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실장과 친해진다면 이런 느낌일거 같지 않냐 (ㅇㅇ(218.157))


흙수저가 겨우 취업했는데 출퇴근하는 길에 공원이 있는거임. 심지어 일본형 생태공원이랍시고 만들어서 실장석만 득시글한 곳.
실장석에 대해선 나쁜 기억밖에 없지만 공원을 가로질러가면 훨씬 더 빨라서 그냥 무시하고 출퇴근함.
처음엔 온 공원 실장석이 다 모여서 말 걸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관심도 없어. 지나가던 말던 자기 할일만 함.
딱 한놈만 빼고.
그 녀석, 데스데스 목청도 큰 것이, 평소에 뭘 쳐먹었는지 사람이 빨리 걸어가도 줄곧 쫓아와서 끝없이 짖어대.
언젠가 뭘 그렇게 떠드나 하도 궁금해서 업무용 폰에 몰래 링갈 깔아서 보니까 말하는 뽄새가 좀 남달라.
들실장이 위석을 탁 칠 정도로 다양한 욕을 해대는데, 어째서 아직도 살아있는건지 이해가 안될 지경이야.
대강 보니 행동거지도 그렇고 두 눈이 녹색인 것도 그렇고 임신해서 버려진 사육실장이 확실하네.
생각하니 더 괘심해서 언젠가 날 잡아서 어찌하려고 벼르던 어느날 회사서 큰 사고를 쳐버린거지.
뻘겋게 상기된 상사의 시선에 찔리고 날아오는 서류뭉치에 맞고 심지어 부모님 욕까지도 들었다.
그리곤 비도 안내리는데 눈 앞은 왜 이리 흐린지, 왜 부모님 욕을 해도 반박하지 못했는지 생각하며 터덜터덜 밤 늦게 퇴근했어.
결국 공원을 걸어가다 벤치에 주저앉아버렸지.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다른 실장석이람 진작에 집에서 자고 있을 것을 그 놈이 여지없이 나타났어.
언제나처럼 데스데스 열심히 떠들어대는데 어째선지 짜증이 안 나. 오히려 물끄러미 녀석의 모습을 관찰했지.
여기저기 찢어지고 얼룩진 실장복에, 손은 굳은 살에 자상에 엉망이야. 귀 한쪽은 없는데다 양 눈은 눈물이 가득 고여있어.
"많이 힘들지?"
나도 모르게 던진 말에 녀석은 천둥이라도 맞은듯 입만 벙긋대더니 곧 양 손으로 입을 막고 숨죽여 울더라.
그렇게 그 녀석과 인연이 시작되었어.
사고 수습 덕분에 계속 밤 늦게 돌아갔는데, 공원을 지날때마다 녀석과 만나서 잠시 대화를 나눴지.
뭐 대부분은 불합리한 일에 대한 토로지.
상사의 시선이 무섭다, 하는 일들이 너무 고달프다, 사수의 잘못도 내가 뒤집어 썼다. 이러쿵저러쿵.
동족의 시선이 무섭다. 먹이 구하는게 너무 힘들다. 앞으로 태어날 자들이 불쌍하다. 데스데스.
일견 비슷한 이야기라도 할지라도 그 내용물은 다를 수밖에 없어 이해조차 못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그때 우리에겐 그저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절실했고 서로 그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나쁜 일만 이야기한건 아냐. 좋은 일도 생길때마다 말했지.
적게나마 보너스를 받았다. 승진을 약속 받았다. 비슷한처지의 직장 동료에게 고백받았다.
비닐봉투를 잔뜩 얻었다. 닌겐들이 푸드를 주고 갔다. 자들을 낳았는데 생각보다 더 귀여웠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녀석과의 간극은 좁혀졌고 이야기의 주제는 점차 넓어져갔지.
이윽고 녀석은 자기가 왜 공원에 버려졌는지 떠듬떠듬 말하기 시작했어.
