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XX년. 실장석은 그 불가사의한 번식력으로 대한민국의 공원들을 장악해나갔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게 된 상황. 중앙정부의 누군가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훈련시킨 실장석으로 실장석을 상대하자는 것이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실장석 부대. 부대의 효과는 놀라웠다. 인간 구제업자와 동일한 효과를 냈지만, 인건비가 압도적으로 싸고, 부대 운용도 정부가 직접 운용하기에 구제 사이클도 매우 빨랐다. 사람들은 이 실장석부대에 만족했고, 더 확대운용하기로 결심했다.
“이 개 시발것들 빨리빨리 안뛰냐!!”
-테에에에에에!!!
-테샤샤샤샤샤샤!!!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들의 소리에 실장석들은 정신없이 뛰었다. 분명 잠들기 전만 하더라도, 자신들은 자신들의 친실장 곁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일어나보니 왠 풀 한포기 없는 공원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저 눈이 까만 인간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겁에 질린 자실장들은 일단 시키는대로 뛰었다.
“자, 주목.”
귀에 블루투스형 링갈을 단 교관이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실장석 사냥부대의 일원이 되었다. 여기서 훈련을 마치고 너희들의 임무를 잘 수행하면, 영광스러운 군실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분충기를 보인다면! 그때는 너희를 공원의 얼룩으로 만들어주겠다.”
<테프프프프프, 똥닌겐은 헛소리하지마는데샤!!>
<내 총구나 핥는테스, 테프프프>
몇몇의 자실장들은 비웃으면 투분을 한다. 그런 반응을 짐작했다는듯이 교관은 조교들에게 턱짓을 한다. 조교들은 투분한 자실장들을 골라내 앞으로 끌고온다.
<테프프프프. 오마에도 내 운치를 맞고싶은테치? 얼른 와타시를 내려놓고 도게자를 하는테샤!!!>
<테프프프프프프, 멍청해보이… 갸아아아아아아악!!>
조교들은 이윽고 자실장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한번에 죽이는 것이 아닌, 왼쪽 팔,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 오른쪽 팔 순으로 뽑기 시작한다. 그 장면은 연병장에 모여있는 모든 자실장들이 보고 있다. 몇몇의 자실장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실장들은 팔을 뽑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빵콘을 하였다. 몇몇은 뒤로 도망가려고 하지만 이미 뒤를 지키고 있던 조교에 의해 밟혀 실장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죽여도 아직 충분한 자실장이 남아있다.
“자, 제군들은 봐라. 명령을 어긴 분충은 처형될 것이다. 하지만, 매일 훈련을 잘 통과한다면, 그 상으로 푸드와 콘페이토를 제공할 것이다. 각자 열심히 하도록. 이상.”
교관은 자기 할 말을 끝내고 실장석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내려온다. 콘페이토에 환장하는 실장석이지만 분위기가 환호할 분위기가 아니다. 조교들은 발을 구르면서 실장석들을 샤워실로 끌고 간다.
“자, 일단 너네부터 옷 벗고 다들 들어간다. 실시!”
<테에에에에! 옷은 안되는테치!>
<웃기지마는테캬악!>
“반항하는 분충은 처형이다.”
자신의 옷과 머리카락을 중요시하는 실장석답게 반항하는 실장석이 있었지만 곧장 처형되었다. 겁에 질린 자실장들은 모두 실장복을 벗고 들어간다. 샤워실에는 따뜻한 물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테에에에에… 기분좋은테샤!>
<공원에서는 이런 아와아와를 한 적이 없는테스….>
“이새끼들이! 멍때리지말고 얼른 비누로 씻지 못해!”
<테에에에에!!>
생전 처음 맞아보는 따뜻한 물에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듯했으나, 조교의 고함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비누에 몸을 비비는 자실장들이었다. 그렇게 씻은 자실장들을 맞이하는 것은 새파랗게 날이 선 가위였다.
“자, 너부터 온다.”
<테스스스스스스스!!!!!>
거부할 틈도 없이 뒷머리가 잘려나간다. 뽑혀져 나간 독라급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이 잘려나간 수준이다. 뒷머리가 잘린 자실장은 다음 구역으로 던져지듯 이동한다. 다음 구역에 도착한 자실장은 자신이 입었던 옷과 다른 옷이 입혀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테에?? 옷이 두꺼운테치!>
분명 베이스는 초록색이지만 얼룩무늬에 두꺼운 옷. 그리고 뒤에는 흰 네모가 커다랗게 박혀있다. 어리둥절하지만, 그동안 입었던 꼬질한 옷에 비해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든다. 팬티도 새것이라 뽀송뽀송하다. 왜인지 모르게 새 옷을 입으니 기분이 좋다.
<테츄웅~>
“좋아. 너는 앞으로 일칠오 자실장이다. 알겠나?”
