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굶었다. 친실장도, 자실장도. 추자였던 엄지와 구더기마저 알뜰하게 아껴먹었음에도 지금은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다. 운치를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십수번을 반복했더니 더 이상 나오는 운치도 없다.
그러나 아직 먹을 것은 있다.
아직도 자실장인 차녀는 물론이고, 이미 말투가 테스로 바뀐지 좀 된 장녀마저도 언청이 입에서 새어내리는 슬라임 같은 침을 애써 꼴깍 삼켜대며 그것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지금처럼 건조하고 추운 계절 - 겨울씨의 습격으로 인해 물조차 구하기 어렵다. 친실장은 입을 꽉 닫으라고 강조했지만, 역시 기형적인 구조의 입으로 그러라는건 과한 욕심이 아닐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 일가는 며칠이나 굶었고, 바닥을 드러낸 보존식 창고 밑바닥에서 친실장이 꺼내든 최후의 그것은 두 자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콘페이토. 그것도 자실장 뚝배기만한 사이즈. 특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크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달콤한 행복의 덩어리를 보고도 장녀와 차녀가 달려들지 않는 것을 보면 친실장이 솎아내기는 확실히 한 듯 하다. 극심한 허기 속, 꾸르륵거리는 분대를 움켜쥐면서도 적녹의 두 눈을 반짝이며 그들은 콘페이토를 동경하듯 바라보고 있다.
비닐로 잘 포장된 콘페이토. 모든 실장석이 껌뻑 죽는다는 핑크핑크한 빛깔 - 정확히 말하자면 벚꽃 색 - 의 콘페이토. 여름의 열기에 살짝 녹아내린 흔적이 있지만, 어차피 원래 모양도 울퉁불퉁해서 여간해서는 티가 안나는 완벽한 콘페이토. 자들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차녀챠... 와타시를 때려보는 테스..."
비록 힘이 없어 조곤조곤 말하지만, 확실히 알아들을 수는 있게 장녀가 말했다. 장녀는 지금 이 상황이 자신의 행복회로가 만들어 낸 환상인지 의심되었다. 어떻게 저런 보물이 뜬금없이 자기네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올 수 있냐는 거다. 사실 지난 밤에도 스테이크와 스시를 잔뜩 먹는 꿈을 꾸었다.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 꿈에서도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고 먹었다는 사실만 기억날 뿐. 그렇게 꿈에서 깨어난 장녀는 현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지만, 친실장과 차녀가 물 씨가 나왔다며 양 쪽에서 달라붙어 쪽쪽 빨아먹었다. 그만큼 절박한 것이 이 일가의 상황이었다.
"테븃-!"
차녀가 옛날에 엄지 후드려패던 힘을 겨우 쥐어짜내어 장녀에게 한껏 죽빵을 갈겼다. 장녀의 부탁이기 때문에 한 일이지만, 개인적인 감정이 실려있다고는 말 못한다. 하기야, 장녀가 요 며칠간 계속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면 그 누구라도 차녀와 똑같이 할 것이지만. 덕분에 거하게 얻어맞은 장녀는 자신의 뺨이 얼얼한 것을 깨닫고는 눈 앞의 별사탕이 진짜라는 것을 확신했다.
"마마, 진짜 콘페이토인 테스우?"
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녀와 차녀는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우마우마다. 우마우마지만 우마우마 중 특히 맛나다는 아마아마이다. 아마아마한 것. 아마아마한 꿈. 아마아마한 행복......일까? 영특한 편인 차녀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아직 겨울 씨가 세레브한 와타치에게 메로메로되어 물러가주기 전까지는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 머리만한 콘페이토라 해도 저걸 먹으면서 그 때까지 버틸 수는 있을까?
"테에에... 마마... 혹시 최후의 만찬인 테치? 막판 스퍼트 테치?"
