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인님, 다녀오시는 데스."
"그래 미도리. 오늘도 늦을 거 같으니까 혼자 잘 있어야 한다."
현관문이 닫히고 주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사육실장 미도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의 사육실장들이라면 주인이 일을 나갈 때 가지 말라고 떼를 쓰거나 이제 자신의 집인 것마냥 데프프 웃는 것이 다반사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육실장 미도리는 주인이 나가자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것은 전에 있었던 일들을 알아야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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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의 주인인 토시아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애호파도 학대파도 아니었다.
투분을 하거나 탁아 후 민폐를 끼치는 분충들에게는 응징을 가하고 예의 바른 양충, 설령 탁아를 했더라도 공손한 자세를 보이면 해치지 않는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토시아키는 공원을 산책하던 중 부서진 골판지집과 뭉개진 실장석들의 시체들을 보게 되었다.
'또 학대파들이 왔다간건가.'
분충들에 한해서지만 어느정도 고통을 주는 걸 즐기는 토시아키였으나 일부러 밖에까지 나와서 무차별적인 학살은 하지 않았다.
흔한 광경이었기 때문에 평소라면 지나갔을 법 했지만 무언가에 이끌린 토시아키는 그 부서진 골판지집 근처로 다가갔다.
"테에엥... 테에엥..."
일가실각인줄 알았더니만 자실장 한마리가 살아남아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토시아키의 접근조차 깨닫지 못한 자실장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없이 도망갔다.
그러나 결국 자실장의 속도.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잡아서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아까의 나쁜 닝겐상이 아닌 테치?"
토시아키의 얼굴을 보더니 자실장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아무래도 자기 가족을 몰살시킨 학대파인줄 알았던 모양이다.
계속 서 있기도 뭐했기에 근처의 벤치에 앉고 자실장에게 콘페이토 하나를 꺼내서 주었다.
"닝겐상... 고마운 테치."
자실장은 콘페이토에 기뻐했지만 곧바로 입에 가져가지 않았다.
토시아키가 자세히 보니 그 자실장은 울고 있었다.
"테에엥... 마마랑 오네챠들도 같이 있었으면 나눠먹었을 수 있었을 테치..."
죽어버린 가족들 생각을 하는 건가. 퍽 기특한 실장석이다.
그 후 자실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본디 사육실장이었던 친실장의 지혜 덕에 5남매 모두가 배불리는 아니더라도 끼니를 굶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학대파의 등장. [햣하---!]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빠루에 실장 일가는 무력했다.
학대파인 남자는 막내인 자실장만 남기고 다 죽인 후에 유유히 공원을 떠났다고 한다. 어차피 자실장 혼자서는 곧 동족의 밥이 될 거라는 말과 함께.
'불쌍하네... 게다가 분충도 아닌 거 같은데 한 번 키워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야기를 들은 토시아키는 눈앞의 자실장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닝겐상'이라고 부르고 달콤한 콘페이토 앞에서도 죽은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그 행동은 자실장에 대한 평판에 상당한 플러스 점수였다.
그렇다면 한 번 키워볼까.
토시아키는 자신의 손 위에 있는 작은 자실장에게 말했다.
"혹시 우리 집에 올 생각 있니? 괜찮다면 키워 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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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실장이 토시아키의 집에 온지도 몇 달이 지나고 어느새 친실장으로 성장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도리'라는 사육실장으로서의 이름도 받게 되었다.
아무리 양충같아 보여도 들실장은 자기가 사육실장이 된다면 분충끼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도리는 이전 들에서의 생활을 잊지 않고 주인에게 항상 감사해했다.
스테이크나 스시는 나오지 않는다 해도 매 끼 실장푸드가 나오고 때때로 콘페이토도 받는 생활. 이 정도만 해도 음식물쓰레기를 먹던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미도리는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것도 배웠다.
이처럼 미도리가 좋은 모습을 보이자 토시아키 역시 미도리에게 더욱 잘 대해주며 이상적인 사육실장과 인간의 관계가 형성되어 갔다.
다만 미도리에게는 딱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와타시도, 자를 가지고 싶은 데스'
2
출산욕구. 그것은 실장석이라면 누구든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살짝 충격만 받아도 시원하게 온몸이 갈려나가는 실장석의 절망적인 생존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는 이유는 이 출산욕구와 번식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체실장이 된 미도리 역시 자를 가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전에 주인님께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주인님, 혹시 자실장들을 보고 싶지는 않으신 데스?"
"응. 안 보고 싶은데."
예상 외의 빠른 부정.
상냥한 주인님이라면 바로 허락해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미도리의 착각이었다.
"나는 너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너무 많아지면 키우기 힘들기도 하고."
"알겠는 데스 주인님. 안녕히 주무시는 데스."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든 미도리였지만. 주인의 눈이 안 닿는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상냥하고 현명했던 자신의 마마.
와타시도 그런 마마가 되고 싶은데 어째서 안 되는 걸까.
일순간 주인을 원망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미도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
'와타시는 주인님께 도움을 받아 따뜻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고 있는 데스. 그런 나쁜 생각은 하면 안 되는 데스!'
그렇게 미도리가 이성으로 본능을 억제하는 동안 여름이 찾아왔다.
원래 6시면 퇴근해서 저녁밥을 주던 토시아키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미도리는 불안에 빠졌다.
"주인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데스? 어째서 돌아오시질 않는 데스..."
토시아키가 돌아온 것은 밤 9시였다.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늦은 저녁을 챙겨주었다.
"미안 미도리.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말이야."
"괜찮은 데스 주인님. 힘드셨을 텐데 어서 쉬시는 데스."
다음 날 아침 7시. 평소라면 미도리와 토시아키는 이때쯤 같이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미도리가 눈을 떴을 때 토시아키는 이미 아침을 먹고 나갈 준비를 끝낸 참이었다.
"뎃? 주인님 벌써 일어나신 데스?"
"아 미도리, 일어났구나."
토시아키는 선반에서 실장 푸드를 꺼내서 접시에다가 담아주었다. 그런데 그 양은 평소보다 3배는 많았다.
"양이 너무 많은 데스. 배가 터져버릴지도 모르는 데스."
"그럴 일 없어. 왜냐하면 점심하고 저녁것까지 담은 거니까."
영문을 모르는 미도리는 데엣? 하고 주인을 바라본다. 그러자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도리. 내가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니?"
"데에에... 분명 기계를 고친다고 했었던 거 같은 데스."
"그래. 우리 집에도 있지? 저기 나보다 큰 흰색 기계."
토시아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에어컨이 있었다.
"저건 에어컨이라고 하는 거란다. 그러니까... 더운 곳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기계지."
"신기한 데스."
"그렇지? 아무튼 이제 여름이라서 날씨가 많이 더워졌거든. 그래서 사람들이 이 에어컨을 많이 사용한단다."
"그래서 주인님의 일이 많아진 데스?"
"그렇지. 아마 당분간은 바빠서 어제처럼 밤 늦게 들어올 거야. 그래서 미리 음식을 준 거야."
"알겠는 데스. 적당히 나눠서 먹겠다는 데스."
"그래그래. 너무 졸리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오늘부터는 훨씬 바쁠 테니까."
"명심하겠는 데스. 다녀오시는 데스 주인님!"
과연 토시아키의 일은 매우 많아졌다. 오늘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퇴근했다.
"다녀왔어 미도리~"
평소라면 그 짧은 다리로 다다다다 뛰어올 미도리가 오질 않는다.
토시아키가 신발을 벗고 미도리의 방으로 들어가보니 새근새근 자고 있는 미도리의 모습이 보였다.
"하긴 내가 너무 늦게 돌아오긴 했지."
그 날 이후로도 토시아키의 야근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미도리도 이 상태를 익숙하게 느끼게 되었다.
자츰 미도리의 머리 속에서는 한 생각이 자꾸만 들기 시작했다.
"임신을 해도... 모를 수도 있겠는 데스..."
모두 알겠지만 실장석이 임신을 하면 두 눈이 초록색이 된다.
몇몇 임신을 하고 싶은 사육실장들은 배랑 태어난 자실장들만 숨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임신했다가 눈 색깔로 임신 사실을 간파당하고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미도리도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모습을 보이는 이상 눈 색을 숨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그 특성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더불어 미도리의 임신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주인은 어떠한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먹이가 담긴 접시만 있을 뿐이고 자는 시간이 되어도 돌아올 기미가 없다.
미도리가 안 들킬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게다가 평일 저녁 때 퇴근해서 조금이나마 말상대를 해주고, 주말에는 놀아주던 주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없어지자 외로운 것도 있었다.
실장석은 본래 외로움을 잘 타는 생물. 가족을 잃고 나서는 다행히 토시아키가 거둬주었지만 그 토시아키도 지금은 바쁘니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
임신해서 주인님께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미도리였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출산 욕구가 이성을 잠식해갔다.
어느 날 낮,
바람 소리가 들리자 미도리는 소리가 난 부엌의 창문을 바라봤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꽃이 오늘따라 더 탐스러워 보인다...
미도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창문으로 한 발짝씩 걸어가기 시작했다.
창문은 (실장석 기준으로) 높은 곳에 위치했지만 주위의 의자와 식탁을 타고 올라가 다가갈 수 있었다.
'저 꽃에서 나온 꽃가루가 있으면 와타시도 마마같이 되는 데스.'
