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겐사마! 잠시만 멈춰주시는데스!」
「응?」
나는 오늘 하루도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주차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왠 이상한 생물체 하나가 튀어나왔다.
초록색 옷을 입고 두 눈은 빨강과 녹색의 오드아이.
언청이 입을 가진 이상한 작은 생물이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며 달려온
다.
저게 실장석이라는건가.
이 근처 공원에 살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보는 것은 처음이다.
요샌 뭐 드라마에도 나오고 여기저기 나오는 것 같지만 애호니 학대니 학살이니 하는 이상한
녀석들뿐.
그런 쪽에는 애초에 관심없는 나라서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닌겐상!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시는데스!」
「음.....? 뭐야? 왜?」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은 [탁아]라는 걸 한다고 들었다.
자기 자식을 인간에게 억지로 떠넘기고 [나를 키워라]라면서 억지를 쓴다던데.
설마 그런 걸 하려는건가?
「닌겐상! 제발, 제발 부탁인데스! 와따시의 자가 아픈데스! 벌써 이틀이나 밥을 굶은데스! 제
발 먹을 걸 주시는데스!」
무릎을 꿇고 두 눈에선 적색과 녹색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난감하네.
생각했던거랑 전혀 다르다.
이상한 소리를 하면 무시를 해 버리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자]가 아프다고?
아마 자식을 이야기하는건가.
「그러니까 너의 아기가 아프다고?」
「그, 그런데스! 제발 밥을 아무거나 주시는데스! 반쯤 썩은 쓰레기도 좋은데스! 제발! 닌겐상!」
울며 매달리는 어미 실장석.
아마 우리 집 뒤의 공원에서 온 것 같은데, 근처엔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곳도 있지 않나?
나는 그 실장석을 바라보았다.
분명 실장석은 아무리 착하고 주제를 아는 개체라도 결국 잘 해주다보면 [분충]이라는 게 된
다던데.
이 녀석도 그런걸까?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을 보니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면서도 나를 보며 계속 빌고
있다.
자신의 키의 몇 배가 넘는 거인에게 애원한다는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걸까.
나는 나의 키보다 몇 배는 큰 거인에게 자식을 살려달라고 빌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일테지.
「음...... 그러니까 실장푸드라는걸 달라고?」
「아닌데스! 그렇게 호화로운게 아닌데스! 그저 먹나 남은 쓰레기나 찌꺼기도 좋은데스!」
「그거라면 저기 쓰레기장에 가면 많지 않냐?」
「그곳은 고양이들과 힘 센 다른 실장들이 점령한데스! 와따시처럼 작고 힘없는 실장은 들어가
지도 못하는데스!
게다가 이제 쓰레기장은 닌겐상들만 열 수 있게 이상하게 바뀐데스! 가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
는데스......」
두 눈에선 서러움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끅, 끅]하며 말을 하는 도중에도 그동안의 서러움이 생각나는지 울고 있다.
안됐네.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야생 동물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쓰레기장을 지나갈 때 공사를 한다고 하더니 인간만 열 수 있게 신식 쓰
레기통으로 바꿨던걸까.
자세히 어미 실장석을 바라보자 옷의 왼팔은 이미 반쯤 찢겨져 너덜너덜하다.
원피스 오른쪽 치마는 길게 찢어져 안의 녹색으로 얼룩진 팬티가 보일 지경이었고 리본은 뜯
어져 간신히 매달려 있다.
어떻게 하지.
분명 지난번에 TV에선 절대 실장석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지만.
아마 이 녀석의 크기와 행색을 보아하니 오래 살진 못할 것 같다.
키도 작은데다 몸에 살도 없고 옷은 찢겨져서 인간에게 구걸을 해야 할 정도로 비참한 처지.
게다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위해서 먹이를 구걸하고 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들어와.」
「안되는데스!」
「엉?」
「들어갈 수 없는데스! 죄송한데스 닌겐상! 부디 음식물 쓰레기만 주시는데스!」
「어째서? 내가 널 죽일 것 같아?」
「그, 그런 게 아닌데스!」
말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어미 실장석.
뭔가 사연이 있는걸까?
「와따시들은 점점 좋은 환경을 가지면 그 아래를 생각하지 못하는데스.」
「어. 들어본 것 같다.」
「그런데스. 그래서 닌겐상의 집 안을 보면 그 안에서 살고싶고 와따시의 집은 싫어지는데스.
