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구린내가 난다. 그러고보니 배수구 철망을 교체한것이 언제였더라.
별로 밥을 직접 해먹거나 하지 않는데도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냄새가 심해지니 견딜수가 없다. 귀찮아라.
철망 여분을 어디 갔다놨었지..
그때 문득 방 한 구석의 수조를 떠올린다.
보니 독라에 깡마른 자실장 한마리가 설설 기면서 자신의 똥을 먹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제 먹이 안 줬었나. 어.. 그저께도 잊지 않았나?
랄까 최근 며칠간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으니.
학대 시작해본 것은 좋았지만 나, 돌보거나 하는거 귀찮아서 금방 잊어버렸겠지.
아, 맞다.
"야 실장석. 매일 밥을 먹을수 있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목욕할 수 있는 특별실로 널 초대하마."
"테치! 테프프.. 닌겐, 드디어 태도를 고쳐먹을 생각이 든것인 테치. 그렇다고하면 빨리 콘페이토 한가득과 스테이크와 햄버그... 테챠아아아!!"
모두 지껄이기 자실장을 들어올려 배수구에 떨어뜨렸다.
"여기 떨어지는 건 전부 네거니까, 먹어도 돼"
"테...., 웃기지 마는 테치! 냄새나고 더러운 잔반 뿐인 테치! 콘페이토는 어떻게한 테치! 지금 당장 와타시를 여기서 내보내서 맛있는 것을"
"그럼 뭐어 힘내라~"
뚜껑을 닫고 오물이 묻은 손을 씻는다. 자실장은 갑작스러운 샤워에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여기와서 처음 목욕하는거니까. 좋겠구나.. 만끽해라.
나는 배려의 차원에서 배수구에 물을 오랫동안 흘려주었다.
이렇게 배수구에 자실장을 넣어두면 잔반처리가 이루어져 청소따윈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탐욕스러운 실장석이라면 그것만으론 확실히 부족할테니, 물때도 햝아먹고 자신의 똥도 먹을 것이다.
설거저를 할때 흘러드는 세제와 물이 어느정도 자실장의 몸도 깨끗하게 해줄테니 체취도 억제될 것이다.
실장석이 세제 따위에 죽을리도 없고 말이야.
부엌 청소, 사육, 그리고 학대하는 수고가 줄어드는 일석삼조다. 나 진심 천재아녀?
이왕 저지른 김에 자실장을 기르던 수조도 싯을까 생각했다만..
너무나도 더러워서 그대로 버리기로 하였다.
어차피 100엔샵에서 산거니까.
그리고 5일이 지났다.
배수구의 자실장은 이제 없다.
처음에는 지독했지만, 점점 생각한다로 배수구의 청결이 유지되었다.
썩어가는 잔반이나 물때도 굶었던 자실장에게는 진수성찬이었던 모양이다. 역시 분충.
조금 테치테치 거리는게 성가시긴 했지만, 그만큼 대우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하고 생각하면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
소리도 우물거리는것처럼 잘 들리지도 않고 말야.
그런 느낌으로 나로서는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만, 방금 살펴보니 자실장이 죽어 있었다.
굶어 죽었다고 할만큼 깡마른 것도 아닌걸 봐선 아무래도 스트레스사인듯 하다.
부엌에 방치하였던 링갈의 로그를 살펴보니
'좁아', '어두워', '갑자기 물을 흘리지 마', '진정하고 잘수가 없다' 등,
사인을 추측할만한 말이 여러가지 있어서 어느 것이 정확한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 뭐 상관없다만. 실장석은 어차피 소모품이니까.
그렇게 결론 내린 나는 철망째로 실장석의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역시 게으름 피우지말고 제대로 청소하고 철망을 교환해야하나.
역시 무턱대고 물을 더럽히는 것도 좋지 않고 말야. 정말 실장석이란 아무 쓸데가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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