼다. 꽤나 오래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오던 애호파 인간이나 사육실장이 보이지 않는 것이였다. 덕분에 식량사정은 나빠졌고 그에따라 약탈및 탁아, 인간을 향한 투분등이 증가하였다. 공원밖으로 나오는 들실장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민원은 증가하였고 결국 구제가 실시된 것이였다.

사실은 실장석이 유해조수로 되어 사육실장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고 거기엔 보호받을 권리도 포함되어있었다. 고의로 사육실장을 죽여도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육실장이 밖으로 나갈수 없게 되었고 사육실장을 기른다는 것이 불법이 되어 사육주들은 은밀하게 키울수 밖에 없었다. 행여나 소리가 밖으로 나갈세라 관리가 들어가자 사육실장은 미쳐날뛰고 사육주들도 아무리 다그쳐도 들을생각도 없고 못알아 쳐먹는 사육실장의 행태에 참다 참다 폭발하였다. 애호파와 학대파는 종이한장의 차이다. 애호파가 학대파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호파가 보이지 않는 것에 쇄기를 박는 것이 바로 실장석 애호에 관한 법률로 모든 애호행위는 불법으로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 되는 것이였다. 흔히 말하는 이름에 빨간줄이 그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애호파와 자존심을 뽐내기 위해 공원 산책하는 사육실장이 사라진 것이였다.

"간만에 밥을 잔뜩 구한 데스. 이 정도면 내일 하루쯤은 쉬어도 좋은 데스...?"

친실장은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산책을 했는지 기억을 해볼려고 해도 잘 기억이 나지않았다. 막연히 까마득하게 느껴지기에 친실장은 자신이 요즘 너무 아이들에게 소홀히 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살짝 침울해졌다. 밥과 물을 구하는건 하루라도 쉰다면 타격이 크다못해 일가실각의 길이 열린다. 가을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의 식탐은 점점 커진다. 거기다가 겨울나기를 대비하여 추자마저 낳아야 하기에 하루라도 허투루 쓸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일 하루정도는?

"괜찮은 데스. 내일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스."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일 하루쯤은 생각하는 친실장은 조금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친실장의 집은 화단 주목나무 뒷편에 위치했다. 작고 빽빽하게 자라는 가지와 나뭇잎을 가진 주목나무는 천연 방어막이자 가림막이였다. 물론 진입하기도 힘들고 재수없으면 머리카락, 옷, 심지어 봉투가 가지에 걸려 찢어지는 대형참사가 일어날수 있지만 그만큼 안전성은 더없이 훌륭했다.

"데에, 조, 조심하는 데스우..."

자실장들이면 쉽사리 들어갈수 있지만 중실장부터는 꽤나 힘들다. 빽빽하고 단단한 가지를 꺽고 구멍을 내는것부터 어지간히 인내심있고 영리한 녀석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큰일난 데스...!! 밥을 너무 담은 데스."

평소보다 2배는 많은 양의 밥에 봉투가 너무 빵빵했다. 이대로 들어간다면 봉투는 반드시 찢어지고 밥이 흘러나온다. 안절부절 못하는 친실장은 고민을 하던중 머리를 땡 하고 치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그것은 투분과 탁아로 단련된 투척기술. 봉투를 양 다리 사이에 놓고 돌돌 돌리기 시작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편의점에서 아이들 6마리를 죽게 만든 인간의 사악하고 비열한 수법이였다. 밖에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안에서도 나오지 못한다는 것. 친실장의 행동은 효과적이였고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고 주목나무 안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끙끙거리며 주목나무 사이를 빠져나오자 집앞에 놓인 봉투를 보며 희희낙낙거리며 친실장은 집안으로 향했다.

"마마 온 테치?"
"오늘은 조금 늦은 테치!"
"마마 무사한 테치?"
"그런 데스. 밥을 많이 구해서 늦은 데스. 마마는 무사한 데스."

자신을 반기는 아이들을 보며 친실장은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비록 봉투에 시선이 더 많이가는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한창 자랄때의 아이들인지라 어쩔수 없었다. 당장 자신이 자실장일때도 지금 이 아이들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오늘 밥을 이렇게 많이 구한 데스. 내일 하루쯤은 쉬고 오마에들과 함께 하는 데스."
"진짜인 테치?!"
"정말 테치? 거짓말은 나쁜 테치!"
"마마랑 함께하는 테치~"

밥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친실장은 그동안 자신이 신경써주지 못한게 안쓰러웠다. 아침에 나가 밤에 올때까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왔다.

"마마...와타치 괜찮은 테치. 와타치 이모토챠들이 있는 테치. 마마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테치."
"...그런 테치. 마마랑 함께하면 최고로 즐겁지만 밥 굶는건 싫은 테치."
"차녀 오네챠 그런말 하면 안되는 테치. 마마도 밥 구하느라 힘들텐데 내일은 와타치들끼리 조용히 있는 테치. 마마도 매일 일하는 테치. 하루쯤은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어야 하는 테치."

친실장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주는 아이들이다. 예쁘지 않을리 없다. 자랑스럽지 않을리 없다. 사랑스럽지 않을리 없다. 그저 아이들이라고 생각했거늘 이렇게 번듯하게 자라다니 그저 기쁘고 행복했다. 한마리씩 꼬옥 껴앉아주며 봉투를 펼친 친실장은 오늘 만큼은 보존식 분류를 하지 않고 반을 꺼내서 골고루 나눠주었다.

"많이 먹는 데스. 마마는 괜찮으니 내일 마마와 함께 힘껏 노는 데스."
"테챱...네 테치~!"
"테챱테챱! 테끄윽. 안 테츄!"
"...챱. 테치이~~"

실장석에게 두번의 거절은 미덕이 아니다. 사실 무려 한번씩이나 거절을 한다는것 자체가 사육실장이나 들실장을 떠나서 굉장히 우수한 개체임을 증명하지만 아쉽게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봐줄 사람도 없다. 그리고 우수하던 분충이던 구제앞에선 모두 평등한 죽음만이 기다린다.

***

"입구 모두 판막이 설치해주시고요."

두루마리 공원은 들실장으로 인해 2번이나 대대적인 공사를 시행하여 동서남북 4개의 게이트만 막으면 외부의 침입과 내부의 탈출을 막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언제든지 자동화 기기로 단수를 할수 있으며 화장실 문도 개폐의 여부마저 원격으로 관리가 가능하며 화장실 천장과 벽에 설치된 노즐에서 도로리 용액을 살포시켜 화장실 안의 실장석들을 한줌의 액체로 모조리 만들어버릴수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애완동물보호협회나 애호파들에 의해 만들어놓고 한번도 쓰지 못했지만 이번부터는 다르다. 그렇게 들실장들이 공원의 이상기류를 눈치챈 것은 구제업자들이 각 게이트를 막고나서였다.

"큰일난 데스! 물이 안나오는 데스!"
"데엑! 땅이 왠지 흔들리지 않는 데스...까?"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 새하얗게 안색이 변한 들실장 수십마리 수돗가에서 뛰쳐나가며 소리를 지른다. 공포는 전염이 되고 혼란은 더욱더 커지며 들실장들을 잡아먹었다. 자그마한 이성이 사라지며 공원 전체의 들실장들이 집단패닉에 빠져들기까지 앞으로 2시간.

공원구제, 즉 하얀악마가 오는 징조는 들실장들도 알고있다. 우선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가만히 조용히 있으면 어딘가에서 잔떨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독한 약품의 냄새가 난다.

"장녀, 벌써 일어난 데스까? 좀더 자는 데스. 오마에같은 아이들은 먹고 많이 자야 무럭무럭 크는 데스."
"아닌 테치! 어제 일찍 자서 충분한 테치! 그러니 마마도 더 자는 테치! 마마와 노는건 햇님이 더 위로 가도 괜찮은 테치."
"장녀는 어쩜 이리 말도 예쁘게 하는지 마마가 잘 울지 않는데 눈물이 나올것 같은 데스. 장녀는 이리오는 데스. 특별히 마마가 안고자는 데스."

친실장 품에 안겨자는 것은 엄지나 구더기 혹은 막내가 하는 것이라 다 컸다고 생각하는 장녀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마마의 품은 따끈따끈 포근포근 하다. 하지만 자신은 이제 마마의 품에서 잘 시기가 지났다. 그렇지만 마마의 품에선 자고 싶다. 친실장은 장녀가 왜 그러는지 알아차리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부끄러워 하는 데스. 마마의 품에서 자는건 당연한 데스. 오히려 자주 해주지 못해서 마마가 미안한 데스. 그러니 장녀는 이리 오는 데스."

고개를 푹 숙이고 달려온 장녀는 친실장의 품에 폭 하고 안겼다. 친실장은 왠지 감개가 무량해졌다. 화장실 변기에서 점막에 쌓여 태어난게 어제 같은데 벌써 제법 묵직한 무게나 느껴질 정도로 컸다. 품에 안겨 도리도리하는 장녀는 왠지 온 몸이 흐물흐물 거리며 운치처럼 녹아흐르는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친실장의 냄새는 결코 좋은건 아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안정되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잘먹은 친실장의 두툼한 뱃살에 푹 파인 자실장은 그 어느때보다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친실장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하나뿐인 수건을 목 아래까지 끌어올리고 자리에 조심스럽게 누워 눈을 감았다.

'배가 묵직한게 임신했던게 생각나는 데스우.'

출산은 기쁨과 동시에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하는 시험대다. 솎아내기, 분충판별, 고아퇴치, 동족식 개체에게 벗어나기, 집까지 무사히 이끌고 오기. 그 외에도 여러변수가 있지만 어느 하나 소홀히 하다간 하무하리만치 일가실각이다. 출산후 급격히 약해지는 신체. 갓 태어난 뽀송하고 연한 아이들은 맛좋은 고기덩어리다. 뼈도 아물지 않았고 근육도 미숙하다. 집까지 걸어가는 것도 엄청난 일이고 고아들은 호시탐탐 바꿔치기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면 집에가기도 전에 동족식 개체들에게 붙잡혀 다같이 죽는다. 너무 자신만 신경쓰면 집까지 도착하는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녀와 오녀는 낙원에서 잘 살고있는 데스까...'

말할수 없는 가슴속에 꽁꽁 숨겨두어야했던 사녀와 오녀의 기억. 자실장 3마리, 엄지하나. 이 친실장이 과거 낳았던 숫자였다. 하지만 엄지는 화장실 입구에서 보스실장의 밑에서 일하는 관리실장에게 보호비로 줘야 했고 사녀는 그냥 분충이라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사라졌다. 물론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충 사녀가 알아서 사라져줘서 고맙기도 하고 스스로 솎아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좋았다.

'일단 장녀와 함께 좀더 자는 데스. 이 시간 이후로 잠자는게 대체 얼마인......스으....'

친실장과 차녀, 삼녀의 코고는 소리가 박스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

"보스! 하얀악마들이 온것 같은 데스. 공원 입구로 정찰나간 30마리중 단 한 마리도 돌아오지 않는 데스우!"

눈물을 흘리며 애꾸실장앞에 조아린 짝귀 성체 한마리가 몸을 부들거렸다. 입에 담을수 없는 그것-, 하얀악마. 오로지 죽고 죽이기 위해 태어난 그들은 그 어떤 자비도 용서도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죽어서 벗어나는 것. 보스실장도 하얀악마라는 말에 심장이 쿵쿵거리며 다리에 힘이 풀려 볼쌍사납게 넘어질뻔 하였다. 가까스로 참은뒤 보스실장은 재빠르게 명령을 하였다.

"남은 관리실장은 몇마리인 데스?"
"이제 남은건 10마리도 안되는 데스!"
"10마리 모두 사용해서 '그곳'으로 아이들을 대피시키라고 명령하는 데스."

고개를 꾸벅이는 짝귀는 밖으로 나갔다. 보스실장은 슬슬 그동안 받아먹은 값을 할 때라 느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기분이 나뻤다. 예감이, 느낌이 불길했다. 간혹가다 지나치게 예감이 좋을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 날인것 같았다. 그것도 안좋은 쪽으로. 후다닥 그 어느때보다 민첩하게 밖으로 도망치는 짝귀를 보며 보스실장은 양 뺨을 손으로 문지르며 얼굴을 풀었다. 이제 자신이 나서야할 때다.

"아이들은 공원의 보배인 데스. 아이들만 무사하면 와타시들은 다시금 공원을 지배하는 데스."

비장한 표정으로 박스 6개를 이어붙여 개조한 거대한 성을 나서는 보스실장의 모습은 전쟁터로 향하는 군인의 모습처럼 비장했다.

보스실장은 공원내 중자실장 80마리를 입구측으로 밀어넣고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그사이 친실장들을 규합, 자실장들만 따로 관리실장에게 보내 '그곳'으로 향하게 하였다.

"잘듣는 데스! 하얀악마들이 침입한 데스! 오늘 우리는 모두 죽는 데스! 하지만, 와타시의 말을 따르면 반드시 아이들만은 살릴수 있는 데스!"
"보스, 그게 사실인 데스까...?"
"확실한 데스! 장담하는 데스! 비록 우리들은 죽지만 이 공원의 보배인 아이들은 살아남아 오마에들의 뒤를 이어 다시 공원에서 살게되는 데스! 그러니 와타시의 말을 따라서 하는 데스!"

함성이 울려퍼진다. 보스실장의 말은 하얀악마에 의해 꺾인 들실장들의 의지를 다시금 타오르게 만들었다. 체고 30cm, 체중 1.0kg. 근력 1.8kg의 작은 소인 실장석. 비록 무가치하고 무쓸모하지만 그들은 보스실장의 연설로 분충성을 투쟁심으로 바꿔 구제역사상 최초로 인간에게 대항할려고 하였다.

국내외 실장석 사례중 처음이자 마지막인 희귀사례로 '두루마리 공원 실장 봉기'의 시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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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움직이는 데샤아! 오마에들 하얀악마에게 모조리 죽고싶은 데스까!"
"마마-! 오네챠! 마마!"
"밀지마는 테치이!"
"와, 와타치 넘어진 레츄! 밟지 마는 레쨔아! 오네챠! 구해주 레짓!"
"이모토챠, 와타시 손을 놓지마는 테치....?? 이, 이모토챠아아!"
"치푸푸. 이모토챠인 렛츄~. 와타치는 절대로 손을 안놓으니 걱정 마는 레츄! 새 오네챠는 착해보여서 절대 안심안심 레챠아! 챠아! 때리는건 나쁜 레치! 때리지 마는 레찌!"

혼돈의 도가니였다. 짝귀 실장은 인상을 쓰며 북적거리며 수백마리가 양떼처럼 득실거리는 '그곳'으로 향하는 루트중 한개인 화장실 근처에 있었다. 과연 이중 얼마나 살아남을지 걱정이였지만 쓸데없는 것이였다. 살놈은 살아남는다. 죽을놈은 뭔 짓을 해도 죽는다. 그동안 몇번의 하얀악마의 습격에서 얻은 값진 경험이였다.

대규모 무리이동은 필연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약한 녀석은 알아서 낙오된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지 않는 어설픈 온정이 있는 녀석도 마찬가지. 그만큼 험난하고 고된 길이였다.

특수한 지리적 요건이 하나 있을 뿐인데 두루마리 공원의 들실장들은 기타 다른 공원의 들실장과 패턴이 달랐다. 마치 엑소더스 처럼 짝귀 실장을 필두로 생명을 건 대장정에 나서는 실장석들의 표정은 사뭇 어두웠다. 기약없는 탈주. 마마없는 고아생활. 정든 고향, 정든 땅을 떠난다는게 심적인 부담이 컸다. 스스로 떠나는게 아닌 외압으로 쫓겨난다는 사실도.

테챠아아아! 가지마는 테치!
어딜가냐 레샤아! 와타치를 꺼내주고 가라는 테치이!
도망가지 마는 테치! 같이 가는 테치!

대물저격총마저 견디는 초고강도 방탄유리다. 실장석들이 수억마리가 있어도 절대로 깨지거나 흠집조차 나지않는다. 원격장치로 화장실 안에 갇힌 수십마리의 들실장들이 울부짖으며 문을 콩콩 거리고 있었다. 한쌍의 적록색 동그라미가 총총히 묻어나는 화장실 안의 들실장들은 점점 서서히 움직이는 무리를 보며 필사적으로 울부짖었다. 운치를 던져도 유리벽에 부딫쳐 흘러내린다. 어깨를 들이 박으면 어깨가 부서지고 달려서 몸을 부딫지차 펑 하고 전신이 포탄에 맞은 것 마냥 산산조각 나서 살점과 피가 후드득 떨어진다. 벗어날수없다. 물도, 먹을것도 없다. 그저 여기에 갇혀 하얀악마들이 올때까지 있어야 한다.

너무하는 테치이이이이!! 와타시도 공원의 실장인 테치!
버리지 마라 테샤아아!! 당장 돌아오라 테치!
문씨 와타치의 귀여운 춤을 보고 열어주는 렛치

춤을 춘다. 노래를 부른다. 이마를 타일에 대고 고개를 조아린다. 열리지 않는 문을 향해 자비와 구원을 바라지만 무생물은 답이없었다.

-푸쉭....피시이-. 피이이이...

그 순간 하늘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려온다. 얼굴을 들어 알수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는 실장석들. 곧이여 그 소리는 벽에서도 들리기 시작했다.

-삐-, 삐-, 삐이이이

삐소리가 불길하다. 처음 겪는 사태지만 이 곳의 실장석들은 알수없는 불길함에 표정을 굳혔다. 가늘고 긴 소리는 실장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파아아아

몇몇 놈들은 하늘과 벽에서 마마를 따라 수돗가에 간 기억을 떠올렸다. 이것은 마치 물을 틀때와 비슷하지 않는가. 그리고 가늘고 뿌연 물방울이 분무기 처럼 분사되기 시작했다. 사각지대는 없다. 틈과 틈 사이에 숨은 저실장 한마리라도 철저하게 없앤다는 듯 분사되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테챠아!
레지이이!
와, 와타시의 머리카락! 옷! 몸이 녹아내리는 테치이!!
레에엥! 우지챠 죽으면 안되는 레치!
손님과 발님이 사라지는 테치!

분무기처럼 분사된 도로리 용액으로 화장실 안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유리벽 넘어 이주무리 맨 마지막 부근의 자실장들은 조용해진 화장실에 하얗게 변하자 침을 삼키며 보고있었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열린 화장실. 자실장 3마리가 신중히 접근하지만 텅 빈 화장실엔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카락, 피, 똥, 옷조각 한개마저도. 깨끗이 변한 화장실의 모습에 의아하는 자실장 3마리의 뒤를 이어 엄지나 자실장 30마리가 슬금슬금 접근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간 테치?"
"모르겠는 레치이..."
"...??테! 테챠! 낙원인 테치! 낙원으로 간 테치!"

낙원. 하얀악마의 습격시기에 낙원이라니. 낙원이라는 말에 마지막 이주무리의 반인 120마리나 되는 실장석들이 우르르 화장실 안으로 우겨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장바닥보다 시끄러운 화장실. 엄지 한마리가 도도도 거리며 뛰어가지만 문이 덜커덩 닫혀버렸다. 낙원행에 참가하지 못한 엄지를 보며 화장실 안의 실장석들은 비웃었지만 30초뒤 밖의 엄지를 미친듯이 부러워 하며 녹아 흘러내렸다.

"레...레챠아아! 함정이였던 레치이!!"

유리문 넘어로 녹아흐르는 동족들을 보며 빵콘한채 뒤로 넘어진 엄지는 그제서야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텅 빈 공간에 홀로 남은 엄지는 닫힌 문 앞에서 주저앉아 그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

"오마에!"
"데스!"
"오마에!"
"데스!"
"오마에 들은 아직 공원에 하얀악마가 왔다는걸 모르는 녀석들에게 알려주러 가는 데스!"
"데스!"

지목 받은 두마리는 함차게 하얀악마가 왔다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갔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는 멍청한 녀석들의 행동에 보스실장은 골이 아파왔지만 지금은 저런 머저리들의 손 한개라도 아쉬울 때였다. 그저 잘하면 좋고 못하면 어쩔수 없다고 받아들이며 습격조와 유인조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그나마 좋은 녀석들을 유인조로, 자신은 습격조로 편성했다. 유인조는 자신이 받은 공물과 근처 집에서 약탈한 보존식을 마구 먹이고 똥도 충분히 싸게 만들었다.

"잘듣는 데스. 관리실장 한마리를 붙여주는 데스. 그녀석의 말에 따라 인간들을 최대한 유인하면서 아이들이 도망칠 시간을 버는게 목적인 데스. 유인조와 와타시가 함께할 습격조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이 공원 실장석의 운명이 정해지는 데스."
"와타시만 믿는 데스! 햇님이 사라질때까지 인간들을 유인하는 데스!"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감에 가득찬 호기롭게 말하는 유인조 관리실장을 보며 어깨를 두드리며 출발시켰다. 보스실장은 멀뚱하니 서있는 성체 한마리에게 유인조와 멀리 떨어져서 관찰을 시켰다. 보스실장은 왠지 오늘 느낌이 너무나 불안해서 혹시나 유인조가 생각보다 빨리 전멸할 경우를 생각해냈다.

"자, 이리오는 데스. 와타시가 모으고 모은 보물들을 주는 데스."

