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
예전에는 마을로 내려오기도 하던 산실장도 요즘은 거의 안 보이게 되었다....
2정(町) 아래의 길부터 밭을 끼고, 담벼락이나 생울타리조차 없는, 그런 우리 집은 한가로운 벽촌.
가을 10월 첫째 날, 마당 구석에 있는 커다란 금목서가 일제히 향기를 발하기 시작한다.
이 향기를 신호로 우리 동네는 이 무렵에 추수 준비가 시작된다.
달콤한 향기에 마음이 들떠 창고의 콤바인을 점검하려고 마당으로 나와보니...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금목서 둥치에서 서성거리는 실장석 한 마리.
달콤한 향기의 출처를 찾는 듯 얼굴을 위로 들고 코를 킁킁거린다.
내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눈이 마주친다.
데스ㅡ
위를 가리키고 다시 킁킁.
데스ㅡ♪
딱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볼일은 없기에 내버려 둔다.
다음 날, 논 가장자리의 구덩이에 버렸던 채소 찌꺼기 등을 끌어안은 실장이 아직 금목서 아래에 있었다.
데스ㅡ 짭짭... 킁킁 데스ㅡ♪
질리지도 않고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
보아하니 금목서의 달콤한 향을 반찬 삼아 음식을 즐기는 모양이었다.
향기의 대가를 내놓으라고 하면 멋이 없으려나....
조상이 심은 금목서, 비에 지기까지 잠깐의 달콤한 향기를 성대히 베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