<테치? 와타시의 이름인테치?? 와타시 사육실장인테치?>
“아니, 너는 사육실장이 아니다. 너는 사육실장보다 더 대단한 군실장이 될 것이다.”
<테… 군실장테치?>
“그렇다. 사육실장보다 더 강하고, 똑똑하고, 세레브하지. 네가 이 훈련을 극복해낸다면 말이야”
<테… 와타시 노력해서 군실장이 되는테치!>
“좋은 태도다. 일칠오. 나머지 옷을 받고 자리로 들어가도록.”
일칠오라고 불린 자실장은 나머지 물건들을 지급받고 조교의 안내를 받는다. 그 방에는 이미 배치받은 100번대 자실장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일칠오는 비어있는 곳에 자신이 받은 스펀지를 내려놓는다. 따뜻한 물에 씻고 뽀송한 새 옷을 받고 푹신한 스펀지에 누우니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렇게 쉬고 있는 100번대 자실장의 방에 인간 조교와 왠 성체실장이 나타난다.
“일어나서 조용히 해!!!”
인간 조교의 말에 쥐죽은듯이 조용해지는 방. 만족스러운듯이 끄덕이는 조교였다.
“자, 여기 너네의 선배가 있다. 훌륭한 군인실장이지. 앞으로 너희 생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조교 앞으로.”
<앞으로데스!>
성체실장은 절도있는 발걸음으로 자실장들 앞에 선다.
<반가운데스. 와타시는 찰리데스. 이 방의 자실장들은 모두 와타시의 관리를 받는데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하는데스. 이상!>
“자, 앞으로 찰리 조교의 말을 잘 듣도록. 그럼 찰리 조교는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도록.”
<멸! 충!>
우렁찬 경례와 함께 인간 조교를 보내는 실장조교. 인간이 떠나자 한두마리씩 테치거리기 시작한다. 실장조교는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본다.
<오마에. 지금 왜 소리를 내는데스까>
<테츙? 무서운 똥닌겤!!>
똥닌겐의 똥자가 나오기 무섭게 자실장을 내려치는 찰리실장. 다시 분위기가 싸해진다. 일칠오도 이러한 찰리의 행동에 얼음이 된다.
<오마에들은 듣는데스. 앞으로 닌겐상들에게 똥닌겐이니, 닌겐노예니 지껄이면 와타시가 먼저 쳐죽이는데스. 알겠데스까?>
<아...알겠는테치!>
<모두 대답 안하는데스까?>
<알겠는테치!>
<대답은 간단하게 예, 아니오로 하는데스. 알겠는데스?>
<옛치!>
<좋은데스. 또 질문있는 자 없는데스?>
<와타시 궁금한 게 있는테치!>
찰리실장은 고개를 돌린다. 일칠오가 손을 들고 찰리실장을 바라본다. 찰리실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말하는데스.>
<오마에는....>
<와타시를 부를때는 찰리 조교라고 하는데스. 다른 닌겐상들도 조교상이라고 부르면 되는데스.>
<알겠는테치, 찰리 조교는 훈련을 모두 받은테치?>
<그렇데스.>
<많이 힘든테치?>
<그렇데스.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와타시처럼 세레브해지는데스.>
<알겠는테치. 와타시 해보는테치.>
<오마에, 이름이 무엇인데스?>
<일칠오테치!>
<일칠오데스. 기억해두는데스.>
훈련소의 아침은 구보로 시작한다. 인간 조교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추어 자실장들은 달리기 시작한다. 뒤쳐지는 자실장들은 조교실장들이 커버한다. 물론 드러눕는 분충들은 인간 조교들이 자비없이 밟아버린다. 연병장에 적록색의 얼룩이 늘어날때마자 자실장들은 위석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일칠오는 이를 악물고 달린다.
구보가 끝나면 아침식사를 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적절한 당분으로 지친 실장석을 금세 회복시켜주는 실장푸드다. 이 실장푸드는 어떤 자실장도 투정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물론 콘페이토나 스시, 스테이크를 찾는 자실장이 있으면 그 즉시 얼룩으로 만들어준다.
1주차동안에는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고 이 생활에 적응시킨다. 그리고 시계보는 법과 왼쪽, 오른쪽 구별법 등, 인간이라면 정말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교육시킨다. 이는 차후 실장석 토벌작전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향을 이해해야 작전대로 움직일 수 있다. 코로리와 네무리, 도로리와 콘페이토도 구별시킨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만든 함정에 자신들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칠오는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다.
2주차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이다. 실장 제식부터 시작해서 맨손격투, 실장석들은 보검이라고 부르는 대못을 사용한 전투법을 배운다. 일칠오가 받은 보검의 첫 느낌은 차가움이었다.
“보검 5개식 준비!”
<준비데스!>
“시작!”