녀석은 애완동물 가게에서 고급실장석이라고 불렸다나봐.
아래 칸의 동족들은 녀석이 그렇게 불릴때마다 욕을 하고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다더라.
하지만 고급이니 특별함이니 의미 없다는 것을 팔이 꺽이며 배웠기에 그런 야유에도 꿏꿏이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해.
거기에 더불어 녀석은 운도 좋았었어. 얼마지나지 않아 주인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고급실장석이 사실상 호객용 상품으로 소모되어 성장하면 폐기되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녀석을 데려간 사람은 남자였지만, 누군가의 선물용으로 구입되었는지 주인이라며 다가온 것은 여자였다고 해.
그때의 삶은 행복하였다며 녀석은 우수에 찬 눈으로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보듬어 준 것을 기억한다 말했어.
그리곤 맛있는 음식도 재미있는 장난감도 아닌, 그저 주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며 가끔 놀아주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읊었지.
그러나 녀석의 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나버렸어. 아니, 애초부터 운이 없었다고 해야될지도.
주인은, 쉽게 질리는 성격이었나봐. 녀석이 중실장이 되기도 전에 눈에 띄게 녀석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해.
녀석은 자기가 잘못해서 관심을, 애정을 잃게된 것이라 애써 포장하려했지만 이내 인정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주인님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스- 라고.
하지만 맛있는 밥과 장난감은 계속 주어졌어. 엄밀히 말해서 남자가 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주인이 주었다 믿었지.
그렇기에 녀석은 언젠가, 언젠가 주인님이 다시 자신에게 관심을 줄 날이 상상하며 하루하루 버텼지.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주인이 녀석에게 지나가는듯 툭 말을 던졌어.
"얘, 혹시 자를 가지고 싶지 않니?"
처음에는 거부하려 했었대. 브리더가 말한 바론 그것은 죄악 그 자체. 끔찍한 결말만 있다고 배웠으니까.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주인의 관심과 그 기대에 찬 눈을 차마 배신 할 수 없어, 내밀어진 꽃을 받고 말았지.
그날 밤, 기대에 부풀어 태교를 하는 녀석에게 남자가 다가오더니 녀석을 거칠게 잡아 들었어.
"이 새끼! 얼마 지났다고 벌써 분충짓을 해?"
뭔가 큰 오해가 있다며, 주인님의 말에 따랐다며 이야기 하였지만 흥분한 남자에겐 닿지 않았지.
그때 여자가 들어왔어. 녀석은 주인을 애타게 부르며 설명해 달라고 하였지만...
"거 봐, 실장석은 어쩔 수 없다니깐. 키우려면 강아지가 낫지."
그 뒤로는 기억이 희미하다더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공원이었고, 어떤 독라에게 한쪽 귀를 거의 다 갉아먹힌 채였지.
비명을 지르며 독라를 밀쳐내고 도망치는데 뒤따라오는 그 발소리들, 수풀 너머로 자신을 응시하는 적록의 눈동자들.
공포에 질려 아무 말이나 꽥꽥 내지르며 달려갔는데 갑자기 시선이며 쫓아오는 발소리며 없는거야.
뭔가 해서 앞을 보니 내가 걸어가고 있었다더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서 나온 결론인진 몰라도 녀석은 나에게 욕을 하면 안전해진다고 단정지었어.
근데 문제는 그게 효과가 있었어!
어느정도였나면 내가 가는 길에 실장석 일가가 사는 곳이 있는데 녀석이 거길 지나가도 별 신경을 안 썼다네?
얼마지나지 않아 화난 인간에게 휘말리기 싫어서 신경 끈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더라.
그때부터 녀석은 날 욕하면서 다른 일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눈동냥으로 배웠다 해.
덕분에 번듯하게 골판지 하우스를 장만해서 보존식을 쟁여놓고 귀여운 자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게 되었다더라
나에게 덤벼들어도 계속 살아남는 모습에 다른 실장석들이 공격하지 않게 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지.
