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자실장이 자를 낳았습니다


우리집 자실장이 새끼를 낳았다.

통한의 실수! 자실장이라고 방심한게 미스였다.

어떻게 임신을 한건지는 몰라도 임신한것 자체는 사고였다쳐도 크기가작은 자실장이라서 살이쪄서 배가 나온건지 임신을 해서 배가 부푼건지를 구분하지 못한것은 내잘못이다. 눈 색깔이라도 확인했어야 했다고 자책해보지만 이미 늦어버린것이다.

중실장정도까진 성장해야 자를 낳고싶다는 욕구를 가지기에 방심했지만 역시 세상에 예외란건 반드시 존재하는법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녀석이 임신했다는걸 숨기려고 내 시선을 피해다닌것같다. 물론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이부분은 추궁할수없다.

[뭐 그래도 할건 해야지....]

성장했을때를 대비에 평소에도 자를 낳으면 안된다고 훈육한걸 무시하고 자를 낳은 단죄를 하도록하자.

[텟치!]
[렛츄웅~!]
[레치레치!]
[레후~!]
[프니후! 프니프니후!]

한숨을 푹푹내쉬며 자실장이 살고있는 거실 구석의 실장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기니 자실장이 네마리의 새끼와 놀아주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태어난것은 엄지 두마리와 구더기 두마리. 자실장임에도 불구하고 영양상태가 좋았기에 엄지를 두마리나 낳았다.

[야.]
[텟츄웅~!]

천천히 다가가 자실장을 불렀더니 밑도끝도없이 이쪽에 아첨부터 날려대는 자실장.

아첨은 기분나쁘니까 하지말라고 가르쳤는데말이야..... 자기가 잘못을 했다는것은 인지하고있다는 뜻일까?

[어휴.... 이미 낳아버린건 어쩔수 없으니까 키워줄게.]
[텟츄~!]

내쪽의 실수도 있어 새끼를 키워준다고 말했더니 자실장은 크게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봐 너 지금 웃을 처지가 아니야.

[단 이녀석들만 말이지.]

네마리의 엄지와 구더기만 내 손바닥 위로 올렸다. 잘못은 제멋대로 낳아버린놈한테 있는거지 태어난 이녀석들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 키워주겠지만 분충까지 키울생각은 없다.

[테에에에엣?!]

그래도 생각하는 머리는 있는디 내가 말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인지 단박에 이해한 자실장은 웃음짓고있던 얼굴을 순식간에 경악한표정으로 바꿔버렸다.

[왜 놀라는거야? 그러면 하지말라 했는데도 멋대로 자를낳은 너를 계속 키워줄거라 생각이라도 했어?]

대체 무슨자신감일까? 아! 그러고보니 주인몰래 자를낳은 사육실장들은 자들의 귀여움에 주인이 모든것을 용서해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

[테..텟챠아!]

하지만 키우지 않는다고 했어도 버리거나 보건소에 보내 처분하지는 않는다. 이녀석은 앞으로 엄지들의 반면교사가 되어줘야하니까.

엄지와 구더기들을 멀찌감치 내려놓고 자실장의 옷을 벗기고 오늘 아침에 사온 투명 아크릴수조에 집어넣었다.

옷을 벗긴건 딱히 학대의 목적은 아니고 자실장이 입고있던옷이 태어났을때부터 입고있던 천연의 녹색 실장복이 아니라 내가 사준 분홍색 실장복이기 때문이다. 사육실장으로 키워줄것도 아닌데 굳이 그런걸 남겨줄 의리는 없다.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테츄아아아!]

알몸으로(물론 팬티만은 남겨줬지만) 수조에 넣어진 자실장이 울며불며 수조벽을 토닥토닥 두들긴다. 옷을 돌려달라는건지, 수조에서 꺼내달라는건지 아니면 용서를 비는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너희 저걸 잘봐라.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사육싷장은 저렇게된다. 너희도 저런 초라한꼴이 되고싶지 않으면 말 잘들어야한다?]

[렛치!]
[레츄!]

자실장의 처치를 마치고 엄지들만 손바닥위에 올려 수조 내부를 잘 들여다 볼수있도록 해주고 당부의 한마디를 잊지않았다. 자실장과 나, 어느쪽의 말을 들어야할지 단숨에 파악했는지 엄지들은 이쪽을 향해 힘차게 대답했다.





그후로는 평소와 같은 일상이였다.

사육실장이 한마리에서 네마리로 늘어났지만 성체실장이나 중실장도 아니고 내쪽에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구더기 두마리를 각각 엄지들에게 맡기니 저마다 프니프니나 놀이상대를 충실히 해주었기에 사육하기 어렵다던 구더기들도 별문제 없이 지낸다.

가장 중요한 엄지들의 훈육은 훌륭한 반면교사인 자실장의 존재덕분에 잔실수는 많아도 그럭저럭 봐줄만하게 되어 만족스럽다.

그러고보니 계속 엄지라고 써놨는데 사실 엄지들은 어제 막 자실장으로 성장한 상태다.

엄지가 자실장이 되는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것과 맞먹을정도로 어렵다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엄지를 프니프니 노예나 비상식량으로 취급하는 들실장들이나 그렇지 안전한 장소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사육실장이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자실장으로 성장할수있다.

다만 구더기는 엄지는 비교도 되지않을정도로 심각한 미숙아라 그런지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를 틀어 엄지로 우화하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네...

[텟치텟츄!]
[테치!]

전엄지, 그러니까 자실장들은 지금 그들의 마마인 자실장을 넣어두었던 수조앞에서 춤을추며 놀고있다.

자식이 성장했는데도 똥만 먹으며 연명한탓인지 중실장은 커녕 성장했는지조차 의문인 자실장은 유일한 식량인 오늘 아침에 넣어준 자실장들과 구더기들의 똥을 퍼먹으며 피눈물을 줄줄 흘려대고있다.

[그래도 영양가 많은걸 먹고다닌녀석들의 똥이라 느리게라도 성장할줄 알았는데 말이지...]

이러다가는 자실장들이 수조안 분충보다 먼저 중실장으로 성장할것같다. 그게 무슨상관이냐는 말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분충을 버리지도, 처분하지도 않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반면교사의 역할로서 살려둔것이란걸 명심해야한다.

자기들보다 강해보이는 녀석이 분충이라는 이유로 험한꼴을 당하는걸 보여줘야 의미가있는거지 약한녀석을 대상으로 해서는 '나보다 약하니까 저런꼴을 당하는게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해버릴 가능성이 꽤 높은것이다.

지속적으로 훈육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수 있는것이 실장석. 작은 인형같은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음흉한 성격을 철저히 잡아내는것이 사육실장을 기를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어쩔수없이 분충의 먹이로 지급하는 자실장과 구더기의 똥에 실장푸드를 부숴만든 가루를 섞어야겠다.






[테승! 테승!]

똥에 실장푸드 가루를 섞은게 효과를 보여 자실장들이 성장하기전에 분충이 중실장으로 성장했다.

불쌍해서...라기보다 내 안구 보호를 위해 남겨주었던 팬티는 아주 진한 녹색이 되어 이제는 세탁해도 하얀색으로 돌아갈것같지가 않고, 똥투성이 수조에서 살았던게 독이되었는지 탈모가 시작되어 손대지 않았던 머리카락은 반정도가 소실되어있다.

분충을 대체하여 내 사육실장이 된녀석들은 구더기 한마리가 프니프니를 받던도중에 죽어버린것을 빼면 별문제없이 지내고있다.

구더기 한마리가 왜 죽었냐면 자실장이 성장해가며 힘이 세지는걸 감안하지 못하고 힘껏 프니프니를 하는바람에 구더기가 터져버렸다.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구더기는 솔직히 사육하는 보람도 없어서 자실장에게 벌을 주지는 않았다. 사고친 본인도 당황해서 엉엉 울어댔었고.

아무튼 그런저런 사건을 겪어가며 내 사육실장 세마리는 행복하게 살고있다.

[행복한 결말이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테스우우우우우!]

링갈을 사용하지 않았기때문에 뭐라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고있어서 기쁘다는거겠지 아마?








자발적 구제


투분이나 탁아, 심한경우에는 가택침입까지.....
들실장을 원인으로하는 피해는 세기 힘들정도로 많고, 당연히 그로인한 민원제기또한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많다.

들실장 관련 민원이 쌓일때마다 지자체에서는 구제업체에 의뢰하여 해당 지역내 들실장들을 구제했지만 그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정도에 불과했다.

날고 긴다는 구제업체라해도 모든 들실장을 잡아들이지는 못하며, 게다가 구제후 들실장의 개체수가 줄어 깨끗해진 공원은 떠돌이 실장들이 정착하기에 좋은 환경이였으므로 결국에는 도로아미타불인것이다.

아니 설령 전력을 다해 들실장을 몰살시킬수 있다해도 분충이라면 몰라도 양충은 구제할 필요가 있냐며 애호파 단체에서 들고일어나기에 완전 구제는 불가능하다.

확실히 양충이라면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니 구제까지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양충 본인에게만 한정되는것. 양충밑에 양충없고 분충밑에 양충없다고했다. 아무리 양충이라해도 그 밑의 새끼들이 전부 양충이라는 장담은 못한다.

친실장의 솎아내기와 교육을 거친다해도 양충인척 행동하다가 독립한뒤에야 비로소 본성을 드러내는 분충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애호단체는 실장석이 일반인들에게 좋지못한 인식이 박혀있다는것을 인정하고 발언력을 높이기위해 지자체에 많은 기부금을 내고있기에 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구제를 진행하는것은 꽤 무리가 있었다.

그러면 분충만을 철저히 골라내 구제하는법을 찾아야 한다는것인데.....



[그게 말이 됩니까?]
[아니 애호파고 나발이고 가능한걸 요구해야 들어주든말든 할거아닙니까!]
[부장님 말좀해주십쇼! 이건 불가능하잖습니까!]

후타바시 들실장 대책부서의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고충을 토로하고있었다.

[나도 알고있어. 하지만 윗선에서 그렇게하라는데 어쩌겠나.]

상석에 앉아있는 부서장또한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난감한 표정으로 쩔쩔매고있었다.

[이거 저희들끼리 머리를 맞대도 힘들거같은데....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공모전이라도 열어보는게 어떨까요?]

그러던중 한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후타바시청 들실장 대책부서의 이름으로 분충 구제법 공모전이 열렸다.

분충구제 공모전에는 거액의 상금이 걸렸기에 구제업자들은 물론이고 꽤 많은 생물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참가자들의 무수한 아이디어로 불타오를것 같았던 공모전은 정말 의외로 단 5일만에 싱겁게 우승자를 내며 끝나버렸다.

공모전이 너무 빨리끝나서 아이디어를 제출하지도 못했다며 항의하던 경쟁자들의 입을 단번에 막아버린것은 구제업자도, 생물학자도 아닌 어느 학대파가 투고한 하나의 영상이였다.

영상의 시작은 공원의 입구에 들어서는것으로 시작되었다.

[어디보자.... 이쯤이면 적당하려나?]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아 들실장들이 박스를 놓고 살고있는 빈 공터에 도달한 학대파는 우선 콘페이토를 뿌려대며 들실장들을 유인했다.

[데프프! 오랜만에 공물을 바치러온 닝겐인데스!]
[어이 닝겐! 이걸로는 부족한데스! 스테이크와 스시를 가져오는데스!]
[그것도 부족한데스 와타시를 사육으로 하는데스!]

콘페이토를 뿌리자마자 튀어나온 들실장들은 희희낙락하여 콘페이토를 한가득 줍고는 학대파의 주위에 모여서 자기를 키우라며 아우성쳐대기 시작했다.

이때는 양충이고 분충이고 가릴것없이 모두가 자기 새끼가지 끌고나와 콘페이토를 한아름 품에 안고있는 상태였다.

[키운다...키운다라....]

혼잣말로, 그러나 주변의 들실장들에게 모두 들릴정도로 중얼거린 학대파는 근처의 나뭇가지에 실에 메단 목걸이를 하나 걸어두었다.

성체실장이 손을 뻗어도 닿지않을높이. 그러나 발받침대를 가져다 둔다면 어찌어찌 손에 닿을높이에 목걸이가 위치했다.

[.....]
[목걸이데스...]

한참을 아우성쳐대던 들실장들이 목걸이를 알아보고는 일제히 조용해졌다.

[와타시의것인데스!]
[꺼지는데스! 저건 고귀한 와타시에게 어울리는데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몇초간의 침묵후에 일제히 목걸이를 차지하기위해 달려드는 들실장들.

학대파는 몇발짝 물러나서 손에든 카메라의 초점을 목걸이 부근에 맞춰놓고 잠자코 그 장면을 보고있을뿐이였다.

성체고 자실장이고 가릴것없이 목걸이를 향해 달렸고, 이내 목걸이가 손에 닿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았다.

[건방진데스! 와타시의 손에 스스로 오지않고 뭘하는데스!]
[데샤아!]

폴짝폴짝 뛰며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아깝게 목걸이를 스칠뿐이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 점프하고 착지하는것을 반복하던 성체실장들의 발에 자실장들이 깔려죽고있었다.

친실장들의 반응은 여기서 갈린다.

[오로롱! 와타시의 자가!]
[정신차리는데스! 마마데스! 마마가 여기있는데스!]

육편으로 변해버린 자들을 쓸어모으며 울부짖거나,

[자는 또 낳으면 되는데스! 사육이 되면 더 세레브한 자를 낳는데스!]

신경도 쓰지 않거나.

몇몇 친실장들은 서둘러 남은 자실장들을 끌어안고 자신의 골판지상자로 돌아갔다.

사육되는것보다 자식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이쪽은 양충이라 해도 좋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친실장들보다 자들이 깔려죽건말건 목걸이를 탐내는쪽은 분충이라해도 애호파들에게 이의는 없을터.

학대파는 이쯤에서 입을 열었다.

[자실장을 머리위로 올려서 목걸이를 잡게하면 손에 닿지않을까?]

가볍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약간 부족한 높이를 자실장으로 메울수있다는것을 알게된 친실장들은 일제히 자신의 자실장을 들어올려 머리위로 올렸다.

[어서 목걸이를 잡는데스!]
[분충에게 빼앗기면 용서없는데스!]
[걱정마는테치!]
[아타치들이 사육이되는테치!]

올리는 친실장도, 올려지는 자실장도 비장한 목소리로 목걸이를 쟁취할것을 다짐했다.

그 뒤는 자실장들끼리의 혈전이였다.

[꺼지는테챠!]
[오마에같은 분충은 이렇게 해주는테치!]

친실장의 머리위에 올려진만큼 목걸이는 자실장이라도 쉽게 잡을수있는 높이가 되었고, 그때문에 자실장들은 서로 목걸이를 잡기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자실장의 힘이 약한것은 사실이나 상대도 나약한 자실장이다. 벌레하나도 잡지못할것같은 팔심으로 서로의 얼굴을 가격하며 쟁탈전을 벌이고있었다.

밑에서도 친실장들끼리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두손은 자실장이 머리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줘야하므로 몸통을 부딪치거나 발로차는등의 치열한 다툼을 하고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야 양손으로 받쳐준다해도 자실장이 친실장의 머리위에서 안정적으로 싸울수가 없어진다.

[테챠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

친실장의 두건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기위해 버텨보지만 이내 바닥으로 추락해 박살나고, 떨어지는 와중에 친실장의 킥에 피격당해 저멀리 날아가는등 목걸이를 붙잡으라며 머리위로 올렸던 자실장들은 한마리도 남김없이 짧은 실생을 마감하는 처지가 되었다..

[오로로옹!]
[와타시의자가!!!!]

아직 자식을 아끼는 친실장이 남아있었는지 여기저기서 통곡소리가 울렸다.

[용서 못하는데샤아아!]

점프하다 밟히고, 머리위로 올렸다가 떨어트리는등 자실장을 모두 잃은 친실장이 격노하며 눈앞에있는 친실장을 덮쳤다.

[오마에의 분충자는 죽어도 싼데스!]

공격당한 친실장도 자를 잃은것은 마찬가지. 순순히 당해줄리 없이 반격으로 응수한다.

그리고 그러한 싸움은 전체로 퍼져 목걸이는 안중에도 없는 혈전이 시작되었다.

옷가지에 숨겨두었던 대못을 꺼내들거나, 주변에있던 나뭇가지를 집어들었다. 무기를 구하지 못했어도 육탄공세로 몸을 날리며 들실장들은 눈앞에있는 동족을 죽이겠다는 일념하나로 싸움에 뛰어든다.

