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집
늦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낮의 햇살은 따갑다. 열에 약한 실장석의 피부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친실장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려가며 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곧 가을이 된다. 먹을 것이 풍족해지는 계절이지만,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다. 보존식을 모으고, 골판지 하우스를 보강하고, 방한용 신문지나 수건 따위를 구하고, 보존식 창고 겸 월동굴을 하나쯤 파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아이들을 가르칠 시간따위는 없다. 아니, 오히려 상황에 따라선 자실장이라 하더라도 먹이 수집에 나서거나 낙엽 따위를 주워 골판지 하우스 바닥에 까는 일을 해야 한다. 가을 이후로는 자실장들도 본격적으로 생존경쟁에 내던져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여름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살아남을 확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실장석에게는 그것도 녹록한 일이 아니다. 어설픈 손과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그린 그림은 도통 알아보기 힘들고, 지식은 있지만 그것을 조리있게 풀어낼 지능은 없는 친실장의 입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중언부언, 산발적으로 튀어나올 뿐이다.
"알겠는 데스? 이건 확실히 알아두어야 하는 데스."
"네~테치"
"알겠테치!"
"어려운 레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의 열의에 답하듯 아이들은 귀를 쫑긋거리며 진지한 자세로 배움에 임했고, 같은 이야기를 몇번씩 들어가며 그럭저럭 지식을 흡수해 나갔다.
하지만, 장녀만큼은 동생들과 달리 멀찍이 떨어져서 심드렁한 얼굴로 어미를 바라보고 있다. 장녀가 어미의 말을 거역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좋아 한번에 어미의 가르침을 모두 기억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같은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 집은 아주아주 무서운 집 데스, 그곳에 들어간 실장석들은 모~두 끔찍하게 죽은 데스. 절대로 가까이 하면 안되는 데스."
"테히이......"
"테에엥! 무서운 테치!!"
"레에에에에......"
친실장이 오늘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공원 한켠에 있는 '무서운 집'에 관한 것이다. 그 집은 넓고, 튼튼하고, 편리한 도구마저 갖추어져 있지만, 어쩐지 그 집을 차지한 이들은 모두 참혹하게 죽어갔다. 친실장은 아이들이 독립할 때 혹시라도 그 집에 욕심을 내어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절대로 그 집에는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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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집의 첫번째 주인은 떠돌이 거대 마라실장이었다. 압도적인 체격과 완력을 가진 그는 어느날 홀연히 공원에 나타나 실력자들을 때려눕히고 공원의 지배자가 되었다.
곧이어 거대 마라실장은 자신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강대한 완력을 지닌 거대 마라실장이라도 골판지 이외의 재료로 집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였지만 골판지 하우스라도 그 크기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공원 밖으로 나가 냉장고를 포장하던 엄청난 크기의 골판지 상자를 들고 온 것이다.
거대 마라실장은 폐쇄된 등산로 근처의 낡은 화장실 뒷편에 그 거대한 골판지 상자를 이용하여 집을 지었다. 그리하여 완성된 것은, 본채라고 할 수 있는 냉장고 상자 외에 별채인 보통 크기의 골판지 하우스와 전속 독라노예의 숙소, 거기에 공물창고까지 딸린 호화 저택이었다.
거대 마라실장은 이 호화 저택에 기거하며 공원을 공포로 다스렸다. 조금이라도 성미에 거슬리면 때려 죽이고, 자실장마저 성욕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의 폭주는 오래가지 않았다. 왕노릇을 하며 교만해진 거대 마라실장은 겁도 없이 산책하던 사육실장을 주인의 눈 앞에서 범하고는, 그 주인까지 덮치려 했다.
결과는 뻔했다. 최강의 실장석이라 해도, 인간 중에서는 약한 부류에 들어가는 10대 소녀조차 이기지 못한다. 거대 마라실장은 분노한 소녀의 손에 독라가 되고, 곧이어 마라가 뜯겨서 죽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공원의 들실장들은 폭군이 사라졌다는 기쁨과, 그 강력한 폭군을 너무나도 쉽게 제압하는 인간의 무서움에 웃으면서 울고, 빵콘했다.
