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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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독은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래선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프로그램을 제작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시에 위치한 공원이 아닌 어느 지방의 작은 도시. 노인들을 위한 쉼터개념으로 만들어졌던 이 공원은 여타 다른 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어느샌가 실장석들로 점령이 되어 있었다. 말이 도시지 지금은 인구가 빠져나갈대로 빠져나간 그저그런 평범한 마을일 뿐이었다. 대다수의 건장한 청년들은 모두다 대도시로 떠나버린 이곳에서 남아있는 주민들은 실장석들과 공존하는 길을 택한 모양이었다. 그때문일까, 공원의 한 구석에는 주민들이 실장석들을 위해 만들어둔 저장고도 있었다. 먹다남은 음식이 있으면 주민들이 이곳으로 가져와 버리고 떠난다. 그러면 들실장들이 가져와 편의점 봉투에 주워담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떠나갔다. 집에 있을 새끼들과의 행복한 저녁식사가 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덜컹. 그 제작진은 그곳에 설치되어 있던 저장고를 모조리 치워버렸다.
「데?」
공원에 거주하는 들실장들이 저장고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것은 제법 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였다. 평소처럼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 식량을 얻기 위해 찾아왔지만 몇시간 전만해도 있었던 그것이 없자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데스? 데수? 이것이 어떻게 된 일까. 주민들이 공존을 선택한 것일뿐, 그들을 책임지고 먹여 살릴 생각은 없었다. 단지 버리는 음식물을 나눠줄 뿐이지. 배고픔에서 완전히 해방 된 것은 아니었기에 먹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들실장들은 눈물을 흘렸다.
"흠흠."
나래이션을 맡은 성우가 그런 들실장들을 보면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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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실장의 삶은 전쟁이다. 매일같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지만 얻는 것은 극히 적다. 먹이를 조금도 구하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 저녁을 위해 밖으로 나온 들실장. 하지만, 먹이는 찾을 수 없다. 지금 빈 손으로 돌아가면 내일 아침도 굶을 수 밖에 없다. 배고픔이 일상. 기아는…들실장으로써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이다. 』
★☆★
"처음엔 싹~다 없애버릴려다가. 그래도 말도 통하는 것인디. 어쯔것으요. 말도 통하는 것들인디. 그래서 뭐 집에 버릴거 있으면 줘삐리요.(줘버린다.) 안주면 밥 달라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벽에 X칠 하고 난리예요 난리."
이른 아침. 평소처럼 집에서 나온 잔반을 나눠주기 위해 공원으로 가려던 동네주민을 제지한 제작진은 그 주민과 짤막한 인터뷰를 나누고 다시 촬영을 재개했다. 공원 입구에는 제작진들이 잔반을 버리러 오는 주민들에게 일일히 설명과 양해를 구하고 그들이 가져온 잔반을 따로 준비해온 통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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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먹이를 구하러 길을 나서는 어미를 배웅하는 새끼가 손을 흔들고 있다. 오늘은 굶주린 배를 채울수 있을까?』
"식사들 하세요~."
늦은 아침을 시작한 제작진. 따뜻한 라면의 냄새가 사방을 진동한다. 김치와 김밥을 여기저기 갖다나르는 이들의 너머로 한마리의 들실장이 나타났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모양인지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제작진이 그 실장석과 눈이 마주치자 그 들실장은 데려온 새끼를 슥 내밀었다. 배고파하는 새끼를 앞세워 동정심을 사 먹이를 얻으려는 모양이었다.
"……."
제작진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밥 대신 카메라를 내밀었다. 고고고고곡. 나래이션을 맡은 성우가 급하게 생수로 입을 행궈 입안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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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들실장이 자신의 새끼를 인간에게 탁아하려고 한다. 하지만…탁아가 성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새끼라도 살리고자하는 어미의 마음. 하지만…현실은 냉혹하다. 탁아된 새끼는 어미의 바람과는 다르게 분노한 피해자에게 죽임당하거나 또다시 버려진다. 』
★☆★
타 공원과 비교해서 나름대로 안정적인 먹이 공급이 이어지던 공원은 제작진들이 개입하자마자 순식간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주민들의 먹이공급을 차단한지 이틀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작진은 그런 들실장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찍었다.
