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내기 편집자인 내가 어느 날 선배 대신에 대가 아카가와 지로 선생님 댁에 원고를 가지러 갔을 때의 이야기다.
"선생님 작품은 전부 읽었습니다. 지금 연재하시는 '삼색털 실장 홈즈'도 잘 읽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요즘 슬럼프 기미가 있어가지고. 진도가 잘 안 나가지지 뭐야."
그날은 응접실에서 기다리다가 선생님의 원고를 받기로 하였다.
황송하게도 선생님께서 타주신 홍차를 마시며 다과 등을 먹고 있는데 응접실 문에서 어떤 시선이 느껴졌다.
"........."
살짝 열린 문으로 엿보는 녹색과 적색의 눈동자.
체격으로 보아 이미 성체가 된 실장석 한 마리가 응접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데......"
분홍색 프릴이 달린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이 내 손에 들린 화과자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키우시는 실장석일 것이다.
선생님의 사육실장이라면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리 온."
나는 소년 시절부터 실장석을 계속 길러온 경험이 있다.
어떤 실장석이든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는 특기가 있는 것이다.
"이리 온."
나는 다시 한번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데스우~?"
그녀는 낯을 가리는지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열린 문에서 얼굴을 내밀 뿐이었다.
"이름은?"
아뿔싸. 링갈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링갈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준비성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는데,
응접실 문에서 기웃거리던 그녀가 휙 몸을 빼서 선생님이 계시는 서재로 쪼르르 달려가버렸다.
"이런..."
원고가 완성되는 동안 실장석 상대를 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받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마지막 스퍼트에 임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담당의 일이다.
그렇게 후회하고 있는데 다시 복도를 쪼르르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데."
그녀가 다시 문에서 얼굴을 내민다.
"먹을래?"
손에 쥔 화과자를 포장지에서 꺼내 그녀 쪽으로 내민다.
"데......(킁킁)"
그녀는 문에서 상반신을 내밀어 "데ㅡ" 하고 입을 벌리며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뎃!"
응접실에 살짝 들어와 내 손에서 화과자를 낚아채고는 "데스우우우우~~♪" 하고 희희낙락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 쪼르르 서재 쪽으로 뛰어갔다.
음. 서재에 계신 선생님께 또 폐를 끼친 것 같다.
선생님께 사과하려고 고민하는데, 다시 서재에서 쪼르르 복도를 건너는 소리가 들려왔다.
"뎃..."
또 분홍색 두건 차림의 얼굴을 내미는 그녀.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실장 용품을 가져왔어야 했다.
나는 후회하면서도 지금 있는 장비로 그녀의 관심을 끌 방법을 생각했다.
옛날에 집에서 자실장을 달래던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해볼까.
나는 넥타이를 풀어 그 끝을 잡고 반대편 끝을 그녀 앞에 던졌다.
"데!?"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서 바닥에 있는 넥타이로 이동한다. 하하. 좋았어.
나는 조금 힘을 주어 넥타이를 꿈틀하고 움직여본다.
"뎃!? 데뎃!!"
좌우로 요동치게 하자 그녀가 흥분했는지 두 팔로 열심히 넥타이 끝을 잡으려고 한다.
"이쪽이야."
살짝 힘을 주어 당기자, 그녀의 손에서 넥타이가 스르륵 빠져나간다.
"데슷!! 데스앗!!"
그녀는 달려들듯이 온몸을 사용해 넥타이를 덮친다.
그렇게 호락호락 내줄 수 없지. 넥타이를 회수하여 그것을 등 뒤의 손에 감춘다.
"데!? 데뎃!?"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진 넥타이를 찾아 좌우로 분주하게 시선을 움직였다.
"어라~? 어디 갔을까~?"
"데스우~?"
그녀도 의아하게 좌우를 둘러보다가 내가 등 뒤로 손을 모은 것을 수상히 여긴다.
"데스우~?"
쪼르르 내 옆으로 다가와 뒤를 보려고 한다.
나는 넥타이를 엉덩이 밑에 숨기고 두 손을 벌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어필.
"데뎃!? 데스우? 데스우?"
