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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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하얀 악마가 아닌 검은 악마들이 나타나 사랑스러운 자신의 새끼를 무참히 밟아
버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꿈을. 데갸악! 지독한 악몽에 놀라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난 친실장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용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열 마리의 자
실장들이 테~휴~테~휴~ 귀여운 숨소리와 함께 아직도 꿈나라에 있었다. 다행인데수….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실장생. 안도의 한숨을 쉰 친실장은 살며시 문을 열어 밖을 확인
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중이었다. 부스럭. 이왕 이리 된 거 평소보다 일찍 먹이를 구하
러 골판지 밖으로 나가는 친실장이였다. 인간이나 동족. 그 외 기타 등등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장 직면한 식량문제 해결이 우선이었다. 꿈은 꿈일뿐인데수. 그렇
게 생각하며 서둘러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부지런한 동족들 몇몇이 쓰레기장을 뒤집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동족들 역시 도착해서 바글바글 거릴 것이 분명했
기에 친실장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 기분 내키는 대로 찾아와 먹이를 뿌리는 애호파들에게 몰려들어 하나라도 더 많이 줍
기 위해 재롱을 떨고 아우성을 치며 동족을 밀치고 밟고 밟히는 모습. 평범한 푸드가 아닌 콘
페이토처럼 보이는 별사탕을 뿌려대는 애호파들은 그런 들실장들의 행동을 보면서 통 크게 먹
이를 뿌리며 부채질을 해댔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허겁지겁 달려와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뒤쪽의 동족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는 녀석. 한껏 받아 기뻐하는 동족의 뒤를 후려쳐 그대로
빼앗고 도주하는 녀석. 항상은 아니었지만 심심치 않게 보던 그런 풍경. 그런 날이었다. 아니,
그 말은 취소.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동족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쓰레기장을 뒤지다 말고
허겁지겁 달려왔던 친실장은 숨이 차올 대로 차올라 헉헉거렸지만 그와 반대로 가까워지면 가
까워질수록 서서히 느려지는 발걸음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몸. 본능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생각하는 와중에도 먹
이를 뿌리는 애호파들에게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낀 친실장은 자신의 본능을 믿기로 한 듯,
그늘에 숨어 눈앞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맨날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지만 여태까지 보
아왔던 애호파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혹시 독약을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먹이를 주워
가는 와중에 하나둘 입안으로 쑤셔넣는 동족의 모습을 보면서 반응을 기다리지만 콘페이토 처
럼 보이는 별사탕을 집어삼킨 들실장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데수웅~ 하는 행복한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그 모습에 괜한 걱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달려나가지 않은걸 후회하며
집에 있을 자들에게 달콤한 선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 짧은 사이에 모든 것
이 끝나있었다. 보람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는 애호파들과 자기들끼리 들떠 웃으면서
만만해 보이는 개체를 약탈하기 위해 눈알을 부라리는 녀석들의 모습에 역시나 자신의 괜한 걱
정으로 이런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친실장
은 그런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는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애호파로 보이는 인간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에서 비교적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동족식을 하는
개체는 공원 입구쪽에 자리를 잡은 한 녀석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다 자리를 잡은 친실장이었다. 물론, 그 대가로 쓰레기장하곤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은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는 길에 보인 것은 어설프게 숨겨진 또다른 골판지 하우스였다. 강한 개체는 외곽에서 생활했
고 친실장처럼 약한 개체는 공원의 안쪽에 몰려 있었다.
「다녀온데스.」
「마마가 온테치!」
「마마~.」
「마마테치!」
「마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열 마리의 자들이 친실장을 환영하며 달라붙었다. 너덜너덜해진
친실장의 옷에 얼굴을 파묻고 좋다고 부비부비를 하는 사랑스러운 자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
듬어준 친실장은 서둘러 쓰레기장에서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 자들 앞에 펼쳐놓았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작은 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참아가며 자신에게 배분된
것들을 먹어치우는 새끼들의 모습에 친실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배불리 먹여주
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대로 먹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무작정 싸지
르고 보는 실장석의 어리석음. 그래도 꼴에 운은 좋았는지 열 마리 모두가 자실장이다. 는 개
뿔. 오히려 그것이 최근에는 더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다. 한창 자랄 시기인 자실장이 열 마
리.. 덕분에 새끼들에게 요구되는 음식량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친실장이 얻을
수 있는 음식은 조금뿐이었고 어떨 때는 아예 구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늘어나는 것은 식량이 아닌 자들의 식욕과 공원의 들실장들 숫자뿐이었다. 최대로 성장한 성
체 실장만 3백 마리에 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걸로 살아간데스.」
오늘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열 마리 모두가 그나마 허기를 채울 정도의 양은 되었기 때
문에. 공원에 널리고 널린 게 들실장이다 보니 괜한 걱정에 애호파를 그냥 놓친 것에 속이 쓰
린 친실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겨우 노을 진 저녁이었지만 계속 깨어 있어봤자
배만 고파질 뿐이었기에 식사를 마치자마자 새끼들을 재우려는 친실장. 놀고싶어하는 자들을
애써 달래 눕혀 그 위에 수건을 덮어주는 친실장의 머릿속엔 한 번이라도 좋으니 비닐봉투가
꽉 찰 정도의 풍족한 먹이를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지고 꿈나
라로 빠진 새끼들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다 공원의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밝아질 때가 되어
서야 잠자리에 드는 친실장이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배부른 자들을 보고싶은데수….」
친실장의 바람은 다음날 바로 실현되었다.