못이 박힌채 죽어있는 들실장.
상대방의 팔을 뜯어낸것인지 입에 살덩어리를 문채 하반신이 박살난 들실장.
나뭇가지를 서로 크로스하는 형태로 동귀어진한듯 서로의 몸에 박힌 나뭇가지를 꽉 쥔채 쓰러진 두마리의 들실장....

마치 실장석의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 싶은 참상끝에 단 한마리의 들실장만이 끝까지 살아남을수있었다.

[와...와타...와타시는 세레브한 사육....]

처절했던 싸움의 여파로 독라가 되었긴해도 사지는 재대로 붙어있다. 하지만 한쪽눈이 완전히 뭉개졌고, 신체 여기저기에 입은 상처에서 피를 쏟아내던 최후의 들실장은 자신의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절명했다.

전부 끝난것을 확인한 학대파는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던 목걸이를 회수하고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들실장의 골판지상자를 찾았다.

[어이 이봐. 너는 사육실장이 되고싶지 않았나?]

[되고싶은데스.... 하지만 싸우고싶지 않았던데스.]

[뭐야 겁쟁이였냐?]

[겁쟁이라도 상관없는데스! 저들처럼 죽어버리는것보단 나은데스!]

이정도로 겁이 많다면 탁아나 투분같은것은 꿈에도 꾸지 못할것이다. 양충인지는 몰라도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다면 상관없다.

그 이후로도 싸움에 참가하지않았던 들실장을 몇마리 더 인터뷰를 한뒤 영상은 종료되었다.

별다른 도구 없이 약간의 콘페이토와 목걸이 하나를 이용해서 분충끼리의 내분을 일으켜 자발적인 구제를 하게 만드는 이 영상은 공모전의 우승 뿐만이 아니라 실장석의 심리를 연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자존심


[오마에따윈 마마가 온다면 한방인테칫! 독라노예로 만들어주는테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편의점 봉투안에서 자실장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선언을 하고있었다.

탁아를 당했다는거다. 봉투안에 있던것들이 싸그리 날아간것도 문제지만 들실장이 탁아를 시도할만큼 내가 만만해 보였다는게 더 충격이다.

거기에더해 지금 실시간으로 들자실장에게 얕봐지고 있는중이다.

이런데도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사람은 성인군자의 반열에 오를것이라 확신할수있다만....

너무 화가나면 오히려 냉정해진다고 했던가?

당장 저 들자실장을 쳐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여있으면서도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부분이 있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누를수있었다.

뜸들이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어디에 의문이 생긴지를 말하자면, 실장석들은 어째서 인간을 우습게 보냐는것이다. 딱히 비유같은건 아니고 말 그대로 실장석들은 인간을 자신들의 아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같다는말이다.

사육실장이라면 이해할수있다. 주인이 먹여주고 키워주니까 그 모자란 지능으로는 자신이 우월해서 대접받는거라 생각하겠지...

그러나 들실장은 아니다. 들개나 들고양이에게도 처참하게 찢겨나가는 주제에 몸 크기만 봐도 압도적인 인간에게는 유독 세게 나온다.

인간을 본적이 없어 잘 모르는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공원이야말로 인간을 자주 접할수있는곳이니 그럴리는 없다.

인간에 대한 공포또한 공원에 방문하는 학대파들이 들실장들의 뇌에 각인시켜줄테니 마찬가지. 아! 이건 여기 봉투안에 있는 자실장으로도 증명이 가능한것같다. 센척하면서도 팬티는 두툼하게 부풀려 빵콘하고있으니까.

도대체 무엇일까?

들짐승에겐 잔뜩 쫄아대면서 유독 인간을 상대로는 세게 나오는 이유가 뭘까?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쿵!쿵!'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탁아를 당한지 대충 5시간정도 지났나? 생각보다 늦게왔네....]

문옆에 멀쩡한 초인종을 놔두고 굳이 노크를하는건 초인종에 손이 닿지않는다는 뜻이고, 오늘 어린아이가 우리집에 올 예정도 없으니 100% 친실장이라는것을 확신할수있다.

다만 예상한것보다 훨씬 늦게온탓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던 내가 기다리다 지쳤다는것 말고는 완벽하다.

뻣뻣해진 목을 뿌득뿌득 꺾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오마에가 와타시의 장녀의 노예닝겐인데스네? 장녀의 마마인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들을 모시는걸 허락하는데스!]

탁아따위를 저지른 시점에서 예상은 했지만 친실장은 훌륭한 분충이였다.

[그러냐? 니가 탁아를 했다 그거지?]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으니 친실장과, 그 뒤에서 웃고있는 자실장 세마리를 모조리 잡아 욕실로 옮겼다. 집안에 더러운 들실장을 두는건 싫으니까 물청소하기 용이한곳을 골랐다.

탁아 자실잘은 미리 봉투에서 빼내어 욕조 안에다 넣어놨으니 감격스러운 가족상봉의 시간이다.

[어서 스시와 스테이크를 가져오는데스!]
[후식인 콘페이토도 잊지마는테치!]
[뭐하는테치 똥노예? 어서 움직이란테치!]

탁아 자실장을 독라로 만들어놨다던가, 위석을 빼놨다던가 하지 않았으므로 일가상봉즉시 내가 학대파가 아니란것을 확신했는지 내쪽으로 삿대질을하며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쪽은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거기다 고작해야 분충일가의 아우성이다 이쪽이 굽힐 이유가 없는것이다.

[스시랑 스테이크? 그런게 너희처럼 더러운 들실장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당연한데스! 와타시들은 세레브한데스! 그것도 몰라보는 오마에는 눈에 운치가 들어있는데스?]

가볍게 한마디를 던져보았으나 예상대로 반발이 거세다.

굳이 말싸움을 할 필요는 없으니 집근처 마트에서 사온 손거울을 들실장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잘 볼수있도록 비춰주었다.

[잘보고 생각해봐. 정말로 너희가 세레브해?]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더러움이 구체화된것같은 자신들의 모습에 친실장의 말문이 막혔다.

[너희가 세레브하다면 이녀석은 뭘까?]

추가타로 지인에게 빌려와 방안에 대기시켜두고 있었던 깨끗한 모습의 실장석을 들실장들과 대면시켰다.

원래라면 사육실장을 증오하는 들실장들인지라 곧장 공격해왔겠지만 거울을 통해 충격을 준뒤이기에 깨끗한 사육실장의 모습에 주눅이 들어 달려들기는 커녕 뒤로 몇발짝 물러나 거리를 벌리고있었다.

[이 머릿결을 잘봐봐. 찰랑찰랑거리지? 그에비해 너희는 어때?]

등뒤로 치렁치렁 늘어진 자신의 뒷머리를 당겨와 만지작거리는 들실장들. 떡지고 엉클어진 머리털은 밧줄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단단해서 린스를 통으로 들이 부어야 해결될듯하며, 윤기라고는 찾아볼수도 없어 개털같은 머리털은 둔한 손으로도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수있을것이다.

[데이....]
[테에.....]

들실장들의 기세가 눈에띄게 사그라들었다. 그러면 추가타를 넣어볼까?

[여기 이 실장복좀 봐라. 깨끗하지? 거기다가 이렇게 쓰다듬으면 엄청 부드럽지.]

실제로 빌려온 사육실장의 실장복은 새옷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디 흠잡을데 하나없이 잘 관리되어있었다.

[데에엥....]
[테힝....]

이번에도 들실장들은 자신의 옷을 돌아보더니 힘없는 소리를 내었다.

군데군데 찢어져 옷인지 걸레인지 모를정도에, 찌든때로 오염되어 본래의 색은 찾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똥인지 모를 뭔가가 달라붙은게 딱딱하게 굳어 실장복이 아니라 실장갑주라 불러도 상관없을지경이였다.

[이래도 너희가 세레브한걸까?]

빈정거리며 물어보았지만 들실장들은 아무런 대답도 없다. 이렇게 들실장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꺾어놓는데 성공했다.




나는 실장석들이 인간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분구에 맞지않은 자존심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힌트는 탁아 자실장에게 받았다.

생각에 잠긴채 편의점 봉투안의 자실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때였다.

[치프프프! 세레브한 아타치에게 반한테치? 스테이크를 가져오면 흑발의 자를 허락할수도 있는테치!]

순간 격정에 휩싸여 자실장을 단박에 뭉개버릴뻔 했었지만 덕분에 들실장들이 오만한 이유는 쓸데없이 높은 자존심이란것을 깨달았다.

그놈의 세레브타령은 들실장의 흔한 레퍼토리건만 알아차리는게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늦던 빠르던 알았다는게 중요하다. 대처법을 금방 생각해내서 필요한것을 준비하고, 가장 중요한 비교용 사육실장은 지인에게서 빌려왔다.

들실장과 비교해서 너무 추켜세우면 이번엔 사육실장의 콧대가 높아질수도 있지만 사육실장을 잘 키우면서도 훈육은 엄하게한다고 들었기에 이정도는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

자신만만하던 들실장들은 어느새 욕조 한구석에 처박혀 눈물을 흘리며 한탄하고 있었고, 최후의 일격으로 냉동실에 처박혀있던 고기를 몇점구워서 사육실장에게 먹였다.

그것으로 들실장들은 툭툭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곧장 공원에 방생하는걸로 마무리지었다.

실장석의 근간이라고도 할수있는 자존감을 철저하게 부숴주었으니 그녀석들도 정신을 차렸을거라 생각한다.

뭐, 그렇게 맥이빠진 상태로 공원에 돌려보냈으니 다른 들실장들의 습격을받아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나랑 상관없는일이다.

[나중에 공원에가서 한번 해볼까?]

들실장들을 모아놓고 사육실장과 비교를 해준다면 과연 다함께 무너져내릴지 아니면 단체로 반발해 덤벼들었다가 몰살을 당할지 궁금해졌다.

빌려온 사육실장을 돌려주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마주친 들실장의 모습에 문득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오늘은 시간이 늦은관계로 얌전히 귀가길을 서둘렀다.








들실장의 일상 1,3


5년전까지만해도 신도시 개발이다 뭐다하며 투기꾼들이 몰렸던 마을이지만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기위한 허위정보였다는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지금은 유령마을이 되어버린곳.

한때는 일확천금을 노리던 사람들이 '황금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다녔으나, 지금은 별명은 커녕 원래의 이름을 확인하려면 시청에가서 자료를 뒤적여야하는 이곳에 들실장들이 살아가고있다.

[데에에에에에! 자들이 나오려하는데스우우우!]

배가 남산만한 성체실장 한마리가 다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고있다.

[서둘러야하는데스! 서둘러야하는데스! 자들은 참는데스! 지금 나오면 안되는데수우우우우!]

마을에 남아있는 폐가는 들실장들이 비바람은 물론이고 추위마저 피하기 좋은 하우스가 되어주었지만, 전기와 가스는 물론이고, 수도마저 끊긴지 오래기에 출산에 필요한 물이 있는곳으로 달려가는것이다.

한참을 달린끝에 마을 외곽에있는 농업용수를 비축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저수지에 도달한 들실장은 호수 근처에 얕게 땅을파고, 들고온 패트병으로 물을 퍼담아 웅덩이를 만든뒤 팬티를벗고 들어가 앉았다.

[뎃데로게~ 자들은 이제 나와도 좋은데스~]
[뎃데로게~ 자들이 살 따뜻한 하우스도 준비되어있는데스~]
[뎃데로게~ 마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데스~]

친실장이 웅덩이를 만들기 전까지 힘껏 조였던 총구에 힘을 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이내 총구를 통해 점막에 둘러싸인 자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텟테레~! 세상의 보배가 태어난테치~!]
[텟테레~! 마마! 보고싶었던테츄!]
[텟테레~! 낳아줘서 고마운레치!]

하나, 둘, 셋. 산기가 가신 친실장은 웅덩이에 반쯤 잠겨있는 세마리를 세어보고는 가장 처음 낳았던 자를 들어올려 점막을 핥기시작했다.

[테츄우웅~! 마마의 핥짝핥짝 기분좋은테츙! 이제 콘페이토를 주는테츄~!]

점막을 전부 벗겨내자 완전한 자실장의 형태로 변한 장녀가 손을내밀며 당연하다는듯이 한말에 친실장은 눈을 찡그렸다.

[그렇게 태교를했는데도 똥벌레가 나온데스....]

휙! 하고 저수지에 집어던져진 장녀는 [꼬르르르륵! 마마! 살려테치!] 비명을 지르며 열심히 물장구를 쳐가며 버티다 힘이 빠져 그대로 저수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데챱데챱!]

친실장은 저수지에 집어던진 분충쪽에는 눈길조차 주지않고 바로 다음에 태어난 자를 집어들고 점막을 핥고있었다.

[테츄~ 핥짝핥짝 고마운테치~!]

친실장을 향해 한껏 아양을 부리며 감사인사를 하는 차녀는 장녀와 달리 친실장의 옆에 놓여진다.

[레츄웅~ 귀여운 엄지짱인레츄웅~]

점막을 전부 벗겨낸 삼녀는 엄지가 되었다.
그러나 친실장은 자실장이 아니라며 실망하는 기색 없이 엄지를 차녀옆에 내려놓고는 엉덩이를 손으로 탁탁 두들겨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벗어던진 팬티를 주워입었다.

[돌아가는데스]

차녀... 이제는 장녀인 자실장과 삼녀에서 차녀로 승격한 엄지를 들어 품에안은 친실장은 하우스로 돌아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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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엣스! 데엣스!]
[테엣츄! 테엣츄!]
[테엣스! 테엣스!]

친실장, 중실장, 자실장으로 구성된 세모녀가 하우스 뒤켠의 흙밭에 자라난 식물의 줄기를잡고 줄다리기를 하는것처럼 잡아당기고있었다.

[좀더 힘을내는데샤아아아아악!]

화를 내는건 아니지만, 온몸의 힘을 때려박고있는탓에 친실장이 거칠게 소리지르자 중실장과 자실장또한 여력을 남기지않고 좀더 힘을 쏟아넣기 시작했다.

우지끈! 하는 잔뿌리가 뜯어지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더니, 뿌리가 조금씩 지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샤아아아아아아앗!]

친실장의 외침에 자실장과 중실장들은 이제는 아예 눈을 질끈 감은채 힘껏 줄기를 잡아당긴다.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

힘찬 기세로 뽑혀나오는 식물의 뿌리. 친실장은 그것을 확인하고 힘을 뺐지만, 눈을 질끈 감았던 중실장과 자실장은 힘을 뺄 타이밍을 놓친바람에 힘차게 뒤로 넘어졌다.

[아픈테스우우우!]

지면에 강하게 머리를 부딪힌바람에 중실장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고작 통증정도로 끝난 중실장은 그나마 운이 좋았지만..

[테벳!]

마찬가지로 지면에 머리를 박은것은 동일하지만, 중실장의 뒤편에서 힘을주고있던 자실장은 하반신이 중실장의 몸에 짓눌려 으깨졌다.

[테에에에에에엣?! 정신차리는테스 차녀챠아아아아!]

무언가가 몸아래에 깔렸다는 감각에 재빨리 벌떡일어난 중실장 장녀가 비명을 지르며 하반신이 곤죽이된 삼녀의 몸을 안아들었다.

[마마! 큰일난테스! 차녀챠가!!!!!]

뽑아낸 식물을 보며 뿌듯함에 취해있던 친실장이 그제야 중상을 입은 자실장을 보고는 크게놀랐다.

[차차차차..차녀어어! 정신차리는데스! 정신차리는데스! 오로로롱~!]

생명력이 강력한 실장석이기에 즉사하지만 않는다면 신체의 절반이 날아간다하더라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복될때까지 버틸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인간이 만든 실장활성제같은 생명유지수단이 없다면 회복되는동안 버텨내제 못하고 죽어버리게된다.

그리고 이곳은 사람이 없는 버려진마을. 활성제따위를 구할방법은 없었다.

[오로로로로로롱~! 우마우마한 야채를 얻은데스! 어째서 먹질못하는데스! 오로로로로로!]

친실장은 방치된지 오래되어 야생화한 구근 한뿌리를 자실장의 입에 가져다대며 오열했다.

[테궤헤에에에에에에엑!]

부들부들 떨고있던 자실장은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더니, 잠시후 전신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오로로로오오오옹!]
[오로로로로로롱! 차녀챠! 정신차리는테스우우우우우우우!]

친실장과 장녀의 울음소리가 폐가의 뒤뜰에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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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우스를 청소하는데스!]

친실장이 세마리의 자들이 보는앞에서 선언했다.

[테에에에.... 청소 싫은테치이이....]
[청소는 힘든테치이....]
[내일하면 안되는테츄?]

청소를 처음해보는것이 아니기에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알고있는 자실장들이 힘없는소리로 거부의사를 밝혔다.

[투정부리는자는 분충인데스! 솎아내지고싶은 자는 누구인데스!]