두번째로 그 집을 차지한 것은 탁아왕이라고 불리는 실장석이었다. 기이하게 생긴 팔로 완벽하게 탁아를 성공시켜 주는 그녀는 이전의 폭군과는 달리 많은 실장석들의 존경을 받았고. 덕분에 폭군의 저택을 물려받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탁아왕의 팔이 망가졌다. 더이상은 탁아를 성공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수많은 자실장들이 인간의 가방이나 비닐봉투에 안착하여 사육실장으로의 새 삶을 시작하는 대신, 차가운 땅바닥에 내던져져 적록의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물론 탁아가 성공한다고 사육실장이 될 리가 없다. 분노한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탁아왕의 팔을 망가뜨린 것도 탁아 피해에 분노하던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뒷편에 인간의 개입이 있음을 알 리 없는 친실장들은 아이를 잃고 사육실장이 되는 길이 막혀버린데 분노하여 탁아왕과 그녀의 아이들을 독라달마로 만들어 지독한 고문을 가하여 죽이고, 저택은 약탈하여 폐허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저택을 차지한 실장석은 안경을 쓴 실장석이었다. 이미 저택은 폐허가 된 데다가 전 주인들의 비참한 죽음이라는 불길한 괴담까지 덧붙여져 있어 실장석들이 접근하기를 꺼리는 곳이 되었지만, 안경 실장은 그에 개의치 않았다.
안경 실장이 폐저택을 차지한 이후 폐저택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더더욱 기이한 기운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문틈으로는 붉은 빛이 새어나오고, 때때로 실장석의 비명과 함께 광기어린 웃음도 새어나오곤 했다. 공원 이곳 저곳에서 의문의 실장석 실종사건이 발생했고, 그 실장석들은 폐저택에서 안경 실장에 의해 실험체로 쓰인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때까지 폐저택 근처에서 살던 실장석들도 결국 공포심에 사로잡혀 하나 둘 이사를 가기 시작했고, 넓은 공터에 덩그라니 남겨진 거대한 저택은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폐저택의 주인이던 안경 실장마저 미쳐버린 모습으로 저택을 떠났다.
한때 총명함으로 빛나던 매서운 눈은 탁한 유리구슬처럼 되어 좌우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 눈 위에 씌어진 안경은 금이 가고 깨져 제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다른 실장석들을 기만하고 업신여기던 소리가 나오던 입에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병자의 중얼거림만이 들려왔다. 옷과 머리는 이미 사라져 몸은 이미 민둥민둥한 독라의 모습이다.
안경 실장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했다. 일생을 건 실험이 실패하였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것이 자해로 발전하며 미쳐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다른 실장석들이 알 수는 없는 것이었고. 그녀들은 안경 실장이 미친 것은 저주받은 집에 들어가 살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제 폐저택은 그 어느 실장석도 접근하려 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친실장들은 아이들에게 그곳은 저주받은, 무서운 곳이니 절대 가서는 안된다고 단단히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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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었다.
꽃망울이 하나 둘 터져나올 무렵. 겨울나기에 성공해 성체가 된 두마리의 실장석이 어미에게 이별을 고하고 자기의 가족을 만들기 위해 정들었던 골판지 하우스를 떠나려 하고 있다.
살아남은 것은 지난 여름 그 누구보다 어미의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들은 삼녀와 어미의 말을 한번에 기억했던 장녀다. 나머지 셋은 겨울의 끝을 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다.
"마마....몸 조심 하는 테스, 자주 놀러오는 테스우....."
아직 완전히 성체의 목소리가 되지 않은 삼녀가 눈시울을 붉히며 어미의 손을 꽉 잡는다.
홀로서기는 슬프고 힘든 과정이다.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실장석에게는 더욱 그렇다. 헤어지기 싫은것도 당연지사다. 삼녀는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장녀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한참동안 어미의 손을 잡고 머뭇거리다 마침내 장녀의 손에 뒷머리가 붙잡히고 나서야 어미의 손을 놓고 독립을 위한 여행길에 올랐다.
"오네챠, 우리 서로 도우면서 재미있게 사는 테스, 아이도 같이 나아 구별없이 키우는 테스~ 소풍도 가고 물놀이도 하는 테스~ 분명 행복할 것인 테스!"
묵묵히 길을 걷는 장녀에게 삼녀가 말을 걸어 보지만, 장녀는 까불거리는 동생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장녀가 입을 연 것은, 옛 집을 떠나 한시간쯤 되었을 무렵, 갈림길에서였다.