★☆★
「데에에에엑?!!!」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 쓰레기장으로 달려온 친실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
의 눈을 비비고 난 후 다시금 정면을 응시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
레기봉투만이 가득할 뿐 그 어디에도 동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 직후에 보이긴
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 닿는 친실장이었다. 쓰레기장을 뒤적거리는
동족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느렸다. 데이이이…. 쓰레기봉투를 열어 그안의 내용물을 확인했
다. 먹다남은 햄버거가 눈에 들어왔지만 별로인 것 같은 동족의 표정. 무슨 생각인지 그냥 휑
하니 돌아섰다. 그리곤 자신을 보고 있는 친실장의 시선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버렸다. 그것은 다른 동족들도 마찬가지. 대부분이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버렸고
일부만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돌아갔다. 비닐봉투가 꽉 찰 정도의 식량
을 손에 넣는 것은 들실장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음에도 동족들의 눈은 전혀 기뻐
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것이 없어서. 그저 마지못해 챙겨가는 느낌이랄까.
「대박인데샤아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이곳에 남은 것들은 전부 자신의 몫이
란 것에 기뻐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그 짧은 팔을 힘차게 올리며 만세를 부르짖는 친실장이
었다. 자들이 기뻐할 것인데스!! 배불리 먹고 난 후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자들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걸린 친실장이었다. 경쟁이 없으니 비닐봉투에 꽉꽉 눌러 담아도 사방에 널려
있는 생활쓰레기들에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친실장은 서둘러 집으
로 달려가 봉투의 내용물들을 새끼들에게 모조리 쏟아내곤 또다시 쓰레기장으로 달려와 주워
담았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하는 동족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먹다
말고 기운 없이 내려놓는 그 모습에 배때기가 부른데스! 하며 무시하고 쓰레기장으로 달렸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실장석도 충분히 들고 휘두를 수 있는 송곳을 발견한 것이었다. 샥!
샥! 데스우우우!!! 이제 포악한 개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겼다는 기쁨과 더불어 또다
시 편의점 봉투가 꽉 찰 정도의 음식을 얻은 친실장이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제 그 애호파가 오늘도 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광장에 모여있는
동족들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친실장이었다.
「지금 그걸 기다리고 있을 바엔 쓰레기장에 가는 게 훨씬 더 이득인데스!」
물론 그 말을 듣고 우르르 몰려갈까 싶어 혼잣말로 중얼거린 친실장이었다. 그날 밤. 맛없는
데스…. 으적 으적 모아두었던 비축식을 씹어먹다말고 축 늘어지는 들실장은 먹을 것이 눈앞
에 있는데도 눈길조차 주지않고 그저 빨리 음식을 넣으라고 요동치는 배에 손을 얹어 배고픈
데스…배고픈데스…라고 중얼거리는 동족들과 다르게 쌓일 대로 쌓인 음식을 먹고 또 먹는 새
끼들과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에선 그들만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많이 많이 먹어두는데스. 이런 기회는 또 없을지도 모르는데스.」
보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 저장하고 나머지를 한가득 쌓아놓자 새끼들은 이미 먹
을 대로 먹어 배가 가득 차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입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누군가
가 먹다 버린 핫도그. 빵. 상한 고기. 퍽퍽한 부위만 남은 치킨조각. 팝콘.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다. 들실장의 인생에서 다시는 못 볼 호화스러운 진수성찬이었다.
