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실장석 하나가 "데씨데씨" 거리며 다가왔다.
여느 분충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화가 난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링갈을 켰더니
"와타시가 대체 뭘 잘못한데샤아아아!!!"
라며 포효했다.
“왜 그러니?”
“학대파 닌겐이 와타시의 자를 가져간데스!!! 그것도 모자라서 와타시의 보존식을 큰 통씨에
넣어버리고 집을 다시 못쓰게 부서버린데스! 데샤악!“
“그래.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너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겠구나. 그런데 왜 나한테 그러니?”
그렇다. 분충이든 아니든 공원의 실장석이라면 학대파의 손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그저 잘 숨는 게 유일한 방법. 걸려 버리면 끝장이니까.
억울한 건 알겠는데 왜 나한테 갑자기 와서 이러는 걸까?
“데샤아아악! 똑같은 닌겐아닌데샤!!! 책임 지란데스! 많이는 안 바라는데스! 와타시의 보존식과 집만이라도 보상 해달란데스!“
“싫어.”
“데갹! 와타시가 뭘 잘못했는데 이러는데스! 매일 햇님씨가 얼굴 내밀기도 전에 밥을 구하러 나간데스! 밥을 구하면 가장 맛있는 부분을 자들에게 준 데스! 달님씨가 세 번뜨고 난 다음날은 꼭꼭 와타시의 몸과 자들을 씻겨준데스! 오늘은 음식창고씨가 빵빵이라 하루쯤은 자들과 놀아 주려 했던데스! 그런데! 와타시의 모든 것을 앗아간데샤아! 와타시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이게 무슨일인데샤! 말해보는데스! 와타시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데스?!”
“시끄러워”
“데에?”
저 몸집에 소리도 크고 짜증난다.
“잘못이 있지, 왜 없어. 아무 상관도 없는 나에게 와서 화냈지, 시끄럽게 굴었지, 그리고 너 냄새나서 머리 아파졌어.”
“데에! 그건...! 테복!”
실장석을 푸짐하게 밟아준다. 더러운 머리카락을 뽑아주고 옷까지 찢어버리려 했지만
너무 더러웠고 똥투성이기에 봐줬다.
세상을 잃은 듯 악을 쓰며 울기에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타일러줬다.
“데에...데끅...데끅”
“자, 잘못을 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자...잘못한데스우... 죽을 죄를 지은데스우...데엥...”
“그래. 착하다. 이젠 잘못 저지르지 말고 열심히 살아~”
손도, 신발도 더러워졌다. 슬슬 집에 가려는데
“데덱! 똥닌...닌겐사마! 와타시 거의 독라가 된데스! 이대로면 와타시는...!”
나는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며
“잘못”
“뎃데!!!”
그대로 녹돼지는 입을 다물었다. 몇 걸음 걷자 뒤에선 여러 마리의 실장석의 위협 소리와 씹는 소리,
한 실장석의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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