앞으로 찌른다. 뒷부분으로 후려친다. 옆으로 흘려낸다. 휘두른다. 찍는다. 다섯개의 동작은 간단하지만 보검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의 모든 진수를 담아낸 동작이다. 찰리 조교가 보여준 동작은 절도가 있고 강력했다. 일칠오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마에, 동작에 힘이 없는데스!>
<오마에, 거기서는 그렇게 휘두르면 빈틈이 생기는데스. 최대한 동작을 간결하게 하는데스.>
조교들이 돌아다니면서 동작을 지적해준다. 일칠오는 후들거리는 팔을 겨우 붙들고 다시 자세를 취한다.
<텟치… 너무 힘든테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테치…>
일칠오는 옆에서 칭얼거리는 일사오를 달래준다. 어느덧 10여일이 지난 지금. 옆 동료들 얼굴정도는 충분히 익었고, 그 중에서는 친한 사이도 생기는 것이다. 일칠오는 일사오, 일육팔, 일구구와 친해진 상태였다. 일사오는 간신히 따라오는 수준이었고, 일육팔은 평균수준, 일칠오와 일구구는 아주 우수한 상태였다. 벌써 인간 조교들 사이에서는 일칠오와 일구구는 1등 수료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을 정도였다.
<조금만 힘내는테치. 일사오도 잘할 수 있는테치.>
<그런테치. 와타시타치도 도와주는테치.>
<알겠테치. 열심히 하는테치.>
2주차까지는 전투를 위한 기초를 닦았으면 3주차부터는 본격적인 전투훈련이다. 오전에는 2주차때까지 배웠던 체력과 전투 기초를 연습하고 오후에는 실장석의 생활을 배운다. 자실장들은 배우면서 자신들이 왜 인간을 이길 수 없는지를 깨닫는다. 자신들보다 더 자신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인간들이었다. 본인들은 본인이 보는 세계 이외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인간은 그 위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씩이지만 인간 전투에 대한 것들도 배운다. 군 통신선이나 도폭선등을 끊은 방법이라든가, 밥에 사보타주하는 방법들을 배운다. 왜 배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배운다.
전투에서 다쳤을 때, 응급조치 요령도 배운다. 실장석은 간단하다.
<부러진 팔이나 다리는 자르는데스.>
<테치?!>
<뭘 놀라는데스? 오마에들이 잘만 해준다면 잘라서 재생하는 것이 더 빠르게 회복하는데스. 어설프게 안자르면 오히려 이상하게 재생이 되어서 두번 고생하는데스.>
마지막 4주차. 실전 전투훈련이다. 한 공원에서 3일 주야로 있으면서 실장석들을 구제한다. 이때쯤이면 자실장이었던 실장석 대부분은 중실장으로 성장해있다. 전투기술까지 합치면 성체실장도 1:1로는 충분히 상대해볼만하다.
<일칠오, 오마에가 리더인데스. 배운대로만 하면 무리가 없는데스.>
<꼭 승리하는테스.>
일칠오는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일구구를 먼저 보내 정찰을 시킨다. 일구구의 정찰결과, 이 공원 내에는 보스 실장이 있는 모양이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논의 끝에 보스실장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정리하기로 한다. 작전시간은 모두가 골판지 하우스에 들어가있는 밤에 하기로 한다.
<와타시는 마마가 최고로 좋은텟치!>
<마마도 우리 자들이 최고로 좋은데스요?>
어느 공원의 밤, 골판지 하우스에는 친자실장이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실장은 이번에 독립한 실장석으로 반드시 자신의 자들을 이 공원에 가득가득 채우겠다고 마음 먹었기에 정말 양껏 자를 낳았다. 그래서 자실장만 5마리, 엄지 3마리, 구더기 4마리라는 대가족이 되었다. 가을이 아니였기에 엄지와 구더기도 운치굴에 보내지 않고 정성스럽게 키운다.
-톡톡
<마마, 밖에서 뭔가 두들기는텟치.>
<자들은 누워있는데스. 마마가 보고오는데스요.>
친실장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밖에 누굳...!>
일육팔은 훈련받은대로, 보검으로 실장석의 목을 노린다. 한번에 위석을 노리는 것은 불가능하니, 확실한 목을 찔러 일단 성대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제대로 박힌 보검으로 인해 친실장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거...거엌…. 걱….>
<미안한테스. 와타시적 감정은 없는테스.>
일육팔은 친실장을 제치고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간다. 자실장들은 놀란 눈으로 침입자를 바라본다. 일육팔은 재빨리 달려들어 장녀로 추정되는 제일 큰 자를 노린다. 장녀는 도망치려고 하지만 누워있는 자세에서 바로 일어나기는 실장석으로서는 힘든 것이다. 일육팔은 장녀의 목을 잡고 180도로 돌려버린다.