「달콤한테치! 맛있는테치!」
「자들이 착하게 있어줘서 하늘이 상을 준데스.」
「마마~ 앞으로도 계속 착하게 있는테츄~.」
「마마~마마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는테치~.」
바닥에 드러누워 뽈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토닥토닥 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자들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 친실장은 이제는 거의 잊혀진. 한참 전에 죽은 어미로 부터 들었
던 옛날이야기들을 꺼낼 준비를 한다. 오늘만큼은 '여유'라는 것이 있었다. 배가 잔뜩 부른 친
실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토닥토닥 건드렸다. 먹을 대로 먹은 자실장들은 어
느덧 푹신한 수건 속에서 친실장이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건 마마의 마마의 마마로부터 전해져온 이야기인데스. 옛날 옛날에 이 공원에는……….」
「데샤아아아아아악!!!!!!!」
「저렇게 시끄러운 소음공해가…뎃?」
친실장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침묵해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설마? 불길한 예
감이 들어 가슴이 철렁해지자 황급히 쓰레기장에서 얻은 송곳을 집어 들고 조심스레 문으로
다가갔다.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아주. 아~주 살살 밀어 밖의 상황을 살핀 친실장이었다.
★☆★
「데갸아아아아악!!!」
그것은
「마마아아아아!!!」
잔혹한 현실이었다.
와드득. 어린 자실장의 척추뼈가 부러지는 소리.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열심히 쓰레기장을 뒤
져 얻은 식량을 가지고 새끼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꿋꿋이 살아가던 들실장들이 집단으로 난동
을 부리고 있었다. 밥! 밥인데스! 그렇게 소리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를 지
키기 위해서가 아닌, 빼앗기 위해서 던지는 몸싸움. 성체와 새끼를 가릴 것 없어 만만해 보이
는 상대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엉겨 붙었다. 그들의 발밑으로 밟혀 부서지는 과자나 기타 생활
쓰레기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눈앞의 들실장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동족의 고기. 그것뿐이었
다.
「데헤엑!!」
그 모습을 본 친실장은 경악했다. 운치를 먹는 식분 행위 다음으로 금기인 것이 바로 동족의
고기를 먹는 것이었다. 한번 먹으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동족식의 늪. 들실장들은 작
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식량이 있었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동족의 고기만을 원하고 있었다.
「마마?」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불러보는 장녀를 바라본 친실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마에들! 어서 나갈 준비하란데스!」
이대로 있다간 저 뭔지 모를 살육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친실장은 황급히 편의
점 봉투에 비상식량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자실장들이 덩달아 겁을 먹었지
만 친실장은 조용히 해야 된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집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소리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벅.
그 순간 집앞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숨이 멎는 것 같은 친실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
르기 시작했다. 콩닥 콩닥.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쳐 날뛰는 가슴. 끼이이…아주 손쉽게 밀
리는 골판지 하우스의 문.
「밥인데수….」
「모두 구석으로 가 있는데스!」
친실장이 소리 질렀다. 이윽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데갸아아아악!! 상대가 송곳을 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대가로 한쪽을 찔린 들실장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죽어버리는데수!
죽어버리는데수!! 와타시의 가족을 건드리는 분충은 절대로 봐주지않는데스!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큰 소리로 외치며 찌르고 또 찔렀다. 잠시도 멈추지않고 이미 죽어버린 들실장의 머리를
난도질하는 그 모습에 와타시가 알던 마마가 아닌테치이이이!! 생전 처음 보는 그 모습에 충
격을 받은 듯, 자실장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새끼들이였다. 테챠아아아! 와
타치들도 저렇게 죽일게 분명한테챠아!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듯 3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 소리쳤다.
「3녀 오네챠 돌아오는테치이이!!!」
「4녀쨩! 밖은 위험한테치이이!!」
「테챠아아아 마마가 아닌테치! 마마가 아닌테치이이! 와타치들도 저렇게 죽이려는테치!!」
급기야 골판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3녀의 모습에 4녀가. 추가로 5녀와 7녀. 8녀와 9녀가 덩달
아 일어나 그 뒤를 이었다. 어디가는데스! 돌아오는데스! 놀란 친실장이 황급히 달아나는 8녀
를 붙잡았지만 곧바로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테샤아아아아아!!!! 9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질수없다는 듯 덩달아 울리는
「마마 살려주는테챠아!!」
4녀의 비명.
「대체 이게 뭔 일인데샤아아아아!!」
그리고 친실장의 절규. 들고 있던 송곳을 툭하고 떨어트린 친실장이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순식간에 가족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스? 대체 왜! 머리를 쥐어짜며 현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실
패. 비명소리를 들은 다른 들실장들이 몰려드는 것을 생각한 친실장은 황급히 남은 새끼들만
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짐만을 챙기기 시작했다.
