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실장석 퇴치 (ㅇㅇ(1.228))



영리한 놈이다. 별사탕 몇 개를 올려둔 쥐덫에 걸려 죽은 자실장 한 마리를 보며 생각했다. 옷과 머리카락이 뜯어져 있었다. 어미가 끈끈이 덫에서 새끼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었다. 주변에 얼룩진 적록색의 얼룩들이 다급했던 어미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실장이 끈끈이에 숨이 막혀 죽었다거나 충격으로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자실장의 가슴에는 구멍이 나있다.

내가 처음 실장석의 존재를 파악한 것은 며칠 전이었다. 무릎 관절염 수술을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간 조부를 대신해 시골집을 지키고 있었다. 매일 있는 것은 아니고 토끼나 닭의 먹이를 줄때만 잠깐씩 들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닭 먹이를 주고 있던 나는 깨진 달걀과 닭장 구석이 푹 찢겨져 생긴 구멍을 발견했다. 볏짚으로 어설프게나마 숨겨져 있어서 깨진 달걀이 아니었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길고양이나 족제비라면 저런 어설픈 위장은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죽은 닭들이 없었다. 성질이 사나운 고양이나 족제비라면 닭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실장석 뿐이었다.

“골치 아프게 생겼네. 이제 끈끈이나 별사탕은 못쓰겠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바닥에 있는 끈끈이 덫을 반으로 접었다. 덫을 아궁이에 던져 넣고 장작을 조금 넣고 불을 붙였다. 타들어가는 장작과 쓰레기를 보며 어떻게 하면 어미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처음부터 덫에 어미가 걸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새끼 몇 마리 정도가 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새끼만 잡는다면 어미를 잡는 건 어렵지 않다. 새끼를 구하려고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어미를 잡거나, 새끼들을 이용해 둥지를 찾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미는 내 예상과는 달리 새끼를 포기하고 둥지의 안전을 위해서 새끼를 죽이고 입막음 했다.

“하…. 진짜 다 뒤집으면서 찾을 수 도 없고, 고양이라도 한 마리 놔둬야 하나.”

각종 농기구와 잡동사니로 가득한 창고와 곳간, 지금 내가 있는 아궁이가 있는 방만해도 각종 잡동사니와 장작더미로 정신없었다. 작은 실장석 둥지 하나 찾겠다고 일일이 하나씩 꺼내면서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성체 실장석을 잡을 만큼 다 큰 고양이를 당장 데려올 곳도 없다.

“약이나 사러갈까. 뭐 가보면 쓸 만한 게 있겠지 뭐...”

다 타버린 장작더미를 부지깽이로 훑어보았다, 남은 불씨는 없어보였다. 마당으로 나와 약을 사기위해 타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차를 타고 몇 번 봤던 동네 슈퍼로 이동했다. 몇분 뒤 동네 슈퍼에 도착했다. 슈퍼에 들어가자 젊은 남자 한명이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실장석 잡을 약을 사러왔는데요.”
“아! 네! 뭘 찾는다고요?”

남자는 놀랐는지 화들짝 몸을 흔들며 잠에서 깼다. 멋쩍은지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던 남자는 웃음을 멈추고 내 얼굴을 살폈다.

“제 얼굴에 뭐 이상한 거라도 묻었나요?”
“흐음...혹시 이름이 김기철 아니에요?”

나는 남자가 아는 사람인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을 본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민수인데 기억 안나?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같이 놀고 그랬는데. 벌써 10년 넘게 지나서 기억이 안날라나?”

그제서야 남자가 초등학교 시절에 같이 놀던 친구였다는 것이 기억났다.

“아! 민수! 최민수 기억하지 잘 지냈어?”
“나야 뭐 잘 지내지. 기철이 너는 하나도 안변한 것 같다? 얼굴 보자마자 알아봤잖아.”

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서로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민수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물어봤다. 여기 오기 전에 본 덫에 걸린 자실장의 시체와 닭장 등 조부의 집에 실장석이 숨어들었음을 이야기했다.

“끈끈이 말고는 지효성 코로리랑 기피제 정도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줄까? 지효성 코로리는 한 3일 정도면 효과가 나와서 어지간히 의심 많은 녀석들도 새끼들한테 먹여보고 괜찮으면 자기도 먹고 죽어서 효과는 좋아.”

