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벤 단편(SS) 모음 2

 

『 이룰 수 없는 사랑 』

‘그럼 내가 아리사짱의 언니네?’
‘뎃? 데뎃??’

내가 처음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을 때였다.

‘나 실장석 처음봐...진짜 오드아이네?’
‘데뎃? 데스우? 데스아!?’

내 약혼녀인 토시코의 모습을 본 사육실장 아리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훑어본다.
토시코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이젠 위협에 가까운 목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우아...부드럽네. 거기에 머리카락도 인형머리카락같아...’
‘데샤아아아앗!! 데샤아아아아아앗!!’

"저기, 아리사 쨩이 뭐라고 말하는거야?"
"하하하. 토시코하고 만나서 기쁜가보다“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아리사를 기른지 꽤 됐다. 아리사가 나에게 연모를 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요즘은 내 마누라인 체 하면서 데스웅~♪ 데스웅~♪거리며 나의 주위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결혼식이나 웨딩드레스 CM송이 흐르면

‘데뎃! 데...’

하며 온 관심을 그곳에 집중한다. 그리고 CM이 끝나면 데스우~웅♪ 데데스우웅~♪하고 따라부르며 스커트의 양끝을 두손으로 쥐고 빙글빙글 회전한다.
거기에 침대시트를 꺼내 면사포처럼 머리에 뒤집어쓰고

'뎃뎃데데에~웅 ♪ 뎃뎃데데에~웅 ♪“

결혼 행진곡 같은 음을 제멋대로 부르며 결혼식 놀이 같은 걸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아리사가 지금은 처음 보는 인간의 암컷을 보며 분노에 휩싸여 부들부들 떨고 있다. 
눈에 핏대를 세우고 두 눈에는 눈물을 띄운 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뎃? 데뎃? 데스아? 데스아아아아아아!!’

나랑 토시코의 얼굴을 번갈아 살펴보다가 토시코를 노려보며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고 침을 튀기는 아리사.
나는 그런 아리사를 무시하고, 반년 후에 있을 토시코와의 결혼식에 대해서 이런저런 논의를 한다.

‘뎃? 데뎃?! 데스아! 데스아아아아아!!’

우리가 펼치는 웨딩드레스 팜플렛을 주의깊게 들여다 보더니, 큼직한 눈알을 바쁘게 굴리며  팜플렛과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아, 맞다. 말하는 걸 깜박 잊고 있었네. 우리 결혼할거야.'
'데뎃!?'
'뭐 결혼해도 넌 계속 길러줄 테니까. 고맙게 생각해라, 아리사.“
'데에에에? 데에에에에???'
'있지 있지~토시아키. 이 드레스 귀여운 것 같아.'
'응? 어디어디?'
'데에에에에에엥!!데에에에에에에엥!‘

아리사는 바닥을 손바닥으로 쿵쿵 내려치며 울부짖는다.
꽤 쇼크였는지 속옷을 입은 채로 그 자리에서 실금까지 한다.

'저, 저기, 토시아키. 아리사 쨩 울고 있어.'
'괜찮아, 쟤는 원래 저래.’

나는 아리사가 보란 듯 일부러 토시코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데에에엥...데엑끄...데뎃!!‘

눈물범벅이 된 아리사의 두 눈은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내 손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다.

'데샤아아아아!! 데엣샤아아아아앗!‘

아리사는 토시코를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한다.
뭐냐 이 암컷은! 이 남자의 아내는 바로 나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아리사는 토시코를 노려보며 때리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어, 왜 이러는거야, 아리사?,'
'하하하. 장난치는 거야’

나는 그런 아리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토시코를 그 자리에 쓰러뜨렸다.

'데뎃? 데즈앗? 데즈아아아!?‘

나는 내 입술로 토시코의 입을 막고, 아리사가 보란듯이 그 자리에서 토시코와 관계를 맺는다.

'데뎃!!! 뚜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아리사에게 쇼크가 강했던 모양이다. 아리사는 흐느껴 울면서 옆방으로 뛰쳐나갔다.

인간과 실장석.
인간의 집에서 길러지면서 인간과 친하게 지내다 보면 스스로 실장석이라는 인식을 망각하는 사육실장들이 많다.
아리사에게는 충격요법이겠지만, 나에게 연모를 품어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는 이런 장면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안.. 아리사.
나는 마음 속으로 아리사에게 사과하며, 토시코의 몸을 애무했다.

'데에에에엥...데엑끄.. 데엑끄‘

완전히 초췌해져 버린 아리사는 옆방에서 방구석에 웅크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다.

‘뎃승...뎃승....’

갑자기 아리사는 『 아리사의 집 』 이라고 적힌 골판지하우스에 도망치듯 달려갔다.
아리사의 물건들이 놓인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운데에 소중하게 놓여진 개구리 모양 파우치를 꺼냈다. 

'데샤아아아아!!!데샤아아아아아!'(찍!! 찌직!!!)

그 안에서 평소 보물처럼 지니고 있던 토시아키의 사진을 꺼내더니 북북 찢어 버렸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그리고 아리사는 빵콘한 속옷을 부풀리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계속해서 울었다. 
나는 옆방에서 들리는 아리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토시코의 몸을 탐닉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토시코와의 일을 끝내고 담배를 피우며 한숨 돌린 후에, 아리사의 상태를 보러 옆방으로 향했다. 

'야, 아리사. 아직도 울고 있는거냐?‘

대답이 없다.

'아리사. 문 연다.’

옆방에는 아리사가 없었다. 
『 아리사의 방 』 라고 적힌 골판지 하우스 안에도 아리사의 모습은 없다. 
문득 발밑을 보니, 전단지 뒷면에 크레파스로 쓰인 지렁이 같은 글자. 
그리고 그 옆에는 아리사가 벗어둔 두건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 녀석.."
숨어 있던 아리사는 저녁 식사 후 벽장 안에서 발견됐다.


(끝.)




