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파킨 (ㅇㅇ(14.47))


실험체 토시아키가 깨어났다.

“일어났나?”

“여, 여긴……?”

나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오른쪽 테이블 위에 앉아 있던 미도리를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도리는 테츙- 하며 얼굴을 붉히곤 나를 올려다본다.

예상대로 토시아키는 자신이 묶인 의자를 바닥에서 뽑아내기라도 할 것처럼 들썩이며 소리를 지른다.

“저, 저, 똥벌레가! 어디서 아첨이야?”

“아첨?”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었다는 기묘한 쾌감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억눌렀다.

“애교부리는 걸 말하는 건가?”

“그래 이 애호파 새끼야! 저 똥벌레들 아첨이나 받으면 좋냐?”

“좋지. 개나 고양이도 하는 일이고, 연인끼리도 하는 일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일이기도 하지.”

“병신새끼…… 너 직1스충이냐?”

“직1스? 실장석과의 성관계를 말하는 건가?”

“그래 이 변태새끼야!”

“우호, 친교, 애정…… 그런 표현이 어째서 성관계로 직결되는 거지? 자네 설마……”

아, 입꼬리를 억누를 수가 없다.

“친구가, 없나?”

욕설이 심해진다. 몸을 앞뒤로 마구 비튼다. 하지만 애초에 콘크리트에 깊이 박힌 구조로 만들어진 의자가 사람의 힘으로 뽑힐 리 없다. 그를 묶은 결박도 전기톱이라도 들고 오지 않는 이상 끊을 수 없고.

“사람과 교류해본 적이 없으니, 상상할 수 있는 관계라곤 가장 자극적인 성관계뿐인 것 아닌가. 애초에 실장석과의 관계에서 직1스를 상상해내는 시점에서……”

나는 일부러 말을 끌었다.

실험체, 토시아키의 얼굴에 공포가 떠오른다. 그는 지금 귀를 막을 수 없다.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자네야말로 직1스-”

“아아아아아아!”

토시아키는 미도리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른다. 토시아키는 큰 소리를 질러 자신의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막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테에에엥-”

이런. 미도리가 탈분했다. 이 아이의 작은 위석에 금이라도 가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나는 미도리의 팬티를 벗기고 똥을 찬찬히 닦아냈다. 미도리는 진정되었는지 히끅히끅 거리다 다시금 테츙-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린다.

“흠, 하지만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긴 하겠지.”

나는 미도리의 똥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미도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한움큼 들어보렴, 미도리.”

미도리는 시키는대로 한다. 나는 미도리를 조심스럽게 받쳐들고 토시아키 앞으로 향했다.

“너, 뭘……?”

“자, 미도리, 있는 힘껏 던지는 거다!”

“이 개섂꺄! 너 투분했다간 독라달마로 만들어서-”

찰박.

조그마한 초록 똥덩어리가 토시아키의 왼쪽 눈에 튀었다.

불쾌감, 쓰라림, 분노로 토시아키는 비명을 지른다.

물론 그는 묶여 있기에 손을 들어 나와 미도리에게 보복할 수도, 눈을 닦을 수도 없다. 게다가 나는 실험체의 눈을 세척해 줄 생각도 없다.

“열심히 눈을 깜박여보게. 거짓 눈물이 좀 나오면 똥도 밖으로 나오지 않겠나?”

미도리는 그 광경을 보며 테프프픗- 하고 웃었다.

“똥닌겐이 노예가 된 테치! 주인님 감사한 테치!”

“그래, 착하구나.”

“이제 노예를 마구 부려도 되는 테치?”

“아니, 이 노예는 오락용으로 쓰자꾸나.”

“테에…… 알겠는 테치. 주인님의 지혜는 무궁한 테치.”

나는 다시 미도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도리가 진정이 좀 되자, 토시아키도 진정됐는지 간신히 고개를 든다. 침을 질질 흘리며.

“이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

그는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애호파 새끼들은 다 이 모양이지. 자발적 노예가 됐으면서 노예인 줄도 몰라…… 지금 저 똥벌레가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면 그러지 못할걸?”