그러나 친실장이 거부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말하자 자실장들은 솎아내진다는말에 별수없이 밍기적거리며 일어날수밖에 없었다.

[하우스를 깨끗깨끗하게해야 오마에들도 뛰어놀자리가 넓어지는데스! 불평하지말고 일하는데스!]

폐가의 각 방마다 한가구의 들실장들이 정착해 살고있기에 거주공간 자체는 골판지상자와는 비교조차 부끄러울정도로 넓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바닥이 깨끗할경우에 해당하는것으로, 전에 살던 인간이 버리고간 잡동사니라던가, 집이 노후되어 무너진 벽의 잔해등으로 실제로 들실장일가가 활보할수있는 공간은 방넓이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때때로 청소를 하며 거주공간을 넓히면서 쓸만한 잡동사니는 생활도구로 저장하고있는것이다.

자실장들에게 있어선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그저 힘들뿐인 중노동이지만 매번 그런것만은 아니였다.

[테...! 여기 공씨가 있는테치!]

전에살던 집주인의 아이가 가지고놀던 장난감을 발견할때면 자실장들은 환호성을 울리며 장난감을 잠자리로 들어나른다.

[여기 작은 닝겐도 있는테치!]

이날은 운이 좋았는지 자실장과 비슷한크기의 인형을 찾은 자실장들은. 세마리가 힘을 합쳐 인형을 들어올려 잠자리로 옮겼다.

비록 머리는 반이상 빠진데다, 군데군데 부숴져있고, 입혀져있던옷은 걸레가 차라리 멀쩡하지않을까 싶을정도이지만 고무공이나 블럭같은 장난감이 아닌 처음보는 장난삼을 손에넣은 자실장들에게 그런건 아무 상관없었다.

[귀여운자들인데스....]

청소를 하랬더니 장난감만 찾아다니는 자실장들을 보며 친실장이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농땡이를 치는것같지만, 어차피 자실장들에게 노동력따위를 기대한적은 없었다. 차라리 장난감이라도 찾아 옮겨준다면 그만큼 청소해야할거리가 줄어드는것이나 마찬가지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않는건 아니다.

[저기 새로운 이불인데스!]

자실장들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청소를 시작한 친실장의 눈에 좀 더럽지만 약간 찢어진것 외에는 상태가 좋아보이는 천조각이 들어왔다.

[오늘은 운이 좋은데스!]

때마침 여름을 넘긴시점이다. 슬슬 겨울을 대비해 보온재를 모아야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이불을 발견한것은 기쁜일인것이다.


[데에에에에에엣스! 데에에에에에에에엣스!]

큰 돌덩이(콘크리트)에 깔려있는 천조각을 무딘 손으로 어떻게든 붙잡고 힘을주어 당기는 친실장. 하지만 성체라고는 해도 고작 실장석에 불과하기에 자신의 몸보다는 좀 작은 콘크리트덩어리의 무게에 천조각을 단 1cm도 움직이지 못한다.

[데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 자들은 어서 이리로오는데스으으으! 마마를 도와 새이불을 꺼내는데스우우우우우우!]

친실장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잠자리로 옮긴 인형과 장난감을 갖고 놀고있던 자실장들이 깜짝놀라며 친실장에게 달려왔다.

[마마를 도와테치!]
[빨리가는테치!]

청소는 하지않고 놀기만 했던것이 찔리는것일까? 자실장들은 평소이상의 기세로 달려와 친실장의 옆에서 천조각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데엣스! 데엣스!]
[테엣쿠! 테엣쿠!]
[테에치! 테에치!]

저마다 다른 기합소리로 구령을 붙이며 일가가 힘을 합쳐 천조각을 잡아당기자 조금씩 천쪼가리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조금더 힘을내는데스우!]

친실장의 독려에 자실장들이 더욱 힘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뿌지지직!'
'뿌드드드득!'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와 함께 역한 냄새가 퍼져나간다.

[테...! 실수인테치!]
[아타치 분충아닌테치! 용서테치!]

자실장들이 힘을 과하게 준탓에 그만 빵콘해버린것이다.

[데휴....... 괜찮은데스.... 용서해주는데스. 오마에들은 어서 하우스밖으로 나가서 빵콘한걸 처리하는데스. 팬티는 마마가 나중에 깨끗하게 세탁해주는데스]

화장실교육을 확실히 해두었기에 빵콘한것은 큰 잘못이지만, 일부러 한것도 아닌데다 자신을 돕다다 실수한것이기에 친실장은 한숨을 푹 내쉬긴했지만 굳이 자실장들을 혼내지 않았다.

[빨리가는테치!]
[서두르는테치!]

친실장이 마음을 바꿔 화를낼까 두려워 자실장들은 태어나서 지금처럼 빠르게 달린적이 있을까 싶은 속도로 재빠르게 하우스 밖으로 뛰쳐나갔다.

[데휴..... 아직 총구를 조일지도 모르는 자들인데스...]

젖먹던 힘까지 짜낸것은 친실장도 마찬가지지만 친실장은 빵콘하지 않았다. 어려서 그런것이니 화를 낼순없지만 아직 독립할정도로 성장하려면 한참멀었다는 증거이기에 친실장은 한번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친실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까보다 붙잡을 면적이 넓어진 천조각을 팔에 둘둘 말아감고는 힘을주어 당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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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실장집단의 거주지로 변모한 유령마을.

항상 그랬듯이 어둠을 몰아내는 아침해가 뜨기 시작하자 친실장들이 비닐봉투를 들고 하우스에서 나와 마을 곳곳으로 흩어져 먹을수있는을 찾아나선다.

인간이 살지않기에 음식물쓰레기가 발생되진 않지만, 마을에 살던사람들이 방치해놓고 이사를 가버린바람에 야생화된 야채를 뽑아간다던가, 아니면 먹을수있는 잡초를 뜯는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마을 뒷산에 올라 도토리같은 열매를 수집하는것이 보통이다.

근처의 쓰레기통을 뒤지면 되는 공원의 들실장들과 다르게 노동의 강도가 몇배는 높지만, 대신 썩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신선한 야채와 잡초, 그리고 열매를 먹을수있는 장점이 있었다.

유령마을은 지천에 먹을게 널려있는 유토피아 같은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실장들이 먹고살정도는 유지되기에 먹이쟁탈을 위한 경쟁이 없어 나름 평화롭다. 때문에 친실장들은 먹이수집을 하다 마주친다해도 약탈을 하기위해 덤벼든다거나 하는일없이 서로 손을 흔들며 잠깐 인사를하고 헤어질뿐이였다.

먹이 수집은 새벽무렵부터 해가 중천에 이를때까지 지속되며, 당연한 말이지만 아침밥을 챙겨먹는 일가는 어디에도 없다. 아침밥이라는 사치를 즐길수있는것은 인간에게 키워지는 사육실장뿐.... 들실장들에게 아침은 먹이수집을 위한 시간인것이다.



[다녀온데스~!]

어느 폐가의 현관에 들어선 친실장이, 자신의 보금자리로 지정된 작은방에 들어섰다.

[마마가온테치!]
[오늘도 밥 많이 가져온테츄?]
[배씨 꼬르륵하는레츄!]
[어서 밥을 주는레츄~]

자실장 두마리, 그리고 엄지 두마리가 바람빠진 고무공으로 놀다가 친실장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와 친실장의 다리에 메달렸다.

[오늘도 신선한 야채와 풀인데스. 어서 밥을 먹을준비를 하는데스]

친실장은 자실장 두마리, 그리고 엄지 두마리의 머리를 차례차례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밥그릇을 가져올것을 지시했다.

실장석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의아하지 않을수 없는, 엄지를 비상식이나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닌 자식으로 인정하고있는 모습은 이 친실장 뿐만이 아니라 유령마을의 친실장들 모두의 공통점이다.

인간의 위협이 없는데다 먹이가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환경에 의해 여차하면 짐덩이만 되는 엄지라 할지라도 이곳에서는 정성스레 키워 자실장으로, 중실장으로, 그리고 마침내 성체까지 키워서 독립시키고있었다.

작은 사고에도 죽어나가는 연약한 엄지라해도 골판지 상자가 아닌 폐가에서 살며 키운다면 자실장까지 성장할때까지 살아남는게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다.

어찌보면 이런식으로 자식을 키운다면 체력소모가 막대하고, 먹이수집을 나가지 못하기에 비상식을 소모하게 만드는 출산을 한두번으로 끝낼수있기에 오히려 엄지를 전부 솎아내는것보다 더 효율적이라 할수도있을것이다.

[마마! 밥그릇 가져온테치!]

자실장과 엄지가 힘을합쳐 끌고온 플라스틱 그릇에 친실장이 봉투안의 식량을 쏟아넣은뒤, 이 들실장일가의 단란한 식사시간이 시작되었다.



옆집의 다른 들실장일가.

[밥인데스우~!]

오늘은 간만에 밥을 모은뒤 뒷산에올라 별미인 산딸기를 조금 따온지라 친실장의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이 실려있었다.

[마마가 온테치!]
[다녀오신테치~!]
[오늘도 우마우마한 밥인레치?]
[마마가온레후?]
[밥먹기전에 프니프니부터 해주는레후!]

이 일가는 친실장과 자실장 두마리, 엄지 한마리, 구더기 두마리로 구성되어있다.

[장녀, 차녀, 삼녀는 먼저 밥을먹는데스. 마마는 우지짱들에게 밥을주고 먹는데스]

밥그릇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그릇에 봉투안에 담아온 내용물을 쏟아낸 친실장이 허가를받고 먼저 그릇안에있는 푸성귀에 손을뻗는 자실장과 엄지들을 뒤로한채 근처의 바닥에서 프니프니를 조르던 구더기두마리를 안아들고 보금자리의 구석에 놓여있는 커다란 사기그릇으로 향했다.

[프니프니는 밥을먹고 해주는데스. 우지짱들도 어서 밥을먹는데스]

친실장이 구더기들을 사기그릇안에 집어넣었다.

[우지짱 운치는 그만먹고싶은레후....]
[오네짱 운치 안먹는레후? 우지짱이 다먹어도 되는레후?]

사기그릇은 이 들실장일가의 화장실이다. 엄지를 자실장과 다름없이 다정하게 키우는 유령마을의 들실장들이라해도 구더기만은 예외인것이다.

엄지에서 자실장이 되는것은 사실 엄지가 너무도 나약하기에 힘든것이지 우화를 하는것은 아니므로 밥을 잘 먹이고 잘 지켜주면 그만이지만, 구더기에서 엄지가 되는것은 별개다.

아무리 잘 보살펴도 구더기가 고치를 틀고 엄지가 되는것은 천운이기 때문에 굳이 도박을 해가며 식량을 낭비할 이유가 없기때문에 구더기에 대한 취급만은 공원의 들실장과 크게 다르지않았다.

[운치 안먹는 우지짱은 필요없는데스! 비상식으로도 못쓰니 당장 죽여주는데스!]

친실장이 으르렁대자 구더기들이 눈물을 흘리며 운치를 퍼먹기 시작했다.

[레후에에에에엥! 우지챠 운치 잘먹는레후! 죽는거 싫어싫어레훼에에엥!]

그제서야 친실장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실장과 엄지들이 한창 식사중인 밥그릇쪽으로 다가갔다.

[다들 꼭꼭씹어서 먹는데스! 많이많이 먹어서 쑥쑥 자라는데스!]

친실장은 밥그릇에서 최대한 맛좋고 특히 더 싱싱한것을 자실장과 엄지들에게 골라주며 자기 자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밥을 다먹은뒤에는 따로 꺼내 숨겨둔 산딸기를 주자! 그러면 자들이 기뻐할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친실장은 입안에 약간은 상한 먹이를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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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마을에 여름이 찾아왔다.

찌는듯한 더위, 타는듯한 태양빛...... 어느하나 실장석에게 해롭지 않은것이 없다.

[데히이이.... 또 여름씨가 찾아온데스우우...]

그날도 새벽부터 하우스를 나선 친실장이 정오가 가까워짐에따라 점점 뜨거워지는 지열에 땀을 흘리며 먹이를 수집하고있었다.

[데에에에에에에.... 안되는데스.... 하우스에 자들이 기다리는데......수......]

최대한 그늘을 이용해 이동하던도중 길 한복판에 낯익은 친실장이 쓰러져있는것을 발견한 친실장이 재빨리 달려간다.

[오마에! 정신차리는데스!]

옆방.... 즉 하우스를 마주하고있는 친실장이라는것을 알아차린 친실장이 힘껏 몸을 흔들며 어떻게든 깨우기위해 힘을 쓰고있었다.

[물....물씨를 마시고싶은데스우.....]

땀을 너무 흘린탓에 탈수로 쓰러진 친실장은 자신을 흔드는 친실장이 이웃인것을 알아본건지는 몰라도 구원의 손길이라 생각하며 물을 달라고 애원했다.

[데....! 물씨는 없는데스.... 어서일어나는데스! 하우스가 멀지않은데스! 하우스에있는 물씨를 마시는데스!]

공교롭게도 오늘은 물을 보충하는날이 아니기에 봉투안에는 패트병이 들어있지 않은지라 친실장이 당황한 목소리로 어떻게든 일으켜세워서 하우스로 돌아가자며 부축하기위해 애를쓰기시작했다.

[데....히이..... 와..타시는 틀린데스우...]

겨우 찾아온 구원의 손길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한것일까? 바닥에 쓰러져있던 친실장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참는데스! 와타시가 하우스에가서 물씨를 가져오는데스! 기다리는데스!]

한시도 지체할수없다는것을 확인한 친실장이 재빨리 던져놓았던 봉투를 주워들고 하우스를 향해 달렸다.



[마마가온데스! 일단 이걸 받고 기다리는데스! 다시 나갔다가오는데스!]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방안에 봉투를 던져넣은 친실장이 반갑게 맞이하며 달려오는 자실장들에게 봉투를 넘겨준뒤 옆방으로 뛰어갔다.

[오마에들!]

옆방... 즉 길가에 쓰러져있던 친실장의 하우스에서 친실장의 복귀를 기다리며 놀고있던 자실장들이 옆집 아줌마의 난데없는 방문에 깜짝놀라며 다가온다.

[오마에들의 마마가 쓰러진데스! 빨리 물씨를 가져오는데스!]

어리둥절 고개를 갸웃거리던 자실장들이 마마가 쓰러졌다는말에 허둥지둥 방구석으로 달려가 패트병을 함께 들어옮겼다.

[서두르는테치! 마마가 위험한테치!]
[힘내는테츄아아아아앗!]

패트병은 내용물이 반정도밖에 채워져있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실장들에겐 크게 부담되는 무게이다. 자실장 세마리가 달라붙어서 겨우 들어올린 패트병이 방입구로 옮겨진다.

[물씨 가져온테치! 어서 마마에게 가져다주시는테치 오바상!]

이웃친실장이 다급하게 페트병을 받았으나 무더위속에서 먹이를 모으러 돌아다닌데다, 전력질주까지 해버린탓에 힘이 빠진것인지 물이 절반밖에 들어있지 않은 페트병조차 재대로 들어올리지 못했다.

[데에에에에에! 팔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스으으으!]

[테...! 아타치들도 여기까지 들고온걸로도 팔씨 다리씨가 이따이한테치!]
[오바상이 아니면 안되는테치!]

자실장들이 울상을 지었다. 엄살이 좀 섞이긴했어도, 이 무더위에 어딘지도 모르는곳까지 패트병을 들고가야한다? 죽으러 가는거나 마찬가지다.

[데에에.... 와타시도 무리데스... 어쩌면 좋은데스...!]

이웃 친실장이 페트병을 들어올리지 못하고 낑낑대자 자실장들이 우왕좌왕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발만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친실장을 잃게된다면 자신들이 어떻게되는지를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유령마을의 들실장들은 나름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고아가 되었다해서 다른 친실장들에게 잡아먹히거나 노예가 되는것은 아니지만 밥을 모아오고, 물을 떠오는것은 친실장이 사라진다면? 모아두었던 비축식량과 패트병의 물이 떨어지면 기갈로 죽게되는것이다.

[아타치들이 하는테치!]
[모두 힘을 합치면 할수있는테치!]
[그런테츄! 다같이 힘내는테츄!]

자실장들이 다시 힘을모아 패트병을 들어올렸다.

[가는테치! 마마를 살리는테치!]
[아타치들이 마마를 구하는테치!]

자실장들의 결의넘치는 목소리에 이웃 친실장은 말없이 앞장서서 폐가밖으로 나섰다.



[테엣치! 테엣치!]
[삼녀이모토챠! 좀더 위로 드는테치!]
[무리테치! 힘든테치이이이이!]

폐가에서 나온지 5분도 채 이동하지 못했지만, 벌써 자실장들은 죽는소리를 내며 요란법석이였다.