'분명 괜찮을 것인 데스. 훌륭한 자들로 키우면 주인님도 기뻐해 주실 게 당연한 데스.'
이미 미도리의 이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미도리는 창문을 열고 방충망에 온 몸을 밀착시켰다.
이윽고 불어온 바람에 꽃가루가 흩날렸고, 미도리의 양 쪽 눈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3
"와타시도 이제 마마가 되는 데스!"
미도리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임신했다는 것은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눈 색깔을 확인해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미도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시간 후.
미도리는 자신의 침실에서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일단 저지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미래의 일이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주인이 밤늦게 들어온다고 해도 방심하면 안 된다.
마마도, 오네챠들도 안전하다고 생각한 순간에 훅 하고 가버렸다.
절대로 임신 사실을 들키지 않겠다고 맹세한 미도리는 자들이 있는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 자들을 주인님 앞에 내세워도 될 만큼 교육시킨 후에 보여드리는 데스! 분명 기뻐해 주실 데스!"
물론 어디까지나 미도리의 변변찮은 예상일 뿐이다.
교육을 시키든 말든 실장석의 운명은 인간의 별 거 아닌 행동에 정해진다.
아쉽게도 미도리는 똑똑했지만 결국 실장석 중에서, 그것도 들실장 중에서 똑똑한 것이었다.
자실장들이 자신처럼 된다면 같이 이 집에서 주인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미도리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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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힘들어라..."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토시아키가 귀가했다.
현재 시간은 밤 11시 23분.
정말 쉴 틈 없이 일했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보낸 하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도 미도리는 자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미도리와 말도 한 마디 안 한 거 같다.
좀 더 신경써줬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토시아키는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이 때 미도리는 자고 있지 않았다.
토시아키가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방문 앞에까지 온 것도 알고 있었다.
자고 있던 척을 한 것은 눈의 색깔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혹시라도 자신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토시아키가 들어온다면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도리는 임신 후에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토시아키가 들어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버텼던 것이었다.
아침에도 마찬가지로 돌발상황에 대비해 일찍 일어나 자는 척을 했다.
다음 날, 토시아키가 출근하는 도어락 소리가 들리자 미도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오늘의 먹이 접시에는 미도리가 본 적 없었던 음식이 있었다.
그것은 실장 전용 육포. (주)후타바 사에서 만든 간식이다.
이게 육포라는 것까지는 미도리가 알 수 없었지만 고기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미도리는 뜻밖의 주인의 선물에 감사하며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그렇게 지내던 와중, 미도리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드디어 출산의 때가 온 것이다.
'마마가 자를 낳을 때에는 물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었던 데스'
마마의 가르침을 떠올린 미도리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그 위에서 자들을 낳기 시작했다.
낳은 자는 모두 5마리.
구더기도, 엄지도 없이 전부 자실장들이었다.
'이 자들이라면 분명히 예쁨받을 수 있는 데스'
예전 자신의 마마 역시 5자매를 낳았었다. 문득 마마와 오네챠들이 생각나 미도리는 눈물을 훔쳤다.
"마마, 배고픈 테치!"
"먹을 것을 주길 바라는 테치!"
자신의 자식들이다. 먹을 것을 달라고 울어도 사랑스럽다.
이건 실장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명체의 어미라면 가질 모성애일 것이다.
"너무 보채지 않아도 되는 데스. 마마가 음식을 가져오는 데스."
"마마 최고인 테치! 고마운 테치!"
미도리는 수북히 쌓인 실장 푸드 중 일부를 가져가 자실장들에게 주었다.
아그작 아그작 실장 푸드를 먹는 자들의 모습을 보는 미도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갔다.
하지만
"테챠아아아앗!!! 이딴 건 밥이 아닌 테치!!!"
"왜 그러는 데스?! 4녀!"
갑작스런 4녀의 발작과도 같은 분노에 미도리가 놀라 되물었다.
"세레브한 와타시에게는 이런 저급한 음식은 쓰레기같은 테챠아앗! 스테이크와 스시를 당장 내놓은 테치!!!"
그렇다. 4녀는 분충 중의 분충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어미인 미도리의 좋은 점은 전혀 물려받지 못한 모양이다.
계속 지랄발광하는 4녀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 미도리는 놀라서 멍하게 쳐다보던 다른 자들에게 말했다.
"4녀가 조금 아픈 것 같은 데스. 마마가 치료를 하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먹고 있는 데스."
""""알겠는 테치 마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도리는 고민했다.
이게 바로 주인님이 말하던 '분충'이다.
자기 주제를 모르고 무리한 걸 요구하는 쓰레기와도 같은 존재, 분충.
주인님은 상냥하시지만 분충에게는 '벌'을 내린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많은 사육실장들이 제멋대로 자를 낳고 그 자가 분충이여서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와타시가 해야 할 일은...
미도리는 아직도 기절해 있는 4녀를 지긋히 바라보았다.
/////
"마마, 4녀 오네챠는 다 나은 테치?"
"걱정했던 테치!"
미도리가 4녀를 안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자실장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결국 미도리는 솎아내기를 하지 못했다.
정이 많은 것. 미도리가 인간이었다면 괜찮았겠지만 실장석으로서는 이것이 치명적이었다.
분충이라 해도 자신이 처음 낳은 자식.
그리고 마음 한켠에는 제대로 교육시킨다면 분명 나아질 것이라는 망상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얼마 후 기절했던 4녀가 일어났다.
다행히 4녀는 어려서 미숙한 탓에 왜 자신이 기절했는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배는 이미 다 차서 아까처럼 스테이크 타령은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미도리는 자들을 일렬로 줄세워 앉게 했다.
"모두들 잘 듣는 데스. 이제부터 수업을 시작하겠는 데스."
"수업이 뭐인 테치 마마?"
"마마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오마에들에게 알려주는 데스. 분명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인 데스."
미도리가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봤을 때는 하늘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3시간, 4시간처럼 정확한 시간 개념까지는 몰라도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이 돌아오기 전까지 기본적인 것들은 알려줘야 하는 데스'
비록 오늘 태어났지만 조용히 하는 것이라던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방법은 꼭 알려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음, 냄새 때문에 자실장들을 낳은 것을 들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시작하는 데스. 우선 운치는---"
/////
다행히도 자실장들은 미도리의 말을 잘 이해했다.
분충인 4녀와 약간 모자란 차녀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도리가 잘 지키면 언젠가 콘페이토와 스테이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유혹하자 순순히 말에 따랐다.
'이제 주인님이 나가시면 또다시 오늘의 수업을 시작하는 데스.'
그런데 아무리 자는 척을 해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데스. 분명 주인님의 기척이 느껴지는 데스. 시간도 충분히 지났을 텐데 어째서 나가지 않으시는 데스?'
뭔가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미도리는 나가봐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어제의 명령대로 조용히 하고 있는 자실장들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마마는 잠시 밖에 나가보는 데스. 부디 지금처럼 조용히 있어야 하는 데스."
"""""알겠는 테치 마마"""""
귀여운 자실장들에게 미소를 짓고 미도리는 문을 열고 나왔다.
토시아키는 부엌에서 토스트에 잼을 바르고 있었다.
"오, 미도리 일어났구나. 깨어있는 건 오랜만에 보네."
"안녕히 주무신 데스. 와타시도 오랜만에 주인님을 뵙는 데스."
"그러게. 그동안은 일이 너무 바빠서 말이야."
"이제 일이 끝난 데스까?"
"아직 여름이 안 끝났으니까 있긴 있겠지만서도... 전보다는 확실히 줄었지. 오늘은 휴가야."
미도리가 휴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표정을 띄자 토시아키는 설명했다.
"휴가는 쉬는 날이라는 뜻이야. 지금까지 미도리 얼굴도 못 볼 정도로 일했었잖아?"
만약 자들을 낳지 않았다면 미도리는 기뻐서 집안을 돌아다니며 춤을 췄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뻐할 수가 없다.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루종일 주인님이 집에 있는다니. 안 들킬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미도리? 몸이라도 아파?"
"아닌 데스! 얼마만에 주인님이 집에 있는지 기뻐서 그런 데스!"
뇌를 굴리고 있던 미도리의 표정이 자뭇 심각했는지 토시아키가 걱정하자 미도리는 곧장 활기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토시아키는 흐뭇한 표정으로 남은 빵을 한입에 넣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을 거인 데스. 내 방에서 자들을 가만히 있게 하면 문제없는 데스!'
그런 미도리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시아키는 기지개를 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면 미도리, 오랜만에 대청소를 시작해볼까!"
"데스으?!"
4
"대청소... 데스...?"
"응. 오랫동안 청소도 안 했고 더럽잖아?"
토시아키는 그렇게 말하고 미도리의 방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이다. 미도리는 큰 소리로 외쳤다.
"주인님, 제 방은 제가 하겠는 데스!"
보통 사춘기의 남자아이들이 할 법한 대사를 친 미도리를 토시아키는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왜 그래? 엄청 놀라는 눈치인데."
"와, 와타시에게도 사생활이라는게 있는 데스.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데스."
실장석 치고는 꽤나 논리적으로 말하는 미도리.
학대파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그래. 死생활 한번 해보자.'라는 말과 함께 빠루로 두들겨맞을 것이었다.
그러나 토시아키는 (양충에 한해) 배려심 깊은 주인. 사람같은 말을 하는 미도리가 재밌기도 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그래. 너가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십년감수한 미도리의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미도리, 물티슈 못봤어?"