습격조 조장 보스실장은 6개중 가장 오른쪽 집을 열고 보물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못, 연필, 철사, 샤프, 커터날, 부러진 쇠심...30마리가 무장을 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보스실장을 선두로 공원 중앙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힐끔 뒤를 보는 보스실장은 사나운 눈초리로 무장한 30여 마리의 성체실장들을 보며 어딘가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시무시한 보물들을 든 30마리 성체들. 그 기세도 제법 사나워 도망치는 공원 들실장 조차 넋을 잃고 바라보거나 빵콘할 정도였다.

'하얀악마들은 보통 10명인 데스. 이 넓은 공원에서 적당히 치고 빠지면 충분한 데스.'

"오늘이야 말로 이 공원의 주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데스!"
"데샤아!!"
"데-갸-!!"

***

"하얀악마가 오는 데스우! 모두 도망치는 데스!"

보스실장의 명령에 헐떡거리며 공원을 질주하는 한마리 들실장. 뛰는건 결국 포기하고 걸으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았다. 도망치는 동족들 사이에서 목에 핏대가 올라서며 피가 목구멍 밖으로 나올때까지 소리를 지르는 들실장.

친실장은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무언가 긴박한 외침이였다. 멍한 머리와 흐릿한 눈을 부비며 잠시 주저앉아 뱃살에 파묻힌 장녀를 끄집어 내 바닥에 놓았다. 제법 정신이 돌아오자 막연히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조금씩 귀에 들어오가 시작했다.

-도...치는...하..마..!

"데에. 무슨 소란인 데스까. 분충이 죽고싶어 날뛰는것 같는 데스."

-도망치....데스! 하얀..악...나타난 데스!

고개를 갸웃거리며 간만에 푹 쉬어 피로도 많이 사라졌고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슬슬 아이들을 깨울려는 차에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치는 데스우!! 하얀악마가 나타난 데스!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손을 뻣은 친실장의 몸이 덜커덕 굳어버렸다.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하얀악마라니 농담도 이정도면 더이상 장난으로 치부할수가 없다. 친실장은 화를 참으며 집 문을 연 순간 우르르 도망치는 들실장과 어미잃은 고아들의 울음소리, 밟아죽어가는 엄지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것을 느꼈다. 귀를 기울이면 공원 중앙쪽에서 희미하게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데뎃?!"

정신이 번쩍든다. 과거 애호파에게 콘페이토를 받기위해 쟁탈전에 뛰어들었다가 팔 한짝 뜯겨져 간신히 목숨만 부지했던 그 때 처럼 전신이 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얀악마! 친실장은 집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마구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는 데스! 모두 일어나는 데스우우우우!!"
"마마아...좀더 자는 테치이."
"오늘은 마마와 함께하는 날인 테치. 그러니 더 자는 테치..이.."
"마마? 무슨 일이 있는 테에..."
"빨리 일어나라는 마마의 말이 안들이는 데샤아아아!!"

친실장의 다급하고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자실장들의 뇌를 뒤흔들었다. 역대급 고함소리에 화들짝 일어난 자실장들은 밖의 소란스러움과 비명소리에 전신이 덜컥 굳어버렸다.

"하얀악마가 온 데스! 오마에들 모두 버리고 빨리 마마를 따라 나오는 데스!"
"하얀악마 테챠!"
"큰일난 테치이!"
"도망치는 테치! 도망가는 테치!"

하얀악마라는 소리에 자실장들은 공포에 질려 친실장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소란을 피웠다.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들을 보며 버럭 소리를 쳤다.

"정신 못차리냐 데스!!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닌 데스! 마마를 따라 나오는 데스!"

친실장의 소리에 어느정도 진정이 된 자실장들은 꾸물거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며 친실장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 엉망이였다. 피난길에 오르는 녀석들과 그 틈을 노려 약탈을 하는 녀석, 고아들은 다른 들실장들에게 엉겨붙고 있고 고통에 찬 단말마와 비명은 점점 크고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서가는...데? 차녀 뭐하는 데스! 빨리 나오는 데스!"
"차녀챠 빨리 나오는 테치!"
"차녀 오네챠 장난치지 마는 테치! 진짜 급한 상황인 테치!"
"테에...와, 와타시는 여기 있는 테치! 밖은 무서운 테치! 집은 안전한 테치! 집을 버리고 마마를 따라서 갈수 없는 테치이! 집안엔 보존식과 물이 있는 테치! 즐거운 공씨도 있는 테치!"

친실장의 안색이 변했다. 집이 안전하다고 믿어버린 차녀는 벌벌 떨면서 집안에서 나오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촉박하다. 더이상 지체하다간 모두 죽는다. 친실장은 살짝 분충끼가 있으며 어리광이 다른 자매들보다 심한 차녀를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차녀는 집에 남는 데스. 만약 살아남으면 이 공원에서 차녀가 마마의 뒤를 잇는 데스."
"마마?! 차녀챠와 함께 가야하는 테치!"
"장녀는 닥치는 데스우! 이건 일가실각이 걸린 문제인 데스! 마마와 함께 간다고 살아남는 보장이 없는 데스! 만약에 차녀가 운이 좋다면 살아남아 보존식과 물을 먹으며 성장해서 이 공원을 자들로 가득채우는 데스! 그리고 차녀가 실패해도 장녀와 삼녀가 있는 데스. 어느 한쪽에 모두 힘을 쏟지마는 데스. 차녀는 집안에서 절대로 안전하다고 느낄때까지 가만히 있는 데스. 안에 있는 마마가 모은거 모두 써도 되는 데스! 그것을 먹으며 버티는데스. 알겠는 데스까?"
"아, 아아안 테츄!"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간 차녀는 마마의 수건안으로 쏙 몸을 집어넣었다. 친실장은 열린 문을 손수 닫으며 잽싸게 멍한 장녀와 삼녀의 손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달렸을까. 들실장들이 무리를 짓고 쉬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친실장은 표정를 굳힌채 울면서 친실장들의 품에 안긴 자실장들을 보았다. 하루아침 사이에 집과 봉투, 물을 잃어버렸다.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불안에 떠는 장녀와 삼녀의 손을 꼭 쥐고 장녀를 붙들고 속삭였다.

"장녀, 저번에 마마가 말한곳 기억하는 데스까?"
"테, 테에..기억하는 테치"
"장한 데스우. 장녀는 지금 바로 그곳으로 뛰어가는 데스. 절대로 절대로 멈춰선 안대는 데스."
"마마?! 함께가는거 아닌 테치??"
"마마는 최후의 사태를 대비해야하는 데스. 그곳은 인간도 감히 올수 없는 곳인 데스. 오마에같은 아이들만 갈수있는 데스. 마마는 삼녀와 함께 다른 길을 찾아보는 데스. 장녀, 여태까지 했던 마마의 말을 기억하는 데스. 이제부터 장녀는 어엿한 한마리 들실장으로 이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하는 데스! 장녀는 마마의 자랑인 데스. 마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중 가장 착하고 영리하고 영양도 충분한 데스. 그러니 마마의 말을 이해할꺼라 믿는 데스."

장녀는 흘렸다. 친실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친실장은 하얀악마와 맞서싸워 자신이 도망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는 것이였다. 삼녀도 영리하고 착하지만 몸이 약하다. 그렇기에 친실장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마마의 모습을 보기 싫어 장녀는 고개를 숙이고 마마의 바램대로 뛰기 시작했다. 고개가 저절로 뒤를 향하지만 참는다. 지금 마마의 모습을 본다면 도망칠수 없기에. 생은 이어진다. 친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장녀에게로. 장녀에게서 그 아이에게.

"테짓!"
"자, 장녀챠아아아아아아?!!"
"오네챠아아아아!!"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친실장의 희망을 품은 장녀는 고개를 숙이고 달리다 눈앞의 나무에 길게 튀어나온 뾰족한 나뭇가지를 보지 못했다. 서러움과 혼자 살아남는 다는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있는 힘껏 뛰던 장녀는 시원스럽게 뒷통수에 나뭇가지가 튀어나온채 몸을 축 늘어뜨렸다. 뿌지직 소리와 함께 팬티가 부풀어 오르며 그 무게로 머리가 갈라지며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생명의 바통이 5초 남짓 이어가다 떨어졌다. 친실장과 삼녀는 머리가 가로로 두쪽난 장녀의 사체를 들며 울부짖었다. 탁한 눈알. 길게 늘어뜨린 혀. 부러진 것 마냥 힘없이 덜렁이는 팔다리.

"하얀악마인 데스우! 다들 도망치는 데스!!"

슬픔에 잠길 시간은 없다. 친실장은 뒷통수를 때리는 소리에 장녀의 사체를 떨어뜨리고 삼녀를 품에 안고 달렸다. 이렇게 된 이상 삼녀만이 희망이다. 기필코 삼녀만은 지킬것이다. 친실장은 무리를 짓는 들실장과 달리 옆쪽으로 새어 뛰었다. 목표는 그곳. 삼녀만이라도...

***

"데..데헤...데덱, 데덱, 데챠아?!"

유인조 감시 실장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린것도 모른채 빵콘을 한채 부들거리며 수풀 사이에서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30m 넘어로 그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부하며 생각하던 유인조가 고작 20초 남짓한 시간만에 모조리 전멸하였다. 가장 빠른 유인조 대장실장은 인간의 세걸음만에 따라잡혀 뒷머리카락 부터 불이 붙어 전신이 활활 타오르며 수십미터를 뛰다가 쓰러져 죽었다. 다른 유인조도 마찬가지. 인간이 휘두르는 무기와 발걸음을 벗어나는 녀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주주주, 죽는 데스우..! 절대로 죽는 데스! 이건 무조건 죽는 데스! 벗어날수 없는 데스! 그런거 가능할리 없는 데스우!!"

진실을 안 대가일까. 감시실장은 지나친 공포로 미쳐버려 수풀 밖으로 뛰쳐나가 기괴한 웃음을 내며 인간들을 향해 갔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퍼석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감시실장의 대가리가 깨진 수박마냥 터져 머리없는 몸통이 차디찬 바닥에 쓰러졌다.


'늦는 데스...너무 늦는 데스!'

보스실장은 무장한 무리를 이끌며 감시실장을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자 초조해졌다. 이상하다. 10명 남짓한 하얀악마 치고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곳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언제까지 기다리는 데스까?"
"와타시의 이 보검만 있으면 인간따위 단숨에 죽여버리는 데스! 보스 우리들을 믿는 데스!"

보스실장은 계속해서 소중한 돌이 따끔거리는 불길한 신호와 잔뜩 기합이 들어간 무장조들을 보며 갈팡질팡 하였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싸울것이냐 좀더 감시실장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냐. 보스실장의 두 눈이 반짝였다. 꽉 다문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선택이 결정되었다. 남은건 실행뿐.

"데챠아! 챠아아아!!"
"데퍄앗! 데키이이이!!"
"데게롯!"
"데짓-!"
"데츄아아!!"

보스실장과 무장조들은 저 멀리서 걸어오는 인간 무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는 고작 5명. 그에반해 자신들은 30마리가 넘으며 하나같이 치명적인 무기로 무장했다. 질수가 없는 싸움이라 생각하며 보스실장을 비롯한 무장조들은 잽싸게 수풀밖으로 튀어나와 수십미터 밖에 있는 하얀악마 무리로 돌진하였다.

"허, 쒸펄. 살다살다 실장석 새끼들이 돌격하는건 처음이네."
"저녀석 덩치를 보아하니 이 공원 보스같은데요?"
"기습도 아니고 멀리서 오는건 뭔 경우라냐. 설마 손에 든거 믿고 오는거야?"

두런두런 아무런 불안도 없이 말하는 구제업자들은 그럴수밖에 없다. 커터날도 실장석이 들면 얉은 티셔츠 하나 가를수도 없다. 그것이 바로 실장석. 못도 찌른다고 찌르지만 오히려 자신이 그 반발력에 꿰뚫리지 않으면 다행이였다.

보스실장은 의기양양하게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인간들에게 다가갈수록 본능적인 위압감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개장수 앞의 개처럼 그동안 구제로 수만마리나 동족을 죽인 구제업자들에게 나는 무서운 분위기와 느낌,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옅은 냄새는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우, 우린 무적인 데샤! 보스 다같이 가는 데스! 오늘 우리들은 전설이 되는 데스!"

나름 체격이 큰 한 녀석의 말에 보스실장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이 공원의 정점, 보스실장이다. 자신이 두려워 해서야 말이 안된다. 호흡을 가다듬고
최후의 스파르타인 처럼 자세를 취했다.

"모두 공격하-데엣?!"

가깝다. 너무나 가깝다. 엄청 멀리 떨어진 인간이 어느새 눈깜짝할 사이에 다가와버렸다. 보스실장은 무언가 말을 할려고 입을 다시 여는 순간 의식이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연합구제팀은 알아서 묘자리를 찾아 온 들실장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기특한 나머지 손수 맞이하러 간 것이다. 맨 앞의 보스실장의 머리통에 호쾌한 일격. 삼단봉에 진득하게 묻은 피와 살점이 주욱 늘어져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단 일격에 보스실장이 자실장 크기로 뭉게져 죽었다. 단 일격만에 30마리의 들실장들의 전의가 사라지는데 충분했다.

가장 발이 빠르고 체력이 좋은 유인조도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가는게 현실. 무기들 들었어도 반항이나 공격한번 못하고 역으로 자신들끼리 살기위해 서로를 공격하다 죽는데 1분밖게 걸리지 않았다.

구제시작 2시간이 경과하자 공원 전체에 퍼진 하연악마의 공포로 집단패닉으로 서로간에 지리멸절 하기 시작했다. 단일 팀으로 구제를 실시했다면 유인조와 습격조들은 나름 20분정도 시간을 만들수 있었겠지만 전국 8개 구제업체, 총인원 240명의 대규모 구제다. 국내최대 실장석 서식지인 두루마리 공원은 월드컵경기장 크기의 면적을 자랑하며 실장석 번식전에도 다양한 생태환경 조성으로 나름인기 있는 공원에 속했다. 그런 명성답게 대규모 구제는 보스실장이 생각하지도 못했고 자실장들과 공원의 미래를 위한 최후의 발버둥은 끝내 무의미해져 버렸다.

-삐빅
[아아, 구제연합본부에서 일시 통보를 드립니다. 현재 공원 구제율 30%로 금일 종료시인 17시까지 위석서치 사용을 허가합니다.]

무전기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에 손에 든 스마트폰 크기의 검고 네모난 기계를 키자 로젠 마스티카 서치 라는 글자가 뜨며 레이더 화면이 표시되었다. 깜빡이는 화면에 맞춰 작은 동그라미가 잔뜩 표시되고 있었고 손가락으로 확대를 하자 놀랍게도 고저가 표시되었다.

신형 위석서치. 기존 위석서치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땅속이나 나무 위 같은 고저차이를 표시해주며 주변 위석서치와 연동하여 삼각기법으로 위치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10m전방 땅속 실장석 세마리가 감지되었습니다.

음성 네비게이션 기능으로 이어폰을 착용시 일일히 볼 필요도 없다. 이어폰을 낀 구제업자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마 장녀 오네챠는....죽은 테치?"
"그런 데스! 이제부터 삼녀 오마에가 장녀인 데스! 오로롱..오로롱"

구슬피 울면서 부지런히 걷는 친실장의 품에 자실장 한마리가 안겨있었다. 절대로 뺏길수 없다는 듯 강하게 안고 가는 친실장은 주변을 경계하며 신중히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동족이 죽고 있을지 상상도 안가지만 그저 자신과 하다못해 유일한 이 아이만이라도 살아남았으면 했다.

친을 잃은 고아들이 자신을 보며 반색을 하며 뛰어온다. 놓치면 죽는다. 조금이라도 상대를 해서 지체하면 일가실각이다. 어느 한쪽도 쉽사리 양보할수 없는 목숨이 걸린 일이였다. 엉겨붙는 고아실장이나 뿌리치는 친실장이나 힘들다. 하지만 고아실장은 자실장 이하의 개체. 친실장은 성체다.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자신의 치맛단을 붙잡는 녀석을 발로 찧어 빻는다. 곤죽이 되어 바닥에 스며드는 녀석과 그것을 보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고아실장의 모습에 살짝 안도하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공원 제일 끄트머리에 위치한 '그곳'까지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도착까지 1:30분.
구제종료시 까지 1:20분.



"마마...아직 있는 테치?"

수건 밑으로 숨은 차녀는 머리를 빼꼼 내밀고 주변을 둘러본다. 모든게 그대로 있다. 보존통, 어제 먹다남은 밥이 든 봉투, 반쯤 차있는 페트병, 마마보다 더 좋아하는 장난감 공. 운치굴에서 살짝 나는 운치냄새는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였다. 일상의 집. 하지만 마마나 자매들이 없다. 썰렁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고요한 집밖과 집안은 차녀에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만들어주었다.

혹시 자신만 남은게 아닐까. 혹시 마마와 장녀, 삼녀는 더 좋은 곳으로 간게 아닐까. 혹시 하얀악마라는 말로 자신이 버림받은게 아닐지.

"테에에엥! 마마 어디있는 테츄! 와타치 여기 있는 테치! 마마 수건 밑에 있던 테치! 테-흡~ 테-흡~."

수건에 밴 친실장의 냄새를 맡는다. 잠시나마 안정을 찾았지만 어디까지나 잠시일뿐. 곧바로 다시 찾아온 외로움에 몸부림을 치며 마마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냄새를 맡은게 사태를 악화시켰다. 친실장의 냄새에 더욱더 커져버린 쓸쓸함. 마치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에 울어보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팔다리를 흔들며 떼를 써보기도 한다.

"마마가 안나오면 와, 와타치 바닥에 운치 싸는 테치! 이건 진짜인 테치!"

-쁘디딕. 쁘릿, 브릿

팬티가 효모에 부푼 반죽마냥 훅 부풀어 올랐다. 엄격한 친실장 밑에서 자란 자실장들의 나름 상당히 깨끗한 팬티가 천천히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와타치 운치 팬티에다가 싼 테치! 진짜인 테치! 그러니 마마는 나와서 와타치 혼내주는 테치! 마마, 운치 싼 테치이! 운치, 팬티에다 싸버린 테치!"

하지만 친실장은 오지 않고 늘 자신을 나무라던 장녀도 없다. 자신에게 걱정스런 말을 건네는 미운 삼녀도 없다. 삼녀는 스스로 해볼수 있는 모든 행위를 다 해버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 자신은 혼자다.

비로소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받아들이자 물속에서 천천히 부유하는 부표처럼 친실장의 마지막 말이 한마디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마..와타치 살아남는 테치. 마마가 모은거 제대로 먹으면서 살아남아 마마처럼 훌륭한 마마가 되는 테치. 오네챠와 이모토챠들 몫은 남겨두는 테치. 혹시 집으로 돌아올수도 있는 테치. 마마처럼 커서 아이를 낳고 마마의 이야기를 이렇게 해주는 테치! 와타치의 마마는 이랬다 테치! 와타치의 마마는 자랑스럽다 테치! 마마 힘내라 테치-! 오네챠 힘내라 테치이-! 이모토챠 끝까지 살아남아라 테치이!!"

시련은 존재를 성장시킨다. 응석쟁이에 분충끼 있는 차녀는 껍질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는 새 처럼 스스로 자신안의 껍질을 깨고 다시 태어났다. 실장석 수십만 마리를 갈아서 간신히 한마리 나올까 말까한 개념실장. 사육실장의 궁극의 목표였다. 학대에 가까운 훈육도 일반적인 교육이 통하지 않는 실장석에게 시련이나 고난을 인위적으로 주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육실장 브리더의 핵심 교육이다. 만약 브리더가 봤다면 수백만원의 가치를 지불해서라도 얻을 개념실장. 차녀는 기이할만큼 적막한 집밖을 이해했다. 자신의 운명을 이했다. 이 순간 만큼은 차녀의 지능은 장녀를 뛰어넘어 가진 경험으로 다져진 친실장을 초월하여 아종에 다달았다.

"힘내라 테치이-!!"
"힘내라 테치이!"

겁쟁이에 응석받이인 자신이 할수있는건 이것밖에 없다. 마마가, 오네챠가, 이모토챠가 듣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이라 판단한 것을 할뿐. 그저 이 어쩌면 의미없을 울부짖음이 기적적으로 닿기를.

땅이 울린다. 쿵쿵 소리가 무섭게 귀를 강타한다. 흔들림은 집이 움직이며 다리에서 전해오는 감각은 과거 무서운 개미가 자신을 타고 오르는 감각과 같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겠다. 스스로 기회를 져버리고 몸부림도 치지않으며 마마와 자매들의 기대를 저버린 자신에게 안식은 없다.

"힘내라! 힘내라 테-치-!!"
"살아남는 테치! 마마의 의지를 이어가는 테치! 절대로 굴복하지 말아라 테치!!"
"마마 힘내는 테치! 포기하지 마는 테치! 오네챠 일어서는 테치! 이모토챠 끝까지 걸어가는 테치이!!"

진동이 멈췄다. 차녀는 그럼에도 외치는걸 멈추지 않았다. 골판지 박스가 허무하게 뜯겨나갈때도. 골판지 박스안에 한 자실장이 눈물을 흘리며 신문지 조각을 흔들며 테치테치 거리며 외치고 있었다. 하얀방복을 입은 마스크를 쓴 남성은 무덤덤하게 차녀에게 크고 두껍고 단단한 군화를 가져다 대었다.

"테-찌잇!"