그냥 걷기만해도 지치는 뙤약볕아래에서 자실장 세마리가 힘을 합쳐야 겨우겨우 들어올릴수있는 패트병을 들고있으니 당연했다. 게다가 실장석들은 모르겠지만, 물이든 패트병이 렌즈가되어 태양빛을 모으는 집광효과를 발휘하고 있기까지해서 한층더 자실장들을 괴롭히고있었다.

[오마에들! 서두르는데스! 아직 반도 못온데스!]

이쯤되면 슬슬 이웃 오바상이 대신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실장들이 품기 시작할때쯤 들려온 이웃 친실장의 목소리가 신호가 된것일까 자실장들의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무너져내렸다.

[테챠아아아아아!]
[아타치의 팔씨가아아아아아!]
[치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먼저 넘어진것은 세마리중 누구인지는 몰라도, 세명이서 나란히 서서 들고있던 페트병이 떨어지며 장녀의 다리, 차녀의 팔, 그리고 삼녀의 얼굴을 짓눌렀다.

[데에에에에엣?! 오마에들 괜찮은데스우우우?!]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본 이웃친실장이 깜짝놀라 자실장들을 깔아뭉개던 페트병을 들어올렸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페트병에 깔린 장녀의 다리는 반쯤 뭉개져있었다.
페트병에 짓눌린 차녀의 한쪽팔은 이미 절단되었다.
페트병이 떨어지며 머리에 충격을 받은데다 태양열에 달궈진 지면에 짓눌려졌던 삼녀의 안면은 여기저기 일그러지고, 심각한 화상을 입은상태였다.

그나마 정통으로 당한것이 아니여서 즉사한것은 아니지만, 궤멸적인 피해을 입은 자실장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있다가도,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한층 더 크게 비명을지르며 튀어오르는등 난리법석을 피우고있었다.

[오..오마에들은 여기서 기다리는데스!]

이웃 친실장은 5분정도 팔을 쉰덕에 기운을 조금 차렸는지, 자실장들을 그늘진곳으로 옮겨준뒤 페트병을 들고 재빨리 친실장이 쓰러진곳을 향해 걸었다.


자실장들이 페트병을들고 5분을 걸어도 절반도 못가지만, 페트병만 들고있는 친실장이 나머지거리를 걸어가는데 걸린시간은 고작 2분남짓... 성체실장과 자실장의 보폭차이를 생각해보면 이상할게 없었다.

[오마에! 정신차리는데스! 물씨를 가져온데스!]

페트병을 들고온 이웃친실장이 남은힘을 총 동원해 낑낑대며 엎드린채 쓰러져있던 친실장을 겨우겨우 뒤집은뒤 입에 물을 흘려넣었다.

[데에에에....]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가사상태에 빠져있었던 친실장이 오는동안 미지근해진 물을 마시며 조금씩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인데스...? 와타..시가... 어떻게... 된데스...?]

물을 먹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린 친실장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웃을 알아보고는 어떻게된일인지 묻는다.

[오마에.... 밥을 모으다가 쓰러진데스. 어서 일어나는데스! 물을 가져다주다가 오마에의 자들이 크게 다친데스! 빨리 데리러가지않으면 자들이 죽는데스!]

이웃 친실장의 목소리는 쓰러져있는동안 태양에 수분을 대량으로 빼앗기고, 달궈진 지면에 쓰러져있던탓에 군데군데 화상까지입은 훅 불면 날아갈것처럼 기력이 쇠진된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데에에에에엣! 자들이! 자들이 죽는다고 말한데스우우우우우우우?!]

한계에 다다른 친실장의 몸에 위석이 남아있던 기력을 전부 짜넣는다. 벌떡 일어난 친실장은 크게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쩍벌리고있는 이웃 친실장의 몸을 세게 흔들며 빨리 자들이 있는곳으로 안내할것을 독촉했다.



[여기인데스! 여기에 오마에의 자들이 있는데스!]

이웃 친실장의 뒤를 쫓아 자실장들을 옮겨주었던 그늘에 도착한 친실장의 눈에 상처투성이의 자실장들이 힘없는 비명을 지르고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오로로로로로롱! 자들은 정신차리는데스! 빨리 하우스로 돌아가는데스 오로로로로로!]

장녀와 차녀는 상처에서 피를 꽤 많이 흘린탓에 안색이 창백하고, 삼녀는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얼굴 상태가 심각하다. 거기에 그늘로 옮겼다해도 무더운 여름낮이기에 탈수증세까지 보인다.

한눈에봐도 이대로 놔두면 곧 죽을게 분명한 자실장들을 안아든 친실장은 실생통틀어 가장 빠를거라 장담할수있는 속도로 하우스로 달려갔다.

[데..... 쓰러져있던게 맞는데스...?]

쓰러져있던 친실장의 봉투를 들고있는(나중에 우마우마한 열매를 받는것으로 운반을 부탁받았다) 이웃친실장은 멍하니 서서 자실장을 끌어안은채 달려나가는 친실장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된일인데스! 어떻하면 좋은데스!]

하우스에 도착해 이불로쓰던 천조각을 몇번 접어 푹신푹신하게 만든뒤 자실장들을 눕힌 친실장이 피눈물을 흘리며 간호를 시작했다.

[진정하는데스! 우선 밥부터 먹이는데스! 밥을 먹이고 푹 쉬게하는데스!]

지친데다 봉투까지 떠맡은바람에 뒤늦게 도착한 이웃 친실장이 밥봉투를 건네며 친실장을 타일렀다.

[고..고마운데스...]

그제서야 조금 정신을 차린 친실장이 밥그릇에 봉투의 내용물을 쏟아내자 맨 위에 들어있던 거의 텅텅빈 패트병과함께 장시간 열을받은탓에 시들고 냄새가 나기 시작한 야채와 잡초들이 쏟아져나왔다.

[신선한걸 골라내서 돌씨로 물씨에 개어 먹이는데스. 너무 딱딱하면 아픈자들이 먹지 못하는데스]

지친기색이 역력하지만, 눈앞에서 죽어가는 자실장들을 내버려둘수 없었던 이웃 친실장의 지시에따라 친실장이 바쁘게 손을 움직여 신선한 야채를 골라내고 돌을 이용해 갈아낸다.

[잘 안되는데스!]

[물씨를 부어야하는데스! 물씨를 넣으면서 개어야 잘되는데스!]

뜨거운 길바닥에 방치되어 있는동안 수분이 날아가버린 아채에서 즙이 적게나오는탓에 갈아내기 힘들어하자 이웃 친실장이 재빨리 조언해주었다.

[그런데스! 기억난데스! 물씨를.... 데....?! 무..물씨가 없는데스!]

물은 아까전에 탈수로 쓰러진 본인을 깨우는데 전부 사용했다는것을 기억못하는지 '분명 오늘 밥을 모으러 나갈때만해도 반정도 있었던데스....'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그런다해도 없어진물이 다시 생길리없다.

[데에에.... 혹시 물씨를좀 빌려줄수 있는데스?]

옆에있는 이웃 친실장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부탁을 하는 친실장.

[와타시도 물씨가 부족한데스..... 안그래도 내일 물씨를 구하러 가려했던데스......]

평균적으로 들실장일가족이 하루에 소비하는물은 1.5L페트병의 3분의1정도로, 적어도 4일에 한번씩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퍼와야한다.

자신의 신장과 비슷한크기의 페트병에 물을 가득채워서 운반하는것은 반나절동안 돌아다니는 먹이수집보다 더한 중노동이기에 3일간 4일치의 먹이를 모으고, 4일째에 먹이수집대신 물을 퍼오는것이 이 유령마을에 사는 들실장들의 생활패턴이다.

[데...! 하지만 와타시의 자들이 죽어버리는데스! 한번만! 한번만 물씨를 나눠주는데스!]

[미안한데스. 그랬다가는 와타시의 자들도 위험해지는데스.]

인간은 물이 없어도 3일은 생존한다지만, 실장석은 다르다. 먹는량 대비 배출량이 인간보다 세배이상 높기에 수분배출(땀이나 운치를 포함)이 잦은 실장석은 단 하루만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해도 생명이 위험한것이다.

[......]

잠시 침묵이 흐른다.

아주 위독한것은 아니지만 다른 들실장이 살고있는는 하우스에 찾아다니며 사정을 설명하고 물을 얻어올정도로 여유가 넘치는상황은 아니다. 지금 옆에있는 이웃 친실장에게 물을 빌리지 못한다면 자실장들을 살려내기는 불가능하다.

[물씨를....]

[데? 뭐라고 말한데스?]

[물씨를 내놓는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본인도 쓰러졌다가 깨어난지 얼마 안되는데다 그런몸으로 자실장들을 안고 달리기까지했으며, 거기다 자실장들이 죽어간다는 현실에서 찾아오는 패닉..... 점점 코너에 몰아붙여진 친실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말았다.

[오마에 미친데스까!]

불의의 기습을 당해 넘어진 이웃 친실장이 위에 올라탄 친실장에게 고함을 지르지만, 이미 그런것으로는 말릴수 없는 상황이다.

[물을 내놓는데샤아아아아아아아! 물을 내놓기 싫으면 죽여주는데스우우우우우우!]

그러나.

[미친소리는 꿈에서나 하는데샷!]

마운트 포지션이라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 이전에 거의 탈진에 가까운상태라는것이 발목을잡은탓에 약간의 힘만 주었을뿐인데 손쉽게 밀쳐지고 역으로 이웃 친실장이 친실장의 몸위에 올라타게되었다.

[와타시는 최대한 도와주려했지만, 오마에가 먼저 덤빈이상 각오하는데스!]

궁지에 몰린끝에 선택한 극단적인 행동. 하지만 그것은 자충수가되어버렸다.

[사..살려주는데스! 자들을 살리기위해서였던데스! 오마에도 자들이 있지않은데스! 오마에도 자들을 살리기위해서라면 뭐든지 할수있지않은데스!]

방금전 너무도 쉽게 뒤집힌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밑에 깔린 친실장이 온힘을 다해도 이웃 친실장의 몸은 조금의 들썩거림조차 없었다.

이웃 친실장은 그런 발버둥을 비웃으며 친실장의 안면에 펀치를 꽂아넣었다.

[오마에...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스? 덤벼들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변명하는데스?]

지금까지 들어본적없던 이웃 친실장의 냉혹한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끼며 조만간 닥쳐올 죽음을 깨닫고 빵콘한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세역전


[테에에에에엥! 용서해주는테치이이이이!]

뭔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실장이 울면서 용서를 빌고있었다.

[울음 뚝그치지 못하는데스? 오마에가 뭘 잘했다고 우는데스! 마마가 밥을 모으러간동안 하우스에서 나가지말라고 몇번을 말한데스!]

자실장이 용서를 비는 상대는 다름아닌 친실장.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는 자실장은 친실장이 밥을 모으는등의 하우스를 비우는일이 생기면 언제나 골판지 하우스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뛰놀곤했는데, 오늘은 너무 정신을 팔고다닌탓에 친실장이 돌아오기전에 하우스로 들어가지 못해 외출을 발각당한것이다.

[오마에 이게 몇번째인데스! 오마에때문에 와타시는 물론이고 자매들까지 죽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을 왜 못하는데스!]

이 친실장은 꽤나 현명한축에 속하는 들실장이다. 저 앞에있는 인간이 학대파인지, 애호파인지, 아니면 무관심파인지 구분하는것은 실장석이 아닌 인간이라도 힘들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아예 어떤 인간과의 접촉도 삼가는쪽으로 방향을잡고 자실장들을 교육시켜왔다.

하지만 눈앞에있는 이 자실장... 차녀만큼은 몇번을 가르쳐도 조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않는것이다. 갑자기 학대파와 마주쳐 일가실각을 당하는게 언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상황이다.

[테에에에에에엥!]

차녀는 울기만했다. 용서를 빌기는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다시는 하지않는다는말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않고있었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아름다운데! 어째서 저 비좁고 냄새나는 골판지하우스안에만 갇혀있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데휴우우우...]

울기만하는 자실장을 보던 친실장이 심적으로 너무 지친나머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밖이좋으면 나가는데스. 나가서 오마에 마음대로 사는데스....]

친실장이 마침내 차녀를 포기했다. 설득이 불가능하다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놓아주는게 방법이라 생각하며....

[테...?]

생각도못한말에 놀란 자실장이 울음을 뚝그치고 친실장을 올려다본다.

[테...! 아타치 차녀테치! 마마의 차녀테치!]

안그래도 바람앞의 등불같은 실장석이지만, 친실장의 비호가없는 자실장따위 등불조차 되지 못하는 성냥에 붙인불이다.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생명의 불이 꺼지는 미약한 생명으로 격하되는것이다.

차녀가 다급하게 쫓아내지 말아달라며 애원하지만 친실장은 아예 눈을감고 차녀를 시야에서 지웠다.

[테츄웅~ 테츄웅~ 아타치를 보는테츄웅~ 귀엽지 않은테치? 테츄웅~ 테츄웅~]

차녀가 비장의 수단인 애교를... 그러나 분충이나 하는짓이라며 친실장이 금기시한 애교를 부리기시작했다.

[오마에 이제는 분충짓까지 하는데스? 마마가 애교같은건 분충이나 하는짓이라고 가르치지 않은데스?]

친실장은 자신이 금지시킨것을 또하나 어긴 자실장을 이제는 냉혹한 눈으로 내려보았다.

[더이상 봐줄생각 없는데스. 오마에가 나가기 싫다면 솎아내주는데스. 마지막 정으로 살려주는거니 썩꺼지는데스.]





토시아키는 실장석에 흥미가 있었다. 실장석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그저 실장석이라는 생물의 생태에 관심을 주는것이다.

때문에 토시아키의 취미는 공원에나가 들실장을 구경하거나, 사육실장을 기르는 지인의 집에 방문하는것이였다.

그런 토시아키가 오늘은 휴일을 활용해 공원에 나왔다. 일걱정이 없으니 진득하게 눌러앉아 들실장을 관찰할생각인것이다.

[테에에에에엥! 용서해주는테치이이이이!]

어떤 들실장일가를 관찰목표로 삼을까 생각하며 공원을 천천히 돌아다니던 토시아키의 귀에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온것은 그때였다.

자실장이 우는이유는 무수히 많이봐왔지만, 용서를 빌며 우는경우는 없진않아도 흔치않았기에 토시아키가 근처의 나무뒤에 숨어 귀를 기울였다.




[이봐 친실장?]

친실장이 마침내 애교를 부린 차녀에게 최후통첩을 한순간 토시아키가 나무뒤에서 나와 친자들 앞으로 다가갔다.

[데데데데! 닝겐데스!]

접촉을 극도로 꺼려하던 친실장이 눈앞에 나타난 토시아키를보고 놀라 까무러쳤다.

[무무무..무슨일인데스 닝겐..상?]

친실장은 당장에라도 달아나고싶지만 등뒤에는 애지중지 키워온 장녀, 삼녀, 사녀가 있는 골판지하우스가 있었기에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불어넣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들을 찾아온 인간에게 말을걸었다.

[안심해라. 딱히 학대파인건 아니야. 너희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아니 오히려 해를 끼치기는 커녕 좋은 이야기를 하러온거야]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의 떨림이 다소 줄어들었다.

[간만에 분충이 아닌 들실장을 봐서말이지... 기념으로 너희를 사육실장으로 삼아주마. 물론 거기 앞에있는 자실장도 포함해서말이야. 아! 물론 거부권은 없어. 거절하는 녀석은 이자리에서 죽이고 남은녀석들만 데려갈생각이니까]

사육실장! 그것은 모든 들실장들의 꿈이였다. 사람을 극도로 꺼리는 이 친실장마저도 사육실장에대한 동경은 있었기에 토시아키의 말을듣고 얼굴이 저도모르게 헤실헤실 풀어지는것을 막을수없었다.

[하지만 명심하는게 좋을거야. 분충이되는녀석은 바로 솎아내줄테니까.... 뭐 그건 평소에 친실장 네가 교육을 잘 시켰다면 걱정할필요 없겠지?]

거부권이 없다는말은 거짓이 아니였는지 토시아키는 즉시 골판지상자 내부에있던 잡동사니들을 바닥에 쓸어버리고 그안에 친실장과 네마리의 자실장을 넣은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토시아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실장일가를 담아온 더러운 골판지박스를 접어 문앞에 내놓고 들실장들의 옷을 전부 벗겨서 세탁하는동시에 목욕을 시켰다.