"물티슈 데스? 못 봤던 데스..."
창틀의 먼지를 닦으려던 토시아키는 물티슈를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아쉬운 대답이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전에 썼던 물티슈가 아무래도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토시아키는 혀를 차며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도리, 나는 편의점에서 물티슈좀 사올 테니까 네 방 정리하고 있어."
"알겠는 데스 주인님."
이전에 주인님이 편의점에 갔다올 때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다.
토시아키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미도리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모두들 마마가 말하는 것을 잘 듣는 데스. 이제부터 대청소가 시작될 것인 데스."
청소가 무엇인지는 자실장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미도리는 말을 이어갔다.
"아직 절대로 나오면 안 되는 데스. 이 방은 마마가 청소한다고 했지만 혹시 모르는 데스. 그러니까..."
미도리는 옆에 있는 수납장에서 빈 종이 상자 하나를 꺼냈다. 자실장 다섯 마리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이 안에 들어가 있는 데스."
그 말에 잠자코 들어간 자실장들이었지만 위의 뚜껑을 닫자 곧바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너무 어두운 테챠아아앗!!!"
"마마, 마마! 무서운 테치이이이!!!"
아무래도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자실장들에게는 어둠이 무엇보다 무서운 모양이다.
이렇게 큰 소리를 내서야 들키는 건 당연하므로 미도리는 송곳을 들고 와서 상자 한쪽에다가 자그만한 구멍을 뚫었다.
"이제 빛이 들어오는 테치."
"조금이지만 안정되는 테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미도리는 상자 뚜껑을 열고 아껴 놓았던 콘페이토 다섯 알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만약 마마가 다시 올 때까지 모두 조용히 하고 있는다면 이 콘페이토를 더 주는 데스."
자실장들은 콘페이토를 한입씩 베어 물고 그 달콤함에 테치테치 거리며 대답했다.
"""""알겠는 테치 마마~~~!"""""
그로부터 20분 후 토시아키가 돌아왔다.
편의점에 가서 달랑 물티슈만 사고 오기도 뭐했기에 토시아키는 면도기와 간식으로 먹을 초콜릿도 봉지에 들고 왔다.
"다녀오신 데스 주인님."
토시아키도 인사를 하고 테이블에다가 편의점 봉투의 내용물을 털어넣었다. 그런데
"테챠아아앗!!! 아픈 테치 똥닌겐!!! 죽어버리는 테치이이잇!!!"
초콜릿 대신에 자실장이 봉투에 들어 있었다. 소리를 듣고 자신의 자인줄 알고 미도리는 식겁했으나 상황을 보고 아닌 줄 알았다.
애초에 자실장 혼자의 힘으로는 그 상자에서 나올 수도 없고 말이다.
"탁아인가...."
"그런 것 같은 데스..."
(자실장 기준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진 자실장(탁아실장)은 테챠아아앗 고성을 지르며 광견병 걸린 개마냥 지랄을 떨었다.
똥닌겐은 스테이크와 스시를 내놓아라, 세레브한 와타시를 키울 특권을 주겠다, 머리를 땅에 박고 그랜절을 하면 특별히 용서해주겠다 등등
얼마나 개소리를 해대는지 옆에서 그걸 보던 미도리의 머리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주인님... 괜찮으신 데스?"
"응. 뭐 이런 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너는 가서 할일 하고 있어. 이런 분충도 오랜만이니 잠시 놀아 줘야지."
토시아키의 지시에 따라 청소를 하기 위해 미도리는 실장용 미니 빗자루를 가지러 테이블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힐끔힐끔 뒤를 쳐다보았다.
"당장 똥닌겐은 세레브한 와타시를 위해 우마우마한 먹을 것과 후와후와한 잠자리를 준비하는 테챠아아아앗!!!"
여전히 탁아실장의 지랄은 계속되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분노의 표정도 짓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탁아실장을 집어올렸다.
"이제야 좀 주제파악이 된 테치? 좀 있으면 세레브한 와타시의 마마와 오네챠들도 올 테니 어서 환영식을 준비하는...!"
그러나 탁아실장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토시아키가 한손에 든 커터칼로 옷을 단번에 찢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찢어진 옷은 두 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테... 테치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탁아실장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이윽고 자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눈치챈 탁아실장은 아까보다 더욱더 소리를 높였다.
"테챠아아아아아앗!!! 똥닌겐 지금 무슨 짓을 한 테치!!! 오마에 따위가 감히 고귀한 와타시의 옷을 찢은 테챠아아앗!!!"
"이 죄는 그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테챠아아아아앗!!!"
방음이 잘 되는 아파트라 다행이다.
토시아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발광하고 있는 탁아실장에게 넌지시 말했다.
"사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런 무례한 짓을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목소리의 톤은 최대한 부드럽게, 마치 만화영화의 왕자님이나 할 법한 톤이다.
"테치?"
토시아키의 태도 변화에 탁아실장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그 의미를 알아듣고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테프프 하고 웃는다.
이것이 토시아키의 연극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꽤나 서프라이즈를 아는 노예인 테치. 그럼 당장 세레브한 와타시에게 걸맞는 고져스한 옷을 가져오라는 테치."
"알겠습니다. 그럼 제 손바닥에 타시죠."
왼손으로 잡고 있던 탁아실장을 오른손에 정중하게 태운 후 토시아키는 일어나서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도리는 탁아실장의 운명이 짐작이 갔다.
"왜 가지 않는 테치? 분명 노예는 와타시를 세레브하고 고져스한 옷이 가득한 옷가게로 가려는 게 아니었던 테치?"
문 밖으로 나오기만 했을 뿐 엘레베이터도 타지 않고 전혀 이동하지 않는 토시아키를 보고 탁아실장은 의문을 표했다.
토시아키는 탁아실장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옷은 여기에 있습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옷이 있다는 테치? 똥노예!"
탁아실장의 불만에도 토시아키는 정중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은 TV에 나오는 실장석들을 아십니까?"
"그런 놈들 따윈 와타시에 비하면 다 쓰레기인 테치! 우주의 보배인 와타시가 TV에 나오기만 한다면 온 세계의 닝겐들이 와타시의 노예가 되는 게 당연한 테치!"
"아무튼 그런 TV에 나오는 실장석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만든 옷이 있습니다. 이 옷을 입기만 하신다면 사람들이 분명히 주인님의 매력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멋진 옷이 있냐는 테치? 당장 가져오는 테치!"
"알겠습니다."
토시아키는 왼손에 들고있던 편의점 봉투를 열어 탁아실장의 다리 부분까지만 넣었다.
그리고 봉투를 묶었다. 아주 강하게.
테챠아아아아앗 소리가 우렁차게 울러퍼졌지만 토시아키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았다.
"아프십니까?"
"이따이한 테챠앗! 당장 푸는 테치이!"
"그런데 저는 안 아픕니다."
그리고서는 더욱더 강하게 끈을 잡아당겼다.
"똥닌겐!!! 이따이한 것도 그렇지만 이 똥같은 옷은 대체 뭐냐는 테치! 전혀 멋진 옷이 아닌 테챠아아앗!"
"멋진 옷이 맞습니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나온 옷이라구요. 이름하여 비닐 바지입니다."
지난 한 달간의 고강도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를 이 분충 탁아실장에게 푸는 토시아키.
실로 탁아실장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조여질 대로 조여져서 배 부분은 원래 살갗이 푸른 색이었나 싶을 정도로 멍이 들어 있었다.
안그래도 추한 얼굴도 눈물콧물 다 짠 나머지 보기에 끔찍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극한의 고통에 가사 상태에 빠진 탁아실장.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토시아키는 봉투를 문고리에다가 걸었다.
"아, 속시원하다."
어느정도 스트레스가 풀린 토시아키는 주머니에서 테이프를 꺼내 기절한 탁아실장의 입을 막았다.
비록 방음이라고 해도 아파트 복도의 소리는 들리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탁아실장의 어미가 따라온다면 아무 말 없이 돌아가겠지.
상쾌한 표정으로 돌아온 토시아키를 보며 미도리는 넌지시 물었다.
"주인님. 그 자실장은 어떻게 하신 데스?"
"옷을 찢어가지고 비닐봉지에 걸어 버렸지. 왜 그래?"
"별거 아닌 데스..."
별거 아니라고 했어도 미도리가 불안해 하는 것을 토시아키는 알 수 있었다.
갑자기 토시아키의 태도가 돌변하여 자신도 저런 꼴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토시아키는 미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나는 분충한테만 저런다고. 너같이 내 말을 잘 듣는 개념실장한테 저럴 리가 없잖아?"
"알고 있는 데스... 그럼 이만 청소하러 가보는 데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미도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 탁아실장이 당한 것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해서 완전한 교육 전에 주인님께 자들을 들킨다면 자신과 자들 역시 저렇게 '벌'을 받을 수도 있다.
분충에게는 벌을 내린다고 주인에게 수차례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미도리의 충격은 한층 컸다.
'괜찮을 것인 데스... 반드시 와타시는 자들을 훌륭하게 키워 저런 분충으로 만들지 않는 데스...!'
미도리는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빗자루질을 시작했다.
5
"주인님, 다녀오시는 데스."
"그래 미도리. 오늘도 늦을 거 같으니까 혼자 잘 있어야 한다."