-우드득
<케….케…>
<자실장은 보검을 쓸 필요도 없는테스.>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자실장들은 도망치려고 하지만 지옥훈련으로 단련된 중실장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자들도, 엄지도, 구더기도 사이좋게 목이 돌아가서 버둥댄다. 그렇게 하우스를 제압한 일육팔은 다시 친실장에게 다가간다. 친실장의 눈에 적록의 눈물이 쏟아진다. 눈으로 마치 ‘왜 자신과 사랑스러운 자들을 죽이는지.’ 묻는 것 같았다. 일육팔은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오마에들은 적당히 했어야 했는테스. 알아서 공원에서 자를 적당히 깠어야 하는테스. 그렇지 못했기에, 오늘 다 죽는테스.>
<거…. 거어어어어어!!!!!>
친실장은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려들지만 일육팔은 슬쩍 옆으로 물러난다. 균형을 잃은 친실장은 다시 엎어지고만다. 일어나려고 하지만, 이미 일육팔은 뒤를 잡고 눌러버린다. 일육팔은 또다른 보검을 꺼내어 머리를 겨눈다.
<한번에 죽기를 바라는테스.>
<거---->
다행이도 위석이 머리에 있던터라 친실장은 한번에 죽을 수 있었다. 일육팔로서도 수고를 덜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작전 후에 나온 이야기지만, 위석이 특이하게 옆구리에 있는 바람에 수십번을 찌른 일사삼의 고생담이 참고사항으로 배포되었다. 일육팔은 자들이나 엄지, 구더기의 위석도 모두 부순 후에 골판지 하우스를 열어놓는다. 나머지는 인간 구제업자들이 처리해줄 것이다. 일육팔은 다음 하우스를 향해 달려갔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일육팔과 자신들의 다른 동료들을 믿고 보스실장에게 곧장 달려간다. 보스실장은 호위가 넷이나 있다는 일구구의 정찰결과에 자신과 일구구가 처리해야한다고 일칠오가 생각했다. 일구구도 동의했다. 저 멀리 보스실장의 하우스가 보였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일단 숨을 고른다.
<호위는 넷이지만 기본적으로 둘만 있는테스.>
<일단 한놈을 유인해서 먼저 처리하는테스.>
의견의 일치를 본 일칠오와 일구구는 침묵한 채 접근한다. 문득 일구구는 자신이 받았던 첫 훈련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만큼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테치거리면서 다니면 적한테 ‘나 여기있어요.’하는 것밖에 더 되냐! 입 안다물어?!”
<테...테….>
그 덕분인지 몰라도 훈련받은 실장석들은 실장석들이 걸어다닐 때 내는 소리들을 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독라들은 일칠오와 일구구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한다. 일칠오는 작은 돌을 들고 일구구를 바라본다. 일구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칠오는 하우스 뒷편으로 돌을 던진다.
-퍽
<음? 무슨 소리 안들리는데스?>
<확인해보는데스.>
독라호위 둘 중 하나가 소리를 확인하러 간다. 생각보다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증거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대충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훈련이 된 것이 오늘의 패착이리라. 물론 이 패착을 발전의 기회로 삼을 필요는 없다. 오늘 죽을테니까.
<데에…. 아무것도 어….>
일칠오는 재빨리 보검으로 목을 찌른다. 기습을 당해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지만 독라호위는 있는 힘껏 자신이 들고 있던 대바늘로 일칠오를 노린다. 하지만 재빨리 대바늘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칠오. 그리고 그 뒤에서 일구구가 달려든다. 일구구는 보검으로 머리 한 가운데를 노린다. 정확히 들어가는 보검. 독라호위는 일격에 쓰러진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재빨리 보검으로 독라호위를 쑤셔버린다. 위석을 부순 뒤, 나머지 독라호위에게 슬금슬금 접근한다. 지루한 지 하품하고 있는 독라호위. 일구구가 달려든다. 어디서든 정확하게 목에다가 꽂아버리는 솜씨는 인간 조교들도 칭찬하는 일구구의 특기인 것이다. 마무리는 일칠오가 한다. 그렇게 독라호위를 처리한 일칠오와 일구구는 조용히 자고 있는 나머지 독라호위도 마무리짓는다. 그래도 자는 도중에 죽었기 때문에 친구들처럼 고통스럽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 일칠오와 일구구는 마무리를 짓기위해 보스의 하우스로 들어간다.
<데프프프프… 제법인데스.>
<....깨있었는테스?>
<그정도 감은 있어야 공원의 보스가 되는데스. 오마에타치가 원하는 건 와타시의 목숨인데스?>
<그렇데스.>
<그렇다면 얼른 덤볐어야 했는데스!>
보스는 자신의 보검을 들고 달려든다. 재빨리 좌우로 피하는 일칠오와 일구구. 그 둘의 머리 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보스, 위험하다!’
일칠오는 제대로 붙으면 안된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일구구에게 외친다.
