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실장석 1~3 봄1~2 (완)



실장석 특징

1. 생명력이 강하다.
툭치면 바스라지는 연약한 신체여도 기이한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2. 어디에서든 살수있다.
아마 핵폭탄이 터져도 그곳에서 살아갈수 있지 않을까 싶을정도

3. 가리는 음식이 적다.
물론 실장석은 맛있는걸 극도로 밝히는 먹성이 있지만 어쨋든 썩은 음식물 쓰레기도 먹어치우는 녀석들이다.

4. 산에서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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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웅~ 데스웅~]

산실장 한마리가 미리 만들어두었던 물웅덩이에서 출산을 하고있었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네마리의 자를 출산한 친실장은 뱃속에 남은 아직 낳지못한 자를 웅덩이밖에 총구를 대고 힘차게 남은 자들을 분출했다.

[텟뺙!]
[텟삣!]
[텟뺫!]

물웅덩이도 아닌 맨땅에 강하게 충돌한 세마리는 출생의 기쁨을 알리는 '텟테레~'조차 재대로 하지못하고 너무도 짧디짧은 실생을 마무리했다.

[어서 자들을 핥아야하는데스!]

산에서는 물이 귀중하기에 낳은 자들이 충분히 잠길만한 물웅덩이를 만드는것은 불가능했다. 때문에 방금 낳았지만 자들의 점막이 굳어가기 시작해 친실장은 가장먼저 낳은자를 손에들고 핥으며 발로는 조심스레 남은 자들은 점막이 굳지않도록 조심스레 물웅덩이에 굴리기 시작했다.

[마마의 핥짝핥짝 간지러운테츄~]

친실장에게 핥아져 팔다리가 자라난 장녀가 웃었다.

[장녀! 웃을때가 아닌데스! 어서 삼녀를 핥아주는데스!]

친실장이 점막을 전부 핥아준 장녀를 땅에 내려놓고 삼녀를 손에 들려준뒤 자신은 차녀를 들고 점막을 핥기 시작했다.

[알겠는테치! 삼녀이모토챠를 핥는테치! 테챱테챱!]

점막은 핥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인지 실장석들이 좋아하는 단맛을 띄고있기에 장녀는 점막을 핥는다 = 우마우마하다!는 동기부여까지 받아 게으름 피우는일 없이 작은 혀를 열심히 놀려 삼녀를 핥았다.

[차녀도 어서 삼녀를 같이 핥는데스!]

그사이에 차녀의 점막을 전부 핥아낸 친실장이 차녀를 장녀옆에 합류시키고 마지막 남은 사녀를 들고 점막을 핥기 시작했다.

[차녀 이모토챠! 반가운테치! 어서 삼녀 이모토챠도 손씨발씨 긴긴하게 해주는테치!]
[아타치도 반가운테치 장녀오네챠!]

간단한 인사를 나눈 자매는 열심히 삼녀의 남은 점막을 핥았고, 친실장이 사녀의 점막을 전부 핥아냈을때쯤에는 삼녀또한 팔다리가 자라나 완전한 자실장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오네챠들 고마운테치!]

팔다리가 솟아난 삼녀가 장녀와 차녀를 끌어안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세 자매는 화기애애하게 서로를 살펴보며 남은 점막이 없는지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마 반가운레츄~!]

친실장은 점막을 전부 핥은뒤 엄지가된 사녀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데휴우....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엄지가 태어나버린데스....]

이 친실장이 사는 산실장 부락에는 자는 4마리까지, 엄지는 솎아낼것, 구더기는 운치굴에 바로 넣을것 이라는 규칙이 있었다.

때문에 친실장은 자실장일 가능성이 높은 첫 4마리만을 물웅덩이에 낳고 나머지는 바로 지면에 싸질러버린것이다. 구더기로 만들어 운치굴에 넣을수도 있겠지만, 이 친실장은 초산이다. 운치굴에서 살바에는 차라리 죽여주는게 나을거란 나름대로의 다정한 배려였다.

[마마! 아타치도 귀여운 사녀차를 보고싶은테치~]
[아타치도 보고싶은테츄!]
[머리씨를 쓰담쓰담해주는테츄~]

친실장의 아래에있던 세마리의 자실장들이 엄지의 목소리를 들은것인지 빨리 귀여워해주고 싶어 친실장에게 독촉했다.

[아닌데스. 오마에들에게 이모토는 없는데스.]

친실장은 약간 아련한 눈으로 손안의 엄지를 보더니 자실장들이 보지못하게 고개를 돌려 입안에 집어넣었다.

[레그그그귝! 레뱌뱌뱌뱌! 레삣!]

친실장의 이빨에 온몸의 뼈가 부숴진 엄지는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사녀는 없는데스.]

입가를 문질러 피가 묻지않은것을 확인한 친실장이 자실장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테...? 아닌테치! 귀여운 엄지짱의 목소리 들은테치!]
[분명히 들은테츄!]
[아타치도 들은테츄!]

그럴리 없다며 항의하는 자실장들에게 친실장은 양손을 내밀어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보여주었다.

[오마에들이 잘못들은데스. 어디에 엄지가 있는데스?]

정말로 어디에도 엄지가 보이지 않았기에 자실장들은 '잘못들은테치?' 라고 한마디 하는것으로 사녀에 대한 생각을 전부 지웠다.

[이제 돌아가는데스. 자들은 이리로 오는데스. 마마가 안아주는데스]

갓 태어난 자실장들이 험난한 산길을 재대로 걸을리 없기에 친실장은 세마리의 자실장을 품에 안아든채 자신이 살고있는 부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녀온데스.....]

부락이 살고있는 작은 산굴에 도착한 친실장은, 마중나와있던 한마리의 성체실장에게 인사를했다. 부락의 우두머리격 산실장으로 2년이라는 실장석치고는 오래살아온 산실장이였다. 때문에 부락의 산실장들은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큰마마라고 부르고있었다.

[고생한데스. 첫출산이라 걱정되서 나왔던데스. 근데... 세마리데.....]

네마리까지 허용되는데 세마리만 안아들고온 친실장에게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물어보던 큰마마는 친실장의 슬픈눈과 실장석의 신체구조상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통해 보이는 이빨사이의 녹색 천조각을 발견하고 상황을 알아차리고 입을 멈췄다.

[고생한데스! 어서 들어가는데스! 오마에와 새로태어난 자들을 위해 밥을 준비해놓은데스!]



갓 성체가 되어 첫 출산을 마친 친실장을 위해 산딸기, 산오디등 최대한 달콤한 산실장들이 좋아하는 나무열매로 준비된 밥그릇에 친실장의 품에 안겨있던 자실장들은 물론이고, 엄지를 솎아낸 슬픔에 잠겨있던 친실장마저 입가에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고마운데스! 고마운데스!]
[이쁘게생긴테치!]
[달콤달콤 우마우마테치!]
[마마도 빨리 먹어보는테치!]

친실장이 내려주자마자 밥그릇에 달려간 자실장들이 미친듯이 열매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것을본 큰마마의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

[오마에는 잠깐만 밖으로 나오는데스....]

큰마마는 정신없이 나무열매를 먹는 자실장은 내버려두고 친실장의 옷깃을 잡아끌고 친실장이 사는 방 밖으로 나갔다.

[큰마마. 무슨일인데스?]

방으로 들어가 열매를 먹고싶은 친실장이 빨리 용건을 말하라며 큰마마를 재촉했다.

[오마에 자들을 보고 무슨생각 안드는데스?]

큰마마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귀여운데스! 마마가 말했던데스! 자를 낳으면 행복해질거라고 말한데스! 와타시 행복한데스!]

열매를 먹는 자실장들의 모습을 떠올린건지 친실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큰마마가 원했던 대답이 아니였지만, 초산을 방금 막 치른 친실장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므로 큰마마는 나무라지 않았다.

[마마인 오마에가 먼저 먹기전에 자실장들이 밥에 손을대는게 말이나 되는데스? 그런 사리분별도 못하는자들이 살아갈수 있을거라 보는데스?]

딱히 부모가 먼저 먹기전에 손을대는건 예의바르지 않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이 천적밖에없는 실장석이다. 그때문에 언제나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며 실장석 외의 어떤 존재조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하며, 혹여나 마주친다면 온 힘을 다해 도망쳐야한다. 게다가 이곳은 산이다. 도처에 먹으면 위험한것들이 즐비한 곳이다. 독버섯은 물론이거니와 나무열매중에도 위험한것은 존재했다.

나약한 자실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언제나 친실장의 곁을 떠나서는 위급시에 친실장이 챙겨 달아날수가 없다. 그렇기에 언제나 밥을 먹을때도 친실장이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친실장이 먹어도 문제없다고 판단해 건네준건만을 먹어야한다.

그런데 방금전의 자실장들은 그 어떤말도 듣지않은 상태에서 바로 나무열매에 달려든것이다. 그것을 큰마마는 경고한것이다.

[오마에가 첫 자를 낳은것은 알고있는데스. 그때문에 딱 한번만 못본걸로 해주는데스! 자들을 똑바로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와타시가 직접 전부 솎아내는데스!]

친실장에게 단단히 당부한 큰마마는 '밥 맛있게 먹는데스'라고 한마디 하고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데에에....]

행복한 기분도 잠시, 큰마마에게 단단히 꾸중을들은 친실장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

[배부른테치~]
[우마우마했던테츄~]
[더는 못먹는테츄~]

방으로 들어간 친실장은 나무열매를 탐하다못해 아예 밥그릇에 들어가있는 자실장들을 볼수있었다.

[데에에에?! 오마에들! 마마의 밥은 어디있은데스!]

밥그릇안에 자실장이 들어가있다는것은 즉 밥그릇 안에 남은 열매가 없다는뜻으로, 친실장이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 어디에도 남은 열매는 존재하지않았다.

[.......]

친실장은 방금전에 큰마마에게 들었던 자들을 똑바로 교육시키라는말을 떠올렸다.

[그랬던데스.... 와타시의 잘못인데스....]

처음 해보는 태교가 문제였던것일까? 아니면 출산직후 귀가하면서 교육을 하지 않은게 문제였을까? 친실장은 알수없었지만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단단히 교육을 해야한다는것을 깨달았다.