배고프다. 맛있다. 이 두 가지로 가득찬 머리는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새끼가
자매를 잡아먹고 그런 새끼를 어미가 잡아먹었다. 가족애가 강한 일가는 차마 자신의 가족을
잡아먹지 못하고 다른 일가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으나 때론 역으로 당해 전멸했다. 밤하늘로
퍼져나가는 위협과 비명. 통곡과 절망 밑으로 뿌려지는 피와 찢겨나가는 살점이 사방으로 흩
뿌려졌고 그 위를 또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러거나 말거나 한쪽 구석에서 으적 으적 승
리의 전리품을 씹어먹는 기쁨의 뒤로 또 다른 도전자의 습격이 이어졌다. 달아나는 동족을 뒤
쫓는데 정신 팔린 어미로부터 뒤처져 애타게 부르짖는 새끼들은 또 다른 들실장에게 먹혔고,
이미 이 지옥 같은 살육전 속에서 어미를 잃은 자실장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운치를
던지는 것뿐. 들실장에게까지 가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골판지 하우스 바닥으로 떨어진 운치
위로 이윽고 자실장의 피가 뿌려졌다.
「살려주는테치! 살려주는테치이!!」
「진정하란데스! 마마데스! 마마는 오마에를 죽이않는데스!」
붙잡혀 나가지 못한 8녀가 발광을 했고 친실장이 진정하라고 등을 두드려준다.
「똥마마아아!! 왜 와타시를 구해주지 않는테챠아아아!!!」
밖에서 친실장을 저주하는 3녀의 비명이 울렸지만 친실장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
다. 머리부터 씹어먹기 위해 입을 쩍 벌린 들실장을 제외하곤 말이다. 쩍 벌린 입에서 이미
먼저 먹힌 누군가의 살점이 끼어 있었다.
와드득.
★☆★
「데,덱! 닌겐상! 닌겐상!」
새벽 03시. 그칠줄 모르는 지랄의 혼돈 속에서 공원관리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그들은 혀를 차며 지켜보기만 할 뿐, 현 상황을 해결할 생각 따윈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근처에 있는 들실장 하나를 걷어차버렸다. 그리곤
돌아갔다. 동족식을 하는 실장들을 피해 숨어 있던 다른 들실장들이 그들이 나타나기만을 기
다리고 있었지만 뜻밖의 행동에 당황한 듯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
던 것이다. 평소에 자신들이 소동을 일으키면 달려와 도망가는 자신들을 잡아 자루 속에다 집
어넣고 어디론가 보내 버렸을 텐데. 지금 그들의 행동은 그저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
로 끝이었다. 일반인들 출입 막고 날 밝는 대로 호출하라는 알 수 없는 말만 주고받으면서 돌
아가는 관리인들의 뒤로 침입한 들실장을 제압하고 간신히 새끼들과 함께 탈출한 친실장은 그
들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지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갈 길 가는 그 모습에 낙담하고 말았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남은 새끼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했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3녀. 4녀. 5녀. 7녀. 9녀의 죽음.
행복했던 그 순간 들이닥친 알 수 없는 불행으로 어찌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버
린 일가가 그곳에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친실장의 눈을 응시하는 자실장들은 애써 울음
을 멈춰보려고 하지만 끅끅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데수…?」
매우 당연하게도 알려주는 이는 없다. 그 누가 이들에게 말해주겠나? 이틀 전에 너희들한테
먹이 뿌린 인간들은 애호파가 아니라고. 그들이 뿌리던 것은 그냥 콘페이토가 아닌 동족식을
유도하는 실장향을 첨가한 것이라고 말이다. 아아 세상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이지 않은 실장석
의 삶이여. 꿈에도 그리던 배부른 만찬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친실장이였다.
행복을 얘기하며 음식을 갉아먹던 새끼들. 하나둘 셋 넷 다섯…….
「데에에엥 자들을 반이나 잃어버린데수우우…!!」
자들을 쓰다듬었던 그 손에는 오로지 동족의 피만이 묻어있을 뿐이었다. 데에에엥! 데에에에
엥!
「데엥…그래도…다행인데스…데에엥….」
그런 와중에 드는 생각.
「그래도 죽기전에 배불리먹고 죽은데스….」
죽을 때까지 단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 들실장의 삶에서 그래도 그만큼 처
먹고 죽은 게 어딘가. 거기다 자기들이 겁먹고 도망가다 죽은 걸 자신이 어찌할 수도 없는 노
릇. 적어도 마마로써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한 친실장이였다. 성체가 되어 독립 못한 건 자
기들 팔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까보단 덜하다. 코를 훌쩍이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아가야 한다. 아직 남은 새끼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있으니까. 어떻게든 살
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이 공원은 끝인데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사실 친실장도 느끼고 있었다. 공원의 수용량에
비하여 동족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지랄
발광을 하면서 알아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 만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자신도
죽을 수가 있다는 것.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인간.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아
가는 것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인간들이 피와 시체로 범벅된 공원을 좋게 볼 리가 없
었다.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하얀 악마들이 올 수도 있었다.