그러니 닌겐상, 죄송하지만 부디 쓰레기를 가져와 주시는데스.」
「흠....... 그렇구나. 좋아. 잠시 기다려.」
「가, 감사한데스! 감사한데스 닌겐상!」
머리를 땅에 부딪히며 감사를 표하는 실장석.
어쩌면 이 녀석은 대단히 똑똑한 녀석이 아닐까?
나는 집에 들어가 어제 먹다 남은 피자조각과 사와서 안 먹는 쌀과자
그리고 지난번 비행기에서 받은 작은 캡슐로 된 딸기잼을 꺼냈다.
「자. 받아.」
「데, 데엣!? 이렇게 호화로운 음식을 주시는데스!?」
「별로 안 호화로운거야. 들고 갈 수 있겠어?」
「무, 물론인데스! 감사한데스 닌겐상! 감사한데스! 정말 감사한데스!」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
「정말, 정말이지 감사한데스! 닌겐상께 말을 걸어서 다행인데스! 너무 무서웠었던데스!
닌겐상이 학대파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말을 걸어보길 잘 했던데스......」
울먹이며 말하는 어미 실장석.
아니 겨우 이런걸로 그렇게 감사하다니 난감하네.
고개를 몇 번이나 꾸벅꾸벅 숙이고 어미 실장석은 후드 뒤에서 꺼낸 비닐봉지에 재빨리 내가
준 음식을 담고 뛰어간다.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감사 인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고.
음. 뭐, 불우이웃돕기처럼 좋은 일을 했다고 치자.
나는 가슴속에 뭔가 뿌듯함을 느끼면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딱히 저 실장석이 예쁘다거나 귀엽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은 좋았다.
일주일이 지나,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실장석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녀석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뎃!? 닌겐상!」
「어? 아. 너 지난번의 그 녀석이구나?」
「맞는데스! 정말 감사했었던데스 닌겐상! 닌겐상 덕분에 자가 살아난데스!」
「오, 정말? 다행이네. 잘 됐다.」
「그, 그래서 그런데 닌겐상! 여기, 이걸 받으시는데스!」
「이게 뭐야?」
친실장이 꼬질꼬질한 후드에서 꺼낸 작은 물건.
아마 원형을 보건데 작은 조각인 것 같다.
다람쥐? 아마 그런 작은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같다.
「이건 와따시의 보물인데스! 와따시가 어릴 때 마마의 마마에게 받은 물건인데스!」
「그렇게 중요한 걸 주겠다고?」
「그런데스. 이 귀여운 다람쥐도 소중하지만 자가 더 소중한데스. 그리고 닌겐상에게 받은 은
혜를 갚는데스.」
「하......」
대단한 녀석이다.
아마 이 녀석은 소위 말하는 [개념종]이라는 게 아닐까?
나는 그 날부터 어미 실장석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녀석에게 받은 다람쥐 조각을 받고 다시 남은 음식으로 거슬러 주었다.
펄쩍 뛰며 받으려 하지 않는 실장석.
처음엔 예의상 그러려는걸까 했지만 녀석은 정말로 됐다며 뛰어 도망가기 시작한다.
물론 뛰고는 있지만 무척 느리다.
나는 녀석을 두 걸음만에 쫓아가 반쯤 어거지로 쥐어넘기며 받지 않으면 혼낸다고 타일렀다.
그러자 다시 울면서 큰절을 하는 실장석. 계속해서 인사를 하며 다시 집 뒤 공원으로 사라져
간다.
아마 이 녀석의 조상은 철저히 교육받은 사육실장이 아니었을까.
그날부터 나는 실장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실장석은 [올리기]라는 자신의 뇌내망상을 통해 자신은 우월하고 위대하며 아름답고
인간은 모두 노예라는 왠 미친 정신병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본성을 속이며 인간을 홀려 멀쩡한 사람을 [애오파]라는 극도로 실장석에게 콩깍지
가 씌인 상황으로 만든다는 것.
아무리 개념종으로 보여도 몇 차례 잘 해주면 결국 저런 [분충]이라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실장석의 본질이라고 한다.
나는 궁금했다.
그 어미도 잘 대해준다면 그렇게 될까?
그날 밤, 나는 실장석 용품점에서 몇 개의 별사탕과 실장석 푸드
그리고 몇 개의 실장석 생활용품을 사서 공원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 실장석을 찾을 수는 없었다.
공원 안은 이상한 악취가 나고 있었다. 마치 덜익은 감자와 썩은 홍어냄새 비슷한 역겨운 이
상한 냄새.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실장석의 살점으로 보이는 고기를 씹어먹고 있는 같은 실장석들이 보
인다.