현관문이 닫히고 주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미도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대청소를 한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엄청나게 긴장했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자들도 말을 잘 들어서 조용히 있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하루의 휴가가 끝난 토시아키가 다시 출근하자 미도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자들이 자고 있는 상자를 꺼내서 뚜껑을 열자 자실장들이 테치테치 하고 꺼내달라고 조른다.
미도리는 한마리씩 조심스럽게 들어올려서 밖으로 내려주었다.
"주인님은 지금 일하러 간 데스. 오늘은 어제 못했던 수업을 듣는 데스."
"마마, 그것보다 지금은 배고픈 테치!"
"밥을 주란 테치!"
그러고 보니 막 잠에서 깨어난 자실장들은 배가 고플 것이다.
미도리는 테이블에 놓아져 있는 실장푸드를 자실장들에게 나눠주었다.
처음 식사 시간에 분충짓을 했던 4녀가 걱정되어 쳐다보았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불만 없이 먹는 것 같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미도리는 자들을 앉힌 후 수업을 시작했다.
/////
"그런 이유로 오마에들은 마마로부터 모든 교육을 받기 전에는 숨어 있어야 하는 데스."
미도리는 자실장들에게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 집의 닝겐상, 즉 주인님은 마마가 자를 낳는 걸 바라지 않으셨다.
그러나 마마는 오마에들을 낳았다.
만약 주인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집에서 쫓겨날수도 있다.
그러니까 주인님을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자실장이 되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듣는 장녀와 3녀, 5녀.
그와 반대로 차녀와 4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고 있었다.
"그게 뭐냐는 테치. 어째서 와타시가 그런 똥닌겐의 말을 들어야 하는 테치."
"4녀 이모토챠의 말이 백번 옳은 테치. 닌겐쯤은 이 펀치에 맞으면 곧장 무릎끓는게 당연한 테치."
그러면서 손가락도 없이 뭉툭한 팔을 앞으로 내지르는 차녀.
자기 딴에는 위협적이고 강력한 공격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인간이 본다면, 아니 실장석인 미도리가 봐도 허접하기 그지 없었다.
"차녀, 4녀. 그러면 안 되는 데스. 오마에들보다 훨씬 크고 강했던 마마의 마마도, 마마의 오네챠들도 닌겐에게 죽임당한 데스."
그 말에 차녀는 주춤했으나 베스트 분충인 4녀는 오히려 성을 냈다.
"그건 마마의 가족들이 싸움을 모르는 바보였던 테치!!! 무술의 고수인 와타시라면 혼자서도 충분한 테치!!!"
이에 머뭇거렸던 차녀도 다시 힘을 얻었는지 소리친다.
"4녀 이모토챠의 말이 천번 옳은 테치. 게다가 우리 가족이 모두 힘을 합친다면 저 닝겐을 집에서 몰아내는 것 쯤은 너무나도 쉬운 일인 테치!"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냐는 데스...'
미도리는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4녀뿐만 아니라 차녀까지 분충이었던 것이다.
하는 걸 봐서는 4녀보다는 덜하지만 주인님이 본다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이미 자를 낳은 이상 제일 좋은 방법은 솎아내기였지만 앞서 봤듯이 미도리는 그럴 만한 결단력이 없었다.
미도리의 걱정과 함께 또 하루가 지나갔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도리의 수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집안일을 하는 방법, 하면 안되는 행동들 등을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차녀와 4녀는 매번 놀면 안되냐고 불만을 표하고 때때로 소리도 질렀지만 미도리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폭력으로 훈육하자 입을 다물었다.
물론 직접적인 고통 때문이지 마음 속에서 감명을 받아서 수업시간에 조용히 하는 것은 아니다.
분충인 두 마리는 수업을 들을 때마다 줃곧 딴 생각만 했다.
'이런 건 다 쓸데없는 지식인 테치. 차라리 노는 게 더 나은 테치.'
'지금은 가만히 있지만 나중에 똥마마보다 강해지면 이 집을 차지해버리는 테치.'
이루어질 리 없는 망상을 하며 차녀와 4녀는 작은 소리로 테프프 웃었다.
어느덧 창문을 바라보니 석양이 지고 있었다.
미도리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급히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주인님이 평소대로 돌아오신다고 했던 데스! 오마에들은 어서 숨는 데스!"
그렇다. 이제 여름도 다 끝나가서 토시아키는 원래처럼 6시경에 퇴근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 동안 토시아키의 늦은 귀가시간에 익숙해져 있었던 미도리는 이제서야 그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차녀와 4녀는 왜 닌겐따위가 오는데 고귀한 와타시가 숨어야 하냐고 불평했지만 미도리가 위협하자 순순히 말에 따랐다.
"다 숨은 테치 마마."
태어났을 무렵에는 모두 크기가 작아서 종이상자에 들어가고도 남았지만 어느정도 성장한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실장들은 미도리의 방 구석구석에 자신이 숨을 곳을 찾아서 들어갔다.
"잘한 데스. 조용히 기다리고 운치를 싸고 싶다면 주위를 잘 둘러보고 조심스럽게 나오는 데스."
미도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
미도리는 바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주인님 다녀오신 데스."
"그래 미도리. 배고팠지?"
오늘은 아침과 점심분의 실장푸드밖에 받지 못했기에 미도리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거실로 들어와 오른손에 든 봉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로운 고기 냄새.
미도리가 그 냄새를 맡고 황홀한 듯이 웃음을 짓자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자신과 마주보고 앉으라고 했다.
"이 우마우마한 냄새는 대체 어떤 음식인 데스?"
"아아. 이것은 '치킨'이라는 것이다. 닭을 튀겨서 만들지."
토시아키가 봉지를 열자 두 개의 얇은 종이상자가 있었다.
미도리의 앞에 한 상자, 자신의 앞에 한 상자를 놓은 후 토시아키는 뚜껑을 열었다.
"미도리, 너도 어서 먹어."
"감사한 데스 주인님!"
토시아키가 닭다리를 들고 맛깔나게 뜯어먹자 미도리도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동전만한 크기의 순살치킨들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실장석이 먹기에는 이런 뼈 없는 치킨이 먹기 쉬울 것이라는 토시아키의 배려심 덕분이었다.
미도리가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너무... 너무나도 우마우마한 데스...'
이것은 미도리의 실장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콘페이토처럼 달달하지는 않지만 그 이상의 맛이 있다.
바삭한 껍질과 입에서 녹는 듯한 부드러움을 지닌 속살.
이 두 가지가 미도리의 입 안에서 어우러지니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그렇게 맛있어?"
기쁨이라는 글자를 표현하자면 지금의 미도리의 모습이 딱 알맞을 것이다.
행복에 겨운 미도리를 보며 토시아키는 뿌듯한 듯이 웃었다.
"주인님. 이 치킨이라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데스. 이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인 데스."
"그래그래. 앞으로도 종종 사줄 테니 많이 먹으라고."
하하호호.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미도리와 토시아키는 치킨을 먹었지만......
"저게 대체 뭐냐는 테치..."
"똥마마... 어째서 자기만 저렇게 쳐먹는 테치..."
미도리의 방문 틈으로 거실을 바라보던 차녀와 4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동자로 똥닌겐과 마마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 테치, 차녀챠?"
"와타시에게도 알려달라는 테치!"
두 마리가 문에 철썩 붙어있자 이에 궁금함을 느낀 나머지 장녀, 3녀, 5녀가 근처로 다가왔다.
"저 모습을 보라는 테치. 왜 와타시에게는 먹을 것을 안 가져다주면서 저러는 테치?"
장녀가 그 말을 듣고 바깥을 바라보니 과연 마마는 닌겐과 함께 맛있어보이는 것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장녀는 똑똑한 개체. 잠시 생각해보더니 곧 4녀를 나무랐다.
"그게 아닌 테치 4녀챠. 마마는 항상 우리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셨던 테치. 이번에도 분명 저 우마우마한 것을 와타시들을 위해 가져오실 게 분명한 테치."
""장녀 오네챠의 말이 옳은 테치!""
3녀와 5녀가 장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미 분노와 질투심에 휩싸인 차녀와 4녀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어째서 마마만 우마우마한 것을 먹는 테치?
와타시들은 이렇게 배고픈데 테치?
어째서 저런 약해보이는 닌겐의 말을 들어야 하는 테치?
"아~ 잘 먹었다."
토시아키는 치킨을 다 먹고 미도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미도리의 상자에는 반절 정도나 치킨이 남아 있었다.
실장석과 인간의 먹는 속도가 다르다고 해도 미도리에게 사준 것은 미니 사이즈다.
의문을 느낀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물었다.
"왜 그래 미도리? 맛이 없어?"
"아닌 데스. 주인님. 너무 좋아서... 남겨뒀다가 나중에 먹어도 되는 데스?"
실장석은 욕구를 억누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자제심이 있다니,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대견해하면서 남은 치킨을 봉투에 담아서 건네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테챠아아아앗!!! 똥닌겐!!! 똥마마!!! 당장 세레브한 와타시에게 그 우마우마한 푸드를 내놓는 테치이이이이!!!"
"당장 이리 건네라는 테치!!!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고 와타시의 노예로 만들어주는 테챠아아아앗!!!"
식욕을 참지 못한 차녀와 4녀가 방에서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그 모습에 미도리와 장녀, 3녀, 5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6
"...뭐야 저것들은."
갑작스런 자실장들의 난입에 토시아키는 어이가 없었다.
치킨을 사올 때 탁아라도 당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왜 자실장들이 여기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은 아파트 5층. 창문을 통해 침입할 수 있는 높이도 아니니까 말이다.