「이 공원을 나가는데스.」
친실장이 선언했다. 놀란 자실장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여태껏 골판지 하우스에서조차 마음
대로 나가지 못하는 삶이었는데 공원 밖으로 나간다니?
「공원 밖에는 뭐가 있는테치?」
호기심 많은 장녀가 묻자 친실장은 대답했다. 닌겐들이 바글바글한데스. 여기 있는 실장들 보
다 훨씬 더 더~~~~~~~~~~~ 많이 있는데스. 놀란 자실장들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그럼 더
위험한 거 아닌테치? 학대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차녀가 묻자 친실장은 대답했다.
「닌겐이 많다는건 애호파도 많다는 뜻인데스.」
「굉장한테치이! 애호파가 많은테치?!」
애호파가 많다는 말에 희망이 생긴 듯 자리에서 일어선 자실장들이었다.
「공원에서만 나가면 애호파 닌겐상이 도와줄 것인테치! 그러면 안전한 닌겐상의 집에서 맛있
는 거도 이빠이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테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장녀의 말에 다른 자매들이 잇따라 행복회로에 빠져들기 직전이었다.
소리 없이 다가온 무언가가 장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테뵷!」
짤막한 비명과 함께 일가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냐옹~. 공원에는 실장석만 있는 게 아니
다. 들고양이도 있다. 아무래도 실장석들의 시끄러운 소란에 이끌려온듯한 모양. 친실장의 두
눈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고양이에게서 밟혀있는 자신의 새끼였던. 호기심 많은 장녀였던 자
실장이 그곳에 있었다. 장녀는 머리가 터져버린듯 찍소리도 못하고 축 늘어져있었다. 뭐, 위석
이 깨지지 않은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재생하겠지만 고양이에게 찍힌 이상 살아날 가능성은 없
었다.
「데샤아아악!!」
또다시 자를 잃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송곳을 쳐들고 고양이에게 돌진하는 친실장과
상대할 마음이 없는 듯, 잽싸게 장녀를 물고 가버리는 고양이이었다. 어디가는데스! 돌아오는
데스! 와타시가 무서우면 장녀를 내려놓고가란데수우우우!! 울부짖지만 그런다고 순순히 응할
고양이가 아니다. 가다 말고 장녀를 내려놓고는 친실장을 향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더니 냐~
옹~. 하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그것은 어디 해볼 테면 해보란 식으로 여유이자 도발이었다.
「테챠아아 오네챠아아아!!」
남은 자매들이 부르짖었다.
「…….」
친실장은 송곳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이제 남은 새끼는 4마리.
「마마 뭐하는테치! 빨리 구하러 가란테치!」
다른 자매들과 다르게 장녀와 죽이 잘 맞았던 차녀가 친실장을 향해 소리쳤지만 친실장은 움
직이지 않았다. 잡혀간 장녀가 살아 돌아올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잡혀간 순간 그걸
로 끝인 것이다. 고양이를 쫓아가느니(쫓아갈 수도 없지만) 차라리 남은 새끼들과 함께 공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친실장이었다.
「…장녀 하나 구하자고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수없는데스.」
「그치만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해야한고 했던건 마마인테치!」
「그거야 여유가 있을때 하는 것인데스!」
「텟!」
그간 배웠던 가르침을 부정당한 차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사랑은 사랑이고 목숨은 목숨인데스! 포기할 건 포기할 줄도 알아야하는데스!」
친실장이 소리쳤다. 훌쩍. 그래도 새끼를 잃었다는 것에서 가슴이 아픈지 적녹의 눈물은 멈추
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친실장은 현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재산목록은 약간의 식량이 전부. 봉투
속에 들어있는 식량을 확인했다. 산더미 같은 식량을 다 운반할 길이 없어서 푸드만 챙겨왔
다. 그것도 자신을 포함한 5마리가 한 끼로 끝낼 수준의 양이다.
「…….」
고개를 들어 공원을 둘러보았다. 평소엔 잘 지나다녔던 길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다. 이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새끼들을 쳐다
보았다.
'현명하고 조심성이 많은 차녀…꼭 지켜야하는데스. 6녀. 착한데스. 8녀…분충은 아니지만 겁
쟁이인데스. 막내인 10녀…다른 자매들 보다 약해서 분명 따라오기 힘들 것인데스….'
봉투에 든 식량과 자신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친실장의 모습에 새끼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원 밖으로 나가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스. 애호파를 만나기 전까지 식량은 어떻게든
아껴야하는데스.'
「마마…?」
불길한 느낌에 차녀가 친실장을 불렀다. 친실장은 침울 꿀꺽 삼켰다. 결심한듯했다.
