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자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계절이다.
물론 X크보는 야구가 아니라 예능으로 보는게 맞다고도 하지만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곳은 부산 사직야구장.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노떼 자이언츠의 홈 구장이고
오늘은 홈팀 노떼 자이언츠와 원정팀 럭키 트윈스의 주말 3연전 중 2차전이 열리는 토요일로 많은 관객이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은 홈팀 노떼 자이언츠의 팬인 부산 시민들이었지만 소수의 럭키 트윈스의 열성 팬들은 서울에서 주말을 이용하여
럭키 트윈스를 응원하기 위해 사직 야구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서울 사는 트윈스 팬 애호파 철웅 씨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애호파 답게 이번 원정 응원에도 자신의 사육 자실장 '황족이' 를 케이지에 넣어 SRT를 이용해 대동하고 온 것이다.
주말 동안 황족이를 혼자 집에 남겨둘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오급 호텔의 경우에는 프론트에서 사육실장을 임시로 맡아주기도 하지만 철웅 씨가 묵는 일반 모텔에는
보통 실장석 동반 투숙이 불가능 하기에 철웅 씨는 사육실장 황족이를 사직 야구장까지 데리고 갔다.
물론 객석 안까지 실장석을 동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람객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호파와 혐오, 학대파와의 분란 가능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장석을 동반한 관람객은 입장 시 자신의 사육실장을 보관해야 한다.
노떼 구단에서는 애호파 사육실장들을 위해 무료 실장석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인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동안 실장석들은 넓은 실장석 전용 놀이터에서 전담 아르바이트생의 관리 하에 시간을 보내게 된다.
구단이 애호파라 그런 것일까? 물론 아니다. 껌을 팔아 성장한 그룹의 야구단 답게 가장 먼저 실장석의 부가가치에 주목하고
애호파 팬을 겨냥한 실장석용 유니폼, 실장석용 악세사리 등 각종 굿즈를 출시하여 애호파들에게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제는 경기가 있는 날 사직 야구장 주변에서 O머호, 강X호 등 인기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은 사육실장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어쨌든 철웅 씨는 보관 서비스에 황족이를 맡기고 경기를 보기 위해 입장했다.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라』
『알겠는 테치. 와타시 착한 사육실장인 테치. 얌전히 기다리겠다는 테치』
황족이는 담당 아르바이트 생의 손으로 보관 수조로 둘러싸인 실장석용 놀이터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육실장들이 보관되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난감을 이용해 놀고 있었다.
『테에.. 많은 친구들이 있는 테치. 와타시도 같이 어울려 놀고 싶은 테치..』
황족이는 용기를 내어 공놀이를 하고 있는 한 그룹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한 테치. 와타시는 주인님의 사육실장 황족이인 테치. 여러분과 같이 놀아도 되겠는 테츄?』
재미있게 놀고 있던 자실장들이 흠칫 거리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테프프프』
『니 스울 실장인 테츄?』
『저저저 스울말 쓰는거좀 보는 테치. 테프프프. 가스나도 아니고 낯간지러운 테치』
그 중 덩치가 큰 편인 자실장 하나가 나와서 인상을 쓰며 말한다.
『니 지금 스울실장이라고 유세떠는 테츄? 지방실장이라고 무시하는 테츄? 센틈시티 윽수로 큰 백화점 모르는 테츄?
한번만 더 스울말로 지방실장 무시하면 다리몽댕이를 뽑아서 달마로 만들어삐는 테챠아아아아아!』
갑작스러운 위협에 놀라버린 황족은 빵콘해버리고 황급히 구석으로 도망쳤다.
『테프프프. 스울 분충놈 똥지리고 도망가는거 보는 테치. 마 쫄은테츄?』
『테에에에엥 와타시는 그냥 같이 놀자고 했을 뿐인 테치...』
하지만 이곳은 원정. 보관된 대부분의 사육실장들이 홈, 원정, 선데이 유니폼 등을 입고있는 노떼 팬의 실장석들이었기 때문에
황족의 편은 찾기 힘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O지배 등 극소수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실장석만이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황족이도 한쪽 벽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다른 자실장들이 즐겁게 노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테에에엥. 여긴 너무 무서운 곳인 테치...]
그때였다.
갑자기 웅크려 있던 황족이의 앞에 쿵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떨어졌다.
『테.. 테치? 무엇인 테츄?』
『아 손님. 얘들 먹을거 주지 마세요 다 주인있는 애들이에요』
그것은 먹을거리를 사러나왔던 한 애호파 관람객이 던져주고 간 족발 한 점이었다.
『아마아마한 냄새가 나는 꼬기인 테치. 와타시의 앞에 떨어지다니 운이 좋은 테치. 빨리 먹는 테치
황족이 바로 족발을 두 손으로 들고 입을 크게 벌려 베어 물려는 그 순간..