<와타시가 최대한 붙잡는테스! 한번에 빈틈을 노리는테스!>
<와타시만 믿는테스!>
재빨리 보검을 들고 달려드는 일칠오. 보스는 비웃으며 바라보다가 일칠오를 향해 보검을 찔러온다. 배운대로 오른쪽으로 보검을 쳐내는 일칠오. 일구구는 틈이 생기자마자 보검을 일직선으로 찔러들어간다. 그런데 그 때, 보스는 몸을 수그려 왼쪽 어깨로 보검을 흘려버린다. 보검으로 인해 어깨가 파였지만 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가 일구구의 몸통에 박아버린다.
<크아아아아아!>
<일구구!>
일구구가 날라가는 걸 본 일칠오는 보검을 들어 보스를 노린다. 하지만 보스는 우에서 좌로 보검을 휘두른다. 간신히 막아내는 일칠오. 보통의 성체실장이라면 전투기술로 커버할 수 있지만 이 보스는 보통이 아니다. 같은 기술을 가졌다면 체격이 큰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통의 실장석이라면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칠오는 침착했다. 자신을 믿는다. 자신이 처음 봤던 찰리 조교의 빛나는 모습이 생각난다. 자신은 훌륭한 군실장이 될 것이라 믿었다. 일칠오는 자신을 왼쪽 얼굴을 찔러오는 보검을 피한다. 완벽히 피하지 못했기에 자신의 얼굴에 실선이 그려진다. 따끔한 고통은 무시한 채 달려드는 일칠오. 그리고 자신의 직감대로 보스실장의 발을 찔러버린다.
<끄아아아아!>
일칠오의 예감은 적중했다. 보스는 일칠오가 목을 찌르리라 생각했고, 왼팔을 내줄 각오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 무기를 잃고 접근전을 펼치면, 체격이 큰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칠오는 자신의 발을 찔러버렸다. 예상치못한 공격에 균형이 무너지고 보스는 결국 엎어져버렸다. 일칠오는 보스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일구구에게 달려간다.
<일구구, 괜찮은테스?>
<멍청한테스! 와타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른 마무리짓지 않고 뭐하는테스!>
일구구의 일갈에 아차한 일칠오. 보스는 서서히 일어나 자신의 발에 박힌 보검을 뽑는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힘겹게 일어나서 다시 자신들의 보검을 잡는다. 일칠오는 후회한다. 먼저 보스의 위석을 부셨어야 했다. 이제는 보스도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고생한데스.>
<찰리 조교!>
박스 입구에서 찰리 조교가 나타났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생각지도 못한 원군에 얼굴이 밝아진다. 찰리 조교는 맨손으로 뚜벅뚜벅 보스를 향해 다가간다. 일칠오는 그런 찰리 조교를 바라보며 외친다.
<위험한테스! 보통이 아닌테스!>
일칠오의 외침에 피식하는 찰리 조교. 이윽고 보스 앞에 선다.
<어떤데스? 꽤 괜찮지 않은 데스?>
<그런데스. 마지막이 좀 어설프긴 했지만, 발을 찌른 건 확실히 의외인데스.>
<와타시가 가장 관심있는 둘인데스. 이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곤란한데스.>
<테?>
<테스?>
<소개한데스. 와타시의 선배인 제비인데스.>
<테에에에에?!>
이윽고 훈련 종료의 사이렌이 울린다. 일칠오를 비롯한 훈련 실장석들은 모두 지정된 장소로 모인다. 일칠오와 일구구는 찰리 조교와 공원 보스와 같이 움직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는 오마에들의 훈련을 위해 조성된 공원인데스. 물론 들실장들이 자유롭게 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통제되고 있는 구역인데스. 그 통제를 와타시의 선배인 제비가 하는데스.>
<데프프프프. 은퇴한 군실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스. 이 것도 그 중 하나인데스.>
<전혀 몰랐는테스… 와타시는 그저 보스가 너무 세다고만 생각했는테스.>
<일구구인데스? 오마에는 너무 정직하게 찔러온데스. 앞으로는 와타시 같이 돌진하는 경우도 생각하는데스요.>
<알겠는테스.>
<일칠오는 동료를 챙기는 건 좋은데스. 하지만 우선 눈 앞의 적을 완전히 침묵시키는 게 중요한데스.>
<명심하는테스.>
전투훈련도 끝나고 수료만 앞둔 일칠오들에게 검은 정장의 무리가 나타난다. 인간 조교들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몇몇 중실장들은 관심있게 쳐다보지만 대부분은 무관심하게 쉬고 있다. 이야기를 마치고 인간 조교들이 몇몇 실장석들을 불러낸다. 그 실장석 중에는 일칠오와 일구구도 끼어있었다. 일칠오가 주변을 둘러보니 다 각자가 평이 괜찮은 실장석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반갑다, 제군들. 나는 정보부에서 온 사람이다.”
<정보부가 어디인테스?>
“너희들이 실장석을 토벌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서 오는 곳이지.”