린갈이 없는 인간에게 실장석이 개념이던 분충이던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불행한 것이다. 소통의 부재는 불행을 낳는다. 어쩌면 다른 생이 펼쳐질수도 있는 차녀는 군화에 짖이겨 찐득한 덩어리가 되지 않을수도 있었다. 브리더에게 약간의 훈육을 받고 수천만원에 팔려 호화스런 생활도, 살아남아 다시금 이 공원에 실장석들을 꽃피울 수도 있었던 차녀는 그렇게 죽어버렸다.

도망치던 친실장의 귀가 쫑긋 거렸다. 뛰고 걷고 집에서 지금 위치까지 약 380m. 갈 길은 지금까지 온 거리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어째서 인지 도저히 물리적으로 들을수 없는 거리의 집에 남겨진 차녀의 소리가 들린것 같았다. 소리는 아니다. 몸안의 소중한 돌에서 찌잉 거리는 따스하고 힘이나는 알수없는 기운이 나는것 같았다. 혹시 자신이 잘못생각한건 아닐까. 차녀를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건 아닌지, 차녀를 강제로라도 데려와야 했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복잡해지는 머리를 느끼며 자신의 품안에 잠든 삼녀를 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하필이면 이런 때에 태어나 이 먼 거리까지 도망쳐야 했고 믿음직하고 든든한 장녀의 죽음을 봐야했다.

"마마..힘내라 테치...오네챠, 살아남아...테치...이모토...포기마는...치이..."

삼녀의 잠결에 중얼거림에 친실장의 몸이 순간 굳었다. 삼녀가 말했지만 목소리는 분명 차녀의 소리였다. 친실장은 눈물을 삼켰다. 이젠 마마로써 자신이 해야할 때다. 모든걸 하고나서 눈물을 흘려도 늦지않는다.

"차녀...오마에의 목소리 확실히 들은 데스..!!"

도착까지 1:00

***

보스실장이 실각하고 습격조가 전멸했다. 유인조도 전멸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려줄 실장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도 공원 곳곳에 보스실장을 믿고 버티는 들실장이 수도없이 많이 산재해 있었다. 최초로 출발한 짝귀실장이 이끄는 자실장 무리는 어느덧 2/3지점에 도착한뒤 잠시 쉬고 있었다. 짝귀는 불안한 마음에 좀더 가고 싶었지만 자실장들은 완전히 퍼져 바닥에 누워 헉헉 거리고 있었다.

엄지실장들은 진작에 낙오되어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자실장도 벅차는 강행군, 엄지따위가 버틸리 없다. 짝귀는 거친 숨소리만 가득한 이곳에서 귀을 귀울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언제어디서 하얀악마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귀를 열고 다리는 긴장을 풀지 않는다. 최악의 사태에 몇마리 자실장만 이끌고 먼저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자실장 한두마리면 반년도 안되 이 공원을 다시 자신들의 세상으로 가득 채울 자신이 있었다.

"일어서는 데스! 다시 가는 데스!"

짝귀의 말에 어기적 거리며 일어서는 자실장들과 고개를 돌린채 휴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녀석들로 나뉘었다. 짝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채 일어서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는 자실장들을 모아서 무리를 만들고 이끌고 사라진다. 남겨진 자실장들은 설마 버리고 갈줄은 몰랐기에 당황하며 일어서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울기시작했다. 이런 상황, 흥분에 서로간 싸움과 동족식이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쫓아갈 황금시간마저 사라졌다. 이름모를 공원 한곳에서 길잃은 자실장들이 수풀사이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보스실장은 탁아는 한 곳에 몰아 넣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알기에 짝귀를 비롯해 2마리의 성체를 시켜 총 3무리를 만들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적당히 무리를 만든 짝귀를 제외한 나머지 2무리는 욕심에 조금더 멀리, 조금더 많이 하다가 구제업자와 조우, 전멸하였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조여오는 하얀악마들.

그리고 이 순간 네 방향에서 조잡한 나뭇가지와 돌을든 성체실장 300여 마리들이 구제업자에게 반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최후의 보루, 혹은 보험이 있다는 것 하나로 두루마리 공원의 들실장들의 행태는 인간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나가 조금씩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 몸으로 때우는 데스우! 돌격 데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데스!!"
"돌이 없으면 운치를 던져라 데스!"
"한번 물면 머리가 뜯어져도 놓지 마는 데스!"
"동족의 시체를 밟고 넘어가는 데스!"

300마리의 들실장의 공격은 정리하는데 제법 시간이 오래걸린다. 위석서치로 대규모 무리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있지만 문제는 도구의 부족이였다. 가장 효과좋고 광범위하게 구제가 가능한 도로리 용액이 떨어졌다. 직접 도구로 잡아야 하는데 300마리가 사방에서 날뛰면 상당히 귀찮고 제법 시간이 오래걸린다.

"아오 팔아퍼 죽겠네. 이것들 뭘 잘못쳐먹었나 다른 공원이랑 완전 다르네요."
"두루마리 공원이니까 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봉을 휘두르며 바닥에 쓰러진 녀석들을 확인사살하며 마대자루에 담는다. 오늘안에 60%는 해야하는데 이런식이면 할수가 없었다.

-삐익
[본부에서 알립니다. 예비 인원 100명더 투입하고 차량을 이용해서 도로리 용액을 지급할테니 각자 위치에서 쉬면서 대기하도록 하세요.]

"어휴, 쓸데없이 넓어서..."
"그래도 도로리 용액이 다시 충전되면 속도가 붙겠지. 에구구, 허리야. 담배나 하나 펴야겠다."

피와 똥으로 범벅이된 공원 바닥에 재가 떨어져 치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짝팔인 데스! 짝팔이 확실한 데스!!"

짝귀는 멀리서 소란스러움을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런 것을 할수있는건 짝팔밖에 없다고. 어쩐지 오늘 보스실장이 모두 불렀는게 불참한게 이것 때문이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와타시들을 도와주는 움직임이 있는 데스! 모두 힘내는 데스!"

짝귀의 말에 자실장들은 다시 힘을 내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선 어딘가에서 하루정도 밤을 보내야 한다. 성체도 하루만에 갈수 없는 거리를 자실장을 이끌고 돌파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짝귀는 조용히 걸으며 생각했다. 여기 어딘가에 하룻밤을 보낼 적당한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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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테프프~ 마마 와타치가 삼녀인 테츄웅"

친실장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넝마가 된 흙과 똥 범벅의 옷을 입은 낯선 자실장을 보았다. 이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삼녀는 어디로 간 것인가. 멍하니 자신을 보는 친실장을 보며 자실장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손을 뿌리치기 위해 몸을 뒤로 뺐지만 손은 굳건하게 붙잡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놓아라 테치이이이!!"

다급해진 자실장은 눈물과 똥을 지리며 발버둥 쳤지만 오히려 단단하게 쥔 손이 아퍼왔다. 강단있는 녀석이라면 팔을 뜯거나 손이 아작나는 것을 감수하고 지금 친실장이 충격에 빠졌을때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쳤을 테지만 이 녀석은 그럴수가 없었다.

"놓아라 테치! 당장 와타치의 고귀한 손을 놓아라 테치이이이!!"

더럽고 천한 말을 하는 자실장을 보며 친실장은 천천히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붙잡은 손에서 빠직빠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친실장의 악력에 자실장의 손이 으스러지는 소리였다. 자실장은 붙잡힌 손 아래로 누워 떼를 쓰며 콧물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안좋다. 절대 안좋다. 이런 상황 결코 좋지 않다.

"오마에....시간이 부족하니 자비롭게 죽여주는 데스."

누런 이빨이 일그러진 입 사이로 번뜩였다.

"테챠! 아닌 테치! 마마! 죽기싫은 테치! 마마! 마마-, 테쨔앗! 테찟!"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실장의 머리가 친실장의 발에 깨져 부서졌다. 친실장의 무덤덤한 표정이 사라지며 울상으로 변했다. 친실장은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데스! 마마가 가는 데스우!!"

***

점점 걸어갈수록 곳곳에 쉬고 있거나 치져 잠든 동족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행여나 떨어질까 삼녀를 꼬옥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마마 힘들지 않는 테치? 와타시도 걷는 테치"

삼녀의 말은 옳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에선 아무리 친실장이 있어도 습격하여 자를 뺏어 먹는 녀석은 언제나 존재한다. 친실장은 그런 삼녀의 머리을 한번 쓰다듬고는 괜찮다고 하며 걸었다. 쉬고 있는 동족들이 멀어질수록 머리 한쪽에선 계속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쉬고 싶은 데스!'
'위험한 데스!'
'쉬고 싶은 데스!'
'괜찮은 데스!'
'쉬고 싶은 데스!'
'버티는 데샤!'
'쉬고 싶은 데스!'
'삼녀를 걷게하면...아닌 데스!'

내적갈등이 심화될수록 친실장의 몸은 정직하게도 팔이 느슨해지며 발걸음이 뜸해졌다. 삼녀는 친실장의 느슨한 품안에서 뛰쳐 내려와 친실장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마마 너무 지친테치. 마마도 이제 쉬는 테치. 이정도 왔으면 하얀악마도 어느정도는 걱정없는 테치."

자실장의 말에 쉬고 싶다는 생각이 폭발하여 친실장은 근처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뻣었다. 살것같다. 평소 걷기 페이스를 수십번이나 오버하고 자실장 한마리나 안고 와서 체력소모가 극심했다. 친실장은 몇초간의 아늑함을 느끼며 곧바로 골아 떨어졌다.

"테! 마마 죽으면....자는 테치?"

고개가 푹 숙여진 친실장을 보며 삼녀는 까무러치게 놀랐지만 데로롱 거리며 코를 고는 친실장을 보며 안도하며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소리도 없고 동족의 기척도 없다. 삼녀는 아장아장 걸으며 낮선풍경에 압도당하는 한편 은근한 스트레스에 운치를 누기위해 근처에 있는 풀더미 속으로 들어갔다.

-뿌직 쁘딧 브리릿

시원한 소리와 함께 삼녀는 운치를 누며 은은한 쾌감에 얼굴을 붉힌채 부르르 몸을 한차례 떨었다. 운치를 누자 제법 정신이 안정되며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살짝 걱정이 들었다. 수풀 사이로 지친 몸짓으로 잠든 친실장을 보며 삼녀는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며 근처의 풀을 뜯어 운치를 닦고 친실장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불과 몇시간전 지옥같은 상황이 거짓말 처럼 느껴진다. 비명과 고함, 우는 소리가 아닌 짹짹거리는 새소리. 흔들리는 수풀소리. 살랑살랑 불어와 자신의 뺨을 스치는 바람. 따스한 친실장의 온기.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속에 실낱같은 잡음이 들려온다.

-데갸아아아!!
부르르릉!
-테찌이이이이이이!!
부릉!부릉!

삼녀의 눈이 번쩍 뜨이며 친실장의 품에 빠져나와 귀를 기울리니 알수없는 큰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하약악마!!

삼녀는 갈팡지팡 하며 다리를 동동 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친실장을 깨우기 위해 잠시 몸을 흔들었지만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삼녀는 고민 끝에 생각을 정리했다. 다부진 눈. 흔들림없는 벌어진 A자형 입. 굳은 의지로 무장된 표정. 삼녀는 친실장에게 다가가 흔들어서 옆으로 쓰러진채 자는 친실장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마...마마는 와타시들이 살아남기를 바랬지만 와타시는 마마가 살았으면 하는 테치. 와타시가 마마없이 그곳에 간다고 해도 살아나서 성장할 확률이 너무나 작은 테치. 또 마마가 살아있으면 와타시 같은 아이들은 언제든지 낳을수 있는 테치. 와타시는 마마를 위해서 시간을 끌어보는 테치. 마마 반드시 살아남아 장녀와 차녀 오네챠 몫까지 다시 아이들을 낳는 테치. 그리고 가끔 장녀와 차녀, 그리고 와타시가 마마의 아이였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은 테치..."

삼녀는 불쑥불쑥 튀어나올려는 눈물을 삼키고 친실장이 올라왔던 방향을 역주행 하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이라도 좋다. 마마가 좀더 쉬기를. 마마가 좀더 기운를 차려서 다시 더 멀리 도망갈수 있기를.

"하얀악마아!! 기다려라 테치이! 와타시는 마마의 삼녀인 테치! 와타시가 갈테니 기다려라 테치이!!"

잠든 친실장의 귀가 꿈틀거렸다.


***

"여기는....기억나는 데스!"

짝귀는 자실장들을 이끌고 일직선으로 올라가다가 방향을 틀어 북서쪽으로 향했다. 북문에 위치한 그곳에 가기위해 안전한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다행이도 이 근처엔 예전에 보스실장과 함께 공원 곳곳에 만들어둔 비상굴이 있는 곳 근처가 틀림없었다.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녀석들은 버린다. 제 한몸 건사하기 힘든 하얀악마의 습격속에 그저 데리고 가는 거 자체가 이 두루마리 공원 들실장이 다른 공원과 다른 점이 확연히 들어나는 것이였다.

"따라오는 데스! 와타시를 따라오지 않는 녀석은 죽는 데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안전한 땅굴이 있는 데스! 땅굴안에 보스실장과 만들어둔 보존식이 있으니 정신차리는 데스!"
"테...치이..."

다 죽어가는 음성이 들인다. 보존식이라는 말에 반응이라도 하는 녀석은 정말 얼마 없다.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의 뒤를 따르는 자실장들을 본다. 성체인 자신도 버거울 정도인데 자실장이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에 가깝다. 열량소모가 극심해 지방이 사라져 뺨이 홀쭉해진 자실장들.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짝귀의 뒤로 20마리의 자실장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10분쯤 지나자 짝귀는 수풀이 무성한 곳에서 멈춰서 땅에 코를 대고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흙과 풀냄새가 너무 짙어 판단을 할수가 없다고 여긴 짝귀는 수풀을 손으로 밀며 조심스럽게 땅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팡팡! 팡팡! 팡, 딱!

몇번 두드림 끝에 다른 소리가 들리자 반색을 하며 위의 흙을 손으로 밀며 치우자 낡은 골판지 조각이 들어났다.

"여기인 데스! 오마에들 오는 데스"

말없이 묵묵히 짝귀가 걷어낸 골판지 조각 밑에 난 구멍을 보며 자실장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짝귀는 그런 자실장들은 하나하나 들어 눈물을 훔쳐주고 땅굴안으로 내려놓았다.

"오마에들은 칭찬받아 마땅한 데스. 오마에들은 정말 훌륭한 이 공원의 진정한 아이들인 데스."

짝귀의 칭찬에 힘없이 눈물을 터트린 자실장들은 곧이여 컴컴한 땅굴안으로 들어간 짝귀가 가져온 자실장 50마리가 한달을 먹을수 있는 양의 보존식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20마리가 먹을 양이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기위해 위석이 살짝 녹을 정도로 에너지를 끌어다 썼기에 미친듯이 게걸스럽게 먹곤 너나할것 없이 잠이 들었다. 파리한 안색도, 홀쭉해진 뺨도 어느새 정상적으로 돌아와 통통하게 살이 올라와 있었다. 짝귀는 입구 근처에 앉아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 보존식을 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밤만 버티면 되는 데스..."

구제종료시까지 00:30분.


짝귀가 자실장들을 이끌고 비상굴에 도착할때 동서남북으로 성체를 이끌고 공격한 짝팔은 차디찬 고기덩어리가 되어 마대자루에 담겨 자루채로 압착기로 피빼기를 당하고 있었다. 똥과 피가 마대자루 밑으로 스며나와 관을 타고 배수구로 향했다. 한포대 가득 담긴것이 압착이 끝나자 2/3크기로 줄어들어 벽돌처럼 단단하게 되었다. 그렇게 쌓인 블럭만 100여개. 이 실장고형블록은 꽤 비싼값에 실장직화구이 전문점에 팔린다. 이 블럭을 태워만든 불에 익힌 실장석의 맛은 지갑도둑이 된다.

"데프프...오마에들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는 데스. 와타시들은 비록 죽겠지만 '그곳'에 가는 시간은 조금이라도 번 데스. 그곳에 간 아이들이 커서 다시 이 공원을 정복하는 데스! 알겠는 데스!! 알아들은 데스까! 와타시들은 절대 패배하지 않은 데스! 데짓!"

짝팔과 함께 습격을 한 남문 습격조 조장인 앞머리카락이 없는 성체실장은 인간을 비웃으며 죽었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은 그들 생각처럼 값지고 엄청난 것은 아니였다. 오후5시가 되면 구제는 종료되기에 그저 스스로 와서 죽어준꼴 밖에 되지 않는다.

"징글징글하네요. 블록 100개는 구제 2년차인데 처음봅니다."
"꽨히 두루마리 공원이 아니지. 여기 드론으로 공중에서 위석서치로 조사 해보니까 성체실장 숫자만 1만마리가 넘는다니까."
"1만...."

상상이 가지 않아 고개를 흔들며 북적거리는 연합본부를 보았다.


***

'마마를 지키는 테치!'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던 삼녀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에 도착하였다. 하얀 옷을 입은 악마들이 사정없이 동족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몸이 녹아내리는 녀석, 피를 입과 총구로 쏟아내는 녀석, 으깨지고 잘리는 녀석, 몸이 납작해져 흙처럼 되는 녀석, 덜컥덜컥 몸을 흔들다 뻥 터지는 녀석.....다채로운 죽음이 가득했다. 삼녀는 기절할것 같은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시간을 끌며 도망치기 위해 화단에서 검은바닥으로 내려가 외쳤다.

"와타시를 보는 테치! 와타시가 여기있는 테치! 와타시는 자랑스런 마마의 아이인 테치이! 마마의 아이인 와타시가 여기 있으니 똥악마들은 당장 와서 잡아보라는 테샤아아아아!! 찌익!"

-부르릉...

공포와 맞서싸우며 두 다리로 서서 자신의 의지를 호기롭게 피력하던 삼녀는 검고 두꺼운 고무타이어에 휩쓸려 분쇄되 2m가량 바닥에 적록색 얼룩을 남기며 사라졌다. 타이어 무늬 사이로 박힌 살점과 머리카락, 옷조각은 20m도 가지 못한채 거친 노면에 갈려 깔끔하게 떨어졌다. 항거할수 없는 거대한 사건에 맞서 싸울려는 삼녀의 의지는 너무나 허무하리 만치 가벼웠다.

친실장은 이상한 소리에 반쯤 몽롱한 표정으로 일어나 멍하니 있었다. 정신이 차츰돌아오자 하얀악마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깨닿고 눈빛이 번뜩였다. 다급하게 주변을 더듬으며 손에 물컹이는 것이 잡히자 확인도 하지 않은채 달렸다. 테, 테 거리는 자실장의 헐떡임도 무시하고 미친듯이 달리고 달렸다. 어느정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손을 꼭 붙든 삼녀를 보자 거기엔 낮선 고아자실장이 있었다.

"데...!!"
"테프프~테찟!"
"기다리는 데스우! 마마가 가는 데스!!"

친실장은 삼녀의 냄새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삐이
[연합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현재시 17:01분. 구제종료를 알려드립니다. 현재시 17:01분. 구제종료를 알려드립니다. 모든 연합구제원들 께서는 장비반납을 하시고 익일 오전10:00까지 두루마리 공원으로 재집결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시각 17:01분.



***

"데슷! 데슷! 데스...!"

성체실장 한마리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뛰고 있었다. 무언가 쫓기는 마냥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은 긴박감마저 흘러 내렸다. 얼마나 뛴 것일까. 가쁜 숨 사이로 근육이 터져 피멍이 붉으스름하게 맺혀 있었고 휘청휘청 거리는 다리는 엿가락처럼 휘면서도 용케 달리고 있었다.

"데헥...!데헥..!!"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안면이 푸르스름하게 남색빛이 살짝 도는, 치아노제에도 불구하고 성체실장은 눈물과 똥을 멈추지 않은채 걷는것이 더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애처롭게 뛰고있었다. 아니, 더이상 뛰는걸 포기하였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삼녀...어디있는 데스까..! 삼녀! 오로롱..오로롱"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녀의 냄새가 있는 곳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조차 안된다. 대체 어디간 것이냐. 이 몹쓸 아이야. 마마의 가슴에 보검을 박고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이제 그만 두는 데스...이제 그만 해주는 데스...!!"

어째서 인간이 이리 잔혹한가. 어째서 인간은 이토록 이기적이고 사악한가. 장녀가 죽었다. 차녀가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남은 삼녀마저 빼앗아갔다. 마지막 희망. 마지막 남은 희망의 찌꺼기 마저 이토록 매정하고 잔인하게 빼앗아가야할 정도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저 공원에서 작게나마 행복을 꾸리고 싶었는데.

"그저 조그마한 행복마저도 시기하고 질투해서 빼앗가는 이유가 뭐인 데스까-!!"

억울하고 원통하고 원망스러워서 말조차 하지 못하고 꺽꺽대며 눈물을 흘리던 친실장은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대로 죽고만 싶었다. 아이들이 모조리 사라진 이상 대체 무슨 낙으로,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대로...이대로 아이들을 따라 가는 데스우..."

소중한 돌에서 틱틱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심적, 육체적으로 하룻동안 받은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다. 보통 생명체라면 이미 진작에 죽었겠지만 실장석이기에 지금까지 살아서 움직일수가 있었다. 실장석이기에 고작 위석에 금이간 정도에 그칠수 있던 것이였다.

"삼녀...."

친실장의 쓸쓸하고 메마른 잠꼬대가 저무는 노을빛에 울려퍼졌다.

-쩌억...!

"데덱!! 어, 어째서...데갸아아! 데캬아아!"