[오마에들 이리오는데샷!]

친실장이 배를 두들기던 자실장들에게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테에?]
[마마 화난테츄?]
[우마우마한걸 먹었는데 왜그러는테츄?]

자기들이 친실장의 몫까지 전부 먹어치운탓에 친실장은 나무열매를 만져보지도 못했다는것도 모르는 자실장들은 어째서 우마우마한것을 먹어 행복한 지금 친실장이 화를내는건지 이해를 하지못했다.

친실장은 한숨을 쉬며 자실장들를 '엄하게' 훈육시키기위해 주먹에 힘을 불끈 주었다.



[테에에에에엥!]
[아따이테치! 이따이테치이이이!]
[마마가 미친테치이이이이!]

주먹을 동반한 훈육에 자실장들이 빵콘을하며 거세게 울었다.

[오마에들 빵콘까지 한데스?!]

친실장이 경악했다.

배변은 산실장에게는 생명과 직결된것으로, 매우 심한 악취가 나는 운치를 아무데나 질질 흘리고 다니는것은 산속에 사는 짐승들에게 어서와서 잡아먹어달라고 광고하는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때문에 운치는 항상 정해진곳에 해야하는게 산실장의 상식이며, 빵콘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것이기에 주변에있는 다른 산실장들마저 위험에 빠진다.

산실장 부락에서 빵콘은 경우에 따라선 즉결처분까지 가능한 중범죄였다.

[이젠 와타시는 무리인데스....]

친실장은 몇발짝 뒷걸음질 치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데에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마마! 마마!]

친실장이 어린 자실장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이별한 마마를 찾는이유는 그때 배우지 못한 자의 교육법을 듣고싶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럴줄 알았던데스.....]

울고있는 친실장 뒤에서 큰마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마마!]

[치프프프프프! 이제 똥마마는 큰일난테치!]
[우마우마한 밥을 준 오바상테치!]
[이제 똥마마가 아니라 저 오바상의 자가 되는테치!]

친실장이 울음을 그치고 큰마마를 반겼다. 물론 이것은 바닥에 쓰러져있던 자실장들도 마찬가지다.

[자주있는일인데스. 처음으로 자를 낳고 훈육을 재대로 못하는일은 많았던데스. 오마에의 마마도 그랬던데스]

[와타시의 마마데스?]

[오마에의 마마는 토모였던데스. 잘 알고있는데스]

큰마마는 과거를 떠올린것인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세마리의 자실장쪽을 바라보았다.

[저 자들은 전부 솎아내는데스. 죽이는데스]

이제부터 자기들을 때리던 똥마마가 아니라 저 상냥한 오바상의 자가 된다. 매일매일 방금같은 우마우마한 열매를 먹으며 살수있다고 생각하던 자실장들이 놀랬다.

[그게 무슨소리테치!]
[왜 똥마마가 아니라 아타치들을 죽이는테치!]

자실장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지만, 큰마마는 자실장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마에는 오마에의 마마가 몇번이나 자를 낳은지 아는데스?]

[무슨말인데스?]

[오마에의 마마도 오마에를 낳기전까지 여섯번이나 자를 낳고 모두 솎아낸데스. 무슨말인지 이해한데스?]

친실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큰마마의 말을 이해한것이다.

[훈육에 실패한다면 솎아내고 새로 낳는데스. 왜 자를 네마리까지 낳아도 된다고 하는지 아는데스? 분충을 솎아내고 양충만 남기려고 그러는데스. 잘 생각해보는데스, 와타시는 물론이고 다른 친들도 자가 두마리뿐인데스. 어째서인지는 오마에도 지금이라면 알거라 생각하는데스]

천적이 학대파 또는 구제업자뿐인 공원의 들실장들과는 다르게 산실장들은 수많은 야생동물, 그리고 전문적으로 산실장을 사냥하는 인간 사냥꾼등등.... 셀수도 없이 많은 천적에 위협받는 생활을 하고있다.

그렇기에 분충을 솎아내는 행위는 친실장은 물론이고 산실장 부락 전체의 존속에 반드시 필요했다. 분충 한마리때문에 부락의 대부분이 몰살당하거나, 정든 산굴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떠나는일은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던일이다.

그런 괴로운 경험이 쌓이고 쌓여 양충이 나올때까지 솎아내기와 출산을 반복한다는 생활이 정립된것이다.

[다만 오마에는 처음이니 솎아내기가 힘들지도 모르는데스. 와타시가 한번만 대신해주는데스]

큰마마가 자실장들앞으로 다가갔다.

[아닌테치! 아타치 분충 아닌테치!]
[살려주는테치 오바상! 착한자가 되는테치!]
[용서해주는테치!]

자실장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공원의 들실장이라면, 진심으로 반성하는 경우에는 보통 한번의 기회를 더 주겠지만 큰마마는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별 탈없이 부락을 이끌어온 비결이라 할수있었다.

큰마마는 자실장들을 발로 쾅하고 세번 밟아 세마리 모두 죽였다.

[이것들은 와타시가 치우는데스. 오마에는 밥을 먹고 푹 쉬는데스. 그리고 내일 다시 임신하는데스]

큰마마가 자실장들의 육편을 수거해 방에서 나갔다.

[.......]

너무 허무하게 처음낳은 자들을 전부 잃은 친실장은 아무말없이 부락의 먹이고에서 적당한 나무열매를 몇개 꺼내와 묵묵히 먹고는 그대로 잠자리에 누웠다.



첫 자들을 모두 잃고 다시 임신하기위해 꽃을 한송이 꺾어 방으로 들어온 친실장은 자기를 기다리고있던 큰마마를 발견했다.

[오늘은 오마에의 마마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데스. 자를 만드는것은 그 뒤에 하는데스]

친실장을 보자마자 큰마마가 입을 열었다.

[오마에의 마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는데스? 오마에가 자였을때라 기억 못할지도 모르는데스....]

[아닌데스! 기억하는데스!]

그것은 거진 6개월전의 일이였다.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부락구성원 전체가 산굴에서 나왔던때 멧돼지의 습격를 받았었다. 그때 멧돼지와 가장 가까웠던 친실장을 밀쳐내고 앞으로 나선 친실장의 마마는 그대로 멧돼지를 유인하여 자식과 나머지 부락원을 지키고 잡아먹혔다.

[그걸 어떻게 잊는데스... 마마는 와타시를 구하고 죽은데스... 오로로로롱!]

[맞는데스. 그때 오마에의 마마는 오마에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모두를 구한데스. 그래서 와타시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고아가된 오마에를 보살펴주며 키운데스.]

보스는 잠시 죽은 친구를 떠올리며 감정이 격해진건지 심호흡을 몇번 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그런일이 있을때면 친들은 자를 미끼로 내던지고 도망치는데스. 그런데 어째서 오마에의 마마는 오마에를 버리지않은것인지 아는데스?]

[......]

확실히 큰마마의 말대로 그동안 위기가 닥쳤을때면 다들 옆에있던 자실장을 집어던지고 피신하는모습을 봐왔었다.

[오마에의 마마가 말했던데스. 일곱번만에 겨우 키울수있게된 자이니 무슨일이 있어도 마마가 될때까지 지켜줄거라 한데스. 그래서 오마에가 살아남고 오마에의 마마가 죽은데스. 그러니 오마에는 오마에의 마마의 몫까지 훌륭한 자를 낳아서 키워야하는 의무가 있는데스. 할말은 여기까지인데스. 자를 만들고 편히 쉬는데스....]

여운에 잠긴 친실장을 놔둔채 큰마마는 방에서 나갔다.




[뎃스웅~ 뎃스웅~!]

친실장이 4번째 출산을 위해 물웅덩이에 총구를대고 힘을 주고있었다.

2번째, 3번째의 출산에서도 모두 분충으로 판명되어 전부 솎아내고 4번째 시도를 하고있는것이다.

[텟테레~]
[텟테레~]

출생의 기쁨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물 웅덩이에 7마리의 점막에 쌓인자가 떨어졌다. 이제는 4회차의 나름 출산베테랑이 된 친실장은 운치굴에서 살게될 구더기를 낳는것에 거리낌이 없어진것이다.

초산때는 점막을 핥는것이 미숙하여 시간이 오래걸린탓에 먼저 핥아준 장녀와 차녀에게도 점막을 핥도록했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점막이 굳기전에 네마리를 전부 핥아낼정도로 능숙해졌다.

[마마! 점막이 굳는레후! 어서 핥아주는레후!]
[우지챠가 되버리는레후! 손발긴긴씨가 되고싶은레후!]
[마마레후우우우우우웃!]

점막을 핥아주어 팔다리가 자라는 네마리 외에 세마리는 점막이 굳어가는것을 느끼고 비통한 울음소리를 내었지만 친실장은 신경쓰지않고 자실장을 한마리씩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문제는 없는데스.... 이제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데스. 모두 마마를 따라오는데스.]

친실장이 완전히 점막이 굳은 세마리의 구더기를 손에들며 일어섰다. 이제는 아무리 갓태어난 자실장이라 해도 조금만 천천히 걷는다면 산길이라 할지라도 곧잘 따라온다는것을 알기에 굳이 자실장들을 안아주지않았다.


산굴에 도착한 친실장은 우선 공동운치굴에 먼저 들려 구더기 세마리를 집어넣고 먹이창고에서 자신몫의 도토리와, 자실장세마리몫의 산딸기를 꺼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헐레벌떡 친실장을 따라온 자실장들은 거친숨을 몰아쉬며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무리 보폭을 짧게 줄여 속도를 맞춰주었다고는 해도 어린 자실장들에게는 꽤나 힘든여정이였기 때문이다.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들이 잘 보이도록 산딸기를 담은 그릇과, 도토리를 담은 그릇을 나란히 놓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임신중에 해왔던 태교의 성과를 보기 위함이다.


자실장들은 어두운색의 도토리보다 빨갛게 여문 산딸기를보며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으나 아무말도없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친실장의 시선에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애타는 가슴만 달래고있었다.

5분정도가 흘렀을까?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해 더는 참을수 없었는지 산딸기에 손을 뻗는 자실장이 등장했다. 막내인 사녀였다.

