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살아가는데스



올해도 후타바시에 겨울이 찾아 왔다.
쾌적하던 가을 공기도 깊이 몸을 찌르는 듯 얼어붙기 시작했고,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선명했던 가을의 색조도 어딘가 불안을 잉태한 어둑함과 추위에 시들기 시작했다.

그런 겨울, 물들어가는 석양녘에 짝맞추듯 어두운 자줏빛으로 물든 거리의 한구석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벌써 일년은 넘긴 것같은 성체 실장석 한마리와 그 옆에 바짝 붙어 함께 온, 
몇개월을 경과해 이제 중실장으로 성장하려는 두마리의 자실장이 초췌해지고 기진맥진한 몸을 움직이며, 너덜너덜해졌지만 가득찬 편의점 봉투를 끌면서 돌아왔다.

실장석.

과거엔 소인, 요정으로 칭송 받았고, 실현 불가능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듯 세상에 실존해서, 항상 사람의 역사 옆에 눌러앉아온, 사람의 형상을 닮고, 사람과 다름 없는 지성을 갖고, 항상 사람의 곁에 눌러앉아온, 인간의 이웃.

그 존재와 생태는 옛날부터 고명한 학자들을 고민케 했고, 규명되기는 커녕 불합리한 점이 많은 수수께끼를 점점 늘려가며 현재에 이르러 어느덧 모호한 것으로 자리 매김되어 버린 세상의 괴짜.

그 와중에 실장석으로 불리는 종(種)은 "해충"으로, 구제불능의 존재로 자리매김되었다.

쥐나 바퀴벌레처럼, 없어져도 별 문제없는데 결코 멸종하지 않을 것 같아 황당할 뿐인, 그런 불쌍한 種으로 태어나 버린 실장석 친자.



"……데에, 그럭저럭 돌아온 데스……"

쌕-쌕-하고 양어깨를 들먹이며 입김 서린 숨을 내쉬고, 땅거미를 타고 불어오는 찬바람을 흘려보내며, 친실장은 그저 공원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테, 겨우 돌아온 테치"
"……피곤한 테치"

자들도 친실장의 그런 안도에 편승하듯 짊어졌던 편의점 봉투를 내려 놓고, 피로해 하며 주저 앉는 등 너무나 경계 없이 방심 한다.

한순간, 친실장은 돌아왔다고해서 쉽게 마음을 놓고, 만약에 있을 위험에 대응도 못하게 주저앉아 버리는 등 위험 행위를 하는 자들을 혼내줄까 했지만 지친 자들의 모습을 보니 꾸중하기가 꺼려졌다.

졸린 눈으로 아침 일찍 일으켜 제대로 밥도 못먹이며 일을 시킨 꺼림칙함, 
하루도 편안하게 놀게 해주지 못하고, 연일 오랜 노동을 시킨 죄책감도 뼈저리게 커지고 있던 탓인지 지친 자들을 꾸짖지 못했다.

게다가, 오늘도 무사히 공원으로 돌아왔으니 잠깐은 쉬게 해도 괜찮겠지, 솟아나는 모성애에 마음이 움직여 자들을 그냥 쉬게 놔두기로 했다.

일단 유사시에는 먹이를 버리고 자신이 자를 안고 도망 가면 될거라고 평소보다 조금 가벼운 마음을 갖지만, 자신만큼은 주위를 살피는 친실장의 경계심은 변함 없이 조심스럽다.

이 친실장은, 공원으로 돌아왔다해도 선뜻 마음을 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란 걸 뼈에 사무치게 잘 이해하고 있는 그런 개체였다.

이 친실장은, 건방진 탓에 내버려지고 멸시당하는 실장석치곤 드물게 주제 파악이 되는, 겸허하고 현명한 개체였다.

─ 방심할 때 위험은 가까이 다가오는 것.

그것을 이해해 있었기에, 무의미하고 변덕스러운 최후가 항상 근처에 떠도는 실장석임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 살아남았다. 

그런 증명된 경험이 친실장에게 확실한 주의를 호소한다.
집으로 돌아왔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끝까지 예민하게 기를 쓰고 주의해야 한다.
아주 조금의 방심이 모두를 파탄나게 할 것이니까.

이걸 자들에게도 알려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처럼 아무도 없는 공원으로 돌아왔다고, 방심하는 게 버릇이 돼 버리면 여차할 때 큰일난다.
어이없이 죽어 버린다.
하물며, 성체가 되어 독립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역량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쉬게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내일, 아니 더 여유 있을 때 가르쳐 주면 되니까.

그것보다도, 지금은 이 자들 대신 내가 공원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친실장인 내가 지금 제대로 경계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고, 
친실장은 더 마음을 독하게 먹으며 한적한 공원을 쳐다보았다.

이제 이 공원에 자신들 이외의 실장석은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자신들이 없는 동안에 어디선가 들실장이 와서 정착했을 가능성도 버릴 수는 없는 거니까.
게다가 그 개체가 똥벌레라면 앞으로의 대응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똥벌레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은 학대파로 불리는 인간이다.
만약 학대파로 불리는 인간이 찾아왔다면, 자신들을 잡으려고 함정을 치고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당장 자들과 공원에서 달아나야 한다.

필사적으로, 손이 피범벅이 되도록 일해 울창한 덤불에 살 곳을 개척했다. 
열심히 옮긴 골판지로 지은 집, 평생 동안 살아온 이 익숙해진 정든 공원을 버리고 정처 없는 방랑을 떠날 두려움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무심코 지금까지 멀리했던 학대파의 공포가 갑자기 떠오른다. 

몸을 떨고, 더 기를 쓰며 친실장은 주위의 수풀을 유심히 바라본다.
시선의 끝에는 평소와 다름 없이 퇴락한 작은 공원의 경치만이 보인다.

