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여기도 없는데스."
가을빛이 조금씩 깊어지는 공원 안, 이 공원의 고참 실장석인 그녀가 뭔가를 찾고 있었다.
벤치 뒤, 풀숲 안, 잔디밭 위.
가까이 있던 돌을 뒤집어서 아래를 보고, 데- 하고 작게 운다.
"데...?"
싸늘한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눈에, 그것이 보였다. 공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자동판매기. 그 옆에 붙은 쓰레기통 근처에, 그것이 있었다.
"데... 이건데수."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잡고, 동시에 어깨에 걸치고 있던 편의점 비닐에서 어느 물건을 꺼냈다.
페트병. 500ml 짜리 빈 페트병이다.
그녀는 방금 주운 것을, 손을 떨며 페트병 입구에 맞추었다. 방금 주운 물건. 그것은 페트병 뚜껑이었다. 서툰 손으로 끼리릭 끼리릭 돌린다. 나선 모양의 요철이 맞물리며, 다른 메이커 라벨이 붙은 뚜껑이 페트병 입구를 막았다.
"데에!!"
그녀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소리쳤다.
"따... 딱 맞는데스!"
페트병을 붕붕 가볍게 휘둘러본다. 물론 꽉 맞물린 뚜껑은 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굉장한데스!! 딱 맞는데수우--!!"
넓은 사막같은 공원 안에서, 우연히 만난 페트병과 그 뚜껑의 기적.
"데데데!! 데수!! 데수!!"
녹색 눈을 끔뻑거리면서, 몇번이고 뚜껑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가 한다.
"데수우우우우!! 딱 맞는데수우우--!!"
그때마다, 페트병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굉장한데수우우우!! 굉장한데수우우우!!"
커다란 배를 감싸안고 살짝 뛰어올랐다.
"보는데스!! 너희들!!"
그녀는 계속해서 자판기 앞에서 춤추었다.
"데수--♪ 데수--♪"
***
이 공원의 수원지는 크게 나누어 세군데다.
하나는 공원 중앙에 있는 분수. 여기서는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세탁 등도 한다.
다음은 북쪽 공중변소. 출산에 쓰는 것 외에도, 실장석들이 변기에 고인 물로 목을 축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공원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흐르는 후타바 천의 하천 부지다. 들실장들은 목이 갈증을 호소하면 자연스럽게 이 수원지로 발을 옮긴다. 구역이 존재하는 먹이터와는 달리, 수원지는 자연스럽게 공공장소 취급된다. 신기하게도, 수원지 근처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실장석도 생명에게 있어서 '물'이란 그만큼 귀중한 것이라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다.
"데에에에에!! 털이 떠있는데스!! 이런 거 못 마시는데수!!!"
"마마-!! 목마른테치이!!"
"쥬스 마시고싶은테치이!! 콜라 있는테치?"
공원 중앙 분수에, 큰 소리로 난리치는 실장석 모녀가 있었다. 친실장의 실장복은 무참하게도 너덜너덜하게 찢겨나가고, 어깨에 신문지를 둘러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데리고 있는 자실장 두마리. 이들 역시 실장복은 흔적도 없이 찢어지고, 비닐을 뒤집어써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바로 어제 공원 입구에 버려진 원 사육실장 모녀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작정 공원을 방문하는 인간을 향해 뛰어가서 "주인님!" 하고 외쳐대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버림받을 때 받은 실장푸드도 그날 바로 바닥나고, 불운한 죽음을 맞이한 자식의 시체를 먹으며 오늘까지 버텼다. 그동안, 주위 실장석들의 생활을 보고 흉내내면서, 어떻게 목숨을 부지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가족 모두가 갈증을 호소해서 주위 들실장들이 물을 마시는 곳으로 휘적거리며 찾아온 것이다.
"데에~!! 이상한 거 떠 있는데수~!! 배탈나버리는데수!!"
사육실장이 처음 들어오면, 항상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주위 들실장들도 익숙해졌는지, 냉랭한 눈으로 그 가족을 보면서, 각자 두건을 씻거나 녹색 똥이 묻은 속옷을 씻고, 한편으로는 꿀꺽꿀꺽 분수 물로 목을 축이는 들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데에에에엥!! 주인님~!! 패트리시아, 목마른뎃승~!!"
"마마-!! 콜라 아직인테치~?"