아마 쓰레기장에서 음식을 얻을 수 없고 애호파라는 사람들이 오지 않게되자 자신들끼리 동족
식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 실장석들을 확인하고 녀석들이 나에게 똥을 던지는 투분을 하기 전에 발로 걷어찼다.
인터넷에서 본 것이지만 효과는 훌륭해서 녀석들은 [학대파가 온데스!]라며 도망치기 바빴다.
그리고 한참을 그 어미 실장석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녀석은 먹혀버린걸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어느 작은 구덩이 안에서 [데스.....]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임을 깨닫고 그 구덩이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 안에는 두 마리의 자식들을 꼭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는 그 실장석이 있었다.
「어. 찾았다. 여기 있었구나.」
「데, 데겟!? 니, 닌겐상?」
「응. 널 찾아다녔다구.」
「니, 닌겐상이 학대파였던데스?」
「어? 아니. 그냥 다른 실장석을 잡아먹은 실장석을 걷어찼더니 그 녀석들이 학대파라 하더라
고.」
「그, 그런데스...... 오로롱, 오로로로롱, 감사한데스, 감사한데스 닌겐상 오로로롱.....」
울고 있는 어미 실장석.
녀석에게 사연을 묻자 그 녀석은 대답한다.
공원 안의 먹을 것이 전부 떨어지고 사람도 오지 않자 이성을 잃은 실장석들이 서로를 약탈하
고 잡아먹었다는 것.
자신은 집을 잃고 여덟 마리의 자식들을 두 마리만 남긴 채 모두 학살당했으며 방금 먹히고
있던 실장석이 자신의 6녀였다는 것.
나는 그 사연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집도 없이 벌벌 떨며 구덩이속에서 숨어있는 녀석들.
어쩔 수 없지. 일단 집은 있어야하니까.
나는 쓰레기장으로 가 새로 바뀐 쓰레기통 옆의 폐지 상자를 뒤적였다.
제법 멀쩡한 두꺼운 골판지를 찾았다.
이 정도면 되려나. 그리고 옆에 있던 비닐을 주워 얼추 박스 위에 두르고 녀석에게 선물했다.
감격하여 엉엉 우는 어미 실장석과 기뻐 날뛰는 작은 새끼 실장석들.
모두 감사하며 몇 번이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오늘 사 온 물건을 건네자 어미는 기절할 듯 놀라며 사양하나 자식들을 위해서라고 하
자
눈물을 흘리며 다시 땅에 머리를 박고 떨리는 손으로 물품을 받는다.
기뻐하는 새끼들을 보고 나는 웃는다.
어미 실장석도, 자식 실장석도 웃는다.
뭐. 애호파라는게 이런 기분일까.
적어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너희들. 사육실장이 되지 않을래? 너흰 꽤나 개념있어 보인다.」
「뎃!?」
「테찌!? 사육실장테찌!?」
「테에......? 마마?」
의외로 바로 승낙을 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는 어미 실장석.
그리곤 잠시 뒤, 굳은 결심을 한 듯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감사한데스. 정말이지 기쁜데스. 하지만 죄송한데스. 그럴 수는 없는데스.」
「왜?」
「...... 우리는 들에서 사는 생물인데스. 하지만 좋은 것을 보면 더 위만을 생각하는 본능이 있
는데스.
지금도 닌겐상께 감사하지만 닌겐상이 자주 와서 이런 것을 주시면 우리는 분충이 되는데스.
그러면 우린 닌겐상을 화가 나게 하는데스. 그러면 도리가 아닌데스.」
「하지만 너희는 꽤나 개념있잖아.」
「아닌데스. 아무리 개념있는 실장이라 해도 익숙해지면 결국 분충이 되어버리는데스. 우리들
은 들에서 살지만
마마와 마마의 마마도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준데스. 절대 인간에게 관여되지 말고 폐를 끼치
지 않는데스.
그럼 힘들어도 우리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스. 하지만 사육실장이 되면 결국 비참하게 죽
는데스.
보건소에 가거나 맞아죽는데스. 그래서 감사하지만 사양하는데스.」
「음...... 새끼들은 어때?」
「테찌이...... 마마 말이 맞는테찌. 사육실장이 되도 결국엔 닌겐상을 화나게하는 테찌.」
「그런테찌. 정말 감사하지만 마마와 함께 있는테찌.」
「허......」
「그리고 죄송하지만 닌겐상, 이제 그만 찾아와주셨으면 하는데스.」
「엉?」
「자꾸 닌겐상께 의지하는 마음이 들면 우리는 살 수 없는데스. 들의 자식은 들에서 태어나 들
에서 죽는데스.