어떻게 여기에 온 건지는 몰라도 해야 하는 것은 하나. 토시아키는 차녀의 두건을 잡고 앞의 테이블에 놓았다.
차녀는 아직 남아있는 치킨의 냄새를 맡고 좋아했으나 상자가 텅 빈것을 알고 붕쯔붕쯔거렸다.
"테챠아앗! 똥닌겐! 와타시의 우마우마한 저녁은 어디에 있는 테치!"
"오마에는 지금 당장 뷰티풀하고 우츠쿠시한 와타시에게 우마우마한 스테이크와 스시를 내놓는 테치!"
"온 우주의 지배자인 와타시의 명령에 개처럼 따른다면 운치굴 노예로서 살려주는 자비를 베풀어주는 테챠앗!"
토시아키는 온몸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차녀를 내버려두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 건방진 분충을 어떤 물건으로 교육시켜 주는게 좋을까?
보통 분충들을 학대할 때는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팔다리를 뽑아버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토시아키는 그런 쪽이 아니었다.
각종 도구를 사용해서 창의적으로 분충에게 벌을 주는 것이 그의 취향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토시아키의 눈에 테이블 구석에 있는 다 먹은 치킨 뼈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치킨 뼈! 좋은 학대수단이지!'
토시아키는 왼손으로 차녀를 눕힌 후 고정시키고, 오른손에는 닭다리 부분의 뼈를 들었다.
차녀는 아직도 시끄럽게 테치테치 거리고 있다.
내용은 아까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진짜배기 분충이다.
이 분충의 한심함에 한숨을 내쉬고 이윽고 토시아키는 뼈를 차녀의 오른다리 부분에다가 빠르게 쑤셔넣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우렁찬 비명소리가 토시아키의 집에 가득 찼다.
커봤자 사람의 손바닥 크기밖에 안 되는 자실장에게서 이렇게 큰 소리가 나다니.
보람을 느끼며 토시아키는 빵콘하며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차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 되어 한층 더 추했으며 치킨 뼈가 들어간 오른다리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배려심 넘치는 토시아키는 양쪽 다리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치킨 뼈를 깊숙이 집어넣었으므로 아마 내장까지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원래 있던 다리를 잘라내고 한 게 아니라 그대로 치킨 뼈를 쑤셔넣었기 때문에 원래의 다리도 몸 안으로 비정상적으로 들어가 차녀의 고통은 배가 되었다,
"테치이이이이..."
아까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차녀는 이미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
토시아키는 거실 서랍 안에 들어있는 실장활성제를 가져왔다.
차녀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마시게 하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곧바로 정신을 되찾았지만 고통은 여전해서 계속 "테치이잇!!!" 하며 비명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동화에서 보던 해적 같단 말이지.'
실제로 한 발이 의족처럼 보이니 토시아키의 생각도 일리가 있었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차녀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 모습을 구경하기도 3분째, 고통이 어느정도 멎었는지 차녀는 온몸을 웅크리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
"용서해주시는 테치 닝겐상... 제발 살려주시는 테치..."
확실히 차녀는 4녀보다 분충기가 적었다.
이 정도로 고문을 당하자 힘의 상하관계가 어느정도 이해된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토시아키에 있어서 무슨 상관이랴.
토시아키는 차녀를 한손으로 들어서 거실 바닥을 보여주었다.
"저기 바닥 봐봐. 너한테는 반쪽밖에 안 보이겠지만... 운치로 더러워져 있지?"
"테, 테치이이..."
"나의 집을 어지럽히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는단다."
그렇게 말하는 토시아키의 손에는 3개의 닭뼈가 있었다.
"테챠아아아앗! 이따이한 테치!!! 이런 짓은 그만두는 테치!"
"와타시의 손이! 손이...!"
"테... 테치이이이..."
왼쪽 다리, 오른쪽 팔, 왼쪽 팔의 순서대로 차녀의 몸에 닭뼈를 우겨넣는다.
팔다리가 모두 닭뼈가 되어버린 차녀. 이것은 닭인가 실장석인가.
사지 모두 제꼴이 아니게 된 차녀는 고통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이제 이따이한건 끝난 테치..."
그러나 차녀의 희망찬 예상과는 달리 토시아키의 손에는 닭의 목뼈가 들려 있었다.
"너같은 분충은 자를 낳으면 안된단다."
그 말과 동시에 토시아키는 차녀의 총구에 목뼈를 깊숙히 박아넣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앗!!!"
온몸을 뒤틀며 경련하는 차녀. 온몸이라고는 해도 팔다리가 닭뼈로 되어있지만서도 말이다.
보통 총구에 무언가를 집어넣으면 기분나쁜 소리를 내는 실장석이지만 토시아키는 말 그대로 닭뼈를 쳐박아 넣었기에 고통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자를... 자를... 못 낳게 되는 테치! 제발 빼주는 테챠아아아앗!"
"아가리가 시끄럽군."
자를 낳는 것. 그것은 실장석의 최상위 욕구임과 동시에 사명이기도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리자 차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아무리 방음이 뛰어난 집이라지만 자신의 귀가 나갈것같이 아팠기에 토시아키는 크고 뭉툭한 닭뼈를 집어들었다.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는 테... 챠아아앍!!!"
말을 끝맺지 못하고 차녀의 입에 닭뼈가 삽입되었다.
"......ㅌ...ㅊ......!"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살코기가 남아있는 부분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인가."
목까지 가득찬 이물감에 차녀는 힘껏 소리치려고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차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물을 흘리며 눈앞의 닌겐을 저주하는 것뿐이었다.
"일단 이 정도로 해 놓을까."
양팔과 양다리, 입, 총구 도합 6개의 닭뼈가 박혀있는 차녀의 모습을 본 토시아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며 차녀를 빈 치킨 상자 속에 던져넣었다.
'그러고 보니 뛰어나온 분충은 이 녀석뿐만 아니라 하나 더 있었지.'
앞을 보니 미도리가 그 분충을 막고 있었다.
'내가 이 분충을 교육시킬 때까지 방해받지 않도록 저렇게 막고 있다니, 정말 훌륭한 사육실장이야.'
사실은 계속 토시아키에게 욕을 하며 달려드는 4녀를 미도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저지하며 설득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차녀 학대에 집중한 토시아키가 알 리 없는 일이었다.
"어이, 미도리."
4녀를 붙잡아두는 데에 온 신경을 쓰고 있던 미도리는 주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데, 데스...?"
"슬슬 그쪽의 분충도 넘겨주지 않을래? 한 녀석은 이미 다 손봐서 말이야."
순순히 명령에 따라서 넘길 줄 알았던 토시아키의 예상과 달리 미도리는 4녀를 꼭 붙잡았다.
한 손으로는 4녀의 몸을,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서
"미도리? 그 녀석을 이리로 주라니까?"
그래도 미도리는 요지부동이다.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말을 안 들은 적이 없던 미도리었기에 토시아키는 당황하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미도리, 너가 지금 잡고 있는 자실장을 가지고......"
그러나 토시아키가 말을 끝내기 전에, 4녀는 미도리가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물어뜯었다.
미도리는 순간적인 격통에 4녀를 잡고 있었던 손마저 놓아버렸고 구속이 풀린 4녀는 크게 소리쳤다.
"테챠아아앗! 멍청한 차녀년! 이깟 닌겐 하나도 처리 못하는 테치? 어쩔 수 없이 내가 죽여버리는 테치!"
"똥닌겐을 죽이고 이 집을 차지하면 방금전까지 고귀한 와타시를 천박한 손으로 잡은 마마도... 드높은 와타시의 의견에 반박한 나머지 자매챠들도 다 똥노예로 만들어버리는 테챠아아앗!!!"
마마.
그 소리가 나오자 미도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토시아키도 예상 외의 말이 나오자 놀라 눈썹을 찡그렸다.
마마. 그래... 당연히 이 똥분충에게도 낳아준 친실장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분충은 말했다.
'방금전까지 자신을 손으로 잡은 [마마]'라고...
그 의미를 이해한 토시아키는 천천히 시선을 미도리에게 돌렸다.
"미도리... 설마 이 분충들은... 너의 자들이냐...?"
7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답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의 자가 아니라고 잡아떼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라면 쉽게 그 거짓말을 간파해내겠지만 실장석 수준에서는 그게 최선일 것이다.
이는 실장석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본 토시아키도 알고 있었다.
미도리에게 이 분충들이 너의 자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토시아키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치킨 봉투에 탁아된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말이 안된다.
이처럼 분충인데 만약 봉지 안에 있었다면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치킨을 안 건드렸을 리가 있나.
그리고 전의 대청소 때 방에 들어가려는 토시아키를 급하게 말린 것도 지금와서 보면 수상했었다.
분노의 감정도 존재했지만 그것보다 토시아키는 미도리가 어떻게 나올지 호기심이 생겼다.
"주인님..."
"뭐냐."
"죄송한 데스! 용서해주시는 데스!"
미도리는 무릎을 끓고 도게자를 했다. 그리고서 몇 번이나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4녀는 미도리를 비웃었다.
"테프프... 역시 똥마마인 테치. 저딴 똥닌겐이 뭐가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는 테치?"
일단 어째서 몰래 자를 낳았는지 이야기라도 들어볼까.
앞에서 띠껍게 웃고 있는 분충의 처리는 잠시 미루자.