친실장은 이 공원의 유일한 물터를 우선 확인한다.
이 작은 공원에는 실장석에게 중요한 생활의 생명선인 공중 화장실이 없다.
그 대신, 놀러온 인간의 자들이 발을 씻도록 후타바시의 배려로 낮춰진 수도와 어린이 전용 공중 급수대가 있다.
친실장은 거기서 출산, 머리 감기, 목욕, 급수 등을 하고 있었다.
만약 동족이 공원에 찾아온 것이라면 우선 물 마시는 곳에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의 깊게 바라봤지만, 물 마시는 곳에는 사용된 흔적은 없고, 배수구에는 마른 낙엽이 가득 있을 뿐이었다.
인간이 사용한 기색 없어 안도의 숨을 내쉰 친실장은 조금 방심했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이젠 낡은 석조 미끄럼틀에, 노는 이 없는 차가운 모래밭에 시선을 보내지만, 거기에도 사람 흔적은 없다.
공원에 점점이 늘어선 거무스름한 나무 벤치들에도 인간이나 동족의 모습은 없다. 
중앙에 후타바 어린이 공원조각이 서있는 큰 대리석 주위에도 없다.

이 공원을 둘러싸는 펜스의 압박감을 줄이고 가을에 식량이 되는 도토리와 빨간열매를 주는 우거진 수풀에도 인간이나 동족의 기색은 없다.

공원에는 어디에도 다른 모습은 없었다.

주변에 아무런 위태로운 기미가 느껴지지 않자,

"…… 괜찮은 데스……"

마침내 친실장은 낡은, 지금은 죽은 친실장의 유품인 편의점 봉투를 옆에 먼저 내리고 간신히 앉는다.

자들은 좀전과 변함 없이 옆에서 서로 재잘대며 어울렸지만 안온한 그 순진함이 맥이 풀려 갔다.

땅거미가 다시 검은 색조로 깊어져 오늘도 하루가 저물고 있는 짧은 시간 속에서 친실장은 그저 깊은 안식의 한숨을 내쉬고 마음 속으로 오늘도 무사히 아무 피해도 없이 공원으로 돌아온 일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먹이가 풍부한 동네로 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매일 목숨을 건다고 밖엔 할 수 없다.
비록 공원에 돌아오더라도 쉽게 안심할 수는 없는 들실장석 생활.
들실장석으로 세상에 살아가려면 기를 쓰고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지만, 실장석으로 태어나 버린 이상,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

천한 동족들과, 하늘에서 변덕스레 날아드는 까마귀, 때까치, 참새 등의 새와 자신들보다 훨씬 더 날쌔고 강한 고양이, 개 등 짐승과 엄청난 수로 덤벼드는 벌레 등과 세상에는 천적이 너무 많다.

물론 구원 따윈 없다.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방심하면, 금새 다른 생물의 간단한 먹이가 되어 버려 허무한 것이 흔한 실장생이다.
그 중에서도 항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 인간이라는 큰 존재였다.
그리고 친실장은 알고 있었다.

─ ─ 인간은 위험한 생물.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을 배웠고, 그리고 깊이 이해하는 현명한 개체이기도 했다.

그래서 불행도 많이 알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물건에 의존하니 인간과 관여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과 딸들의 어두운 앞날도 그런 뻔한 불행을 내포하고 있었다.

새벽 일찍 졸린 눈으로 일어나 차가 달리고,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에몰려 나와, 어디를 봐도 위험한 인간의 거리를 이리저리 약간의 식량을 찾아 한없이 걸어야하고 
비록 오늘 마쳤어도, 내일 또 다녀야 하는 나날에 안이한 희망 따위는 독에 불과하다.

솔직히 지금의 현실도 환장할 지경이다.
하지만, 먹자골목 뒷골목에 있는 쓰레기통의 음식쓰레기를 모으지 않으면 겨울을 날 수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온 가족이 총출동하여 인간의 마을로 매일 안 다니면 오늘 내일의 배를 채울 뿐인 미미한 식량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설상가상, 살 집의 기초가 되는 골판지 상자에 헌 신문이나 수건, 비닐 봉투 등 추워질 미래에 필요한 것은 너무도 너무도 많다.

그런 것들은 모두 인간의 마을에 밖엔 없다.
이 퇴락한 작은 공원의 결실과 가끔씩 밖에 내팽개쳐 진 쓰레기만으로는 도저히 겨울을 날 수 없다.

더구나 자들에게는 지금이 한창 먹을 때.
친실장로서는 되도록 많이 자들에게 밥을 먹여 주고 싶다.
안 그러면 자들은 제대로 성장도 할 수도 없다.

슬슬 먹이찾기도 가르쳐 가야 한다. 
적당한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을 넘겨 봄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들을 떠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성체가 되려는 자를 먹일 자신 따윈 없다.
봄에 성체 실장이 되는 적당한 시기에 이 자들을 독립시키지 않고는 자신도 내년에 살 수 없다.
놀고 싶은 자들에게는 괴로운 날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직 이 자들에게는 알려 주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너무 많다.
자신이 생활방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자들은 살 수 없다. 
비록 자신이 죽어도 이 자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 가르치지 않으면.....

"…… 힘든 데스……"


고민으로 마음이 무거운 친실장. 
하루도 자신과 자들에게 즐거움을 허락해 줄 수 없었다. 
날마다 담담하게, 황량하게, 결사적으로, 무정하게 지나가 버리는 들생활에 천천히 쉴 틈은 없었다.

그나마 작은 안식 시간인  지금 이 저녁. 
목숨을 걸고 뒷골목에 먹이를 찾으러 가고 또 공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는 안되는 위험한 하루를 마치고 오늘도 자가 무사한 일에 안도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위태로운 것이다.

그래도 약간 쉬지 않으면 몸이 배겨나지 않는다.
그래서 잠시 쉰 후에 골판지 집으로 돌아와 모은 먹이를 구분해 오늘 먹을 수 있는 작은 음식을 먹고 보존할 수 있는 것을 저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그 노동이 끝나면 수건이나 신문을 뒤집어쓰고 캄캄한 밤에 의식을 떨어뜨리는 잠에 빠진다.
그리고 다시 아침 일찍 깨어나 다시 먹이를 모으러 마을로 나간다.

힘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자들의 미래만이라도 확실히 보장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은 괴로울 뿐



그냥 들실장에 지나지 않는 자신과 자들이 인간의 애호를 받아 길러지는게 불가능 한건 친실장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세상에 낳다 준 친실장이 그렇게 가르쳐 줬으니.
지금도 친실장 ─ 마마의 가르침이 기억난다. 
태어난 직후에 들이밀어진 현실.

