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기지의 실장석 (ㅇㅇ(125.177))



“아 좆같네.”

욕지거리를 뱉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은 주임원사에게서 지적을 받은 으뜸병사 도 시악 병장이었다. 짬통에서 음식물 쓰레기들이 흘러나와 생활관 뒤쪽 쓰레기장이 엉망이라는 잔소리를 들은 것이다.

주임원사는 쓰레기장에 있는 통들 중 높이가 높은 짬통이 털렸다는 점, 짬통을 올라가려고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쌓으려고 했다는 점, 쌓은 재활용 봉투는 부피 대비 무게가 가벼운 스티로폼 재활용 봉투였다는 점, 그리고 엄청난 냄새를 내뿜는 초록색 자국 등을 고려했을 때, 실장석이 범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색출 및 제거를 도 병장에게 주문했다.

평범한 육군 부대라면 실장석이 줄 수 있는 피해는 한정적이겠지만, 공군 비행단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이 어질러 놓는 쓰레기나 배설물들이 지상에서 활주하는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대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비사들이 아침마다 시청하는 사고사례 자기화 교육자료에는 199X년에 모 비행단에서 자실장 한 마리가 지상 활주중인 F-5기 엔진 인테이크에 빨려 들어가 8억 원의 손실을 안겨준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각 비행단에서는 주기적으로 실장석 구제 작업을 진행하지만, 군대 특성상 완벽하게 일이 진행되는 일이 드물뿐더러, 실장석의 무시무시한 번식력으로 모든 게 원위치인 일이 비일비재했다. 구제 – 증가 – 구제 사이클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행단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실장석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가 없다. 특히 항공기기체정비병인 도 병장의 생활관은 ‘라인’ 내부, 즉 활주로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실장석의 존재에 몹시 민감했다.

이런 이유로 으뜸병사인 도 병장을 필두로 정비중대 일이병들이 전원 차출되어 꿀 같은 일요일 오전에 쓰레기장에 매복해 있다가 먹이를 구하러 오는 친실장을 때려잡고, 오후에는 이글루(전투기 엄체호) 뒷편을 뒤지는 수고를 해야 했던 것이다. 원래는 친실장을 심문하여 일가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했으나, 도 병장의 힘조절 실패로 인해 친실장의 대가리가 박살남으로서 어쩔 수 없이 이글루 뒷편을 샅샅이 수색해야 했다.

"어! 찾았슴다!"

“테에…?”
“테치! 닌겐이 온 테치! 마마!”
“괜찮은 테치! 마마가 오면 닝겐 따위는 한방인 테- 테치이?”
“테에에! 집이 들려버린 테치이!!”
“일가실각인 테챠아악!”

리 철웅 일병이 E-10번 이글루 뒤에서 4마리의 자실장이 들어 있던 골판지 상자를 찾는 건 시간문제였고, 이들 모두가 중대 일병들의 기가 막힌 학대 아이디어 속에 하나씩 파킨해서 죽어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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