『 여동생 』


호두에게 여동생이 생겼다.
호두는 자실장 시절부터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소중히 길러진 실장석.
이미 성체 실장석이 되었지만, 부부에 대한 어리광은 자실장 시절 이상이었다.
그런 호두를 사랑스러워한 부부는 끝없이 귀여워하고 애정을 쏟았다.
그런 호두에게 여동생이 생겼다.
여동생이라고 해도 실장석이 아니다.
주인인 부부에게 대망의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데스우~♪ 여동생 쨩, 와타시가 언니 데스~웅♪”
링갈의 표시를 보고 즐겁게 웃는 부부.
총명한 호두는 순순히 이 새로운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한 모양이다.
“데스우~♪ 귀여운 데스우~♪”
꺄꺄 하고 웃는 아기도 호두를 언니로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호두가 아기에게 말을 걸 때마다 아기도 호두에게 웃는 얼굴로 답한다.
“자, 사쿠라 쨩. 우유 시간이야.”
사쿠라라고 이름 붙여진 아기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필사적으로 유방을 찾아 달라붙는다.
“데……”
그걸 올려다보는 호두.
“……마맛!! 와타시도 안아줘 데슷!! 와타시도 안아줘 데슷!!”
짧은 다리로 뿅뿅 뛰어 어머니를 가로막고 포옹을 요구하는 호두.
“호두 쨩은 언니잖아. 참으렴.”
“뎃!!”
어머니의 그런 대응은 처음이었다. 여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호두의 요구는 전부 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는 언니다. 언니는 여동생을 위해 참아야 한다.
“이거 봐, 당신. 이 애, 보조개가 패여 있어.”
“오, 어디 보자~. 하하, 정말이네!”
캬캬캬하고 들끓는 젊은 부부.
“뎃!! 보고 싶은 데스우!! 와타시한테도 보여줬으면 하는 데스우!!”
발치에서 발돋움을 하며 젊은 부부에게 조르는 호두. 하지만 호두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건지, 젊은 부부는 사쿠라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된다.
여동생이 울면 어머니가 달려온다.
어머니는 호두를 무시하고 여동생만을 돌보고 있다.
그런 상황이 호두에게는 달갑지 않다.
시험삼아 호두도 큰 소리로 울어 보았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배아픈 데스우우우!!”
물론, 꾀병이다.
“데에에에에엥!! 마마아!! 마마아!! (힐끔)”
“자. 사쿠라 쨩. 기저귀 갈자~”
“데에에에에엥!! 와타시도 지린 데스우!!”
자실장 시절부터 변을 지린 적이 없는 호두는 브리브리 속옷을 부풀리고 어머니에게 어필한다.
“사쿠라 쨔앙♪ 깨끗, 깨끗하게 해요!!”
“마마아!!! 마마아!! (힐끔)”
“~~~♪”
“데에…데에에에……엣!! 데갸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슷!!!”
완전히 무시당한 호두의 자존심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속옷에 손을 넣어 그 똥을 어머니를 향해 내던진다.
그 똥이 목표물을 빗나가, 사쿠라의 얼굴에 맞고 만다.
실장석의 점액질 똥은, 유아의 기도를 막기엔 충분했다.
콜록거리는 사쿠라.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 이어지는 호두의 투분.
정신을 차리자 호두는 아버지에게 힘껏 뺨을 맞고 있었다.
“뎃? 데뎃?”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누르며, 태어나서 처음 받은 아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실장채를 가지고 나오고, 이어서 호두의 등을 향해 체벌을 가한다.
“데갸아!? 데슷!! 데슷!! 데엣!! 데갸아앗!!”
빵콘했던 속옷이 한층 더 커진다.
“데스웃!? 뎃!? 아!! 데에!! 데에에에에엥!!!” 
어머니는 기도를 막은 똥을 걷어내고, 눈물을 흘리면서 서둘러 전화로 구급차를 부른다.
아버지는 제정신을 잃은 듯이 “분충!! 분충!!”이라고 되풀이해서 외치고, 실장채를 고쳐쥐고는 한층 타격을 가한다.
“데엑끄!! 데엑끄!! 데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뿌직!! 뿌지지직!! 쏴아!! 쏴아아아아아!!)
더욱 부풀어오르는 속옷. 새어나오는 오줌의 웅덩이 때문에 색이 변해가는 카펫.
그 코를 찌르는 냄새가 한층 더 아버지의 이성에 불을 지른다.
“데엣!! 데에에에엣…!!”
구더기처럼 기면서 방구석으로 도망가, 필사적으로 벽을 긁어 타고 올라가려고 하는 호두.
그 뒤에서 집요하게 따라오는 실장채.
“데에에에엣!! 데에에에에엣!!”
호두는 마침내 도게자를 시작하여 이마를 바닥에 문지르며 죄송해요 데스우!! 죄송해요 데스우!! 하고 목이 쉴 때까지 필사적으로 사과를 계속했다.
하아- 하아- 하고 숨이 차오른 아버지는, 실장채를 바닥에 내던지고, 서둘러 도착한 구급반 곁으로 사쿠라의 상태를 보러 달려갔다.
아무도 없는 아이 방에, 홀로 남겨진 호두는 데승… 데승… 하고 밤새 울었다.
결국 사쿠라는 입원하게 됐다. 기도에 약간 변이 남아있는 듯하여, 그게 자연히 떨어질 때까지 곁에 붙어서 간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숙박하는 간호사도 붙여서 입원시켰다.
이미 젊은 부부의 머릿속에는 집에 남겨두고 온 실장석의 일 따위는 없다.
“와타시 버려진 데스우!! 버려진 데스우!!”
한편, 혼자 집에 남겨진 호두는, 아무도 없는 방을 유령처럼 방황하길 계속한다.
때때로 짜증내듯이 날뛰면서 찬장의 식기를 떨어뜨려서 깨거나 책꽂이의 책을 찍찍 찢거나 울분을 터뜨리거나 한다.
“데에에에엥!! 마마아!! 파파아!! 어디 데즈우~~웃!!”
똥도 오줌도 이미 그 안에서 마음대로 싼다.
배가 고프면 냉장고를 열어둔 채로 뒤져서는, 데엑끄데엑끄 울면서 씹어먹는다.
“데에... 나쁜 건, 여동생쨩 데즈우. 호두는... 데엑끄!! 나브지 않은... 데엑끄! 데즈우!!”
그런 상황의 집에, 사쿠라도 무사퇴원해서 몇 시간 후, 젊은 부부가 돌아왔다.
우느라 눈이 부은 채, 거실에서 둥글게 되어있던 호두의 귀가 현관의 소리를 알아챈다.
“뎃!! 마맛!! 돌아와 준 데스우!!”
현관에 들어선 젊은 부부는 변할 대로 변해 황폐화된 자신들의 집을 보고 작은 비명을 지른다.
거기에, 데스우우~♪ 데스우우~♪ 하며 울어서 부은 얼굴의 호두가 뛰어서 마중나왔다.
“마맛!! 마맛!! 버리면 싫은 데스우!! 호두는, 호두는, 마마랑 계속 함께 데스우~!!”
그리고는 너무 감격해서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호두는 결국, 그대로 이동용 케이지에 넣어져, 그 안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어진 실장 푸드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케이지를 가지고 나와, 차에 호두를 싣는다.
“데데? 데스우우우♪ 데스우우우♪”
처음 타는 차. 차 안에서 케이지로부터 꺼내진 호두는, 발돋움해서 창문에 달라 붙은 채, 작은 엉덩이를 흔들며 창밖의 풍경에 흠뻑 취했다.
차는 교외의 외딴 산속에 도착한다.
아버지는 입을 다문 채 호두를 차에서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데뎃!? 데스우~웅♪ 뎃스우~웅♪”
호두는 맨션에서 키워진, 세상 물정 모르는 사육 실장석.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흥분한 채, 아장아장 걸어서, 눈앞에 핀 꽃을 손에 들고 데스우~? 하며 얼굴을 갸웃한다.
(부르르르르르릉...)
아버지는 담배를 끄고,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데스우?”
호두는 천천히 산길을 내려가는 차를 보며,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수밖에 없었다.
「………」
“.........”
시선을 피어있는 꽃으로 되돌리면서, 다시, 작아져가는 차로 눈을 되돌린다.
“데......”
버려졌다고 눈치챈 것은, 차가 보이지 않게 되고 10분 가까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완전히 저문 밤의 짐승의 길을 흐느껴 울면서 헤치고 나아가는 호두의 모습은, 몇 시간 후에는 울창히 자란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끝.







『 미쿠루 』
‘구더기짱 프니프니가 좋은 레후~♪’
‘음? 프니프니? 더 좋은 걸 사줄게’
내가 키우는 구더기 실장의 생일에, 나는 선물을 주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구더기 실장은 물욕라는 것이 없는지 대신 요구하는 것이 프니프니였다.

'프니프니 레훗!! 프니프니 레훗!' (피스~!!피스~!!)

코를 피스~피스~거리며 조르는 모습은, 모처럼 내가 무언가 사주겠다는 마음을 꺽을 정도로
순진한 멍청함이었다.

'자자~! 프니프니다'
'렛!! 레후우~웅 ♪ 레후우~웅 ♪’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구더기 실장옷이나 달콤한 외국산 콘페이토 세트 등 구더기 실장이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생각해뒀지만, 그런 주인의 마음을 모르는지 녀석은 단순한 프니프니에
볼을 붉히며 물모양의 대변을 흘리며 기뻐한다.

'마맛!! 더 해주는 레훗!! 더더 레훗!'
'…정말 이걸로 좋은거니?'
'레후우~웅 ♪ 레후우~웅 ♪ 구더기짱 행복한 레후우~웅 ♪’

실로 구더기실장의 이런 생리는 편리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구더기실장의 생일은 지났다.
다음날.

'마맛!!마맛!'

구더기 실장이 수조 속에서 나를 부른다.

'응?왜 그래?'
'마맛!! 구더기짱 프니프니했으면 좋은 레후우~♪’
'미안하다. 오늘은 손님이 오는구나. 손님이 돌아간 후에 프니프니 해줄게 '
'레...레후우~...‘

구더기 실장은 실망한 듯, 등을 보이며, 어항 속을 느릿느릿 긴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잔뜩 프니프니 해주는 수밖에.
그런 일을 생각하는 동안, 나의 친구인 토시아키가, 자신이 키우는 사육실장과 함께 도착한다.

나의 동료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애호파인 토시아키는 항상 외출할 때마다 자신의 사육실장과 동행한다.

‘오~미쿠루 오늘도 건강하네’
‘데....’

미쿠루는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시아키와 나는 그런 미쿠루를 현관에 두고 안으로
들어간다. 남겨진 미쿠루는 이내 신발을 이리저리 돌리며 냄새를 맡는 데 열중한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는 우리. 미쿠루는 천성적으로 얌전한 녀석이라 그런지 울어 보채거나 하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집안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돌아다닌다.

'데...?‘

미쿠루는 뭔가를 눈치챈다.