떨리는손으로 산딸기를 집어든 사녀는 한입가득 산딸기를 베어물었다.

[테츄우우우웅~]

과즙이 베어나오는 과육의 단맛에 황홀한 교성을 지르는 사녀. 그런 사녀를 바라보며 장녀와 삼녀또한 조심스레 산딸기를 잡아들고 천천히 입에 가져다대었다.

[달콤달콤테츄우우우우우우!]
[우마우마테츄우우우우~]

장녀와 삼녀도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런와중에도 차녀만큼은 산딸기에 손을 대지않도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차녀. 오마에는 왜 안먹는데스?]

친실장이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분한 말투로 차녀에게 말을걸었다.

[테에... 아타치 기억하는테치... 마마의 배씨안에 있을때 마마가 말했던테치.... 마마가 먹어도 된다고 말하지 않은테치....]

친실장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드디어 4번만에 해낸것이다. 비록 한마리뿐이지만 재대로 키울만한 자실장을 얻었다.

[장녀, 삼녀, 사녀는 이리오는데스]

친실장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산딸기 하나를 먹어치우고 남은 산딸기에 눈독을 들이던 세마리를 불렀다.

[무슨일인테츄?]
[아직 우마우마한 열매를 다 못먹은테츄!]
[차녀오네챠가 안먹으면 아타치가 먹어도 되는테츄?]

이미 친실장의 허락도 없이 집어먹었다는 생각은 하지않는 세마리가 다가오자 친실장은 세마리를 품에 안아들었다.

[차녀는 걸어서 따라오는데스]

친실장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자, 차녀는 자기만 안아주지 않은 슬픔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열심히 친실장의 뒤를 따랐다.


세마리를 안고, 한마리는 제발로 직접 걷게한 친실장이 산굴밖으로 나가는도중에 큰마마와 마주쳤다.

[..... 드디어 성공인데스?]

큰마마는 친실장의 품에안겨 웃고 떠드는 세마리와, 친실장의 뒤에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열심히 달려오는 한마리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스... 하나뿐이지만 마마가 와타시에게 해준것처럼 기르는데스...]

친실장은 있는힘을 다해 달려오느라 지친기색이 역력한 차녀를 사랑스러운것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째서 합격점에 있는 차녀가 아닌 솎아낼 대상인 나머지를 품에 안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부터 계속 산에서 뛰어다닐 차녀는 험난한 산길에 적응시키기위해 제발로 걷게하는것이고, 나머지 세마리는 이제 그럴필요가 없으므로 마지막 가는길이나마 편하게 보내주기위해 안아든것이였다.

이는 친실장 뿐만이 아니라 부락내의 다른 산실장들도 마찬가지로, 비록 분충판정을 내려 솎아낸다 할지라도 자신이 배아파 낳은 자실장이기에 고통스럽게 보내주고 싶지 않은지라 솎아내기를 하러 갈때만큼은 품에 안아들고 이동했다.

그렇기에 큰마마는 친실장과 자실장들을 보기만하고도 어떻게된일인지 바로 알아차린것이다.

[다녀오는데스. 오늘은 특별히 축하의 의미로 우마우마한 밥을 내어줄테니 자와 함께 먹는데스!]

큰마마는 자기 자식처럼 키워온 친실장에게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고마운데스.... 금방 다녀오는데스!]

솎아내기를 하러가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치 못했던 친실장은 친마마처럼 자신을 보살펴줬던 큰마마의 웃는얼굴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결 밝아진얼굴로 산굴밖으로 나섰다.


산굴에서 꽤 멀리떨어진 계곡에 도착한 친실장과 네마리의 자실장.

이곳은 분충을 솎아내는 장소로 이용되는곳이다.

물론 방 안에서 짓뭉개버리는 방법도 있긴하지만, 그럴경우 방안에서 한동안 피냄새가 빠지지 않을뿐더러, 핏자국이나 육편등을 정리해야한다는 귀찮음이 동반되기에 대부분은 계곡 아래로 분충을 집어던지는것으로 솎아내기를 하고있었다.

[자들은 모두 듣는데스. 여기가 어디인지 아는데스?]

품에 안고있던 세마리는 물론, 친실장의 뒤를 부지런히 달려온탓에 탈진한 차녀를 나란히 세운 친실장이 입을 열었다.

자실장들은 당연히 처음와보는곳이기에 아무것도 몰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곳은 솎아내기를 하는곳인데스. 왜 이곳에 온지는 오마에들 스스로 잘 알고있을거라 생각하는데스]

친실장의 말에 자실장 네마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장녀, 삼녀, 사녀는 아까전의 상황을 떠올리고 솎아내지는게 자신들이라는것을 깨달은것이고, 차녀는 자매들이 솎아내기를 당한다는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려주는테치! 잘못한테치!]
[잘못한테치! 다음부턴 기다리는테치!]
[테에에에에에엥! 죽기 싫은테챠아아아아!]

들실장이라면 이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자실장은 솎아내기는 커녕 오히려 똑똑한 자라고 칭찬을하며 먹이고 깊숙히 꿍쳐둔 콘페이토를 꺼내 먹여줄정도로 기뻐할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않는 큰마마를 리더로하는 산실장이다. 게다가 이미 세번이나 솎아내기를 겪어온 친실장은 이정도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친실장은 장녀, 삼녀, 사녀를 차례차례 계곡아래로 집어던졌다.

[죽기싫은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똥마마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마리의 비명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리더니 바락에 추락했을쯤에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되었다.

친실장이 차녀를 안아들고 산굴로 돌아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라면 제발로 걷게해야하지만, 밥도 먹지 못하고 체력까지 많이 소모한데다 자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충격을 친실장이 감안한것이다.




산굴의 친실장의 방에는 큰마마가 수집해온지 얼마 되지않은 신선한 열매를 차려놓고 기다리고있었다.

[다녀온데스?]

큰마마는 구태여 솎아내기를 잘 마쳤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이미 4회차인데다, 슬픈일을 한것을 상기시켜줄 필요도, 이유도 없기때문이다.

[이자인데스.]

친실장이 품에 안고있던 차녀... 지금은 장녀가된 자실장을 큰마마에게 내밀었다.

[똑똑해보이는 자인데스... 오마에의 마마도 기뻐할게 분명한데스....]

큰마마가 자실장을 건네받아 살펴보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배고파보이는데 어서 먹는데스.]

큰마마가 큼지막한 오디를 자실장의 손에 들려주었다.

[테에....]

오디를 받아든 자실장이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오디와 친실장을 번갈아 보았다.

[먹어도 좋은데스. 큰마마는 마마의 마마와 같은데스.]

친실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제야 장녀가 오디를 베어물었다.

[우마우마한테츄!]

눈을 빛내며 열심히 오디를 물어뜯는 자실장을 보며 웃던 친실장과 큰마마도 열매를 집어들어 입에 넣기시작했다.




장녀가 태어난지 1개월이 되었을 무렵. 친실장은 이제 '갓 태어난'이라는 수식어를 떼도 괜찮을정도로 성장한 장녀에게 본격적으로 산실장이 살아가는방법에 대해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 나무 아래에는 열매가 있는데스~]

친실장이 손으로 가르킨곳에는 도토리가 몇개 떨어져있었다.

[우마우마하지 않은 열매인테치!]

도토리를 먹어본적있는 장녀가 단박에 정체를 알아맞혔다. 분충이건 아니건 어쨋든 자실장이다. 달달한것을 선호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런데스. 하지만 항상 우마우마한것만 먹을수는 없는데스. 겨울씨가 올때쯤에는 아마아마한 열매는 하나도 주울수 없는데스. 그때는 이런것만 먹으며 살아야하는데스]

초가을에 태어난 장녀는 겨울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아직은 친실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겨울씨가 뭐인테치?]

[마마도 오마에처럼 어린 자였을때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않는데스. 하지만 세상이 하얗게되고 매우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 힘들다고 들은데스]

친실장도 늦여름 ~ 초가을 사이에 태어났기에 겨울을 모른다. 때문에 친마마와, 큰마마에게서 들은것을 토대로 자실장에게 알려주는것뿐이다.

[겨울씨가 오기전에 이런 열매를 많이모아야하는데스. 그래야 겨울씨가 왔을때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스! 오늘부터 마마와 함께 열매를 모으는데스!]

그렇게 말하는 친실장의 주위에는 이미 다른 친자들이 열심히 도토리를 한쪽 구석에 모으고있었다.
산실장들은 들실장들과는 다르게 비닐봉지라는 운반수단이 없다. 그때문에 수집팀이 적당한곳에 열매를 모아 쌓아두면, 운반팀은 계속해서 산굴을 왕복하며 열매를 운반한다.

열매를 치마폭에 최대한 담아서 운반하기 때문에 주로 중실장급으로 성장한 자를 데리고있는 친실장들이 운반팀에 들어가며, 한두개정도밖에 들지못하는 어린 자실장을 데리고있는 친실장은 주로 수집팀에 들어간다.

[우마우마한 열매인테치!]

가끔 아직 남아있는 산딸기등을 발견한 자실장이 환호성을 지르면, 친실장이 열매를 따거나 주워서 마찬가지로 한쪽구석에 쌓아놓는다. 이것은 오래 보관하기 힘든 열매들이기 때문에 그날의 점심으로 산굴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해치우게된다. 그러고도 남는다면 먹이고에 보관하게되지만, 요즘처럼 겨울이 가까워진 시기에는 배불리 먹기에도 부족할만큼만 발견되기에 남는일은 없을것이다.




[오늘은 여기있는 나뭇잎을 모으는데스!]

열매의 수집대신 보온재의 수집이 있는날이다.

소모품인 식량과 다르게 보온재는 더러워지거나 망가지지 않는한 계속 사용되기에 열매 수집과는 다르게 몇일정도만 하면 겨울을 나기에 충분할정도로 모이게된다.

튼튼한 도토리와는 다르게, 보온재로 쓰기에 적당하게 마른나뭇잎은 잘못만지면 못쓰게되기에 자실장들에게 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월동의 경험이 있는 성체한마리가 자실장들을 모아 돌보면서 어느정도의 나뭇잎이 적당한지, 부족하다면 덜마른잎을 어떻게 말려야하는지등을 교육했다.