하던 행동을 멈추면 다시 공격당할 것 같아서 내가 언제 돌변할지 몰라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들러붙었던 거야.
그렇게 이야기할때쯤 녀석은 말꼬리를 슬슬 흐리더라. 몸이 살살 떨리고 식은땀이 나오는게 눈으로 보였어.
그러더니 갑자기 넙죽 엎드려서는 닌겐사마라 부르며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하더라.
내가 등신아 그런거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런거로 안죽인다. 이러니까 고개를 들고 멋쩍게 웃더라.
사실 알 리가 없었지만 뭘 어쩌겠어. 녀석을 죽이기엔 이미 정이 들어버렸고, 나도 녀석에게 많은 신세를 졌잖아?
녀석은 한참을 웃다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하며 따라오라 했지.
녀석을 따라서 간 곳은 공원 외곽이었어. 편의점도 근처에 있어서 내겐 익숙한 곳이었지.
그 수풀 속에 녀석의 하우스가 있었어.
녀석의 말과는 달리 골판지 하우스는 굉장히 상태가 안 좋았어. 내부는 더 심각해서, 무너지지 않은 것이 용했지.
보온재며 보존식도 멀쩡한게 없는데다가 페트병조차도 없어 그릇 비슷한 것에 물이 고여 있었지.
아무리 멍청한 들실장이라 한들 그들이 계속 이어온 지식을 눈동냥으로 배우는 것은 녀석에게 역부족이었던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자들을 제대로 키웠다는 것만큼은 한치의 거짓도 없었어.
녀석이 나오라 말하기 전까지 바닥에 깔린 나뭇잎 아래 숨어 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나와서도 말없이 나를 볼 뿐이었지.
네마리의 자실장이 나오자 녀석은 답지않게 뿌듯한 얼굴로 자랑스러운 와타시의 자들이라 말했지.
자실장들은 사람이 관리해준 것마냥 옷도 깨끗하고 피부에 흉조차 없었어. 때문에 옆에 선 녀석이 더욱 초라해 보였지.
녀석이 나를 소개해주자 자실장들은 테에에 작은 탄성을 터트리더니 하나씩 나서서 인사하더라.
자실장들은 연신 착한 닌겐이라고 말하며 웃었는데 엄청 귀여워서 실장석을 왜 키우는지 이해가 되더라.
그 이후론 녀석과 만났을땐 가끔 녀석의 하우스에 가서 자실장의 애교를 보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기도 했다.
때로는 가난한 형편에 내가 줄 수 있는것도 없어 녀석들이 내심 실망하는거 아닌가 싶었지.
하지만 계속된 방문에도 일가는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소위 분충짓도 하지 않았어.
차라리 그랬더라면, 하다못해 미안함을 빌미로 발길이라도 끊었더라면 이토록 마음이 아리지 않았을 것을.
그날은 평이했어. 일 처리도 별 문제 없었고 동료들과 트러블도 없었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었지.
오랜만에 야근을 안한터라 내 마음은 크게 부풀어 녀석들에게 회사에서 받은 에너지드링크를 주려고 발걸음을 옮겼어.
공원을 반쯤 걸었을까, 저 멀리서 왠 남자 하나가 흉흉하게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오는 것을 봤어.
살벌한 표정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든 채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길을 피해줄 정도였다.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그 사람이 내 옆을 지나칠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 별다른 이야긴 아니었어.
버러지라든지, 분충이라던지, 탁아라든지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있었지. 잠깐, 탁아?
나는 저 멀리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뒤돌아 보며 그 녀석을 떠올렸지만 곧 아닐거라고 생각하곤 다시 걸었어.
여태 내게 별 요구도 안한 녀석이 이제와서 갑자기 탁아를? 심지어 어제도 만났는데.