'...‘

미쿠루의 두 눈은 구더기 실장이 살고있는 수조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마...프니프니...아직인 레후...?’
‘뎃!’

쾅!하며 수조에 달라붙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더기와 시선을 맞추는 미쿠루.

'렛? 레뺘아아아아앗? 레뺘아아아아아앗!?‘
'뎃!!데뎃!‘

구더기 실장의 존재에 흥분한 미쿠루. 짧은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선반 위로 올라간다.

'레뺘아아아앗!! 마마! 이상한 거! 이상한 거인 레후!! 괴물인 레후! 마마아아아아!!‘
'데슷!! 데스우!! 데스우!‘

미쿠루는 힘겹게 선반에 기어오르더니, 어항 뚜껑을 열고 구더기 실장을 쥐기 위해 손을 뻗는다.

'마맛!! 마맛!! 레뺘아아아앗!! 레뺘아아아아아앗!!‘
'데프~!!데프~!!'
'구더기는 먹는 게 아닌 레후! 레뺘아아아앗!!‘
'데스! 데스으으우!! (부릿! 부리릿!) 쩝쩝‘
몇 분만의 일이었다.

'재밌었어. 토시아키'
'아아, 다시 올게. 오~이, 미쿠루우~ 돌아가자~'
'데덱!‘

거실에서 얌전히 그림책을 읽고 있던 미쿠루가 토시아키의 다리를 껴안아 온다.

'데프우~!!데프우~!!'
'뭐야, 이놈. 흥분해서는...‘

미쿠루의 앞치마는 빨강과 초록색 국물로 지저분했다.

'어이..토시아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구더기 실장이 들어 있던 수조를 가리킨다.
피로 얼룩진 수조와 흥분한 미쿠루의 더러운 앞치마를 보고 토시아키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미쿠루. 너 설마...'
'데프우~!!데프우~!!‘

흥분한 미쿠루 양은 토시아키의 달라진 말투에 무지한 채 여전히 토시아키의 발에 사타구니를
비벼대며 신음하고 있다.

'구더기! 구더기!'
내가 울부짖으며, 어항 속을 들여다보고 절규하다.

'미쿠루! 대답해! 너가 그랬어? 미쿠루!‘

따지는 토시아키.
'데프우~!!데프우~!!'
'바보야! 대체 왜...!!' (짝!)
'…데'
'넌 진짜...하아...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린거냐!‘

자실장 때부터 금지옥엽으로 길러진 미쿠루.
지금까지 토시아키로부터 체벌같은 훈육은 받지 않았던 미쿠루에게 방금 맞은 뺨은 충격 그 자체.

'……데 데에에...!! 데에에에에엥!'
' 울어도! 죽은 목숨은!! 돌아오지!! 않아!!‘

한 마디씩 외치며 뺨을 후려갈기는 토시아키. 호두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져간다.

'데에쯔크!!데에쯔크!!데게에에에에에!!데게에에에에에!‘

미쿠루는 손을 입 속에 쑤셔넣는다. 잠시 움찔거리던 미쿠루는 구토를 하여 내용물을 모조리 쏟아낸다.

'뎃승...뎃승...‘

미쿠루는 위액에 뒤섞인 구더기 실장의 찌꺼기를 이리저리 이어붙이며, 필사적으로 복원시도를 한다.
(끝.)




『 버려진 실장석 』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분홍색 파우치를 어깨에 느슨히 둘러매고, 하늘을 바라보며 우는 실장석이 있다.

'데에에엥!! 데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밝은 색의 파우치. 깔끔한 실장옷과 실장화
어느 모로 보나, 그 실장석은 사육실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 가슴에는 그 실장석의 이름일까. 명찰에 '히카루'라고 써져 있다.
히카루는 버려진 사육실장. 원사육실장.
그녀도 10시간 전만 해도 주인의 이불에서 기분좋은 꿈을 꾸며 단잠에 빠져있었다.
히카루의 주인은 이사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히카루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차마 맨 정신으론 이별을 고할 수 없었던 주인은, 잠들어 있는 히카루를 살짝 골판지상자에 넣고
일부러 옆 동네의 공원까지 가 유기한 것이다.

'데에에에엥!! 데샤아아아아앗!! 데샤아아아아앗!‘

눈을 뜬 히카루가 자신이 주인에게 버려졌다고 체감하는 데에는 몇시간이나 걸렸다.
낯선 풍경. 따뜻한 이불은 온데간데 없고, 외풍이 슝슝 들어오는 거친 골판지로 바뀌어 있다.
한참을 상자 안에서 주저앉아 주인을 요구하던 히카루는 박스를 나와, 낯선 공원을 방황한다.
없아. 주인님은 어디에도 없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마마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

히카루는 그 자리에 앉아 속옷채로 똥을 지린다.
평소 같으면 더러워진 속옷을 주인이 친절하게 바꾸어 주었을 터.

'데에에에에에~~!!데에에에에에~~!!‘

큰소리로 주인을 부르며 속옷을 바꾸어 달라고 호소하는 히카루.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따듯하고, 물컹한 느낌에 불쾌해진 히카루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울부짖는다.

'데에에에~~!!데에에에~~!!데에에에에~~!!'

마름모꼴의 입모양로 인한 낮은 목소리가 공원 구석구석 퍼진다.
그러나 전혀 주인님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은 이미 이사를 위해 멀리 떠난 후이다.

'데~!! 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히카루.
녹색으로 축축하게 젖은 속옷을 벗어던지고 또 뎃승뎃승하고 흐느끼며 공원을 방황한다.

'데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

자신이 아끼던 가방을 떨어뜨린 것도 모르고, 히카루는 남편님의 모습을 찾는다.
히카루도 아주 바보는 아니다. 이곳이 주인이 사는 쪽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주인이 살고 있는 거리가 아닌 이상 아무리 울어도 주인과 만날 수 없지 않은가?
히카루는 뎃승뎃승하며 눈물을 훔친다. 상황이 파악되자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제 목표를 잡았다. 일단 공원의 출구로 나온다.
코를 쿤쿤하고 벌름거리며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이쪽이다. 주인님이 계시는 거리의 냄새.

'데에에엥...데에에에.‘

작게 흐느끼는 히카루의 발걸음은, 주인의 살던 거리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끝.)



『 무덤 』
그 남자는 친척이 없었다.
친척이 없는 그 남자의 장례는 변두리의 절에서 간촐하게 이뤄졌다.
부모도 없다. 형제도 없다.
절의 한 귀퉁이에 무연고자들이 묻힌 곳에 같이 묻힌다.
잡초가 많이 우거진 낡은 묘석.
1마리의 실장석이 오늘도 쭈글쭈글한 꽃을 들고 무덤을 찾는다.

'데에……’

묘석 앞에 꽃을 둔 그 실장석은 말없이 묘비를 응시한다.
처음 절의 주지는 근처의 들실장이라고 생각하고 쫓아내기도 했지만
몇 번을 쫓아내도 그 실장석은 무연고자의 묘전에 나타났다.
몇 차례나 더 쫓아내고서야 주지스님은 얼마 전 이곳에 묻힌 남자가 실장석을 기르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확실히 남자가 키우던 실장석이 틀림이 없다.

‘데스우...’

빗발이 강한 날.
두건과 실장옷이 흠뻑 젖으면서도 실장석은 달걀껍질 등의 음식물 쓰레기를 묘 앞에 두고 낮게
울며 묘석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실장석은 영장류에 이어 똑똑한 종자다.
자식이나 부모가 죽으면, 그를 애도하는 개념을 갖추고 있다.

'데이……’

그 실장석은 거르는 날 없이 매일 묘지를 들린다.
실장석의, 주인을 향한 지극한 충심은 주지스님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최근 흐트러지고 있는 세태.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인다. .
그런 어지러운 세상, 이런 실장석도 있다.
세상은 역시 버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주지는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그 실장석이 무덤에 들렸다.
평소, 주지스님은 뜰의 툇마루에서 묘지 앞에 선 실장석을 가만 관찰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저 실장석과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신발을 신고, 묘원으로 내려간다.
상냥한 미소를 띄며, 실장석 옆으로 섰다.

‘데...’

주지스님은 봤다.
절에 인접한 여자간호사들의 기숙사.
그 베란다에 흔들리는 검은 색이나 분홍색의 화려한 란제리.

'뎃!!뎃!!뎃!'(쉿...쉿...쉿...)