"바보같은 소리 집어치우는 데스. 이건 함부로 먹어서는 안되는 매우 소중한 것인 데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데스."
친실장은 크게 한숨을 내쉰다. 콘페이토의 역사만큼이나 묵어있던 그 한숨이다.
"...이 콘페이토는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아무튼 매우 옛날옛날부터 전해내려온 일가의 소중한 보물 데스요."
친실장이 말해준 콘페이토의 역사는 이러했다. 사육실장이었던 이 일가의 (세대로 따지면) 먼 것 같으면서도 (년 수로 따지면) 의외로 가까운 조상이 멋대로 자를 가져 주인에게 쫓겨날 당시 그래도 정은 들었는지 작별의 선물이라고 받은 특제 콘페이토. 주인이었던 남자는 사육실장이 공원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들실장이 시비를 걸면 이것을 주라고 했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뇌물 격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다행히 당시의 공원은 풍족했던지 사육실장은 기적적으로 이것을 사용하는 일 없이 공원에 무사히 정착하여 지금까지 대가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이 콘페이토를 사육실장은 주인과의 인연을 이어주는 그 특수한 무언가라 여기고는 일절 손대지 않고 소중히 간직했다. 그것의 자들이 독립할 때가 되자 사육실장은 그 중 제일 똑똑한 자 - 일가실각 안 당할 만한 자 - 에게 그것을 물려주었다. 그 자는 또 자신의 자에게 물려주었다. 이것이 이어져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사족 : 콘페이토는 설탕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시간이 지나도 상하거나 썩지 않는다.) 그러나 콘페이토의 역사는 오늘 친실장에 의해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을 보스 상에게 가져가 다른 먹을 것으로 바꿔오는 데스."
이 공원의 현 보스는 단 것이라면 미칠듯이 좋아한다. 가끔 들실장들이 애호파가 뿌리는 콘페이토를 여러개 받아다 보스에게 바치면 다른 먹을 것이나 독라노예 등으로 바꿔주곤 하였는데, 이 한겨울에도 풍족하게 지내는 보스에게 이 커다란 콘페이토를 바치면 봄이 올 때까지 버틸만한 양의 도토리, 실장푸드, 물, 독라달마 자판기를 받고도 남을 것만 같다. 일가 대대로 내려온 가보이긴 했지만... 친실장은 굳게 결심했다.
"와타시에겐 가보도 소중하지만, 장녀챠와 차녀챠 너희들이 제일 소중한 보물인 데스."
"마마..."
두 자매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이제 더는 눈물을 핥아먹을 필요는 없다. 고생하던 나날은 이제 저만치 물러가고,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행복만이 멀리서 일가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스테이크, 주인님, 분홍 드레스, 마카롱, 흑발의 자, 세상을 가득가득...
"그럼 다녀오는데스."
차녀에겐 골판지 밖은 위험하므로 혼자서 집을 보게 했다. 어차피 지금같은 때에는 밖에 돌아다니는 닌겐도 없고, 동족의 습격에 대비해 골판지에는 일종의 잠금장치도 있다. 보스가 보상으로 준 식량이 많을 때를 대비하여 장녀는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배낭을 메듯 비닐봉지를 양 어깨에 걸치고, 그 안에 소중한 가보를 넣었다. 차녀가 골판지 안 낙엽속에 파고들어간 것을 확인한 친실장은 장녀와 같이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며 보스의 골판지로 향했다.
"데... 데에에... 저게 뭐인데스..."
아무래도 보스를 찾아갈 생각을 한 것이 친실장 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미 보스의 대형 골판지 앞은 아껴둔 콘페이토, 초콜릿, 약간 남은 음료수 페트병을 들고 식량과 바꾸러 온 들실장들로 참산참해를 이루었다. 녹색의 물결이 우글거렸으나, 보스의 경호원들의 통제 하에 묘하게 질서가 지켜지고 있었다. 친실장과 장녀는 재빨리 줄의 맨 뒤에 섰으나, 곧이어 다른 들실장들도 몰려들어 일가의 뒤로 쭉 늘어섰다.