친실장의 장녀또한 꽤 성장했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축에 속하는 자실장이기에 작업에 참여하지않고 또래 자실장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여기 단단한 열매를 찾은데스!]

나뭇잎은 보통 나무 아래쪽에 멀쩡한것이 많았기때문에 산실장들은 주로 나무 아래에서 수집을했고, 필연적으로 나뭇잎아래에 깔려 가려져있던 열매를 찾는일이 부지기수였다. 주로 도토리나, 잘익어 저절로 입이 벌려진 밤송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이것들은 월동용 먹이고에 저장된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미소를 지으며 밤과 도토리등을 운반하던 산실장들은, 예상치못한 시련에 봉착하게 되었다.

[닝겐데스우우우우우우우!]

선두에서 걸어가던 산실장 한마리가 비명을 질렀다. 튼실하게 여문 열매에 정신을 팔고있던것이 화근이였는지 경계를 소홀히 하다가 인간에게 발각된것이다.

불행중 다행인것은 평소에 약간씩 거리를 벌리며 이동하는 습관덕에 약간 뒤쪽에 있던 산실장들은 비명소리를 듣고 재빨리 근처의 풀숲에 몸을 숨길수 있었다는것이다.

[어? 산실장들이네? 이게 왠 떡이냐!]

샤낭꾼이 아니라해도 굳이 굴러들어온 산실장을놔둘 이유가 없었다. 쓰레기를 먹고 사는 들실장들과는 다르게 나무열매를 먹고사는 산실장들은 깨끗한데다 역한맛도 없기에 별미로 취급받고있기때문이다.

등산객은 달아날 생각도 없이 몸을 주들부들 떨며 빵콘하고있는 산실장을 한마리씩 붙잡아 약초를 발견하면 담아올 생각으로 챙겨둔 봉투안에 넣어 나무가지에 걸어놓은뒤 즉석에서 손질을 시작했다.

[우선 머리털을 뽑고......]

우악스러운 손에의해 산실장의 머리털이 거칠게 뜯겼다.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타시의 머리씨가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총구에서 뿌다다다 소리를 내며 운치가 연신 뿜어져나왔다.

[으....! 드러워! 똥빼기부터 해야했던가?]

새로산지 얼마 안된 등산용 장갑이 운치범벅이 되버린탓에 등산객이 눈을 찡그렸다.

[자 프니프니다! 프니프니~]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때로는 약간씩 압박을 가하는 똥빼기용 프니프니에 머리털이 전부 뽑혀나가는 고통에 괴성을 지르던 산실장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프니데스~ 프니프니데스~]

똥빼기용으로 고안된 프니프니는 그 대상이 성체실장일지라도 고통없이 분대를 깨끗이 비울수있게하며 실력이 좋다면 똥빼기 후에도 황홀함에 정신을 못차리는사이 독라로 만들어버릴수 있을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며, 산실장 사냥꾼들이라면 누구나 달인급으로 익히고있는 스킬이다.

똥빼기를 완료하고 옷을 전부 벗겨진 산실장은 프니프니의 여운이 남은 상태로 봉투안에 넣어졌고, 비참한모습으로 봉투안에 넣어진 동료의 모습에 부들부들 떨고있던 다른 산실장이 봉투에서 꺼내졌다.



잠시후 봉투안에는 똥빼기를 끝낸 독라 산실장 시마리가 담겨졌고, 등산객은 신바람을 불며 하산을 시작했다. 산실장이 신선한 상태일때 먹기위해 등산을 포기한것이다.

등산객이 떠난자리에는 손질의 흔적인 머리털과 프니프니의 영향으로 저항이 없어 굳이 찢어버릴 이유가 없어서 손쉽게 벗겨낸덕에 온전히 남은 세벌의 실장복만이 남아있었다.

등산객이 떠나고도 한참후에야 수풀속에 숨어있던 산실장들이 천천히 기어나와 동료의 흔적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로로롱~ 오로로로로오오오옹~]
[또 토모를 잃은데스! 오로로옹~!]

산실장들의 통곡소리가 울려퍼져나갔다.

잠시후 산실장이 근방에 살고있다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 후발대에 남았던 큰마마가 비극의 현장에 도착했다.

[또...... 가족이 잡혀간데스....]

실장석이 목숨처럼 아끼는 머리털과 여기저기 운치가 묻어있지만 형태는 완전한 실장복 세벌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데다, 산실장들이 울고있는것을 본 큰마마는 모든 상황을 보지않고도 알수있었다.

[모두 일어나는데스! 오마에들도 죽고싶은데스?]

[데에에에에에엥! 하지만! 하지만!....]

[와타시도 슬픈건 마찬가지인데스! 하지만 거기서 울고있으면 뭐가 나아지는데스? 우는소리에 짐승들이나 다른인간이 찾아와서 다같이 죽으면 좋은데스? 자들을 생각하는데스!]

큰마마의 일갈에 주저앉아 울고있던 산실장들이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픔이 가신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마마의 말대로 가만히 울고앉아있는것은 위험한데다, 산굴속에서 기다리고있을 자실장들을 생각하면 자기들만이라도 살아야한다는것을 알고있기때문이다.

산실장들은 슬픈눈으로 바닥에 떨어트렸던 마른잎과 선발대의 흔적인 실장복 세벌을 회수해 힘없는 발걸음으로 산굴로 복귀했다.



[오바상. 마마는 어디있는테치?]
[마마가 보이지않는테츄?]

영문도 모른채 고아가된 자실장들이 실장석의 나약함을 곱씹으며 축 늘어져있는 성체실장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지금쯤이면 인간의 뱃속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친실장의 행방을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의 천진난만한 눈빛에 그 누구도 인간에게 잡혀갔으니 죽었을것이다 라는말은 하지못했다.

큰마마만 빼고 말이다.

[오마에의 마마들은... 닝겐들에게 잡혀간데스...]

큰마마는 어린 자실장들에게 친실장의 부고를 전하는것을 여러번 해왔었다.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테.... 마마! 마마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친실장이 죽은것을 알게된 자실장이 울음을 터트리며 자지러지는것을 보는것이 익숙해지는것은 아니다.

큰마마는 자실장들을 달래주지 않았다. 아니, 달래줄수 없다는게 정확할것이다.

이럴때는 차라리 실컷 울게 놔두는게 나은것이다.

[테뵤로로로로로로로록! 파킨!]

슬픔을 이기지 못한 자실장의 위석이 부숴졌다.
인간에게 잡혀간 세마리 산실장의 자는 중실장 1마리, 자실장 4마리였다.

조만간 친실장에게 독립하여 따로 방을 배정받을 예정이였던 중실장은 친실장의 난데없는 죽음에 정신을 잃었다. 그런 언니의 옆에서 아직 중실장이 되지못한 차녀는 하염없이 울고만있었다.

태어난지 한달도 채 되지않은 자실장자매는 위석이 작고 약한탓에 너무 강렬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파킨했다.

그리고 태어난지 3개월정도된 자실장은 친실장의 유품인 실장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오마...에들은... 저 자들을 보내주는데스....]

연이은 줄초상에 마침내 목이 잠겨버린 큰마마가 파킨해버린 자실장 두마리를 손으로 가르키자 근처에있던 성체실장 두마리가 슬픈얼굴로 각각 한마리씩 안아들고 산굴밖으로 나갔다.

자기의 자가 아니라해도, 분충시험에서 통과해 무럭무럭 자라던 산실장 부락의 미래였다. 슬프지 않을리 없다.

[저...자들은 다함께 돕는데스...]

큰마마가 기절한 중실장과, 옆에있던 자실장을 가리켰다. 어차피 조만간 독립할 중실장이였다.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동생과함께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을것이였다.

[저자는.... 와타시가... 돌보는데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실장의 실장복을 끌어안은채 멍하니 서있는 자실장은 큰마마 본인이 기르는것으로 결정되었다. 친의 죽음으로 민감해졌을 자실장이다. 경험많은 큰마마가 상처를 돌보며 기르는데에 가장 정합하기에 스스로 나선것이다.

부담을 떠안으며 고아를 돌보는걸로 결정한 이유는 단 한가지. 공포에 떨면서도 뒤에숨은 동료를 숨기기위해 도망치지 않은 세마리에 대한 보답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같은일이 발생했을때 고아가 되버린 자들이 살아남지 못할것을 두려워하며 다른 부락원들이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수도 있는것이다.

지금까지 그런경우가 없던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부락원의 자는 그 누구도 돌보아주는일 없이 산굴에서 쫓겨나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기에 뒤에 남겨질 자들을 생각하면 그 어떤 친실장도 뒤에있을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릴 행동을 할 수 없게되는것이다.

그런식으로 후환을 남기지않으려는 큰마마의 노력덕분에 이 산실장 부락은 오래동안 존속해올수있었다.






이런저런 슬픈일도, 기쁜일도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테...? 전부 하얀테치! 이게 뭐인테치?]

고아가되어 큰마마에게 길러지던 자실장이 눈덮인 산굴밖의 경치에 눈을 휘둥그레떳다.

[이것은 눈인데스. 만지면 차갑고, 따뜻하게하면 녹아서 물이되는데스. 먹어봐도 상관없는데스]

큰마마의 말에 자실장은 물론이고, 눈을 처음보는 큰마마의 갓 중실장이된 자매또한 눈을 한움큼 집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머리가 아픈테스우!]
[차가운테스!]

너무 많이 먹은탓에 큰마마의 장녀가 두통을 호고했고, 차녀는 그런 장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안에 가득 퍼지는 차가움에 놀랬다.

[테? 아무맛도 없는테치!]

그리고 자실장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물맛밖에 나지않는 눈에 크기 실망한 눈치였다.

[물이된다고 하지않은데스....]

큰마마는 한숨을 쉬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바빠지는데스. 어서 방으로 돌아가는데스]

큰마마의 재촉에 중실장들과 자실장은 아쉬움을 뒤로한채 산굴안으로 들어갈수밖에 없었다.


[다들 모인데스?]

[말하는데스 큰마마!]