[옷은 방금 빨았으니까, 마를때까지는 알몸으로 있어라. 그동안 우선 밥을 먹도록해라]

토시아키는 목욕을시켜 때를빼고 수건과 드라이기로 수분을 건조시킨 알몸의 들실장 일가의 앞에 실장푸드를 가득담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실장석을 한번도 키워본적없지만, 실장석을 관찰할때 하우스내부를 들여다본다던가 할때 협상용으로 쓰기위해 실장푸드같은것은 집안에 상비되어있던것이 도움이된 순간이다.

[실장푸트테치!]
[이빠이테치!]

자실장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실장푸드를 하나씩 꺼내들고 신나게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실장푸드는 처음보는데스....]

친실장은 입을 쩍 벌리며 실장푸드의 산을 바라만보았다. 인간을 극도로 피하던 친실장이다. 애호파가 실장푸드를 뿌릴때조차 나서지 않았기에 언제나 후미진곳에 흘려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실장푸드만을 먹어왔고, 그때문에 이렇게 많은양의 실장푸드가 모여있는것은 처음본것이다.

[다먹어도된다. 사양말고 먹어라.]

토시아키가 웃으며 말하자 그제야 친실장도 그릇앞에 털썩 주저앉아 실장푸드를 하나 집어들었다.




첫날은 평범하게 사육실장처럼 지내게 놔둔 토시아키는 둘째날부터는 들실장일가를 데려온 목적을 위해 들실장일가를 모았다.

[너희들 행복하게 지내고있니?]

[그런데스! 감사한데스 닝겐....이 아니라 주인님!]
[감사한테치~!]
[아타치 행복한테치!]

전 들실장.... 지금은 사육실장이된 실장일가는 하나같이 웃는얼굴이였다.

[오늘부터는 이 집에서 살기위한 규칙을 따라줘야겠어. 물론 어려운일은 아니니까 걱정말고!]

토시아키가 실장푸드를 담은 그릇을 친실장에게 건네주었다.

[오늘부터 친실장 네가 직접 나눠줘라. 각자 직접 그릇에 손을대는것은 용서하지않을거야. 그리고 나눠준것에 대해서 불만은 듣지않는다.]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이 그릇에 들어있는 실장푸드를 한번 내려보더니 자신의 발밑에 두알을 내려놓았다.

[와타시에게 두개데스...]

그리고 한줄로 서있는 자실장들의 발밑에도 하나씩 놓아주었다.

친실장만 두알이지만 이건 딱히 욕심을 부리는것은 아니다. 성체실장은 자실장에비해 몸이 4배는 크다. 먹는양의 차이가 있는것은 당연하기에 토시아키도 굳이 지적하지않았다.

그릇에는 아직 실장푸드가 더 남아있기에 친실장은 자신의 발밑에 두알을 놓고 자실장들의 발밑에 한알씩 추가로 지급했지만, 그러고도 그릇안에는 실장푸드가 4알 남아있었다.

[와타시에게 하나... 장녀... 삼녀... 사녀...]

친실장은 차녀를 제외한 나머지에게 추가로 한알씩을 지급하고는 이제는 텅 비어있는 그릇을 토시아키에게 내밀었다.

[전부 나눈데스!]

[오~ 그래. 수고했다. 이제 식사를 시작해도 좋아]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 이하 자실장 세마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실장푸드를 먹기 시작했다.

[아타치만 하나를 더 못받은테치!]

마지막 추가배급에서 제외된 차녀만이 자기만 하나를 덜받았다며 토시아키에게 항의했다.

[그래? 그런데 그걸 나눠준건 내가 아니잖냐. 나한테 말해봐야 소용없어]

그말대로 실장푸드를 처음에 준것은 토시아키지만 나눈것은 친실장이다. 자기한테 뭐라해봐야 소용없다는 토시아키의말을 이해한 차녀가 친실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밥투정부리는자는 분충인데스!]

차녀가 항의할것을 예상한 친실장이 선수를 치고 나서는바람에 차녀는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분충이되면 솎아내버린다는 토시아키 당부를 기억하는 차녀는 분충이라는말에 힘없이 주저앉아 발밑에 놓인 실장푸드를 먹을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토시아키가 첫날에 일부러 실장푸드를 한가득 주며 식사량을 체크했고, 그것을 토대로 일부러 자실장 한마리만 한알 부족하게 받도록 계산해서 지급한 성과였다.

주워오기전 친실장에게 미운털이박힌 차녀가 실장푸드 배급에 차별을 받은것은 토시아키의 예상대로였다.

그 후로도 실수인척 한벌을 부족하게 사온 새로운 실장복, 한알을 부족하게 준 간식의 콘페이토등등... 모든것의 분배에서 차별을받은 차녀는 점점 친실장에대한 불만이 쌓이고있었다.



토시아키가 들실장일가를 사육실장으로 데려온지 1주일이되는날.

[주인님! 아타치 할말있는테치!]

드디어 참고, 참고, 또참았던 차녀가 마침내 불만이 폭발했는지 토시아키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어?! 그래! 빨리 말해봐!]

솔직히 말하자면 차녀가 3일정도면 불만을 터트릴거라 예상했던 토시아키였지만, 친실장이 평소에 교육을 잘했는지 5일, 6일이 넘어갈때는 초조해하던 토시아키는 드디어 찾아온 차녀를보고 흥분했다.

[마마가 분충인테치! 아타치한테만 새옷씨를 주지않은테치! 콘페이토도 주지않은테치!]

[그래? 너는 그러니까 친실장이 나눠주는게 마음에 안든다 이거구나?]

[그런테치! 마마가 아니라 주인님이 나눠줘야하는테치!]

토시아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는것을 이해했다.

[좋아. 그러면 앞으로는 방법을 바꾸도록하자. 지금...은 좀 그렇고 이따가 밥먹을시간에 알려줄게]

토시아키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차녀를 돌려보냈다.





그날 저녁시간.

[자 오늘부터는 여기있는 이녀석이 분배를 담당할거다.]

토시아키는 실장푸드를 담은 그릇을 받기위해 손을 내밀고있던 친실장이 아닌 차녀의 앞에 그릇을 내려주었다.

[데? 그게 무슨말인데스?]

[무슨말이냐니... 말 그대로지. 앞으로는 너는 그냥 받기만하면된다. 분배는 이녀석이 담당할거야]

토시아키의 말에 차녀가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섰다.

[다들 똑바로 서는테치! 앞으로는 아타치가 나눠주는테치!]

사육실장에게 사육주... 즉 토사아키의 말은 법이나 다름없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였지만 친실장은 어쩔수없이 장녀의옆에 설수밖에 없었다.

[우선 아타치는 두개테치!]

차녀가 그릇에서 실장푸드 두알을 꺼내 자신의 자리에 내려놓았다.

[장녀오네챠도 두개테치!]

이번엔 장녀의앞에 두알이 놓여진다.

[삼녀이모토챠도, 사녀 이모토챠도 두개테치!]

삼녀와 사녀의앞에도 각각 두알씩 놓여진다.

[똥마마는 하나테치!]

그리고 대망의 친실장차례에는 단 한알만이 놓여졌다.

[데....!]

친실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는이유는 토시아키가 지켜보고 있는데다, 아직 그릇안에는 실장푸드가 많이 남아있기때문이였다.

[아타치는 두개테치! 장녀오네챠, 삼녀이모토챠, 사녀이모토챠도 두개테치!]

이로써 자실장 네마리는 각각 실장푸드 네알씩을 지급받았고....

[똥마마는 하나테치!]

그시점에서 그릇안에 단 하나 남아있던 실장푸드가 친실장의 몫으로 돌아가 친실장의 발밑에는 총 두알의 실장푸드가 놓여지게 되었다.

[분배는 끝났나? 그럼 식사를 시작해라]

차녀에게 빈그릇을 건네받은 토시아키가 식사시작을 선언하자 평소의 두알에서 네알로 두배가 늘어난 차녀는 물론이고, 세알에서 네알로 하나를 더받은 자실장이 신나게 실장푸드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데에에에....]

평소에 다섯알로 배를 채우다가 두알만 지급받게된 친실장은 우는듯한 소리를내며 시무룩하게 식사를 시작할수밖에 없었다.

[배씨 빵빵테츄~!]
[오늘도 우마우마했던테치!]
[감사히먹은테치~]

차녀는 평소에 부족하게 먹은 반동인지 네알을 전부 먹어치우는데 성공했지만, 그외의 자실장들은 평소보다 한알을 더 받았지만, 세알을 먹는 생활패턴에 익숙해진것인지 네알을 전부 먹지못하고 하나씩을 남겼다.

[배씨가 부르지않은데스.....]

재대로 포식하여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는 자실장들과 달리, 진작에 두알을 해치운 친실장은 아직도 꼬르륵소리가 들리는 배를 매만지며 공복감을 호소하던 친실장은 식사를 마친 자실장들의앞에 세알의 실장푸드가 있는것을 보았다.

[이런... 남았구나? 어쩔수없지. 손도 안댄것들이니 이건 다음식사시간에 주도록할게]

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세알의 실장푸드쪽으로 가려는순간 토시아키의 손이 튀어나와 재빨리 남은 실장푸드를 회수해갔다.

[데....!]

친실장이 원망의 눈초리로 토시아키를 바라보았다.

[응? 왜?]

하지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할수는 없었다. 밥투정을 하는건 분충이라고 말한건 친실장 본인인데다, 불평등한 분배또한 평소에 친실장이 해오던짓이였다. 할말이 없는것이다.

그 이후로도 분배담당은 차녀이기에 언제나 간식시간에는 친실장의몫은 제외되었고, 식사또한 재대로 배불리먹지 못하게된 친실장은 언제나 주린배를 움켜쥘수밖에 없었다.



차녀가 분배담당이 된지 3일째...

[자! 밥먹을시간이다!]

이번에도 실장푸드를 담은 그릇이 차녀의앞에 놓여졌다.

[멈추는데스!]

친실장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것인지, 지난 3일간 차녀가 무언가를 분배할때마다 죽일듯이 노려보기만하던 친실장이 이번에는 참지않고 앞으로 나선것이다.

[왜?]

[와타시만 불공평한데스! 밥을 나눠주는건 와타시가 하는데스!]

식사량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생활을 3일이나 해버린탓에 몸이 3분의2정도로 살이 쭉빠져 홀쭉해진 친실장이 분배담당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분배 담당을 바꿔달라는말은 하지마라. 애초에 처음부터 니가 공평하게 했으면 됬을일이잖아? 너는 불공평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니가 불공평하다고 따지는건 말이 안되잖냐]

정론이였다.

나는 해도되고, 반대로 내가 당하는 입장은 안된다고하는것은 누가봐도 분충의짓이다.

[나한테 따지지말고, 저기 분배해주는 녀석에게 말하는게 더 좋지않을까? 저기봐라. 니가 따지고드는사이에 이미 분배가 끝났잖냐?]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이 뒤돌아보니 자신이 있던자리에는 실장푸드 두알, 나머지 자실장들의 앞에는 실장푸드 네알이 놓여있었다.

[데스우우우우우우.....]

친실장이 힘없는목소리로 울며 자리로 돌아가 턱없이 부족한 식사를 시작했다.



점심식후의 간식시간.

차녀에게 콘페이토 다섯개가 들어있는 그릇이 주어졌다.

[테? 주인님 오늘은 하나 더 많은테치?]

지금까지는 늘 네개였기에 친실장이 분배담당이였을때는 차녀가, 차녀가 분배담당이 된이후로는 친실장이 항상 콘페이토를 못받았었지만 이번에 주어진 콘페이토는 다섯개. 즉 다섯 일가족이 전부 하나씩 먹을수있는것이다.

[데스웅~!]

실장푸드와는 다르게 콘페이토는 하나도 받지못했던 친실장이 주린배를 그나마 채울 찬스라 생각했는지 오랜만에 기분좋은소리를 내었다.

[장녀오네챠, 삼녀이모토챠, 사녀이모토챠에게 하나씩 주는테치!]

자실장 세마리에게 콘페이토가 하나씩 주어지는동안 친실장은 그릇에 남은 콘페이토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있었다.

[아타치는 두개테치!]

그러나 그런 친실장의 희망은 차녀가 자신의자리에 남은 콘페이토 두개를 내려놓는순간 산산히 부숴지고말았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엣?!]

친실장이 경악했다. 그동안은 다섯마리에게 네개만 주어졌기에 참고 넘겼던 콘페이토였지만, 이번에는 한마리에게 하나씩 돌아갈수있는 상황이였다.

[잠깐 기다리는데스!]

참지못한 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명백한 욕심. 즉 분충이라는 뜻이기에 보아넘길수 없던것이였다.

물론 토시아키도 눈앞에서 차녀가 복수심에 눈이멀어 욕심을 부린것을 보았지만 따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슬슬 이렇게 될거라 예상하고 다섯개를 준것이기 때문이다.

[분배의 결과로 항의하지않는다. 그것이 규칙이잖냐? 하지만... 이미 분배가 되었다해도 분배담당이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잖아?]

짖궂은 얼굴로 웃는 토시아키의 말뜻은 이렇다. 차녀에게 빌어라. 그러면 하나를 나눠줄지도 모른다.

[데....!]

친실장은 갈등에 빠졌다.

지금 주린배를 채우려면 콘페이토 하나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냥 달라고해서 줄 차녀가 아니다. 지금까지 자기자신이 해온짓이 있지않은가? 그렇다면 틀림없이 간절하게 애원하며 빌기전에는 절대 차녀는 마음을 돌리지 않을게 분명하다. 자기 자식에게 애원한다? 그것도 다른 자식들이 보는앞에서?

[데.....데.....]

실장석이 절실하게 요청할때는 무슨짓을 하는가? 바로 아첨이다.

학대파에게 습격을 당했다? 친실장이고 자실장이고 가릴거없이 오른손을 뺨에대고 [데스웅~] 이라던가 [테츄웅~]소리를 내며 아첨으로 목숨구걸을한다.

공원에서 먹이를 뿌리는 애호파를 보았다? 역시 아첨을하며 먹을것을 구걸한다.

즉 아첨이란 약자인 실장석이 강자에게 무언가를 얻어내기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봐도 강자인 친실장이 자실장에게, 그것도 자기가 낳은 자실장에게 한다는것은 상상이상의 굴욕인것이다.

친실장의 덜덜 떨리는 오른손이 얼굴에 점점 가까워진다. 덜덜 떨리는이유는 굶주린 상황에서도 자식에게 추한꼴을 보일수없다는 친실장의 의지가 이성의끈을 놓지않으려 애를쓰는것이리라...

[뎃스웅~]

하지만 어떻게든 먹어야한다는 생존본능앞에선 친실장의 자제력도, 자존심도 이길수없었다.

친실장은 그 누가봐도 완벽하다 평가할만한 아첨포즈를 취하고있었다.

'툭'

그것은 자실장들이 손에 들고있던 콘페이토를 떨어트릴정도로 강렬했고, 충격적이였다.

[마..마마가 아첨을한테치...]
[아첨은 분충이나 하는짓이라고 했던건 마마였던테치...]

장녀, 삼녀, 사녀는 물론이고 친실장을 그런상황에 몰아넣은 차녀마저도 입을 쩍 벌릴정도로 처음보는 친실장의 아첨은 충격으로 다가온것이다.

[크크크크크크!]

토시아키는 어떻게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위해 노력했지만, 거의 2주일만의 결실을 얻었는데 어찌 참을수있을까?

토시아키가 들실장들을 주워온 이유는 단 하나. '친실장이 자기 자식에게 아첨하는장면을 보고싶다'는 소망때문이였기에 아무리 참으려 노력해도 참을수가 없는것이다.

시작은 친실장에게 아첨했다고 자실장이 멸시를 받을때였다. 토시아키가 기억속에 실장석이 자기보다 명백히 약한상대에게 아첨을 하는장면은 없다는것을 떠올린것이다.

하지만 실장석이고 인간이고 자기보다 약한상대에게 잘보이려하는 멍청한짓을 하는존재는 없었다. 그렇다면 약하게 만들면 되는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버려지는게 확정된순간 일가 전체를 사육실장으로 삼아준다며 데려왔고, 처음에는 친실장으로 하여금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자실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뒤에는 그런 처지를 뒤바꿔주었을뿐이다.

상황은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아첨을 한것은 친실장 본인의 의지다. 그것도 거짓시늉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아첨이다.

토시아키는 해내고말았다는 성취감에 오는 감동의물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친실장의 손에 콘페이토를 쥐어주었다. 얻고자 하는것을 얻었으니 이제는 굳이 차별대우를 계속할 이유가 없는것이다.

[데엣....?!]

깜짝 놀란것은 친실장. 기껏 자존심을 억누르고 자식에게 아첨을하는 굴욕을 감내했는데, 그런 결의도 무의미하게 토시아키에게 하나 더 받았다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한것이다.

[데스우....]