친실장에게 자그마한 휴식도 용납하지 않는다는듯 위석이 쩌억 갈라지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눈알을 부릅뜨고 몸이 찢기다 못해 정신이 먹먹해지는 고통에 부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웠다.

"와타시는, 굴복하지, 않는 데스...데챠아아!!"

먹은것도 없이 하루종일 뛰고 걷고 움직였다. 일반적인 실장석의 생리에서 벗어난 행동. 그에따른 급부일까 하룻동안 쌓이고 쌓인 데미지가 둑이 무너진듯 지금이제서야 터져나왔다. 친실장은 위석이 깨지는 고통을 이가 부서져라 악물고 참아내며 검게 물든 하늘을 향해 가슴을 피고 섰다. 이것이 실장석의 운명이란 말인가. 고통받으며 태어나 고통받으며 살다가 고통끝에 죽는게 자신들의 운명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딴 운명. 이딴 운명따위....

"거부...데에...."

-파킨

유리깨지는 소리와 함께 독기와 총기가 서린 눈알이 순식간에 탁하게 물들었다. 벌어진 입으로 깨진 이빨이 피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부들거리는 몸은 더이상 떨지 않게되었다. 지나친 운동으로 체온조절 기능마저 사라진 뜨끈한 육신이 식어 차갑게 변했다. 누렇고 흙먼지에 변색된 팬티에 희미하게 초록색이 물감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오후 7:44분.
친실장 사망.
자실장 생존 0.


***

"보스, 짝팔...보고있는 데스까?"

짝귀는 하늘의 별을 보고있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 오늘 죽은, 내일 죽어갈 동족들이 별이 되어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 동족들을 생각하며 짝귀는 잠을 청했다. 무조건 일찍일어나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모두 도망치는 데스으!"

그리고 다음날 깨어난 짝귀는 고함을 질러야했다.

밤이 찾아오자 공원은 그 어느때보다 조용해졌다. 하얀악마, 즉 구제가 찾아와 피로해진 몸과 마음과 팽팽하게 당겨지던 정신의 끈이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끊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치명적인 함정이 되었다.

짝귀가 일어선 시간 오전 11:00시.
공원 구제는 끝나지 않았다.

전쟁같은, 혹은 재해같은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사방에 울려퍼지는 소리는 어제보다 더욱 극심해졌다. 오늘은 예비인원을 시작부터 모조리 넣어 구제가 실시하여 어제보다 몇배는 빠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짝귀는 고함과 함께 자실장들의 뺨을 사정없이 때려 억지로 깨웠다. 다행히 어제 배터지게 먹고 푹 잔 덕분에 몸상태는 많이 좋아져 보였다.

"하얀악마들인 데스! 모두 와타시를 따라 오는 데스!!"
"테치!"

자실장들은 넘치는 힘에 우렁차게 대답하며 짝귀의 뒤를 따라 빠르게 걷기시작했다. 중간중간에 마마를 찾거나 넘어져 우는 녀석들을 제외하곤 4시간을 쉬지않고 꼬박 걸어 '그곳'근처로 올수있었다.
아침의 쌩쌩함이 사라진채 피폐해진 몰꼴의 자실장들은 어딘가 피곤하고 지친 짝귀의 말에 묵묵히 걸었다. 자실장 조차 위석의 내구력이 깎일 정도의 강행군이다. 이미 나이를 먹은 짝귀의 위석은 바스라지기 일보직전.

"거의 다 온 데스. 아직 이곳은 하얀악마들이 안온 데스."
"..."
"오마에들, 잘 듣는 데스. 그곳은 하얀악마들도 오지못하는 이 공원의 유일한 곳인 데스. 거기엔 물과 밥이 늘 넘쳐나며 숨을 곳도 많은 데스. 하얀악마들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곳에서 충분히 먹고 자고 싸서 와타시같은 어른이 되어야 하는 데스. 그리고 이 공원으로 와서 다시한번 자들로 가득채우는 데스."
"아줌마..."

짝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한 곳을 가르키며 쓰러졌다. 자실장들은 달려와 짝귀 주위에 서서 짝귀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귀가 없는 들실장들에겐 병신으로 노예가 되어야할 짝귀지만 자실장들은 짝귀를 병신이 아닌 친실장처럼 생각하였다. 짝귀의 발은 발이라고 부를수가 없었다. 맨 앞에서 땅을 고르며 온 짝귀. 차디찬 시체가 된 짝귀의 입에선 녹아내린 내장과 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줌마의 의지 확실히 이어받았다 테치!"

기합이 잔뜩 들어간채 비장하게 걷는 15마리의 자실장들. 얼마쯤 걸었을까. 과연 주구장창 짝귀가 이야기하던 그곳과 똑같은 곳이 보였다. 자실장들은 살았다라는 안도와 이곳에 오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며 뛰었다. 한시라도 지체없이 이 지긋지긋한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슬픔과 공포가 지배하는 이 곳에서.

"테챠아아!"
"츄아아!"
"테삐이-!"

15마리가 일렬로 손을 잡고 수풀을 헤치며 한발짝 다같이 딛는 순간 전부다 몸이 아래도 쑥 꺼지며 사라졌다.

접이식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진 경사진 판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자실장들의 포즈는 제각각이였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뜨거운 열기와 빛.
불이였다.

연합구제팀은 그곳을 알고있었다. 구제에 앞서 철저한 조사로 두루마리 공원내 들실장들이 여기로 모두 몰릴것을 생각해 설치한 트랩이였다. 그리고 역시나 이 트랩의 공훈은 어마어마했다. 설치후 들실장 약 1만 마리 소각.

"낙원이라 들은 테치!!"
"모두 거짓말쟁이 였던 테챠아아아!"
"아픈 테치! 몸이 까맣게 변하는 테치이!!"
"챠아아아-!!"
"테챠! 테찌이이잇-!!"
"앞이 안보이는 테치이...손님, 발님 안움직여지는 테챳!"

불에 타서 까맣게 재가 되기까지 약 4분가량 거의 이주급 강행군을 버티고 버틴 자실장들의 움직임과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철판엔 여기저기 들러붙어 탄화한 실장석 살점 조각들이 가득했다.

두루마리 공원 구제가 끝이 나기 시작했다. 실장블럭 총 332개. 공원 전역에서 잡은 들실장 숫자 2만 8700마리. 소모한 도로리 3.2t. 드론 70기, 구제인원 240명. 역대급 구제작전은 단 한마리도 탈출하지 못하고 훌륭하게 끝마쳤다. 얼마나 많은 들실장들이 죽었는지 이주실장이나 버려진 사육실장 조차 한동안 감히 두루마리 공원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미처 수거하지 못한 들실장 사체가 화단 곳곳에 썩어가고 있었고 고인 피가 웅덩이를 만들며 부패해 역한 냄새가 어디선가 계속 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년도 두루마리 공원엔 공원조성이후 처음으로 꽃과 나무들이 푸른잎과 화려하고 선명한 꽃망울을 터트렸다.










공원탈출

 