망연자실한 주지스님 옆에서 실장석 한 마리가 속옷 안에 손을 넣고 사타구니를 문지르고 있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마치 뚫어질 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옷을 바라고보 있었다.
(끝.)




『 그림책 』
자실장의 인성교육에 있어서는,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그림책 읽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요즘은 다양한 그림책이 있구나’
펼치면 입체 종이접기가 튀어나오는 책도 있었고, 심지어 비비면 냄새가 나는 것도 있었다.
좋아. 내가 아끼는 자실장을 생각해, 잔뜩 분발한다. 다양한 책을 종류별로 구입한다.

'어이. 자실장. 선물이야'
'테치이?‘

거실에서 블록쌓기 놀이를 하던 자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선이 책이 담겨있는 봉투에 향하자
벌떡 일어나 달려와 텟츄~텟츄~거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나를 재촉한다.

‘그래 그래 알았어’

나는 자실장을 무릎 위에 앉힌 후 그림책을 펼쳐보인다.

'테에에에에엣!! 테에엣!! 테에엣!‘

눈앞에 펼쳐진 그림책의 아름다운 색과 무늬에 반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인다. 떨리는 손으로
뽀득거리는 책을 만지작거리며 나와 그림책을 번갈아 쳐다본다.

'하하하. 마음에 들더냐’

실장석용 그림책이라곤 하지만 글자를 읽을 수 실장석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주인인 내가 읽어주는 수 밖에 없다.

'오-신데렐라. 무도회에는 이 옷을 입고 가렴...'
'테에에......!!!‘

귀을 삐쿠삐쿠 코를 피스피스. 온 몸으로 반응하는 자실장은 그림책이 이야기에 몰입한다.

'…그렇게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행복하게 되었습니다~와 박수‘
'테에엥!! 테에에...!! 테에에에에에에ーー에엥!'
'우와. 깜짝 놀랐다. 왜 그래, 너’

너무나 감격스러웠는지 우리 자실장은 울기 시작한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ーー에엥!‘

역시 감수성이 한참 예민한 아기라서 그런가. 나는 콘페이토를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며 진정시킨다.
왠지 이 그림책 교육의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훌쩍거리며 콘페이토를 핥아먹은 자실장은, 다시 조급하게 나에게 졸라대며 다음 그림책을 요구한다.

' 좋아. 다음은 이것이다. 감동물은 울어서 곤란하니까…. 이것이다. 잭과 콩나무'
'테에엣!! 테에에!! (두근 두근..)’

자실장은 어느 새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아 두 손을 꼭 쥐고 스탠 바이 상태다.

'옛날 옛적에 어느 먼 왕국에, 커다란 콩나물이 있었습니다'
'테차 아아 아아 아아아아ㅏ아아 아아아아ㅏ아아 아아악!!!!?‘

이제 막 한 페이지를 넘겼건만 요란한 반응을 보이는 자실장. 두 눈에서 눈물을 쏙 빠지도록
울어대며 팬티에 잔뜩 똥을 싼다.

'우와! 더러워! 그것보다...‘

그림책에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거인이 꽤 리얼하게 그려져있었다. 털복숭이에 험상궂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 사진은 확실히 자실장에겐 너무 이른 것 같다.
반성. 자실장이 지린 팬티를 새것으로 바꾸어 주곤, 마음을 다잡아 조금 점잖은 그림책을 선택한다.
'헨젤과 그레텔'로 정했다. 이 놈은 무려 ‘냄새가 나는 그림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그림에
맞는 냄새가 나온다. 과자집이 나오면 과자냄새가 나고, 숲 속이 나오면 숲냄새가 나오는 식이다.
나는 새끼 실장을 다시 무릎 위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준다.‘

‘저기봐 헨델. 과자집이야’
'테에...!?(쿤!! 쿤쿤!!)’

즉시 냄새에 반응했는지, 그림책을 가리키며 츄왓!!츄와와왓!라고 나의 얼굴을 살피다.

'하하하. 신기하지? 실은 나도 신기하다. 응? 이건 초콜릿 냄새?'
'테에에? 테에츄?‘

그림인데도 냄새가 나는 것에, 신기한 얼굴로 계속 들여다보는 자실장.
냄새에 반응하여 그림을 손으로 집어보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것 없이 그저 빈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하하하. 냄새만 나지 그냥 그림이야. 먹는게 아니야'
'테에엣!! 테츄!! 테츄우~웅 ♪ 츄우우~웅 ♪’

냄새가 나는 부분을 할짝할짝 핥기시작하는 자실장.

'책 망가진다. 하지마. 그래..잘 했어!‘

종이에 코딩이 되어있는지 누글누글해지지는 않았다. 자실장은 반성하는지 고개를 늘어뜨리고
테...하고 중얼거리는 것이 조금 불쌍해보인다.
좋아 그럼 힘이 나게 해줘야지. 모험 활극물이 좋겠군.
나는 다음에 꺼낸 것은 최근 화제가 되고있는 『 낙원 붕괴 』
새로운 그림책을 꺼낸 것을 보곤, 기운이 금새 되살아난 자실장. 눈을 반짝이며 내 무릎 위에
올라타 두 팔을 휘두른다. 음음 효과가 빠르군.

'이대론 낙원이 함락당하는 데스!!! 놈들은 본당으로 밀고들어온 데스!!‘
'사장님을 지키는 데스!! 로우, 로우! 300의 결사대를 데리고 본당을 탈환하는 데스우!‘

뭔가 뜨거운 그림책이다. 읽는 나도 피를 말리는 내용이다.
자실장도 숨을 죽이고, 그림책의 진전을 지켜보고 있다.

'전국의 실장석에게 지령인 데스우!! 모두 궐기하여 사장님의 구출작전에 동참하는 데스!!'
'전쟁인 데스! 궐기인 데스!!!‘
'테쟈아 아아 아아 아아아아ㅏ아아악어..!‘

우와. 깜짝 놀랐어!!
지금까지 얌전히 그림책을 보고 있던 자실장은 벌떡 일어나 괴성을 내지러더니 거실의 창문으로
달려나가 ‘테샤아아아!’하고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왜 그래? 밖에 나가고 싶어?'
'츄와아아아앗!! 테치이이이ー이잇!! 츄와아아아앗!‘

나는 새끼 실장의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무심코 창문을 열어 버린다.

'테에엣!! 츄와아아아앗!!! 테치이이이이이ーーー이잇!‘

그대로 밖으로 달려나가는 자실장.
나는 어리둥절하여 자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녀석의 멀어져 가는 등을 바라보았다.
(끝.)




『 실장 3자매 』
내가 키우는 실장석들은 너무나 사이가 좋은 실장 삼자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길러온 실장석 자매들은,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다.

‘뎃스웅~♪’
‘데스! 데스우우!’
뎃데레~♪‘

내가 가는 곳마다 애교있다 달라붙으며 장난을 걸어온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흐믓한 광경.
더불어 이 세 자매는 우애가 강하다.
보통 실장석이라는 종은, 육친사이라 해도 서로 죽이려 드는 놈들이 많지만, 내가 키우는 이 세자매들의
우애는 그야말로 견줄바 없이 아름답다.
내가 쿠키를 1개만 준다고 하면

'데뎃? 데스우!데스우!‘

장녀 조안나는 귀여운 여동생들에게 쿠키를 양보한다.

'데스우?데스데스우ー!'

차녀인 페트리샤는 그것을 사랑하는 막내 동생 파르나스에 주려고 한다.

'데데! 데스우! 뎃스우~웅 ♪’

총명한 파르나스는 1장의 쿠키를 3개로 나누어 이를 똑같이 나누어 먹는다.
이 3마리는 집에서도 늘 함께이다.
목욕도 3마리가 함께. 옷을 세탁할 때도 함께. 침대도 같은 침대.
식사도 접시 하나에 쌓이 푸드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나에게 기대어 누울 때도 오른쪽 무릎은 장녀 조안나. 무릎은 차녀 페트리샤.
사타구니에는 삼녀 파르나스가 다소곳이 앉아 나랑 즐거운 단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 3자매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3마리 모두 눈이 녹색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 임신의 타이밍조차 함께 하는 우애깊은 삼자매인 것이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1마리가 부르는 태교의 노래만 해도 시끄러운데, 3마리가 함께 부르는 것은 정말 요란한 수준이다.
그러나 고독한 도시인인 나에게 있어 이 정도 소음은 오히려 집안에 활기를 가져다주는 감사한 노래다.
더구나 새로운 가족이 늘어나는 것 이다. 이보다 더 기쁜일이 있을까?