친실장은 이미 마마로서의 위엄따윈 땅에 떨어진것을 통감하며 콘페이토를 핥았다.

친실장은 눈물섞인 콘페이토를 핥으며 [어째서 달콤하지않고 짠데스...]라며 혼잣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친실장의 아첨이후 많은것이 바뀌었다. 토시아키는 학대파가 아니므로 목적을 달성했단 이유로 실장석일가를 내다버리는짓은 하지않았다.

[자 밥이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앞에 각각 적정량의 실장푸드가 놓여진다

이제 분배당담같은건 없어졌다. 모든게 첫날처럼 모두가 배불리먹고, 쉴수있는 생활로 돌아온것이다.

하지만 되돌아가지 않는 단 한가지.

[자들은 모두 이리오는데스. 공부할시간인데스]

[분충 똥마마에게 배울건 없는테치!]
[주인님이랑 공부하는테치!]
[아첨이나 하는 분충에게 배울건 없는테치!]

자실장들은 더이상 친실장을 따르지 않게되었다.

[데에에에에엥!]

친실장은 자실장들이 매몰차게 자신을 거절하고 그림책을 펄쳐든 토시아키에게 다가가자 서럽게 울었다.

[하하... 이거참...]

자실장들이 친실장을 버리고 자기만을 따르게된바람에 일거리가 늘어난 토시아키는 쓴웃음을 삼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기 자신이 자초한 결과인데.....

그렇게 토시아키네 집의 평화로운 하루가 흘러가고있었다.








하우스


[데갸아아아! 와타시의 자가 얼어죽은데스우우우우! 오로로옹~]

후타바공원에 사는 어느 들실장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또 누가 죽은모양인데스...]
[큰일인데스... 골판지하우스를 구하지 못하면 와타시의 자도 위험한데스...]
[와타시도 차녀와 삼녀가 밥을 구하러 나간사이에 학대파닝겐에게 죽어버린데스우]

울음소리를 들은 친실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숨을 내쉬며 비슷한경험을 이야기하며 서로 위안을 찾고있었다.

후타바 공원의 들실장들은 예외없이 골판지 상자가 없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였다. 그랬다면 후타바공원의 들실장들은 진작에 절멸했을테니까.....

일주일전 폐지수집을 하는 노인이 들실장들의 골판지하우스를 전부 수거해간것이 원인이였다.

힘없는 노인이라면 성체실장 여럿이 모인다면 상자를 가져가지 못하게할수는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친실장들은 병들거나 출산이 임박한 몇몇을 빼고는 전부 먹이수집을 나가있었기에 먹이수집을 끝내고 보람차게 귀가한 친실장이 본것은 골판지 상자는 없어지고 여기저기 다쳐있는 자실장들이 힘없이 울고있다는 기막힌 장면이였다.

그나마 노인은 실장석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박스를 뒤집어 엎은뒤 박스같은 종이나, 패트병같은 고물상에 내다 팔수있는것만 골라갔기때문에 박스를 뒤집었을때 자실장이 떨어져 다치기는 했어도 죽지않고 살아남은것만은 불행중 다행이였다.

하지만 골판지 박스는 바람을 막아주고, 비닐을 덮으면 비까지 막아주는데다 친실장이 먹이수집을 나갔을때 자실장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가둬두는 역할도 했기에 들실장들의 생활은 지독할정도로 열악해졌다.

자면서 찬바람을 맞거나 비를 피하지 못한바람에 저체온증으로 자실장이 죽어버리는것은 자주있는일이며, 친실장이 먹이를 모으러 나가는동안 혼자 싸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해 죽는것은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와타시의 다섯마리있던 귀여운 자들이 이제 하나남은데스! 이러다가는 남은 자마저 죽어버리는데스!]
[와타시들이 어떻게든 박스를 구해야하는데스!]
[그런데 박스를 대체 어디서 구하는데스?]

대부분의 자를 잃고 한두마리만 남게되자 근처에 살던 친실장 열마리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구하는수밖에 없는데스! 우리중 하나가 남아서 자들을 돌보는동안 나머지가 박스를 찾아야하는데스!]
[그런데스! 밥을 모아오는것보다 더 오래걸릴게 분명한데스. 누구하나는 남아서 자들을 지켜야하는데스!]

친실장들이 회의를 통해 한마리의 친실장이 자실장들을 한데모아 지키는동안 나머지 아홉마리가 골판지박스를 구해오자는 결론을 내렸다.

[자를 잘 부탁하는데스..... 이제 하나남은 자인데스우...]

[와타시의 장녀와 오녀인데스. 잘 지켜주는데스..]

친실장들이 자실장들을 돌보미역의 친실장에게 맡기고 두세마리씩 팀을 이뤄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데프프프프프프! 멍청하면 몸이 고생하는데스!]

돌보미역을 자처하고 나선 친실장이 아홉마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박스를 구한다고 한데스? 어디서 구하는데스? 게다가 박스를 구해봤자 또 닝겐들이 가져가면 소용없다는것도 모르는데스?]

이 친실장은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실장석이였다. 분명 박스를 전부 수거해갔다는것은 무슨 목적이 있었을것이고, 그렇다면 다시 박스를 구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하고는 박스를 대신할 집을 마련한것이다.

[오마에들은 이리로 따라오는데스. 오마에들의 마마가 와타시에게 오마에들을 돌봐달라고 한데스!]

친실장이 자신의 자실장 두마리는 품에안고 나머지 열다섯마리의 자실장은 제발로 따라오도록 지시했다.

[알겠는테치! 마마가 오바상의 말을 잘 들으라고 한테치!]

[밥은 언제주시는테치?]

[소풍가는테치?]

자실장들은 아무 의심없이 돌보미 친실장을 따라나섰다.

친실장이 자실장들을 이끌고 도착한곳은 수목림에 나뭇가지로 땅을파서 삼일을 꼬박 투자해서 만든 동굴이였다.

이 친실장은 박스를 잃은 그날 자실장을 세마리나 잃는것을 감수하면서도 해가 진뒤에도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식량을 모아놓은뒤 곧바로 동굴을 파기 시작했고, 어제 밤에야 비로소 동굴을 완성한것이였다.

[이 안은 따뜻한데스. 화장실도 만들어놓은데스. 이곳에서 오마에들의 마마를 기다리면 되는데스]

친실장의 말에 자실장들이 앞다투어 동굴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난생 처음보는 동굴에 호기심이 발동한것이다.

[데프프프프프프... 그 바보들덕분에 자실장을 이렇게 많이 얻은데스....]

친실장은 동굴 입구를 근처에서 주워온 나무판자로 가려두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테치! 하우스같은테치!]

[여기 운치굴도 있는테치! 안에 우지쨩도 세마리나 있는테치!]

한발먼저 동굴안으로 들어간 자실장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동굴탐험을 하고있었다.

[오마에들! 이리로 오는데스!]

친실장이 신나게 뛰어놀던 자실장들을 불러모았다.

[이제 오마에들이 어떻게되는지 알려줄때가 온데스. 오마에들은 이제부터 와타시의 노예로 사는데스]

혹시 밥이라도 주는게 아닐까 싶어서 모여들었던 자실장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마에들의 마마는 멍청해서 골판지박스만 다시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똥벌레들인데스! 하지만 똑똑한 와타시는 그런 골판지박스보다 훨씬 좋은집을 만든데스! 하지만 이 집에 부족한게 딱 두개있는데스. 노예와 비상식량인데샤아아아아아아앗!]

친실장이 자실장 한마리를 붙잡아 순식간에 독라로만들었다.

[테에? 아타치의 옷씨? 머리씨?????]

자실장이 주변에 떨어진 옷쪼가리와 머리카락을 보더니 몸과 머리를 더듬기 시작했다.

[테챠아아아아아! 독라가 된테치이이이이이! 똥오바상이 미친테치이이이이이!]

독라가 된 자실장이 비명을 지르자,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고있던 자실장들이 정신을 차리고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데프프프프프프! 출구는 하나뿐인데스! 게다가 입구는 막아놓은데스! 천천히 노예를 만들어도 문제없는데스!]

친실장이 맨처음 독라로 만든 자실장의 다리를 물어뜯어서 반달마로 만든뒤 운치굴안에 집어던졌다.

[오마에는 이제부터 운치굴노예인데스! 우지짱들을 프니프니해주면서 운치를 먹고사는데스! 만약 우지짱들을 잘 돌보지 못하면 오마에의 팔도 뜯어먹어주는데스!]

[테에에에에에엥! 독라노예가 되버린테치! 이건 꿈인테챠아아아아아아!]

운치굴안에 던져진 자실장은 친실장의 말에 절망하며 피눈물을 흘리고있었다.


한편 동굴의 입구까지 달아난 나머지 14마리의 자실장들은 입구를 가려놓은 나무판자를 치우기위해 힘을합쳐서 나무판자를 밀고있었다.

[오마에들 더 힘내는테치!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모두 독라노예가 되버리는테치!]

한 자실장의 말에 나머지 자실장들이 판자를 밀던 팔에 더욱 힘을 쏟아넣었다.

[데프프프프프! 오마에들의 힘으로는 소용없는데스!]

뒤쪽에서 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치이이이이이! 문씨는 빨리 열리는테치이이이이!]
[독라노예는 이야테치! 오바상 용서해주는테치이!]

자실장들은 모두 패닉에 빠져버렸다.

나무판자를 밀던것을 멈추고 열려달라고 애교를 부리거나, 천천히 걸어오는 친실장앞에 엎드려 비는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해도 당연히 아무의미는 없었고 열네마리의 자실장은 그자리에서 독라가 되어버렸다.

[오마에들은 운치굴 노예인데스!]

맨처음 자실장처럼 다리를 뜯어먹힌 자실장 세마리가 추가로 운치굴에 집어던져졌다.

[오마에들은 구더기 자판기데스!]

다섯마리의 자실장은 팔다리를 모두 뜯어먹히고 독라달마가되어 한쪽벽에 기대졌다.

[오마에들은 비상식량인데스!]

남은 여섯마리는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위석을 부순뒤 포를 떠놓았다.

[데프프프프프프! 노예가 아홉마리나 생기고 비상식량으로 쓸 고기도 많이 얻은데스!]

동굴안을 둘러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친실장이 웃었다.

[아타치 마마의 자로 태어나서 행복한테치!]
[아타치도 나중에 마마처럼 똑똑한 마마가 되는테치!]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자신도 나중에 저렇게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

[마마는 이제 바보들을 보러 다녀오는데스. 자들은 하우스에서 얌전히 기다리는데스.]

[알겠는테치~!]

친실장이 동굴밖에서 나와 판자로 입구를 막은뒤 근처에있던 돌맹이를 집어들어서 열심히 자신의 전신을 내려찍기 시작했다.








자실장들이 노예나 비상식량으로 전락한것도 모른채 박스를 구하러 나갔던 아홉마리의 친실장들이 집결지로 복귀했다.

[오늘은 허탕인데스....]

[그쪽에도 박스가 없었던데스?]

[이래서야 대체 언제 박스를 열개나 구하는데스...]

형편좋게 골판지박스가 뚝 떨어질리가 없으니 아홉마리 전부 빈손으로 돌아온것이 그리 이상할일은 아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내일 다시 모이는데스. 내일은 꼭 박스를 찾아내는데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박스을 찾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면 밥을 모을수 없기 때문에 친실장들은 내일을 기약하는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와타시들의 자는 어디있는데스?]

[그러고보니 자들을 맡긴 동족이 안보이는데스]

친실장들은 그제서야 자실장과, 자실장들을 돌봐주기로 했던 들실장이 보이지 않는것을 깨달았다.

[도와주는데스우우우우!]

그때 저멀리서 상처투성이의 친실장이 어기적어기적 걸어왔다. 돌보미 친실장이다.

[데에에엑?! 오마에! 자들은 어디가고 오마에 혼자인데스! 오마에는 왜 그렇게 다친데스!]

친실장들이 잽싸게 뛰어가 돌보미 친실장을 부축해주며 무슨일이 생긴건지를 캐묻기 시작했다.

[오마에탓인데스! 오마에의 자가 학대파닝겐에게 운치를 집어던진데샤아아아아아!]

돌보미 친실장이 앞에있던 친실장에게 삿대질을하며 위협을 가했다.

[데에에에엣? 와타시의 자가 학대파 닝겐에게 투분을 한데스?]

[오마에! 자들을 어떻게 교육시킨데스? 그런 분충을 맡긴덕분에 오마에의 자는 물론이고 다른 자들도 전부 학대파닝겐에게 죽어버린데스!]

돌보미 친실장의 고함소리에 주변에있던 친실장들이 아연실색했다. 자실장들이 전부 학대파에게 죽었다는말은 이제 모든 자실장을 잃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손 치우는데스! 다시는 오마에들과 함께하지 않는데스! 박스는 와타시가 알아서 구하는데스!]

돌보미 친실장이 자신을 부축하던 친실장을 밀쳐내고는 다친몸을 이끌고 왔던길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그자리에 남아있던 친실장들은 일제히 분충자실장의 친실장으로 지목된 들실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마에의 자때문에 와타시의 자가 죽은데스...]
[오마에는 분충하나 솎아낼줄도 모르는데스?]

여덟마리의 친실장이 한마리의 친실장을 에워싸며 포위했다.

[아닌데스! 와타시의 자는 착한자인데스! 투분을 할리가 없는데스!]

[그말을 믿을것같은데스? 오마에는 분충이 자기보고 분충이라고 인정하는걸 본적이 있는데스?]
[오마에때문에 이제 와타시는 자가 하나도 남지않은데스!]
[이 죄는 오마에의 목숨으로 갚는데스!]

8마리의 친실장들이 그대로 구타를 시작했고, 10분이 지난뒤 그자리에는 붉은색 핏자국과 옷조각, 머리카락만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린실장 (전월(124.62))


" 테츄.... "

어린 자실장이 골판지 상자 속에서 구더기를 안고
밖을 바라보고 있다. 박스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하얀 구름과 푸른색밖에 보이지 않았다.

" 우지챠... "
" 레후? "

옆에있는 구더기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은 잘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다.
하늘이 화가 난것인지 , 아니면 우지챠나 내가 잘못한것인지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골판지박스가 약간 젖어갔지만 ,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다.
자실장은 박스 구석에서 우지챠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우지챠...무서운레후... "
" 조금만 참는테츄...투둑투둑씨가 곧 그만할것인 테츄.. "

우두두 쏟아지는 빗물사이로 찰박찰박 걸어가는소리가
들려오며 자실장과 우지챠는 밤새 떨었다.

" 오네챠..우지챠는 투둑투둑씨가 무서운레후..
우지챠를 보호해주는레후... "

구더기가 꼬물대며 말하자 , 자실장은 박스안에있던
천을 가져와 구더기를 감쌌다. 구더기는 천에서
나오지 않았다.

비는 그치고 , 언제 그랬냐는듯이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자 우지챠는 그제서야 밖으로 나왔다.

" 너무 더운레후! 오네챠! 나좀 도와주시는 레후! "

자실장은 물이담긴 참치캔에 구더기를 담궜다.
시원하다고 꼬물꼬물대는 구더기를 보자 뿌듯했다.

" 오네챠~ "

" 이거 해주시는 레후! "

" 레후 ~ "

날이갈수록 구더기의 요구는 늘어났고 , 자실장은
이제 박스 밖으로 나가 음식이나 물건을 가져와야한다고 생각했다.

" 우지챠. 잠깐 밖에 다녀오는테츄.. 안에서 잘 기다리는테츄. "
" 알겠는 레후~ "

간신히 상자에서 나오자 , 광활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실장이 툭 하고 내려오자 , 잔디가 자실장의 발을 간지럽혔다. 위를 올려다보니 풀과 나무 , 꽃들이
자실장을 반겨주고 있었다. 물건이나 음식을 찾으러온 자실장은 자연에 푹 빠져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얼마나 뛰어다녔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과 같은 실장들이 돌아다니고있었다. 세상에 실장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한 기분과 동시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탐험을 계속하던중 , 발에 무언가 걸려 내려다보니
구더기였다.

" 오네챠 안녕하신레후~프니프니해주는레훙~ "

자실장은 놀랐다.
우지챠는 이세상에 혼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지챠는 이세상에 너무나도 많았다.
당황스러워 자실장은 뛰었다. 계속 뛰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 계속 뛰어갔다.

얼마나 뛰었는지 피로가 몸을 찢고 나오려는쯤에 ,
누군가랑 부닥쳤다.

" 테챠악! "
" 앗. 참피인가. 이런곳에서 뭘하는거야? "

자실장은 자신보다 수천배는 커보이는 인간앞에서
떨었다. 하지만 궁금함은 이를 이겨냈다.