이러면 곤란해진다. 앞에 있는 실장들도 이렇게나 많은데, 보스가 아무리 식량을 어마어마하게 쌓아놨다고 한들 친실장의 차례가 오기 전 그것들이 다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보다도 보스 또한 자기 먹을건 남겨놔야 하니 그보다 한참 전에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걱정하는 친실장 앞에 한 차례 소동이 일어났다. 두건이 없는 한 들실장이 골판지 입구에서 끌려나와 내던져졌다.
"이러는게 어디있는 뎃샤아아아아아!!! 콘페이토 하나에 고작 실장푸드 두 알이라니 이게 무슨 창렬인 뎃샤아아아아아!!!!!!"
경호실장도 이에 지지 않고 맞받아친다.
"창렬은 오마에인 데스! 콘페이토 하나를 자판기 하나로 바꿔달라니 코로리라도 한사발 들이킨 데스? 평소 같았으면 오마에를 자판기로 만들었겠지만 지금 몰려든 실장이 많아서 이정도로 봐주니 썩 꺼지는 데스!"
물론 저 분충의 잘못도 있지만, 보스 쪽의 조건도 여름에 비해 시세가 너무 변했다. 친실장은 긴장했다. 하지만 지금 가지고 온 콘페이토는 보통 콘페이토의 수십 배는 될 크기이다. 보통 콘페이토가 실장푸드 2개라면 이 정도 크기의 콘페이토는 꽤 풍족한 양이 될 것이었다. 친실장과 장녀는 다시 희망을 가졌다. 저 폭리에 오히려 앞에 있던 들실장들 다수가 투덜대며 줄에서 나와 발걸음을 돌렸다. 게다가 친실장의 차례가 올 때까지 보스가 모아둔 식량도 충분히 남으리라. 장녀는 어느새 행복회로를 가동하여 보스가 스테이크로 바꿔주는게 아닐까 하며 침을 흘렸다.
어느덧 차례가 되어 보스의 골판지 안으로 영광스런 첫 발걸음을 내딛는 친자. 보스의 거처는 일반적인 종이 골판지가 아니라 이삿짐 센터에서 흔히 쓰는 커다란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를 여러개 이어붙인 형태였다. 궁전같은 내부 한가운데에 분홍 수건을 왕좌처럼 깔고 앉은 보스실장은 손짓 하나만으로 친자를 멈춰세웠다. 친실장은 비닐봉투를 내려놓고 자랑스럽게 그 가보를 꺼내보였다.
"!!!!!!!!"
보스도, 경호실장도, 독라노예마저도 모두 거대한 콘페이토의 위력에 압도되어 휘둥그레진 두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특히 보스는 이미 콘페이토에 메로메로되어 체통도 잊고 달려나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비닐에 싸인 콘페이토를 만져보았다.
"이거 실화인 데스우?"
"데프프프, 세레브한 와타시의 일가 대대로 전해지는 가보인 데스."
얼씨구, 자랑이다. 월동준비 제대로 못해서 가보까지 팔러 나온걸 친실장은 자신감있게 말한다. 그러나 보스는 일가 대대로 전해내려온 보물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더욱 신비스러움을 느낀다. 색깔도 크기도 매혹적이기만 한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이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사실에 보스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걸 자신에게 바치다니, 푸드 한 무더기에 물병 하나, 독라노예 둘을 하사해도 모자람이 없겠지만, 다 주긴 아까우니까 독라노예는 하나만 줘야겠다고 보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단내가 풀풀 풍기는 데스우. 가짜는 아닌 것 같은 데스."