큰마마의 소집령에, 자들을 방안에 두고나온 친실장들이 산굴의 중심에있는 광장에 모였다.

[이제 눈이 오기시작한데스. 이제부터가 겨울씨의 시작인데스. 다들 방에 마른잎을 깔아두는데스! 친자 둘뿐인 일가는 다른 두마리일가와 같은방에서 사는데스!]

큰마마가 체온조절을 위해 친자 둘만 사는 경우에는 다른 둘만사는 일가와 함께 살며 방안의 온도를 높이고자 지시했다.

[오늘부터 밥은 친은 열매 4개데스! 큰 자들은 3개! 작은자는 2개인데스!]

한정된 식량보존을 위해 식량배급에 제한을 둔다는 큰마마의 선언에 겨울을 경험해보지 못한 친실장들이 불평했다.

[너무한데스! 4개로는 배도 부르지 않는데스!]
[맞는데스! 자들도 두개밖에 못먹으면 크지않는데스!]

큰마마가 눈쌀을 찌푸렸다.

[오마에들은 겨울씨를 모르는데스! 큰마마의 말대로 하는데스!]
[맞는데스! 이제 밖에나가도 주워올 열매가 없는데스!]

큰마마의 표정을 읽은것인지 겨울을 경험해본 몇몇 친실장들이 불평하는 친실장들을 다독였다.

그런 친실장들의 노력과 지금껏 틀린적이 없었던 큰마마의 영향력덕에 별다른 분쟁없이 무사히 광장회의는 마무리될수 있었다.



[데휴우우우우...]

회의가 끝나고 볼을 잔뜩 부풀린 아무것도 모르는 친실장들이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겨울을 경험해본 친실장들만이 남자 큰마마가 크게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꽤 스트레스가 컸던것인지 서있을 기력조차 남지 않은것이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스... 큰마마가 용서하는데스...]
[그런데스! 지금까지 큰마마의 말대로 했다가 문제가 생긴적이 있는데스? 그런것도 모르고 불평하는 분충들인데스!]

월동 경력의 친실장들이 큰마마를 둘러싸고 위로의말을 건넸다.

[분충이란말은 하지마는데스... 오마에들의 말처럼 저들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것뿐인데스...]

큰마마가 힘없이 대꾸하고는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

[걱정인데스... 요즘들어 큰마마가 많이 힘들어하는데스...]
[저러다 큰마마가 파킨해버리면 와타시들은 어떻게하는데스?....]
[그런말은 하지도 마는데스! 와타시들이 어떻게든 큰마마를 도와야하는데스!]

친실장들은 자기들이 나서지않으면 무슨일이 생길거라 직감했는지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입구를 막은 눈을 치우는데스!]

아침일찍 일어나 바깥을 확인하려던 큰마마가 눈이 쌓인탓에 입구가 막힌것을 보고는 친실장들을 광장에 소집했다.

[알겠는데스!]

큰마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월동경력의 친실장들이 우르르 창고로 쓰는방으로 몰려가 나무토막을 거친돌에 갈아만든 제설도구들을 꺼내왔다.

먼저번에 결의한대로 친실장의 부담을 줄이기위해 최대한 알고있는선에서 먼저 행동하는것이다.

[오마에들 모두 저걸들고 따라오는데스!]

제설도구를 한아름 들고있는 친실장들이 산굴의 입구로 달려나가자 나머지 친실장들과 큰마마가 그 뒤를 따랐다.

산굴의 입구는 완전히 쌓인눈에 의해 막혀있었다.

[이건... 너무 많지않은데스?]
[어떻게 하는데스?]

힘차게 제설도구를 들고 선행했던 친실장들은 예상보다 더 많이 쌓여 완전히 입구가 막혀버린것을 보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마에들 가서 비어있는 물그릇을 들고오는데스. 물그릇에 눈을담아 녹이면 물이되는데스 그걸로 밖으로 나갈수 있을때까진 치울수있는데스]

큰마마의 말에 감탄한 표정을 지은 친실장 몇몇이 창고로 달려가 내용물이 비어있는 플라스틱 그릇을 전부 꺼내왔다.

여름철에 산에 놀러왔던 인간들이 버리고간것을 주워둔것이다. 불법투기로 산을 더럽히는 인분충들이지만 산실장들에게는 귀중한 물건을 주고간 '좋은닝겐'들이다.

[시작하는데스.]

큰마마의 말에 제설도구를 들고있던 친실장들이 물그릇에 열심히 눈을 퍼담았다.

[눈이 녹으면 생각보다 담은것보다 적은 물이 나오는데스! 조금더 많이 담아도 되는데스!]

물그릇이 가득차자 안으로 운반하려던 친실장들을 불러세워서 조금더 눈을 수북히 쌓도록 지시한다.

[오마에들은 저들과 교대하기전까지 몸을 움직이는데스. 몸씨가 차가워지면 움직이기 힘들어지는데스.]

교대를위해 대기하던 친실장들에게는 몸을 예열시켜둘것을 지시한다.

아무리봐도 경험많고, 머리가 좋은 산실장이라고는 해도 이상할정도로 방대한 지식량을 지닌 큰마마는 인간들이 봤다면 당장에 연구용으로 실험실에 잡혀가도 이상하지 않을정도였다.

그런 큰마마의 노련한 지시덕에 성체 한마리가 산굴밖으로 나갈수 있을정도의 공간이 확보될수있었다.

[해낸데스우!]
[성공한데스!]

겨우 뚫어낸 통로를 통해 한번씩 산굴밖에 나갔다온 친실장들은 쾌재를 부르며 기뻐했다.

그런 친실장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큰마마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그후로 갑작스런 눈에 산굴의 입구가 또다시 막힌다던가, 겨울사냥을 하는 사냥꾼이 산굴의 입구를 지나가는 바람에 숨죽인채 벌벌떨었다던가, 예상보다 겨울이 길어진탓에 식량배급을 열매 하나씩 줄인바람에 불만이 폭주했다던가 하는 크고작은 시련을 넘긴끝에 봄이 찾아왔다.

정찰을 나갔던 친실장 한마리가 새싹을 들고 돌아와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자 정찰보고를 듣기위해 광장에 모여있던 모든 산실장들이 기뻐하며 새싹을 한번씩 만져보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봄을 기뻐했을게 분명한 큰마마는 정작 광장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않았다.

[데휴우우우우우...]

큰마마는 자기의 방에 드러누워 가쁜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산실장들의 우두머리로 살아온 세월만 2년가까이 되었다. 안그래도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실장석이, 2년간 마을의 지도자로 살며 받아온 스트레스에 의한 위석의 약화가 원인이였다.

큰마마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않은것을 직감할수있었다.
그런 큰마마의 곁에는 겨울동안 완전한 성체가 되어 각각의 방을 부여받은 장녀와 차녀, 그리고 조만간 중실장이 될 부쩍 성장한 자실장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간병을 하고있었다.

[어째서인데스우... 겨울씨가 이제 끝난데스우... 기운차리는데스 마마....]

큰마마의 손을 잡은 장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어서 나가서 밖을 보는데스...]

반대쪽 손을 잡은 차녀는 아예 눈물을 철철 흘리고있었다.

[테에에엥....]

친모를 잃고, 이젠 양모까지 잃을 위기에 자실장은 소리를 죽여 울었다.

[삼녀...]

큰마마가 고아가된 자실장을 남의 자식처럼 대하지 않고 삼녀라 불러가며 친자식처럼 키운 자실장을 불렀다.

[마마아아....]

장녀가 선뜻 큰마마의 옆자리를 내주자 삼녀가 큰마마의곁으로 달려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오마에는 와타시가 낳은자가 아닌데스.... 하지만 오마에는 와타시의 삼녀인데스.....]

큰마마가 장녀와 차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녀와.... 차녀는.... 삼녀를 잘 돌봐주는데스.... 오마에들은..... 이제 곧 마마가 될것인데스.... 하지만.... 삼녀가 자랄때까지는... 잘 돌보는데스....]

[알겠는데에에에에엥! 죽지마는데스으우우우우우우!]
[오네차와 와타시가 막내를 잘 돌보는데에에에에에엥!]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큰마마의 말에 장녀와 차녀는 참고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말았다.

[자들은 가까이와서 듣는데스.....]

큰마마는 무언가을 결심한 눈으로 자들을 곁으로 불러모았다.

[오마에들은... 마마가 어째서 많은것을 알고있는지... 아는데스?...]

뭔가 심상치 않은 낌세를 느낀 장녀,차녀,삼녀가 큰마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였던데스....]

그것은 큰마마의 일생일대의 고백이였다.

[사육실장데스? 그게 무엇인데스?]
[무슨말인지 모르겠는데스!]

산에서 나고자라 사육실장이 무슨뜻인지 모르는 장녀와 차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닝겐에게 길러지는... 동족을... 사육실장이라 하는데스...]

[닝겐데스?]

[그런데스.... 와타시의 주인님이 많은것을 알려준데스.... 계속 길러줄수 없지만 보건소에 보낼수는 없다며 와타시를 산에 놓아준데스...]

큰마마기르던 인간은 사육실장을 기를수 없게된 상황이 되었으나 차마 그간 정들어버린 큰마마를 보건소에 보내 처분할수 없어 산실장들이 산다는말을 들은 산에 큰마마를 풀어놓았던것이다.

[처음에는 여기에서 살지 못했던데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데스.... 계속 동족들에게 함께 살게 해달라했던데스...]

큰마마는 산실장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을때의 순간, 분충자실장 하나때문에 살던곳을 버리고 이주했던순간, 가장 나이많은 성체실장이 되어 대장으로 추대되었던순간.... 지금 떠올려보면 추억이라 부를수있을 과거이아기를 하며 때때로 웃고, 때때론 눈물을 흘렸다.


부락의 산실장들이 다함께 산굴밖으로 나가 봄을 만끽하고있을때, 큰마마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봄을 만끽하고 산굴로 돌아온 산실장들에게 큰마마의 죽음이 알려졌다.

[그게 무슨말인데스! 큰마마가 파킨했다니! 거짓말하지마는데스!]

꽤 오랜시간동안 큰마마를 봐왔던 고참친실장중 하나가 큰마마의 장녀의 멱살을잡고 흔들었다.