물론 하우스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자실장은 남부럽지 않게 길러냈잖아. 하루아침에 그럴리가.
그런데, 어째서 그 남자가 녀석의 집 쪽에서 걸어온거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도 모르게 다리가 움직였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가슴이 쿵쾅쿵쾅 뛸때쯤, 그것을 보고 말았지.
처음 봤을 땐 비명을 지를뻔 했다.
녀석의 집 앞에는 내 팔뚝정도 되는 크기의 살색의 인영이 배를 감싸쥔 채 옆으로 누워 있었어.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의...
뜯겨나간 귀를 보고서야 녀석임을 깨닫고 조심스레 녀석의 몸을 돌렸지만 보이는 것은 회색으로 물든 두 눈뿐.
녀석은 무슨 짓을 당했는지 독라가 되어선 배만 시커멓게 물든 채 죽어 쓰러져 있었던 거야.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다 비닐봉투 하나를 발견했어.
그럴리 없다며, 말도 안된다며 봉투를 열어보자 적록의 으깨진 덩어리가 운치냄새와 피냄새를 풍겼지.
머리에 번개가 떨어진 느낌이었어. 나는 생각조차 않고 녀석의 자실장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는 돌에 머리가 으깨져 있었어. 하나는 하우스 째로 뭉개져 있었어. 하나는 신발에 밟혀 짜부라져 있었어.
하나, 마지막 하나는 어디에? 아닐거라고 되뇌면서도 시선은 진작에 봉투안의 덩어리에 꽂혀 있더라.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어.
어째서? 나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탁아하기엔 내가 가난해서? 의미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
"치이이..."
그때 옆 수풀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어. 수풀을 들춰보니 자실장 하나가 엎어져서 신음하고 있었다.
다리도 꺽이고 잔 상처도 많은 것이 상태가 안 좋아서 에너지드링크를 꺽인 다리에 뿌리고 입가에 흘려넣어주었어.
잠시 후 조금 회복되었는지 자실장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는 싸늘히 식어버린 녀석에게 달려갔지.
"테찌이이이! 테찌이이이!"
자실장은 울며불며 녀석의 몸을 조막만한 손으로 문지르기도, 입으로 호호 불기도 했지만 떠난 이는 말이 없었어.
뒤늦게 켠 링갈앱에는 마마, 일어나테치. 더 착한 아이가 될테니 일어나테치같은 애원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자실장이 어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걸렸어. 어쩌면 차가운 바람이 자실장을 억지로 이해시킨 걸지도.
녀석은 문득 나를 보더니 부들부들 떨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설명하려 애를 썼어.
마마가 자매들을 단장해주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마마의 손에 안겼는데 큰 닌겐 발소리가 들렸다.
앗 하는 순간 공중에 떠올랐는데 나무줄기가 내게 와서 날 때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매들은 죽거나 사라졌다.
마마는 닌겐에게 옷이 찢기고 머리가 뜯겼다. 닌겐은 마마의 배를 걷어찼다. 한번 두번 세번... 계속, 계속.
나는 마마를 도와야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아파도 소리내지 못했다. 그렇게 닌겐을 보고만 있다 정신을 잃었다.
그래, 녀석의 일가는 아무 잘못도 없었어. 다른 실장석의 잘못에 휘말려 일가실각 당하고 만거야.
자실장은 전에 녀석이 그랬던것처럼 말꼬리를 흐리더니 한층 더 격렬하게 몸을 떨어댔어.
적록의 두 눈에는 공포가 아로새겨져 나를 비추고 있었어. 녀석의 다리를 타고 녹색의 점액이 주륵 흘러내렸지.
나는 착잡한 눈으로 녀석을, 자실장을 볼 수밖에 없었어. 이 다음에 자실장이 할 말이 무엇인지 알기에.
"니.. 닌겐, 닌겐사마는 착한 닌겐사마테치. 와타치, 와타치를 죽이지 않는테치."