'뎃데로~♪ 뎃데로게~♪’

딸 조안나는 자신의 배를 움켜잡지 않고, 차녀 페트리샤의 배를 가엾게 어루만지며
페트리샤의 배에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데프프프! 데프프프프!‘

그런 착한 장녀의 배려에 볼을 붉히며 기뻐하며 패트리샤.
패트리샤도 질세라, 셋째 딸 파르나스의 배를 어루만지며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파르나스도 장녀 조안나의 배를 쓰다듬으며 사랑하는 누나의 새끼의 행복을 기원하며
이 세상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다.

'뎃데로~♪ 우게에~♪'
'우게~우 ♪ 뎃데에~♪'
'보에~우 ♪ 뎃데로게~우 ♪’

그런 행복 가득한 세 자매의 배는 어느새 만삭이 됐고, 얼마 후 출산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 좋을까. 여기 세면기. 3개 준비했다’

그것을 거부한 것이 장녀 조안나였다.
잘 때도 1장의 담요. 식사 때도 한 장의 접시.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는 세 자매. 공간과 시간을 늘 함께해 왔고, 그것은 분만의 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물이 담긴 세숫대야 1개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서로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는다.
서로에게 노출된 총배설구를 내미는 삼 자매.

'데~...데~...‘

숨이 가파온다. 임신한 시기도 같으면 출산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세 자매의 두 눈이 빨갛게 변하고, 숨소리도 후욱후욱…으로 바뀌더니 세 자매는 힘주어
사랑하는 새끼들을, 하나의 세면기에서 출산하기 시작한다.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잇달아 태어나는 새끼들.
딸 조안나는 사랑하는 자신의 새끼를 집어들고 점막을 취해주려고 한다.

'데...데..데스우~웅 ♪ 데?‘

점막을 핥기 직전, 누군가 장녀 조안나의 손을 붙잡는다.

'데스우!! 데스! 데에스!‘

차녀 패트리샤였다. 마치 그것은 자신의 자식. 언니, 만지지 말아 라고 말하려는 눈빛이다.
그 틈에 출산을 마친 셋째 딸 파르나스가 데?데?하며 눈을 희번덕거리지만, 어느 것이
제 자식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결국 물속에서 우글거리고 있는
구더기 중 한 마리를 집어올려, 점막을 핥아주려고 혓바닥을 내민다.

'데뎃!! 데스아!! 데스아!‘

그것을 막는 것은 장녀 조안나. 삼녀 파르나스가 자신의 자에게 손을 댄다고 생각하는지 크게
화를내며 소리지른다. 파르나스는 당연 자신의 자라 주장하며 점막을 빨리 취해주려 한다.
폭발한 장녀 조안나는 삼녀의 뺨을 후려갈기고, 들고있던 구더기를 잡아챈다.

'데덱? 데? 데데?‘

맞은 파르나스는 방금 무엇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잠시 후 올라오기 시작한 통증과 함께 새끼를 지키기 위한 모성의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뎃스우~웅♪ 데뎃? 데갸아아아아아!!’

자신의 구더기를 핥아주려는 장녀 조안나을 때린 것은 차녀 패트리샤.
두 자매에 응전하듯 삼녀 파르나스도 다른 구더기를 집어 올린다.

'데뎃!! 데갸아아아아!! 데스! 데에ー스!‘

삼녀가 새로운 구더기를 들어올리자, 그것을 그대로 봐주지 않는 두 자매.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삼녀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린다.
삼녀는, 18마리의 구더기들이 꼬물거리며 물장구치고 있는 웅덩이 위로 넘어진다.
놀란 삼녀는 이리저리 세면기에 부딪치며 발버둥 쳤고, 안에서 헤엄치고 있던 구더기들을 터트린다.

'뎃!! 데샤아아아!! 데샤아아아아!'
'데스아!!데스아!‘
'데!? 데스! 데스! 데에ー스!‘

성인남성이 들어가기에 약간 비좁은 욕실이었다.
그 욕실에 풀어놓은 18마리의 구더기를 두고, 장렬한, 자매의 난이 벌어진다.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고, 쓰러지고 발버둥쳤다.
그 바람에 점점 적록색 덩어리로 변해가는 구더기들.
모두 반미치광이가 되어서, 서로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 한참을 더 몸싸움이 계속 되었고
그 와중에 새끼들은 계속 압사한다.

'어이, 이제 다 태어났어?‘

그들의 출산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나는 거실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란으로 보아, 막 태어난 자들이 모습에 기뻐하며 날뛰는 모양이라 생각하였다.

'다 됬지? 들어간다?‘ (끼익)
'데에……'
'데스우~...'
'데즈우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녹색과 빨강색 액체가 벽과 천장까지 튀어버린 욕실이었다.
그 난리통 한 가운데에는 세 자매가 얼빠진 눈으로 이미 숨져있는 구더기들의 잔해를 이리저리
끼워맞추고 있었다.
(끝.)




『 임신 』

최근 생긴 마트에는 실장석 용품코너가 있다.
실용적인 것부터, 파티용품까지 사육실장에게 필요한 다양한 물건이 있다.
나도 사육실장을 기르고 있다. 가끔 여기서 신기한 상품이 보이면, 구매하여 우리집 사육실장과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오늘 내가 사온 물건은 『 가짜 임신 장치 』
나는 의기양양하게 포장지를 뜯고 안의 취급 설명서를 읽는다.
취급 설명서와 함께 동봉되어있는 것은 녹색의 칼라 콘택트와 띠가 달린 패드.
에~일단...대상 실장석의 오른쪽 눈에 컬러 렌즈를 넣습니다.
그리고 이 패드를 배에 두른 후 잘 묶습니다. 흘러내리지 않게 잘 묶은 후에는 실장옷을 내려서
띠가 보이지 않게 해주세요.
과연. 내 사육실장 아리사에게 이 가짜임신장치를 몰래 사용해보기로 한다.

'데프~...데피~...‘

그래 그래. 아리사는 이때쯤 항상 자는 낮잠에 한창이다.
나는 재빨리 아리사의 치마를 넘기고 가짜 임신 벨트를 채우고, 스커트를 내린다.
과연 정말 임신한 것처럼 배가 볼록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약삭빠르게 오른쪽 눈동자를 올리고 컬러 렌즈를 삽입.
이것으로 준비는 만전이다.

'데..? 뎀냐...뎀냐.‘

30분 후. 아리사가 낮잠에서 일어난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데스우~♪ 데스우~♪거리며 나를 찾아 달려온다.

'데뎃!! 데스우?‘

크게 휘청이며 쓰러질 뻔한 아리사.

'데덱? 데?'

자꾸 배의 주위를 둘러본다. 신기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모습이다.
그런 아리사 나는 일부러 놀란 듯 말을 건낸다.

'아리사. 너 임신한 거 아닌야!'
'데스우?'

무슨 말? 그런 표정으로 나를 되돌아보다 아리사에게 나는 거울을 보여준다.

'데...'

거울에 비친 아리사는 칼라 콘택트의 덕분이 두 눈이 정말 훌륭하게 녹색으로 되어 있었다.

'……데뎃!'

겨우 일의 진의를 알아차린 아리사가 거울을 양손으로 쥐고 소리친다.

'잘됐네. 아리사. 아이가 생기기 어려운 체질이라 그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더니만...결국 성공했네!‘
'데데데뎃!! 뎃스우~웅 ♪ 뎃스우~웅 ♪’

그렇다. 아리사는 새끼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다. 그래서 준비한 깜짝파티.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을 할 수 없었던 아리사는 최근 자포자기 상태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주어진
선물에 깜짝 놀라, 뛰어오를 듯 기뻐한다.

'뎃스우~웅 ♪ 뎃스우……데..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아리사

'자, 아리사. 울면 모체에 영향을 미친다. 울음을 그치렴'
'데에에엥!! 데에에엥!! 뎃승..뎃승...‘

눈물을 닦으며 분홍색의 홍조를 띤 뺨으로 사랑스러운 배를 쓰다듬는 아리사.

' 좋아. 아리사. 사양하지 말라고'
'데에……'
'노래해'
'뎃스우~웅 ♪ 뎃데로게에~♪ 뎃데로게에~우 ♪'

그날, 아리사의 태교의 노래는 밤 늦게까지 울려퍼졌다.
다음 날부터 아리사는 달라졌다.

