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격리구더기)



남자는 식탁 위에 쟁반을 턱 하고 내려놓았다. 성인 남자의 얼굴만한 두툼한 돈까스가 두 개에, 산더미같이 쌓인 양배추와 밥, 국그릇 가득 담긴 된장국. 600밀리는 되보일 만한 큰 컵에 찰랑찰랑하게 담긴 콜라.

남자의 가게에서 파는 2만원짜리 '도전! 돈까스 세트' 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먹으면 일 년간 식사 무료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여태까지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도전자는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비장한 표정으로 나이프와 포크를 쥐고 식탁 앞에 앉은 성체 실장은 남자에게 물었다.

"이걸 다 먹으면 정말로 와타시와 자들에게 계속 밥을 주시는 데스?"

"약속한다. 한번 더 물어보마, 정말 다 먹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친실장의 옆에 놓인 수조에는 구더기 네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가 들어 있다. 도전의 공정함을 위해 수조 안에 격리를 시켜놓은 것이다. "마마! 힘내는테츄!" 자실장의 응원소리와 함께, 친실장은 나이프로 돈까쓰를 썰기 시작했다.

남자는 스톱워치를 눌렀다. 00:00:00에서 빠르게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돈까스를 여러 조각으로 자른 다음 한 조각씩 포크로 찍어서 입에 쑤셔넣었다. 맛있다. 상가 뒤편에서 차갑고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먹던 친실장에게 따끈하고 바삭한 돈까스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진미였다. 그리고 그 돈까스가 자신의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행복회로의 환상보다 더 행복한 현실에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돈까스를 삼켰다. 목이 메여왔다. 달콤한 콜라를 마시면서 새콤한 맛이 나는 양배추를 꿀떡꿀떡 삼킨다. 생애 처음 겪어보는 맛의 향연이다. 

이 진풍경을 구경하는 손님들의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가게 안을 가득 메웠다. 남자는 스톱워치를 힐끗 확인했다. 제한 시간은 삼십 분, 오 분이 지났는데 벌써 음식의 사분의 일이 줄어있다. "엄청나게 먹성 좋은 놈이구만." 남자는 혼잣말을 했다.

친실장은 뜨거운 된장국에 김이 나는 밥을 말아서 수저로 미친 듯 퍼먹었다. 와따시도 밥을 달라는 구더기들을 달래는 장녀의 목소리를 자극삼아 친실장은 수저를 더욱 바삐 놀린다. 국그릇이 바닥을 깨끗히 보였을 때 손님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야 진짜 잘먹는다!"

평소같으면 친실장은 인간의 칭찬에 우쭐해졌겠지만, 이 추운 겨울날 자들의 목숨을 건 도전을 하고 있는 친실장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돈까스를 다시 입에 밀어넣은 순간 배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한계가 온 것이다. 남은 돈까스의 양은 약 사분의 삼 정도.

잠시 멈칫하던 친실장을 본 새끼들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친실장은 다시 포크를 쥔다. 이제는 진미 대신 고문이 된 돈까스를 한 조각 한 조각 입으로 우겨넣는다. 콜라를 양껏 빨아먹는다. 죽을 것만 같다.

남자는 진땀을 흘리며 음식을 한 점 한점 입으로 밀어넣는 친실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주는 거나 먹지 욕심도 많아서..." 스톱워치의 시간은 15분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돈까스의 양은 절반 정도.

음식을 밀어넣던 친실장이 갑자기 "덱!" 하는 비명을 질렀다. 설마 토하려는 건가? 남자는 깜짝 놀랐다.

배에 가득 찬 음식에 짓눌려서 몸 속 위석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친실장은 몸이 너무나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목숨보다 귀한 자들을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무섭지 않다. 자신이 실패했을 경우 자들은 확실히 죽는다. 친실장의 눈 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지만, 손만은 기계적으로 음식을 입에 밀어넣었다. 남은 음식은 사분의 일.

남자는 그 광경을 보다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 주는 거나 받지 왜 미련하게..." 저 실장석이 지금 토한다면 밥맛이 떨어진 손님들은 전부 가 버릴 것이다. 남자는 재미로 실장석의 도전을 받아준 걸 후회하고 있었다.

항상 가게 앞에서 유리창 너머로 돈까스를 써는 손님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친실장. 골판지 하우스에 모아둔 음식이 다 떨어졌을 때, 친실장은 배고파 우는 자들을 품에 전부 안고 음식점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동정심을 느낀 남자가 잔반을 조금 싸줬지만 친실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것만으론 모두가 겨울을 살아남을수 없는 데스. 와따시는 자를 잡아먹으며 비참하게 살아남느니 차라리 마지막으로 구경을 하다 죽을거데스."

남자는 제안을 하나 했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네가 전부 다 먹으면 자들에게도 계속 밥을 주겠다. 선택은 네 자유다. 친실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다...

잠시 아까의 일을 생각하던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친실장을 쳐다보았다.

돈까스는 두 조각 남아있었다. 임신한 것처럼 배가 팽팽히 불어있는 친실장은 이제 초점을 완전히 잃은 눈으로 돈까스를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었다.

마지막 한 조각. 

손님들은 숨을 죽인 채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남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친실장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돈까스를 집어 입에 넣었다. 시간은 29분 40초.

"와아아! 진짜 대단하다!" 손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남자는 시계를 내려놓고 박수를 쳤다. 친실장은 환호성 속에서 잠시 자들을 바라보고 웃음을 짓더니, 

파킨 소리와 함께 식탁 위에 쓰러졌다.

한계를 넘어서 팽창한 위장이 위석을 완전히 눌러서 으스러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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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마의 마마는 산더미만한 음식을 전부 먹은데스. 아주아주 큰 인간도 못한 일이었던 데스. 그 많은 음식을 다 먹은 마마의 마마는 그만 파킨해버린 데스. 인간님은 불쌍히 남겨진 와따시와 오네짱을 거둬주신 데스." 성체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네 마리가 돈까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전! 돈까스 세트는 실장석 한 마리가 도전에 성공한 이후 불티난듯 팔렸다. 실장석 따위한테 질 수 없다는 쓸데없는 자존심만 많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장석도 먹고 죽은 맛!" 이라는 문구에 낚여서 시킨 사람들도 꽤나 됐다. 남자의 가게는 어마어마하게 번창했다.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 돈까스 세트"에 도전했고, 하루에 수많은 음식 쓰레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음식 쓰레기들은 죽은 친실장의 장녀와 차녀에게 주어졌다. 소위 말하는 짬실장이 된 것이다.

남자는 약속을 지켰다.

"그래서 마마의 마마는 왜 파킨한 데치?"

마마의 품에서 양배추를 주워먹던 자실장 한 마리가 말했다. 장녀, 아니, 이제는 네 자매의 친실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아마 너무 행복해서 그랬던 것인 데스. 소중한 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행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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