─ 실장석은 불행인 데스.

탄생 직후에 그런 잔인한 현실을 말한다

─ 와타치들은 결코 행복한 존재가 아닌 데스.

달콤한 망상은 독이라고 배웠다.
그 뒤에도 친실장은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인간의 무서움을 말해 주었다.
만약 기르는 것이라면 그건 학대목적으로 밖엔 볼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도 알려 주었다.

─ 학대는 무서운 데스!
─ 손발을 몇번이나 거칠게 뜯어내고, 머리카락이나 옷은 쉽게 찢어버리는 데스!
─ 소중한 돌도 부숴 버리는 데스.
─ 돌을 뺏기고 독라가 되면, 더 살수 없는데스.
─ 들실장 이라면, 헛된 꿈을 갖지 마는 데스.
─ 그것보다 일을 더 기억하는 게 중요한 데스.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고, 친실장은 실장석으로 태어난 것을 저주하고 이를 소리나게 꽉 깨물며 원망처럼,

─ 인간에 관련되면 봉변을 당하는 데스.

씁쓸한 말을 흘리고

─ 인간과 절대 엮이지 마는 데스.
─ 인간은 모든 것을 간단히 빼앗아 가는 데스.
─ 인간은 악마 데스.

성체가 된 지금도 그 가르침은 맞다고 본다.

실제로, 길러지려고 천박한 짓을 태연히 해치우던 머리가 나쁜 동족들 
─분충들의 말로와 인간의 무서움도 많이 봤다.

자신이 아직 자이던 때에. 
자신이 아직 작고 세상을 모르던 자실장 때. 
이 공원에는 똥벌레가 질리도록 많았다.

다른 실장석의 자는 물론이고 굶주림이 심해지면 제 자식조차 가책 없이 먹어대고 태연히 과대 망상에 사로잡히는 개체들. 

그리고 최악인 것은, 주위의 관계 없는 것을 실장석들까지 모두 끌어들여 불행하게 하는 개체였다.

처음 본 똥벌레는 공원에서 가장 싫어하던 최악인 개체였다.
남의 자를 덮쳐 죽여서 먹고, 제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가서 약탈을 거듭하고, 너무 최악이었던 생물.

마마도 저 녀석은 위험하다며 항상 숨어서 똥벌레란 어떤 것인지 가르쳐 주었다.

─ 분충은 최악의 생물인 데스.
─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데스.

결코 가까이하지 마라, 상관하지 말라고 언제나 숨듯이 하고 매일을 보냈다.
평생 그 똥벌레를 피하며 살아가야 하느냐고, 어린 마음에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먹이수집도 안하고 주로 동족을 덮쳐 자를 먹는 나태한 똥벌레가 언제까지 평화롭게 지낼 정도로 세상은 달콤하지 않았다.

어느 날이다.
그 똥벌레는 공원에 왔던 길러실장 가족을 덮쳐서 죽여 버렸다.
예의 바르고, 다른 실장석들에도 친절해서 존경받던 길러실장 일가를 그 똥벌레는 잔인하게 모두 도살해 버렸다.
즐겁게 공을 굴리며 놀던 세마리의 자를 주저없이  밟아 뭉개고 물어 죽였다. 
희미하게 살아남아 있던 자를 살리려는 친실장조차도 물어 죽였다.
참살한 가족 모두를 배부르게 먹은 뒤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 똥벌레는 길러실장의  호화로운 옷을 서투르게 입고 득의 만면, 태연하게 그 주인에게 가족인 길러실장과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때 그 분충은 얼마나 달콤한 망상에 젖어 있었을까.
도대체 성공할 수 없는데. 
마마 말대로, 달콤한 생각은 몸을 망치는 이유다.
그 똥벌레는 바로 그런 망상의 덩어리였다.

물론 그 똥벌레 말로는 상상 그대로였다.
갑자기 자기 애완동물의 옷을 입고 나타난 더러운 들실장에 경악의 눈을 돌린 주인에게, 
똥벌레는 투분을 하며

─ 데퍄퍄퍄! 오늘부터 너는 나의 똥노예 데스.
─ 노예! 빨리 스테이크와 컨페이토를!

하지만, 똥벌레는 컨페이토우를 맛보기는 커녕, 키워지기는 커녕, 격앙된 주인에게 실컷 얻어맞고 분대에 담고 있던 길러실장들의 고깃덩어리를 공중에 토해내며 땅바닥에 나뒹굴고 일어나자 곧 얼굴을 박힐 정도로 맞고 그대로 몇번이나 몇번도 땅에 굴려지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도중에 죽는 행운조차 오지 않아서 숨을 할딱거리며 반죽음이 된 똥벌레는 머리와 손발이 거칠게 뜯어내져 달마 독라가 되고 만다. 

그리고 또 때리고 걷어차고 일그러뜨리는 행위를 몇번이나 몇번이나 하던 성난 인간은 마지막으로 분충을 슬슬 밟아 뭉갰다.

─ 데샤아아아아아! 싫은 데샤아아아아아!
─ 죽고 싶지 않은 데스우우우우우!
─ 용서해 주는 데스! 인간님 데스!

추악하게 울부짖으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결국 그냥 맥없이 짓밟혀 버렸다.

그 무서운 똥벌레가 아무것도 못하고 저항도 못하고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하면서 울부짖기만 할 정도로 인간은 그저 무서웠다.
그것이 인간의 무서움이라고 배워나가는 가운데, 인간은 그 똥벌레의 비참한 마지막을 비웃던 구경꾼 들실장들도 주저 없이 죽여 갔다.
도망가는 들실장을 짓밟아서 죽이기, 도망치지 못한 들실장의 머리를 잡아 옷을 벗겨 내고, 머리를 쥐어뜯기, 뭉개질 정도로 움켜줬다 힘껏 바닥에 팽개치기.
모두 죽을 때까지 그걸 계속 되풀이하고 갔다.

그런 처참한 자초지종을, 친실장은 수풀에 숨어 억지로 보게 하며 가르쳤다. 
바지를 녹색으로 더럽히고 폭폭 실금한 채, 한마리의 똥벌레 때문에 관계 없는 무리도 모두 죽어가는데 그냥 겁먹었다.