<와타시타치를 부르신 이유는 무엇인테스?>
“여기 실장석들은 모두 훈련과정에서 우수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여기 중 몇몇을 군실장이 아니라 정보실장으로 하려고 하는것이다.”
<테? 정보실장테스?>
“군실장은 어디까지나 토벌이 주 임무다. 하지만 정보실장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혼자서 일해야하기 때문에 아주 우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해볼 실장석 있나?”
몇몇 실장석이 손을 들었다.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손 든 실장석 중에서는 일구구도 있었다. 일칠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구구를 바라보았다.
“좋아. 지원한 실장석들은 모든 짐을 싸서 나오도록. 해산.”
해산 명령이 떨어지자 실장석들은 자신이 지내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일칠오와 일구구도 나란히 자신들의 방으로 향한다.
<괜찮은테스?>
<문제없는테스.>
<혼자 일한다는 건 더 힘든 일이라는테스…>
<알고 있는테스, 하지만 와타시는 왠지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인테스.>
<그런테스?>
<와타시는 동료가 귀찮은테스. 오마에는 그나마 와타시와 같이 세레브해서 편하지만, 다른 실장석들은 와타시의 발목만 잡는테스. 그렇다면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것이 나은테스.>
<일구구…>
<오마에는 좋은 군실장이 될 것인테스. 와타시처럼 모나지 않은테스. 세레브한 리더가 되는테스.>
<알겠는테스. 오마에도 세레브한 정보실장이 되는테스.>
그 날을 마지막으로 일구구는 볼 수 없었다. 일육팔도, 일사오도 일구구를 아쉬워했다. 일칠오는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수료를 기다렸다.
“일칠오, 본 실장석은 훈련 내내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상과 부상을 수여한다.”
일칠오는 1등으로 수료했다. 훈련생 대표로 상과 부상을 받고 기뻐하는 일칠오. 일육팔이나 일사오도 내 일처럼 기뻐해준다. 찰리 조교도 다가와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고생한데스. 와타시가 생각한대로 오마에가 최우수였던데스.>
<감사한데스, 찰리 조교.>
<이제 조교는 끝났으니 선배라고 하면 되는데스.>
<알겠는데스. 찰리 선배.>
<오마에는 어디를 가든 잘 할 수 있는데스. 와타시는 믿는데스.>
<감사한데스.>
일칠오는 새 군복을 받아들고 냄새를 맡는다. 새 옷의 냄새는 언제나 좋다. 내가 갈 곳은 어디일까? 기대반 걱정반이지만, 어딜가나 지금처럼만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칠오는 떨리는 가슴으로 자신의 새 근무지를 향해 간다.
“작전 시작”
20XX년 X월 X일 17:00
대한민국 경북 문경 주흘산 일대
위스키 병장
<저 병신오마에는 또 지랄인데스. 잘라버리는데샤!>
<데에에에에에에!>
<닥치고 이거나 무는데스. 적진인 거 모르는데스까?>
위스키 병장은 한숨을 쉬었다. 저 오마에는 이제까지 5번 공수강하를 했으면 다리정도는 멀쩡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오늘도 여지없이 다리를 분질러먹었다. 그래도 낙천적인 성격이고 회복도 금방 되기 때문에 계속 작전에 투입은 되고 있다. 위스키 병장은 그레이 상병의 보고를 받는다.
<총원 30, 부상 1, 현재원 29데스.>
<알겠는데스. 오마에는 다른 오마에들을 준비시키는데스. 미도리, 오마에는 와타시를 따라오는데스. 접선이 필요한데스.>
미션 목표를 다시 생각한다. 소백산맥은 워낙 산세가 거칠어서 인간의 접근이 힘들뿐더러 야생동물 때문에 함부로 인간이 드나들어서도 안된다. 산실장들이 살기 최적의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야생동물의 위험도 있지만, 인간만큼의 위협은 아니다. 오늘날 소백산맥에는 꽤나 많은 산실장 군락이 있는 것이다.
오늘의 목표는 그러한 산실장 군락 중 하나였다. 19:00에 작전에 투입되어서 07:00에 빠져나오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 생포할 수 있는 산실장은 최대한 생포한다. 그 외에는 전부 남김없이 부수고 탈출하면 된다. 간단한 목표였다. 문제는 산실장 군락이 어디있느냐는 것이지.
그렇기에 정보실장들이 산을 넘나들면서 산실장 군락을 찾아다닌다. 야생동물에 희생당한 실장석들도 많지만 꽤나 많은 정보실장들은 산실장 군락을 찾아낸다. 찾아낸 이후에는 지급된 기기로 GPS를 키면 되는 것이다. 실장석이 적으면 초록색, 꽤 많으면 노란색, 아주 많으면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된다. 혼자서도 상대 가능하다 싶으면 정보실장의 독단으로 전멸시킬 수도 있지만 사후보고는 필수다.