'아리사. 뭐 하는 거야'
'뎃!뎃! 휴~뎃! 뎃! 휴~'

어디에서 주워들었는지 자꾸 라마즈 호흡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꿀꺽!! (쿵!) 데프우~'
'한 그릇 더 달라고? 너...왠지 많이 먹는거 아니야?‘

식사량은 거의 2마리분으로 늘었다. 게다가 왠지 레몬이나 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자실장 인형을 주면 진지하게 기저귀 교환 훈련을 시작하기도 한다.
밤울음 때의 대책일까. 밤중에도 갑자기 일어나, 자실장 인형을 등에 엎고
달을 가리키며 보에~♪ 보에~우 ♪하고 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곤 한다.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는 아리사 걱정되어 장난을 이쯤에서 끝내기로 한다.
미리 웹캠을 설치하고, 내 방에 연결해서 아리사의 반응을 몰래 지켜볼 수 있도록 준비한다.
“넝ㅋ담ㅋ”이라고 쓴 판도 미리 챙겨놓는다.
아리사가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 컬러 콘택트와 허리벨트를 제거한다.
깨어난 아리사.

'뎃데로게~♪ 뎃데로게~♪'

기상과 동시에, 배에 손을 얹고,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뎃데로게~♪ 뎃데? 데...데스우?‘

배 주변을 문지르는 손이 아무래도 미덥지 못하다. 왠지 가벼운 발걸음에 뎃?뎃?하고 의아해한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다.

'데스우?'

일어서서 내가 갖다 놓은 거울을 들여다 본 순간 ‘데에....’와 함께 아리사의 말문은 막힌다.
그리고,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

데에에엥!!데에에엥!! 하고 울부짖으며 실장옷과 속옷을 벗어던진다.
전신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임산부의 모습이 아니다. 배가 도로 들어가 있는 자신의 모습.
옆방에서 숨어서 지켜보던 나는 눈물이 빠지도록 웃었다. 화면 속 아리사가 자신의 배와 거울을
번갈아 보며 절규하는 것까지 보고, 난 이쯤에서 끼어들기로 결정한다.
방문을 열고, 나는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넝ㅋ담ㅋ’이라고 적힌 판을 들어올린다.

아리사는 나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뭔가 문든 생각난 듯 선반의 꽃병을 넘어뜨린다.
훌쩍이는 아리사는 울음을 억누르며 꽃병 속 조화를 꺼내 총배설구에 쑤셔넣었다가 자신의 입에
쑤셔넣었다가를 반복한다. 한참을 쑤시고 난 후 거울을 다시 보지만 두 눈은 여전히 적록색.

아리사 두 눈에는 눈물이 굵은 눈물이 흘러나온다. 뭔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모양.

나는 상자안에 숨겨놓은 칼라 콘택트 렌즈와 허리벨트를 꺼내어 아리사에게 건네준다.
그제야 모든 일의 전말을 깨달은 아리사.

'데...‘

아리사의 두 눈은 회색으로 물들더니 잠시 후 [파킨...!]하는 건조한 소리가 들린다.
뒤로 쓰러진 아리사는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었다.
(끝.)




『 꽃이라는 이름의 실장석 』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분향 냄새가 풍기는 어둑어둑한 방.
작은 관 속에는 싸늘한 친실장의 누워있다.

‘테치이이이ー잇!! 테치이ー잇!’

그리고 그 관 주의를 빙글빙글 돌고, 까치발을 들고 관을 들여다보며 발을 구르는
자실장의 모습이 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치이ーーーー앗!

이미 녹색으로 부풀어 덜렁거리는 속옷은 관 주위를 돌 때마다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그 관 위에 놓은 사진은 친실장의 영정.
초로의 여성에 안긴 채 볼을 붉힌 성체 실장석의 사진이다.
그 실장석 두 눈은 녹색이었다.
처음 엄마가 되는 불안과 새끼를 낳을 기쁨이 섞인 복잡한 표정.
그런 친실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품어주는 초로의 여성.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자실장은 아직도 어미의 냄새가 나는 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새벽 가까이까지 울부짖는다.

이제 실장석을 키우고 싶지 않다.
가족같았던 애완동물을 잃은 충격을 이기지 못한 초로의 여성은, 오랫동안 키워온 친실장의
새끼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한다.

'하나코야. 니 엄마는 죽었어.‘
‘테치이ー잇!! 테치이이ー잇!’
'아직 철부지 아기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친실장의 관 주위를 맴도는 철부지. ‘하나코’라고 불린 자실장.
어미의 갑작스런 사망을 마주한 자실장이라면 당연한 행동. 하지만 마음고생을 거듭한 초로의 여성은
하나코의 대응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며칠 후, 하나코는 여성의 아들에게 맡겨진다.

‘테에에에에에ー엥!! 테에에에에에에ー엥!!’

친실장도 잃고, 주인인 초로의 여성에게까지 버림받은 하나코의 충격은 엄청났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앞으로 새롭게 지내게 될 집에서 먼저 한 것은 빵콘.
본 적 없는 낯선 인간. 본 적 없는 집. 친실장도 주인도 없는 장소.

‘테치이이ー잇!! 테치이ー잇!’

속옷을 부풀리며 구석으로 도망가는 자실장.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초로의 남성에게, 자실장은 손으로
허공을 긁으며 ‘테샤아아아앗! 샤아아아앗!!’ 하고 위협을 반복한다.
손으로 잡아 안으려 하면, 골판지 상자의 사방을 휘저으며 달아난다.
좁은 골판지에 갇혀 있는 꼴이 안쓰러워 하나코를 밖으로 꺼내주는 남자.

‘테에에? 테에에엣!’

두 눈을 희둥그레 뜨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초로의 남자는 하나코가 좁은 곳에서 넓은 장소로 나오게 되어 기뻐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실장의 진짜 마음은 아무래도 다르다.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커튼 뒤로 숨은 하나코는 질질 흘러내리다 못해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을 커튼으로 닦아내며
힐끔 바깥을 살핀다. 그리고 또 뛰어나가 테치이이이이ーー잇!하고 외치며 옆방으로 도망간다.
남자가, 하나코는 어미를 찾고 있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후의 일.

‘테치이이ー잇! 테치이이이ーー잇!!’

집안을 세바퀴나 돌아보고서야 어깨를 들썩거리며 숨을 내쉬는 하나코. 안타까움에 발을 굴린다.
속옷은 브리브리 초록으로 물들고, 손발을 파닥거리며 통곡한다.
자실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울부짖는 소리는 제법 커, 이웃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
초로의 남자는 뭔가 하나코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푸딩이나 콘페이토를 흔들며 어른다.

‘테에? 테츄우~웅♪’

달콤한 냄새가 콧속에 가득 차자, 곧 울음을 그치고 애교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푸딩과 콘페이토의 효과도 잠시 뿐.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10분도 지나기 전에 도로 울기 시작한다.
남자가 다시 달랜다고 해도 전혀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다시 집안을 배회하는 하나코.
카펫을 들춘다. 커튼을 젖힌다. 소파 뒤를 돌고 또 돌더니 그 뒤로 돌아가 쭈그려 앉아 도로
울기 시작한다.
초로의 남자는 훈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하나코의 두건을 붙잡아 올려, 큰소리로 꾸짖는다.
니 어미는 없다. 이 집에서 살려면 조용히 해라.
자신이 주인이며 말을 듣지 않으면 집에 두지 않겠다.
위엄있게 말하되, 위축되진 않도록 신경쓴다.
그리고 흐느끼는 하나코의 눈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본다.

........
초로의 남자의 목소리를 이해했는지, 하나코는 딱 울음을 그친다.
좋았다. 초로의 남자는 최대한 억양을 누그러뜨린다곤 했지만, 하나코가 가늘게 떨고 있을 게
분명하다. 잘 보면 이를 심하게 부딪치며 가늘게 울고 있었다.
잠시 후 브리리리...하는 소리와 함께 속옷이 부풀었고, 동시에 역한 냄새가 훅 풍긴다.

‘......테에’

남자에게 두건을 잡힌 채 빵콘을 해버린 하나코. 부풀어 오른 속옷은 미끈거리는 똥에 조금씩 흘러내리더니
툭 소리와 함께 떨어져 바닥을 더럽힌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남자. 천천히 하나코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하나코는 멍하니 초로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동공이 열린 눈으로,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하나코는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지금까지 이상의 소리를
내 울기 시작했다.

‘테에에에에에ーーーー엥!! 테에에에에에ーーーー엥!!!’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남자는 하나코의 주둥이를 손가락으로 틀어막는다.