『오마에』
『테...?』
황족의 앞에는 구더기를 든 친실장이 서 있었다.
『아 주는 데스.』
『??? 테에?』
『아 주는 데스.』
『무슨 말인 테츄? 아 주는게 무슨 말인 테츄?』
『그 아마아마해보이는 고기를 와타시의 자에게 주라는 말인 데스』
『그게 무슨말인 테츄까? 이건 와타시가 주운 와타시의 고기인 테치. 와타시가 먹을 것인 테치』
그러자 갑자기 그 친실장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오로롱 오로롱. 여기 실장들 이것좀 보는 데스야. 이 스울실장이 정이 없어가 와타시의 귀여운 자에게 고기 한점 안내주는 데샤아앗
『그게 무슨 말인 테츄까? 이건 와타시의 고기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떼의 실장석 유니폼을 입은 실장석들이 주위를 둘러싼다.
『아 주는 데스』 『아 주는 테챠아아앗』 『마! 인 테챠아아아앗!』
『아.. 알겠는 테치.. 주려고 했던 테치...』
황족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울며 겨자먹기로 족발을 내주고 구석으로 가서 또 훌쩍일 수 밖에 없었다.
『테에에에에엥 이곳은 너무 무서운 곳인 테치.. 주인님 제발 여기서 꺼내주시는 테치..
한두 시간 후..
『간식 시간이다 얘들아』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큼지막한 사탕 통을 열어 실장석 하나당 사탕 하나씩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구단에서 제공하는 보관 서비스에 제공된 간식인 것이다.
물론 황족에게도 사탕 하나가 주어졌다. 실장석 하나당 하나씩의 사탕이 모두 주어져서 그런지 이번에는 자를 든 친실장이
자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아마아마한 사탕인 테치. 와타시 배가 많이 고팠던 테치. 달콤달콤한 사탕님 너무 좋은 테치!』
구석에 앉아 사탕을 먹기 전 혹시 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 순간 황족의 눈에 놀라운 것이 보였다.
덩치 큰 성체실장 하나가 큼직한 먹이 그릇 하나를 가운데에 쿵 하고 내려 놓더니
『스까 먹을 실장들 얼른 갖고 오는 데샤아아아앗!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른 실장석들도 조금씩 먹고있던 사탕을 가지고 가운데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입 안에서 사탕을 녹이더니 침과 함께 녹인 사탕을 구웨에엑 하면서 그릇에 다시 뱉어내는 것이었다.
『팍팍 좀 스까보는 테칫!』
『다들 빨리빨리 녹여내는 데스!』
그 와중에 황족이의 눈을 더 의심해볼 광경이 펼쳐졌다.
『너무 묽은 데스. 운치를 좀 섞어 걸쭉하게 하는 데스야』
『와타시도 운치 더하는 테칫!』
놀랍게도 실장석들은 사탕을 녹여낸 것에 운치까지 섞어 휘휘 저은 다음 그걸 퍼먹고 있는 것이었다.
몇몇 실장들이 맛을 보더니
『오늘은 좀 싱거운 테치. 죄다 포도 딸기맛만 받은 테츄까?』
『레몬맛 없는 테츄? 레몬맛 받은 참피 없는 테챠아아아앗!』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갑자기 그 중 한 성체실장이 황족이 쪽을 노려보더니
『오마에 레몬맛 아닌 데스우? 퍼뜩 안가오고 뭐하는 데샷! 오마에 붓싼실장 아닌 데스까!』
하니 몰려있던 모든 실장들이 갑자기 황족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또다시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황족은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 같아
『죄송한 테치.. 처음이라 잘 몰랐던 테치..』
하며 눈물을 머금고 레몬맛 사탕을 가져갔다.
그러자
『오마에 아까 스울 실장인거 봐둔 데스. 으디가서 이런 아마아마하고 우마우마한 별식은 못 먹어보는 데스.』
『우리 붓싼 실장들은 좋은 거 있으면 마 이렇게 다 스까서 노나묵는 데스야』
하면서 사탕과 침, 운치가 범벅된 그 무언가를 푹푹 떠서 황족의 입에 계속 떠먹여주고 자신들끼리도 돌려 먹으면서
『마 우리가 남인 데스우?』
『아도 주는 테치!』
하며 신나게 벌어지는 그들의 연회에 그만 황족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갸아아악 구아와악 -
의식을 잃어가는 황족이의 귀에는
『붓산 갈매기인 데스우♬ 』
『오마에는 정녕 나를 잊은 테챠아아아앗!』
하는 멜로디가 맴돌 뿐이었다.
『주인님.. 이곳은 지옥인 테치.. 』
파 - 킨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주인 철웅씨는
『아 용택이형 또 비트네 ㅡㅡ』 하며 경기를 즐길 뿐이었다.
그리고 노떼는 오늘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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