아차. 엉덩이에 깔린 넥타이 끄트머리가 보였던 모양이다.
그곳을 탁탁 두드리며 넥타이의 존재를 알리는 그녀.
"하하하하. 찾았구나."
단념한 나는 엉덩이 밑에서 넥타이를 꺼내 다시 끝을 잡고 이번에는 공중에서 시계추처럼 흔든다.
"데에!? 데데에에에!?"
그녀가 땀투성이로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았을 때, 우리는 완전히 친해져 있었다.
"아ㅡ 지쳤다. 넥타이 놀이는 그만."
그렇게 말하며 넥타이를 목에 매고 소파에 앉자, 그녀도 쪼르르 소파에 올라와 내 무릎 언저리까지 와서 목에 맨 넥타이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데ㅡ...."
"이제 끝났어."
"데스우~?"
"끝이야, 끝."
"데스우~."
말이 통했는지 그녀는 바닥으로 쓱 내려가 응접실 문으로 쪼르르 나가버렸다.
휴우~ 오랜만에 실장석과 놀았다.
선생님께서 기르시는 실장석은 매우 총명한 아이 같고 붙임성이 있다.
선생님께서 집필하시는 동안에도 놀아달라고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나마 그녀의 상대를 해줌으로써, 나의 사육 스킬이 처음으로 도움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쪼르르...
"응...? 또 왔나?"
나는 응접실 탁자 위의 컵을 들고 홍차를 마시며 문 쪽을 보았다.
나는 그만 입에 든 홍차를 뿜게 된다.
"데ㅡ..."
"데스우~?"
"데에...."
문 그늘에서 성체실장 3마리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홍색 한 마리는 조금 전의 그녀. 파란색과 노란색 실장복은 그녀의 자매일까.
"데스우~"
분홍색 그녀는 이미 경계심도 없이 응접실에 들어와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다가온다.
다른 두 마리는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분홍색 그녀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자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탁자 위의 화과자를 향해 달려왔다.
"데스우우!!"
"데스아!! 데스우우!!"
무샤... 쿠샤... 무샤...
봉지도 뜯지 않고 화과자를 통째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한다.
"...한 마리가 아니었구나."
"데스우~! 데스우~!"
분홍색 그녀는 서투르게 소파를 올라와 내 무릎 위에 오더니 내 목에서 늘어진 넥타이를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하하하. 숨 막혀."
"데스우~! 데스우~!"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조금 전 했던 놀이를 원하는 것 같다.
분홍색 그녀는 조금 전 했던 넥타이 놀이가 무척 마음에 든 것 같다.
"(쿳챠... 쿳챠...) 데ㅡ...."
"(무샤... 무샤...) 꺼억... 데?"
앞치마를 노란 침으로 더럽히며 화과자를 봉지째로 씹는 두 마리도 나의 넥타이를 데ㅡ 하며 바라보고 있다.
나는 장난치는 분홍색을 바닥에 내려놓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성체실장석이 세 마리나 있으면 몸을 쓰는 놀이는 소란스러워서 서재에 계신 선생님께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
"데스우~! 데스우~!"
"데ㅡ...."
"데스...?"
시선이 저마다 나의 거동을 주목한다.
이번에는 잔재주로 갈까.
초등학생 때부터 혼자 집을 지킬 때 실장석과 놀던 경험을 총동원하여 그녀들을 즐겁게 해주기로 했다.
나는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붙이고 실장석들에게 보인다.
"자, 잘 보렴."
"데...?" "데스우?" "...."
"아! 손가락이 빠져버렸다!!"
"데뎃!?" "데갸아아아!!" "뎃! 데뎃!!"
초등학생 수준의 속임수지만 실장석들에게는 정말로 손가락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 것 같다.
"데스우!! 데스데스우우!!!"
"데!? 데!?"
"데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엥!"
마음 약한 노란색 실장복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기 시작할 정도다.
"아~ 괜찮아~. 봐, 붙었다!"
"데뎃!!"
"데스우!? 데스우!?"
"데끅... 데끅... 데스우?"
"자, 괜찮아~."