자실장은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을 하더니 이내 몸을 떠는 것을 멈추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어.
"마마도 죽고 자매들도 죽은테치. 와타치는 혼자테치. 아직 아이인데도 혼자테치."
자실장은 적록의 진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훌쩍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말을 이었어.
"마마가 말한테치. 아이 혼자선 쫓기는 테치, 찢기는테치. 먹히는테치. 그러니 와타치를 닌겐사마의 자로-"
"미안. 널 받아줄 수 없어."
내 말에 자실장은 목이 꺽일듯 세게 고개를 쳐들고는 서서히 인상을 찌푸리며 치이이 신음을 흘렸어.
"대신 널 도와줄게. 여기서 살 수 있도록, 어른이 될 때까지 도와줄게."
자실장은 한참을 서 있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내 제안을 받아들였어.
나는 시체를 수습하고 그나마 하우스 안에 남은 것들을 모아서 주변의 다른 수풀에 녀석과 함께 놓아두었어.
다행히 편의점 주변에서 새 골판지를 가져올때까지 자실장은 무사했어. 그저 부들부들 떨며 애처롭게 날 볼 뿐.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내가 도와줄테니 걱정말라고, 네 마마처럼 훌륭한 친실장이 되라고 격려했어.
그러나 나는 자실장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했어.
일에 치여 돈에 치여 사는 삶에 실장석조차 도울 시간이 없었고 뭘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
이따금씩 내가 가져다 준 먹이냄새에 성체가 덤벼들었단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방해였다.
그럼에도 자실장은 꿏꿏히 살아남았어. 몰래 다른 실장석을의 행동을 관찰하고 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연명했지.
자실장은 처음엔 나를 만날때마다 반쯤 광란상태가 되어 길러달라고 편해지게 해달라고 애원했어.
하지만 성장해가며 기대를 접었는지 어느 순간부턴 한탄만을 늘어놓았지.
어른들이 너무 무섭다. 먹이가 너무 부족하다. 마실 물도 귀해 너무나 몸이 가렵다. 테치테치.
중실장이 되어서부터는 한탄에 다른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어. 간단히 말해서 원망이었지.
와타시는 항상 힘들고 아프다. 어째서 다른 자들만 행복한 것인가. 마마는 왜 죽어버린 것인가. 테스테스.
마마가 알려준 지식은 쓸모 없고 물려준 물건은 작고 가치가 없다! 테샤! 테샤아아!
나는 그럴때마다 녀석을 타이르려 했지만 그때마다 그럼 길러달라고 말했기에 뭐라 말도 꺼내지 못했어.
녀석은 끝내 성체가 되지 못했어.
어느날 내가 찾아갔을때 녀석은 몸이 두동강이 나서 겨우 숨만 붙은 채 나에게 손을뻗었지.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 소용도 없이 적록의 자국만 내 옷에 묻어났어.
녀석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조차 못하고 그저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태어나기 싫었다고 말하다 죽어버렸어.
나는 한참을 녀석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있다가 녀석을 두곤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버렸지.
벌써 수년은 된 일이야. 그 사이는 나는 결혼까지 했고, 저번주에 곧 부모가 될 것이라고 확인 받았지.
기뻐해야될 일이건만 나도 배우자도 환하게 웃지 못했어. 가난의 굴레는 끈덕지게 우리에게 들러 붙었지.
노력도 하고 온갖 방법을 짜내었만 티끌을 아무리 모아도 바람 한번에 흩어져 간데 없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상황이 악화되었다 느껴지는 날마다 난 녀석의 꿈을, 악몽을 꾸게 되었어.
꿈 속에서 나는 벤치에 앉아 있었어. 어째서인지 부모님을 떠올리며 말이야.
그러면 독라가 되어 배가 거멓게 물든 그 녀석이 와서는  같은 말만 반복해서 말하는거야.
"사는게 너무 힘든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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