"이제 오마에와는 작별인 데스. 와타시는 이 길로 가는 데스."
"테에에에에에!!!????"
독립을 위한 여행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미 일주일쯤 전부터 자매는 어미와 함께 공원을 돌며 정착할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조금 좁지만, 풀숲의 안쪽에 있어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고 열매를 맺는 나무가 많아 식량걱정이 덜한 곳이다. 단점이 있다면 출산장, 즉 공중화장실과의 거리가 멀고 물을 구하기 조금 힘들다는 정도.
하지만 벤치 밑에서 살아가는 독라도 있는 마당에 이정도면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모든것은 어미가 독립하는 자들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공원을 돌아다닌 덕분이다.
그런데 장녀는 어미가 마련해준 집터로 가는 길이 아닌, 전혀 엉뚱한 길로 가려 하고 있다. 삼녀가 깜짝 놀라 운치를 조금 지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무....무슨 소리인 테스?!! 와타시타치가 갈 곳은 거기가 아닌테스!"
"알고 있는 데스, 하지만 거기에는 가지 않는 데스, 와타시는 '그 집'에 가는 데스."
그 집, 이라는 단어를 듣고 삼녀는 잠깐 혼란에 빠졌지만, 곧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장녀가 가리킨 길로 가면 나오는 것은 그 '무서운 집'이다. 장녀는 무서운 집에 가겠노라고 말하는 것이다.
"안돼는 테스! 안돼는 테스! 마마가 말한걸 잊은 테스?!! 거기 가면 죽는 테스!!!!"
팔을 붕쯔붕쯔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길을 막는 동생을 보고, 장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집에 가지 않는다고 안 죽는 데스?"
"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동생을 보며, 장녀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자매들도 와타시와 오마에를 빼고는 모두 죽은 데스, 오녀를 기억하는 데스??"
엄지실장이었던 오녀는 인간의 발에 밟혀 죽었다. 오녀에게 무언가 잘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도 악의는 없었다. 그저 너무 작아서, 길을 건너는 오녀를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았을 뿐이다. 가족들은 길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보며 숨을 죽인채 울었다.
"사녀는 어떤 데스? 정말 착한 아이였던 데스."
사녀는 머리가 조금 나쁘지만 자매 중에서 가장 성실하고 착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항상 가족을 도우려 했다. 그래서 죽었다.
가을 무렵, 어미가 먹이를 모으러 나간 사이 조금이라도 마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며 집 밖으로 나가 낙엽을 모으다 까마귀에게 채여간 것이다. 사녀가 남긴 것은 날아가는 도중 빵콘의 충격으로 벗겨져 떨어진 낡은 팬티 뿐이었다.
"차녀도 죽은 데스, 차녀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아는 데스??"
차녀는 약간 분충성이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것은 허용범위 내의, 친실장이 훈육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분충성이었고, 그 울타리 안에서 차녀는 그저 조금 짖궂은 아이였을 뿐이다.
하지만 늦가을의 어느 날, 인간이 손을 댄 이후로 모든것이 달라졌다.
단 하루, 인간의 집에서 꿈과 같은 호화생활을 맛본 차녀는 통제불가능한 분충이 되어서 돌아왔고, 빈곤한 들실장의 삶을 저주하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 곧 겨울이다. 생존만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시기가 온다. 그런 때 이런 자가 가족 내에 있으면 단순한 소동에서 끝나지 않고 일가실각의 위기가 찾아온다.
결국 친실장은 자신의 손으로 슬픈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이 일가에게 비극을 안겨주기 위한, 학대파라 불리는 인간의 악의가 빚어낸 사건이었다.
"테.....테에에에......."
삼녀는 할 말이 없었다. 장녀의 말대로였다. 그 집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마마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지만 자매들은 결코 그 집에 가까이 간 적이 없음에도 모두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
"실장생은 가혹한데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스,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데스. 집 때문에 죽고 사는게 아닌 데스."
평소에는 과묵하던 장녀가 오늘은 말의 홍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저주받은 집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실장생이란 본래 가혹한 것이기에 '무서운 집'의 옛 주인들도 한순간의 실수, 혹은 욕심으로 죽음을 맞았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정교하지는 못하지만 실장석 치고는 나름대로 논리가 서 있는 주장이었다.
