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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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츄웃! 」
차가운 칼바람들이 겨울의 시작을 알려주려는 듯, 무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들의 사이사이를 스쳐지나와 산실장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강타했다. 그나마 조금은 환경에 적응한 탓인지 도시에 사는 실장석보다 옷이 두꺼운 산실장이었지만 그래도 추위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몰아치는 칼바람에 목을 움츠리며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츄웁! 흘러나온 콧물을 힘껏 빨아드린 산실장은 다시 추위에 맞서 한발 한발을 내디뎠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집안에만 있을 순 없는 일, 식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산실장은 집에 있을 자들을 위해 겨울에 나오는 먹이를 수집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데에…. 데숫! 데숫!」
걸음을 재촉한 결과, 겨울철 새들의 주요 먹이인 피라칸다 열매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무에 열린 댕댕이 덩굴 열매까지. 산실장은 좋아하며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담았다. 도시의 실장석이라면 다 알고 있는 비닐봉투란 문명의 산물을 산실장들은 모른다. 산실장은 주운 과일들을 자신의 팬티 속에 주섬주섬 밀어 넣었다.
「데에….」
적당히 식량을 챙긴 산실장이었지만 뭔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산실장의 시선은 하늘 높이 뻗어있는 나무를 향해있었다. 여태까지 용케도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감이었다. 데에…. 산실장은 저 감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바스락.
「뎃?!」
인기척에 황급히 놀란 산실장은 혹시나 천적인 산짐승이 아닐까 싶어 황급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이윽고 인기척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산실장은 자신의 두눈을 의심하듯 깜박 깜박거렸다.
"……."
얼굴을 위장크림으로 떡칠을 한 군인들이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더니 이윽고 서로에게 손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하더니 다시금 한발 한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데? 산실장은 그런 군인들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산실장은 인간이란 존재를 잘 모른다. 때문에 산실장은 여태껏 보아왔던 네발의 산짐승과 다른 이 두발로 걷는 거인들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실장은 군인들의 모습을 관찰하듯 빤히 쳐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답을 내렸다는 듯, 군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데수! 데수! 데수!」
그리곤 크게 소리치며 펄쩍 펄쩍 뛰었다. 그렇다. 이 산실장은 군인들이 자신들처럼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며 옷마저 초록 계통의 색깔이었기 때문인데 자신과 같은 산실장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덩치가 커서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감을 따 줄 수 있는 산실장!
"아. 아…!"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온 산실장이 시끄럽게 울어대자 당황한 군인들 황급히 움직이려는 찰나.
탕!
바로 근처에서 공포탄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나머지 바닥에 나자빠져 거하게 빵콘을 해버린 산실장은 기껏 주워모은 식량이 운치 속에 파묻혔다는 것을 깨닫곤 더욱 더 시끄럽게 울어댔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아 씨바아!!!!!!"
이윽고 또 다른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얼굴에 위장크림을 발랐지만 기존에 숨어있던 군인들과는 다르게 피아식별 띠를 어깨에 부착하고 있었다. 그들은 산실장 때문에 위치를 들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군인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 씨발!! 당장이라도 밟아 죽여버릴까 하던 군인들은 가뜩이나 흙으로 더러워진 전투복에 피까지 묻는 것은 싫었는지 온갖 욕을 다 퍼부으며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야~덕분에 빨리 끝났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대항군을 찾아냈기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군인이 건빵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내 봉지를 찢은 채로 산실장 쪽으로 던져주곤 뒤이어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데에…….」
운치로 불룩해진 팬티를 바라보며 울상을 짓던 산실장은 군인이 던져준 별사탕을 집어 들었다. 데수? 처음 보는 별사탕이란 존재. 친실장은 신기해 보이는 이것을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봉지가 찢어져 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이 흘러나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갔다.
「데에?!! 데수우우우우우웃?!!!!」
처음으로 느끼는 설탕의 맛. 친실장은 온몸에서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데수! 데수! 데수! 더 먹고 싶다! 산실장의 머리를 지배한 별사탕의 맛이 황급히 발걸음을 움직여 좀 전의 그 군인들을 쫓아갔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어 찾을 수 없는 그들을 애타게 부르며 산실장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
"하…나. 이래선 훈련이 안되잖아 훈련이."