'우선 막내를 걸러내야 하는 데스.'
다른 자매들보다 몸이 약한 막내(10녀)가 자신을 따라서 공원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
한 친실장은 어떻게든 10녀를 떼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나라도 입을 줄여야 남은 가족들의
생존확률이 높아진다.
'막내를 걸러내고 여의치 않으면 그때는 8녀를 걸러내는데스. 나중에 상황을 봐서 그때도 잘
풀리지 않으면 6녀도 그리해야 하는 데스.'
내심 기대하고 있는 차녀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포기한 친실장이었다. 자신을 희생해서 새
끼들을 모두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가장이니까. 출발하는데스. 친실장은 최대한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출발했다. 최대한 안전한 길을 고르면서 막내를 떼어낼 기회를 노리
고 있었다. 막내가 떨어져 나가기까지 단 한 번도 밥을 먹지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제법
조용해진 공원의 모습이었다. 자기들끼리 죽고 죽인 덕분에 조용해진 공원. 살아남은 개체들
은 다른 잡아먹을 이들을 노리며 사방을 돌아다니거나 포만감에 잠이 들었다. 적막. 이따금
멀리서 짤막한 비명이 울렸지만 순간적으로 놀랄 뿐이었다. 시계는 어느덧 0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원을 환하게 비추던 가로등의 불빛이 사그라들었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데에…? 왜 물이 안나오는데스…?」
급하게 나오느라 먹을 것만 챙겼지 물을 챙기지 못 했다. 어렵사리 동족들을 피해 수돗가로
왔지만 아무리 꼭지를 돌려도 나오지 않는 물에 말라버린 혓바닥을 내밀며 갈증을 호소했지만
그런다고 나오는 물도 아니었다. 관리인들이 돌아가면서 수도를 잠궈버린 것이다.
「마마…목마른테치….」
갈증에 자들이 칭얼거렸지만 해결해줄 수 없는 친실장이었다.
바스락.
그때, 반대편 풀숲에서 한 마리의 들실장이 나타났다. 테챠아아! 깜짝 놀라 황급히 친실장의
뒤로 숨는 자실장들과 눈앞의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친실장의 입에선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것은 여태까지 보아왔던 들실장들중에서도 가장 컸던.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공원의 외곽지역에서 동족식을 하면서 생활해온 원조 동족실장이었던
것이다. 걸려도 가장 운치 같은 상대에게 걸려버린데수! 친실장은 비명을 질렀다. 동족실장은
처음부터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유유히 친실장을 향해 걸어왔다.
「꺼. 꺼지란데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용서해주는데스!」
부들부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지탱하며 유일한 무기인 송곳을 꺼낸 친실장이었다. 하지만 상대
방은 동족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공격을 하고 막아냈던 베테랑이 아니던가. 데프프~ 하는 여유
로운 웃음소리. 여태껏 무기로 자신을 지키려던 들실장들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하지만 결국
살아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덩치가 큰 만큼 맷집과 파워가 다른 들실장들을 압도했던 것
이다. 오히려 친실장이 들고 있는 송곳이 예상 밖의 전리품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
「데에…?」
친실장은 상대가 전혀 겁을 먹지 않자 당황했다. 죽는데스? 와타시 죽는데스? 정말 와타시 여
기서 죽는데스? 그 짧은시간동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은 없다. 슬금슬금 뒷걸음치면
상대는 여유롭게 한발 한발 내딛었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인데스. 자판기로 쓸 똥벌레들이
널리고 널린데스. 데프프프~. 동족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흥얼 흥얼거렸다. 뇌만 으깨버리고 구
더기를 생산하는 자판기로 만들 생각인듯했다.
「계, 계획대로 하는데스!」
그 순간, 친실장이 소리침과 동시에 한 마리의 자실장이 동족실장의 앞으로 내던져졌다. 안전
하다고 생각했던 친실장의 등 뒤에 숨어있던 막내였다.
「마마아아!!」
자신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제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저주를 퍼붓는 막내지만 정작 그
친실장은 시선조차 주지 않고 황급히 뒤를 돌아서는
「너도 가란데스!!」
라며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벙 쪄있던 8녀마저 걷어차버렸다. 테햙!!
「뒤를 부탁하는데샤아아아!!!」
그리곤 차녀와 6녀를 끌어안고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똥마마아아아아아아!!!!!!!」
막내와 8녀의 처절한 비명에서 점차 멀어지는 친실장은 달리고 또 달렸다. 미안한데수! 미안
한데수! 그치만 이것이 최선인데스!! 막내쨩은 약해서 앞으론 무리인데스! 8녀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데스! 그때 마마가 밖으로 나가려던 8녀를 잡아서 안죽은것인데스! 마마만 아니었
으면 진작에 죽었을 운명인데스! 어차피 죽었을 목숨 이제는 죽어도 되는데스! 가족을 위한
희생인데스!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바엔 마마와 오네챠들을 살리는게 더 값진 죽음인데스!! 오
마에들 몫까지 마마가 열심히 사는데샤아아아악!!!