삼녀는 평소답지 않은 장녀의 그런 모습에 기가 눌려 변변한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한바탕 일장연설을 끝낸 장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와타시는 기왕이면 큰 집에서 살 것인 데스, 내일을 모르는 실장생인데 헛된 이야기가 무서워서 그 큰 집을 버려두는건 멍청한 짓인 데스."
말을 마친 장녀는 다시 몸을 추스리고, 등을 돌려 갈림길로 아장아장 걸어가기 시작했다. 삼녀는 손을 뻗어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장녀의 작별인사가 들려왔다.
"잘 있는 데스, 행복하게 사는 데스. 와타시는 죽으러 가는게 아닌 데스, 와타시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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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후 일주일간은 삼녀에게 있어 일생에서 가장 보람찬 시간이었다.
비록 어미가 구해준 것이긴 하지만 깨끗한 새 골판지 상자로 자신만의 집을 만들었다.
이튿날 처음으로 쓰레기장에 나가 먹이를 구할 때, 운 좋게도 깨끗한 패트병을 얻었다. 삼녀는 독립 직후부터 이런 운이 따르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삼일째 되던 날에는 드디어 목소리가 성체실장의 그것으로 변했다. 완전한 어른이 되었다는 기쁨에, 삼녀는 자축의 의미로 독립할때 마마로부터 받은 콘페이토를 한 알 먹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이 응축된 듯한 맛이었다.
오일째 되던 날에는 마마를 만나러 갔다. 옛 집도, 마마도, 떠날때의 그모습 그대로 있어 기뻤다.
서로 실없는 잡담을 나누고, 밥을 먹고, 마마에게 생활의 지혜를 몇개 더 배웠다. 따끈따끈한 행복이 온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삼녀는 다음번에 올때는 손녀들을 낳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옛 집을 나섰다.
아이를 낳으면 이제 어느 일가의 삼녀가 아닌, 친실장으로서 새로운 일가의 가장이 된다. 삼녀는 자기의 발치에 올망졸망 모여서 테치테치거리는 미래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보고 기뻐할 마마의 모습을 머리에 그리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행복한 상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장녀가 마마를 찾아오지 않았다는데서 느껴지는 불안한 감정을 완전히 지울수는 없었다.
일주일째 되던 날, 삼녀는 장녀를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마마는 '무서운 집'에는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엔 장녀 오네챠가 있다. 어느쪽을 우선해야 할까. 삼녀는 한참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장녀에게 찾아가 보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집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는 데스, 그냥 밖에서 장녀 오네챠가 잘 있는지만 보고 빨리 돌아오는 데스'
그렇게 하면 마마의 말도 어기지 않고, 장녀의 상황도 확인할수 있을것이다. 삼녀는 그렇게 믿고 집을 나섰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고, 삼녀는 장녀와 헤어졌던 그 갈림길 앞에 섰다. 이 길을 따라가면 그 '무서운 집'이 나온다. 삼녀는 잠시 길을 바라보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마침내 발을 내딛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삼녀는 생각보다 오래 걸어야 했다. 그것은 실제로 갈림길과 '무서운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이기도 하고, 삼녀의 조급한 마음이 빚어낸 착각이기도 했다. 길은 삼녀의 등줄기에 땀이 흐를 무렵이 되어서야 끝났다.
길을 빠져나온 삼녀의 눈에 거대한 저택이 보이고, 그를 둘러싸듯이 늘어선 나무들이 보였다.
나무에는 열매가 열려 있다. 녹색의 열매, 아니, 열매가 아니다. 그것은 장녀의 머리였다.
뒷머리카락을 나뭇가지에 묶어 매달아놓은 장녀의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몸은 머리와 분리되어 그 아래에 넘어져 있다. 절단된 목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미 끈적하게 굳었고, 부풀어오른 팬티에서 새어나온 똥은 썩어가고 있다.
"뎃....."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된다. 위석을 차가운 금속에 갖다 댄듯한 섬뜩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곧이어 위석이 불타오르는 감각과 함께 심장이 터져나갈듯이 격렬하게 맥박친다. 삼녀는 뜨거워진 위석에 깜짝 놀라 제정신을 차렸고, 그제서야 장녀가 죽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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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삼녀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울부짖으며 '무서운 집'에서 도망쳐 나오느라 옷은 눈물로 얼룩졌고 팬티는 빵콘으로 불룩해졌다. 나뭇가지에 걸린 뒷머리를 억지로 뽑으며 도망쳐 나와 소중한 머리카락이 꽤나 뜯겨나갔다. 넘어지고 굴러 여기저기가 까지고 흙으로 더러워졌다. 하지만 삼녀는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괴담은 현실이 되었다. 무서운 집은 오네챠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그러니까 같이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왜 그 집에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렸을까. 삼녀는 장녀가 원망스러웠다.