오늘의 목표는 빨간색 군락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반드시 정보실장과 접선을 해야한다. 정보실장은 아마 군락에 섞여들어갔을 것이다. 군락의 구조를 완벽히 익혀 우리의 섬멸에 도움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이라면 GPS가 켜지고 난 후 12시간 내에 하늘에서 드론 불빛으로 작전 투입을 확인받는다. 그 불빛이 보인다면 다음 날 19시에 작전이 시작한다는 뜻이다. 정보실장과 접촉하지 못한다면,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부딛쳐야 한다. 위스키 병장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처음 임무 투여된 정보실장이라는 것이 더더욱 불안하다.
“수색”
20XX년 X월 X일 18:00
대한민국 경북 문경 주흘산 일대
위스키 병장
<정보실장하고 접촉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스까?>
<뭘 묻는데스. 작전 힘들어지는데스.>
위스키 병장과 미도리 일병은 잡담을 나누며 주변을 수색했다. 수색은 은밀하고 정확히 이루어진다. 하지만 역시 정보실장이 필요하다. 위스키와 미도리는 일단 접선예상장소에서 잠복하고 있는다.
<데에… 병장사마는 언제 전역하는데스.>
<오마에들이 잘하면 와타시가 마음놓고 전역하는데스.>
<데프프프. 그러면 죽을 때까지 해야하는데스.>
<자랑인데스까.>
언제나적인 군실장 토크를 하며 잠복중인 위스키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재빨리 손짓으로 미도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미도리도 곧 확인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독라로 정찰을 하는 산실장 둘이였다. 손에는 나무를 조잡하게 깎아만든듯한 창이 들려 있었다. 위스키와 미도리는 각자 보검을 손에 꼬나쥐고 저 둘을 노려본다.
<데프프프프.. 오마에는 자를 언제 가질 예정인데스까.>
<이제 봄도 지났는데 무슨 자인데스까.>
<데프프프프프. 자는 여름에도 가질 수 있는데스. 와타시의 뿅 가는 총구 비비기를 전수해주는데스웅~>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는 산실장들. 위스키와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아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미도리의 발이 나뭇가지를 밟지 않았다면 말이다.
-바스락
<거기 뭐인데스!>
총구 비비기같은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던 산실장의 눈이 날카롭게 바뀐다. 위스키와 미도리는 긴장한다. 솔직히 산실장 둘 따위는 겁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둘과 싸우느라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무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포위되어서 처참하게 죽거나 독라노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위스키는 번뜩이는 보검을 들고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간다. 미도리는 일단 대기시킨다.
<오마에는 누구인데스.>
<미안하지만 오마에는 뒤져야하는데스.>
<데프프프프프… 둘이서 하나를 못잡을 거 같은데스요?>
<맞는데스. 둘이면 하나정도는 잡는데스.>
뒤에 있던 독라 산실장이 재빨리 창을 찔러온다. 위스키쪽이 아니라 다른 독라 산실장에게로. 뒤에서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산실장은 목에 창이 박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켁켁댈 뿐이다.
위스키와 미도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보검을 치켜든다. 독라가 말한다.
<오마에들이 이번 임무에 투여된 군실장인데스? 와타시가 정보실장인데스.>
“접촉”
20XX년 X월 X일 18:30
대한민국 경북 문경 주흘산 일대
정보실장 일구구
독라 산실장을 끌고 가는 것은 훈련받은 실장석 셋이면 운치 싸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일구구는 와타시와 아까까지 잡담을 하던 산실장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미안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와타시와 은근히 죽이 잘 맞아서 외지에서 온 자신을 잘 대해준 산실장이다. 하지만 임무는 임무. 군실장을 본 순간 바로 입막음으로 창을 꽂아버린다. 정보실장이란 그런 것이다.
<성체가 80마리라고 한데스?>
<그렇데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병장은 산전수전을 겪은 병장일 것이다. 그런 병장임에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80마리짜리 산실장 군락은 듣도보도 못했을터이니. 실제로 자신도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이쪽에는 물이 있는데스, 저쪽에는 열매도 풍성하게 열리는데스. 양지라서 겨울도 수월하게 보냈다고 한데스. 가장 중요한 건 워낙 거친 곳이라 동물들도 잘 안오는데스. 그러니 자를 다른 군락보다 더 까는데스.>
<아무리 그래도 그런데스.>
<자들도 30마리정도 되는데스. 많이 까면, 분충도 많겠지만 양충도 많은데스. 그렇게 빠르게 군락을 불리고 있는데스.>
<굴도 복잡할 거 같은데스.>
<맞는데스. 분충이라고 바로 솎아버리는 게 아니라 노예로 만들어서 굴을 파게하는데스. 그래서 구조가 복잡한데스. 다행이 와타시가 다 기억하고 있는데스.>
<다행인데스.>
일구구는 그렇게 병장과 대화를 나누며 따라갔다. 이번이 첫 임무라 혹시나 실수하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와타시는 세레브한 정보실장이다. 실패는 곧 죽음이다.를 되새긴다.