★☆★
「…….」
오전 06시. 일가는 말을 잃었다. 차녀와 6녀는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친실장을 올려다보고 있
었다. 거듭해서 찾아오는 공포 속에서 죽어가는 자매들과 친실장의 행동에 자신들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팬티는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친실장 역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
다.
「마마는….」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어렸을적에 자매들을 모두 다 잃은데스.」
여태껏 단 한 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말하지 않았던 친실장의 말에 차녀와 6녀가 고개를
들었다.
「마마의 마마가 닌겐에게 제물로 하나둘 던졌던데스.」
학대파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새끼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마마는 그때 결심했던데스. 마마가 자를 낳으면 끝까지 자들을 지키겠다고 했던데스.」
그러면서 이제는 둘 밖에 남지 않은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마마도 마마의 마마처럼 되어버린데수우우우….」
그토록 미워했던 어미와 똑같은 짓을 하게 되었다.
「아마…마마의 마마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인데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플것인데스….」
자매를 인간에게 던졌음에도 울음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던 어미의 모습. 사실 자신의 앞에서만 그랬을뿐 아무도 없는 곳에선 자신처럼 슬퍼하지 않
았을까? 는 변명. 그저 자신들도 언제 희생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은 새끼들이 마음을
풀도록 하는 감성팔이다. 친실장에 대한 좋은 추억따윈 없다. 먹이도 못 구해와 항상 자신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만들었기에 자실장 시절에 똥마마라고 욕이란 욕은 다 하고 다녔던 몸이
다. 독립한 후에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힐끗 새끼들의 상태를 살핀 친실
장이었다.
「마마도 싫은데스. 하지만…가족을 위해서라면 어쩔수없는데스!」
자기는 살아야되니까. 두 녀석이 말 없이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침묵. 각자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러길 얼마지나지 않아 눈물을 닦아낸 차녀가 말했다.
「날이 밝는테치. 그러니 이제 마마하곤 작별인테치.」
친실장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다 아는테치.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남아서 기쁜거 다 아는테치.」
가장 믿고 기대했던 차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듣자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걸 넘어 아예 하얗게
질려버린 친실장이었다. 신뢰를 잃은 것이다.
「마마가 가족을 사랑했으면 마마가 희생했어야한테치. 죽기살기로 싸웠어야했던테치. 마마가
되서 고양이 한마리 못 이기는테치?」
「…와, 와타시는 가장인데스. 와타시가 살아있으면 자는 다시 낳을수 있는데스!」
「그건 사실인테치. 마마가 없으면 살 수 없는테치.」
그 부분에 대해선 인정한 차녀는 말을 이었다.
「그치만 와타시는 예외인테치.」
「데?」
「와타시는 이제 마마와 작별인테치. 와타시는 여기서 와타시 대로 살 길을 찾는테치. 와타시
는 숨어있을 것인테치. 날이 밝은테치. 이제 곧 닌겐상들이 올것인테치. 애호파가 올때까지 숨
어있다가 오면 도와달라하고 할 것인테치.」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와타시는 마마도 인정한 훌륭한 자인테치! 그러니 애호파한테 길러지는건 식은 죽 먹기인테
치!」
차녀는 알고 있었다. 친실장이 자신을 가장 아끼고 있었다는 걸. 친실장이 밥을 먹을때가 되
면 은연중에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자신에게만 챙겨준다는 것에서 눈치를 깐 차녀였다. 하지
만 자신에게 잘해주면 뭐하나 그래봐야 먹이도 제대로 못구해오는 무능한 마마인데. 쥐꼬리만
한 먹이에서 자신에게 잘해줘봐야 다른 자매들과 비교해보면 거기서 거기다. 하루라도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 풍요롭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수 도 없이 했던 차녀. 그나마 착하면서 자신과
죽이 잘 맞아떨어졌던 장녀가 있었기 때문에 대놓고 분충화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죽음을 넘나들다보니 이대로 같이 가다간 자신마저 죽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태까지 수고한테치. 똑똑한 와타시의 생각에 따르면 마마와 6녀는 얼마 못살아가는테치.
