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에 날씨가 너무 좋아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공원을 걷던 중 한 실장일가가 눈에 띄기에
잠시 거리를 두고 보기로 했다.
“마마! 마마 이거 보는 레치!”
“뭐인 데스?”
“우지챠한테 프니프니 해줬더니 기뻐하는 레치!”
“오네챠 고마운 레후~”
“우지챠도 엄지챠도 다들 착한자인데스
칭찬하는 뎃스웅~”
“렛츙~”
골판지도 나름 잘 꾸며져 있고
가재도구도 잘 갖춰진데다
엄지와 구더기까지 자로 받아들이는
정많은 개체인거 같았다
게다가 분충이 한 마리도 없는 걸보면
솎아내기도 철저히 하는 개념실장이 틀림없었다.
“이야~ 저런 훈훈한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훈훈해진단 말이야”
“거 참 한심한 일가인 데스,
보나마나 친이 이번 봄에 독립해서
처음으로 자를 낳은게 분명한 데스
미숙한 게 딱 눈에 보이는 데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나길래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성체실장 한 마리가
가득 찬 비닐봉지를 들고는
개념일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쟤들이 한심하니? 가재도구도 잘 갖췄고
자들도 분충은 잘 솎아낸거 같고
게다가 정도 많은 개념 실장이잖아.”
내 말을 들은 들실장은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닝겐상의 말이 맞는 것 처럼 들리지만
저 일가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는데스”
“치명적인 실수? 그게 뭔데?”
“그건 말인데스, 바로 엄지랑 우지챠를
운치굴에 집어넣지 않은거인 데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렇게 성실해보이는 일가가
어째서 한심하단건지.
“어째서 엄지랑 구더기를 운치굴에 넣어야하는거지?
걔들도 소중한 자식이잖아.”
“그 이유를 알고 싶으신 데스?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시간을 내서
와타시의 집으로 오시는 데스,
와타시가 내일 하루동안 이유를 알려드리는 데스”
“그래 좋다.”
“저 그전에 부탁이 있는데스,”
“뭐냐?”
“닝겐상을 하루동안 도와주면
밥을 모을수가 없는데스,
먹다남은 거라도 좋으니
공원에 오실 때 아주 약간만
밥을 가져다 주시길 바라는 데스”
“알았다, 그럼 내일 보자”
인간에게 예의도 갖추고
조리있게 말할줄도 아는 걸 보아
이 들실장도 개념이 확실한데
어째서 저렇게 매정한 말을 하는건지
궁금해진 나는 며칠전 영화관에서 가져왔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팝콘을 챙겨서 공원으로 향했다.
들실장이 알려준 위치에 도착하자
나름 잘 갖춰진 골판지 집 앞에
어제의 그 들실장이 서있었다.
“닝겐상 오신 데스?”
“그래, 일단 이거 받아라”
“감사한 데스”
들실장은 내게 눅눅한 팝콘이 든 봉지를 받아
집에 보관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따라오시는 데스,
이제부터 엄지챠랑 우지챠를
운치굴에 넣지 않으면
일가실각이 확실한지 알려드리는 데스”
들실장은 어제의 일가가 보이는 위치로
나를 데려간 후 말했다
“조금만 있으면 왜 와타시의 말이 맞는지
알수 있으실 거인 데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골판지에서 친실장이 나와 주위를 경계했다
그 후 자들을 데리고 운치굴로 데려가
운치를 누게 했다.
그런데
“마마! 운치굴이 벌써 다 차버린 텟츄”
“데에? 벌써 다 찬 데스까....
새로 파야 하는 데스우......”
자들이 많은 나머지 운치굴이
꽉 차버린 모양이다.
“보시는 데스, 운치굴에 엄지챠랑 우지챠를 넣지 않으니
운치굴이 빨리 차버리는 데스”
“어라? 진짜네”
“그런데스, 닝겐상들은
운치가 알아서 사라지는
마법의 운치굴을 가지고 있지만
와타시들한텐 그런게 없는 데스,
그래서 엄지챠랑 우지챠를
운치굴에 넣지 않으면
운치굴이 너무 빨리 차버리는데스”
“그래도 운치굴은 또 파면 되잖아”
“말은 쉬운데스, 일단 마저 보시는 데스”
나는 들실장의 말에 따라
다시 실장일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자들은 듣는 데스!
오늘은 다함께 운치굴을 파는데스!”
“알겠는 테치! 와타치도 마마를 돕는 테치!”
“와타치도 마마를 열심히 돕는 레치!”
“레후!”
“엄지챠랑 우지챠는
아직 어려서 무리인 데스
집안에서 얌전히 있는데스“
실장일가는 열심히 운치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들실장은 다시 나에게 말했다
“이제 이유가 보이시는 데스?”
“이유라니? 단지 새 운치굴을 파는 것 뿐이잖아”
“바로 그거인데스, 와타시들이
굴을 빨리 팔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데스?”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 뿐만이 아닌데스,
하루종일 운치굴을 파다보면
밥도 못 구하는 데스,
게다가 열심히 일한 자들은
상당히 허기가 지는 데스.
그러니 결국 보존식을 모은 걸 까먹는데스
저게 며칠에 한번씩 파다보면
결국 먹을걸 많이 모을 수 없는데스”
들실장은 상당히 논리적인 이유를
조리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걸 보면 언제나 엄지와 우지챠는
작업에서 열외시키는 데스
어려서 시키지 않는게 아니라 방해되서
시키지 않는 거인데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자들이 차별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데스”
“차별?”