─ 인간은 무서운 것.
─ 똥벌레와 엮이면 좋을 일이 없다.

일방적으로, 실장석이라는 사실만으로 무질서하게 살해당해 버린다는 사실.
절대로 인간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
결정적인 현실들을 보여주던 살육이 끝난 뒤 주인은 찢어진 옷들을 유품으로 들고 슬픈 표정으로 공원에서 떠나갔다.

동족의 시체가 몇개나 뒹굴고, 늦깎이로 온 배고픈 동족들이 그걸 갉아먹고, 아직 입을 수 있는 옷 등을 모아 뜻밖의 수확으로 열심히 치워 나가는 가운데, 마마는 그것을 보고 가련하다는 표정이었다.
결코 그에 동참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며 마마는 내뱉듯이,

─ 방심하면 그 똥벌레의 동료가 돼버리는데스.
─ 네가 낳은 자들 중에 똥벌레가 있으면 저렇게 되어 버리는 데스.

그렇게 가르쳐 줬다.
타고난 똥벌레보다, 도중에 똥벌레가 되는 걸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

그래.
조심하지 않으면 그 어리석은 똥벌레 처럼 된다.
분충에겐 저런 마지막 밖에 기다리지 않는다.
그런 비참한 죽음은 절대 싫다고, 떨면서 마마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며 집으로 돌아오던 황혼 때.
그 석양이 너무도 서글펐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실장석으로서의 현실.
그것을 보아 버린 뒤 자신이 실장석인 것이 절망밖에 주지 않았다.
왜 실장석으로 태어나 버렸는가.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
물론 그런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으니 그저 실장석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고달픈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실장석으로 살아가기.
그것은 추악한 실장석의 세계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도 했다.
결코 동족끼리 도와서 헤쳐 나가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완벽하고 아름답다고 맹목적으로 믿고 그 무서운 인간 모두를 자신의 노예로 생각 하고 있는 동족들.

선한 개체도 있지만 그런 드문 존재는 당장 목숨을 잃는다.
무의미하게 인간을 화나게 하다가 소중한 머리카락이나 의복을 내주고 노예 독라가 되고, 동족들에게 만신창이가 되어 공원에 내팽개쳐 지는 분충들과 동족의 마지막을 자실장 때 많이 봤다.

왜 모두 마마처럼 배우지 못했을까?
인간의 애호를 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공원 밖에 가 먹이를 얻는 것이나, 빨래를 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일이나, 인간에 키워지지 않아도 살아가는 방법은 있는데 
왜 그것을 실천하지 않을까.

─ 인간에게 엮여서 좋을 일이 없다.

그것이 실장석으로 태어나 배워야 할 일인데.
인간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먹이 얻는 법을, 생활의 기술을 확실히 기억하고 가면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왜 다른 실장석은 그게 안 되는 것인지.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이라는 걸 왜 눈치채지 못하는 것인지.

새와 개, 고양이, 벌레보다 위에 서는 것이 인.간.인데.
만약 인간을 성나게 해 버리면 공원에 살아가는 모든 실장석들은 오늘 해가 지기 전에 모두 죽을 판인데.
그런데도 왜 저렇게도 쉽게 똥벌레의 나락에 빠져 버리는 것인가?

그걸 알고 가르친 마마는 훌륭한 실장석이었다.
그런데도

"……마마……"

마마의 마지막은 너무 비참했다.
지금도 그 최후는 납득할 수 없다.
왜 바보같은 똥벌레도 아니고 상냥하고 훌륭했던 마마가 그리 끔찍한 죽음을!
지금 생각해도 너무 불합리한 최후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역이 된 마마.
그렇게 착한 마마였는데,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야 했을까.

─ 그래, 가을의 시작이었다.

공원의 나무 열매가 겨우 여물어서 공원의 실장석들이 경쟁적으로, 필사적으로 겨울나기 먹이를 모으던 때.
그때는 마냥 들떠 있었다.
처음 맞는 겨울나기를 열심히 준비하려고, 또 나무열매를 많이 주워 마마에게 칭찬받으려고
즐겁게 헐떡거리고 있었던 것일까.
춤추는 기분으로 광장으로 나와 열매가 구르는 수풀로 걸어가는데 왠지 광장에 실장석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모일 이유가 없다고 물음표가 띄워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모인 들실장들 끝에는 감색 작업복을 입은 인간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시에서 파견한 실장석 구제업자들 이었다.

물론 자실장인 그녀가 그걸 알 턱이 없어, 이상한 옷을 입은 인간들이라고 신기해하며 보고 있었지만, 마마는 그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멍하니 절망을 비치고 있었다.
그 인간들에게 다른 실장석들은 먹이를 달라고 시끌시끌 모였고, 탁아를 하려 하고, 자기도 키우라고 인간에게 아양를 팔고 있었다.

인간들은 그런 실장석들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주 익숙한 동작으로 공원입구를 큰 함석판으로 굳게 막고, 출입구가 될 모든 것을 감싸 공원을 굳게 닫아 버렸다.

마마가 곁에서

─ 지금은 움직이면 안 되는 데스우!

귀띔하는데, 
한 인부가 구제봉으로 치기 시작했다.
힘껏 내려쳐진 봉은 실장석의 목을 베고 살을 찢어, 실장석의 몸과 머리를 쉽게 나눴다.
머리가 깨진 실장석은 뇌장을 주위에 퍼뜨리며 죽어 버렸다.

일제히 달아나는 들실장들에 인간들이 덮쳐왔다.
인간들은 실장석을 차별없이 죽였다.
갈팡질팡하는 동족을 헤치며 마마는 나를 살려 줬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날고, 깔아뭉개지고 고기가 찢기는 동족들의 살육 앞에 왜 와타치들이 이런 꼴을 당하는가? 하고 마마의 손을 잡으며 울상을 짓자

─ 데샤아!!!!!!!!!!!!!!!!!!!!!!!!!!

똥벌레가 인간을 화나게 해 버린 데스.
친실장은 외치며 쏘아붙였다.