닌겐상껜 정말 감사하지만 우리는 원래 닌겐상과는 함께 있으면 안 되는데스. 와따시도 더 이
상 닌겐상께 의존하지 않는데스.
그러니 닌겐상도 우리를 마음속으로 바라만 봐주시는데스.」
「그래? 그렇구나. 너는 정말 대단하네.」
솔직하게 말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녀석들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인간과 함께 사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을 거부한다는
실장석의 가장 큰 본능을 거절한 대단한 결심을 한 녀석들이다.
억지로 데려가봤자 이 녀석들의 말처럼 정말 분충이 되거나 하면 슬플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남도록 비는 수밖에 없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나는 작별을 고한다.
「그럼, 새 집에서 잘 살아라.」
나는 다른 실장석들이 볼 수 없도록 흙과 돌로 위장하고 입구를 아래로 난 구멍으로 만든 집
을 뒤로한다.
몇 번이고 [감사한테찌!] [닌겐상 고마운테치!] [닌겐님! 정말 감사한데스!]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저 녀석들은 나와 함께 가는 걸 거부했다.
실장푸드도 충분하고 물도 한가득 줬으니 당분간은 살겠지.
하지만 역시 이 곳은 아비규환이다. 서로 잡아먹는 지옥도.
다른 실장석들에게 습격 받을 수 있겠지?
그러면......
「어이, 똥닌겐! 와따시를 기르는데스!」
「닌겐이 온 데스! 똥노예! 어서 와따시를 길러서 세레브한 삶을 살게하는데샤아아!!」
「귀여운 와따치를 기르는 영광을 너같은 똥노예에게 주는테치. 감사하는테치.」
우와.
정말 쉽게 분충이 뭔지 알 수 있다.
꼬질꼬질하고 못생긴 녀석, 머리카락도 뽑힌 녀석, 대머리에 알몸인 녀석도 있다.
정말 분충이라는게 존재하는구나.
나는 인터넷에서 본대로 [구제]를 행한다.
재빨리 실장 용품점에서 사 온 코로리를 준비한다.
별사탕과 비슷하게 생긴 코로리를 뿌리자 미친 듯이 달려드는 분충들.
「그 콘페이토는 와따시의것인데샤아아아아!!!」
「똥노예인 오마에는 꺼지는데샤아아아!!! 저 똥닌겐의 콘페이토는 전부 와따시의것인데샤아아
아!!!」
「우지챠의 콘페이토인레후!!!」
「그건 와따치의 아마아마한 콘페이토인게 당연한테샤아아아아!!!」
공원 안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내 다리를 붙잡고 달려드는 녀석, 턱받침대에 코로리를 담고 더 달라고 외치는 녀석, 자실장
과 구더기를 들고 들이미는 녀석들.
그리고 몰래 숨어서 바라보는 약삭빠른 녀석들까지.
서로 밟고, 두들겨 패고, 때리고, 화를 내고.
아주 엉망이다.
방금 전 그 가족과는 전혀 다르다.
역시 이 녀석들은 분충이다.
분충은 [구제]한다. 그래야 그 녀석들의 생존률이 올라가겠지.
지켜보는 녀석들은 의심하며 코로리를 받아먹는 녀석들을 주시한다.
하지만 코로리를 먹은 녀석들은 당장에 죽지 않는다.
이것은 [시비레]라는 먹으면 잠드는 실장석 전용 포획제와 섞어 만든 약.
잠들면 곧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되는 안락사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약이다.
곧 의심이 많던 녀석들도 콘페이토를 할짝이는 다른 실장석을 보고 달려온다.
잠시 뒤, 내 주변엔 수십마리는 되는 실장석들이 잠들어 있다.
코를 [뎃쓰우우우웅!]하며 골며 잠든 녀석들.
주변을 둘러보고 남은 분충이 없나 확인한다.
이쯤이면 충분하겠지.
만약을 대비해서 튼튼한 예비군 군화를 신고 왔다.
왼발로 머리를, 오른발로 몸통을 노려 짓밟는다.
위석이 부서지며 느껴지는 단단한 느낌, 작은 귤을 짓밟는듯한 톡톡 튀는 느낌이 기분좋다.
실장석을 밟는게 좋은 게 아니다. 저런 건방진 똥분충을 짓밟는게 좋은 것이다.
무례한 녀석들.
세상에는 너희처럼 무개념만 있는 게 아니라고.