한편으로는 헤어질때 해야 할 말을 확실히 하지 못하고 장녀를 놓아줘 버린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 또한 밀려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네챠를 잡아야 했다. 그랬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모두 부질없는 고민이다. 죽은 실장석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로롱......오로로롱......."
삼녀는 밤새워 울었다.
이튿날, 삼녀는 다시 집을 나섰다.
'오네챠가 너무 불쌍한데스.....적어도 좋은 곳에 묻어주고 싶은 데스우.....'
가족에 대한 연민이 공포심을 극복했다. 굳건한 마음을 가진 삼녀의 눈은 그 누구보다 빛나고 있다.
다시 장녀의 시체 앞에 섰을때도 더이상 떨지 않았다. 삼녀는 부패의 조짐이 보이는 장녀의 목 없는 몸통을 수습하여, 수풀 한켠에 고이 눕혀놓았다.
하지만 높은 나뭇가지 위에 걸려있는 장녀의 머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검은 눈물을 흘리며 비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눈을 감겨주고 싶은데 실장석의 키로는 닿지 않고, 둔한 실장석의 손발로는 나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없다.
장녀의 머리는 어쩌다 저런곳에 걸리게 된 걸까. 실장석의 짓이 아님은 명백해 보였다. 고양이나 까마귀의 짓일까? 그것들이라면 실장석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그저 목만 잘라서 내던져둘리가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범인은.......
"어, 뭐야 실장석이잖아."
"데히이이이이이이익!!!!!!"
삼녀가 마음속으로 '학대파 닌겐'을 범인으로 꼽고 있을때, 마치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듯이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녀는 기겁하여 뒤로 나동그라지며 크게 빵콘하고는 꼴사납게 버둥거렸다.
"데히!! 데히이익!!! 살려주는 데스!!! 죽기 싫은 데스우우우우!!!!!"
그런 삼녀를 보고 인간은 크게 웃었다. 삼녀에게 있어서는 필사의 저항이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는 희한한 몸부림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야 너 사람을 무슨 학대파 취급하고 있어......난 이 공원 직원이야."
한참을 웃던 인간은 그렇게 말했다.
공원의 직원이라니, 그것이 무엇일까. 들실장인 삼녀는 알리가 없다. 하지만 일단 학대파가 아니라고 하니 한결 안심이 되었다. 삼녀는 울음과 비명을 멈추고, 똥으로 부풀어오른 팬티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학대파가 아닌 데스? 그럼 여기엔 무슨 일인 데스우??"
삼녀가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을 먼 발치에서 보거나, 애호파 인간에게 아양을 떨어 실장 푸드나 콘페이토를 얻어내는 마마의 곁에 있었던 적은 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는 친실장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절대 건방지게 굴지 마라, 애호파라는 확신이 없으면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마라, 애호파라고 해도 사육실장으로 삼으라고 해서는 안된다. 비굴해도 좋다, 비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거대 마라실장이 인간에 의해 허무하게 죽던 그날 친실장은 인간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고, 성체가 되어 아이를 낳고서도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교육해 왔다. 그리고 삼녀는 지금 그 교육에 응하듯이. 공원 직원에게 공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오, 너는 꽤 예의가 바르구나, 이녀석은 완전 건방졌는데."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장녀의 머리가 매달린 나뭇가지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상하로 튕기는 나뭇가지에 따라 장녀의 머리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삼녀는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꾹 인내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뎃? 오.....오네챠가 무슨 짓을 한 데스???"
삼녀는 의연히 말하고자 노력했지만, 새파래진 안색과 떨리는 목소리를 완전히 막을수는 없었다. 직원도 그 태도에서 무언가를 눈치채고, 린갈과 삼녀를 번갈아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오네챠?.....아......이녀석이 네 언니였나......."