─분충 때문인 데스! 똥벌레 때문에 무서운 게 시작되어 버린 데스!

분충이 인간을 화나게 해 버렸다고 친실장은 탄식하며 똥벌레들 때문에 자신들도 휩쓸려 버렸다고 원망을 흘리던 표정은 너무도 두려웠다.

그래, 그 길러실장 일가를 죽인 똥벌레 때문에 이런 참상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구제"는 인간이 하는 가장 무서운 행위.
실장석을 누구누구 상관 없이 죽이는 행위.
좁은 공원 안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다며 갈팡질팡하는 실장석들을 인간은 가차 없이 그냥 죽여 갔다.
봉으로 때려죽이고, 약을 뿌려 괴로워하며 뒹굴며 죽게 하고, 별 생각없이 실장석을 죽여가는 인간들.

가장 무서웠던 것은 약으로 몸부림치는 실장석을 거세게 잡아 올려, 소중한 머리카락을 거칠게 뜯어내고 옷을 난잡하게 벗겨 찢어 버리고, 독라로 만들어 탁한 봉투에 집어 넣던 그 행위.

아무리 위협해도, 아양해도, 살려달라고 애걸하며 소중한 자를 내밀어도, 수치를 참고 가랑이를 벌려 총배설구를 보여도, 
인간은 결코 용서해 주지는 않았다.

게중엔 쓸데없는 저항을 한 실장석들도 있었다.
돌을 던지고, 나무가지로 때리고, 물어뜯고 하던 개체들도 있었지만 결국 어이없이 죽어간다.
모든 것이 쓸데없는 저항이었다.
공원 전체에 일방적인 참상이 전개되었다.

그 잔인한 광경에 몸이 굳어버린 자신을 친실장은 부드럽게 껴안고 땀투성이가 되어 숨을 어지럽히며 인간들로부터 지켜 줬다. 
인간의 사냥에서 벗어나, 수풀 안에 만약을 위해 함께 마련한 움막에 자신을 숨겨 주었다.
그리고 마마는 나뭇가지와 잎으로 입구를 부랴부랴 막기 시작했다. 





마마도 들어오라고 외쳤지만, 
마마는 열심히 비닐 봉지를 씌우고 위에서 잎으로 자루를 덮어 입구을 닫고는

─ 이 굴은 너만의 굴인 데스.

그리고 마마는 인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끼가 되어 주었다.

─ 이별인 데스.
─ 절대 굴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데스.
─ 너는 지혜롭고 착한 자인 데스. 
─ 마마의 자랑인 데스.
─ 훌륭한 마마가 되는 데스우.

이별의 마지막 말을 남기고 스스로 인간의 시선을 돌리려고,

─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질러 인간을 위협하고 인간에 맞섰다.

사람에게 이길수는 없고 그나마 인간의 다리 사이를 뚫으며 필사적으로 주의를 끌며 도망 다니는 친실장의 모습.
골골 하면서도 달리며 무서운 인간들을 멀리 떼내 주었다.
그 때 와타시는 아무것도 못한 채, 단지 그것을 구멍에 숨어 지켜보기만 했다.

마마 도망치는 데치! 

구멍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그걸 계속 보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못 했다.

이윽고 인간들이 하나 둘 늘어나, 농락하듯 서서히 퇴로를 완전히 에워싸며 친실장을 몰아넣어 갔다.

도망 쳐! 도망 쳐! 

목소리를 낮추며 마마를 지켜보다 눈치를 챘다.
인간은 일부러 달아나는 친실장을 이리저리 즐겁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마치 축구를 하고 있는 같은 놀이감각으로 필사적으로 갈팡질팡하는 친실장를 내려다보며 웃으며 맹렬히 추적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꿰뚫어 보는 것 같던 무서운 미소, 
그리고 필사적이 되어 있던 친실장를 몰아 가는 그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언제든지 쉽게 잡을 수 있는데도 심심풀이로 희롱하며 친실장를 몰아가던 그 악한 행위에 지금도 공포를 느낀다.

그런 인간의 여유와 달리 친실장은 피로가 쌓이고 숨이 어지러워지며 뛰던 속도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늠하던 인간은 그렇게 지친 마마의 배를 가차 없이 박찼다.

복부 한가운데를 깊이 박히는 둔통!
갈비뼈가 모두 깨져 내장에 어지러히 박혔다. 
찢긴 혈육이 체내에 확산되면서 식도까지 올라와, 분대에 있던 음식물 쓰레기와 토사물 섞인 피 구역질을 마구 내뱉는다.
그리고 땅바닥에 큰대자로 격돌해 옷과 피부를 찢기면서 데굴데굴 굴렀다.

실컷 울부짖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고, 
흘러 넘치는 눈물을 훔치지도 못하고 달아나서, 
돕지도 맞서지도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었을 뿐인 자신. 
어이 없는 무력함에 깊은 절망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마는 최후를 맞았다.
인간은 쓰러져 있던 마마를 집요하게 몇번이나 툭툭 건드리며 밟아 굴리다가 
비웃음 띤 야비한 미소를 던지며

"어째 더 이상 도망 가지 않는지? 똥벌레~♪"

하고 친실장을 차 밀쳐 댔다.
물론 이제 아무것도 답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숨도 끊어질 듯하고 더는 즐기지 못할 깨달은 인간은 유감스러운 듯 투덜거리다 
친실장의 구부러진 발을 마구 잡아 올렸다 

인간은 휴대 전화 링갈을 쓰고

"있잖아, 똥벌레 양♪ 너의 더러운 자충은 어딨지?"

하고 물어 왔다.

거꾸로 붙잡혀 버둥버둥 거리며 피섞인 숨을 몰아쉬던 마마는

"……자는 어제 먹은 데스…"

하고 거짓말을 했다.
인간은 웃으며 마마의 소중한 앞머리를 힘껏 쥐어뜯고는

"그래, 그래,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분충~♪ 너의 새끼님은 어디에 있나?"

뽑아낸 앞머리를 천연스럽게 마마의 눈 앞에서훌훌 흩으며 야비한 얼굴로 물었지만

"데─ ─에샤아! 그것보다 나를 키우는데스! 그러면 얼마든지 자를 낳는 데스!"