새로 부임한 대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대장들을 훑어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던 이 부대는 최근 부대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도시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이전해왔다. 때문에 대대장은 이곳의 지형도 빨리 파악하고 부대원들의 실력도 점검할 겸 해서 대항군까지 조직해서 훈련 중이었는데 산실장들 때문에 잇따라 침투 및 수색 임무를 맡고 숲에서 잠복하던 병사들의 위치가 자꾸만 발각되면서 훈련이 자꾸만 꼬이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골 때리네 이거."
도시에서 사는 들실장이 아닌 산실장은 꽤나 골칫거리였다. 들실장이 아무리 개체 수가 많아봐야 서식하는 곳이 공원이었기에 그곳만 조져버리면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놈의 산실장들은 산 전체를 뒤집어엎어야 하는데 그런다고 완전히 박멸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군의관. 뭐 아이디어 없을까?"
산실장 구제는 구제업체들도 받아들이지 않는 의뢰였고 산실장만 전문으로 잡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문제는 지금 그들도 한창 바빠 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것. 그런 이유에서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대대장은 이곳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군의관에게 물었다.
"어떻게…하면 산실장한테 방해를 좀 안받고 훈련을 해볼수 있을까?"
이전에 도심 인근에 주둔하고 있을 때도 병사들이 남긴 잔반을 놀리고 철조망 사이로 자실장들을 밀어 넣는 들실장들에게 제법 시달렸던 탓에 실장석을 매우 혐오하게 된 부대원들의 영향으로 군의관 역시 실장석에 대해선 극히 부정적이었다. 대대장의 물음에 군의관은 잠시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뭔가 떠오른 듯,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산실장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사람 먹는 거에 입맛들이면 들실장들마냥 여기저기 들러붙을 텐데. 이왕 문제가 된거 전부 잡는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대게는 실창석을 군견처럼 사육하면서 들실장들을 차단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평범한 방법으론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한 군의관은 사단 의무대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으며 이에 사단 의무대 측에서는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훈련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산속으로 발을 들인 군인들은 며칠 전과는 다르게 위장크림을 바르지도. 피아식별 띠도 착용하지 않았다. 거기다 등에는 군장도 메고 있었다. 상황실과 위병소. 5분 대기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들이 총동원된 대규모 작전. 때문에 너도 나도 입에서 산실장들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며 불평과 욕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데수! 데수!」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서야 풀숲에서 튀어나온 산실장이 군인들의 발밑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듯 데수! 데수! 거리며 몸부림쳤다. 드디어 나왔네…이 썅놈. 군장을 메고 산을 올라왔던 터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내 링갈어플을 실행했다. 어…안녕? 이 씹새끼야? 소대장은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며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내 산실장에게 건네주었다. 며칠 만에 다시금 맛보는 별사탕의 달콤함에 산실장의 눈은 감동으로 뭉클어올랐다. 찾았습니다, 중대장님. 무전기로 보고한 소대장과 이에 알았다고 응답한 중대장의 입가에선 비릿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데엑?!!」
「데샤아아아아아아!!!!」
산실장은 들실장들과 다르게 집단으로 모여서 마을을 이루며 생존한다. 덕분에 산실장들은 난리가 났다. 별사탕에 맛을 들인 산실장을 따라온 마을까지 들어온 군인들의 등장에 호기심으로 다가오거나 위기감을 느꼈는지 아양을 떠는 녀석들까지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개체는 어린 자실장들을 서둘러 굴 속으로 밀어 넣고 앞을 막아서서 군인들을 향해 위협 아닌 위협을 해댔다.
