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주머니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배달요리의 왕이라고 하면 중국요리이다. 근래에는 1회용 용기에 요리를 담아주는 경우도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중국요리는 식사 후 그릇을 비닐봉투에 담아 밖에 내어놓으면 몇 시간 후에 회수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 빈그릇을 담아 내어놓은 비닐봉지는, 들실장에겐 그야말로 보물주머니나 다름없다.
우선 그릇 안에 남은 잔반은 그야말로 들실장에겐 산해진미이다. 짭짤한 짜장면 소스도, 달콤한 탕수육 소스도 너무나 맛있다. 그냥 퍼먹어도 좋지만, 평소에 먹는 음식물 쓰레기나 별 맛이 없는 보존식도 이러한 소스에 묻혀 먹으면 훨씬 맛있어진다. 매콤한 짬뽕국물의 시원한 맛은 자실장보다는 성체쪽이 선호한다. 달콤짭짤하고 아삭한 단무지는 실장석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는 음식이라 더이상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을때까지 쪽쪽 빨아 먹는다.
하지만 진짜 즐거움은 잔반을 모두 먹고 난 후에 있다. 그릇이야말로 최고의 수확이기 때문이다.
짜장면이나 짬뽕 따위를 담는 오목한 그릇은 물이나 보존식 따위를 담는데 적합하다. 자실장이나 엄지실장 정도의 크기라면 욕조로도 쓸 수 있다. 탕수육 등을 담는 넓고 평평한 접시는 일가의 식탁이 되며. 골판지 하우스 위에 엎어놓으면 좋은 지붕이 된다. 단단한 플라스틱제의 접시는 실장석 따위의 힘으로는 절대 깨지지 않기 떄문에 몸을 보호할 방패로도 유용하다. 이렇게 그릇 몇개만 있어도 실장생이 놀랍도록 윤택해진다. 물론 그릇을 담고 있는 비닐봉지 그 자체도 실장석에게 꼭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임은 말할것도 없다.
하지만, 이 '보물주머니'를 얻으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우선 이것을 가져가기 위해 인간의 주거 근처로 가는 행위 자체가 위험하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아닌, 명백히 주인이 있는 물건을 훔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들키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보통은 죽는것이 당연하며, 애호파라도 개념이 있으면 이렇게 인간의 물건을 훔치는 행동에 대해서는 독라로 만든다던가 해서 확실한 제재를 가한다. 무거운 '보물주머니'를 들고 오느라 체력이 떨어졌을때 동족에게 습격당해 보물은 물론 목숨까지 뺏길수도 있다. 위험이 가득한 행동이지만, 어차피 실장생은 위험의 연속이고, 그리하여 수많은 실장석이 목숨을 걸고 할만한 모험이라 생각하여 도전하다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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