아무리 해수인 실장석이라지만 눈앞에서 육친의 시체로 장난을 쳤다. 나쁜 짓이다. 게다가 며칠전에는 더 나쁜 짓을 했고, 지금 그것을 눈앞의 실장석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실은....내가 네 언니를 죽였다."
"데히이이이익!!! 역시 학대파 닌겐!!!!"
삼녀는 경악하여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는, 도망가려 등을 돌려 뛰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녀가 온 힘을 다해 뛰어도 인간에게는 아장아장 걷는 것으로만 보일 뿐, 직원은 손쉽게 삼녀의 어깨를 붙잡아 주저앉히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야! 그녀석은 분충이었다고!! 아무 이유없이 죽인게 아니란 말이야!"
분충? 그 똑똑한 장녀 오네챠가?
"잘 들어 봐, 시에서 이 근처를 개발하기로 했어. 이 낡은 화장실을 없애버리고 숲을 깎아서 테니스장이랑 체력단련시설을 만들거야,그렇게 되면 너의 언니도 여기에서는 살 수 없게 돼. 나는 엊그저께 사전답사겸 이곳에 와서 네 언니를 보고는 이 사실을 알려주었어."
'시'라던가, '테니스장'이라던가, 삼녀에게는 모르는 단어가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사정으로 오네챠가 더이상은 이곳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 네 언니를 해칠 생각은 없었거든? 그래서 너는 여기서 더이상 살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 저쪽 숲 안으로 들어가 살면 인간과 부딫히지 않고 살 수 있을거다. 그렇게 말해 줬어.
하지만 네 언니는 길길이 날뛰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더구만,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느니, 정당하게 차지한 집이니 보상을 주어야 한다느니."
삼녀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간다. 장녀는 우려했던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뭐, 나도 질려서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똥을 던지더군, 자기를 키워야 한다면서. 그래서 열이 올라서 그만........
하지만 저런걸 분충이라고 하지? 너희들의 세상에서도 저런 녀석은 그 뭐냐.....'솎아내기'를 한다면서?"
그랬다. 장녀는 분충이었다. 무척이나 똑똑해서 분충임을 알아채기 힘들지만. 분충이다. 어릴때는 몰랐지만, 삼녀는 성체가 되며 그것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단순한 분충이라면 생각없이 본능대로 행동할 것이다. 조금 똑똑한 분충이라면 그 지능을 남을 속이고 기만하여 이익을 얻는데 쓸것이다. 하지만 장녀는 다르다. 장녀는 그 높은 지능을 자기합리화에 사용했다.
물론 멍청한 분충들도 자기합리화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나는 고귀하니까','네가 나쁘니까'로 귀결되는, 멍청한 분충다운 멍청한 자기합리화이다.
그러나 장녀는, 이치에 닿는 논리를 세울 지능이 있음에도 그것을 오직 자기합리화만을 위해 사용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하는 행동은 멍청한 분충과 별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독립의 때, 장녀는 실장생의 가혹함과 '무서운 집'의 옛 주인들이 자만과 욕심 때문에 파멸했음을 강변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장녀 또한 크고 좋은 집을 '욕심'내어 그곳을 차지하고자 했다. 그곳이 살기에 적합한지, 위험한 동족이나 고양이 등의 천적은 없는지에 대한 고려는 일절 없었다. 친실장이 고생하여 준비한 집터와 깨끗한 골판지를 버리는것에 대한 미안함도 없었다.
그저 그럴듯한 말로 자신을 속이고, 삼녀를 기만하고는 '무서운 집'에 들어 앉아 욕심을 채웠을 뿐이다.
삼녀는 이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그리 좋지 않아 매끈하게 표현할수는 없었지만, 장녀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장녀와 헤어질 때,
"그건 분충의 행동 아닌 테스?"
라 묻고 싶었지만, 장녀의 작별인사가 입을 막아 결국 말할 수 없었다.
죽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장녀 나름대로는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제넘는 것을 요구하거나, 자기를 기르라고 말하거나, 똥을 던지는 것은, 어떤 사고과정을 통해 도출되었건 결국 분충의 행동일 뿐이다. 그리고 분충의 행동을 한 결과 인간의 분노를 사 장녀는 죽고 말았다.