민수가 코로리가 든 작은 통과 기피제 스프레이를 내게 건냈다.

“뭐 없는 것 보다는 괜찮겠지. 기피제는 닭장 같은데 뿌려도 되려나?”
“실장석이 싫어하는 냄새만 나고 딱히 닭이나 사람한테 문제되는 건 없을 걸? 영리한 놈이라면 며칠 지나면 냄새만 난다는 것을 알고 또 달걀을 훔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코로리를 먹었으면 금방 죽겠지만.”

물건의 값을 치르고 민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조부에 집으로 돌아왔다. 닭장 주변에 기피제를 뿌리고 자실장이 죽었던 곳 근처에 지효성 코로리 몇알을 뿌려 두었다. 이걸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집으로 갔다.

며칠이 지났다. 나는 며칠째 변함없이 바닥에 놓여있는 코로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바람과 달리 실장석은 코로리를 단 한개도 건들지 않았다. 새끼가 덫에 걸렸던 탓인지 의심이 깊어진 모양이다. 닭장에 생겼던 구멍도 막아둔 이후 다시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어미가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곳간에 있는 쌀포대에 전에 없던 구멍과 주변에 떨어져있는 쌀알들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머리가 아파올 때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민수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보세요? 기철아 큰집에 있냐? 어머니한테 니 얘기 하니까 수박 좀 가져다주라고 하던데.”
“어 지금 큰집인데. 왜 지금 오게?”
“금방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민수는 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처마 아래 의자에 앉아서 민수를 기다렸다. 민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도착한 민수는 커다란 수박을 내게 건냈다.

“실장석은 잡았냐?”
“어미가 의심이 많은가 코로리를 하나도 안 건들더라. 수박 좀 짤라 줄까?”
“아녀. 집에서도 많아서 처치 곤란인데.”

손을 절래절래 저으며 거절했다.

“그나저나 보통 코로리 한두개 정도는 가져갈텐데. 독한 놈이네.”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어.”

민수에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저었다. 내 모습에 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특별한 비밀병기를 내가 가져왔다 이 말이야. 자 보라고 이게 비밀병기야.”

자신의 차에서 골판지 상자를 꺼낸 민수가 내게 들이밀었다. 얼떨결에 골판지 상자를 받아든 나는 골판지 상자 속을 들여다보았다. 골판지 상자 안에는 성체 실장석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성체 실장석은 나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꼬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로 뭘 어떻게 하라고.”
“이 녀석을 며칠만 키워봐. 그러면 문제가 해결 될걸?”

황당한 말이었다. 실장석을 잡아야하는데 실장석을 키우라니.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민수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말은 끝까지 들어봐. 지금 집에 숨어있는 실장석은 너를 경계하고 있으니까. 기철이 너가 뭘 하든 안 나올 거 아니야. 그러니까 다른 실장석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 경계심을 푸는 거지.”

마냥 말도 안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수긍하여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끄덕이자 민수는 차에서 개집을 꺼내 마당 한 구석에 설치했다. 그리고는 상자속 실장석을 꺼냈다. 실장석은 작게 저항했지만 민수가 가볍게 머리를 때리자 얌전해졌다. 목걸이와 개집을 연결하고 허리를 피며 일어났다.

“먹이는 그냥 닭모이 같은 거나 주고 별사탕 몇 개나 던져줘. 가끔 놀아주면 더 좋고, 그러면 숨어있는 실장석들도 알아서 찾아올걸?”

목걸이가 마음에 안드는지 실장석이 쇠사슬을 물어뜯으며 소리쳤다.

“데스 데스!!데샤아아!”

민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가볍게 실장석을 발로 찼다. 살짝 바닥을 구른 실장석은 개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뭐라 중얼거렸다.

“점심 안 먹었지? 차에 타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민수는 주머니에서 별사탕 몇 개를 꺼내 개집 앞에 던졌다. 그리고는 내가 뿌려둔 코로리를 모두 수거해 버렸다.

“데스?! 데퍄퍄퍗! 데수웅~”

실장석이 개집앞에 떨어진 별사탕을 기분 좋게 핥았다. 나와 민수는 그 모습을 뒤로하고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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