“그런데스, 엄지챠랑 우지챠도
운치굴에 운치를 싸는데
왜 자기들만 운치굴 파는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느낌인 데스
그나마 저 일가는 태어난지
얼마 안 돼서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점점 쌓이는 건 확실한 데스,
그러다 보면 분충이 생기는 데스
사실 그게 제일 큰 손해인 데스
하지만 이거로 끝이 아닌데스
따라 오시는 데스“
들실장은 나를 데리고 두리번 거리다가
찾는 걸 발견한 듯 나에게 말했다
“닝겐상, 찾은 데스
일단 와타시와 모습을 숨기시는 데스”
“알았다, 이제 뭘 보여줄거니?”
“일단 저길 보면 아시는 데스”
들실장이 가리킨 곳엔
한 일가가 독라 여러마리한테
약탈을 당하고 있었다.
독라가 통통하게 살찍 구더기를
입에 넣으려 하자 친실장이 사정한다
“레훼엥, 마마 무서운 레후!”
“제발 부탁인데스, 우지챠를 먹으면 안되는데스
와타시의 소중소중한 자인데스”
“레뺘아아아아아아!”
하지만 독라는 무시하고
구더기를 씹어 먹었다
잠시후 독라들은 친실장은
죽여서 고기를 챙기고
자들은 노예로 끌고 갔다
그 모습을 본 들실장은 말을 이어갔다
“저 일가도 아까 처럼 엄지챠랑 우지챠를
자로 생각하는 일가였던 데스
하지만 그게 약탈당한 원인인 데스”
“무슨 소리니?”
따라와 보시는 데스
들실장을 따라 습격당한 일가의
집이 있던 곳으로 가봤다
개념일가 치곤 집 주변에서 나는
냄새가 상당히 지독했다
“아까 보여드렸던 일가가
운치굴을 파는 걸 보셨을 거인데스”
“그래.”
“여기서 문제는 운치굴이
꽉 차서 파고 또 파다보면
여러개의 운치굴이 생기는 데스
운치굴이 많으면 냄새가 너무 나는데스
냄새가 너무 나면 집을 아무리 잘 숨겨도
바로 약탈 분충들에게 들키는 데스”
그렇다. 들실장의 말을 요약하자면
운치굴이 많아지게 되면
냄새가 너무나서 숨길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온갖 해충이 번식해서
생활환경이 나빠지는 것도 뻔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를 알려드리는 데스”
“제일 중요한 이유?”
“그런데스, 엄지챠랑 우지챠를 그대로 키우면
절대로 겨울을 넘길 수 없는 데스”
“어째서냐?”
“가을이 되면 자들은 중실장이 되는 데스
중실장이 되면 자 시절보다 적게 먹는데스.
그래서 가을에는 밥모으기가 수월한데스
준비만 철저히 하고 닝겐상만 피하면
어떻게든 겨울을 나는 데스
하지만 엄지는 가을에 자실장이 되고
우지챠들은 엄지챠가 되는데스
자들은 물론이고
엄지들도 먹을게 많이 필요한데스
당장 모아야 할때 많이 먹어대니
제대로 모일 리가 없는데스
게다가 친이 밥 분배를 신경쓰겠지만
배고픔을 참지못한
엄지랑 구더기였던 자들이
보존식을 털어먹는 데스
그 때 쯤 되면 분노해서
전부 솎아내겠지만
남은건 똥 뿐인 데스
결국 일가실각인데스
결론을 말하자면 엄지랑 우지챠를
운치굴에 넣지 않으면 일가실각이란 거인데스
태어나자마자 죽이거나 먹어도 안되는데스
무조건 살려서 운치굴에 넣어야 하는데스“
“그런데 분충인 자실장을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닌데스, 분충인 자는 운치굴에 넣지말고
바로 숨통을 끊어야 하는데스
자를 운치굴에 넣으면 구더기가 전멸당하는데스
달마로 만든다 해도 멍청한 우지챠들은
알아서 분충한테 다가가는 데스
분충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우지챠는 잡아먹히고
재생한 분충이 운치굴을 망치는데스
그렇게 되면 비상식과 운치굴이
둘다 사라지는데스
하지만 엄지챠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지챠를 죽이거나 먹지 않는데스
비상식을 관리하는데 이만큼 적당한게 없는데스”
“과연”
“이래뵈도 와타시는 겨울을 세 번 넘기고
자들도 세 번이나 독립시킨데스”
“아하 이해됬어, 정말 고마워”
“천만의 말씀인 데스
와타시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스
엄지챠와 우지챠는 세상이 와타시들에게
살아갈 각오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스
각오가 된 실장은 살아남지만
각오가 없는 실장은 실각인데스”
나는 들실장의 말을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했고
실장석 관련 학위까지 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해 봄
나는 현명한 들실장을 찾아갔다
“안녕 실장석아?”
“닝겐상 아닌데스? 반가운 데스”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네번째 자들을 독립시킨 데스
이제 자들을 새로 키우기엔 지친데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말이야,
우리집에 오지 않을래?”
“닝겐상, 그말은?”
“그래, 내 사육실장이 되어줘”
“와타시는 늙고 못생긴 데스,
정말 괜찮은 데스?”
“그럼, 너같이 똑똑한 녀석이라면
좋은 말 상대가 되어 줄거 같다”
“닝겐상! 정말 잘 부탁드리는 데스”
“그래, 네 이름은 이제부터 팝콘이다”
“좋은 이름인데스! 평생 소중히 하는데스!”
팝콘은 우리집에서 착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수명이 다해 하늘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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