찌이이익.
한 제작진이 주머니에서 꺼낸 초코바를 꺼내들자 들실장들이 몰려들었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거리며 자신에게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리고 이윽고 제작진이 손에 든 초코바를 던져버리자 우르르 몰려간 들실장들이 초코바를 얻기 위해 동족을 밀치며 물어뜯었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그 모든것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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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한 먹이 쟁탈전. 패자는 죽음 뿐이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어느 들실장의 사체. 어린 새끼들이 그 주변에서 울고 있다…. 하루 하루가 치열한 식량난. 극심한 배고픔에 동족을 잡아먹는 일도 허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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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잃은 한 들실장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동족식 개체를 상대로 살아남았지만 상처뿐인 승리일뿐. 먹이도 구하지 못하는 와중에 생긴 극심한 체력소모와 상처는 죽음을 앞당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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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를 잃은 새끼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옷마저 빼앗겼다. 애타게 어미를 불러보지만 어미는 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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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골판지 하우스에서 홀로 있는 어느 자실장이 배고픈듯 울면서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실장은 어미가 죽은 것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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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굶어죽은 새끼를 가슴에 껴앉고 어미를 슬프게 흐느낀다. 데에에엥…데에에엥… 새끼를 불러보며 일으켜 세우려하지만 새끼는 깨어나지 않는다. 』
★☆★
"이만하면 되겠다."
감독이 입을 열었다.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할 분량을 확보했다고 생각했는지 카메라를 돌렸다. 배고파하는 들실장을 잡아다 편의점 근처에서 풀어주자 편의점 입구에 얼굴을 쳐박고 데에에에…데에에에…하며 군침을 흘리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담았다. 새끼를 잡아먹는 모습. 지나가는 행인에게 달라붙어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과 이런 피해에 이골이 난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와타시는 귀여운데스! 그러니 닌겐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스!」
분충기가 충만한 들실장과의 인터뷰도 빼놓지 않고 담았다. 이 말을 들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예상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입을 막은 제작진이었다. 인간에게 당하면서도 인간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저주받은 운명을 가진 실장석이라는 존재를 내려다보며 하렴없이 비웃었다.
"컷!"
마지막 촬영을 끝마치는 감독의 외침에 모든 스태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촬영장비들을 챙겨 차곡차곡 차에 실어넣던 한 제작진이 적막에 휩싸인 공원을 바라보았다. 제작진이 부른 구제업자에게 철저하게 박멸당했기 때문일까. 단 한마리의 실장석도 보이지 않았다. 핏자국으로 가득한 길바닥만이 남아있을 뿐. 마지막 장면은 슬픈 배경음악이 깔리는 와중에 빠루를 휘두르는 구제업자와 그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며 생을 마감하는 들실장의 눈을 클로즈업 하는 것으로 끝났다.
"야, 가자."
돌아갈 준비가 끝났는지 선배가 불렀다.
"저건 어쩌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처음 이곳에 온 날 제작진이 치웠던 저장고가 있었다. 들실장들의 식량 공급원이었던 그 저장고. 촬영도 다 끝났으니 다시 원위치 시켜야하지 않냐는 물음에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냅둬."
그 이후는 빨랐다. 제작진은 철수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편집을 거쳐 방영된 들실장 다큐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들실장으로써의 비참한 삶을 슬퍼하며 동정하는 애호파의 수도 늘어났고 이를 혐오스럽게 여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 방송이 나간 후로 실장푸드 매출이 급증했다고한다. 하지만 구제횟수는 그보다 더 늘어났다고 한다.
촬영에 협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협찬 -
XXX시청
XX동사무소
린갈제작사
좋은마을 가꾸기 모임회
행복한 실장푸드
두루마리
그린플루
블락메시
애피치 과학
인젠사
(주) 우산제약
- 끝 -
분충공원 많은데 굳이...? 의도도 모르겠고 제작진 좆나게 ㅂㅅ같은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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