[오로롱! 거짓말이 아닌데스! 마마가 죽은데스! 오로로로로옹~!]

그렇지않아도 요근래 약해졌다는 기색이 만연했던 큰마마였다. 부락의 지도자로 살아오며 꽤 많이 고생해왔다는것을 잘 알기에 그 끝이 머지않았다는것쯤은 고참 친실장들이 다들 알면서 쉬쉬하던 사실이다. 하지만 설마 이제 막 봄이 찾아온 기쁜날에 죽을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기에 그 충격은 매우 컸다.

[오로롱~!]
[오로로옹~!]

불과 방금전까지 웃음이 넘치던 산굴은 순식간에 산실장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큰마마가 죽은날로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산굴에는 아무런일도 벌어지지않았다. 별탈없다는 뜻이 아니다. 정말로 아무런일도 하지않았다.

[데휴... 큰일인데스.... 지금쯤이면 겨울씨가 지나갈동안 전부 먹어버린 비상식을 모아야하는데스...]
[하지만 겨울씨를 처음겪어본 자들이 말을 듣지않는데스....]

작년에 겨울을 겪어봤던 친실장들이 모일때마다 한숨을쉬며 걱정했다.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이라면 월동용이 아닌이상 비상식은 이틀치정도 비축하면 많은편이다. 하지만 산에사는 산실장들은 사정이 다르다.

갑작스런 산사태로 산굴밖을 나갈수없는 경우도 있고, 산실장을 잡으러온 사냥꾼이 등장하면 몇날며칠을 산굴안에 틀어박혀 비상식으로 버텨야하는 경우도 있다.

산실장들에게 있어 비상식은 언제나 구성원들이 일주일은 버틸정도는 비축해두어야하는것이다.

[큰마마가 있었더라면 저자들도 왜인지는 몰라도 시키는대로 했을게 분명한데스....]
[어떻게든 해야하는데스....]

큰마마가 있었을때는 경험이 부족한 철없는 친실장들도 큰마마의 카리스마에 눌려 궁시렁대며 따라오긴 했었다. 그러나 큰마마가 없는 지금은 다른 경험많은 친실장들의 말에 따르지않고 자기 하고싶은대로만 하고살기 시작한것이다.

[이대로는 안되는데스... 저들은 몰라도 와타시들과 자들까지 위험하게 만들수는 없는데스...]

큰마마와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해왔으며, 큰마마를 솔선해서 돕던 친실장이 나섰다.

[당분간은 와타시가 큰마마대신 나서는데스.]
[그게 좋겠는데스.]
[와타시들이 힘을합치면 큰마마때처럼 할수있을지도 모르는데스.]

더이상 이런 정체상태를 두고봐서는 안된다며 일치단결한 친실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광장에 산굴내의 모든 친실장이 모였다.

[무슨일인데스? 와타시는 어서 우마우마한 열매를 구하러가야하는데스!]
[빨리 말하는데스!]

비상식의 중요성을 모르는 친실장들이 맛있는 열매를 구하러가야한다며 아우성 치고있었다.

그리고 한켠에서는 노련한 친실장들이 그런 친실장들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흘겨보고있다.

[다들 조용히 하는데스!]

전날 대표로 나설것을 천명한 친실장이 광장의 중심으로 나섰다.

[이제 와타시들은 오마에들과 함께하지 않는데스. 새로운곳을 찾아 떠나는데스]

이것이 노련한 친실장들의 결론이였다. 저 바보같은것들과 함께살다가는 자신들도 위험하다 판단하고 따로 떨어져나가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찾으려는것이다.

[오마에들이 나가라고 해봤자 듣지않을게 뻔한데스. 그래서 와타시들이 나가는데스. 오마에들중에 와타시들이랑 함께 가고싶은자는 따라와도 좋은데스. 하지만 그렇게된다면 다음부터는 하고싶은걸 자기마음대로 하는걸 허락하지 않는데스. 할말은 끝난데스]

그래도 아직 여지를 남겨둔것은 새내기 친실장들 모두가 불만을 갖고있는것은 아니기때문이다.

해산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고참 친실장들은 하나같이 바쁘게 광장을 벗어났다. 이주가 결정되었으니 준비해야할것이 한둘이 아니기때문이다.





[다녀온데스....]

하루종일 수집한 먹이와 비상식을 정리하던 친실장들이 지친기색으로 들어온 친실장들을 발견했다. 4일전 남은 비상식을 전부 싸들고 새로운 버금자리를 찾기위해 나갔던 정찰대였다.

[고생한데스! 새로운 집은 찾은데스?]

반갑게 맞이하는 친실장들은 좋은 소식이 있지않을까 기대하며 오늘 구해왔던 열매와 물을 건네주었다

[찾은데스!]

허겁지겁 열매와 물을 먹고마시던 정찰대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말인데스?!]
[어디에있는데스!]

정찰대의말에 이주준비를 도맡았던 친실장들이 화색을 지었다.

[여기서 2일정도 가면 있는데스. 여기보단 좁지만 그래도 안전해보이는데스!]

[그런데스? 고생많이한데스! 오마에들은 푹 쉬는데스!]
[서두르는데스! 비상식을 더 모아야하는데스!]

이주에 동참하는 실장석 전체가 이동한다면 2일로는 부족할것이다. 특히나 걸음이 느린 자실장들도 대거 포함되어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최소 3~4일치는 비축을 해야 이주를 시작할수있기에 친실장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와타시들은 떠나는데스. 오마에들과는 작별인데스]

가장 나이많은 친실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이주를 결정한 실장석들이 선발대의 뒤를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거기에는 노련한 친실장들과 그들의 자들은 물론이고 몇몇 어린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친실장들도 몇몇 포함되어있었다.

[장녀오네챠..... 마마가 살았던곳을 떠나는게 아쉬운데스....]
[그런소리 하지마는데스. 차녀 오마에도 보지않았던데스? 저들은 마마가 살아있었을때도 불평을하던자들인데스. 저들과 함께살다간 오마에와 와타시는 물론이고 여기 어린 막내도 위험한데스...]

큰마마의 장녀가 자신이 안아들고있는 자실장을 내려보았다.

이들은 광장에서 이주를 통보받았을때 그날 바로 함께 이주를 하겠다며 이주 준비를 도왔었다. 큰마마가 살아있었을때 함께 돕던 노련한 친실장들과, 항상 불평불만을 투덜거리던 새내기 친실장들... 그중 어느쪽과 함께한다면 대답은 한가지뿐인것을 알기때문이였다.

[차녀 오마에랑 와타시는 여기 막내를 잘 돌보라는 마마의말을 잘 들어야하는데스. 막내가 와타시들처럼 커질때까지는 지켜줘야하는데스.]

막내... 즉 삼녀는 큰마마의 친자가 아닌 인간에게 잡혀간 친실장의 자식이다. 하지만 뒤에 숨어있던 동포를 지키기위해 죽어간 친실장을 위해 양녀로 받아들여 친자처럼 키웠던 큰마마의 유지를 이어받은 장녀와 차녀는 이제는 삼녀를 동생이 아닌 자식처럼 돌보고있었다.

[와타시도 알고있는데스. 막내가 커서 자를 낳으면 마마도 기뻐할게 분명한데스.]

그렇게 큰마마의 장녀와 차녀는 의지를 다지며 이주행렬의 맨뒤에서 부지런히 걸었다.





이주행렬이 정찰대가 물색한 새로운 산굴에 도착한것은 무려 6일이 지났을때였다.

[여기인데스....]

선발대로 나선 친실장이 약간 작은듯한 산굴의 입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처음과달리 약 4분의1가량 줄어든 규모의 산실장무리가 힘없이 차례차례 산굴로 들어갔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생각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판이였다. 성체의 걸음기준으로 2일정도 걸린다는말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자실장이 아무리 느려도 4일정도면 도착할거라 계산한것이 미스였다.

아무리 산길에 적응시킨 자실장들이라해도 걸음이 느린것은 당연하고, 게다가 체력까지 성체에비하면 보잘것없었기에 한번 걷기시작하면 4시간도 채 걷지못하고 탈진해버리는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버리고갈정도로 매정하진 않기에 친실장이 탈진한 자실장을 안아들고 이주행진을 계속했지만...... 그것또한 문제였다.

정찰대로 나선 친실장들은 비상식외엔 아무런 짐덩이가 없었지만, 이주할때는 각자 일가의 비상식을 짊어진데다 탈진한 자실장까지 안아들었다는 체력의 소모가 빨라질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친실장들또한 오래가지않아 지쳐서 나가떨어진것이다.

[더는 무리데스! 이제부턴 자를 한마리씩만 안아주는데스!]

가장 노련한 친실장이 눈물을 머금고 소리질렀다.

[그러면 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데스!]
[자들을 죽게만들 생각인데스?!]

자실장을 두마리 세마리씩 안아들고있던 친실장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본인들도 이대로가면 다함께 죽는다는것쯤은 알고있었으리라....

[일단 쉬는데스! 자들을 쉬게하면서 밥을 더 모으는데스!]

만약 비상식을 조금이라도 더 보충할수있다면 행진이 길어지더라도 조금은 더 버틸수있게된다는 계산이다.

친실장들은 안고있던 자실장들을 한데모아 눕힌뒤 감시역의 친실장 몇마리만 남기고 제각각 흩어졌다.

다행히도 이 부근은 평소 산실장들의 행동반경 바깥이다. 산짐승들이 먹다남긴 열매가 있을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이제 막 봄이된 시기라 많지는 않았지만....



비상식으로 사용가능한 단단한열매는 비상식에 추가하고, 무른열매나 먹을수있는 이파리등은 부족하지만 그자리에서 한끼 식사로 먹어치우며 그동안 쉬고있던 자실장들과, 영양을 공급한 친실장들이 약간은 기운을 차렸다.

[명심하는데스. 너무 느린자는 이제 기다려주지 않는데스. 불만은 듣지않는데스!]

최고참 친실장의 선언에 나머지 친실장들이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자들은 듣는데스... 이제 따라오지못하는자는 버려지는데스... 어떻게든 참는데스....]
[테...! 무리테치! 힘든테치! 마마가 안아주면 되는테치!]
[어쩔수없는데스.... 오마에들을 전부 안았다가는 마마도 같이 죽는데스....]