하면서 마마는 버둥버둥 날뛰었다.
추한 꼴이라며 그 인간이 비웃었지만 마마는 필사적으로 인간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대량의 똥을 그냥 흘리고, 그 위에 피섞인 침을 뱉어 보기 흉한 분충 역을 맡아 주었다.
그것이 주효했는지, 남자는 

"뭐야, 정말 똥벌레 였나?"

하고 아쉬운 듯 중얼거리며 마마의 옷과 앞머리 뒷머리를 거칠게 잡아떼어 독라로 만들었다.
마마는 그래도 필사적으로 분충흉내를 냈다. 

그리고 그대로 목뼈가 꺾여 버렸다.
아니, 그저 꺾는 거론 만족하지 못했는지 꺽은 후 늘어진 목을 나사라도 돌리듯 빙빙 돌리며 거칠게 뜯어내 버렸다.
목이 처참하게 뜯겨진 신체의 손발이 심한 경련을 하는 가운데 마마는 간단히 죽어 버렸다.




 ─ 이제 나 혼자이다.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절망이. 혼자 살아남아 버린 죄책감이. 한꺼번에 짓눌렀다.
그 중압에 가슴의 돌이 부서질 뻔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자제하면서 구토를 할 정도의 혐오감을 버티며 그냥 숨을 눌러 참았다.

인간은 그저 담담하게 그리고 조용히 자기가 죽인 마마를 지저분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듯 
봉투 속으로 던져 넣었다.

공원에 있던 모든 실장석의 무참한 시체가 쌓인 봉투중 하나에 마마는 쉽게 던져 버렸다.
그것이 마마의 마지막이었다.

깨끗이. 
죽어 버렸다.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죽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라며 마마와 함께 죽겠다고 밖으로 뛰어나가려다

─ 훌륭한 마마가 되는 데스우.

걸음에 힘이 빠져 뛰어나가지 못했다.
살아남기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살려지기 위해서.
그런 만큼 참았다.

이윽고 어이 없는 구제는 끝났다.
마마나 다른 실장석을 죽인 인간들은 공원에 있던 모든 실장석을 몰아 넣은 자루를 산더미처럼 트럭에 싣고 오물과 피로 넘치는 공원을 청소하고 주인을 잃은 골판지 하우스 전부를 철거해 공원에서 실장석의 흔적을 지워 버렸다.

이윽고 해가 떨어지고 아주 고요해졌을 무렵에 자는 겨우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리고 공원을 정처 없이 걸었다.

어디에도 아무도 없다.
실장석이 없는 공원.
공원 밖의 인간의 마을에는 불빛이 있고 따뜻한 것이 많다.
하지만 이 공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혼자가 되어 버린 절망에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래, 이것이 전부다.

그녀는 그걸 깨닫고 말았다.
마마도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걸 이제 겨우 알게 됐다.
그 와중에서 나를 키워 주고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
갑자기 죽고, 갑자기 구제되고, 갑자기 빼앗기고- 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들실장으로 태어난 현실을 친실장의 죽음으로 겨우 알게 됐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

이 세상은 원래 부터 그랬다.
그리고 내일부터 혼자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밥도 잠자리도 화장실도 세탁도 모두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혼자 그냥 무작정 살아왔다.

공원의 나무 열매를 먹게 되고, 마마가 가르쳐 준 공원 밖의 먹이터에 가서 차나 사람의 눈을 피하며 하루 하루를 그냥 살아 왔었다.
매일을 그저 살아 왔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데스. 
게다가 그 이후 구제는 아직 없었든데스.
당장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은 데스……"

그래, 이제 지나간 일을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평온 무사하게 매일 매일이 지나가고 있으니 별로 문제는 없다.

그것보다 눈앞에 있는 자들을 키우고 겨울 나기를 준비하는 등 
앞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자가 있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런 친실장의 심정을 헤아렸는지 두마리의 자들이

"마마, 괜찮은 테치?"
"너무 무리하면 싫은 테치"

불안한 듯 염려해 주었다.
그런 자들의 순수한 친절함에 눈물샘이 느슨해지고 만다.

"……괜찮은데스, 마마는 조금 지쳤을 뿐인데스"

친실장은 마음고생, 몸고생을 감추며 자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마마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더 놀고 오는 데스"
"!…… 더 놀고 와도 괜찮은 테치?"

불안한 되물음에 친실장은 미소를 띠며

"좋은 데스. 많이 놀고 오는 데스"
"좋은 테치♪ 오랜만에 노는 테치♪"
"언니짱, 빨리 노는 테칫♪"

피로도 모르는지 분발하는 두마리.

"너무 멀리 가면 안 되는 데스"
"알겠는 테치이"
"인간을 조심하는 테치이"

순순히 대답하며 노는 두마리.
배려깊고, 지혜롭고, 서로 돕고 살아 가는 두마리의 자랑스런 자들. 
오늘도 찰과상 하나 없이 산 것은 정말 복받은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불행이 붙어다니는 실장생에서 이 착한 두마리 에게만은 오늘같은 행운이 끝까지 이어져 달라고 그냥 순수하게 바랐다.
그런 친실장의 간절한 소원도 모르고 자들은 천진 난만하게,

"언니짱, 기다리는 테치"
"동생짱, 분발하는 테치"

하며 씩씩하게 숨바꼭질을 한다.
그런 두마리의 모습에

(정말 좋은 자들인 데스. 나는 행복한 데스우)

쌓였던 피로가 사라지고 심신이 씻겨 나가는 것 같은 행복을 점차 따뜻하게 느끼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많이 먹이자.
빵의 바깥부분이 잔뜩 채워진 친실장의 유품인 편의점 봉투를 쓰다듬으며 
즐거운 저녁을 기대한다. 
언제나 거친 음식밖에 먹지 못하는 한심스러움도 오늘은 하루 떨쳐버리고,
맛있게 떠들며 저녁을 같이 먹자, 
열마리의 자들이 얼굴 가득 기뻐할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

10 마리?

"……데에..."