토시아키는 4녀의 목을 가볍게 돌려서 기절시키고 미도리에게 물었다.
"왜 낳은 거지? 나는 분명 너한테 출산을 허가하지 않았다. 내 말을 우습게 들은 거냐."
"죄송한 데스! 그래도, 너무 외로웠던 데스..."
"외로워?"
"그런 데스. 주인님이 일이 많아서 늦게 들어오시자 너무 외로웠던 데스..."
그런가. 외로웠던 것인가.
실장석인 미도리에게는 외로움과 원래 있던 출산 욕구 때문에 참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실장석들은 꽤 많이 자를 낳지. 이 두 분충 말고도 있을 텐데?"
"그런 데스... 장녀, 3녀, 5녀는 나오는 데스..."
그러자 미도리의 방 문 틈으로 세 마리의 자실장들이 쪼르르르 달려나왔다.
미도리의 옆에 선 자실장들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신 테치! 처음 뵙겠는 테치!"""
배에 손을 갖다대고 고개를 숙이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인사.
그러나 방금 전 차녀가 당한 일을 지켜본 자실장들이었기 때문에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이 자실장들은 어느정도 머리가 돌아간다.
비록 자신들은 분충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주인이 원하지 않았던 자들이기 때문에 '벌'을 받을 수도 있다.
미도리의 수업을 착실히 들은 자실장들은 그것을 알고 있어서 이처럼 긴장하는 것이다.
'이 녀석들은 뼛속까지 분충은 아닌가 보군.'
쭈뼛대긴 해도 인사를 마친 자실장들을 보며 토시아키는 생각했다.
아까 자신이 닭으로 만든 분충과 기절시킨 분충. 그런 골수 분충이라면 아무리 친실장이 시킨다 해도 이렇게 인사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 녀석들은 그나마 나은 것이다.
"총 5마리인가. 외로웠다고는 해도 멋대로 새끼를 낳은 너와 그쪽의 자실장들은 그렇다 치고..."
토시아키는 기절한 4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분충은 내가 벌을 줘도 되겠지?"
"안되는 데스, 주인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도리가 소리쳤다.
토시아키는 다시 미도리와 자실장들 쪽을 바라보았다.
"뭐야. 너 지금 이 분충의 편을 들겠다는 거냐?"
"그래도... 와타시의 자인 데스..."
"나 말야. 요 분충놈들보다는 아니지만 너한테도 조금은 짜증이 나 있다고. 그걸 알고 있는 거야?"
"알고 있는 데스... 와타시가 4녀를 그냥 용서해주란 것은 절대 아닌 데스..."
호오. 기절한 이 분충은 넷째인가.
그것보다 그냥 용서해주란 게 아니라니, 뭔가 있다는 건가.
"계속 말해 봐."
"와타시는 사실 자들을 낳고 충분히 교육시켜 주인님께서 만족할 만큼 컸을 때 보여드리려고 했던 데스. 하지만 아직 교육이 부족했던 데스...
부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4녀를 훌륭한 자실장으로 만들어 놓겠는 데스...!"
훌륭한 자실장으로 만들겠다고?
이 엄청난 분충을?
토시아키는 테이블 위에서 기절한 4녀를 쳐다보았다.
추한 본성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있는 4녀. 이런 새끼가 뭐가 예쁘다고 저렇게까지 부탁하는 것인가.
"미도리, 가혹한 방법으로 훈육시키는 브리더들도 이런 최상급 분충의 교정은 어려워한다,
그리고 만약 너가 실패한다면, 나는 더 화가 날 텐데?"
4녀를 포기하라고 은근슬쩍 권했지만 미도리는 결의를 했는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토시아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3일이다."
"뎃?"
"3일. 3일 후 아침에 너의 방으로 찾아가지. 그때까지 이 분충을 너가 말한 대로 교육시켜 봐라.
그래도 분충이라면 그때는 깔끔하게 포기해라."
"알겠는 데스... 주인님, 감사한 데스!"
4녀를 미도리의 품에 안겨주자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토시아키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
그로부터 3일 간 미도리는 4녀에게 끊임없이 교육을 실시했다.
장녀, 3녀, 5녀도 함께였다.
"주인님을 포함한 닌겐상들은 전부 와타시들보다 훨씬 강한 데스. 절대 무례한 행동을 하면 안되는 데스."
"테치이이이... 차녀년은 멍청해서 진 데스... 와타시라면 문제없는 테치!"
"그럼 왜 4녀 오네챠는 주인님에게 한번에 기절한 테치?"
"그... 그건... 와타시가 일부러 봐 준 것인 테치! 노예 닌겐 주제에 스스로 쓰러지지 않다니 충성심이 부족한 테치!"
"4녀 이모토챠... 제발 마마의 말을 귀담아듣는 테치. 그딴 개소리는 집어치고 부디 현실을 보라는 테치..."
수업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밥을 주지 않고 때때로 미도리로부터의 폭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4녀는 어쩔수 없이 말을 듣는 척 했다.
물론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한창이었다.
'테치... 그 똥닌겐은 노예 주제에 건방지게 와타시에게 복종하지 않은 테치... 어떻게 하면 자신이 노예라는 걸 인지하는 테치...?'
'그 닌겐을 노예로 만든 다음에는 이런 지루한 수업따위를 하는 똥마마와 (4녀 기준) 분충들을 죄다 쳐죽여버리는 테치...'
테프프프프픗
즐거운 생각을 하다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왔다.
"4녀, 제대로 듣고 있는 데스?"
"그런 테치. 빨리 이어서 수업이나 하는 테치."
/////
3일 후. 토요일.
토시아키는 아침으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미도리. 이제 양치하고 들어갈테니 준비하고 있어라."
그 말에 미도리는 바짝 긴장했다. 오늘이 결전의 날이다.
부디 3일간의 특훈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미도리는 4녀를 불렀다.
"4녀~ 나오는 데스. 드디어 오마에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주인님께 보여줄 날이 온 데스~"
..........
"......4녀? 나오는 데스~"
"오네챠~ 어서 이리로 나오는 테치~"
"이모토챠~ 빨리 오는 테치~"
..........
..........
..........
"나 왔다."
"데뎃?!"
"뭘 그리 놀라? ...하긴 긴장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토시아키는 쭈그려 앉았다.
그런데 4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미도리가 놀란 것도 이것 때문인가.
"미도리?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주, 주인님... 4녀가 사라져버린 데스..."
"거 참 사람 귀찮게 하는 분충이구만. 너희는 아래쪽을 찾아 봐. 나는 위를 찾아 볼 테니까."
"알겠는 데스. 오마에들도 어서 4녀를 찾는 데스."
토시아키는 일어나서 오른쪽 서랍장을 바라보았다. 서랍을 일일히 다 열어봐도 4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왼쪽의 책장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토시아키가 왼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
철푸덕.
토시아키의 오른쪽 뺨에 운치 덩어리가 직격으로 투척되었다.
토시아키의 뺨에서 뚝뚝 떨어지는 운치.
갑자기 난 소리에 위를 본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대략적인 사정을 짐작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러자 책장에서 4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엄청 유쾌하게 웃어재꼈다.
"테프프프프프프프픗! 이런 것에 걸려들다니 역시 멍청한 테챠아아아앗!"
"와타시의 운치가 묻었으니 이제 오마에는 확실한 똥노예 테치! 당장 저 분충들을 쳐죽이고 와타시에게 스테이크를 대접하는 테치이!"
실장석들은 운치를 상대에게 묻히면 그 상대가 노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운치가 토시아키에게 맞았다.
토시아키는 자신의 노예이다.
노예는 주인의 말을 따라야 한다.
즉 토시아키는 저 분충들을 죽이고 스테이크를 내놓아야 한다.]
4녀는 이런 기적의 행복회로를 돌리고 행동한 것이다.
토시아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서 4녀를 잡았다.
아직도 헛된 망상에 빠져 테프프 웃고 있는 4녀는 개소리를 계속 이어나갔다.
"테프픗. 와타시에게 걸맞는 고급 리무진을 원하지만 관대하게 똥노예의 손도 이해해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4녀에게 느껴진 부양감.
그것은 토시아키가 4녀를 공중으로 휙 띄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4녀를 향해 오른손으로 강스파이크.
학창시절 배구부였던 토시아키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4녀의 몸통은 완전히 바닥에 갈려 없어졌고 머리도 대부분이 파열되어 버렸다.
완전히 불구가 된 4녀를 확인한 토시아키는 무릎을 낮춰 미도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야."
낮고 짧은 목소리.
미도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햇다.
"데, 데스우......"
"너가 3일 전에 뭐라고 말했지?"
"4녀를... 훌륭히 교육시키겠다고 했던 데스..."
토시아키는 자신의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욱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말한다기보다는 비난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게 뭐야? 왜 날 이런 꼴로 만들어?"
토시아키의 뺨에 아직도 남아 있는 운치.
실장석도 치욕스럽게 느끼는 행위인데 인간이면 오죽할까.
"내가 처분한다."
그 말을 남기고 토시아키는 곧장 방문을 열고 나갔다.
미도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와타시의 자인 데스'라고도 더이상 말할 수 없었다. 애초에 말했다 한들 토시아키의 분노만 더 살 뿐이다.
토시아키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한 다음 물티슈로 바닥에 떨어진 운치를 닦았다.