도착한 곳에는 군실장이 바글댄다. 얼추 20마리는 넘어보인다. 공수투입되는 군실장들은 정예 중에 정예라고 한다. 믿음직스러운 군실장들의 얼굴을 보다가 문득 일칠오의 얼굴이 떠오른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싶다. 그녀석이라면 어딜가든 잘 해낼 것이다. 그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 일구구에게 병장이 무언가를 던진다. 받아보니 군실장복이다.
<미안하지만, 오마에도 같이 들어가야하는데스. 와타시의 부하 중 하나가 부상인데스.>
<알겠는데스.>
<오마에, 솜씨는 어떤데스? 정보실장 솜씨는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스.>
<보면 아는데스.>
일구구는 옷을 입으며 씨익 웃었다.
“섬멸”
20XX년 X월 X일 21:30
대한민국 경북 문경 주흘산 일대
위스키 병장
<저 오마에… 이번이 첫 투입인 애송이라고 들었는데스. 그런데 그냥 애송이가 아닌데스.>
위스키는 일구구을 보며 자신이 처음 했던 걱정을 지웠다. 일구구는 확실히 유능했다. 굴이 복잡하게 파져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포위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산실장굴에서 정확하게 방향을 안내하고 후방 역습에 대비도 하는 한편, 자신을 공격하는 산실장을 여유롭게 처리한다. 위스키 병장으로서는 저런 자가 정보실장인 것이 안타깝다. 자신의 후배라면 그냥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은퇴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레이랑 미도리는 아직 더 배울 게 많은데스.>
짬으로서는 그레이가 자기 다음이지만 아직 자기 수준은 아니다. 그레이보다 후배인 미도리는 말할 필요도 없고. 나머지들도 각자 자신에게 부여받은 행동들은 잘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령만 행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전술을 세우는 것이지. 아직 그레이와 미도리는 그런 점에서는 실격이다. 그래도 아직 창창한 녀석들이니 좀 더 키우면 쓸만해질 것이다. 위스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다.
토벌은 거의 완료되었다. 보스와 장로실장들은 모두 머리를 박살내버렸으며, 일구구가 지목한 주의해야할 호위병들도 싸그리 팔다리를 박살내버렸다. 이렇게 강자들을 제압해버리면, 나머지들은 빵콘한 채로 순순히 말을 잘 듣는다. 그래, 이것이 실장석이다. 자신의 분수를 모를 때는 한없이 강하다가 자신의 분수를 깨닫는 순간 한없이 약해진다. 위스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레이를 바라본다.
<그레이, 다친 자들은 없는데스?>
<그런데스. 아까 다쳤던 자도 다 나은데스.>
<그 오마에는 맨날 끝나서야 다 나은데스. 웃기지도 않는데스.>
<데프프프프. 어쩔 수 없는 거 아닌데스. 27마리는 죽였고 나머지는 다 생포한데스.>
<죽은 자들까지 모두 묶어서 데려가는데스. 오마에가 확실히 해주는데스.>
<알겠는데스. 멸충>
<멸충>
그레이의 경례를 받고 위스키는 일구구에게 향한다. 일구구는 자신이 숨겨두었던 GPS 장비에 묻은 흙등을 털어내고 있느라 정신이 없어보인다. 위스키는 일구구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오마에, 제법인데스요. 훈련소에서 1등이라도 한데스요?>
<끝까지 수료를 안해서 모르는데스. 하지만 그래도 1등은 아니었는데스.>
<호오, 오마에보다 더 유능한 자가 있는데스? 흥미가 생기는데스.>
<와타시가 인정한 자가 하나 있긴 한데스. 잘 지내는지 궁금한데스.>
<데프프프… 오마에정도 수준이면 어딜가든 잘 지낼것인데스. 오마에를 가르친 자는 누구인데스?>
<찰리 조교인데스.>
<찰리 녀석이 거기 가있는데스?>
<아는데스?>
<와타시의 동기인데스. 훈련조교 모집한다고 하니까 훌륭한 군실장을 만들겠다면서 바로 지원해서 가버린데스. 거기서는 잘 지내는데스?>
<찰리 조교는 잘 지내는데스. 제비 선배도 있던데스.>
<제비 선배데스까, 참 오랫만에 듣는데스.>
위스키는 그렇게 일구구와 대화를 나누며 인간과의 접선장소로 나아간다. 그 뒤로는 굴비엮듯이 묶인 산실장들이 순순히 끌려오고 있었고 자신의 부대원들은 그 옆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오늘도 별 문제 없이 끝났다. 돌아가면 아와아와한 거품 목욕 후에 자신의 세레브 하우스에서 콘페이토나 씹으며 푹 쉴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실장생에 내려온 하나의 보람 아니겠는가.
테에에..테극기 휘날리는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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