"마마!! 마마!! 린다 따뜻한거 마시고 싶은테치~!!"
"데에에엥--! 데에에엥--!"
자식을 완전히 방기한 원 사육실장.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 손발을 파닥거리며 울어댄다.
역시 그 꼬락서니가 들실장들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바로 린치가 시작되었다.
***
그 소동에 끼지 않은 실장석이 몇마리 있었다.
물을 마시러 온 실장석인지, 분수 근처에서 진행중인 공개 린치에 가까이 가는 걸 주저하는 것 같았다.
그 중 한마리. 이 공원의 고참 실장석인 그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데."
그녀는 분수에 가까이 가지 않고, 어깨에 멘 비닐에서 페트병을 꺼낸다. 서툰 손으로 페트병 뚜껑을 열고, 병을 입에 댄다.
"꿀꺽... 꿀꺽..."
주변에 있던 실장석들이 "데...!?" "데데?" 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페트병 안의 물을 삼킨다.
"맛있는데스. 강물은 순하고 달달한데스."
다 마신 후 뚜껑을 닫고, 페트병을 거꾸로 들면서 또 중얼거린다.
"데프프...!! 딱 맞는데수~!"
분수 옆의 린치가 끝난 것인지, 머리카락이 잔뜩 쥐어뜯긴 원 사육실장이 울면서, 기어가듯이 분수 옆을 떠났다.
"데엑...! 데엑...! 주인님한테... 일러바쳐서... 데엑!"
"마마-!! 공원 밖에 자동판매기가 있던테치~"
"따뜻한 밀크 마시는테치!!"
린치를 면한 자실장 두마리가 필사적으로 친실장의 뒤를 따르면서 호소한다.
"데에... 자동판매기... 분명 빛나는 버튼을 누르면, 단게 나오는 데수..."
그러면서, 모녀가 터벅터벅 공원을 떠난다. 그 후, 자동판매기 앞에서, 버튼을 향해 수없이 자기 새끼를 집어던지는 친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
그녀는 다른 실장석과는 달리, 음료수도 고른다. 변소 물은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다. 분수 물도 석회 냄새가 지독해서 마실 게 못 된다. 그녀가 생각한 끝에 찾은 것이, 세번째 수원지, 공원에서 100m 떨어진 후타바 하천의 물이었다. 100m라는 거리는 실장석에게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갈증을 느끼고 하천까지 갔다가 공원에 돌아오는데 30분은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마시기 위해 하천을 선택하는 공원 실장석은 극히 적다.
하지만, 그녀는 하천에 흐르는 물의 맛을 알아버렸다. 입에 머금으면 달다. 녹아내리는 듯한 풍미가 있다. 분수 물처럼 가공된 맛도 아니고, 변소 물처럼 누렇지도 않다. 후타바 계곡에서 흐르는 후타바 천의 수질은, 시 당국의 노력이 더해져서 전국에서도 이름높다. 후타바 계곡천의 상류에는 곤들매기나 민물 송어가 사는 곳도 있다. 이 하천의 물 맛을 알아버린 그녀에게는, 공원 분수나 변소의 공업용수는 도저히 마실 수 없는 물이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오늘도 하천 택지를 찾아왔다.
"꿀꺽... 꿀꺽... 맛있는데스."
하천 기슭에 엎드려서 직접 얼굴을 대고 물을 마신다. 고개를 들자, 앞머리, 두건, 앞치마가 물에 흠뻑 젖었다.
"데..."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이 흔들리고 있다.
"데프... 이상한 얼굴인데스."
한번 더, 얼굴을 수면에 대고 물을 마신다. 고개를 들자, 앞치마에 묻은 물이 그녀의 실장복을 적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데- 하고 중얼거렸다.
"데... 오줌 싼 것 같은데스."
마침, 앞치마에서 흐르기 시작한 물이 그녀의 실장복 가랑이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
갈증을 느낄 때마다 100m라는 거리를 왕복하는 실장석은 없다. 이 100m라는 거리를 해결한 것이, 아까 말한 페트병이었다.