비닐을 벗겨 이 콘페이토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 아까 전에도 어디서 주웠는지 콘페이토랑 비슷하게 생긴 하얀 돌을 주워와 사기를 치려 했던 분충을 달마로 만들었었다. 그 분충은 자기도 몰랐다고 억울하다고 울부짖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자의 사정이다. 보스의 언청이 입에도 역시나 침이 흘러내렸다. 한 번만 핥아보자. 이런 귀중한 보물은 겨울 내내 아껴먹을 생각이지만 한 번 핥는다고 양이 크게 줄어들 건 아닌만큼 보스는 혀를 최대한 길게 빼내었다. 그리고는 콘페이토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쓱 훑었다.
"!!!!!!!!!!!!!!!!"
극상의 아마아마. 실장석 3대 쾌락 중 하나인 달콤함 - 나머지는 각각 프니프니와 총구 사이로 물체(운치, 마라, 자 등)가 통과하는 것 - 이 선홍빛 혀 표면의 미뢰를 지나 신경을 타고 보스의 온 몸으로 구석구석 퍼진다. 이 정도면 하늘로 승천해도 눈치 못 챌 정도이다. 그리고 독 성분 또한 식도를 지나 분태를 통해 보스의 온 몸으로 구석구석 퍼진다. 이 정도면 진짜 하늘로 승천할 독성이다. 보스는 쓰러졌다. 피를 토하며 장렬히 쓰러졌다. 극상의 아마아마로도 커버 못 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파킨 소리가 플라스틱 박스 하우스 내에 청명히 울려퍼진다.
"데에에에에에엣!!!!!!"
친실장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소중하게 여긴 가보가 코로리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친실장도, 친실장의 마마도, 친실장의 마마의 마마도... 지금껏 그 추악한 진실을 모른 채 그것을 실장생의 희망의 지표삼아 열심히 살아왔었다. 선조가 한때 사육실장이었다는 증표. 언젠가 그 혈통인 와타시들도 다시 사육실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그것이 보스를 죽였다. 그렇다. 이제 마라되었다.
경호실장들이 보스가 죽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친실장을 쳐다보았다. 보스의 집 안에서 파킨소리가 들리자 구경거리라도 있나 몰려든 다른 들실장들의 주목을 한 번에 받은 친실장은 이제 큰일이 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경호실장이 보스가 죽었다고 소리쳤고, 갑자기 들실장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졸지에 보스 암살범이 된 친실장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고 했다. 박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미 입구는 실장들 틈에 끼어 터지고 밟혀서 찌부가 된 시체들이 즐비했다.
피냄새 운치냄새 풀풀 나는 참상 속에서도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며, 장녀의 손을 붙잡은 친실장은 더 안쪽으로 뛰었다. 경호실장들이 그들을 쫓아왔고, 위기상황에 초실장적으로 향상된 시력이 플라스틱 박스를 이어붙인 벽 아래쪽에 존재하는 약간의 틈을 포착했다. 친실장이나 장녀가 쉽게 통과할 크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친실장은 유일한 희망을 향해 장녀를 이끌었다. 그 약간의 틈 사이로 겨울일지언정 밝은 햇빛이 스며드는 광경은 마치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장녀! 벌리는데스!"
그 틈은 양쪽의 플라스틱 박스 모서리가 각각 안으로 휘어있기에 생성된 틈. 친실장과 장녀가 하나씩 붙잡고 당기면 당연히 틈은 좀 더 커질 것이다. 소재가 플라스틱인지라 한계는 있지만 말이다. 두 실장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당기자, 마치 기적처럼 성체실장도 통과할 사이즈로 구멍이 늘어났다. 친실장이 잽싸게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고, 장녀가 그 뒤를 따르려고 했다.