" 닌겐상...미안한테츄...앞을 보지 못한 내잘못인 테츄.. "

사과를 하고 인간을 향에 소리쳤다.

" 닌겐상...! 이세상에는 우지챠가 얼마나 많은 테츄카!!! "

인간은 곧 쭈그려 앉아 침착하게 말했다.

" 으음...구더기를 말하는거라면 지천에 깔려있지.
왜 그런걸 묻는거니? "
" 아타치에게는 우지챠가 하나 있는테츄. 지금까지
하나뿐인줄 알았던 우지챠가 이렇게 많은 테츄.
그렇다면 아타치의 우지챠는...그냥 평범한 우지챠인 레후? "
" 으음....그러면 오늘 공원에서 만난 우지챠와
너의 우지챠는 하나도 다름없이 다 똑같은거니? "
" 그렇진 않은 테츄... "

자실장은 곰곰히 생각했다.
우지챠는 다른 우지챠와는 다르다

" 그러면 너의 구더기는 특별한 구더기가 아니겠니? "
" 그...그런테츄...? "

자실장은 부들부들 떨다가 말했다.

" 닌겐상!!! 아타치랑...친구가 되어주는 테츄!!!  친구가 되어 아타치를 바로잡아주었으면 좋겠는테츄...!!! "
" 예의바른 참피네. 하지만 너와내가 친구가 될려면
길들여져야하는거야. "

길들여지다. 저실장은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 무슨소리인 테츄? "
" 무작정 친해지는것보다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는거야. "

인간은 참피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천천히 설명했다.

" 너한테 나는 세상에 많은 인간중에 하나인거고 ,
나한테 너는 길가에서 흔히 보는 참피중에 하나인거야.
하지만 서로에게 길들여지면 , 너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되는거고 , 나는 너에게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되는거지. "
" 닌겐상... "

인간에 말에 자실장은 깨달음을 얻은듯 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

" 닌겐상...아타치는 우지챠에게 길들여졌던거 같은 테츄..
하지만 그걸 눈치 못채고 우지챠를 원망했던 테츄...
아타치는....분충인테츄...!! "

인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그렇지 않아. 이렇게 깨달았잖아. 집에 돌아가면 우지챠를 소중히 대해줘. "

" 닌겐상...다시만나면...꼭 친구가 되는데스... "
" 그래. 다시 만나길 빌게. "

석양속으로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인간을 자실장은 멍하니 바라보다 집으로 뛰쳐나간다.




이 글은 어린왕자를 각색한글인데숭







나미 1~2 (아카(211.196))


누나가 죽은지 오늘로 일주일이 지났다.

물건들을 정리하고 보니 방에는 쓸쓸한 공기만이 남았다.

서울에서 같이 살았던 투룸은 이제 나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었다.



"이제 남은건 이녀석 밖에 없나"




"테츄? 테츄아~"

"하..."




누나는 동내에서 알아주는 애호파였다.

집에도 '미도리'라고 부르는 사육실장이 있었으며

저녁만 되면 근처 공원에 나가 들실장들에게 직접 구매한 실장푸드들을 나눠주곤 했다.


"얘네들을 보면 나까지 기운이 나는거 같아"



누나는 몸이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남은 날이 많지 않다고 말했지만

누나는 그보다 두 해는 더 살았다.

실장석 덕분이라고 누나는 말했지만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건 누나가 키우던 사육실장 뿐이었다.



"미도리... 미도리를 잘 부탁해..."

"...."

"알아... 너는 실장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 키우지 않아도 괜찮아.. 적어도 좋은 주인이라도 찾아줘.. 내 마지막 부탁이야..."

그것이 누나의 유언이었다.



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난 '애호파'도 아니고, '학대파'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혐오파'일까?

난 실장석이 기분나쁜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어쩐지 인간을 어설프게 따라한듯한 생김새,

쓰레기더미를 엉망으로 헤집어 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만만한 인간에게는 투분을, 그보다 더 만만한 인간에게는 탁아를 시도하는

어디서부터 튀어나왔는지 알 수도 없는 이상한 생물, 나에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나의 유언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는 나에게 있는게 아니었다.



누나가 사망선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그 사육실장 또한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미도리'라고 불리던 사육실장의 눈은 검정색으로 변해있었고, 혓바닥을 축 늘어뜨리며 추하게 죽어있었다.



"젠장.."

실장석을 만지기도 싫었던 나는, 즉시 보건소에 연락해 시체를 수거해주기를 부탁하였다.




"혹시, 실장석이 입고있던 옷은 따로 드릴까요?"

보건소 직원이 사체를 검은 봉투에 집어넣으며 나에게 물었다.



"네? 그걸 왜 줘요?"

"아... 아닙니다, 그럼 바로 수거해 가겠습니다."

검은 봉투가 사체의 무게 때문에 조금씩 늘어났다.

실장석의 윤곽이 선명하게드러나 기분 나쁜 모양이 되었다.



"자 그럼 저희는 이만... 엇!?"

"...? 왜그러시죠?"

보건소 직원은 봉투를 묶으려다 별안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테츄아아악!!!!!"


순간 봉투에서 나오는 소리때문에 나는 깜짝놀라 뒷걸음질 쳣다.

보건소 직원은 꺼낸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건 정말 작은 실장석이었다

"테치! 테치!! 테에에에엥"

"이녀석 새끼가 있었군요, 보아하니 낳은지 얼마되지 않은거같아 눈치 못채셧나 봅니다."


작은 실장석은 좁쌀같은 이빨로 보건소 직원의 고무장갑을 연신 물어뜯었다. 장갑은 흠집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네?"

"이녀석도 수거해갈지를 여쭙는 겁니다"

"아... 네.. 당연히..."


순간 누나의 유언이 떠올랐다.

나에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누나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다름아닌 자신의 실장석을 부탁하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아뇨... 다시 수조안에 넣어주세요"




"지이이이!!! 테츄앗!!"

보건소 직원이 떠나고 난 후로도 이녀석은 나를보며 계속 하악질을 하였다.

"조용히 좀 해라, 나도 미치겠다고..."

일단 먹이라도 줘야하나, 나는 누나가 가지고 있던 고급 실장푸드 하나를 수조에 넣어주었다.

작은 실장석은 자기 몸길이의 반만한 실장푸드를 보더니 하악질을 멈추고 한참 냄새를 맡고는 한 입 깨물었다.








"테치얏!! 테치!테치! 테에에엥"

"뭐... 뭐야!"

먹이를 주고 뒤돌아가는 찰나, 수조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수조앞으로 가보니 작은 실장석의 입은 온통 피범벅이었고, 실장 푸드에게도 피가 묻어있었다.

"너.. 설마 이빨이 약한거냐?"


나는 얼른 실장푸드를 하나 쥐어 제대로 살펴보았다.

약간의 힘을 주니 그대로 압축되어 푸드에 베어있던 기름이 흘러나왔다

"대체 얼마나 약해빠진 생물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실장푸드를 으깨서 다시 수조안에 넣어주었다.

작은 실장석은 다시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더니 마치 개처럼 엎으려 먹었다.

입가에 피와 푸드 잔해들을 뭍히고, 초승달처럼 휘어가는 눈을 보니


정말로 역겨웠다.




더는 보고싶지 않아 집 밖으로 나왔다.

나는 이녀석을 기를 수 없다.

거북함을 떠나, 이녀석을 보고있으면 누나가 생각나 버틸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기르던 실장석 때문에 평생 다툰적 없던 우리 남매도 서로 언성을 높혀 싸웠었다.

누나가 그 생물체에게 쏟는 관심, 체력, 그리고 삶의 이유까지, 나에게 '미도리'란 탐탁치 않은 동거인이었다.

그리고 그 '미도리'의 자식... 누나도 입원해 있느라 집을 오래 비워 자식이 있는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제 그 새끼 실장석의 처우는 누나 없이 나혼자 결정해야 한다.

보건소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분쇄기로 직행할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걸어가던 도중 집 근처에 있던 실장숍이 보였다, 평소같은면 거들떠도 안보던 곳이었지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장석 크기가 얼마정도예요?"

"아.. 대충 제 검지 손가락 정도 됩니다"

"그 정도 크기라면 자실장 중에서도 어린편이네요"

"네? 자실장? 실장석의 종류가 있는건가요?"

"아, 실장석의 유년기를 자실장이라고 부릅니다. 보아하니 사육실장은 처음이시군요?"

직원의 말에 나는 조금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렇습니다"

"다른곳으로 입양을 보내실려고 하신다면 가능은 하지만,

너무 어려요. 그 정도로 어린 자실장은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되어있거든요."


"아.. 그런 법이 있었나요?"

"네, 적어도 10cm는 넘어야 등록이 가능합니다. 그때까지는 키워주셔야해요."


"하..."

막막했다. 실장석은 성장이 빠른 생물이라지만, 녀석이 10cm 정도로 커지려면

아마 3개월은 족히 걸릴것이다.

"정 뭐하시다면 먹이만 주고도 키울 수 있긴한데, 교육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녀석은 입양가치가 없어요"

"그럼 제가 교육도 시켜야 한단 말입니까?"


나는 순간 울컥해서 언성이 높아졌다.

"...입양 보내신다면 그렇죠. 돈이 많은 입양인들은 기본적으로 예의범절이 잘 교육되어있는 개체를 1순위로 보거든요"

"이딴 녀석들에게... 예의범절...? 하...!"

"교육하기 나름입니다. 초보분에게는 이 책을 추천드리죠"


실장숍 직원은 자신의 바로 뒤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내,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실장석이 처음인 당신에게!! 사육실장의 모든것: 참피백과(Ver.22) 정가: 37,000원]



"....좀 더 싼건 없나요?"



결국 나는 책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가면서 조금 읽어볼까"

첫 문단에는 실장석의 신체구조와 습성 그리고 주의점들이 적혀있었다.

[실장석들은 언제나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듬뿍 사랑을 줍시다]

머리가 지끈거려 다시 책을 덮었다.



집 문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하..."


'벌컥'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문을 열자 안에게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아니, 이건 풍겼다는 말보다 내 몸을 때렸다는 표현이 적절할거 같았다.

코를 막고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작동시켰다


"젠장, 젠장!"


그리고 나는 수조를 살펴보러 그 앞에서는 찰나,

수조 안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내 얼굴에 맞았다.

손으로 닦아보니 다름아닌 운치였다.

온통 운치 범벅이 된 수조 안에서는 자실장이 웃고 있었다






"치프프프..."


얼굴이 터질것 같았고, 머리카락이 솓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앞에 있는 생물체를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우선 집이 먼저였다.

"누나와의 추억이 있는 이 집을 이딴 상태로 둘 수 없어"



나는 일단 비닐장갑을 끼고 자실장을 수조 밖으로 꺼냈다

"테치!!! 지이이이이....!! 테치테치!"

자실장이 내 손을 자신의 작은 손으로 두들겼지만, 거의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는 일단 이녀석을 안쓰는 텀블러에다 넣고, 숨구멍만 남겨놓은체 뚜껑을 닫았다.

"테챠아아!! 테챠아!!!"

"잠시 여기 있어라!"


나는 이녀석이 수조로부터 던진 운치들을 세제로 닦았고, 그 자리에 향균 스프레이를 뿌렸다.

수조는 물로 씻어 안의 내용물을 모조리 비워 바깥에 말려두었다.

방안에 걸려있던 옷들은 모두 냄새가 베어 다시 세탁기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한참 예정에 없던 청소를 하고 나는 의자에 풀썩 쓰러졌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대체..."


텀블러 안이 조용했지만, 조금 흔들어보자 다시 소란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테치이이이 테치이이이이!"

나는 한 숨 돌리고, 아까 사온 책을 펼쳤다.

"어디보자.. 여깄다 57페이지 '실장석 목욕시키기'


[p57. 목욕시키기


실장석은 본래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생물입니다.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실장석 전용 바디워시를 손에 묻혀주면 알아서 목욕을 합니다.

간혹 물을 무서워해 목욕을 싫어하는 개체가 있습니다만, 그럴 경우는 직접 손으로 약하게 씻겨주세요]

그 밑으로는 실장석을 씻기는 순서가 나와 있었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생물 좋아하네"

나는 녀석을 텀블러에서 끄집어 내었다.

좁은 텀블러 안에서도 계속해서 운치를 싼 모양인지 옷 안쪽에도 배설물이 가득했다

"테에에엥.. 지이이..."

자실장은 머리를 감싸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까보다 한풀 기가 꺽인 모양새였다.

나는 책에 적힌대로 세면대에다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녀석을 내려놓았다.

녀석은 눈물로 퉁퉁부운 눈으로 물줄기를 바라보더니 빠른속도로 옷을 벗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의 머리 위에 내가 쓰던 바디워시를 한번 짜주었다.

"테츄우우우, 테프프프"

[처음 목욕을 하는 실장석이라면, 지금이 벗어놓은 옷을 세탁할 찬스입니다!]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났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은 원래의 연두색에서 운치색으로 변해있었다.

"이걸 빨라고..?"

나는 한숨을 한번 뱉고 녀석의 옷을 싱크대로 가져와 세제로 박박 씻었다.

기분 나쁜 검정색 오물이 옷에서 베어나왔다.

나는 눈을 찌푸리며, 실장복을 드라이기로 대충말린다음,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야, 이제 나올시간이야"


"테츄앗?! 테치테치!!"

녀석은 나오기 싫다는듯 다시 하악질을 했지만, 온몸이 물을 먹어 쭈굴쭈굴해진 상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는 녀석을 걸래로 대충 닦은 뒤에 말린 실장복을 건내주었다. 녀석은 옷을 내게서 빼앗듯 가져가고는 구석으로 달려가서 갈아입었다

"테츄~ 테츄~ 테프픗"

자실장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녀석은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는데, 새끼라고 해서 역겹지 않은건 아니었다.

"일단 기본적은 훈련부터 해볼까"

가장 먼저 해야할건 역시 '배변' 훈련이었다.

나는 말려둔 수조를 다시 가져와 어미가 쓰던 물건들을 다시 배치했다.


[32p 실장석 배변훈련하기

배변훈련은 사육실장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우선 '화장실'이란 존재와 익숙해지도록 해줍시다. 실장석은 배변 활동을 할때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

팬티를 벗고 무릎을 굽힌뒤, 뒷머리를 한손씩 쥐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때 주인은 녀석을 화장실로 옮겨주면 됩니다. 성공했다면 간식을 제공합시다]


책을 읽자마자 녀석은 그림에 나와있는 자세와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어어...! 잠깐만...!"

녀석의 볼이 빨갛게 홍조를 띄었고, 나는 녀석을 신속하게 화장실로 옮겼다

'뿌디디디딕!!'

30% 정도는 화장실 밖에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녀석은 뒷처리를 하지도 않은체 팬티를 올렸다

"테츄~ 테츄웅~"

"씨발... 기분이 아주 좋아보이네 그지...?

나는 닦을것을 가지러 뒤돌아 섰는데, 책 밑 페이지에 빨간 박스로 쳐진 문구가 있었다.


[체벌법: 실장석이 배변활동이나 뒷처리에 실패했다면 체벌을 합시다.

배변활동은 개체마다 익히는 속도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강도가 강한 체벌이 요구됩니다]


"체... 체벌법이라니....?"


나는 혹시 잘못된 책을 샀나 싶어 표지를 다시 보았다.

어디에도 '학대용'이라는 글귀는 없었다.

나는 다시 책 목차로 돌아와 순서를 찾았다


"...찾았다! 체벌법"



[p22: 체벌하기

실장석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로써 훈육하는것이 대단히 힘듭니다.

따라서 실장석이 실수나 주인을 곤란하게 하는 상황이 왔을때 적당한 체벌이 요구됩니다.

체벌의 종류는 아래의 목록에 있는 적당한 것을 골라 시행합시다.

1. 딱밤 먹이기(실장석이 세바퀴 이상 뒤로 굴러가는 강도)

2. 물에다가 30초 담그기(찬물이 권장됩니다)

3. 볼펜 등 가볍고 긴 물건으로 때리기(5회에서 10회 정도 시행합니다)


안전한 체벌로 실장석들을 예의바르게 사육합시다!]



"실화냐고 이거..."

아무리 실장석이라고 해도 살아있는 동물이다.

동물에게 이런것을 하는것은 엄연한 학대가 아닌가

나는 체벌 방법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어느하나 만만한 체벌이 없네"



결국, 나는 내 책생에 있는 모나미 볼펜을 하나 가져와 자실장 앞에 섯다.

"야"

"테츄웅? 테치테치 테프프픗"

자실장은 한손을 자기 볼에다가 대고 아양떨듯이 웃었다. 이게 아첨이라는 것인가

"왜 화장실을 간뒤에 뒷처리를 하지 않았지? 실장석용 티슈가 있잖아"

"테칫? 테치치 테츄앗!!"

