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실장. 분충. 같은 실장석에서 나왔지만 완벽하게 다른 개체이다.
개념실장은 인간의 압도적인 강함을 알고 명령에 완벽하게 복종한다. 자들을 끔찍하게 챙기지만 필요하면 때로는 솎아내기도 한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식량을 모아놓는다. 개체의 수명과 자의 생존률 모두 분충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분충은 어떠한가?
'생각이 없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게 분충이다. 인간은 노예, 마마도 노예, 자신은 세레브하고 귀여우며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행복회로는 열이 나도록 상시가동중. 구더기때부터 솎아내지는 개체가 있는 만큼, 생존률은 매우 낮다. 자를 비상식으로 싸지르고 먹어치우는 일이 흔해빠졌기에 자를 키워 독립시키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태생 개념실장의 탄생률은 5% 내외. 태생 분충은 들실장의 경우 50% 내외, 사육 실장의 경우 30% 내외. 태어났을 때 밝혀지지 않은 실장석도 어떤 '계기'가 발현하면 분충 혹은 개념실장으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이 성향이 다시 바뀌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개념실장과 분충은 사실상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져 있는 셈. 무엇이 이것을 결정하는가?
유전적 우열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개념 실장의 자들 중에서 개념 실장을 고르는 실험에선, 30 세대에 걸쳐 개념 친실장만 골랐음에도 불구, 반드시 자들 중에선 분충이 태어났다. 그 어떤 방식의 교배로도 분충의 탄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표현을 써야 한다는게 꺼림칙하지만) 사회적 영향일까? 역시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태교와 교육, 조교를 해도 끝내 뒤에 가서 "테프프..."하고 친실장과 인간을 비웃는 분충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일까? 확실히 사육 실장들 가운데선 분충이 태어날 확률이 적다. 연구팀은 먼저 애호파 공원인 A 공원과 구제 대상인 B 공원을 비교했다. 의외로 분충 비율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개념 실장 쪽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구제반이 철수한 직후 B 공원에서 태어난 자들 중엔 개념 실장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부모 세대에는 분충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그러했다. 극단적인 경우, 미친 독라 동족식 분충에게서 개념실장이 태어나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석 끝에 연구진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분충과 개념 실장의 비율은 실장석들의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개체수가 많은 공원일 수록 분충의 비율이 높다. 개체의 숫자가 적을 수록 개념실장의 비율이 높다.
모두가 알다시피 실장석은 불합리할 정도로 번식력이 높은 생명체이다. 학대파가 많을 수록 구제 횟수가 줄어들고, 애호파가 많을 수록 구제가 잦아진다는 토시아키-니지우라 가설을 생각해 보자. 그걸 직접 생각할 만큼 똑똑하진 못하지만, 실장석에 잠재된 유전자는 끝없이 늘어나거나 몰살당한 개체수를 교묘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 실장은 군체의 개체 수를 불리는 역할을 맡는다. 반대로 분충은 솎아내기나 학대파, 구제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데스데스거리는 자기들은 모르겠지만, 이미 그것들은 날때부터 "자 생산 담당"이나 "대규모 솎아내기 담당"으로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이다. 개성의 발현 따위가 아니다.
자, 이제 자를 가지겠다고 떼쓰는 당신의 실장석을 보라. 아직도 본성이 착한 실장쨩으로 보이는가? 요즘들어서 막 구제가 끝난 공원 쪽을 기웃거리고 있지 않는가?
당신이 뭐라고 하건 녀석은 자를 낳을 것이다. 가출해 그 공원으로 갈 것이다. 자를 싸지르고 수를 불리기 좋은 곳이 있다고, 그 실장석의 유전자가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전자적 레벨의 충동 앞에 당신은 더 이상 주인님이 아니다. 기한 만료된 버려진 도구이다.
개념 실장석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 그런 형태를 취한 개체가 있을 뿐. 한시도 눈을 떼지 마라.
아, 그리고 분충을 탁아당했다면 골판지까지 찾아가서 몽땅 죽여버리자. 그게 녀석이 태어난 이유이고 자연의 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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