그리고 가사 상태에 빠진 4녀를 들어 자신의 방으로 옮겼다. 책상에 앉자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죽여주는 테치... 이런 건 사는게 아닌 테치..."
압정으로 고정시켜놓은 차녀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밥도, 물도 주지 않으니 기운이 다 빠져서 목의 뼈를 빼 주었더니 저런 소리를 한다.
예전같이 우렁찬 비명소리는 지를 수도 없다.
토시아키는 눈앞의 4녀에게 실장활성제를 들이부었다.
조금 기다리자 서서히 하체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몇번을 봐도 경이로운 생명력이다.
약간의 시간이 시나자 4녀는 곧 완전히 회복했다.
잠시 상황이 파악이 안되었는지 주위를 둘러보던 4녀는 곧 토시아키를 바라보더니 다시 지랄을 해댔다.
하지만 토시아키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찾은 듯했다.
"똥노예! 당장 스테이크를 내놓는 테치! 노예 주제에 굼뜬 테챠앗!"
"...그래. 내가 졌다. 넌 정말 한결같은 실장이다."
"테프프~ 드디어 주제를 안 테치? 그럼 스테이크를 대령하는 테치!"
"조금만 기다려라. 스테이크'로' 만들어 줄 테니."
"맘에 안 들지만 태평양같이 마음이 넓은 와타시가 이해해줄 테니 빨리 돌아오는 테치!"
4녀는 토시아키의 말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했다.
'스테이크'와 '만들다'만 듣고 자신에게 스테이크를 갖다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테이크를'이 아니라 '스테이크로'. 이 두 말은 큰 차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토시아키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부엌으로 나갔다.
그놈의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전생에 스테이크하고 원수라도 졌는지 계속 스테이크만 찾는 4녀의 소원을 토시아키는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최고의 스테이크. 그것은 자기자신이 스테이크가 되는 것이다.
부엌의 서랍장을 열어 토치와 부탄가스를 챙긴 토시아키는 방에서 4녀를 들고 작은 상자에 넣었다.
"노예 치고는 꽤 괜찮은 선택인 테치. 적당히 후와후와한 고급 비행기 같은 테치."
그리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토시아키의 뒤에 미도리가 와서 말했다.
"주인님. 죄송한 데스... 저 자를 교육시키는 건 와타시에게 무리였던 데스..."
"신경쓰지 마라. 그런 건 인간도 힘들어할게 분명하니까."
이제 미도리에게는 별로 화도 나지 않았다. 완전 극성 분충인 4녀가 어그로를 죄다 끌었기 때문이다.
뭐, 그 분충을 낳고 솎아내지도 못한 건 미도리였지만.
"그럼 나갔다 온다."
/////
조금 걸어서 토시아키는 후타바 공원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산책로를 이탈해 실장석이 살 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가까이에 골판지 집이 보이자 토시아키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문앞까지 가니 인기척을 감지한 친실장이 안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토시아키를 보더니 추접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데프프. 와타시의 매력에 끌려서 여기까지 온 데스? 특별히 총구를 허락해주는 데스. 대신에 평생 콘페이토와 스테이크를 먹는 사육실장의 대우를 요구하는 데스."
토시아키는 대답하지 않고 발로 친실장을 차 날렸다.
그리고 아마 자실장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골판지집도 밟아서 찌그러뜨렸다.
이런 분충들은 구제가 답이다.
'이 집은 아니었나 보군.'
조금 더 살펴보니 골판지 집이 또 있었다. 이번에도 다가가니 친실장이 나왔다.
동족인 줄 알았는데 토시아키가 보이니 놀란 모양이다.
'데뎃' 거리더니 곧 인사를 한다.
"안녕하신 데스. 닌겐상. 무슨 일로 오신 데스?"
자뭇 예의바른 친실장이다.
이런 양충에게는 뭐라도 주고 싶은 것이 토시아키의 마음이다.
토시아키는 무릎을 굽히고 물었다.
"나는 너희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단다. 그런데 너는 예의가 꽤 바르구나."
"감사한 데스 닌겐상. 와타시의 마마가 항상 닌겐상을 대할 때는 신중하게 하라고 말했던 데스"
"그래. 그러면 선물을 주마. 자실장들은 집 안에 있나?"
"그런 데스. 오마에들 모두 나와보는 데스."
그 말에 골판지 집에서 자실장 3마리가 쫄래쫄래 뛰어나온다. 그리고 친실장 옆에 서서 토시아키에게 인사한다.
"처음 뵙겠는 테치, 닌겐상!"
자들까지 이렇게 바르게 교육시키다니.
그것보다 3마리인걸 보니 솎아낸 건가. 미도리도 그 분충 자식들을 솎아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토시아키는 봉지에서 차녀를 꺼냈다.
"곧 겨울이니까 보존식을 만들고 있지 않아? 이 실장석은 어떠냐?"
친실장은 차녀를 살펴보더니 기뻐했다.
"딱 좋은 데스. 적당히 말라 비틀어져 있어서 조금만 더 건조시킨 후에 보관하면 될 것 같은 데스."
자실장 중 한 마리는 차녀의 몸에 붙어있는 뼈를 가르키며 자신의 마마에게 말한다.
"마마. 이 뼈는 꽤 크고 길어서 무기로 써도 좋은 테치! 습격도 문제없는 테치!"
"그래그래. 우선 이 실장을 집안에 들여놓고 와라."
토시아키의 말대로 친실장은 차녀를 집안에 던져놓고 다시 나왔다.
토시아키는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내려다놓고 말했다.
"이게 오늘의 메인 디시란다."
"이게 무엇인 데스?"
대답 대신 상자를 열어 보여주었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4녀는 어느새 쿨쿨 자고 있었다.
"야, 일어나라."
툭툭 건들자 4녀는 일어났다. 그리고서는 주위를 보고 토시아키에게 소리쳤다.
"똥노예! 분명 스테이크를 만들어 준다고 했던 테치! 그런데 왜 이런 쓰레기같은 곳에 온 테챠앗!"
"걱정 마. 지금부터 시작할 테니까."
우선 도망가지 못하게 4녀의 팔다리를 커터칼로 절단했다.
테챠아앗 시끄럽게 구는 4녀였지만 별 수 없었다.
그리고 4녀의 옷을 확 잡아당겨서 벗겼다.
"테치이이이!!! 똥닌겐... 와타시의 참을성을 어디까지 시험할... 테챠아아앗!!!"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앞머리와 뒷머리를 잡아뜯었다. 이것들은 스테이크의 육질에 하등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토치와 부탄가스를 합체시킨 후 점화. 뜨거운 불꽃이 독라가 된 4녀를 감싼다.
"테챠아아아앗! 뜨꺼운 테치! 똥노예! 대체 뭐하고 있는 테치!"
4녀의 괴성에 토시아키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뭐냐니... 내가 분명 말했잖아? 스테이크'로' 만들어 주겠다고."
"그게 무슨 소리인 테챠아아앗! 세상의 보배인 와타시를 이렇게 대하고도 무사할 줄 아는 테치이이이!"
온몸이 불타도 사과하지 않고 정말 한결같다. 내가 진짜배기 학대파였다면 감동받고 계속 학대해주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육즙이 배어나오도록 칼집 내는 것을 잊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4녀의 팔다리를 자른 커터칼을 다시 집어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한 4녀는 괴성을 질렀지만 팔다리가 잘렸으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써걱써걱
"아픈 테치! 이따이한 테치! 똥닌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와타시를 이곳에서 꺼내주는 테치!"
"염병하네."
앞은 충분히 익었고, 이제 뒤를 익혀 볼까?
손에 화상입지 않게 살짝 4녀를 뒤집고 뒤에도 열을 가했다. 4녀는 이제 말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었다.
고통이 가득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 아까와도 같은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 완성했어. 자실장 스테이크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4녀. 하지만 토시아키의 테크닉으로 머리 부분은 익지 않아서 의식이 남아 있었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처음 맡아보는 구운 고기 냄새를 킁킁 맡으며 황홀해했다.
"닌겐상... 정말 고마운 데스..."
"""감사한 테치!!!"""
"그래. 잘 먹고 나는 이만 간다~"
토시아키가 떠나자 손을 흔드는 실장 일가. 이윽고 토시아키의 모습이 사라지자 맛있게 구워진 4녀의 몸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마마. 최고의 맛인 테치~"
"이렇게 맛있는 건 마마도 처음인 데스. 그 닌겐상은 정말로 천사인 데스."
하하호호 웃으며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가족들.
4녀의 욕설이 때때로 들렸지만 그때마다 입을 한대씩 때려 주면 조용해졌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곧 식사는 끝나고 4녀의 머리 부분만 남았다.
'어째서인 테치... 와타시는 세계의 지배자인 테치. 그런데 이런 하등한 분충들에게 먹히고, 똥닌겐에게 요리당한 테치...'
움직일 수 있는 몸이 더 이상 없다. 그 사실은 4녀를 절망감에 빠지게 했다.
회의감에 가득 빠진 4녀. 그 머리 옆에 자실장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머리를 발로 뻥 찼다.
"뭐하는... 테치...!"
완전 갈라진 목소리로 항의하는 4녀였지만 들릴 리가 있나. 들려도 자실장은 무시했을 것이다.
방금 전의 행동이 재밌었는지 다른 자실장들도 달려와서 4녀의 머리를 뻥뻥 시원하게 날렸다.