‘테에에...읍? 테에에엣!!’

초로의 남자는 손가락을 하나코에게 물린다. 자실장이 씹어버린 것이다. 대단한 통증은 없지만
그 행위는 확실히 거절의 행동.

‘테치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이이!!!’

그리고 하나코는 도망치듯 방을 뒤로 하고, 다시 어미를 찾아 온 집안을 누빈다.
초로의 남자는 방금 일로 마음을 굳힌다. 이 자실장은 자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고 조용히 하나코늘 처분할 것을 결의한다.

초로의 남자는 왠지 젊은이들이 실장석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조카에게 연락을 취한다.
옆 동네 살고 있는 조카에게, 하나코의 성장과정과 이 집에 온 전말을 이야기해 주고, 분양의
절차나 관련 보호시설 따위를 물어본다. 조카는 삼촌을 만류하며, 자신이 하나코를 맡겠다고
한다. 초로의 남자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는 없다. 생각보다 잘 풀린 것에 남자는 조카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고, 하나코를 데려갈 시간을 조정한다.

다음날 삼촌의 집에 도착한 조차. 조카는 하나코는 자신이 맡으니 문제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더 이상 하나코와 엮이고 싶지 않은 남자는 하나코와 작별인사도 없이 조카를 배웅하고, 그대로
집에 들어간다.

아침부터 난데없이 손에 낚아채진 후, 골판지 상자에 갇히게 된 하나코. 어두운 상자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온 신경을 소리에 집중한다. 두런두런 목소리가 오가고, 부웅하는 기계음이 한참
들린다. 그리고 잠잠해지는 주변. 드디어 골판지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다시 상자 안은 환해진다.

처음 보는 남자. 낯선 남자는 하나코를 거칠게 낚아채어 수조에 집어던진다.

‘테에..? 테에?!’

투명의 벽으로 둘러싸인 수조는 딱정벌레를 기르던 것으로, 자실장인 하나코에겐 좁은 수조였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또 다시 바뀐 환경에 하나코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남자는 부엌에서 보온병을 들고와
내용물을 수조에 쏟아버린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치잇?! 테치이이잇!! 테샤아앗 테샤아아앗!!’

방금 전까지 펄펄 끓고 있던 물이다. 생전 처음 겪는 열상에 날뛰는 하나코.
그런 모습을 위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바라보는 남자.
조카인 남자는 학대파였다.
삼촌이 들려준 하나코의 불쌍한 성장과정은 남자의 구미를 당겼다. 일부러 오늘 월차를
내고 당장 데려온 것도,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테샤아아앗!! 테...테샤아아아앗!!’

물이 허리까지 잠겼고, 이미 하반신의 피부는 고온의 물에 날름거리며 빨갛게 벗겨진다.
그래도 남자는 개의치 않고 하나코의 턱밑까지 뜨거운 물을 마저 붓는다.

‘테치이이이이이ーーーー잇!!!’

피눈물과 탈분으로 물에 적록색 이물질이 번지면서 하나코는 손발을 파닥거리며, 그 물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자실장의 노력은 전혀 쓸모없었고, 마침내 하나코는 정신을 잃었다.
사람의 손가락을 집어넣어도 퉁퉁 부어오를 정도의 열탕에서, 하나코는 혀를 축 늘어뜨리고
물 위로 힘없이 둥둥 떠오른다.

남자 학대는 이어졌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자신을 안아주던 친실장은 없다.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주인도 없다. 달콤한 것을 주던 남자도 없다.

‘테치이이이이이이ーーーー잇!! 치에에에에에에에ーーーー엣!’

목이 찢어지도록 소리 지르자, ‘시끄럽다’라는 대꾸와 함께 주먹으로 맞았다.
데코핀도 아니다. 툭 하고 치는 수준도 아니다. 인간의 진심을 담은 일격이다.
쭉 밀려난 하나코는 책상과 주먹사이에 압박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테에...!! 이...!!‘

애원을 해보고, 아첨을 해봐도 남자는 용서가 없다.
억세게 두건을 젖히자 하나코의 풍성한 앞머리가 흘러내려온다.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항의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린다. 남자는 간단히 자실장의 두 손을 젖히고 앞머리를 잡아
뜯는다. 우두득 거리며 뜯기는 밤색의 머리카락. 하나코가 보는 앞에서 하늘하늘 떨어뜨린다.

천천히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자신의 앞머리를 쓰다듬는 하나코. 절규하며
바닥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집어 텅 빈 앞머리에 열심히 붙이려 하지만 소용없다.

휴식도 잠시, 남자는 바늘을 머리 중심에 찌른다.

‘테...치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격통에 하나코의 입이 쩍 벌어진다.

‘테에엣!...텟!! 테에에!!...엣!’

하나코는 두 눈에 흰자를 드러내고 입에서 거품을 토한다.

‘......치이!......치이!!’
‘테에에에에ーーーーー!! 에에에에ーーーーー!’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하나코. 비명은 점점 새되게 변하고 마침내는 목이 쉬어버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질러대다 기력을 다해 기절한다.
그런 하나코를 보고 큰소리로 웃는 남자.

잠시 후 깨어난 하나코. 정신이 몽롱하고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아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간신히 등을 수조 벽에 기대어 앉는데 성공한 하나코.
그런 하나코 앞에 남자는 전신거울을 둔다. 하나코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더듬어 확인한다.
그 틈에는 바늘이 잔뜩 꼿혀 있다. 마치 연필꽂이 같이 된머리를 보자
‘치이이이이이이이이~~~~잇!!!’
하고 하나코는 외칠 수 밖에 없었다.

1개월이 경과했다.
하나코는 좁은 수조 속에 힘없이 누워있다.
뺨은 야위고 입술은 건조해 갈라지고 눈은 패어있다.
가끔 테치...하고 힘없이 중얼거리는가 하면, 무기력하게 수조의 밖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는 하나코.

‘이제 슬슬 해볼까?’하고 남자가 중얼거린 것이 귀에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치이....’하고 울먹이는 하나코.
커다란 손은 내려와 하나코를 잡는다.
또 다시 시작된다. 라고 생각한 하나코는 있는 힘을 다해 남자의 손을 밀어내지만 그야말로 미약.
남자는 옆에 놓인 노란색 액체를 스포이드로 빨아드린다. 그리고 하나코의 입에 스포이드를 쑤셔넣어
액체를 흘려보낸다.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하나코의 몸은 착실하게 용액을 흡수한다.

스포이드를 빼자, 하나코는 몸의 이변을 느낀다. 온 몸의 고통이 사라졌다. 만성적으로 남아있던 흉터에는
순식간에 새살이 돋아났고, 피부는 매끈해진다. 전신에는 힘이 넘친다.

남자는 갑작스런 변화에 의아해 하는 하나코를 손바닥에 올리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방금 남자가 준
용액이 뭔가 자신을 도왔다는 정도는 아는 하나코는 일단 얌전히 몸을 맡긴다.
남자는 하나코를 목욕탕에 데리고 가, 따뜻한 물로로 몸을 씻긴다.

'여러가지 지금까지 고마웠어.'그런 마음을 남자는 토로했다.
오늘 따라 다정한 남자. 손길도 평소와 다르게 따듯하고 편안하다.

‘테츄우~♪ 테츄우~웅 ♪’

금새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운다.
하나코는 쿠션위에 앉혀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폭신함에 불을 붉히며 쿠션을 만지작거린다.
잠시 후 남자는 깔끔해진 실장옷을 하나코에게 건네준다.
이전, 빼앗겨 정신없이 울었던 것도 떠올리는 하나코. 그렇게 그리던 옷을 돌려받았다.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뽀송뽀송해졌고, 색깔도 선명해졌다.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나는 은은한 꽃향기.

계속 이어지는 남자의 친절에 하나코는 귀엽게 울어대며 기뻐한다.
귀는 삐쿠삐쿠. 코는 피스피스. 다리는 흔들흔들. 왠지 모를 호의에 기대에 부푼 하나코.
다음은 뭘까 하고 잔뜩 기대해 본다.

‘뎃스우~웅...’

그것은 분명 옆방에서 들렸다.

‘테에...’
그것은 성체 실장석의 목소리
여기에 와서 처음 듣는 다른 실장석의 목소리

‘뎃스우~웅’

틀림없이. 실장석의 목소리다.

‘테치이이이이~~!!테치이이이이~~!!’

하나코는 성급히 뛰쳐나가려 하는 바람에 쿠션에서 굴러떨어진다.