「데?」
「데수?」
중대장은 등에 메고 있던 군장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이윽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별사탕들이 산을 이루었고 처음엔 그것을 경계하던 산실장들은 일부 산실장들이 그런 별사탕을 허겁지겁 입안으로 쑤셔 넣고 우마이!를 외치고 나서야 너도나도 달려들어 난생처음으로 맛보는 인간의 문명을 체험했다. 달다! 달콤하다! 과일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당분보다 더 강렬한 별사탕이란 존재에 산실장들은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찾아봐.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꺼야."
중대장의 지시에 소대장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이윽고 그들은 찾아냈다. 이 산실장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연못을 말이다. 겨울이 되었음에도 아직 얼지 않은 연못이었기에 군인들은 신속하게 군장을 내려놓고 그 안에 있던 물통들을 꺼내들었다. 통안의 분홍빛 액체가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듯 출렁거렸다.
"야 부어라. 싹. 다."
콸콸콜 쏟아지는 액체가 연못의 물과 뒤섞여 파동을 그리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사회에서 애호파로 있었던 병사의 입술이 굳게 닫혀있었다. 야. 빨리 안부어? 머뭇거리는 병사의 모습에 뒤에서 도끼눈을 치켜뜬 선임병이 묻자 그제야 콸콸 쏟아내는 병사의 표정엔 자괴감이 가득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기에. 퍼져나가는 죽음을 막기는커녕 부추기고 있었으니까.
"빈 통은 저기 한군데 모아놔라."
중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으로 작업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몇장 찍었고 곧바로 한 곳에다 모아놓은 빈 통들을 찍었다. 나중에 보고할때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증거를 남겨야만 했기 때문에.
「데수! 데수!」
「테치! 테치!」
그런 그들의 뒤로 산실장은 한없이 별사탕을 먹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먹다가 집에 있을 새끼들이 생각이 났는지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챙기기 시작했다. 따뜻한 집안. 낙엽과 솎아낸 자들에게서 빼앗은 옷과 머리카락들을 깔아 보온을 한 집에 어미가 데프프 웃으며 새끼가 치프프 행복해한다. 하읍. 하읍. 하읍. 배가 불룩해졌음에도 먹어댔다.
「데스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어미와 새끼는 웃으며 행복해했다.
★☆★
쩝…쩝…쩝.
겨울 비축식을 씹어먹는 소리에서 힘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맛'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데…? 산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아니, 불과 오늘 아침까지 잘만 먹었던 것이었다. 데……. 산실장은 난생 처음 일어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테츄……. 함께 밥을 먹던 자실장도 입맛이 없는듯, 씹던 과일을 내려놓고 어미를 올려다본다. 데수. 데수. 어미는 밥을 남기면 안 된다고 하지만 자신도 똑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먹던 과일들을 다시 식량창고에 집어넣고 그 앞을 돌로 막았다.
「데….」
낮에 먹었던 그 이름모를 달달한 것을 또 먹었으면 하는 마음. 어미는 그 군인들이 내일 또 오기를 바라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테치. 테치. 테치. 자실장이 친실장의 품에 안긴다. 아마색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고 좋아서인지 부비부비거렸다. 보에~ 보에~ 보에~♪ 어미는 그런 새끼를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쓰다듬어주면서 행복한 노래를 부른다. 보에 보에~. 새끼도 따라부른다. 츄에~ 츄~에 츄에~♪
★☆★
12월 3일. 실장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족식유도제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한 날이었다. 군인들이 왔던 날. 마을에 없었던 일부 산실장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산실장들은 자신들이 먹었던 별사탕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고, 배가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겨울 비축식을 모아놓은 창고 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입안으로 먹을걸 입안으로 밀어넣었으나 그런 행위를 하는 것 역시 극히 일부분의 개체들뿐이었고 대다수는 그저 어제 먹었던 그 별사탕의 맛을 다시한번 느끼고 싶어 군인들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군인들은 오지 않았고, 날씨도 점점 더 추워졌기 때문에 한마리 두마리 화를 내거나 슬퍼하며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데에에…….」
별사탕을 먹지 않았던 일부 산실장들과 어미가 혼자 다 먹어치워 별사탕을 맛보지 못한 새끼들 역시 연못의 물에 의해 똑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꼬르르륵….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배는 더 고파진다.