대충 이 분충 녀석들의 집까지 찾아가 남은 개채가 있나 확인한다.
구더기가 모여있는 구멍은 골판지 안에 묶인 독라 노예를 집어넣고 구멍을 흙으로 덮는다.
의외로 많은 독라와 구더기가 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공원이라 한 시간이나 걸렸지만 뭐 이정도 수고를 할 가치는 있으니까.
녀석들의 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딴엔 잘 숨긴다고 들꽃 하나를 심거나 큰 돌 뒤에
집을 옮겼을 뿐이니.
이런 두뇌로 어떻게 생존을 하는걸까 싶을 정도로 멍청한 녀석들이다.
서로 많이 잡아먹은데다 나의 구제가 끝나자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실장석들.
나는 공원을 한바퀴 돌고 적록의 피로 물든 군화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뭐 이젠 대충 개체수도 적당히 줄었으니 잘 살수 있겠지?
이제 곧 가을이니 나무 열매도 있겠고 곤충도 많고
경쟁자도 없으니 잘 살 수 있을거야.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피와 살점으로 물든 군화를 닦는건 고역이었고 똥이 묻은 청바지를 버려야 했지만 뭐, 그정도
야.
가끔씩 출근하며 집 뒤의 공원을 바라본다.
왠지 즐겁게 [테찌][데스웅~]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상하게 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내 착각이겠지.
저 큰 공원에 셋만 남았으니까 사실 소리가 들리기도 힘들다.
나도 단단히 정이 든 모양이다.
꿋꿋하게 잘 살아라. 실장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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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여름이 끝날 무렵 출장을 가게 되었다.
장소는 미국의 서부지역.
꽤나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의외로 상대와 이야기가 잘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덕분에 상부에선 칭찬도 받고 포상휴가처럼 이틀간의 휴식을 받게 되었다.
여자친구와 놀러갈까? 강원도의 시원한 바닷가나 설악산 등산?
아니면 마음편하게 집에서 축 늘어져 지낼까? 뭘 하면 좋을까?
즐거운 생각을 하며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에서 막 내려 화단을 본 순간, 잠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친실장이다.
두 눈, 엉덩이, 입, 코, 온 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있다.
이미 죽은지 꽤 시간이 흘렀는지 부패하여 얼굴은 반쯤 무너져있고 온 몸은 축 늘어진 문어처
럼 늘어져 있다.
소중히 안고있던 양 팔의 새끼들 또한 마찬가지.
제법 커서 이젠 성체실장에 가깝지만 어미보단 작다.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지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쳤는지 기괴한 모습으로 뒤틀려 죽어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멍하니 서 있다 면식이 있는 아래층의 학대파 남자를 붙잡고 물었다.
「아 저거? 용케 여기까지 도망친 녀석이 있었네.」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저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저건 신형 코로리네요. 지금 정부에서 대규모 구제 작업을 하거든. 저걸 먹으면 저렇게 내부
의 똥과 반응해서 온 몸을 속에서부터 녹여 오물덩어리가 되서 죽어요.」
「아니 왜 갑자기 규제를요? 숫자가 많이 줄지 않았어요?」
「잠깐 숫자가 좀 줄었나 했는데...... 갑자기 다시 대량으로 증식해서 정부에서 나섰어요.」
「그럴 리가......」
「잘 먹고 잘 자라면 저 녀석들은 한 번에 스무 마리도 넘게 낳거든. 완전 괴물이야 괴물.
근데 요새 개체수가 줄어들어서 맘 편하게 안정적이 된 것 같아요. 그러면 임신기간도 줄어들
고 자식도 더 많이 낳아요.
많이 낳아서 많이 키우고 그 자식들은 또 자식을 낳아서 또 키우고 그런 식으로 공원을 개판
으로 만든 것 같아요.
어쩔 수 있나. 오백마리는 넘었다는데. 아, 지금 공원 구제가 끝나서 들어갈 수 있지만 안 가
는 편이 나을 겁니다.
실장석 살점이랑 피며 똥이며 냄새가 엄청나게 나고 있거든요. 하여튼 자식을 낳는 걸 너무
좋아해 이 녀석들은. 쯧.」
학대파 남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씁쓸하게 그 자리에서 실장석이었던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공원에 시선을 돌리자, 커다란 안내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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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실장석 구제작업을 실행합니다.
실행일시 : 2016.9.13.~9.27일 (14일)
실행내용 : 실장석의 이상증식으로 인해 정부에서 구제작업을 시작합니다.
주민 여러분께서 불편하시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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