#. 공원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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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하얀 악마가 아닌 검은 악마들이 나타나 사랑스러운 자신의 새끼를 무참히 밟아 
버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꿈을. 데갸악! 지독한 악몽에 놀라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난 친실장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용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열 마리의 자 
실장들이 테~휴~테~휴~ 귀여운 숨소리와 함께 아직도 꿈나라에 있었다. 다행인데수….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실장생. 안도의 한숨을 쉰 친실장은 살며시 문을 열어 밖을 확인 
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중이었다. 부스럭. 이왕 이리 된 거 평소보다 일찍 먹이를 구하 
러 골판지 밖으로 나가는 친실장이였다. 인간이나 동족. 그 외 기타 등등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장 직면한 식량문제 해결이 우선이었다. 꿈은 꿈일뿐인데수. 그렇 
게 생각하며 서둘러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부지런한 동족들 몇몇이 쓰레기장을 뒤집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동족들 역시 도착해서 바글바글 거릴 것이 분명했 
기에 친실장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 기분 내키는 대로 찾아와 먹이를 뿌리는 애호파들에게 몰려들어 하나라도 더 많이 줍 
기 위해 재롱을 떨고 아우성을 치며 동족을 밀치고 밟고 밟히는 모습. 평범한 푸드가 아닌 콘 
페이토처럼 보이는 별사탕을 뿌려대는 애호파들은 그런 들실장들의 행동을 보면서 통 크게 먹 
이를 뿌리며 부채질을 해댔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허겁지겁 달려와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뒤쪽의 동족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는 녀석. 한껏 받아 기뻐하는 동족의 뒤를 후려쳐 그대로 
빼앗고 도주하는 녀석. 항상은 아니었지만 심심치 않게 보던 그런 풍경. 그런 날이었다. 아니, 
그 말은 취소.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동족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쓰레기장을 뒤지다 말고 
허겁지겁 달려왔던 친실장은 숨이 차올 대로 차올라 헉헉거렸지만 그와 반대로 가까워지면 가 
까워질수록 서서히 느려지는 발걸음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몸. 본능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생각하는 와중에도 먹 
이를 뿌리는 애호파들에게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낀 친실장은 자신의 본능을 믿기로 한 듯, 
그늘에 숨어 눈앞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맨날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지만 여태까지 보 
아왔던 애호파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혹시 독약을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먹이를 주워 
가는 와중에 하나둘 입안으로 쑤셔넣는 동족의 모습을 보면서 반응을 기다리지만 콘페이토 처 
럼 보이는 별사탕을 집어삼킨 들실장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데수웅~ 하는 행복한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그 모습에 괜한 걱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달려나가지 않은걸 후회하며 
집에 있을 자들에게 달콤한 선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 짧은 사이에 모든 것 
이 끝나있었다. 보람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는 애호파들과 자기들끼리 들떠 웃으면서 
만만해 보이는 개체를 약탈하기 위해 눈알을 부라리는 녀석들의 모습에 역시나 자신의 괜한 걱 
정으로 이런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친실장 
은 그런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는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애호파로 보이는 인간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에서 비교적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동족식을 하는 
개체는 공원 입구쪽에 자리를 잡은 한 녀석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다 자리를 잡은 친실장이었다. 물론, 그 대가로 쓰레기장하곤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은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는 길에 보인 것은 어설프게 숨겨진 또다른 골판지 하우스였다. 강한 개체는 외곽에서 생활했 
고 친실장처럼 약한 개체는 공원의 안쪽에 몰려 있었다. 
「다녀온데스.」
「마마가 온테치!」
「마마~.」
「마마테치!」
「마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열 마리의 자들이 친실장을 환영하며 달라붙었다. 너덜너덜해진 
친실장의 옷에 얼굴을 파묻고 좋다고 부비부비를 하는 사랑스러운 자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 
듬어준 친실장은 서둘러 쓰레기장에서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 자들 앞에 펼쳐놓았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작은 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참아가며 자신에게 배분된 
것들을 먹어치우는 새끼들의 모습에 친실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배불리 먹여주 
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대로 먹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무작정 싸지 
르고 보는 실장석의 어리석음. 그래도 꼴에 운은 좋았는지 열 마리 모두가 자실장이다. 는 개 
뿔. 오히려 그것이 최근에는 더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다. 한창 자랄 시기인 자실장이 열 마 
리.. 덕분에 새끼들에게 요구되는 음식량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친실장이 얻을 
수 있는 음식은 조금뿐이었고 어떨 때는 아예 구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늘어나는 것은 식량이 아닌 자들의 식욕과 공원의 들실장들 숫자뿐이었다. 최대로 성장한 성 
체 실장만 3백 마리에 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걸로 살아간데스.」
오늘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열 마리 모두가 그나마 허기를 채울 정도의 양은 되었기 때 
문에. 공원에 널리고 널린 게 들실장이다 보니 괜한 걱정에 애호파를 그냥 놓친 것에 속이 쓰 
린 친실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겨우 노을 진 저녁이었지만 계속 깨어 있어봤자 
배만 고파질 뿐이었기에 식사를 마치자마자 새끼들을 재우려는 친실장. 놀고싶어하는 자들을 
애써 달래 눕혀 그 위에 수건을 덮어주는 친실장의 머릿속엔 한 번이라도 좋으니 비닐봉투가 
꽉 찰 정도의 풍족한 먹이를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지고 꿈나 
라로 빠진 새끼들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다 공원의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밝아질 때가 되어 
서야 잠자리에 드는 친실장이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배부른 자들을 보고싶은데수….」
친실장의 바람은 다음날 바로 실현되었다. 
★☆★ 
「데에에에엑?!!!」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 쓰레기장으로 달려온 친실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
의 눈을 비비고 난 후 다시금 정면을 응시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 
레기봉투만이 가득할 뿐 그 어디에도 동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 직후에 보이긴 
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 닿는 친실장이었다. 쓰레기장을 뒤적거리는 
동족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느렸다. 데이이이…. 쓰레기봉투를 열어 그안의 내용물을 확인했 
다. 먹다남은 햄버거가 눈에 들어왔지만 별로인 것 같은 동족의 표정. 무슨 생각인지 그냥 휑 
하니 돌아섰다. 그리곤 자신을 보고 있는 친실장의 시선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버렸다. 그것은 다른 동족들도 마찬가지. 대부분이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버렸고 
일부만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돌아갔다. 비닐봉투가 꽉 찰 정도의 식량 
을 손에 넣는 것은 들실장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음에도 동족들의 눈은 전혀 기뻐 
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것이 없어서. 그저 마지못해 챙겨가는 느낌이랄까. 
「대박인데샤아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이곳에 남은 것들은 전부 자신의 몫이 
란 것에 기뻐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그 짧은 팔을 힘차게 올리며 만세를 부르짖는 친실장이 
었다. 자들이 기뻐할 것인데스!! 배불리 먹고 난 후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자들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걸린 친실장이었다. 경쟁이 없으니 비닐봉투에 꽉꽉 눌러 담아도 사방에 널려 
있는 생활쓰레기들에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친실장은 서둘러 집으 
로 달려가 봉투의 내용물들을 새끼들에게 모조리 쏟아내곤 또다시 쓰레기장으로 달려와 주워 
담았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하는 동족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먹다 
말고 기운 없이 내려놓는 그 모습에 배때기가 부른데스! 하며 무시하고 쓰레기장으로 달렸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실장석도 충분히 들고 휘두를 수 있는 송곳을 발견한 것이었다. 샥! 
샥! 데스우우우!!! 이제 포악한 개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겼다는 기쁨과 더불어 또다 
시 편의점 봉투가 꽉 찰 정도의 음식을 얻은 친실장이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제 그 애호파가 오늘도 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광장에 모여있는 
동족들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친실장이었다. 
「지금 그걸 기다리고 있을 바엔 쓰레기장에 가는 게 훨씬 더 이득인데스!」
물론 그 말을 듣고 우르르 몰려갈까 싶어 혼잣말로 중얼거린 친실장이었다. 그날 밤. 맛없는 
데스…. 으적 으적 모아두었던 비축식을 씹어먹다말고 축 늘어지는 들실장은 먹을 것이 눈앞 
에 있는데도 눈길조차 주지않고 그저 빨리 음식을 넣으라고 요동치는 배에 손을 얹어 배고픈 
데스…배고픈데스…라고 중얼거리는 동족들과 다르게 쌓일 대로 쌓인 음식을 먹고 또 먹는 새 
끼들과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에선 그들만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많이 많이 먹어두는데스. 이런 기회는 또 없을지도 모르는데스.」
보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 저장하고 나머지를 한가득 쌓아놓자 새끼들은 이미 먹 
을 대로 먹어 배가 가득 차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입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누군가 
가 먹다 버린 핫도그. 빵. 상한 고기. 퍽퍽한 부위만 남은 치킨조각. 팝콘.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다. 들실장의 인생에서 다시는 못 볼 호화스러운 진수성찬이었다. 
「달콤한테치! 맛있는테치!」
「자들이 착하게 있어줘서 하늘이 상을 준데스.」
「마마~ 앞으로도 계속 착하게 있는테츄~.」
「마마~마마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는테치~.」
바닥에 드러누워 뽈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토닥토닥 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자들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 친실장은 이제는 거의 잊혀진. 한참 전에 죽은 어미로 부터 들었 
던 옛날이야기들을 꺼낼 준비를 한다. 오늘만큼은 '여유'라는 것이 있었다. 배가 잔뜩 부른 친 
실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토닥토닥 건드렸다. 먹을 대로 먹은 자실장들은 어 
느덧 푹신한 수건 속에서 친실장이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건 마마의 마마의 마마로부터 전해져온 이야기인데스. 옛날 옛날에 이 공원에는……….」
「데샤아아아아아악!!!!!!!」
「저렇게 시끄러운 소음공해가…뎃?」
친실장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침묵해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설마? 불길한 예 
감이 들어 가슴이 철렁해지자 황급히 쓰레기장에서 얻은 송곳을 집어 들고 조심스레 문으로 
다가갔다.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아주. 아~주 살살 밀어 밖의 상황을 살핀 친실장이었다. 
★☆★ 
「데갸아아아아악!!!」
그것은 
「마마아아아아!!!」
잔혹한 현실이었다. 
와드득. 어린 자실장의 척추뼈가 부러지는 소리.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열심히 쓰레기장을 뒤 
져 얻은 식량을 가지고 새끼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꿋꿋이 살아가던 들실장들이 집단으로 난동 
을 부리고 있었다. 밥! 밥인데스! 그렇게 소리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를 지 
키기 위해서가 아닌, 빼앗기 위해서 던지는 몸싸움. 성체와 새끼를 가릴 것 없어 만만해 보이
는 상대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엉겨 붙었다. 그들의 발밑으로 밟혀 부서지는 과자나 기타 생활 
쓰레기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눈앞의 들실장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동족의 고기. 그것뿐이었 
다. 
「데헤엑!!」
그 모습을 본 친실장은 경악했다. 운치를 먹는 식분 행위 다음으로 금기인 것이 바로 동족의 
고기를 먹는 것이었다. 한번 먹으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동족식의 늪. 들실장들은 작 
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식량이 있었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동족의 고기만을 원하고 있었다. 
「마마?」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불러보는 장녀를 바라본 친실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마에들! 어서 나갈 준비하란데스!」 
이대로 있다간 저 뭔지 모를 살육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친실장은 황급히 편의 
점 봉투에 비상식량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자실장들이 덩달아 겁을 먹었지 
만 친실장은 조용히 해야 된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집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소리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벅. 
그 순간 집앞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숨이 멎는 것 같은 친실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 
르기 시작했다. 콩닥 콩닥.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쳐 날뛰는 가슴. 끼이이…아주 손쉽게 밀 
리는 골판지 하우스의 문.
「밥인데수….」
「모두 구석으로 가 있는데스!」
친실장이 소리 질렀다. 이윽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데갸아아아악!! 상대가 송곳을 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대가로 한쪽을 찔린 들실장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죽어버리는데수! 
죽어버리는데수!! 와타시의 가족을 건드리는 분충은 절대로 봐주지않는데스!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큰 소리로 외치며 찌르고 또 찔렀다. 잠시도 멈추지않고 이미 죽어버린 들실장의 머리를 
난도질하는 그 모습에 와타시가 알던 마마가 아닌테치이이이!! 생전 처음 보는 그 모습에 충 
격을 받은 듯, 자실장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새끼들이였다. 테챠아아아! 와 
타치들도 저렇게 죽일게 분명한테챠아!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듯 3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 소리쳤다. 
「3녀 오네챠 돌아오는테치이이!!!」
「4녀쨩! 밖은 위험한테치이이!!」
「테챠아아아 마마가 아닌테치! 마마가 아닌테치이이! 와타치들도 저렇게 죽이려는테치!!」
급기야 골판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3녀의 모습에 4녀가. 추가로 5녀와 7녀. 8녀와 9녀가 덩달 
아 일어나 그 뒤를 이었다. 어디가는데스! 돌아오는데스! 놀란 친실장이 황급히 달아나는 8녀 
를 붙잡았지만 곧바로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테샤아아아아아!!!! 9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질수없다는 듯 덩달아 울리는 
「마마 살려주는테챠아!!」
4녀의 비명. 
「대체 이게 뭔 일인데샤아아아아!!」
그리고 친실장의 절규. 들고 있던 송곳을 툭하고 떨어트린 친실장이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순식간에 가족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스? 대체 왜! 머리를 쥐어짜며 현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실 
패. 비명소리를 들은 다른 들실장들이 몰려드는 것을 생각한 친실장은 황급히 남은 새끼들만 
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짐만을 챙기기 시작했다. 
배고프다. 맛있다. 이 두 가지로 가득찬 머리는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새끼가 
자매를 잡아먹고 그런 새끼를 어미가 잡아먹었다. 가족애가 강한 일가는 차마 자신의 가족을 
잡아먹지 못하고 다른 일가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으나 때론 역으로 당해 전멸했다. 밤하늘로 
퍼져나가는 위협과 비명. 통곡과 절망 밑으로 뿌려지는 피와 찢겨나가는 살점이 사방으로 흩 
뿌려졌고 그 위를 또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러거나 말거나 한쪽 구석에서 으적 으적 승 
리의 전리품을 씹어먹는 기쁨의 뒤로 또 다른 도전자의 습격이 이어졌다. 달아나는 동족을 뒤 
쫓는데 정신 팔린 어미로부터 뒤처져 애타게 부르짖는 새끼들은 또 다른 들실장에게 먹혔고, 
이미 이 지옥 같은 살육전 속에서 어미를 잃은 자실장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운치를 
던지는 것뿐. 들실장에게까지 가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골판지 하우스 바닥으로 떨어진 운치 
위로 이윽고 자실장의 피가 뿌려졌다. 
「살려주는테치! 살려주는테치이!!」
「진정하란데스! 마마데스! 마마는 오마에를 죽이않는데스!」
붙잡혀 나가지 못한 8녀가 발광을 했고 친실장이 진정하라고 등을 두드려준다. 
「똥마마아아!! 왜 와타시를 구해주지 않는테챠아아아!!!」
밖에서 친실장을 저주하는 3녀의 비명이 울렸지만 친실장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 
다. 머리부터 씹어먹기 위해 입을 쩍 벌린 들실장을 제외하곤 말이다. 쩍 벌린 입에서 이미 
먼저 먹힌 누군가의 살점이 끼어 있었다. 
와드득.
★☆★ 
「데,덱! 닌겐상! 닌겐상!」
새벽 03시. 그칠줄 모르는 지랄의 혼돈 속에서 공원관리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그들은 혀를 차며 지켜보기만 할 뿐, 현 상황을 해결할 생각 따윈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근처에 있는 들실장 하나를 걷어차버렸다. 그리곤 
돌아갔다. 동족식을 하는 실장들을 피해 숨어 있던 다른 들실장들이 그들이 나타나기만을 기 
다리고 있었지만 뜻밖의 행동에 당황한 듯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 
던 것이다. 평소에 자신들이 소동을 일으키면 달려와 도망가는 자신들을 잡아 자루 속에다 집 
어넣고 어디론가 보내 버렸을 텐데. 지금 그들의 행동은 그저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 
로 끝이었다. 일반인들 출입 막고 날 밝는 대로 호출하라는 알 수 없는 말만 주고받으면서 돌 
아가는 관리인들의 뒤로 침입한 들실장을 제압하고 간신히 새끼들과 함께 탈출한 친실장은 그 
들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지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갈 길 가는 그 모습에 낙담하고 말았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남은 새끼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했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3녀. 4녀. 5녀. 7녀. 9녀의 죽음. 
행복했던 그 순간 들이닥친 알 수 없는 불행으로 어찌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버 
린 일가가 그곳에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친실장의 눈을 응시하는 자실장들은 애써 울음 
을 멈춰보려고 하지만 끅끅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데수…?」
매우 당연하게도 알려주는 이는 없다. 그 누가 이들에게 말해주겠나? 이틀 전에 너희들한테 
먹이 뿌린 인간들은 애호파가 아니라고. 그들이 뿌리던 것은 그냥 콘페이토가 아닌 동족식을 
유도하는 실장향을 첨가한 것이라고 말이다. 아아 세상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이지 않은 실장석 
의 삶이여. 꿈에도 그리던 배부른 만찬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친실장이였다.  
행복을 얘기하며 음식을 갉아먹던 새끼들. 하나둘 셋 넷 다섯……. 
「데에에엥 자들을 반이나 잃어버린데수우우…!!」
자들을 쓰다듬었던 그 손에는 오로지 동족의 피만이 묻어있을 뿐이었다. 데에에엥! 데에에에 
엥! 
「데엥…그래도…다행인데스…데에엥….」
그런 와중에 드는 생각. 
「그래도 죽기전에 배불리먹고 죽은데스….」
죽을 때까지 단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 들실장의 삶에서 그래도 그만큼 처 
먹고 죽은 게 어딘가. 거기다 자기들이 겁먹고 도망가다 죽은 걸 자신이 어찌할 수도 없는 노 
릇. 적어도 마마로써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한 친실장이였다. 성체가 되어 독립 못한 건 자 
기들 팔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까보단 덜하다. 코를 훌쩍이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아가야 한다. 아직 남은 새끼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있으니까. 어떻게든 살 
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이 공원은 끝인데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사실 친실장도 느끼고 있었다. 공원의 수용량에 
비하여 동족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지랄 
발광을 하면서 알아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 만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자신도 
죽을 수가 있다는 것.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인간.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아 
가는 것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인간들이 피와 시체로 범벅된 공원을 좋게 볼 리가 없 
었다.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하얀 악마들이 올 수도 있었다.
「이 공원을 나가는데스.」
친실장이 선언했다. 놀란 자실장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여태껏 골판지 하우스에서조차 마음 
대로 나가지 못하는 삶이었는데 공원 밖으로 나간다니? 
「공원 밖에는 뭐가 있는테치?」
호기심 많은 장녀가 묻자 친실장은 대답했다. 닌겐들이 바글바글한데스. 여기 있는 실장들 보 
다 훨씬 더 더~~~~~~~~~~~ 많이 있는데스. 놀란 자실장들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그럼 더 
위험한 거 아닌테치? 학대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차녀가 묻자 친실장은 대답했다. 
「닌겐이 많다는건 애호파도 많다는 뜻인데스.」
「굉장한테치이! 애호파가 많은테치?!」
애호파가 많다는 말에 희망이 생긴 듯 자리에서 일어선 자실장들이었다. 
「공원에서만 나가면 애호파 닌겐상이 도와줄 것인테치! 그러면 안전한 닌겐상의 집에서 맛있 
는 거도 이빠이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테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장녀의 말에 다른 자매들이 잇따라 행복회로에 빠져들기 직전이었다. 
소리 없이 다가온 무언가가 장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테뵷!」
짤막한 비명과 함께 일가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냐옹~. 공원에는 실장석만 있는 게 아니
다. 들고양이도 있다. 아무래도 실장석들의 시끄러운 소란에 이끌려온듯한 모양. 친실장의 두 
눈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고양이에게서 밟혀있는 자신의 새끼였던. 호기심 많은 장녀였던 자 
실장이 그곳에 있었다. 장녀는 머리가 터져버린듯 찍소리도 못하고 축 늘어져있었다. 뭐, 위석 
이 깨지지 않은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재생하겠지만 고양이에게 찍힌 이상 살아날 가능성은 없 
었다. 
「데샤아아악!!」
또다시 자를 잃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송곳을 쳐들고 고양이에게 돌진하는 친실장과 
상대할 마음이 없는 듯, 잽싸게 장녀를 물고 가버리는 고양이이었다. 어디가는데스! 돌아오는 
데스! 와타시가 무서우면 장녀를 내려놓고가란데수우우우!! 울부짖지만 그런다고 순순히 응할 
고양이가 아니다. 가다 말고 장녀를 내려놓고는 친실장을 향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더니 냐~ 
옹~. 하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그것은 어디 해볼 테면 해보란 식으로 여유이자 도발이었다. 
「테챠아아 오네챠아아아!!」
남은 자매들이 부르짖었다. 
「…….」
친실장은 송곳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이제 남은 새끼는 4마리. 
「마마 뭐하는테치! 빨리 구하러 가란테치!」
다른 자매들과 다르게 장녀와 죽이 잘 맞았던 차녀가 친실장을 향해 소리쳤지만 친실장은 움 
직이지 않았다. 잡혀간 장녀가 살아 돌아올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잡혀간 순간 그걸 
로 끝인 것이다. 고양이를 쫓아가느니(쫓아갈 수도 없지만) 차라리 남은 새끼들과 함께 공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친실장이었다.
「…장녀 하나 구하자고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수없는데스.」
「그치만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해야한고 했던건 마마인테치!」
「그거야 여유가 있을때 하는 것인데스!」
「텟!」
그간 배웠던 가르침을 부정당한 차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사랑은 사랑이고 목숨은 목숨인데스! 포기할 건 포기할 줄도 알아야하는데스!」
친실장이 소리쳤다. 훌쩍. 그래도 새끼를 잃었다는 것에서 가슴이 아픈지 적녹의 눈물은 멈추 
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친실장은 현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재산목록은 약간의 식량이 전부. 봉투 
속에 들어있는 식량을 확인했다. 산더미 같은 식량을 다 운반할 길이 없어서 푸드만 챙겨왔 
다. 그것도 자신을 포함한 5마리가 한 끼로 끝낼 수준의 양이다. 
「…….」
고개를 들어 공원을 둘러보았다. 평소엔 잘 지나다녔던 길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다. 이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새끼들을 쳐다 
보았다. 
'현명하고 조심성이 많은 차녀…꼭 지켜야하는데스. 6녀. 착한데스. 8녀…분충은 아니지만 겁 
쟁이인데스. 막내인 10녀…다른 자매들 보다 약해서 분명 따라오기 힘들 것인데스….'
봉투에 든 식량과 자신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친실장의 모습에 새끼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원 밖으로 나가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스. 애호파를 만나기 전까지 식량은 어떻게든 
아껴야하는데스.' 
「마마…?」
불길한 느낌에 차녀가 친실장을 불렀다. 친실장은 침울 꿀꺽 삼켰다. 결심한듯했다. 
'우선 막내를 걸러내야 하는 데스.' 
다른 자매들보다 몸이 약한 막내(10녀)가 자신을 따라서 공원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 
한 친실장은 어떻게든 10녀를 떼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나라도 입을 줄여야 남은 가족들의 
생존확률이 높아진다. 
'막내를 걸러내고 여의치 않으면 그때는 8녀를 걸러내는데스. 나중에 상황을 봐서 그때도 잘 
풀리지 않으면 6녀도 그리해야 하는 데스.' 
내심 기대하고 있는 차녀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포기한 친실장이었다. 자신을 희생해서 새 
끼들을 모두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가장이니까. 출발하는데스. 친실장은 최대한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출발했다. 최대한 안전한 길을 고르면서 막내를 떼어낼 기회를 노리 
고 있었다. 막내가 떨어져 나가기까지 단 한 번도 밥을 먹지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제법 
조용해진 공원의 모습이었다. 자기들끼리 죽고 죽인 덕분에 조용해진 공원. 살아남은 개체들 
은 다른 잡아먹을 이들을 노리며 사방을 돌아다니거나 포만감에 잠이 들었다. 적막. 이따금 
멀리서 짤막한 비명이 울렸지만 순간적으로 놀랄 뿐이었다. 시계는 어느덧 0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원을 환하게 비추던 가로등의 불빛이 사그라들었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데에…? 왜 물이 안나오는데스…?」
급하게 나오느라 먹을 것만 챙겼지 물을 챙기지 못 했다. 어렵사리 동족들을 피해 수돗가로 
왔지만 아무리 꼭지를 돌려도 나오지 않는 물에 말라버린 혓바닥을 내밀며 갈증을 호소했지만 
그런다고 나오는 물도 아니었다. 관리인들이 돌아가면서 수도를 잠궈버린 것이다. 
「마마…목마른테치….」
갈증에 자들이 칭얼거렸지만 해결해줄 수 없는 친실장이었다. 
바스락. 
그때, 반대편 풀숲에서 한 마리의 들실장이 나타났다. 테챠아아! 깜짝 놀라 황급히 친실장의 
뒤로 숨는 자실장들과 눈앞의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친실장의 입에선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것은 여태까지 보아왔던 들실장들중에서도 가장 컸던.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공원의 외곽지역에서 동족식을 하면서 생활해온 원조 동족실장이었던 
것이다. 걸려도 가장 운치 같은 상대에게 걸려버린데수! 친실장은 비명을 질렀다. 동족실장은 
처음부터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유유히 친실장을 향해 걸어왔다. 
「꺼. 꺼지란데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용서해주는데스!」
부들부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지탱하며 유일한 무기인 송곳을 꺼낸 친실장이었다. 하지만 상대 
방은 동족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공격을 하고 막아냈던 베테랑이 아니던가. 데프프~ 하는 여유 
로운 웃음소리. 여태껏 무기로 자신을 지키려던 들실장들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하지만 결국 
살아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덩치가 큰 만큼 맷집과 파워가 다른 들실장들을 압도했던 것 
이다. 오히려 친실장이 들고 있는 송곳이 예상 밖의 전리품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
「데에…?」
친실장은 상대가 전혀 겁을 먹지 않자 당황했다. 죽는데스? 와타시 죽는데스? 정말 와타시 여 
기서 죽는데스? 그 짧은시간동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은 없다. 슬금슬금 뒷걸음치면 
상대는 여유롭게 한발 한발 내딛었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인데스. 자판기로 쓸 똥벌레들이 
널리고 널린데스. 데프프프~. 동족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흥얼 흥얼거렸다. 뇌만 으깨버리고 구 
더기를 생산하는 자판기로 만들 생각인듯했다. 
「계, 계획대로 하는데스!」
그 순간, 친실장이 소리침과 동시에 한 마리의 자실장이 동족실장의 앞으로 내던져졌다. 안전 
하다고 생각했던 친실장의 등 뒤에 숨어있던 막내였다. 
「마마아아!!」
자신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제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저주를 퍼붓는 막내지만 정작 그 
친실장은 시선조차 주지 않고 황급히 뒤를 돌아서는 
「너도 가란데스!!」
라며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벙 쪄있던 8녀마저 걷어차버렸다. 테햙!! 
「뒤를 부탁하는데샤아아아!!!」
그리곤 차녀와 6녀를 끌어안고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똥마마아아아아아아!!!!!!!」
막내와 8녀의 처절한 비명에서 점차 멀어지는 친실장은 달리고 또 달렸다. 미안한데수! 미안 
한데수! 그치만 이것이 최선인데스!! 막내쨩은 약해서 앞으론 무리인데스! 8녀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데스! 그때 마마가 밖으로 나가려던 8녀를 잡아서 안죽은것인데스! 마마만 아니었 
으면 진작에 죽었을 운명인데스! 어차피 죽었을 목숨 이제는 죽어도 되는데스! 가족을 위한 
희생인데스!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바엔 마마와 오네챠들을 살리는게 더 값진 죽음인데스!! 오 
마에들 몫까지 마마가 열심히 사는데샤아아아악!!! 
★☆★ 
「…….」
오전 06시. 일가는 말을 잃었다. 차녀와 6녀는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친실장을 올려다보고 있 
었다. 거듭해서 찾아오는 공포 속에서 죽어가는 자매들과 친실장의 행동에 자신들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팬티는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친실장 역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 
다. 
「마마는….」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어렸을적에 자매들을 모두 다 잃은데스.」
여태껏 단 한 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말하지 않았던 친실장의 말에 차녀와 6녀가 고개를 
들었다. 
「마마의 마마가 닌겐에게 제물로 하나둘 던졌던데스.」
학대파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새끼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마마는 그때 결심했던데스. 마마가 자를 낳으면 끝까지 자들을 지키겠다고 했던데스.」
그러면서 이제는 둘 밖에 남지 않은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마마도 마마의 마마처럼 되어버린데수우우우….」
그토록 미워했던 어미와 똑같은 짓을 하게 되었다. 
「아마…마마의 마마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인데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플것인데스….」
자매를 인간에게 던졌음에도 울음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던 어미의 모습. 사실 자신의 앞에서만 그랬을뿐 아무도 없는 곳에선 자신처럼 슬퍼하지 않 
았을까? 는 변명. 그저 자신들도 언제 희생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은 새끼들이 마음을 
풀도록 하는 감성팔이다. 친실장에 대한 좋은 추억따윈 없다. 먹이도 못 구해와 항상 자신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만들었기에 자실장 시절에 똥마마라고 욕이란 욕은 다 하고 다녔던 몸이 
다. 독립한 후에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힐끗 새끼들의 상태를 살핀 친실 
장이었다. 
「마마도 싫은데스. 하지만…가족을 위해서라면 어쩔수없는데스!」
자기는 살아야되니까. 두 녀석이 말 없이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침묵. 각자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러길 얼마지나지 않아 눈물을 닦아낸 차녀가 말했다. 
「날이 밝는테치. 그러니 이제 마마하곤 작별인테치.」
친실장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다 아는테치.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남아서 기쁜거 다 아는테치.」
가장 믿고 기대했던 차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듣자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걸 넘어 아예 하얗게 
질려버린 친실장이었다. 신뢰를 잃은 것이다. 
「마마가 가족을 사랑했으면 마마가 희생했어야한테치. 죽기살기로 싸웠어야했던테치. 마마가 
되서 고양이 한마리 못 이기는테치?」
「…와, 와타시는 가장인데스. 와타시가 살아있으면 자는 다시 낳을수 있는데스!」
「그건 사실인테치. 마마가 없으면 살 수 없는테치.」
그 부분에 대해선 인정한 차녀는 말을 이었다. 
「그치만 와타시는 예외인테치.」
「데?」
「와타시는 이제 마마와 작별인테치. 와타시는 여기서 와타시 대로 살 길을 찾는테치. 와타시 
는 숨어있을 것인테치. 날이 밝은테치. 이제 곧 닌겐상들이 올것인테치. 애호파가 올때까지 숨 
어있다가 오면 도와달라하고 할 것인테치.」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와타시는 마마도 인정한 훌륭한 자인테치! 그러니 애호파한테 길러지는건 식은 죽 먹기인테 
치!」
차녀는 알고 있었다. 친실장이 자신을 가장 아끼고 있었다는 걸. 친실장이 밥을 먹을때가 되 
면 은연중에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자신에게만 챙겨준다는 것에서 눈치를 깐 차녀였다. 하지 
만 자신에게 잘해주면 뭐하나 그래봐야 먹이도 제대로 못구해오는 무능한 마마인데. 쥐꼬리만 
한 먹이에서 자신에게 잘해줘봐야 다른 자매들과 비교해보면 거기서 거기다. 하루라도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 풍요롭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수 도 없이 했던 차녀. 그나마 착하면서 자신과 
죽이 잘 맞아떨어졌던 장녀가 있었기 때문에 대놓고 분충화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죽음을 넘나들다보니 이대로 같이 가다간 자신마저 죽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태까지 수고한테치. 똑똑한 와타시의 생각에 따르면 마마와 6녀는 얼마 못살아가는테치. 
와타시가 마마와 오네챠. 이모우토들 몫까지 행복하고 열심히 사는테치. 그치만 와타시는 똑 
똑하고 착한테치. 그래서 마마의 행운을 빌어주긴하는테치. 조금만 버티란테치. 와타시가 사육 
실장이 되면 가끔 놀러오는테치. 콘페이토 들고 올테니 살아만 있으란테치.」
그렇게 말하며 탈분으로 불룩해진 팬티를 질질끌며 풀숲 너머로 사라지는 차녀였다. 그 뒷모 
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친실장과 6녀였다. 
「…마마.」
6녀가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아꼈던 새끼를 잃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친실장의 고 
개가 슥 하고 돌아 6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와타시가 있는테치. 울지마는테치.」
「……!!」
「와타시는 마마의 결정을 이해하는테치. 슬프지만 어쩔수없는테치.」
「…….」
「마마 말대로 여기서만 벗어나면 되는테치. 」
「…….」
「마마! 여기서 나가면 이모우토가 갖고싶은테치. 죽은 오네챠랑들이랑 이모우토를 다시 보는 
테치. 그치만 그때는 와타시가 장녀인테치!」
「6녀….」
친실장은 6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마에는…마마의 큰 자랑인데스.」
「마마….」
「오마에는 마마의 보물인데스. 오마에의 소원대로 꼭 이모우토를 낳아주는데스. 그러니….」
테뵷! 
차녀가 사라진 풀숲 너머로 짤막하게 들린, 무언가가 터져버린 소리. 그 소리를 정확하게 들 
은 친실장과 6녀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바스락. 이윽고 풀숲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며 이 
내 그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데….」
그저 꿈이라고 믿었는데….
U.J.C.S 
(Umbrella Jissouseki Countermeasure Service) 
우산제약 산하 실장구제팀 
꿈에서 보았던 검은 옷을 입은 구제요원들의 모습이 현실되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손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구제용 빠루가. 빠루의 끝에서 부터 땅으로 뚝 뚝 떨어지는 차녀의 피. 
그리고 철컹철컹철컹. 멀리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 언제나 열려있던 공원의 철문이 닫히고 그 
앞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있었다. 
「…….」
친실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텍!」
6녀를 걷어차 그대로 구제요원의 앞으로 던져버렸다. 
「약속은 지키는데스! 꼭 이모우토를 낳아주는데스! 아니! 오마에도 꼭 다시 낳아주는데스! 장 
녀로 낳아줄테니 걱정말고 뒷일을 부탁하는데샤아아아!!!」
또다시 달렸다. 자를 위해서. 처음 가족을 지키려고 발악하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친실장의 
모습이었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일까 아니면 환경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구제요원은 태연하게 자신의 앞에 내던져진 6녀를 건너 뛰어 달아나는 친실장을 걷어찼다는 
것이다. 
「데갹!!」
일부러 빠루를 쓰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 새끼를 희생시키고 혼자 살겠다고 달아나는 그 꼴에 
흥미가 갔던 것일까 요원은 여유롭게 발을 들었다. 그리곤 친실장의 다리를 밟아버렸다. 지근 
지근 으깨버리는 것은 덤. 데갸아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친실장의 눈에 핏기가 가득 
했다. 살려주는데스! 살려주시는데스!! 애원한다. 데갸아아아악!!! 친실장을 들어올린 요원은 
피식 웃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이쳤다. 데햐앍!!! 
「…….」
6녀는 멍 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마마….」
뒤따라온 다른 요원의 손이 6녀를 낚아챘다. 
「데헤에이이이…사, 살려…주…는….」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질때 뒤통수를 박아서 그런지 친실장은 굳이 하지않아도 될 뻔한 목숨구 
걸을 끝마치지 못하고 껅하고 넘어가버렸다. 꺾여버린 팔이 으깨져버린 다리와 함께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하지만 실장석이다. 위석이 무사하니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시 재생할 몸. 
요원은 그대로 자루에 친실장을 던져넣었다. 
「마마….」
이미 먼저 자루 속에 던져졌던 6녀가 친실장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자루는 이미 들실장들의 
시체로 가득 차있었다. 친실장이 던져지자 마자 공원 밖으로 옮겨지는 자루는 이내 트럭의 짐 
칸에 실렸다. 
「이제 걱정할것 없는테치. 공원에서 나온테치.」
6녀는 그렇게 말하며 정신을 잃은 친실장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마마~마마~해낸테 
치~공원에서 탈출한테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친실장에게 딱 달라붙어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이제 배신할 필요도 없고 마마한테 버려지는 일도 없는테치~ 쭉 함께하는 테치~.」
6녀의 바램대로 앞으로의 운명은 친실장과 함께 할 운명이었다. 소각장으로 가서 영혼까지 불 
타오르겠지. 
죽었든 살았든 어떤식으로 공원에서 벗어난들 실장석이 결국 도착하는 곳은 이 세상에서 단 
한 곳 밖에 없다.