‘마마! 마마의 목소리다!’

하나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에 와서 처음 듣는 다른 실장석의 목소리.
아니,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는 어미 이외의 들실장의 목소리다.
꿈에서도 어미를 갈망하던 하나코가 그것을 어미의 목소리라고 믿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테치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

책상 모퉁이까지 달려가 두 손을 휘젓고 있는 힘껏 대답하는 하나코.
너무 흥분하여 공복인데도 불구하고 물같은 똥을 싼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하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자신의 손 위에 올린다.

하나코는 남자에게 귀을 쫑긋쫑긋시키고 콧구멍을 피식피식거리며 새된 목소리를 울어보인다.
완전히 남자를 신뢰하게 된 하나코는 남자의 엄지손가락에 뺨을 비벼대며 감사를 표한다.
남자도 하나코의 머리를 쓰다듬고, 옆방으로 향한다.

‘뎃스우~웅 ♪ 뎃스우~웅 ♪’

옆방에 있던 것은 성체 들실장. 방을 들어서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토테토테 달려나온다.

‘테치이이이이이이잇!!! 테치이이이이이이잇!!! (마마! 마마다!!)’

처음 보는, 어미 이외의 실장석.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하나코는 대흥분. 남자의 손바닥위에 물똥을 뿌리며 콩콩 뛰어오른다.
남자는 기뻐하는 하나코를 가엾게 여기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데스우?‘
‘테츄우~웅 ♪ 테츄우~웅 ♪’

남자의 손에서 성체 들실장에 건네지는 하나코.
들실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첨을 계속하는 하나코를 바라보고만 있는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감격스러운 하나코가 울기 시작한다. 들실장의 손에 안겼을 때에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데이...’
성체 실장석은 우는 하나코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벌리고 머리부터 씹어먹는다.
무그무그하고 우물거리는 들실장은 몇 초도 되지않아 하나코를 말끔히 먹이치운다.
손에 묻은 하나코의 체액을 핥으며 남자에게 뎃승~하고 우는 들실장.
(끝.)



『 신주쿠 구더기 』

최근, 사육실장이 산책 중 유괴당하는 사건이 다발하고 있다.
범인은 악랄하게도 모두 임신 중의, 행보 가득한 미소를 품은 실장석만 노리고 납치하고 있다.
후타바시에서만 이 달 들어 이미 20건 이상의 납치가 보고되었다.
범인은 주도면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물적증거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경찰도 속수무책.
고민을 거듭한 경찰은 함정수사를 결정한다.
함정수사에 뽑힌 것은 임신2주인 사육실장 린다.
연분홍빛 주름장식이 있는 임산부 실장옷을 입고 두 녹색 눈으로 귀여운 교태를 부리는 린다의
등에 발신기를 붙인다.

'데스우?데스우?'

등에 달린 장치에 위화감을 느낀 듯 등를 확인하려는 린다.
마치 꼬리를 쫓는 개처럼 그 자리에서 빙빙도는 것이 정말로 아기자기하다.
린다를 산책 보낸 후, 약간 떨어진 곳에 잠복한 형사들.

'뎃데로게~♪ 뎃데로게~♪'

혼자서 공원에 산책을 허락받은 린다는 잔뜩 신이 나 있다.
뺨을 붉게 물들이며 부풀어 오른 배를 사랑스럽게 문지른다.
주위에서 보면 사람도 부러워하는 행복으로 충만하다.

'데스우?데스우?'

봄의 화창한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를 보고 신기한 얼굴을 짓는 린다.

'데프프프'

서투른 손으로 부드럽게 민들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그 옆에 앉는다.

'보에~♪ 보에에~우 ♪’

행복한 나머지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아아...이런 어여쁜 린다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해야만 하는 수사.
모두 나쁜 것은 연속 납치범이다. 공원의 길목에서 린다 양을 지켜보는 수사원들은 주먹을 불끈 쥔다.
그때였다.
뭔가 부스스한 남성 1명이 린다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옷차림도 지저분하고 초라한 입가에는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다. 분명히 수상하다.

'데..? 데스우?‘

다가오는 남자에게 경계는커녕 입가에 손을 기대고 우는 린다.
위험하다. 수사원이 그렇게 생각한 동시에 남자는 봉투를 꺼내어 번개같이 린다를 낚아챈다.

'데뎃!!데갸아!!데갸아아!'

수사원인 사에지마가 매복지를 벗어나 검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주임이 그 손을 잡고 말없이 고개를 흔들며 눈으로 그 수사원을 눌렀다.
유괴범은 단독범이 아니다.
발생 건수를 보아 대규모 조직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뛰쳐나가면 1명의 현행범은 체포한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조직 전체를 근절시키는데 있다.
사에지마는 입술을 씹으며 다시 매복지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린다를 봉투에 집어넣은 남성은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형사들은 조용히 남성을 추적한다.
남성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부두의 폐쇄된 창고. 그 안에는 무수한 케이지가 운반되고 있다.
수사원 한 명이 성급하게 창고 안으로 숨어든다.
그 기척을 민감하게 느꼈는지, 케이지에 갇혀있던 실장석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데갸아!! 데갸아!'
'뎃데로게에에에ーー!!! 뎃데로게에에에ーー!'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데에에!! 데에에!! 데슷? 데스데에ー스!?‘

시골 논이 늘어선 전원 풍경. 그 밤, 개구리가 합창을 들어 보았는가.
여름 숲 속. 매미의 소리에 홍수가 압도된 것을 보았는가.
사면에서 울부짖는 실장석들의 비명.
녹색 눈물을 흘리는 임신 실장석들의 마르고 쉰 울음소리다.
사에지마는 무심코 케이지의 키에 손을 걸어 눈 앞의 임신 실장석의 구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손을 잡은 것은 바로, 또 주임이었다.
범인들의 의도는 모른다.
그러나 그 놈들은 반드시 꼬리를 낼 것이다.
이 창고에 갇힌 채 대합창을 하는 임신 실장석들.
그녀들을 회수하기 위해, 혹은 거래를 하기 위해서 그 놈들은 나타날 것이다.
사에지마는 애끓는 심정으로 일단 자리를 뜬다.
안에는 케이지 속에서 이미 출산을 맞이하는 개체도 있었다.
물이 없어, 제때 점막을 취해주지 못해 구더기가 된 새끼들을 안고 우는 어미들.

‘데슷! 데스! 데에스!’

좁은 케이지 안에서 얼굴을 파고들며 필사의 형상으로 외치는 실장석이 있었다.
린다였다.
사에지마는 단장의 심정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범인들이다.
이렇게 된 이상 장기전이다. 녀석들이 움직이는지, 이쪽이 포기하든지.
잠복팀은 방파제 근처에 세워진 차 안에서 팥빵을 삼키며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땀 흘리는 손으로 총을 움켜쥔 것이 몇 번이나 될까.

'데에스ーーー웃!! 데스데스우ーーーー웃!'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뎃데로게에에에ーー? 뎃데로게에에에ーー!?'

차안에 있는데도, 도움을 청하며 비명과 함께 땅땅 케이지를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사에지마는 피눈물을 흘리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비명을 견디며 하루, 이틀...시간은 계속 경과한다.
‘.....데....데스....’
창고의 실장석들의 목소리도 점차 가느다래져 간다.
물도 식량도 주어지지 않는 가운데 서서히 말라가는 실장석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어미가 자식들을 먹기 시작했을 때 조직이 현장에 나타났다.
수사관들의 잠복은 주효했던 것이다.

‘린다! 린다!’

조직을 일망타진 후, 사에지마는 창고 안을 정신없이 뒤지며 린다의 모습을 찾는다.
검거된 범인들은 한결같이 많은 귀금속을 두르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최근 소문만 무성하던 밀수 그룹.
마약 등을 잘 포장하여 실장석의 몸 속에 감추어 세계 각국에 수출한다.
수입을 할 때는 대가로 받은 장물과 귀금속등을 또다시 실장석 체내에 숨겨서 들이는 것이다.
임신한 실장석의 눈은 녹색이기 때문에 누구나 육안으로 쉽게 판단을 내린다.
그런 실장석의 배가 부자연스럽게 불러 있어도 그를 수상히 여기는 자는 적기에 가능했다.

'린다, 린다!'

사에지마는 보았다.
창고 한 구석의 케이지에서, 말리비틀어진 구더기들의 시체를 껴안고 죽어있는 린다의 모습을.
린다 향년 6개월. 사에지마 밀수조직 검거로 2계급 특진.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