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두루마리 공원에서는 공원 환경 미화 작업이 한창이다.
환경미화 작업이란 정기적으로 연초에 시행하는 공원 청소로,
주로 포함되는 업무는 공공 화장실 청소, 실장석 운치굴 메우기,
골판지 철거 및 소각 등이다.
이 작업에서는 굳이 실장석을 구제하지 않는데,
연초. 즉, 한겨울에 골판지를 철거당하고 운치굴을 메워진 실장석이
봄까지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철거당하는걸 보면서도
실장석들은 반항할 엄두도 내지못한다.
철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허리춤에 실장석 대가리(로 보이는 조형물)을 달고 있기 때문에,
동족을 학살하고 머리를 수집해서
주렁주렁 달고다니는 학대파에게 덤빌 실장석은 없기 때문이다.
극도의 분충이거나 실장석을 초월한 용기있는 개체가 아닌 이상.
J는 오늘의 스무번째 골판지를 뒤집었다.
"덱!" "테갹!" "테치!" "렛!" "레후.."
이번 골판지에 살던 실장석 일가는 꽤나 가족간에 애정깊은 일가였는지,
엄지와 구더기조차 운치굴로 보내지 않고 키웠던 모양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사람이 버리고 간 스티로폼 조각등의 보온재가
주변에 어지럽게 떨어진다.
날벼락을 맞은 친실장은 겨울의 칼바람에서 자들을 보호하며
J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난다.
경험있고 현명한 친실장은 아는 것이다.
지금 인간에게 대들어봤자 죽음뿐이다.
겨울에 맨몸으로 맞서는 것도 죽을 확률이 높지만,
인간에게 덤비면 확실한 죽음이다.
친실장은 약간이라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쪽을 택했다.
그것도 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보호하면서.
애호파가 봤더라면 눈물을 폭풍처럼 쏟았겠지만,
아쉽게도 J는 정해진 돈을 받고 정해진만큼 일하는 무관심파 용역이었다.
"테! 테치! 테테치!"
가장 덩치가 큰 자실장.
아마 장녀일 자실장이 무언가 깨닫고 친실장에게 외친다.
구더기 막내챠가 하나 모자라다.
"데! 데뎃스? 데스!"
친실장은 당황해서 두리번 거린다.
친실장의 눈에 골판지 박스를 뒤집을때 채 떨어지지 않은
구더기 하나가 골판지 안쪽 벽에 있는 것이 보인다.
골판지 틈새에 끼인채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마마와 자매들을 찾으며. 색눈물을 흘리며.
"레! 레후! 레후우!"
친실장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손쓸 방법이 없었다.
눈물을 삼키며 친실장이 돌아서려는 그때,
"텟치! 테테챠아!" "데! 데후아!"
차녀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친실장은 뒤늦게 당황해서 말리려했지만,
겨울만 지나면 성체가 되어 독립할 정도로 자란
자실장,
거기다 평소에 재빠르고 행동력이 있는 차녀를 막기엔 너무 늦었다.
J의 발밑까지 뛰어온 차녀는 열심히 J에게 외친다.
"텟치! 테테찌! 테치테치 테치아!"
닝겐상 집을 돌려주시는테치. 겨울인테치.
집이 안된다면 우지챠라도 돌려주는테치.
집에 우지챠가 남아있는테치.
자실장의 한계를 초월한 용기를 짜낸 차녀.
열심히 인간에게 호소한다.
애호파가 봤다면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질 장면.
하지만 J는 무관심파며, 링갈도 없다.
J는 자실장 하나가 자신의 발밑으로 다가와서 뭐라고 외치는걸 들었다.
평소 TV에서 흔히 나오는 들실장의 생태에 관한 다큐에서
그들의 이기심과 흉포함에 대해 많이 본 J는,
으레 흔한 분충발언이겠거니 하고 허리춤의 제압봉을 빼든다.
끝부분에 강력한 전압을 걸어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게 하는
대인용, 대실장용 제압봉은 공원 미화 작업을 하는 인부들에게 지급된다.
J는 자실장에게 길쭉한 제압봉을 갖다대고 스위치를 누른다.
"테?"
ㅡ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ㅡ
"테삐챠기이이이이이이익! 테케뵤오오오오오오! 찌기이이이잇!"
마음약한 사람이라면 자실장을 무력화 시킬 정도로만 했겠지만,
J는 고지식한 사람이라 매뉴얼에 적힌대로 5초를 채웠다.
연약한 자실장의 내부까지 고전압 전류가 확실히 태워버리기에 충분하게.
풀썩 하고 차녀가 쓰러진다.
숨만 겨우 붙은 차녀는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 어미를 찾아 손을 뻗는다.
그러나 차녀의 눈에는 자신을 버리고 뒤돌아서는 어미가 보인다.
'기다리는테치.. 버리고 가지 마는테치.. 와타치 살아있는테치 마마...'
친실장이 멀어져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된지 조금 뒤.
파킨 하는 건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들실장에게 용기는 사치다.
그런 한 겨울날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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