공원을 비추는 가을의 황혼과 어둠 속에 녹는 어둑한 자줏빛의 감상에 
신체에 쌓인 피로가 더해진 때문인지 
친실장은 먼 옛날을 생각하며 봉인해 뒀던 아픈 기억을 붉은 허공에 떠올리고 말았다.

"…… 적은 데스……"

그렇다. 
자는 처음에 열마리가 있었다.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지금은 단 두마리만 있다.
"……미안한 데스……"

조용히, 죽어 버린 8마리의 자들에게 친실장은 말한다.
행복을 느껴 버린 일이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죄악처럼 느껴진다.
그대로 깊은 후회에 시달리는 가운데 마마의 말씀을 떠올려 버렸다.

─ 자를 많이 갖는 것은 불행인 데스.
─ 자가 많으면 키우기 힘든 데스.
─ 그래서 난 너 이외의 자를 다 솎아냈던 데스.

자신이 마마에 뽑힌 이유.
태어났을 때 마마에게 인사를 한 것은 나 뿐이었다고 한다.
그 이외의 자들 인사도 못하고 깔깔 웃으며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다.
마마는 나만 집에 데리고 돌아왔다.
다른 자들은 그 자리에서 목을 부러뜨렸고, 시신은 모두 수풀에 묻었다고도 알려 주었다.

자를 낳고 하나만 선별. 다 거둬선 안 된다.
많이 거두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그래,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 폭염 가운데, 그토록 고생해 낳아 놓고도 가을까지 살아남은 자가 단 두마리뿐인 것은 자신의 능력부족이었다고, 지금 노는 두마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진다.

죽어 버린 8마리의 딸들의 최후....

여름의 저 불같은 무더위 속에 물도 못 마시고 말라 죽어 버린 사녀, 오녀, 육녀의 괴로운 표정이 떠오른다. 

끝까지 쉰 목소리로 마마라고 부르며 신음하며 눈물을 흘리며 열사병으로 사흘 낮 사흘 밤 고통 받다 죽은 세마리의 자들. 
그들에게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할 수 있었다면...
인간이 마음대로 공원의 수도만 잠그지 않았어도 그 자들을 살릴 수 있었다.
동네에 몇번이나 몇번이나 결사적으로 나와 페트병에 물을 가득 뜨러 갔었는데 그 자들은 못 살렸다.
다른 자에게도 물을 주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자신도 물을 안 마시면 죽어 버린다.
자신이 죽어 버리면 이 자들은 살지 못한다.
그런 절박한 가운데 당연한 결말로 그 자들은 죽어버렸다. 

첫 먹거리 모으기를 하러 마을로 나갔다 
어이없이 차에 치여 검은 아스팔트에 녹색의 얼룩으로 변한 삼녀도 떠오른다.
주워도 주워도 자가 원래대로 돌아오진 않았다.
죽었다고 매듭짓고 그 자리를 떠나야 했던 박정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다른 자들도 죽었다.
지금까지 구하지 못한 딸들의 죽음이 꾸벅꾸벅 백일몽처럼 뇌리에 떠오르자 
또 마음이 찢어지듯 아파진다.
위석에 균열이 생기는 듯한 공허한 통증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그만큼 딸들의 죽음은 슬퍼도 어쩔 수 없었다.

가족 전원이 이 자줏빛 황혼을 보고 싶었다.
그 똥벌레 7녀도 함께.

"……7녀짱……"

이름을 중얼거리자 7녀가 눈앞에 있었다. 
등뼈 부러지는 소리, 
꾸불텅하게 휘어진 고기의 감촉이 생생히 손에 살아난다.
되도록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도 길들여 고칠 수 없던 그 지나친 똥벌레 기질 때문에 솎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분충은 솎아 내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하게 된다.

그래, 나는 마마가 가르쳐 준 소중한 일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자신을 포함한 가족은 모두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의 행위에는 후회는 없다.

어쩌면 구할 방법이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해 죽여 버린 것, 결국 자신의 무능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자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변명도 한다.

자기 여동생을 노예라고 말하며 웃는 그 지나친 썩은 근성에 공포심을 느꼈다.
그래도 본심으로는 구하고 싶었다.

어쩌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없었다.

없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가능성을 생각한들 뭐가 어떻게 될까?

그래 없었다. 구할 희망이 없었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7녀의 분충성을 고치려고 노력 했으니, 이제 와서 이런저런 생각해도 의미 등은 없다.

7녀는 가족끼리 힘을 합쳐 살지 않으면 안된다, 여동생과 언니를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 먹거리 찾기와 배변을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귀중한 하루 종일 아무리 가르쳐도 무엇 하나 듣지 않았던 똥벌레 였다.
결코 자신의 썩은 생각을 바꾸지 않고 흥분하고, 화내고, 왜 그런 일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냐고 마마가 틀렸다고 나무라며 
인간 따위 나의 매력으로 똥노예로 만들거고, 마마는 못생겨서 이런 비참한 생활을 한다고, 제멋대로 근거 없이 지나친 우월감을 내세우고, 잘못된 얄팍한 지식을 떠들어 댔다.

그 보기에도 보기 흉한 분충 발언에 화가나, 감정에 몸을 맡기고 7녀를 두들겨 팼다. 
경련하며 쓰러진 자에 달려갔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안아 일으키자마자 7녀는 버둥대고 울부짖으며 어미의 손을 물어뜯고 똥벌레라며 자신을 윽박질렀다.
믿을 수 없었다.이렇게 까지 똥벌레였다니.
쇼크로 방심한 자신의 팔에서 허둥지둥 도망친 7녀는

"저질 노예가 나에게 손을 댄 테차!"

하며 계속 듣기 힘든 폭언을 미친 듯이 떠들어대며 똥을 던져 왔다.

걱정은 허사였다. 
이 자는 똥벌레이다. 옛날 본 그 똥벌레와 같다. 모든 것을 잃게 한 그 똥벌레와 같다.
마마를 앗아간 원인을 불러 온 그 똥벌레와 같다. 나한테서 똥벌레가 태어나 버렸다.
나는 똥벌레를 낳고 말았다.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을 흘리듯 탈분도 했다. 그렇게 울고 있는 자신을 보고,

─ 칫푸푸! 똥노예가 똥더미에서 우는 테칫!