지옥



-끝-








다큐멘터리

 

#. 다큐멘터리
──────────────────


그 감독은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래선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프로그램을 제작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시에 위치한 공원이 아닌 어느 지방의 작은 도시. 노인들을 위한 쉼터개념으로 만들어졌던 이 공원은 여타 다른 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어느샌가 실장석들로 점령이 되어 있었다. 말이 도시지 지금은 인구가 빠져나갈대로 빠져나간 그저그런 평범한 마을일 뿐이었다. 대다수의 건장한 청년들은 모두다 대도시로 떠나버린 이곳에서 남아있는 주민들은 실장석들과 공존하는 길을 택한 모양이었다. 그때문일까, 공원의 한 구석에는 주민들이 실장석들을 위해 만들어둔 저장고도 있었다. 먹다남은 음식이 있으면 주민들이 이곳으로 가져와 버리고 떠난다. 그러면 들실장들이 가져와 편의점 봉투에 주워담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떠나갔다. 집에 있을 새끼들과의 행복한 저녁식사가 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덜컹. 그 제작진은 그곳에 설치되어 있던 저장고를 모조리 치워버렸다. 



「데?」
공원에 거주하는 들실장들이 저장고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것은 제법 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였다. 평소처럼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 식량을 얻기 위해 찾아왔지만 몇시간 전만해도 있었던 그것이 없자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데스? 데수? 이것이 어떻게 된 일까. 주민들이 공존을 선택한 것일뿐, 그들을 책임지고 먹여 살릴 생각은 없었다. 단지 버리는 음식물을 나눠줄 뿐이지. 배고픔에서 완전히 해방 된 것은 아니었기에 먹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들실장들은 눈물을 흘렸다.

"흠흠."
나래이션을 맡은 성우가 그런 들실장들을 보면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 들실장의 삶은 전쟁이다. 매일같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지만 얻는 것은 극히 적다. 먹이를 조금도 구하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 저녁을 위해 밖으로 나온 들실장. 하지만, 먹이는 찾을 수 없다. 지금 빈 손으로 돌아가면 내일 아침도 굶을 수 밖에 없다. 배고픔이 일상. 기아는…들실장으로써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이다. 』


★☆★


"처음엔 싹~다 없애버릴려다가. 그래도 말도 통하는 것인디. 어쯔것으요. 말도 통하는 것들인디. 그래서 뭐 집에 버릴거 있으면 줘삐리요.(줘버린다.) 안주면 밥 달라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벽에 X칠 하고 난리예요 난리."

이른 아침. 평소처럼 집에서 나온 잔반을 나눠주기 위해 공원으로 가려던 동네주민을 제지한 제작진은 그 주민과 짤막한 인터뷰를 나누고  다시 촬영을 재개했다. 공원 입구에는 제작진들이 잔반을 버리러 오는 주민들에게 일일히 설명과 양해를 구하고 그들이 가져온 잔반을 따로 준비해온 통에 담았다. 




『 이른 아침. 먹이를 구하러 길을 나서는 어미를 배웅하는 새끼가 손을 흔들고 있다. 오늘은 굶주린 배를 채울수 있을까?』



"식사들 하세요~."
늦은 아침을 시작한 제작진. 따뜻한 라면의 냄새가 사방을 진동한다. 김치와 김밥을 여기저기 갖다나르는 이들의 너머로 한마리의 들실장이 나타났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모양인지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제작진이 그 실장석과 눈이 마주치자 그 들실장은 데려온 새끼를 슥 내밀었다. 배고파하는 새끼를 앞세워 동정심을 사 먹이를 얻으려는 모양이었다. 

"……."
제작진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밥 대신 카메라를 내밀었다. 고고고고곡. 나래이션을 맡은 성우가 급하게 생수로 입을 행궈 입안을 비웠다. 




『 빈곤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들실장이 자신의 새끼를 인간에게 탁아하려고 한다. 하지만…탁아가 성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새끼라도 살리고자하는 어미의 마음. 하지만…현실은 냉혹하다. 탁아된 새끼는 어미의 바람과는 다르게 분노한 피해자에게 죽임당하거나 또다시 버려진다. 』

★☆★

타 공원과 비교해서 나름대로 안정적인 먹이 공급이 이어지던 공원은 제작진들이 개입하자마자 순식간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주민들의 먹이공급을 차단한지 이틀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작진은 그런 들실장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찍었다.


찌이이익.
한 제작진이 주머니에서 꺼낸 초코바를 꺼내들자 들실장들이 몰려들었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거리며 자신에게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리고 이윽고 제작진이 손에 든 초코바를 던져버리자 우르르 몰려간 들실장들이 초코바를 얻기 위해 동족을 밀치며 물어뜯었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그 모든것을 기록했다.






『 치열한 먹이 쟁탈전. 패자는 죽음 뿐이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어느 들실장의 사체. 어린 새끼들이 그 주변에서 울고 있다…. 하루 하루가 치열한 식량난. 극심한 배고픔에 동족을 잡아먹는 일도 허다하다. 』




『 모든 것을 잃은 한 들실장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동족식 개체를 상대로 살아남았지만 상처뿐인 승리일뿐. 먹이도 구하지 못하는 와중에 생긴 극심한 체력소모와 상처는 죽음을 앞당길 뿐이다.』




『 어미를 잃은 새끼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옷마저 빼앗겼다. 애타게 어미를 불러보지만 어미는 오지 않았다. 』







『 텅 빈 골판지 하우스에서 홀로 있는 어느 자실장이 배고픈듯 울면서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실장은 어미가 죽은 것을 모른다. 』





『 굶어죽은 새끼를 가슴에 껴앉고 어미를 슬프게 흐느낀다. 데에에엥…데에에엥… 새끼를 불러보며 일으켜 세우려하지만 새끼는 깨어나지 않는다.  』


★☆★


"이만하면 되겠다."
감독이 입을 열었다.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할 분량을 확보했다고 생각했는지 카메라를 돌렸다. 배고파하는 들실장을 잡아다 편의점 근처에서 풀어주자 편의점 입구에 얼굴을 쳐박고 데에에에…데에에에…하며 군침을 흘리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담았다. 새끼를 잡아먹는 모습. 지나가는 행인에게 달라붙어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과 이런 피해에 이골이 난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와타시는 귀여운데스! 그러니 닌겐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스!」

분충기가 충만한 들실장과의 인터뷰도 빼놓지 않고 담았다. 이 말을 들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예상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입을 막은 제작진이었다. 인간에게 당하면서도 인간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저주받은 운명을 가진 실장석이라는 존재를 내려다보며 하렴없이 비웃었다. 

"컷!"

마지막 촬영을 끝마치는 감독의 외침에 모든 스태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촬영장비들을 챙겨 차곡차곡 차에 실어넣던 한 제작진이 적막에 휩싸인 공원을 바라보았다. 제작진이 부른 구제업자에게 철저하게 박멸당했기 때문일까. 단 한마리의 실장석도 보이지 않았다. 핏자국으로 가득한 길바닥만이 남아있을 뿐. 마지막 장면은 슬픈 배경음악이 깔리는 와중에 빠루를 휘두르는 구제업자와 그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며 생을 마감하는 들실장의 눈을 클로즈업 하는 것으로 끝났다. 

"야, 가자."
돌아갈 준비가 끝났는지 선배가 불렀다.

"저건 어쩌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처음 이곳에 온 날 제작진이 치웠던 저장고가 있었다. 들실장들의 식량 공급원이었던 그 저장고. 촬영도 다 끝났으니 다시 원위치 시켜야하지 않냐는 물음에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냅둬."
그 이후는 빨랐다. 제작진은 철수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편집을 거쳐 방영된 들실장 다큐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들실장으로써의 비참한 삶을 슬퍼하며 동정하는 애호파의 수도 늘어났고 이를 혐오스럽게 여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 방송이 나간 후로 실장푸드 매출이 급증했다고한다. 하지만 구제횟수는 그보다 더 늘어났다고 한다.






촬영에 협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협찬 -

XXX시청
XX동사무소
린갈제작사
좋은마을 가꾸기 모임회
행복한 실장푸드
두루마리
그린플루
블락메시
애피치 과학 
인젠사
(주) 우산제약




- 끝 -
























크리스마스 선물

 

#. 크리스마스 선물
──────────────────


「테에에에엥 싫은테챠아아! 싫은테챠아아아아!」
「시끄러운데수! 이러다간 들켜버리는데수!」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겨울날.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는 장녀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은 친실장이 어느 골목길의 전봇대에 숨은채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빠르게 체크해나갔다. 무서워보이는데스. 학대파로 보이는데스. 돈이 없어보이는데스. 너무 못생긴데스.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지나가는 이의 생김새를 훝어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결과. 친실장의 노력에 대한 보상인듯 장바구니를 집어든 한 여성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지금인데스! 친실장은 찰나의 타이밍을 잡고 그대로 뛰어들어 이별하기 싫은 장녀를 바구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성공인데수! 여성은 자신의 장바구니 속으로 어린 자실장 한마리가 탁아된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부탁하는데스…교육받은대로만 하는데수…닌겐상의 물건 건드리지말고 정중히 부탁하는데수…. 친실장은 사전에 교육한대로 장녀가 움직여주길 바라길 또 바랐다.

아무리 월동준비를 빡시게 해놨다하더라도 새끼가 딸린채로(그것도 여러마리) 겨울을 보내는 것은 어려웠다. 활동량을 줄이고 집안에서 수건 한장을 몸에 두르고 서로를 부등껴 안고 가만히 있다고 한들 잠시도 멈추지 않고 성장해가는 자들은 끝없이 배고픔을 호소했다. 그렇게 식량은 줄고 또 줄었다. 겨울이라고해서 쓰레기장이나 기타 쓰레기통에서 획득 할 수 있는 먹을 것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들어 시에서 쓰레기에 대한 규제와 감시.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찢어놓는 실장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머리를 굴린 결과, 먹이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결국 친실장은 탁아에 눈을 돌렸다. 

「오마에는 와타시의 자랑인데수…꼭…부탁하는데스….」
그렇게 멀어져가는 장녀를 말 없이 바라보던 친실장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엄마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누구야?"



"음~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날 밤에 착한 아이가 있는 집에 선물을 가지고 오는 좋은 분이셔."
"우와~! 진짜?!"
"그럼~. 할아버지는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다니면서 착한 아이가 있는 집 굴뚝을 타고 들어오신단다?"
"그거 동물학대랑 가택침입 아냐 엄마?"
"……."

「뎃?!」
그렇게 모자의 대화를 엿들은 친실장의 눈은 너무나도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





「희소식이 있는데수! 빅뉴스인데수!」
성큼성큼 집으로 달려간 친실장은 남아있는 두 마리의 자실장들을 불러모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란 닌겐들의 축제가 열리는 날인데수. 그리고 그 날은 산타오지이상(산타 할아버지)이 착한 닌겐들의 집에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 선물을 주고 가는데수!」
「테에에에?! 굉장한테치이!」
친실장이 처음 산타 얘기를 들었을때 처럼 자실장들의 눈동자 역시 너무나도 초롱초롱했다.






「데프프프프픞, 산타오지이상은 분명 열심히 살아가는 와타시타치들에게도 선물을 주고 갈 것이 틀림없는데수!」


멋대로 행복회로에 빠진 친실장은 그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희망으로 부풀어오를대로 올라와 있었다.



「마마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런 망상을 깨버린건 바로 자실장들이었다.





「와타시타치의 집엔 굴뚝이란게 없는테치! 이래선 산타오지이상이 못들어오는테치!」
「선물…테엥…못받는테츄…?」
「덹!」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친실장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

다음날 공원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텟츙~텟츙~.」
「여기 여기 맛있는 밥이 있는텟츙~.」




선물의 노예가 되어버린 친실장은 그나마 남아있던 겨울 비축식을 모조리 밖으로 꺼내 다른 들실장들에게 그냥 넘겨주고 있었다. 두 마리의 자실장들이 다른 들실장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한껏 애교를 뽐내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의문을 가지던 들실장들고 식량을 거저 준다는 말에 너도나도 할 것없이 미친듯이 달려왔다. 그리고 이윽고 자기들끼리의 살육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친실장은

「굴뚝이 없어도 되는데스! 착하게 살면 산타오지이상이 알아서 찾아오는데수! 줘버리는데수! 줄 수 있는거 다 줘서 최고오오오오오의 선물을 받는뎃샤!」

라고만 소리치고 있었다. 눈앞에서 생전 본 적도 없는 들실장의 팔이 날아가고 허리가 끊어져 울부짖었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다. 이것은 선행이라는 이름의 유혈사태. 이윽고 최후의 승자가 가려졌다. 데샤아아아악!! 지금 남은 식량이랑 이 것들을 합쳐서 아끼고 아껴먹으면 올 겨울은 무사히 넘긴거나 다름없는데샤!! 승자는 기쁜 마음으로 비닐봉투에 식량을 쓸어담았다. 친실장은 그런 승자에게 축하하는데수~. 라고 박사를 쳐줬다.

툭툭.
그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자 뒤를 돌아본 친실장이었다. 딱봐도 굶주린 것 같은 들실장이 있었다.

「여기 식량을 나눠준다는 미친 똥벌…아니아니 아주 아주 착한실장이 있다고해서 온 데수.」
「그런데수! 그 착한실장이 바로 와타시인데수! 그런데 방금 다 가져간데수.」
그렇게 말하는 친실장의 등 뒤로 빼곡히 늘어선 배틀로얄의 흔적에 들실장은 억! 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
그 들실장은 친실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오마에는 분명히 착한실장인데수.」
「그런데수!」
「…착한 실장이니 자실장 한마리 정도는 와타시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닌데수?」
「덹?!!」
꿩대신 닭이라고 그 들실장은 자실장들중 한마리를 받아서 운치노예로 쓸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 의도를 모를리가 없는 친실장이었지만 그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반박에 거절하고 오히려 눈앞의 들실장을 찢어갈겼어했지만 이 친실장은 갈등하고 있었다. 자도 나눠주는 착한실장이 될 것이냐 말 것이냐!

「…좋은데수.」

친실장은 승낙했다.

★☆★

「죽여버리는데샤! 반드시 죽여버리는뎃샤아아아아아아아!!!!!」
독라가 되어 들실장에게 붙들려 저 멀리 사라지는. 그렇게 통한의 샤우팅을 외치는 3녀의 비명에도 차녀는 잘가란테치! 행운을비는테치! 라며 전혀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어떻게 이모우토랑 헤어지란 말인테치! 라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지만 친실장이 귀에다 '3녀 선물도 오마에가 가질 수 있는데수!' 라며 속삭이자 단번에 태도를 바꿔 빨리 꺼지라고 발길질을 하고 자신의 손으로 3녀의  옷을 벗겼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들실장이 와타시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주니 오마에의 자는 참으로 착한데수… 라고  중얼거리자 더 신이 나 머리카락까지 자신의 손으로 뜯었다. 그렇게 저 멀리 사라지는 3녀를 향해 끝까지 손을 흔든 차녀였다.



「이제 할만큼 한데수….」
이젠 보이지 않는 3녀. 그렇게 3녀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본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워…."
등 뒤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 뒤를 쳐다본 친실장과 차녀의 시선이 한참 전 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관찰파 청년과 마주쳤다. 그 청년은 손에 들고 있던 린갈에는 그간 이 일가가 했었던 말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니들 지금 이러는게 오늘이 크리스마스라서…혹시 착한일 했답시고 산타한테 선물 받으려고 이러는거야?"
「그런데수! 혹시 닌겐상이 산타오지이상인데수?!」

친실장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산타는 없어. 그거 뻥이야 임마. 어른들이 어린애한테 사기친거라고. 선물은 밤에 애들 잘때 부모가 몰래 놓고가는거야."
「덱?!」

순수한? 동심을 깨는 것 만큼 재미있는건 없다. 청년은 그렇게 동심?이 깨져버린 실장석의 모습이 보고싶은듯 서슴없이 다 까발렸다.


「데?」

고개를 갸웃거리곤


「뻥치지말란데수!!! 사기는 오마에가 치는데수!! 와타시의 선물을 가로챌 속셈인데수?!!! 와타시가 선물 받는게 부러워서 시셈하는데수!!!!!!!」

부정.

「그럴리가 없는데샤!!!! 절대로 그럴리가 없는데샤!!! 그럴리가 없다고 말하란데샤햐아아아아아!!!!!!!!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그리고 절망.


그리고 그날 밤 크리스마스에 산타는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캐롤이 도시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즐거운 마음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가족들과 샴페인을 터트리는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 공원 외딴 곳에 있는 골판지 하우스 속에 있었다.

꼬르르르르륵….

「…….」
「…….」
적막이 흐르는 하우스 속에서 친실장과 차녀는 굶주린 배에 손을 얹고 퀭 한 눈으로 살짝 열린 하우스 문의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밤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오마에 때문인데샤!!!」
다음날 친실장의 분노는 엉뚱하게도 차녀를 향했다. 테벳! 손가락 없는 친실장의 철권이 차녀의 면상을 강타했고 차녀는 찍 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쳐박혔다. 

「오마에가 분충이니까 산타가 오지않는데샤!!! 오마에 때문인데수! 오마에! 때문!에! 선!물!을 못받은!뎃!수!!」

퉷! 뷋! 마! 풹! 아닌! 테!취! 풹! 풮!
친실장은 인정사정없이 차녀를 밟고 또 밟았다. 죽으란데수! 죽으란데수! 분충을 없애는거도 착한 일인데수! 와타시는! 선!물!을! 받!는!데!수! 분충을 죽이면 그 모습에 감격한 산타가 나타나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는 망상에 빠진 친실장이었다. 형체를 이루고 있던 차녀의 몸뚱이가 뼈가 부러지고 밟히고 밟힌 나머지 결국엔 죽이 되어 머리카락. 살. 피와 운치가 함께 뒤석여 하우스 바닥에 눌러붙었다. 챡! 챡! 그렇게 죽이되어버린 차녀의 시체가 복수라도 하듯이 친실장의 신발에 들러붙었다. 그렇게 친실장은 밟고 또 밟았다. 지쳐서 더는 밟을 수 없을때까지. 

「…….」
굶주림과 절망감. 그리고 분노. 친실장은 그렇게 지쳐 쓰러졌다.

★☆★

식량을 괜히 나눠준데수. 그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배를 곯지는 않았어도 되는 것이었던데수. 3녀를 포기하는게 아니었던데수. 차라리 할거면 차녀를 포기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던데수…. 정신이 든 친실장은 그렇게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식량만 생각하면 속이 쓰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인간이 하는 말이라 믿었다. 자신이 듣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자기들끼리 숙덕숙덕 거리고 있었기에 진실이라 여겼다. 정말 산타는 없는 것일까? 왜 없단 말인가. 왜…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장녀가 있었다면 산타가 왔을지도 모르는일인데수….」
자들 중에서 가장 예의가 바르고 착하고 조금의 분충기도 없었던 장녀가 있었더라면 그 장녀가 이뻐서라도 산타가 선물을 주러 오지 않았을까? 아니, 설령 없었다고한들 장녀가 지금 옆에 있었다면 없던 산타도 생겨서 단번에 달려올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일이 꼬이고 꼬여 결국엔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바스락. 
그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소리. 데?! 혹시 지금 밖에 있는게 산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친실장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곳엔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산타가 있었다! 눈물찍 콧물찍. 감격과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갚진 보상이 되어 돌아왔다는 생각에 마침내 자신이 해내고 말았다는 감동에 구멍이랑 구멍에서 기쁨의 물을 흘린 친실장이 산타에게 달려갔다. 산타오지이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수, 쉿!"
그런 친실장의 모습에 놀란 산타가 황급히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왜이렇게 늦게오신데수! 정말…! 정말로 기다린데수! 간절하게 기다린데수!」
씩씩거리며 항의하는 친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산타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허…미안하구나…하늘에도 너같은 놈들이 얼마나 널리고 널렸는지 가는 곳마다 썰매랑 선물자루에 탁아하려고 설쳐대는 바람에 늦어버렸단다. 미안하구나~."

「서, 선물! 미안하면 가장 큰!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시는데수!!!」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생애최고의 순간. 산타는 웃으며 선물을 내밀었다. 그래 그래, 자 여기. 네가 가장 필요한 선물을 가져왔단다. 그렇게 말하며 내미는 상자엔 정성을 들여 포장했다는 것이 느껴질만큼 화려했다. 실장석에게 주는 선물이라 그런지 포장지도 녹색과 적색으로 되어 있었다. 선물! 선물! 드디어 받은데샤아아아아!!!!!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란다 실장석아~호호호호호호호."
그렇게 선물을 들고 환호하는 실장석의 뒷모습을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은 산타가 그렇게 사라졌다.