와타시가 마마와 오네챠. 이모우토들 몫까지 행복하고 열심히 사는테치. 그치만 와타시는 똑
똑하고 착한테치. 그래서 마마의 행운을 빌어주긴하는테치. 조금만 버티란테치. 와타시가 사육
실장이 되면 가끔 놀러오는테치. 콘페이토 들고 올테니 살아만 있으란테치.」
그렇게 말하며 탈분으로 불룩해진 팬티를 질질끌며 풀숲 너머로 사라지는 차녀였다. 그 뒷모
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친실장과 6녀였다.
「…마마.」
6녀가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아꼈던 새끼를 잃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친실장의 고
개가 슥 하고 돌아 6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와타시가 있는테치. 울지마는테치.」
「……!!」
「와타시는 마마의 결정을 이해하는테치. 슬프지만 어쩔수없는테치.」
「…….」
「마마 말대로 여기서만 벗어나면 되는테치. 」
「…….」
「마마! 여기서 나가면 이모우토가 갖고싶은테치. 죽은 오네챠랑들이랑 이모우토를 다시 보는
테치. 그치만 그때는 와타시가 장녀인테치!」
「6녀….」
친실장은 6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마에는…마마의 큰 자랑인데스.」
「마마….」
「오마에는 마마의 보물인데스. 오마에의 소원대로 꼭 이모우토를 낳아주는데스. 그러니….」
테뵷!
차녀가 사라진 풀숲 너머로 짤막하게 들린, 무언가가 터져버린 소리. 그 소리를 정확하게 들
은 친실장과 6녀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바스락. 이윽고 풀숲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며 이
내 그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데….」
그저 꿈이라고 믿었는데….
U.J.C.S
(Umbrella Jissouseki Countermeasure Service)
우산제약 산하 실장구제팀
꿈에서 보았던 검은 옷을 입은 구제요원들의 모습이 현실되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손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구제용 빠루가. 빠루의 끝에서 부터 땅으로 뚝 뚝 떨어지는 차녀의 피.
그리고 철컹철컹철컹. 멀리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 언제나 열려있던 공원의 철문이 닫히고 그
앞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있었다.
「…….」
친실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텍!」
6녀를 걷어차 그대로 구제요원의 앞으로 던져버렸다.
「약속은 지키는데스! 꼭 이모우토를 낳아주는데스! 아니! 오마에도 꼭 다시 낳아주는데스! 장
녀로 낳아줄테니 걱정말고 뒷일을 부탁하는데샤아아아!!!」
또다시 달렸다. 자를 위해서. 처음 가족을 지키려고 발악하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친실장의
모습이었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일까 아니면 환경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구제요원은 태연하게 자신의 앞에 내던져진 6녀를 건너 뛰어 달아나는 친실장을 걷어찼다는
것이다.
「데갹!!」
일부러 빠루를 쓰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 새끼를 희생시키고 혼자 살겠다고 달아나는 그 꼴에
흥미가 갔던 것일까 요원은 여유롭게 발을 들었다. 그리곤 친실장의 다리를 밟아버렸다. 지근
지근 으깨버리는 것은 덤. 데갸아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친실장의 눈에 핏기가 가득
했다. 살려주는데스! 살려주시는데스!! 애원한다. 데갸아아아악!!! 친실장을 들어올린 요원은
피식 웃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이쳤다. 데햐앍!!!
「…….」
6녀는 멍 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마마….」
뒤따라온 다른 요원의 손이 6녀를 낚아챘다.
「데헤에이이이…사, 살려…주…는….」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질때 뒤통수를 박아서 그런지 친실장은 굳이 하지않아도 될 뻔한 목숨구
걸을 끝마치지 못하고 껅하고 넘어가버렸다. 꺾여버린 팔이 으깨져버린 다리와 함께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하지만 실장석이다. 위석이 무사하니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시 재생할 몸.
요원은 그대로 자루에 친실장을 던져넣었다.
「마마….」
이미 먼저 자루 속에 던져졌던 6녀가 친실장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자루는 이미 들실장들의
시체로 가득 차있었다. 친실장이 던져지자 마자 공원 밖으로 옮겨지는 자루는 이내 트럭의 짐
칸에 실렸다.
「이제 걱정할것 없는테치. 공원에서 나온테치.」
6녀는 그렇게 말하며 정신을 잃은 친실장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마마~마마~해낸테
치~공원에서 탈출한테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친실장에게 딱 달라붙어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이제 배신할 필요도 없고 마마한테 버려지는 일도 없는테치~ 쭉 함께하는 테치~.」
6녀의 바램대로 앞으로의 운명은 친실장과 함께 할 운명이었다. 소각장으로 가서 영혼까지 불
타오르겠지.
죽었든 살았든 어떤식으로 공원에서 벗어난들 실장석이 결국 도착하는 곳은 이 세상에서 단
한 곳 밖에 없다.
지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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