하며 자신이 강하다고 치명적인 착각을 일으킨 7녀를 보고 생각 했다.
모든 것을 파멸로 몰아간 똥벌레. 이 자는 틀림 없이 그 똥벌레와 같다.
이제 솎아 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결단할 수 밖에 없었다.
솎아 내지 않으면 그때 같은 일이 또 생긴다.
솎아 내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나마의 자비로, 괴롭히지 않고 웃으며 7녀를 안아 올려 이미 하루도 끝나 땅거미가 지던 밖으로 데려갔다.
뒤로,

"마마, 어디에 가는 테치이?"
"7녀짱, 어디 가는 테치이?"

하는 딸들의 목소리를 두고 7녀를 꾀어냈다. 
7녀는 자신이 솎아내지는 걸 모른다. 그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깔깔 웃던 7녀.
잠시 집에서 벗어나 걸은 후에야 쫓겨난 걸 겨우 눈치 챘는지, 7녀는 가만히 이쪽을 보았다.
그때, 7녀는 당장 죽을 걸 예상조차 못한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이 변하기 전에 7녀의 목을 부러뜨렸다. 
7녀는 깨끗이 죽었다.

옛날 친실장 처럼, 동족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땅속에 7녀의 시신을 묻었다.
묻기를 마친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뚝뚝 흘렀다. 그저 흐느끼면서 7녀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충 울음을 마친 뒤 힘없이 터벅터벅 골판지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7녀는 어떻게 됐냐고 자들이 묻는다.
말을 지어내고 얼버무리려고도 생각했지만 거짓말을 하다 들키면 자들과의 관계가 깨진다.
마마가 우리를 속였다고 당장이라도 달려 들 듯 한 울음, 떨리는 자들의 비명이 뇌를 가늘게 옥죄었다.

확실하게 지금 여기에서 똥벌레 일을 가르치지 않으면, 이 자들의 장래도 암담한 것이다. 
숨기는 것도 이 자들에 좋지 않다. 
자들을 위해 친실장은 숨기지 않고 7녀는 지금 솎아 냈다고 말하고 똥벌레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딸들에게 마디마디 타일렀다. 
자들에게 솎아내기를 가르쳤다.

그 자는 대책 없는 분충이라서 버렸다고 똥벌레는 여동생들이나 언니들을 예사로 죽이고 먹는 나쁜 자라고, 만약 살아 있으면 와타치들은 지금 이상으로 힘들 거라고.

그리고 마음 속으론 '나는 결코 나쁘지 않다' 고 자신을 필사적으로 타이르며 자들에게 똥벌레 솎아내기를 제대로 가르쳤다. 
솎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딸들은 그자리에선 알아 줬는데... 속으로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친실장은 아직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불안이 있다.

탈분하며 무서워하던 자들의 그 질겁한 표정은 틀림없이 자기를 두려워한다는 증거.
7녀를 솎아 내 분충은 없어졌지만, 자들은 예전과 달리 순순히 따르지 않게 되었다.
지금의 태도도 공포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 자기만 마음에 들려고 아양떠는 건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도 자신을 무섭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런 생각들이 난다.
새삼 자신은 최악인 친실장라는 생각이 든다. 자를 제대로 돕지 못하고 죽여 버린 것에서 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

어쩌면 방법은 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솎아 버린게 아닌지 새삼 괴롭다.

"...... 그래도 어쩔 수 없던 데스... 다른 방법이 없었던 데스"

중얼거리며 친실장은 우울한 기분을 털어냈다.
그래,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을 키워 준 마마가 가르쳐 준 삶의 기술을 단지 실천한 것 뿐이니.
자신을 키워 줬던 훌륭한 마마가 가르쳐 준 일이 잘못일 수 없으니까. 그러니, 틀리지 않았다.

"...마마가 가르쳐 준 것, 무엇 하나 틀린게 없었던 데스... 지키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데스……"

그렇게 살아 왔다. 살기 위해서, 자를 솎아 냈다. 
죽은 자의 일 따위 잊었다. 
이제 와서 죽은 자를 생각해도, 무의미하다.

살기 위해서는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실장석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괴로운 일은 잊을 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자들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너무 힘든 일이 많다.
늦가을, 초겨울 해질녘의 어슴푸레한 자줏빛 쓸쓸함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한다.
그런 땅거미에 친실장은 단지 눈물을 흘릴 뿐.

─ 왜…… 이렇게도 잃어 가는지.

다만 와타치들은 살아 있고 싶은 것뿐인데.

─ 왜 이렇게 쉽게 잃어 가는 것인지.

어쩌면 내일, 모든 것을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이 때도 모두 잃을 가능성은 있다.
우리는 잃는 수 밖에 없냐고, 슬픔이 몰려온다.

만약.
만약, 지금 있는 행복의 모두를 잃어버린다면 다시 살아갈 수는 없다.
가슴이 아프다.
지금까지의 슬픔이 위석을 쳐 깨져 버릴 것 같다.
차라리 깨져 버리면 편해 질 것 같은 느낌이다.

"……마마, 정말 괜찮은 테치이?"
"……마마, 무리하면 안되는 테치이"

자들은 불안하게 와서 묻는다. 그 소리에

"…… 괜찮은데스……"

주르륵 흘러 넘친 눈물을 훔치고 젖은 뺨을 대충 닦았다.

그래, 아직 죽을 시간은 아니다.
이 자들이 독립하고, 자신과 똑같이 가족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 죽을 수 없다.

"……내일도 일찍부터인 데스. 집에 돌아가 밥을 먹는 데스"

"우와-, 밥 테치이 ♪"
"맛나 맛나 밥 테치이 ♪"

타박타박하고 걷는 자들을 보면서 자줏빛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본다.
서글퍼 보인 하늘이 지금은 가슴의 통증을 덜어줄 색으로 보인다.

희망은 있다.
저 자들도 어차피 자신과 똑같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결단하고 살아갈 날이 온다.
그 날까지 내가 키워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산다.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산다.

친실장은 어둠 속을 걷고 자들을 뒤쫓아 간다.
함께 오늘도 밥을 먹기 위해.
그리고 내일도 밥을 먹기 위해.
친실장과 자는 집으로 걸어간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