"똥닌겐-!!!!!!!! 산타가 온데수!! 사기를 친건 오마에인데수!! 장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바아닌데수!!!  차녀!!!!!!!!!!! 역시 오마에가 원인이었던데수!!! 하늘에도 오마에 같은 분충이 널리고 널려서 선물을 늦게 받은데수!!! 3녀!!!!!!!!!!!!!!!! 오마에를 희생해서 받은 선물이니 와타시가 평생을 소중히하는데수!!! 데햐햐하하햐하햐하햐햐하하하 와타시는 선물을 받은! 행!복!한! 들실장인데수우우우우!!!!!!!!!!!"

친실장은 그렇게 뚜껑을 열었다.


「데? 」


표정은 1초만에 굳어졌다.


「데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랄발작.


「산타오지사아아아아아아아앙!!!!!!!!!!!!!!!!」

친실장은 그렇게 한밤중에 미쳐날뛰며 저 멀리 산타가 날아간 방향을 쫓아달리기 시작했다. 파직. 이윽고 산타를 향한 저주와 절규의 합주 속에서 위석이 깨지는 소리가 뒤섞였지만  그것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끝-






-진짜 끝-













산의 눈물

 

#. 산의 눈물
───────────────


「데…데츄웃! 」
차가운 칼바람들이 겨울의 시작을 알려주려는 듯, 무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들의 사이사이를 스쳐지나와 산실장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강타했다. 그나마 조금은 환경에 적응한 탓인지 도시에 사는 실장석보다 옷이 두꺼운 산실장이었지만 그래도 추위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몰아치는 칼바람에 목을 움츠리며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츄웁! 흘러나온 콧물을 힘껏 빨아드린 산실장은 다시 추위에 맞서 한발 한발을 내디뎠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집안에만 있을 순 없는 일, 식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산실장은 집에 있을 자들을 위해 겨울에 나오는 먹이를 수집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데에…. 데숫! 데숫!」
걸음을 재촉한 결과, 겨울철 새들의 주요 먹이인 피라칸다 열매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무에 열린 댕댕이 덩굴 열매까지. 산실장은 좋아하며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담았다. 도시의 실장석이라면 다 알고 있는 비닐봉투란 문명의 산물을 산실장들은 모른다. 산실장은 주운 과일들을 자신의 팬티 속에 주섬주섬 밀어 넣었다. 

「데에….」
적당히 식량을 챙긴 산실장이었지만 뭔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산실장의 시선은 하늘 높이 뻗어있는 나무를 향해있었다. 여태까지 용케도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감이었다. 데에…. 산실장은 저 감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바스락.
「뎃?!」
인기척에 황급히 놀란 산실장은 혹시나 천적인 산짐승이 아닐까 싶어 황급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이윽고 인기척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산실장은 자신의 두눈을 의심하듯 깜박 깜박거렸다. 

"……."
얼굴을 위장크림으로 떡칠을 한 군인들이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더니 이윽고 서로에게 손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하더니 다시금 한발 한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데? 산실장은 그런 군인들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산실장은 인간이란 존재를 잘 모른다. 때문에 산실장은 여태껏 보아왔던 네발의 산짐승과 다른 이 두발로 걷는 거인들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실장은 군인들의 모습을 관찰하듯 빤히 쳐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답을 내렸다는 듯, 군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데수! 데수! 데수!」 
그리곤 크게 소리치며 펄쩍 펄쩍 뛰었다. 그렇다. 이 산실장은 군인들이 자신들처럼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며 옷마저 초록 계통의 색깔이었기 때문인데 자신과 같은 산실장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덩치가 커서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감을 따 줄 수 있는 산실장!

"아. 아…!"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온 산실장이 시끄럽게 울어대자 당황한 군인들 황급히 움직이려는 찰나.


탕!
바로 근처에서 공포탄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나머지 바닥에 나자빠져 거하게 빵콘을 해버린 산실장은 기껏 주워모은 식량이 운치 속에 파묻혔다는 것을 깨닫곤 더욱 더 시끄럽게 울어댔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아 씨바아!!!!!!"
이윽고 또 다른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얼굴에 위장크림을 발랐지만 기존에 숨어있던 군인들과는 다르게 피아식별 띠를 어깨에 부착하고 있었다. 그들은 산실장 때문에 위치를 들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군인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 씨발!! 당장이라도 밟아 죽여버릴까 하던 군인들은 가뜩이나 흙으로 더러워진 전투복에 피까지 묻는 것은 싫었는지 온갖 욕을 다 퍼부으며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야~덕분에 빨리 끝났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대항군을 찾아냈기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군인이 건빵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내 봉지를 찢은 채로 산실장 쪽으로 던져주곤 뒤이어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데에…….」
운치로 불룩해진 팬티를 바라보며 울상을 짓던 산실장은 군인이 던져준 별사탕을 집어 들었다. 데수? 처음 보는 별사탕이란 존재. 친실장은 신기해 보이는 이것을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봉지가 찢어져 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이 흘러나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갔다. 

「데에?!! 데수우우우우우웃?!!!!」

처음으로 느끼는 설탕의 맛. 친실장은 온몸에서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데수! 데수! 데수! 더 먹고 싶다! 산실장의 머리를 지배한 별사탕의 맛이 황급히 발걸음을 움직여 좀 전의 그 군인들을 쫓아갔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어 찾을 수 없는 그들을 애타게 부르며 산실장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

"하…나. 이래선 훈련이 안되잖아 훈련이."
새로 부임한 대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대장들을 훑어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던 이 부대는 최근 부대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도시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이전해왔다. 때문에 대대장은 이곳의 지형도 빨리 파악하고 부대원들의 실력도 점검할 겸 해서 대항군까지 조직해서 훈련 중이었는데 산실장들 때문에 잇따라 침투 및 수색 임무를 맡고 숲에서 잠복하던 병사들의 위치가 자꾸만 발각되면서 훈련이 자꾸만 꼬이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골 때리네 이거."
도시에서 사는 들실장이 아닌 산실장은 꽤나 골칫거리였다. 들실장이 아무리 개체 수가 많아봐야 서식하는 곳이 공원이었기에 그곳만 조져버리면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놈의 산실장들은 산 전체를 뒤집어엎어야 하는데 그런다고 완전히 박멸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군의관. 뭐 아이디어 없을까?"
산실장 구제는 구제업체들도 받아들이지 않는 의뢰였고 산실장만 전문으로 잡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문제는 지금 그들도 한창 바빠 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것. 그런 이유에서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대대장은 이곳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군의관에게 물었다. 

"어떻게…하면 산실장한테 방해를 좀 안받고 훈련을 해볼수 있을까?"
이전에 도심 인근에 주둔하고 있을 때도 병사들이 남긴 잔반을 놀리고 철조망 사이로 자실장들을 밀어 넣는 들실장들에게 제법 시달렸던 탓에 실장석을 매우 혐오하게 된 부대원들의 영향으로 군의관 역시 실장석에 대해선 극히 부정적이었다. 대대장의 물음에 군의관은 잠시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뭔가 떠오른 듯,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산실장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사람 먹는 거에 입맛들이면 들실장들마냥 여기저기 들러붙을 텐데. 이왕 문제가 된거 전부 잡는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대게는 실창석을 군견처럼 사육하면서 들실장들을 차단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평범한 방법으론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한 군의관은 사단 의무대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으며 이에 사단 의무대 측에서는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훈련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산속으로 발을 들인 군인들은 며칠 전과는 다르게 위장크림을 바르지도. 피아식별 띠도 착용하지 않았다. 거기다 등에는 군장도 메고 있었다. 상황실과 위병소. 5분 대기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들이 총동원된 대규모 작전. 때문에 너도 나도 입에서 산실장들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며 불평과 욕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데수! 데수!」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서야 풀숲에서 튀어나온 산실장이 군인들의 발밑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듯 데수! 데수! 거리며 몸부림쳤다. 드디어 나왔네…이 썅놈. 군장을 메고 산을 올라왔던 터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내 링갈어플을 실행했다. 어…안녕? 이 씹새끼야? 소대장은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며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내 산실장에게 건네주었다. 며칠 만에 다시금 맛보는 별사탕의 달콤함에 산실장의 눈은 감동으로 뭉클어올랐다. 찾았습니다, 중대장님. 무전기로 보고한 소대장과 이에 알았다고 응답한 중대장의 입가에선 비릿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데엑?!!」
「데샤아아아아아아!!!!」
산실장은 들실장들과 다르게 집단으로 모여서 마을을 이루며 생존한다. 덕분에 산실장들은 난리가 났다. 별사탕에 맛을 들인 산실장을 따라온 마을까지 들어온 군인들의 등장에 호기심으로 다가오거나 위기감을 느꼈는지 아양을 떠는 녀석들까지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개체는 어린 자실장들을 서둘러 굴 속으로 밀어 넣고 앞을 막아서서 군인들을 향해 위협 아닌 위협을 해댔다. 

「데?」
「데수?」
중대장은 등에 메고 있던 군장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이윽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별사탕들이 산을 이루었고 처음엔 그것을 경계하던 산실장들은 일부 산실장들이 그런 별사탕을 허겁지겁 입안으로 쑤셔 넣고 우마이!를 외치고 나서야 너도나도 달려들어 난생처음으로 맛보는 인간의 문명을 체험했다. 달다! 달콤하다! 과일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당분보다 더 강렬한 별사탕이란 존재에 산실장들은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찾아봐.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꺼야."
중대장의 지시에 소대장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이윽고 그들은 찾아냈다. 이 산실장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연못을 말이다. 겨울이 되었음에도 아직 얼지 않은 연못이었기에 군인들은 신속하게 군장을 내려놓고 그 안에 있던 물통들을 꺼내들었다. 통안의 분홍빛 액체가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듯 출렁거렸다.

"야 부어라. 싹. 다."
콸콸콜 쏟아지는 액체가 연못의 물과 뒤섞여 파동을 그리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사회에서 애호파로 있었던 병사의 입술이 굳게 닫혀있었다. 야. 빨리 안부어? 머뭇거리는 병사의 모습에 뒤에서 도끼눈을 치켜뜬 선임병이 묻자 그제야 콸콸 쏟아내는 병사의 표정엔 자괴감이 가득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기에. 퍼져나가는 죽음을 막기는커녕 부추기고 있었으니까.

"빈 통은 저기 한군데 모아놔라."
중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으로 작업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몇장 찍었고 곧바로 한 곳에다 모아놓은 빈 통들을 찍었다. 나중에 보고할때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증거를 남겨야만 했기 때문에. 


「데수! 데수!」
「테치! 테치!」
그런 그들의 뒤로 산실장은 한없이 별사탕을 먹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먹다가 집에 있을 새끼들이 생각이 났는지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챙기기 시작했다. 따뜻한 집안. 낙엽과 솎아낸 자들에게서 빼앗은 옷과 머리카락들을 깔아 보온을 한 집에 어미가 데프프 웃으며 새끼가 치프프 행복해한다. 하읍. 하읍. 하읍. 배가 불룩해졌음에도 먹어댔다. 

「데스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어미와 새끼는 웃으며 행복해했다.

★☆★

쩝…쩝…쩝.
겨울 비축식을 씹어먹는 소리에서 힘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맛'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데…? 산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아니, 불과 오늘 아침까지 잘만 먹었던 것이었다. 데……. 산실장은 난생 처음 일어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테츄……. 함께 밥을 먹던 자실장도 입맛이 없는듯, 씹던 과일을 내려놓고 어미를 올려다본다. 데수. 데수. 어미는 밥을 남기면 안 된다고 하지만 자신도 똑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먹던 과일들을 다시 식량창고에 집어넣고 그 앞을 돌로 막았다.

「데….」
낮에 먹었던 그 이름모를 달달한 것을 또 먹었으면 하는 마음. 어미는 그 군인들이 내일 또 오기를 바라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테치. 테치. 테치. 자실장이 친실장의 품에 안긴다. 아마색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고 좋아서인지 부비부비거렸다. 보에~ 보에~ 보에~♪ 어미는 그런 새끼를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쓰다듬어주면서 행복한 노래를 부른다. 보에 보에~. 새끼도 따라부른다. 츄에~ 츄~에 츄에~♪ 
★☆★

12월 3일. 실장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족식유도제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한 날이었다. 군인들이 왔던 날. 마을에 없었던 일부 산실장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산실장들은 자신들이 먹었던 별사탕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고, 배가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겨울 비축식을 모아놓은 창고 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입안으로 먹을걸 입안으로 밀어넣었으나 그런 행위를 하는 것 역시 극히 일부분의 개체들뿐이었고 대다수는 그저 어제 먹었던 그 별사탕의 맛을 다시한번 느끼고 싶어 군인들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군인들은 오지 않았고, 날씨도 점점 더 추워졌기 때문에 한마리 두마리 화를 내거나 슬퍼하며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데에에…….」
별사탕을 먹지 않았던 일부 산실장들과 어미가 혼자 다 먹어치워 별사탕을 맛보지 못한 새끼들 역시 연못의 물에 의해 똑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꼬르르륵….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배는 더 고파진다.

★☆★

12월 4일. 동족식을 시작한 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상식량을 먹기 시작한 날이었다. 겨울 비축식이 모자라 더는 먹을 것이 없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미리 솎아내고 도태시킨 후에 운치굴에 쳐박아뒀던 독라와 구더기들을 먹기 시작한 날. 맛을 느끼지 못하는 비축식들과 다르게 동족식만큼은 입에 맞다는 것을 깨달은 산실장들은 이내 운치굴에 있던 비상식량들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데수! 데수! 데수! 기다림을 참지 못한 일부 개체가 마을을 떠나 군인들을 찾아나섰다. 군인들이 어디서 왔는지 조차 모르는 주제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저 별사탕이라는 목적 하나만 가지고 무턱대로 산 정상 쪽으로 발걸음 옮겼다가 들짐승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 잡아먹히거나 별사탕을 외치면서 허겁지겁 달려가다 발을 헛디뎌 경사진 곳에서 굴러 머리가 깨져버리는등의 자멸하는 개체가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비상식량들을 먹어치운 산실장들이 다른 산실장들의 비상식량을 노리기 시작했고 결국 마을은 도심의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

12월 5일.  산실장들의 마을이 반토막이 되어버린 날이다. 자매를 잡아먹거나 어미에게 잡아먹히는 자실장들의 비명과 동족에게 먹혀 비명을 지르는 산실장들의 비명이 온 산을 울렸다. 군인들을 찾아나섰다가 자멸한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 역시 갑작스레 들이닥친 다른 개체에 의해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동족식을 맛본 자실장이 운치굴에 있을 독라들을 잡아먹기 위해 홀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동족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어미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행복해하던 자실장이 성체 실장에게 붙잡혀 위석이 깨지는 그 순간까지 어미를 애타게 찾으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이미 운치굴에서 희망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비상식량들은 전멸한지 오래였고 솎아내지 않고 대를 이어가지 위해 키우던 자실장들 역시 사라져만 갔다. 모성이 깊은 일부 개체가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을을 빠져나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가는 배고픔에 무너져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새끼의 목을 물어뜯었다. 



12월 6일. 
「데에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엥……!」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어느 산실장이 머리가 없는 새끼를 가슴에 끌어앉고 슬피 울었다. 적녹의 눈물이 얼어붙은 흙바닥 위로 뚝 뚝 떨어졌다. 쩍 벌리고 슬피우는 입안에 씹다만 새끼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무턱대고 새끼를 싸지르고 보는 들실장과 다르게 자신이 감당 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만 키우는 산실장 특성상 새끼에 대한 애정은 들실장들보다 깊다. 하지만 역시나 실장석은 실장석일까. 이내 새끼는 또 낳으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한켠에서 떠오른다. 쩝. 쩝. 톡. 입안에서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자실장의 눈이 이빨에 의해 터졌다.




"야 너 왜 그래."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서 산을 바라보던 후임병사에게 선임병이 물었다.

"그냥…. 오늘따라 저 산이 너무 슬프게 보여서 말입니다."
"뭐래 미친놈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쩝…쩝…. 데에에에에에에엥…!」
울다가 씹다가 울다가 씹다가를 반복한다. 데수. 데수. 잡아먹은 새끼에게 미안한 듯 사과하며 울다가 씹는다. 쩝. 쩝. 쩝. 입안에 들어있던 머리를 삼키고 몸통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찌이이익. 찌이이익. 쨥쨥쨥. 야무지게 씹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실컷 다 쳐먹고 나서 또다시 울기 시작하는 어미의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새끼의 머리카락만이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낙엽 다 떨어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렸다. 


푸홝-.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있던 감이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산실장이 터벅터벅 그곳으로 걸어갔다.

「…….」
며칠전까지만 해도 꼭 손에 넣고 싶었던 감이었는데…지금은 별 감흥이 없다. 산실장은 그렇게 고개를 돌려 어디론가 정처 없이 걸아갔다. 동족을 찾아서.



- 끝 -









찰칵

 

#.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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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카메라를 들고 어디 뭐 찍을 거 없나…하고 돌아다니던 중. 공원 한쪽 구석에서 테츄 테츄 거리는 자실장 특유의 목소리와 함께 데스우~ 하고 뒤따라오는 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끼들을 골판지 하우스 속에 두고 홀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들실장의 특성상 사육실장이 아닌 들실장이 새끼와 함께 돌아다니는 것은 의외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자실장이 친실장과 함께 야외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대게 함께 먹이를 찾으며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또는 탁아를 하거나 새로운 살 곳을 찾아 이주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들키기 않게 조용히 관찰한 결과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전자의 경우인 것 같았다. 들실장 치곤 살이 제법 토실토실하게 오른 것으로 보아하니 친실장이 꽤나 능력이 있어 먹이를 꼬박꼬박 나르고 나름 배부르게 먹이면서 키운 모양이었다. 

「데스우. 데스. 데스.」
쓰레기장 앞에다 자실장을 세워놓은 친실장은 직접 비닐봉투를 푸는 시범을 보인다. 뒷정리하는 방법까지 가르치는 것으로 보아 나름 개념이 박혀있는 들실장이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테치 테치 거리는 자실장도 그간의 교육을 착실하게 받아온 모양이었다. 분충으로써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슬쩍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이좋은 들실장 가족의 현장 교육 모습을 찍으려던 찰나. 아…이건 별로야 별로. 셔터를 누르려다 그냥 포기. 그냥 쭉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들실장들과는 다른 개념 박힌 실장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린갈이 없으니 뭐라 지껄이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휴대폰을 꺼내들어 어플을 다운받으려다 역시나 포기. 그냥 지켜본다. 그새 돌아가는 모녀. 쓰레기장을 뒤지다 발견한 빵에 기뻐한다. 노을 지는 태양 아래 즐거운 귀갓길. 소리 없이 최대한 은밀하게 추격.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에 대한 만족한 것 같다.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데스우~.」
「테치 테치~.」
「텟츙~♪」
어라? 새끼가 한 마리가 아니네? 하우스의 문을 열자 안에서 자실장들의 목소리가 여럿 들린다. 친실장이 왔다는 것에 기쁜듯 밖으로 나와 친실장의 품에 안겨드는 모습. 아무래도 오늘 하루 쭉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시킨 자실장(아마 장녀로 추정됨.) 은 한참 전에 낳은. 이제 곧 있으면 중실장으로 성장해 서서히 독립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새끼이며 집에 있던 나머지 자실장들은 아직 어려 교육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남겨둔 것이리라. 

「텟츄!」
친실장이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빵에 눈망울 초롱초롱한 모습으로 군침을 흘리는 새끼들. 그런 새끼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듯, 일일이 머리를 쓰다듬어준 친실장은 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흠…. 충동적으로 가슴에서 뭔가가 터져 나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피곤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일탈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 황급히 근처 실장샵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컴백. 손에 든 비닐봉투에서 수면 스프레이를 꺼내 힘차게 힘든다. 읏샤 읏샤~. 그리곤 살며시 다가가 문틈으로 살포. 피쉬이이이익~.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하우스 안을 가득 매운 수면 스프레이에 빵을 처먹다 말고 데에? 테에? 하며 온 가족이 해롱해롱 대가리를 흔들다 그대로 나자빠졌다. 굿 잡. 문을 열고 안을 확인. 가만 보자 가만보자~ 어느 놈이 장녀일까요. 알아맞혀 봅시다. 딩. 동. 댕. 동~.

…빌어먹을. 죄다 똑같이 생겼으니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곧 있으면 중실장으로 성장할 몸인 만큼 다른 자실장들에 비해 몸집은 쬐끔 더 크다. 아니면 말고. 어쨌든 최대한의 감으로 아까 그 교육받은 장녀를 찾아냈다. 오호홍홍~ 좋아요~. 테~휴~ 테~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그 콩알만 한 콧구멍과 아가리로 귀여운 숨소리. 앙~♡ 너무너무 귀여워서 콱 쥐어짜고 싶지만 참는다. 비닐봉투에서 송곳을 꺼내 하우스 천장에 구멍 하나를 뿅. 그 구멍에 들어갈 끈을 꺼낸다. 그리곤 장녀의 목에 메고 그대로 교수형 땅땅 땅! 나 혼자 생쇼 하는 실장 재판. 변호사? 증거? 그딴 거 필요 없음. 그냥 닥치고 사형집행.