그러나 일이 생각한 대로만 풀리면 그것이 과연 실장생일까? 친실장이 무사히 밖으로 나왔으나, 장녀는 친실장을 따라나오다 도로 줄어든 구멍에 꽉 끼어버려 역시 실장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을 알차게 증명하고 만다. 방법이 없다. 구멍을 다시 벌리려면 안쪽에서 모서리를 잡아당겨야 하지, 바깥에서 어떻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닌겐이 개입하여 박스채로 뽑아버리면 모를까. 아, 물론 그럴만한 인간이 여기에 있다면 친실장은 진즉에 죽은 목숨이지만 말이다.
"마마! 살려주는 테스!"
친실장이 장녀를 당겨봐도 가망이 없다. 안그래도 며칠을 굶었다. 더 이상 이런 추운 곳에서 에너지 낭비를 하면 집에 못 돌아갈지도 모른다. 굳게 결심한 친실장은 뒤로 물러났다.
"이러다간 우리 둘 다 죽는데스."
"하, 하지만 아까 와타시를 소중하다고 하지 않은 테스!!!"
눈물나는 장녀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은 뒤로 돌아서더니...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마에보다는 역시 와타시가 소중한 데스우!!! 자는 또 낳으면 되는데스!!!!"
버려진 장녀는 배신감에 피눈물을 흘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데시벨이 너무 커서 링갈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테스테스 거리는 소리. 어차피 번역 안해봐도 뻔한게, 친실장을 저주하는 내용일 것이었다. 설마 분노로 잔뜩 일그러진 표정에 탁해지는 두 눈으로 마마에게 꼭 살아남으라고 행운을 빌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상관없었다. 친실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친실장은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들실장이 보스의 집 안으로 달려든 이유. 안쪽으로 도망가는 친자를 경호실장이 쫓아온 이유. 사실 양 쪽 모두 보스에 대한 보복으로 친실장에게 린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보스가 죽었으니 이제 보스 집 내부 식량창고에 쌓여있는 식량은 모두 먼저 집어가는 놈이 임자라는 규칙이 생겨난 것 뿐이었다. 물론 만약 친실장이나 장녀가 눈치가 빨라서 이 사실을 알아내 자기들도 식량을 챙기러 더 안쪽으로 달려갔다 하더라도 수많은 들실장들이 높은 밀도로 붐비는 그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턱없이 적었겠지만, 만일 더 눈치가 빨라서 구석에서 조용히 몸을 피했다가 입구로 빠져나갔다면야 둘 다 살 수 있었을 텐데. 이미 죽은 동족들 시체라도 조금이나마 챙겨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이미 늦었다. 친실장은 가보를 잃었다. 장녀도 잃었다.
그러나 아직 차녀는 있다.
"마마, 다녀온 테치?"
얌전하게 집을 보던 차녀가 친실장을 맞았다. 친실장은 한참을 뛰어온 터라 무척 지쳐있었다.
"장녀 오네챠는 어디있는 테치?"
며칠을 굶었다. 친실장은. 추자였던 엄지와 구더기마저 알뜰하게 아껴먹었음에도 지금은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다. 운치를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십수번을 반복했더니 더 이상 나오는 운치도 없다.
그러나 아직 먹을 것은 있다.
친실장은 언청이 입에서 새어내리는 슬라임 같은 침을 애써 꼴깍 삼켜대며 그것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지금처럼 건조하고 추운 계절 - 겨울씨의 습격으로 인해 물조차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분보충은 이제 충분히 할 것이었다.
차녀. 뚝배기가 한때 가보였던 대형 코로리만한 사이즈. 중실장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크다고 말할 수 있는 그 행복의 덩어리를 보고 친실장은 달려든다. 극심한 허기 속, 꾸르륵거리는 분대를 움켜쥐면서도 적녹의 두 눈을 반짝이며 그것은 차녀를 바라보고 있다.
두건으로 잘 포장된 머리통. 뜯어내면 모든 실장석이 껌뻑 죽는다는 우마우마한 육즙의 고기. 여름의 열기에 살짝 화상이 입은 흔적이 있지만, 어차피 뱃속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은 완벽한 고기. 그것을 맛보는 친실장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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