곳곳에서 자실장들의 비명과 눈물을 머금은 친실장들의 냉정한말이 들려왔다. 자실장이 죽는것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어쩔수없었다. 단 한마리의 자라도 살려서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하려면 나머지는 포기해야만했다.



[테에에에에에엥! 마마! 아타치를 안아주는테치! 버리지마는테챠아아아아아!]
[마마의 차녀테치! 같이가는테치! 죽기싫은테치이이이이!]

행렬이 재개되고 6시간정도 지났을때였다. 버려진다는 생각에 죽을힘을 다해 친실장의 뒤를 쫓던 자실장들이 차례차례 쓰러지기 시작했고, 친실장들은 가장 미래가 기대되던 자실장 한마리만을 안아들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행렬의 뒤쪽에서 어떻게든 쫓아가기위해 양손을 써서 기어가는 자실장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만 친실장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무시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4분의1가량 수가 줄었다고는 해도 결국엔 다시 낳을수있는 자실장이기에 다시 솎아내기를 거쳐여 양충을 낳아야한다는것을 빼고는 아무런 피해없이 새로운 산굴에 도착했지만 친실장들의 표정은 어둡다.

비록 가장 기대되는 자실장 한마리만은 지켜냈지만 버려두고온 자실장들또한 수많은 분충을 솎아낸끝에 얻은 자실장이다. 슬프지 않을리없었다.

[일단 다들 쉬는데스! 몇몇은 와타시와함께 밥을 구하는데스! 나머지는 쉬고있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아직 살아있는 자가있다면 데려오는데스!]

그것은 물론 최고참 친실장도 마찬가지였기에 일부의 친실장만 밥을 모으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하게한뒤 식사후에 놓고온 자실장을 구해온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버려두고온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이다. 그동안 한데모아놓고 두고온것도 아니고 뿔뿔이 흩어져있을 자실장들이 홀로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없다고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친실장들은 그런 이의를 굳이 제기하지않는다. 자기들도 같은마음이기 때문이다.

재빠르게 10마리의 친실장들이 모여 식량을 구하기위해 조금의 휴식도 없이 곧바로 산굴을 나섰다.





10마리의 친실장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식량을 구해 산굴로 돌아왔다.

[이것뿐인데스....?]

휴식과 동시에 산굴내부를 확인하고 각자의 방을 배정하던 최고참 친실장이 구해온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것을 보고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어쩔수없는데스... 어디에 열매가 자라는 나무가있는지 모르는데스....]

식량을 구해온 10마리의 친실장으로선 최선을 다한것이지만, 아직 새로운 산굴의 주변지리를 파악하지못한게 원인이다.

주변의 식생군포를 모르는것도 문제지만, 어디에서 천적인 산짐승이 튀어나올지 모르는상황에서는 드러내놓고 움직일수 없는것이다.

[알고있는데스.... 어쩔수없는데스... 일단 자들을 찾으러가는쪽에 먼저 충분히 먹이는데스.]

최고참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찾으러갈 5마리의 친실장들을 우선적으로 먹인뒤 남은것들을 나머지에게 분배했다.

[이...이것뿐인데스?!]
[자들이 많이 배고파하는데스! 이걸로는 부족한데스!]

한끼분량의 절반도 안되는양에 우선 친실장들이 항의했지만, 자실장들을 구하러갈 구조대가 우선이라는말에 모두가 아무말없이 배급받은 밥을 반으로 나눠 자실장과 함께 나눠먹었다.

구조대에는 자가 없었기에 그나마 쌩쌩한편인 큰마마의 장녀와 차녀가 포함되었다.

[막내를 잘 부탁하는데스...]
[막내는 오바상들의 말을 잘 들으며 기다리는데스. 금방 다녀오는데스]

장녀와 차녀가 삼녀를 다른 친실장들에게 맡기고 다른 세 친실장들과 함께 산굴에서 나섰다.



다섯마리의 산실장들이 산짐승들의 등장에 대비해 조금씩 산개해가며 왔던길을 되짚어 돌아가고있었다.

비록 자실장들이 낙오한것은 하루이틀전이지만, 지금은 가져올 비상식도, 데려온 자실장들도 없었기 때문에 발걸음이 가벼워 이주때보다 이동속도가 배이상 빠르다는 이점이있다. 이주할때 2일정도 걸린거리는 하루면 왕복이 가능할것이다.

[여기데스! 이리로오는데스!]

다섯마리중 가장 앞에있던 친실장이 뒤따르던 네마리를 불렀다. 자실장의 흔적을 발견한것이다.

[.......]

그곳에는 자실장의 것이라 추정되는 찢어진 실장복과 뼈조각이 몇개 떨어져있었다. 비교적 늦게 낙오된 자실장들은 그래도 살아있을수도 있다는 희망을갖고 떠난 구조대는 말이없었다.

[아직인데스... 다른자들도 있을게 분명한데스...]

본인또한 차녀와 삼녀를 놓고왔기에 포기할수 없었던 친실장한마리가 어떻게든 기운을 차리고 다시 걷기시작했다.


구조대가 거슬러가며 발견한 자실장은 20마리에 달했지만 그중에 살아있던 자실장은 한마리도 없었다.

[오로롱~! 오로로로옹~!]
[오로로로로로오오옹~]

그중에는 구조대의 자실장이 몇몇 있었던지라 큰마마의 장녀,차녀를 제외한 나머지 세마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장녀와 차녀는 그런 산실장들을 놔두고 묵묵히 수색을 재개했다. 자를 낳아본적은 없지만 가족을 잃어본 경험은 있기에 차마 당장 일어나라는말을 할수없었던것이다.

어차피 이주할때 지나간길을 돌아가는것뿐이니 엇갈릴 염려는 없다.

장녀와 차녀가 30분정도를 더 거슬러갔을때였다.

[테에에에에엥!]

근처에서 들린 자실장의 울음소리에 멍하니 걷고있던 장녀와 차녀가 정신을 차렸다.

[차녀 오마에 들은데스?]
[와타시도 들은데스!]

잠시 서로 마주보며 눈을 깜빡이던 장녀와 차녀가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린쪽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자들을 찾은데스?]

자실장의 처참한 죽음에 통곡하던 세마리의 친실장들이 정신을 차리고 먼저 앞서간 장녀와 차녀를 따라잡았다.

[찾..은데스...]

세 친실장들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며 대답한 장녀의 표정은 미묘했다.

[문제가 있는데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세 친실장이 장녀의 어깨너머를 들여다보았다.

[우마우마한테치!]
[고기 더먹는테치!]

그곳에는 낙오된 자실장들이 한데 모여서 살아남은것인지 네마리의 자실장들이 무언가를 먹고있었다.

[차녀! 살아있었던데스?!]

삼녀의 죽음에 한참을 통곡했었던 친실장 한마리가 네마리의 자실장중 자신의자가 한마리 있다는것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섰다.

[테..? 똥마마테치! 아타치를버린 똥마마테치이!]

자실장은 안아달라고 부탁하던 자기를 버리고 장녀만을 안은채 아무말없이 걸어가던 친실장을 잊지않은것인지 적개심을 숨기지않고 드러냈다.

[데....! 그건 어쩔수없었던데스! 오마에를 솎아낸게 아닌데스!]

당황한 친실장은 무려 십분넘게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한끝에 겨우겨우 자실장이 화를 풀게만들수있었다. 물론 완전히 버린게 아니라 뒤늦게라도 찾으러왔다는게 플러스요인이 되었다는건 말할필요도 없을것이다.

[이제 새로운 집으로 가는데스! 장녀도 기다리고있는데스!]

[잠깐 기다리는데스!]

죽은 삼녀는 어쩔수없지만 차녀라도 살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자실장을 안아들려는 친실장의 손을 막아서는 존재가 있었다. 자실장들을 발견한 장녀와 차녀였다.

[데? 왜그러는데스?]

장녀와 차녀의 팔에 가로막힌 친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밑을보는데스. 저자들이 뭘 먹고있었는지 보란말인데스]

장녀가 손으로 자실장들이 '먹고있던것'을 가리켰다.

[데...!]

그게 뭐길래 겨우만난 자와의 재회를 막는것인가! 화를 삼키고 아래쪽을 내려다본 친실장은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이자들은 먼저 죽은 다른자들의 시체를 먹으며 살아남은데스!]

큰마마가 살아생전 가장 금기시한것중 하나가 동족식이였다. 동족의 맛을 알아버리면 위급할때 옆에있는 동족을 밥으로 생각하고 먹으려고 덤벼든다는게 그 이유로, 그런일이 한번 발생하면 산실장부락이 자멸하게된다는 생각에서 정한 규칙이였다.

비록 큰마마는 지금 죽고 없지만, 큰마마에게 여러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던 산실장들에게는 큰마마가 정한 규칙은 법이나 마찬가지다.

[이자들은 데려갈수 없는데스. 여기서 죽이라는말은 하지않는데스.]

장녀의말에 차녀는 물론이고 다른 두 산실장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데에에에....]

큰마마는 아무런 문제없이 산실장부락을 이끌어왔기에 새로 이주를 했다한들 큰마마의 규칙은 그대로 계승될것이다. 동족식을 해버린 자실장을 데려가봐야 곧바로 솎아내질게 뻔하다는것을 이해하고는 친실장은 한숨만 내쉴수밖에 없었다.

[미안한데스....]

장녀가 슬픈눈으로 친실장의 어깨를 두들겼다.

[아닌데스...... 규칙인데스.......]

[이제 돌아가는데스. 더이상 자들을 찾으려다가는 어두워질게 분명한데스]

장녀의말에 구조대 다섯마리가 즉시 발을돌렸다.

[테에? 마마! 아타치 여기있는테치! 어딜보는테치!]
[오바상! 아타치들도 데려가는테치!]

네마리의 자실장들이 크게 당황하며 먹고있던 자실장시체를 바닥에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마에들은 동족식을 한데스. 어차피 데리고가봐야 솎아내지는데스. 그럴바엔 차라리 오마에들은 여기서 살아가는데스]

구조대에서 가장 나이많은 친실장이 말했다.