물을 떠서 휴대한다. 인간이 생각하기엔 대단히 간단한 행동이지만, 이걸 실천할 수 있는 실장석은 몇 안된다. 인간을 관찰하고, 수많은 경험을 거치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행동을 실천한다. 이것은 사육실장이었던 어미실장의 교육을 받고, 출산을 네번이나 경험한 고참인 그녀이기 때문에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맛에 깐깐한 그녀는, 이 향기로운 미네랄을 포함한 감로같은 신선한 물을 길어오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능숙하게 페트병 뚜껑을 여고, 하천 기슭에서 물을 페트병에 담는다. 퐁퐁 하고 공기방울이 솟아오르며, 페트병 안에 물이 빨려 들어간다.
"데..."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품을 쳐다보면서, 오늘도 그녀는 일과를 마쳤다.
***
"돌아가는데스."
어깨에 걸친 비닐에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을 집어넣고 하천 택지를 떠나려던 순간, 그 소리가 들려왔다.
(철퍽)
"데?"
(철퍽)
"데데?"
(철퍽)
"데? 데?"
약간 떨어진 곳에서 물이 튀는 소리가 난다.
"데수~?"
그녀는 풀무더기를 헤집고, 그 기묘한 소리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데?"
풀숲 건너편의 강가에 은색 바가지가 떡하니 놓여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그 바가지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철퍽)
"데?"
바구니를 들여다보자, 그 기묘한 소리의 주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데! 물고기데수!"
그것은, 바구니 안에 갇혀있던 커다란 민물고기였다.
***
"굉장한데스. 반짝반짝 빛나는데스."
저무는 햇빛을 받아, 바가지에 든 물이 찰랑거릴 때마다, 빛의 파문이 물고기의 은색 비늘에 반사되었다.
"데... 닌겐 없는데수."
힐끔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그녀.
낚시꾼이 까먹고 두고 간 것이리라. 방치된 물고기는, 좁은 바가지 속에서 고독을 호소하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수면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첨벙)
"데데!"
그녀의 기척에 반응한 것인지, 한층 더 물이 튀었다. 바가지에 든 찬 물이 그녀의 두건 위로 쏟아졌다.
"데-"
그녀는 물고기라는 종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물고기가 강 속에서 산다는 지식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물고기에 대한 인식은, 음식물 쓰레기 속에 있는 물고기 뼈나 살의 맛에 대한 기억 뿐이다.
실제로, 좁은 바가지 속이긴 했지만 지느러미를 나부끼며 헤엄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데..."
잠시, 멍하게 입을 벌리고 헤엄치는 모습을 쳐다보는 그녀.
"...맛있어보이는데스."
결론은, 역시 그거였다.
***
입 안에 펼쳐지는 맛의 기억. 지방이 오른 야무진 몸. 씹으면 감칠맛이 있는 물이 나오는 뼈. 또한 동물성 단백질은 출산 전의 실장석에게, 필요불가결한 영양소이다.
그녀는 바가지 안에서 맴도는 물고기를 보고는, 데- 하고 벌린 입에서 침을 흘렸다.
"음... 맛있어보이는데스."
다시, 주위에 닌겐이 없는지 확인하고, 바가지 안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그녀의 귀에 강에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데...?"
시선을 돌리자, 저무는 햇볕을 받고 빛나는 후타바 하천의 수면에 한마리, 두마리, 작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녀는 잠시 석양으로 빛나는 수면을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았다.
"데..."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다시 바가지로 돌리고, 손을 바가지 안에 넣으려 한다.
(첨벙)
"데!"
다시, 후타바 하천의 수면이 작게 흔들렸다.
"..."
눈을 깜빡이면서 수면과 바가지를 교대로 몇번씩 쳐다본다.
"데..."
한동안 바가지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에 시선을 보낸 다음, 그녀가 물고기에게 말을 걸었다.
"...자식 있는데스?"
"..."
물고기는 말없이 헤엄친다.
"너.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수?"
"..."
"분명 기다리고 있는데스."
"..."
"데..."
***
"뎃데로게~♪ 뎃데로게~♪"
물고기를 강에 풀어주자 바로 뛰어오르며 강 속 깊은 곳으로 헤엄쳐 갔다. 그녀는 방파석 위에 앉아,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태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분명 집에 돌아간데스."
"지금쯤, 골판지 하우스에서 아이들과 밥먹고 있을데스."
그녀는, 석양에 빛나는 수면을 보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페트병을 꺼내 물을 입에 머금었다.
첨벙 하고 물고기가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 실장석 미식가 3, 후타바 강의 물과 뛰어오른 물고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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