자실장은 아첨을 멈추고 도리어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화장실 옆 실장석용 티슈로 달려갔다

"테츄아아앗!! 테챠테챠!!"

그러고는 티슈를 아무렇게나 뽑아 수조 이곳저곳에 뿌렸고, 발로 짖밟았다

"테치이이!! 테치이이이!!"

"...너 뭐하는거야!?"

"츄롱~"






자실장은 자신의 얼굴을 늘리며 혀를 내밀었다.

이건 따질것 없는 조롱이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모나미 볼펜으로 녀석을 한번 내리쳤다.






"테챠아아아앗!!!"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빵콘했다. 가뜩이나 뒷처리를 안해 더러워진 팬티인데 이번에 한 빵콘으로 팬티는 크게 부풀었다

"왜 내 말을 듣지 않지? 내가 만만해?"

나는 계속해서 볼펜으로 때렸다.

녀석은 수조를 뱅글뱅글 돌며 도망치다가 도망칠곳이 없다는걸 알게되자 구석으로가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다

"테에에에엥... 테치칫..."

"내가...! 너 때문에...! 이 고생을...!"

계속되는 훈육, 아니 그건 훈육이었을까

때리다 보니 참아왔던 울분이 터진것일까

아님 이제와서 누나를 잃은 슬픔이 실감난 것일까

아아.. 누나..! 불쌍한 우리 누나...! 겨우 이딴 녀석들을 돌보느라...!

나는 녀석을 계속해서 내려쳣다, 내리치고, 내리치고, 또 내리쳣다.

책에서는 10회라고는 했지만, 나는 녀석을 50회는 더 내려쳣다

체벌을 막기위한 녀석의 팔은 너덜거렸고, 머리와 몸은 피멍으로 가득찼다.

팬티는 이미 너무 울창해져 발조차 땅에 닿지 않았다.


"지이이이... 테...치이이...."

녀석은 신음을 내뱉더니 옆으로 고꾸라져 쓰러졌다.

이때야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어? 야 일어나봐!!"

몸통을 볼펜으로 쿡쿡 눌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 씨발... 어떡하지...?"

순간 나는 다시 책을 펼쳐보았다

"여기있다!"


[p23 체벌이 과했을때

초보 주인분들은 적당한 체벌의 정도를 몰라 사육실장을 기절시키곤 하는데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앞 페이지의 목록에 나와있는 체벌만 했을경우에는

실장석이 죽을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다만 실장석이 기절했다면 그것은 스트레스가 너무 과도해서

행복회로가 작동하여 일시적으로 가사상태에 빠진것입니다.

집에 있는 에너지드링크나 비타민 음료등을 먹이거나 부어주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나는 즉시 냉장고로 달려가 문을 열어보았다

안에 에너지 드링크나 비타민 음료 따윈 없었다

"엇..! 이거라면..."

나는 며칠전 반쯤 먹다 남긴 숙취해소제를 꺼내서 뚜껑을 연뒤 자실장 위로 부어주었다

"제발... 제발..."


실장석의 몸에서 멍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안심하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책도 같이 떨어져 다른 페이지가 펼쳐졌다


[p10 이름 짓기

실장석은 이름을 받음으로써 사육실장의 삶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즐거운 생활을 위해 꼭 실장석이 좋아할만한 이름을 지어줍시다]


"이름... 인가..."

내 손에 있는 모나미 볼펜이 느껴졌다.


"모나미... 그래 앞으로 너의 이름은 나미다"


나미은 어느새 작은 상처들이 다 아물어 잠이 든 모양이었다

"테츄우우... 테츄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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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장례식은 조촐하게 진행됐다.

생전 실장석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과의 접점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

장례식을 찾아오는 손님은 적었다.


"츄아아! 테치! 테챠앗!!"

나미가 온지도 벌써 3일이 지났다.

그동안 사육실장에 대한 정보들을 유튜브나 책을 통해서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나미'는 똑똑한 편은 아닌거 같았다.



"뒷처리는 깨끗히 하라고 했잖아"

나미는 화장실에 쭈구려 앉아 운치를 싼 후, 휴지로 총구를 한 번 닦고는 팬티를 올렸다.

내가 깨끗히 빨아서 줬던 팬티는 다시 기분 나쁜 녹색으로 물들었다.

"테프프픗"

나미는 아랑곳 하지않고, 손에 묻은 운치를 바닥에 슥슥 닦고는 나를 보며 웃었다.



빡ㅡ!

나는 다시 한번 모나미 볼펜으로 나미를 내려쳤다

"테챠아아아앗!!"

"당장 바닥에 닦은 네 똥을 닦아라"

"테치! 테치!! 테챠!!"

나미는 내 명령을 듣고 화를 주체할 수 없다는듯 바닥을 쿵쿵 밟았다.

"닦아!"

빡ㅡ!




나미는 두번째 일격을 맞고 뒤로 넘어지며 빵콘을 했다.

울창하게 커진 팬티 밖으로 새어나온 운치가 다시 바닥을 더럽혔다.

"정말 말을 듣지 않는구나 너는"

"테...테...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두 대를 맞고나니 나미는 더이상 기를 쓰지 않고 바닥에 주저않아 울기 시작했다

팬티는 점점 더 울창해졌다.

"하... 돌아올때까지 깨끗히 닦아놔라, 안그럼 밤새도록 체벌이다"


나는 나미를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내일이면 회사에서 받은 위로휴가도 끝난다

그러면 나미는 내일부터 10시간 가까이를 혼자 지내야 한다.

한 시간 정도를 비워도 그 난리를 피웠던 녀석이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배변 훈련만큼은 완성해야 한다.

내가 현관까지 나올때까지도 나미는 계속 그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문을 닫자, 귀신같이 소리가 멈추었다.




"흠...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나 분충인 모양이군요"

"분충...이 뭐죠?"

"말을 듣지 않는 실장석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말이라... 사실 그 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말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음? 그렇다면 링갈을 사용해보시는건 어떠세요?"

"링갈? 그건 또 뭐죠?"

"링갈은 실장석의 말을 번역해주는 도구입니다."

"맙소사, 그런게 있었단 말인가요?

"네, 하지만 업자 입장에서도 쉽게 권해드리기 어려운데, 이게 좀 비싸요"

"아... 얼마정도나..."

"번역율 100%의 링갈은 어디보자... 최신 모델이 27만원이네요, 이게 엔트리 라인이예요"

"네??... 좀 싼거는 없나요?"

"번역율이 낮은 링갈은 제일 싼게 지금 4만9천원이네요, 하나 드릴까요? 서비스로 콘페이토 한 봉지 드릴게"

".....네"



"이런 삐삐 같은게 정말 번역기라고...?"

포장을 벗겨 물건을 확인하던 나는 그 허술한 마감새에 헛웃음이 나왔다.

"한번 실험해볼까?"



후타바 공원

누나가 살아있을때 자주 오던 공원이다.

"여긴 실장석이 많았으니까"

공원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은 들실장 무리였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링갈의 전원을 켰다.

어느새 내 주변에는 들실장들이 잔뜩 모여들었다






"평소보다 많은거 같은데..."

"데스데스, 데샤앗!"

"데에에에, 데스웅? 데스우웅?"

"....뭐라는거야?

실장석들은 나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보였다.

"아, 링갈"


나는 링갈에 표시된 글자들을 확인하였다

[너, 봤다, 암컷과]

[암컷, 어디?, 왜 없어?]


'...번역이 되긴 하는 모양인데, 상태가 영 안좋네.

누나에게 먹을걸 얻어가던 녀석들인가, 누나를 데리러왔었던 날 기억하고 있나보군'

나미보다 두배이상은 크고 지저분해보이는 자실장이 내 바지를 툭툭 건드렸다

"테챠앗! 테챠아아앗!"

나는 자실장을 발로 툭 밀치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이제 이세상엔 없어"

실장석 일동은 조용해졌다. 아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긴, 매일와서 자기들을 예뻐해주던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래도 누나를 기억해주고있긴 하네'


실장석들은 누나와는 달리 나에게 얻을게 없다는걸 알았는지 뒤돌아서 흩어졌다

"데스데스, 데에숭."

"데샷, 데즈우우"


나는 흩어지던 실장석들이 중얼거리는걸 보고 다시 링갈을 확인하였다

[암컷, 뒤졋어, 쓸모없어]

[병신, 밥 없어, 새로운암컷]

"뭐...?"



링갈을 잡고있던 내 손이 떨렸다.

처음엔 내눈을 의심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조롱들이 링갈에 표시됐다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어두운 눈앞에 누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벤치에 앉아 실장석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던 우리 누나

나는 그때 누나의 즐거워하는 얼굴 밖에 보이지 않았어,

그럼 실장석들의 얼굴은 어땠지?






내가 기억하는게 맞잖아








그들은 탐욕스런 얼굴이었다.

어떻게든 더 먹이를 구걸하려고 동족를 짓밟고, 자기 새끼까지 못오게 막아버리는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에게 구걸하고, 쓸모없어지면 가차없이 잊어버리고

새로운 구걸거리를 찾아 공원을 떠돌아다니는 추한 존재








죽여버리고 싶어







나는 그자리에서 튀어나가듯 일어섯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실장석의 머리를 걷어찻다

"데규봇!!!"

실장석의 머리는 그대로 텨져 뇌수가 뿜어져나왔다

"데에?"


나를 떠나던 실장석들은 그 소리에 나를 뒤돌아보았다

처음에는 머리가 사라져 바닥에 누운 시체를,

그 다음은 내 얼굴을 보았다

내 얼굴을 본 실장석들은 소리를 지르며 일제히 도망쳣다

"데샤아아아앗!!!! 데샤아아앗!!!"

짧은 보폭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양새가 웃겼다

나는 다음 실장석을 걷어찻다

몸통 중앙을 걷어차이고 날아가 나무에 부딪혀 머리가 함몰 되었다.

그 다음 녀석, 조준이 흔들렸지만 바닥에 갈려 곤죽이 되었다.

한 녀석을 밟았다, 옆의 녀석도 밟았다.

느려터지게 도망치는 실장석들은 자기를 먼저 죽여달라고 애원하는것처럼 보였다.


누나는 왜 이런녀석들을 위해 매일같이 공원에 나갔던걸까

얘네들은 누나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아

이것봐, 다들 더러운 얼룩이 될 뿐이야

그냥...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얘들은.


몇마리를 죽였는지 모른다

애초에 세어보지도 않았다.

신발은 실장석의 살점과 피로 떡이돼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시선들도 한층 적어졌다.

아직 풀숲에 남아 떨고있는 녀석들도 보였지만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제일 먼저 죽여야할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가 애지중지 키우던 사육실장의 새끼

나미를 죽임으로써 나는 누나를 놓아주는것이다.


집으로가는 내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어떻게 죽이지...? 어떻게 죽이지...??'

상상을 하는 내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집에 도착한 나는 현관 앞에 섯다

현관 앞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수조로 직행했다.

"이제 네 차례...."




수조 안에는 나미가 눈이 퉁퉁 부은채로 잠들어있었다.

실장석용 전용 침대가 아닌, 자신의 운치를 닦은 티슈 더미 사이었다

너무나 어설프게 닦아 바닥에는 운치자국이 그대로 있었지만

두 줄로 이곳저곳 그어진 자국들은 나미가 서툴게 했던 청소자국들이었다


내가 거친숨을 조금씩 삼키자 나미는 티슈 더미속에서 천천이 일어났다

"텟...!! 테챠아!! 지이이이....!"

나미는 일어나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는 뒤돌아 엎드려 하악질을 했다.

하지만 그건 첫날의 위협하고자 하는 하악질이 아니라, 그냥 빌고있는것처럼 보였다.



나는 링갈을 확인했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나는 더러운 티슈들을 꺼내고, 물티슈로 다시 닦은 후에 내 신발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잠들었다.



다음날이 되자 나는 다시 수조안을 보았다.

나미는 일어나있었다.

나는 링갈을 키고 나미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는 그래도 말을 들었네"

[말들어, 아파, 싫어]

"잘했으니까 상을 줄게"

나는 어제 실장숍에서 링갈과 함께 서비스로 받았던 콘페이토를 나미에게 주었다

나미는 냄새를 맞더니 눈이 동그래지며 정신없이 핥아먹었다

[달아, 좋아, 달아, 좋아]

"앞으로도 니가 말을 잘들으면 상을 줄꺼야, 하지만 안들으면 체벌이야, 알겠지?"

나미는 들은건지 못들은건지 계속 콘페이토를 핥았다.


나는 그 후로도 나미에게 이것저것을 알려주었다

빡ㅡ!

"밥은 앉아서 먹으라고 했잖아"

"테치칫!! 치이이이!!"

빡ㅡ!

"흘리면 안돼,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입으로 넣어라"

"테치테치이!! 테챠!"

빡ㅡ!

"화장실에서 똥을 흘렸잖아! 제대로 앉아야지!"

"츄우아앗!!! 츄아아!!"

물론 나미가 쉽게 내 뜻대로 움직이진 않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실장숍에서 산 책을 보다가 한 챕터를 보게돼었다

[p101 인사시키기

여러분들의 실장석은 이제 잘 훈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귀찮게 하지 않는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이제 인사를 시켜봅시다. 아침마다 실장석이 건네는 예의바른 인사는

당신의 하루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입니다!]

페이지 밑에는 인사하는 실장석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가, 역시 훈련이 잘 된 실장석은 단순히 밥을 깔끔하게 먹고

배변훈련이 되어있을뿐은 아닐것이다.

유튜브에서 본 사육실장은 설거지와 빨래등 간단한 집안일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수조를 바라보았다

나미는 화장실에서 운치를 꺼내 벽에 칠하고 있었다

"휴..."


나는 다시 볼펜을 가지고 수조로 걸어갔다.

순간, 나는 머리에 무언갈 얻어맞은 충격을 받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크윽....! 뭐야...!"

시야가 흐려지고, 몸에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츄아아아앗!!!! 츄아아아아앗!!!"

수조안에서 나를보며 소리치는 나미가 보였다

"조용히 해, 시끄....러...."

나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낮선 천장이었다.

아니, 사실 난 이곳을 알고 있었다.

누나가 입원해있던 병원의 천장

그 입원실의 풍경은 잊을 수 없었으니까


잠깐, 병원?

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었고, 머리를 만지자 붕대와 함께, 칼로 찌르는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으윽...."

커텐 밖에 있던 간호사는 내 움직임을 보고 밖으로 나갔다

"토시아키님 일어나셧어요"




"그동안 이런적이 처음이셧나요?"

"네..."

"이상하네요... 많이 아프셧을텐데"

"네...?"

"아직 정밀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습니다만, 쓰러져있는 동안 진행한 검사에서 뇌종양처럼 보이는 사진이 찍혔습니다"






누나와 같은 병

"하...하하...."





"괜찮으신가요...? 환자분이 마음을 단단히 먹으셔야합니다. 아직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희망을 놓치면 안됩니다.

이 의사는 우리 누나에게도 똑같이 말했었지, 내 얼굴 따윈 기억도 못하는 주제에


"...검사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퇴원하겠어요"

"환자분 생각이 그러시다면... 검사 날짜는 최대한 빨리 병원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수납을 완료한 뒤 집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던 도중 나는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누가 나를 병원에 데려다준 거지? 우리집에는 나밖에 없는....'


"테챠앗!"


순간 나미의 울음소리가 내 머릿속을 관통하며 두통이 밀려왔다

아까와 같은 느낌의 통증이었지만, 이번에는 참을만했다.

'그래... 나미가 있어,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나는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

"나 왔어"


현관을 들어서자 시끄러워야할 나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소갔으면 집안이 떠나가라 울어재꼇을 녀석이다

나는 먼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장 수조로 향했다.





수조안을 보자 나미가 나를보며 유리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어..?"

"샤아악! 샤앗..! 샤아아아악!"

나미의 목소리는 평소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바람빠진 타이어에서나 나올만한 소리였다

자세히 보니 나미의 옷은 입에서 나온 피로 범벅이돼있었다.



"너... 설마..."

그랬다. 나를 병원으로 올 수 있게 만든건 다름아닌 나미였다.

내가 쓰러지는걸 보고 나미는 태어나서 제일 큰 목소리로 울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부르려고했든지, 나를 깨우려했던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리를 들은 지나가던 사람이나 옆집에서 구급차를 불러준것이다.

이미 성대가 파열나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며 벽을 두드리는 나미를 보고 나는 같이 울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자자"

나는 콘페이토를 하나 수조에 넣어주고는 침대로 지친 몸을 던졌다.

"테챱, 테챱, 테챱"

콘페이토를 핥는 나미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진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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