손을 펼쳐서 떨어졌던 엄지손가락을 노란색 그녀에게 보여주니 데스우~웅♪ 하며 안심한 것 같다.
"좋았어. 이번에는 마술을 할게."
나는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과 담배 한 개를 꺼낸다.
"데?"
무엇이 시작될까. 영리한 그녀들은 벌써 흥미진진하다.
담배를 든 오른손 위에 손수건을 덮는다.
"여기 있던 담배가~."
그리고 왼손을 교묘하게 움직이며 그녀들의 시선을 끌면서 손수건을 들자 오른손에 있던 담배가 없다.
"사라졌어요!"
"데? 데?"
"데스우! 데스우!"
"데에! 데스에?"
나는 파란색 실장복을 입은 그녀의 두건에 손을 가져가 그곳에서 담배를 뽑아내듯이 꺼냈다.
"어라. 네 두건 안에 담배가 있었어."
"데에!"
"데데에!?"
"데에! 데스에!"
세 마리는 각자 자신들의 두건을 벗어 데? 데? 하며 열심히 두건 안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그때, 파란색 그녀의 주머니에서 콘페이토 한 알이 톡 떨어졌다.
좋았어. 이번에는 이 콘페이토를 쓰자.
"잠깐 빌릴게."
내가 콘페이토를 줍자 파란색 그녀가 뎃! 뎃! 하며 콘페이토를 빼앗으려고 뛰기 시작했다.
"괜찮아. 안 가져갈 거야."
다른 두 마리도 콧김을 뿜으며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흥분 상태다.
파란색 그녀도 마지못해 따르며 데ㅡ 하고 불안하게 울면서 내 손안의 콘페이토를 바라본다.
"자, 여기 콘페이토가 있습니다."
나는 오른손에 든 콘페이토를 손안에 넣는 흉내를 낸다.
사실 이미 왼손으로 옮겨갔지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오른손을 좌우로 이동시키자 세 마리의 시선이 오른손에 고정된다.
"너무 맛있어 보이니까 먹어버려야지." (쏙)
나는 오른손에 든 것을 입에 넣고 없는 콘페이토를 음미하는 척했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
파란색 그녀가 일어서서 절규하기 시작했다.
"음~ 우물우물. 맛있네!"
"데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뿌지지지지지직~~)
예상 이상의 반응이었다.
파란색 그녀가 응접실 바닥에 잔뜩 실례를 하며 콘페이토를 빼앗긴 분노 때문인지 내 발을 툭툭 때리는 것이다.
"데끅! 데에에엣!! 데에에에에에에엥!!" (툭툭)
이것에는 나도 당황한다.
"아, 미안, 미안해."
그녀의 울음소리가 서재에 계신 선생님께 들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빨리 울음을 그치도록 서둘러 마무리를 선보였다.
"어라~ 먹었던 콘페이토가~?"
나는 분홍색 그녀가 벗은 두건을 들고 뒤집는 흉내를 낸다.
왼손 안의 콘페이토를 툭 떨어뜨려서 마치 분홍색 두건 안에서 나온 것처럼 연출했다.
"어라, 신기하네. 분홍색 두건 안에서...."
"데...."
"나왔습니다!"
"데샤아아아아!! 풋샤아아아아!!"
파란색 그녀가 갑자기 분홍색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때린다. 찬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쥘 수 없는 주먹으로 얼굴을 연달아 강타한다.
"데즈우우우!! 데즈데즈우우우우!!"
어라. 어라라?
"데즈앗!" (빠직!)
"데에에에엣!" (브릿!)
"데즈데에ㅡ즈!!" (퉁퉁)
"데쟈아아아아!" (브리리리릿!)
눈앞에서 벌어지는 격투.
내가 아무리 말려도 멈추지 않는다.
남은 노란색 그녀도 그저 울기만 할 뿐.
아아. 나는 한심한 담당이다. 고작 실장석이라고 방심하고 말았다. 선생님을 부르자!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께서 기르시는 실장석이...."
'여행을 떠납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지로.'
서재에는 실장석들의 비명과 고함이 난무하는 와중에, 바람에 흔들리는 메모 한 장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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