"마마~ 공놀이 재밌는 테치~"
"정말로 귀여운 자들인 데스. 조심해서 놀란 데스~"
"""알겠는 테치, 마마!"""
아무래도 머리뿐인 4녀의 고통은 계속될 거 같다.
/////
들실장 일가와 헤어진 토시아키는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충인 차녀와 4녀는 그에 걸맞는 처벌을 받았다.
원래대로라면 미도리와 그 자들 역시 처리해야 했으나...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미도리가 정이 많았듯이 그 주인인 토시아키도 정이 많았던 것이다.
만약 분충들을 지키기 위해 주인을 위협하거나 똥닌겐이라고 부르는 등 미도리도 분충이 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미도리는 계속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
자신이 집에 없었던 동안 외로웠던 것도 상당히 이해가 가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집에서 살게 놔둘 수는 없겠지..."
토시아키는 듣는 이 없는 혼잣말을 하며 아파트로 들어갔다.
8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마 안 있으니 금새 7층에 도착했다.
토시아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미도리와 자실장들이 무릎을 끓고 앉아 있었다.
마치 잘못해서 복도에서 벌을 서고 있는 학생들 같았다.
"다녀오신 데스. 주인님."
"""다녀오신 테치!"""
"그래."
지나치면서 짧게 대답하고 화장실에 가서 손부터 씻었다.
아마 미도리는 지금 엄청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4녀를 교육시키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4녀는 그대로였다.
게다가 주인님의 뺨에 운치까지 던지는 큰 잘못도 저질렀다.
이 책임에서 자신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에 말했던 것처럼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는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다.
"미도리, 그리고 자실장들은 이리로 와 봐."
손을 닦고 토시아키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미도리와 그 자들을 불렀다.
계속 현관에서 정좌하고 있던 미도리는 자실장들을 데리고 토시아키 앞에 섰다.
"무슨 일이신 데스. 주인님."
"너는 확실히 잘못을 하긴 했다. 마음대로 자를 낳은 거 말이야. 그렇지?"
"그런 데스... 무슨 변명을 해도 와타시가 잘못한 데스..."
"그래도 난 너에게 그리 화가 나지는 않았다. 너에게 선택권을 주마."
"선택... 데스?"
미도리는 적잖게 놀랐다.
분명 자신도 차녀와 4녀처럼 처벌을 받을 줄 알았는데 주인님은 별로 화가 나지 않으신다고 했다.
그리고 선택권이라니.
내용은 아직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강제로 시키지 않고 선택할 권리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미도리는 고마웠다.
토시아키는 말을 이어갔다.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 앞으로 자를 가지지 않는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지금 세 마리의 자실장들은 입양보낸다. 그러면 너는 계속 지금처럼 집에 살 수 있다."
미도리 옆의 자실장 세 마리는 꽤나 우수하다.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곳으로 입양가는 것 쯤은 쉬울 것이다.
문제는 주인이 애호파일지 학대파일지 모른다는 것이지만.
"두번째, 자들과 함께 너가 왔던 후타바 공원에 돌아가서 산다."
선택이라고는 말했지만 토시아키는 미도리가 어떤 걸 고를지 짐작이 갔다.
분충인 자식조차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지키려 했던 미도리다. 하물며 양충인 세 마리의 자실장들은 얼마나 더 예뻐할까.
모성애가 강한 미도리는 자들이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은 고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도리는 토시아키의 생각대로 두 번째를 골랐다.
"이 집에서의 생활은 정말 좋았던 데스. 편안하고 후와후와했던 데스. 그래도... 자들에게는 와타시가 필요한 데스. 그동안 정말로 감사했던 데스. 주인님."
"역시 그런가... 잠시 기다려라."
토시아키는 창고 용도로 쓰는 방에서 큰 상자를 꺼내서 가져왔다.
"미도리, 자들을 데리고 여기에 타라."
공원에서 사는 실장들이 골판지집으로 쓸 만큼 큰 상자였기에 미도리와 자실장들이 들어가도 반절이나 비었다.
토시아키는 상자를 들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후타바 공원으로 가는 동안 미도리는 불안해하는 자실장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마. 공원이라는 곳은 어떤 테치? 들어는 봤어도 가 보는 건 처음인 테치..."
"3녀. 마마는 원래 공원에서 살다가 주인님의 집에 왔던 데스. 공원은 드넓은 풀들과 나무들이 가득한 데스. 마마의 경험이 있으니 걱정 말라는 데스."
공원에 도착한 토시아키는 들실장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갔다.
인간의 손에서 내려지는 게 보여진다면 원사육실장으로 인식되고 다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토시아키는 상자를 눕혀 골판지 집을 만든 후 주위의 풀이랑 나뭇잎을 덮어 위장을 했다.
실장석들이 위장을 해 봤자 동족들에게만 안 들킬 뿐 인간에게는 훤히 보이지만 토시아키가 선정한 위치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유심히 보지 못하면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다.
집의 설치가 끝난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잘 있어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와 같이 지냈던 건 재미있었어."
"와타시도 그랬던 데스. 차녀와 4녀가 주인님께 무례한 짓을 하고 와타시는 벌을 받을 줄 알았던 데스. 그런데도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자들이랑 풀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데스."
마지막까지 토시아키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미도리.
세상에 미도리같은 실장석만 있었으면 구제 회사들은 다 망했을 것이다.
토시아키는 주머니에서 봉지 두 개를 꺼내 미도리에게 주었다.
"작별 선물이다. 열어 봐라."
미도리가 한쪽 봉지를 열자 그곳에는 실장 푸드가 들어 있었다.
미도리를 방생시키면서 어차피 필요없어진 실장 푸드를 전부 챙겼던 것이다.
나머지 봉지에는 마찬가지로 필요없어진 콘페이토가 들어 있었다.
기뻐하며 감사를 전하는 미도리에게 토시아키는 마지막으로 인간의 중지 크기만한 못을 들려주었다.
"이거라면 웬만한 실장석들은 너에게 쪽도 못 쓸 거다."
인간에게도 치명상이 될 수 있는 못이니 실장석들에게는 최강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 준비 열심히 해서 겨울 잘 넘겨라."
"안녕히 가시는 데스...!"
"""음식을 주셔서 감사한 테치!"""
한때 가족이었던 미도리의 인사를 들으며 토시아키는 등을 돌려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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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실장석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자를 낳고 집을 만들어도 인간의 변덕 하나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것들.
미도리 또한 그런 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집에 미도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토시아키는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도대체 미도리는 자들을 왜 그리 아끼는 것일까.
물론 모성애라는 게 있다는 걸 토시아키는 안다. 토시아키도 자상한 어머니 밑에서 사랑받으며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실장석들은 자를 매우 쉽게 낳을 수 있다.
10개월동안 고생고생해서 한 명, 가끔씩 두 명을 낳는 인간과는 다르다.
과거에 본 실장석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는 식량이 부족해진 들실장이 자들을 잡아먹으면서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라고 하기도 했다.
게다가 공원에서의 생활은 매우 힘들다.
음식물쓰레기를 동족과 경쟁하듯이 모으고 매일 날씨도 신경써야 한다.
아무리 잘 하더라도 미도리의 전 가족처럼 인간의 개입 한 번에 모든 게 사라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 토시아키의 집에서 음식물쓰레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음식을 매일 세 끼씩 먹고 외부로부터의 습격도 없어 마음편하게 지냈던 미도리.
그러나 결국은 자들과 떨어질 수 없어 다시 지옥같은 공원으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미도리였다면 분명히 자들을 입양보내고 편하게 지냈을 텐데.'
계속 생각해봐도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공원에서 나오고 20분 후, 토시아키는 근처의 라멘집에 들렀다.
공원에서 나오고 보니 어느새 1시.
집에 가봤자 먹을 게 없어서 밖에서 떼우기로 한 것이다.
라멘 한 그릇을 먹고 편의점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을 샀다.
"손님, 탁아 주의하세요."
"네."
점원의 말대로 봉지를 꽁꽁 묶어서 들고 갔다.
문을 열고 나서니 넣을 곳이 없는 봉지를 보고 데뎃 하며 당황하는 친실장이 보이지만 그냥 지나갔다.
"거의 두시 다 됐네. 들어가서 낮잠이나 잘까."
토시아키는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며 혼잣말을 했다.
그 때 저 멀리에서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만요! 문 좀 열어 주세요!"
뛰어온 것은 이웃인 다나카 씨의 부인이었다.
평소에는 집 안에만 있었는데 최근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후타바 공원으로 운동을 나간다고 다나카 씨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다나카 부인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아마 오늘도 운동을 하고 온 것이겠지.
"감사합니다. 토시아키 씨."
"아뇨, 그나저나 후타바 공원에서 운동하고 오신 건가요?"
"네~ 더 하려고 했는데 곧 2시길래 들어왔어요."
토시아키는 의아했다.
2시랑 운동을 그만하는 것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
더워서 그런 거라면 애초에 이 시간대에 나가지 않았을 텐데.
"아, 2시에 무슨 약속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뇨아뇨. 토시아키씨 못 들으셨어요?"
"네? 뭐를요?"
전혀 짐작가는 게 없었다.
이 부인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겨우 세 번째고 말이다.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다나카 부인이 내리면서 말했다.
"오늘 2시부터 후타바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 구제작업이 있잖아요."
쾅.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토시아키의 핸드폰에서 발랄한 여성의 목소리가 났다.
[오후 2시입니다.]
-끝-
주인이 엄청 보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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