공원 직원은 몇번이나 언니의 죽음에 대해 사과했다. 목을 떼어서 나뭇가지에 걸어둔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건 일을 마칠 때까지 다른 실장석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그렇게 해 둔 것이라고 했다. 확실히 삼녀도 처음 보았을때 기겁을 하고 도망쳤으니, 효과가 있었던 셈이었다.
삼녀는 눈앞의 인간이 미웠다. 아무리 분충이라고 해도, 육친을 죽이고 시체를 그런 식으로 다루었으니 밉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말이 옳은 면도 있다. 분충은 솎아내야 한다. 분충이 있으면 일가가 몰락한다. 차녀도 그래서 죽었다. 아니, 차녀는 그나마 멍청한 자실장 분충이기었에 일가의 위기에서 끝나지만, 장녀같이 머리좋은 분충은 언젠가는 공원 전체를 위기로 빠뜨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삼녀는 한숨을 쉬고 속으로 장녀를 원망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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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판지가 언니의 집이라고 했지? 혹시 유품으로 가져갈것이 있으면 어서 챙겨"
직원은 본래 이 골판지 하우스를 폐기처분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장녀에게 말했듯이, 곧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주변을 청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어느정도 진정시킨 삼녀는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무서운 집'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친실장의 말을 어기는 것이긴 하지만, 장녀를 위해서는 그것을 무릅쓰고라도 유품 하나정도는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그중 대부분은 전 주인인 안경 실장의 생체실험 도구였지만, 삼녀는 그런 것을 알 리 없었다.
삼녀는 오직 장녀의 물건을 찾기 위해 맹렬히 적록의 눈알을 굴렸고, 마침내 한쪽 구석에서 익숙한 한장의 수건을 발견했다. 마마와 함께 살 때부터 사용하던, 장녀의 이불이다.
"닌겐상....부탁이 있는 데스."
집에서 나온 삼녀는 수건을 펼쳐보이며 직원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삼녀의 등에는 목없는 장녀의 시체가 업혀 있다. 유품인 수건으로 꽉 묶어 놓았기에 결코 삼녀의 등에서 떨어질 일은 없다. 스스로 묶은것은 아니다. 손가락 없는 실장석에게는 그만한 재주가 없다. 삼녀의 부탁을 받고 직원이 묶어 준 것이다.
손에는 장녀의 머리가 들려 있다. 삼녀가 원했던 대로 이제야 겨우 눈을 감겨주고 검은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되었다. 묶어서 고리를 만들었던 뒷머리도 풀러, 다시 둥글게 말린 롤헤어로 다듬어 주었다.
삼녀는 장녀의 시체를 수습해 자신의 집 근처에 묻어줄 생각이다. 그정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데헥.....데헥....."
하지만 자기보다 덩치가 큰 장녀의 시체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지쳐 서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데프프프프프프픗"
그때, 삼녀의 집 안에서 불청객이 나타났다. 독라다. 아는바가 없는 녀석이다.
"뭐인데스, 독라가 여긴 왜 있는데스, 와타시의 집인 데스, 얼른 꺼지는 데스!"
삼녀는 기력을 짜내 위협을 해 보았지만, 대충 봐도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삼녀의 위협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독라를 웃게 만들었을 뿐이다.
"데퍄퍄퍄퍄퍄퍄퍄!!!! 고기가 고기를 업고 온 데스!! 웃기는 데스!!! 집을 얻으니까 고기가 1+1으로 생기는 데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인 데스웅~!!!"
동족식을 하는 독라다. 희번뜩거리는 눈은 삼녀를 동족이 아닌 음식으로 보고 있다.
맞서 싸울수도 없다. 도망칠수도 없다. 너무나 지친데다가, 등에 업힌 장녀의 시체 때문에 움직임이 둔하다. 더구나 그 시체는 단단히 묶여 있어 바로 떼내어 버릴수도 없다.
독라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한걸음씩 다가온다. 반대로 삼녀는 엉거주춤 한발씩 물러선다.
그때 문득 장녀의 유품을 가지러 '무서운 집'에 들어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수건을 발견해서, 그것으로 몸을 묶었기 때문에, 목숨을 옥죄어 오는 위기로부터 도망칠수 없게 되었다.
삼녀는 '무서운 집'의 저주의 마지막 희생자는 자신이 되리라고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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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나오는 탁아왕과 안경 실장(매드 사이언티스트)은 이전에 썼던 글의 내용입니다. 살짝 연계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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