★☆★
12월 4일. 동족식을 시작한 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상식량을 먹기 시작한 날이었다. 겨울 비축식이 모자라 더는 먹을 것이 없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미리 솎아내고 도태시킨 후에 운치굴에 쳐박아뒀던 독라와 구더기들을 먹기 시작한 날. 맛을 느끼지 못하는 비축식들과 다르게 동족식만큼은 입에 맞다는 것을 깨달은 산실장들은 이내 운치굴에 있던 비상식량들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데수! 데수! 데수! 기다림을 참지 못한 일부 개체가 마을을 떠나 군인들을 찾아나섰다. 군인들이 어디서 왔는지 조차 모르는 주제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저 별사탕이라는 목적 하나만 가지고 무턱대로 산 정상 쪽으로 발걸음 옮겼다가 들짐승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 잡아먹히거나 별사탕을 외치면서 허겁지겁 달려가다 발을 헛디뎌 경사진 곳에서 굴러 머리가 깨져버리는등의 자멸하는 개체가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비상식량들을 먹어치운 산실장들이 다른 산실장들의 비상식량을 노리기 시작했고 결국 마을은 도심의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
12월 5일. 산실장들의 마을이 반토막이 되어버린 날이다. 자매를 잡아먹거나 어미에게 잡아먹히는 자실장들의 비명과 동족에게 먹혀 비명을 지르는 산실장들의 비명이 온 산을 울렸다. 군인들을 찾아나섰다가 자멸한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 역시 갑작스레 들이닥친 다른 개체에 의해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동족식을 맛본 자실장이 운치굴에 있을 독라들을 잡아먹기 위해 홀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동족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어미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행복해하던 자실장이 성체 실장에게 붙잡혀 위석이 깨지는 그 순간까지 어미를 애타게 찾으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이미 운치굴에서 희망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비상식량들은 전멸한지 오래였고 솎아내지 않고 대를 이어가지 위해 키우던 자실장들 역시 사라져만 갔다. 모성이 깊은 일부 개체가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을을 빠져나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가는 배고픔에 무너져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새끼의 목을 물어뜯었다.
12월 6일.
「데에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엥……!」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어느 산실장이 머리가 없는 새끼를 가슴에 끌어앉고 슬피 울었다. 적녹의 눈물이 얼어붙은 흙바닥 위로 뚝 뚝 떨어졌다. 쩍 벌리고 슬피우는 입안에 씹다만 새끼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무턱대고 새끼를 싸지르고 보는 들실장과 다르게 자신이 감당 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만 키우는 산실장 특성상 새끼에 대한 애정은 들실장들보다 깊다. 하지만 역시나 실장석은 실장석일까. 이내 새끼는 또 낳으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한켠에서 떠오른다. 쩝. 쩝. 톡. 입안에서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자실장의 눈이 이빨에 의해 터졌다.
"야 너 왜 그래."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서 산을 바라보던 후임병사에게 선임병이 물었다.
"그냥…. 오늘따라 저 산이 너무 슬프게 보여서 말입니다."
"뭐래 미친놈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쩝…쩝…. 데에에에에에에엥…!」
울다가 씹다가 울다가 씹다가를 반복한다. 데수. 데수. 잡아먹은 새끼에게 미안한 듯 사과하며 울다가 씹는다. 쩝. 쩝. 쩝. 입안에 들어있던 머리를 삼키고 몸통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찌이이익. 찌이이익. 쨥쨥쨥. 야무지게 씹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실컷 다 쳐먹고 나서 또다시 울기 시작하는 어미의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새끼의 머리카락만이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낙엽 다 떨어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렸다.
푸홝-.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있던 감이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산실장이 터벅터벅 그곳으로 걸어갔다.
「…….」
며칠전까지만 해도 꼭 손에 넣고 싶었던 감이었는데…지금은 별 감흥이 없다. 산실장은 그렇게 고개를 돌려 어디론가 정처 없이 걸아갔다. 동족을 찾아서.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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