「데…. 데?」
몇 시간이 지난 후. 잠에서 깨어난 친실장이 비몽사몽 한 눈으로 일어난다. 손가락 없는 손으로 눈을 긁적긁적. 밝아지는 시야. 자신의 바로 앞에 낯익은 무언가가 붕 떠 있다. 데? 굳어버린 몸뚱이. 교수형 당한 장녀의 몸뚱이가 친실장의 눈높이에 맞춰 천장에 매달려 있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

나오길 기다렸다. 그 비명. 축 늘어진 장녀의 몸뚱이를 붙잡자마자 툭 하고 분해되는 대가리와 몸뚱이. 1차 충격에 이은 2차 충격. 충격에 부릅 뜨여졌던 친실장의 눈이 더 부풀어 올라 터질랑 말랑.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아 우렁차다 그 목소리. 마치 어느 영화 속. 사랑하던 이를 지키지 못한 어느 젊은 기사의 처절한 절규와 흡사하다. 잠에서 깨어난 다른 자실장들이 조금 전의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비몽사몽 한 표정으로 하나둘 일어났다. 그리고 이내 경악. 테에에에에에엑!!! 에 이은 테에엥…테에엥…. 화목했던 집이 순식간에 초상집이다. 수면 스프레이 뿌리기 직전까지 가족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적은 양이나마 사이좋게 나누어 처먹던 빵이 졸지에 장녀 제삿밥이 되어버렸다. 카메라를 준비해서 사진을 찍으려다 또 멈춘다. 아냐. 이것도 별로다.

★☆★

이틀 뒤 다시 가정방문. 어찌어찌 살고 있을까? 그때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골판지 하우스의 문이 열린다. 스으윽 하고 나오는 가분수 친실장의 대가리. 데스우 데스우. 슬픔은 어느 정도 이겨낸듯싶은 것 같은데 목소리는 축 처지는 게 아직도 슬픔은 현재 진행형인 듯. 그렇겠죠…힘드시겠죠…얼마나 슬프시겠습니까…그리 쳐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가르쳤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으니…. 쯧쯧쯧. 친실장을 미행한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 축 처진 어깨. 아…나. 저 뒷모습을 보니 밤늦게 퇴근하는 내 꼬락서니가 생각난다. 이내 쓰레기장에 도착. 동족들은 부지런하게 착착 일용할 양식을 뽑아내고 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친실장. 이내 또다시 훌쩍이기 시작한다. 데에엥…데에엥…. 엊그제 데려와서 가르쳤던 장녀 생각이 난 듯. 쓰레기장 앞에서 절규. 쓰레기를 뽑아내다 말고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동족들의 시선은 그저 저건 왠 또라이? 라는 느낌. 그중에서 한 마리가 친실장에게 다가온다. 데스우?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펴본다. 그리곤 이내 자신이 얻은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하나를 꺼내 친실장의 앞에 툭 던져준다. 아무래도 저 들실장은 친실장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우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 저놈도 좀 특이한 놈일세.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친실장은 계속 운다. 자신의 앞에 던져진 먹이엔 손도 안 댄다. 데스우! 모처럼 베푼 호의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 들실장은 자신이 던져준 쓰레기를 회수. 그리곤 친실장의 면상에 강 스파이크를 날린다. 데스우! 데스우! 고귀한 와타시가 모처럼 자비를 베풀었는데 무시한뎃샤? 라는 느낌. 그리고 발길질. 친실장은 그저 맞고만 있다.

찰칵.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내 삭제. 역시 이것도 아니야! 

사진을 지우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냥 집에 갈래. 성큼성큼 발걸음을 움직인다. 친실장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이내 그 골판지 하우스다. 참고로 난 집에 간다고 했지 내 집에 간다고 한 적 없다. 또 수면 스프레이를 꺼내 흔든다. 바텐더의 혼이 깃든 예압. 쉐키 쉐키! 그리고 피쉬이이이이익─.

다음날 아침. 골판지 하우스 뒤쪽에서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 매미는 나무에 들러붙어 열심히 운다. 친실장은 그 밑에 홀로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두 번째 새끼의 죽음. 보이지 않는 범인. 쾡 한 눈. 다크서클이 한가득. 밤새 두 눈 부릅뜨고 새끼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듯. 먹이 구하러 나갈 힘도 없는 듯 그저 멍하니 있다. 살짝 열린 골판지 하우스의 틈 사이로 보이는 새끼들의 모습. 자매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듯, 그저 친실장처럼 벽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 멍 하니 있다. 살며시 나무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또 소리 없이 수면 스프레이 살포. 자라 이 새끼야. 네~ 하듯 축 늘어지는 대가리. 오구 오구 잘했쪄욤. 어제 들실장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그 뒤통수 곱게 한번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또 골판지 하우스에 스프레이 살포. 피쉬이이이익.

★☆★

「뎃수! 뎃수! 뎃수!」
또 다음날. 슬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입에선 울음소리 대신 힘찬 구령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삵. 삵. 삵. 삵. 삵. 마땅한 장비도 없이 맨 손으로 땅을 파고 있다. 데샤아아아아아악!! 데샤아아아악!! 땅 파다 말고 서러움에 복받친 듯 벌떡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레고레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씩씩거린다. 삵. 삵. 삵. 삵. 삵. 다시 땅을 판다. 그러길 얼마 안 가 또 주저앉았다. 데에에엥 데에에엥. 흙과 상처로 가득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또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운다. 그렇게 땅 파다 울고. 또 땅 파다 소리 지른다. 하루 종일을 구덩이 파는 것에 온 힘을 다 했다. 왜 구덩이를 파는 걸까? 그 의문은 얼마 안 가 풀렸다. 살아있는 새끼들을 모조리 그곳으로 집어넣었다. 죽은 새끼들 묻어주려고 만든 무덤이 아니라 그냥 일종의 지하 벙커. 완성되자마자 또 통한의 샤우팅.

「데샤아아아아악!!」
링갈이 없음에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는 새끼들을 잃지 않으려는 어미의 강한 의지. 새끼들을 숨겨놓아 더 이상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 한 듯. 텟치! 텟치! 텟치! 남은 자실장들은 그런 땅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기 싫은 듯 어미에게 항의한다. 친실장의 뜻도 모른 채 그저 자신들을 운치 구덩이로 처박으려 한다고 생각한 자실장들에게 어미는 설명할 기운도 없는 듯 다짜고짜 데샤아악!! 하고 윽박질렀다. 말문이 막혀버린 자실장들을 쓸어내듯 거칠게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곤 그 위에 골판지를 얹고 흙으로 위장했다. 

「테챠! 테챠아아아!」
제발 이러지말아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자실장들의 애원이 친실장을 괴롭히지만 이러지 않고선 방법이 없다는 듯. 그런 새끼들을 바라보는 친실장의 서글픈 눈동자가 제발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듯이 반짝였다. 두 눈 부릅 뜨고 있어도 새끼들이 죽는 걸 막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충격인지 구덩이 속에 숨겨두면 안전할 거라 생각한 모양. 그렇게 새끼들이 숨어든 구덩이의 흔적을 지운 친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또다시 터벅터벅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어미의 마음이란…애절하구나. 다른 들실장에 비해서 유독 가족에 대한 집념이 강한 개체로써의 서글픈 상처. 그걸 보고 있으니 가슴 한 곳에 울컥하고 솟아나는 감정. 그에 대한 보답으로 쓰레기장으로 달려갔다. 데샤악! 데샤아악!! 그 곳에 있는 다른 들실장들을 잡아왔다. 그리곤 흙으로 위장한 골판지 덮개를 활짝 열었다. 굿모닝 선라이즈! 어둠 속에 있다 난데없이 햇빛이 들어오자 눈을 찡그린 새끼들이 위를 쳐다본다. 테치! 테치! 테치! 인간은 위험한 존재라고 배워서 그런걸까. 심하게 발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려온 들실장들에게 일일이 도돈파를 먹였다. 자신을 풀어달라는 듯 위협하고 지랄발광을 하던 것들이 콘페이토인줄 알고 덥석 물어재낀다. 그리고 아 삘이 왔어요.

「데, 덱!」
꾸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총배설구가 뒤틀리는 고통. 이마엔 금세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꾸르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본능적으로 꾸워어어억 하는 소리와 입에서 튀어나온다. 급하게 두리번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녀석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이윽고 구덩이 안에 있던 자실장들의 놀람과 비명이 울린다. 테챠! 테챠아아악!! 어릴 때 괴짜가족 한 번씩 다 보지 않았나? 거기 나오는 캐릭터 하나 있잖아. 국회의원이라고. 



털썩.
오후 늦게 다녀온 친실장의 손에 들려져 있던 편의점 봉투가 스르륵하고 빠져나가 바닥 위로 쓰러졌다. 안에 담겨 있던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흘러나왔지만 그것을 다시 주울 생각은 없는 듯. 헐레벌떡 새끼들이 있는 구덩이로 달려갔다.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지하 벙커에서는 더 이상 새끼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끼들의 모습이 보여 있어야 할 자리엔 녹색의 운치만이 가득히 채워져있었다. 지독한 냄새가 친실장의 코를 찌른다.

「데수! 데수!」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다급한 외침. 하지만 대답은 없다. 침묵. 이윽고 해가 저문다. 여름이라 하도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서 그런지 공원의 가로등은 켜지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데스우우 하는 서글픈 울음소리만이 짤막하게 울리다 말고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첨벙하는 소리. 그리고 진흙 같은 것을 파내는 소리만이 울렸다. 

사갉. 사갉. 사갉. 사갉. 사갉. 사갉.


★☆★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공원으로 갔다. 골판지 하우스는 다른 동족들에 의해 한창 털리는 중이었다. 새끼들이 없는 하우스는 의미가 없었는지 친실장은 그저 보고만 있다. 사그락. 일부러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가자 흠칫 한 들실장들은 허겁지겁 달아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돌려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지독한 운치 냄새와 밤새 신나게 파낸 것 같은 흙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친실장의 품에 안겨 있는 썩어버린 새끼들의 시체. 

「데스우.」
친실장은 눈앞에 인간이 있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운치로 범벅이다. 데스우~♪ 데스우~♪ 알 수 없는 흥얼거림. 죽은 새끼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데스우~데스우~♪ 행복한 표정이다. 파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동한 행복회로 속에서 친실장은 이번엔 새끼들을 잃지 않고 지켜냈다는 승리감에 빠져있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새끼들이 그저 깊이 잠든 것이라. 자장가를 부르면서 데스우~ 데스우~. 토닥 토닥거리며 자신의 흥얼거림에 몸을 흔들거렸다. 데스우 데스우~. 추적 추적 내리는 비가 친실장의 머리를 때리고 밑으로 흐른다. 코를 막은 다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데스우~? 흥얼거리다 말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친실장은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안고 있던 새끼들을 쓱 내밀었다. 귀여운 자신의 새끼들을 자랑하고 싶어서일까? 데프프프~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셔터를 눌렀다.


찰칵.


셔터를 누른 후 확인한 친실장의 얼굴에 웃음이란 없었다. 이마에서 턱까지 흘러내린 빗물을 따라서 적녹의 눈물이 내리고 있었다.

한이 맺힌 그 눈망울이 너무나도 보기 좋아 한번 더 셔터를 눌렀다.


찰칵.


이윽고 놈의 얼굴에 광기가 가득찬다. 일그러지는 얼굴. 입에선 데샤아아아아아!! 하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한번 더 찍었다.





찰칵







-끝-






실장석의 크리스마스 이브 -side-A-

 

징글벨징글벨     루돌프사슴코는    연인은 산타클로스

      기쁘다구주오셨네      Leprechaun Christmas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는, 적과 백, 그리고 녹색이 물든 후타바 역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2008년 12월 24일(월) 저녁무렵
 역 앞의 유명 백화점 『탄지우라丹璽浦』는 크리스마스 세일의 막바지에 들어서고있다.
백화점 정면현관 앞에는 유명 케이크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출장판매로 떠들썩하고, 가게 안에는 가족과 연인에게 줄 선물을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고있다.
 굉장한 인파의 사람들은 모두 피로를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목적했던 물건이 들어있는 적, 백, 녹의 꾸러미를 안은 그 얼굴이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띄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이 『탄지우라』의 1층에는 고급 실장숍 『Lapis lazuli』가 있으며, 이곳도 애완실장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하려는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

【딸랑】
『Lapis lazuli』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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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을 다루는데다가 쇼핑객과의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 가게에는 가게 바깥과 통하는 전용 출입구가 있다.
백화점에 들실장 일가가 침입해서 트러블을 일으킨 『그 사건』이후, 『탄지우라』 가게 안으로 통하는 길은 봉쇄되어 
『탄지우라』 본관과 격리되어있다. 또한 『Lapis lazuli』 가게 안에도
--실장석을 데리고 『탄지우라』로 들어가실수 없습니다--라는 종이가 붙어있다.(회원제의 보육실은 가게 안에 있다)
『그 사건』이후, 백화점 업계는 실장관련업종에 엄격한 태도를 완화하지 않고있다.

          누구도 자신의 아이가 저실장이 들어간 푸딩따위 먹게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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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나온 것은 3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왼손에는 산타클로스의 의상을 몸에 두른 자실장이 부드럽게 안겨있고, 오른손에는 자실장에 줄 선물과, 실장케이크가 든 쇼핑백이 늘어져있다.

「돌아가면 바로 저녁밥 먹자꾸나. 오늘은 진수성찬이야, 그리쨩」
「테츄테츙♪」
——주인사마, 감사한테츄♪
「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 말이지. 그리쨩은 착한 아이였으니까 분명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주실테니까」
「텟츄ー웅♪ 테츄텟츙♪ 테츙♪」
——기쁜테츄♪ 와타치 좀 더 힘내서 훨씬 더 착한 아이가 되는테츙♪
「우후후… 고마워, 그리쨩. 나도 기쁘단다」

링갈을 통해 행해지는 따뜻한 대화. 파티, 진수성찬, 선물.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이상적인 애완동물과 사육주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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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장석의 크리스마스 이브-side-A- 템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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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집에 도착했다.

「그리쨩, 잠시 집 좀 보고있으렴」
「테츙」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가지고온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선다.
그녀는 집 밖에 나가더니 쇼핑백 안에서 또 하나의 봉투를 꺼낸다.

쇼핑백 안에 물건을 넣고 그 위에 『탁아방지봉투』를 넣는 것은 이젠 상식이 되어있다.
추위가 심해지는 이 시기에 자실장따위를 데리고있는 들실장은 하나같이 머리가 나쁘다.
머리가 나쁜데다 요령도 없어, 식량부족으로 새끼를 먹여살릴수 없다.
식량부족으로 새끼를 감당치 못한 실장석이 하는 것은 둘 중 하나, 『솎아내기』 또는 『탁아』.
출산러쉬인 봄보다도 겨울, 특히 인간의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이 12월이 『탁아』의 최성기가 되는 것이다.

「지이이잇!!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못먹어!! 못먹겠는테치이이이이!!!
반투명한 봉투 안에는 비쳐보이는 케이크에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고 이를 가는 들자실장이 있다.
봉투의 내용물에 자연스럽게 손을 대려고 하는것이 전형적인 분충이라 하리라.
그녀는 봉투의 입구를 꽉 붙들어매고, 그대로 실장쓰레기의 케이스에 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삐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주의를 끄는 경보음이 주위에 울려퍼지고, 뚜껑이 천천히 닫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 자리를 떠났다.
「빨리 저녁밥을 줘야지. 그리쨩 배고플텐데」

「다녀왔어, 그리쨩」
「테츄테츄」
——다녀오신테츄
「배고팠지? 바로 밥 먹자꾸나」
「테츄————웅♪」
——주인사마, 감사한테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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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르릉 하는 기계음을 내는 쓰레기상자 안.
「테지이이이이이이이」
——똥・닝・겐・녀어어어어언…
——와타치의 노예로 간택해주었는데 무슨짓을 하는테치!!
단단히 묶인 비닐봉투 안에서, 출구를 찾아 몸부림치는 들자실장.
「데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비닐봉투 안의 들자실장은, 인간의 손에 안긴 사육자실장의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떠올리며 분함에 치를 떨었다.
——어째서 고귀한 와타치가 이런꼴을 당하고, 그런 분충이 따끈따끈하게 지내는테지이이!!

그것은 태생과 양육의 차이. 애초에 그 사육자실장도 지금의 자리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사육실장으로서 고도의 선별과 교육을 받아 이곳에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아, 케이크야」
「테츄테츄♪ 텟츄————웅♪」
——케이크인테츄♪ 기쁜테츙♪

케이크같은 호사스러운 음식이 주어지면 이전의 푸드에 만족하지 않게되고 단번에 분충화하는 것이 훈육실패의 황금패턴이지만, 이 자실장에 있어서 그런 걱정은 없다.
『Lapis lazuli』에 입장이 허락되는 실장석은 『Lapis lazuli』에서 판매한 것에 한한다.
(물론 실장석을 데리고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입장할 수 있고, 평범하게 관련용품을 살 수 있다)
『Lapis lazuli』는 챔피언 클래스의 어미실장석 6마리를 보유하고있으며, 각각 연 1회의 출산이 허락된다.
보통은 봄에 3마리, 가을에 3마리가 출산하며, 출산하지 않은 실장석은 『보모』로 서포트로 돌린다.
그녀들은 「닝겐상과 함께 행복해지는데스」를 신조로, 그것이 되지않는 개체, 이른바 『분충』은
「살아있다 해도, 이 자도 닝겐상도 불행해질 뿐인데스」라고 하며 용서없이 솎아낸다.
교육・훈육은 인간이 주체가 되지만 『분충』을 감별하는 능력은 그녀들이 높다.
실장석 주도의 『선별』과 브리더 주도의 『교육』은 병행하여 행해진다.
현명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가 모두 현명하다는 보장은 없다.
10마리의 새끼가 태어난다 해도 1주일 후에는 5마리가 되고 2주 후에는1〜2마리가 된다.

이 가게에서 실장석을 사기 위해서는 일단 연 2회 있는 봄과 가을의 모집에 응모해야한다.
정규 응모 전에 예비심사가 있고, 연수입, 집의 넓이, 가족구성, 생활환경에 관한 신상명세를 제출한다.
그리고 예심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응모권이 주어진다.(이 응모권을 빼돌려 판매하는 자에게는 두번 다시 심사자격을 주지않는다)
이 응모권은 사육주들 사이에서 『원서願書』라고 불린다.
응모권을 받은 사육주 희망자는 가게에서 지정한 날에 와서 브리더, 그리고 양도될 자실장과 면담을 한다.
질의응답은 브리더와만 하는게 아니고, 자실장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면담을 경험한 자의 이야기로는, 올곧은 눈으로 인간의 질문에 척척 대답하고, 질문까지 해오는 그 모습은
「아무래도 실장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라는 모양이다.(덧붙이자면 그 사람이 「저런거 필요없어」라고 말했다는 것도 적어둔다)
그 결과에 의해 사육주가 결정되고, 금전의 인수(수십만엔〜)가 성립되면 1주일에 걸쳐 각 사육주에 적합하게 커스터마이즈되고 사육주의 품으로 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자실장에는 단순히 머리의 명석함만이 아니라 훈육의 미세조정을 받아들일 정도의 유연함이 요구된다)


한편 솎아내어진 자실장은 어떠한가.
역시 죽이는 것은 힘들다, 라는 인간의 판단으로 『방출품』으로 각 가게에 흘러간다.
그 최저수준으로는 염가판매용 자실장을 들 수 있다.
그러한 자실장들은 4일동안 팔리지않으면 먹이의 경비가 원가를 넘어가기 때문에, 4일째의 폐점시간에 처분된다.
『자신의 손발과 같은 수 만큼 햇빛을 쬐는게 허락되는』것이다.
밤에는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에어컨도 히터도 없고, 오히려 그런 경비를 가산하자면 자실장들의 목숨은 6시간으로 단축된다.
추우면 모여서 서로를 끌어안고, 더우면 조금이라도 시원한 바닥을 찾아 헤멘다.
적은 푸드와 물을 다투고, 귀나 팔이 찢어지면 처분된다. 또한 그 현장에서 적발된 가해자실장은 다른 장소로 끌려간다.

         ——자매를 먹은 초분충!! 격렬한 학대용!!——

염가판매 중에는 아직 상냥한 사육주를 만날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
하지만 분충으로 판명되어 확실한 꼬리표와 부가가치가 주어져버리면 갈 곳은 정해져있다.

얼어죽으면 쓰레기통, 아사하면 쓰레기통, 목말라 죽으면 쓰레기통, 흠이 생기면 쓰레기통, 4일 지나면 쓰레기통…
실장쓰레기로 버리는 것도 경비가 들기 때문에, 타는 쓰레기로 버려지는 그녀들.
인간의 편의에 의해 실장석으로 태어났다는 과거조차도 박탈된다. 생명의 존엄따위는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 세계.
이럴것이라면 푸드로 가공되고, 포장 구석에 『원재료—육류(실장석)—』이라고 쓰이는 편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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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안쪽으로 울려퍼지는 기계음과 함께 천장이 내려온다.
비닐봉투와 어둠 덕분에 들자실장은 자신에게 닥쳐오는 회피불가능한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데치・【그르르르르릉】이이이【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그르릉】」
자실장의 단말마는 기계음에 덮여 사라지고,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는다.
다만 굳이 말하자면.
『기아』도 『갈증』도 『추위』도 『기나긴 학대』도 없이, 한 순간에『끝나는』것이 들자실장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
              
              인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