“미도리가 속으로는 나를 편리한 먹이 공급원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건가?”

“뭐……?”

“미도리의 힘은 인간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하네. 반면 내 힘은 실장석에 비하면 무한에 가깝지. 그런 실장석이 뒷담화를 하든 뭘 하든…… 힘의 실질적 차이가 바뀌진 않는다네. 굳이 내가 실장석들의 뒷담화에 분노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다. 웃으면 토시아키는 또 눈치채고 소리를 질러댈 것이다.

“자기가 실장석에게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말일세.”

“……궤변이야 시발노마.”

흠, 내성이 생기는 모양이다. 실험 패턴을 좀 바꿔볼까.

“그런데 대체 애호파라는 건 뭔가?”

질문을 던져보자.

“학대파의 반댓말이지 뭐냐 빡대가리야.”

걸려든다. 뇌 용량이 실장석 정도인 게 아닐까.

“학대파? 뭔가 조직 이름 같군.”

“조직이 아니라…… 어휴, 그냥 똥벌레 싫어하면 그게 학대파고, 너처럼 노예가 되면 애호파고 그런 거지.”

“나는 딱히 다른 사람들과 모임을 갖지는 않네. 실장석을 주제로 교류를 하지도 않고.”

“파라는 건 그냥 비유야 미친놈아! 너희 애호파에 맞서서-”

“아, 잠깐, 잠깐.”

나는 토시아키의 말을 끊었다.

“맞선다니, 뭔가?”

“그러니까, 너희가 똥벌레들을 애호하는 바람에 생긴 악습들을-”

“그런 거에 맞서서 싸운다, 그런 건가?”

토시아키는 끄덕이려 한다.

그 전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연출된 웃음이지만 옆에 있던 미도리가 뭣도 모르고 테프프픗, 따라하자 토시아키의 얼굴이 붉어진다.

“카하하핫! 맞서 싸운다? 아니 무슨 애새끼들 만화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가? 그럼 자네 같은 사람들은 실장석을 괴롭히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세상의 정의를 실현한다고 생각한다는 건가?”

크흑흑흑, 나는 웃음과 울음이 기묘하게 뒤섞인 소리를 내다가, 정색했다.

“토시아키군, 세상에서는 말일세, 그런 걸 찐따라고 부르네.”

“그런 말 쓰지마!!!!! 개섂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세로 분노를 터트린다.

“그건 인간이라면 쓰지 말아야 할 최악의 욕설이야! 사람을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소시오패스들의 언어라고!”

무슨 위키에서 나올법한 말을 지껄인다. 너무 전형적이어서 재미있다.

“자네들은 마치 애호파라는 사람들과 맞서 싸우듯이 이야기하지만, 생각해보게. 우리가 다수의 정상인일세. 자네들은 그냥…… 소수의 미친 사람들이지. 자네들에게 공감해주는 건 자네들뿐이잖은가?”

“그만하라고!!!”

나는 미안하네, 하며 웃음을 그쳤다.

이번에는 부드러운 어조로,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왜 그렇게 실장석을 싫어하는 건가?”

“주제도 모르고 인간 위에 서려고 하니까 그렇지! 요구하는 건 또 얼마나 많고! 무상의 행복은 없어!”

“있네, 토시아키군.”

나는 품에서 고급 실장푸드를 꺼냈다. 그리고 미도리에게 주었다. 미도리는 테치테치 소리를 지르다가 실장푸드를 받아 먹는다.

“봐봐, 감사 인사도 없-”

“말로 표현된 감사까지 한다면 좋겠지. 하지만 토시아키군, 무언의 감사라는 것도 있다네.”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따스한 감각.

“아마 자네는 못 느껴봐서 믿질 못하는 것 같지만.”

토시아키는 한껏 힘을 줘서 나에게 비웃음을 날린다.

“하! 그래, 그렇게 하니까 우월감을 느끼냐? 인싸새끼야?”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인싸, 아싸…… 이보게 토시아키군, 인싸들은 말일세, 농담할 때 빼곤 자신들을 인싸라 부르며 장벽을 치지 않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서 아싸라는 벽을 세우는 건…… 아싸들 뿐일세.”