[테...! 하지만 먹을게 없었던테치! 먹지않았다면 굶어죽었던테치!]
[맞는테치! 아타치들을 버리고간 마마의잘못테치!]

자실장들이 항의했지만 그런다고 동족식을 했다는 사실이 바뀌는것은 아니였다. 구조대들의 발을 되돌릴 이유가 되지못하는것이다.

[데려가는테치! 데려가란테챠아아아아아아!]
[저주하는테치! 오마에들 저주하는테치이이이이!]

자실장들의 절규를 뒤로한채 구조대 다섯마리는 자실장들이 절대 따라오지 못할 빠른속도로 달렸다.






[살아있는 자는.... 없었던데스....?]

허무한 얼굴로 복귀한 구조대를 맞이한 신생 산실장부락의 리더인 최고참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구조대에서 가장 나이많은 친실장이 대표로 나서 고개을 가로저었다.

[기대는 하지 않았던데스...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은 있었던데스.... 그래도 고생많았던데스! 어서 돌아가서 쉬는데스!]

애써 밝은얼굴로 고생을 위로한 리더가 구조대들을 각자에게 배정된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오늘부터 바로 비상식부터 모으는데스!]

이주를 마치고, 구조대가 성과없이 돌아온 다음날. 다같이 모여서 정한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신생 부락의 리더가된 친실장이 과거의 부락에비해서는 절반정도 협소한 광장에서 선언했다.

[그전에 할말이있는데스!]

한 친실장이 거수했다.

[무엇인데스? 말해보는데스]

[오마에를 어떻게 불러야할지를 정해야하는데스. 큰마마는 큰마마라고 불렀던데스. 이젠 오마에를 큰마마라고 부르면 되는데스?]

타당한 지적이였다. 명색이 한 산실장부락의 리더인 몸이다. '오마에'같은 호칭으로 부른다면 위엄이 서지 않는것은 물론이고, 전처럼 불만분자들이 생겨날 위험이 높다.

[아닌데스.... 와타시는 큰마마처럼 할수없는데스....]

큰마마라는 호칭의 이름값이 부담이 되었는지 리더가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그럼 두목은 어떤데스? 전에 닝겐이 왔었을때 숨어서 들은데스. 두목이라는건 가장 높은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들은데스!]

[그럼 그걸로 하는데스. 앞으로 와타시는 두목이 되는데스!]

그렇게 리더에 대한 호칭이 두목으로 정해지고, 신생산실장 부락의 첫일거리인 비상식 모으기가 시작되었다.








[데휴.....]

새로윤 산굴에 정착하고 2주정도가 지나 비상식도 그럭저럭 비축해두었으며, 약간 비좁은 산굴내부를 굵은 나뭇가지로 파내며 확장공사를 하는등... 순조롭게 모든것이 진행되는 와중에 난데없이 두목이 한숨을 내쉬었다.

[데? 무슨일 있는데스?]

곁에있던 친실장 한마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고온자들을 생각한데스... 바보이긴해도 착했던데스... 태어날때부터 봤었는데 지금은 어떻게살고있을지 걱정되는데스...]

이주할때 갈라진 젊은 친실장들에 대한 고민이였다. 경험이 부족해 위기를 대비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라 같이살다간 모두가 죽을거라 생각해 갈라졌지만 그래도 아장아장 걸어다닐때부터 얼굴을 마주하며 살았던 식구였다. 미워서 두고온게 아니니 걱정되는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
[......]

두목의말에 아무도 입을열지않았다.

[아무래도 한번 보고와야겠는데스.... 지금쯤이면 그자들도 반성하고있지 않겠는데스...?]

정이 많은것인지 두목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어쩔수없지만, 그사이에 과거를 반성한자가 있다면 새로운 산굴로 데려와도 괜찮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렇다면 두목이 직접 다녀오는데스.... 두목이 직접보고오는게 좋을것같은데스. 와타시들은 두목이 없는동안 하던일을 계속하는데스]

신생 부락의 친실장들은 대부분 경험많은 노련한 산실장들이다. 두목이 몇일정도 자리를 비워도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때문에 친실장들은 두목에게 직접 보고오라고 말할수있는것이다.

[알겠는데스. 와타시가 다녀오는데스]

할일이 정해지자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언젠가 등산객이 버리고간 검은색 비닐봉투에 4일분의 비상식을 채워넣은것이 두목에게 전달되었다.



[두목. 조심하는데스....]

[걱정마는데스]

친실장들의 걱정섞인 전별을 뒤로하고 비상식을 넣은 봉투를 들고있는 두목이 길을나섰다.



[데....! 이건 자들이아닌데스?!]

한참을 걸어가던 두목이 한데뭉쳐 쓰러진채 죽어있는 자실장들의 시체를 발견했다. 동족식을 이유로 구조대에게 외면당했던 자실장들이였다.

[......]

자실장들의 시체 부근에는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투성이 상태인 실장복조각이 널부러져있는것을 본 두목은 어떤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이자들은.... 동족식을 한게 분명한데스....]

두목이 구조대가 돌아왔을때를 떠올려본다. 살아남은자가 없었냐는 대답에 구조대들은 아무말없이 고개만 저었던이유를 이제야 이해했다. 살아남은자는 있었지만 데려올수 없었기에 '살아남은자가 없었다'라고 확실히 말하지 않은것이다.

식량을 모을때마다 항상 자실장을 동반한 이유는 이런 위급상황이 벌어졌을때 먹을것을 구분할수있는 지식을 심어주기위한것도 있는데, 이 자실장들은 그것을 망각한것인지는 몰라도 동족식에 손을댄것이다. 산굴로 데리고 돌아올 가치가 없었던것이다.

두목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다시 과거에 살았던 산굴을향해 발을 움직였다.




[저기인데스.... 틀림없는데스....]

2일을 꼬박걸어 도착한 두목은 곧장 산굴로 들어가지 않는다.

떠나온지 3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산짐승이 쳐들어와 보금자리로 삼았을지도 모르기에 신중을 기하는것이다.

천천히 접근하며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맡기 시작한 두목. 혹시나 산짐승이 자리를 잡았다면 익숙한 냄새 대신 다른냄새가 날것이다.

[킁킁.... 다른냄새는 나지않은데스.... 다만 운치냄새가 좀 나는것같은데스....]

지금은 몰라도 원래는 산실장의 위치를 드러내는것이나 다름없는 무분별한 배변은 금지시켜온 터이지만 강하진 않지만 보스의 코에는 약하게나마 운치의냄새가 들어간것이다.

일단 다른 천적의 냄새는 없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스가 산굴로 천천히 진입했다.

[누구..인데스...?]

[뭐..뭐인데샷!]

산굴입구에서 광장까지 가는길에는 숙소로 지정된 방이 없다. 하지만 광장까지 채 나가기도전에 어둑어둑한 구석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란 두목이 으르렁거리며 몇발짝 뒤로 물러났다.

[오..마에데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라 생각한 두목이 목소리의 주인을 자세히보니 잔류파 친실장중 하나였다.

[무슨일인데스! 무슨일이 있었냐는말인데스!]

깜짝놀란 두목이 비상식을 담아들고있던 봉투를 내려놓고 다가갔다.

[오마..에의 말이 맞았던데스.... 닝겐이 왔던데스....]

사연인즉슨 산실장이 살고있다는 소문을듣고 사냥꾼이 산에 들어와 산실장들의 흔적을 쫓으며 산굴 근방을 어슬렁거린탓에 산굴밖으로 나갈수가 없었고, 비상식도 없던탓에 많은 부락원들이 아사했다는것이다.

[오로롱~! 자들이 전부 죽은데스! 토모도 전부 죽어버린데스! 오로롱~!]

[그래서 얼마나 남은데스! 얼마나 살아남았냐는 말인데스!]

너무 비참한 소식에 두목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질렀다.

[안에 조금더있는데스... 와타시는 닝겐이 돌아갔는지 확인하러 나가다 여기서 쓰러진데스...오로롱~!]

두목은 즉시 쓰러져있던 친실장을 부축해 광장으로 들어갔다.



광장은 아비규환의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것은 친실장들뿐... 자실장들은 전부 죽어버렸는지 어디에도 보이지않았다.

허나...

[오마에들... 자들은 어디있는데스? 죽었다해도 시체는 어디에둔데스?]

근거는 없지만 불현듯 불길한예감이 들어버린 두목이 자신을보며 눈물을 흘리며 반기는 친실장들에게 물었다.

[데....]
[그건.....]

친실장들은 두목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오마에들... 설마 자들을 잡아먹은데스...?]

대답은 필요없었다. 고개를 돌린채 아무말도 없는 친실장들의 모습이 답이였다.

[자들을 잡아먹다니 제정신인데스? 오마에들이 그러고도 마마인데스?]

너무 머리끝까지 화가나면 도리어 냉정해진다고 했던가.... 두목은 소리를 지르기는 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를 내고있었다.

[와타시는 돌아가는데스! 오마에들이 잘 살고있는지 보러오지 말었어야하는데스!]

두목은 차라리 보지않았다면 잘 살고있을거라 생각하며 지낼수있었을것을 괜히 와버려서 안좋은 기억만 생겼다며 후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기다리는데스!]
[와타시도 데려가는데스!]
[오마에들만 행복하게 살생각인데스?]

지금 되돌려보내면 자기네들은 끝장이다! 라는것을 알고있는 친실장들이 비명을지르며 마지막힘을 쥐어짜내 두목에게 달려가 붙잡았다.

[꺼지는데스! 동족식을, 그것도 자기 자를 잡아먹은 분충과는 함께살수없는데스!]

오는길에 보았던 자실장들도 동족식을 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아 죽어있었다. 하물며 함께살던 가족이라고는 자실장들보다는 소중하지않은 동족식을 해버린 자들을 데려갈 이유도, 데려갈 방법도 없었다.

두목은 하도 굶어서 기력이 부족한 친실장들을 가볍게 털어내고는 도중에 두고온 비상식봉투를 챙겨 산굴밖으로 나갔다.

[바보같은자들인데스...]

두목은 산굴입구를 돌아보며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귀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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