아싸찐따라고 할 뻔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테니 억누른다.

“무슨 소리야! 인싸들이 얼마나 아싸들을 배척하는데!”

“아싸라서 배척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서 꺼려지기 때문에 멀리한 것뿐일세. 그런 사람들끼리 인터넷에 모여서, 이름 붙인 게 아웃사이더 아닌가.”

“닥쳐!”

저 말이 나왔으면 실험은 거의 끝난 것이다. 마지막이니 마구 퍼부어주자.

나는 손가락을 들어 미도리의 키를 쟀다. 한뼘도 되지 않는다.

그 손가락을 그대로 토시아키 앞으로 향했다.

“자네는, 한뼘도 되지 않는 생물체에게 우월함을 매번 확인받지 않는 이상 자신이 인간이라는 확신도 못하는 건가?”

욕설을 무시하고 고급 실장푸드를 들어 토시아키의 발치로 던진다.

“고급 실장푸드는 한 봉지에 12만원일세.”

“그래, 비싸잖아!”

“성체 실장은 이걸로 6개월을 먹네.”

토시아키는 입을 멍하니 벌린다.

“한 달에 2만원씩 든다는 말일세. 자실장은 12개월, 엄지나 구더기는 24개월까지 먹을 양이지. 자실장을 키우면 1년을, 엄지나 구더기는 2년을 먹일 양일세. 물론 고급은 유통기한이 있으니 그만큼은 안 되겠지만, 어쨌든.”

나는 씁쓸한 어조로 물었다.

“자네들은 그걸 비싸다고 하는 건가?”

“그, 그건……”

“그냥 자네들이 백수여서 그런 것 아닌가?”

“아니야…… 쟤들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자네는 도움이 되고?”

“나는 인간이야! 똥벌레보다 훨씬……!”

“자네가 내뱉는 말이 자실장의 테치테치 소리보다 기쁨을 주던가? 자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을 생각해보게.”

“닥쳐!”

“정말 사람들이 실장석을 더럽다고 피하던가? 아니면 실장석을 노려보던 자네를 피하던가?”

“닥치라고!”

“실장석을 보며 귀엽다던 사람들이 훨씬 많을 걸세. 그런데 자넨…… 거울이라도 가져다줘야겠는가?”

“씨이발 닥쳐어어어어어어!”

토시아키가 갑자기 멈춘다. 컥컥, 하며 눈에선 피눈물을 흘리고, 입에는 거품을 물며 부르르 떤다.

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푹, 숙인다.

부리릿 부리릿하는 소리가 나더니 의자 아래로 갈색 물이 뚝뚝 떨어진다.

"……자네 탈분하는 게 꼭 실장석 같군."

내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성체실장 하나가 들어왔다.

“주인님, 실험이 끝난데스.”

“음, 사인은?”

“심장 파열인데스.”

이 방에는 안에 든 생명체를 실시간으로 스캔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 있다.

“오호, 마치 실장석의 파킨 같구나.”

“……그런데스.”

그럴 수밖에. 실장석을 학대하거나 학살한 사람은 심장이 점차 위석화 되어 간다. 토시아키는 상당히 중증으로, 그의 왼쪽(토시아키 기준) 눈동자는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른쪽 눈까지 붉어졌다면 아까 투분을 받았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켰을지 궁금했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게 충혈된 눈, 피눈물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이제야 진실된 눈물을 흘리는구먼.”

“주인님, 주인님.”

“음? 왜 그러냐, 치이코?”

“실험체 2호는 안구까지 변화가 진행된 데스. 동족의 피비린내가 씻겨지지도 않는 드문 개체인 데스.”

“그렇구나. 한 시간 휴식했다가 바로 진행하자.”

“알겠는데스.”

국가 비밀 기관, 잉여인간처리대책연구소는 오늘도 그렇게 자칭 ‘학대파’와 ‘학살파’들의 비명과 함께 데이터를 쌓아나간다.

실장석 바로 밑에 얇게 깔려 있는 그 계층을 지워,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