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이 내리던 날씨는 어느새 따듯한 봄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산 속의 실장석 일가도 모처럼 온화한 날씨를 맞아 개울 아래로 나들이를 나왔다. 찰박대며 물장구를 치는 자실장들을 바라보며 친실장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정말 다행인 데스. 이제 날씨가 좀더 좋아지면 먹을것도 많아지고 다들 굶주리지 않아도 되는 데스.
벌써 산에서 살아온지 삼년째 되는 노련한 친실장이었지만 얼마 전 뜻밖의 한파로 자실장 몇마리가 얼어죽는 바람에 의기소침해져 있었던 것이다. 굴 속에 모아두었던 낙엽은 겨울을 보내며 눅눅해지고 냄새가 나기에 이제 날씨가 풀렸다고 버린게 실수였다. 추위에 떨며 다들 굴한켠에 옹송그리고 모여서 밤을 보냈지만 결국 바깥으로 밀려난 자실장 두마리는 다음날 햇빛을 볼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남아있는 자실장은 이제 일곱마리 뿐. 하지만 앞으로 몇마리나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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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실장의 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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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마! 이것 좀 보는 테치! 말캉말캉한게 이상한 느낌인 테챠!
- 끈적거려서 기분 나쁜 테츄!
잠깐 상념에 잠겨있던 친실장의 귓가에 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울가에서 씻고있던 자실장들이 웅덩이 한켠에 떠다니던 개구리알 뭉치를 발견한 것이다.
- 데에에, 이것은 우마우마한 것인 데스! 자들은 오는 운이 좋은 데스!
모처럼의 별식을 발견한 기쁨에 친실장은 자들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약간 물이끼가 끼어 초록색을 띄는 개구리알을 들어올리자 주르륵, 하고 길게 늘어진다.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을 하고있는 자들에게 보여주듯이 친실장은 길쭉하게 늘어진 개구리알의 끝부분을 후루릅 하고 삼켜나간다.
끈적하게 입안을 채우는 젤리의 식감과 톡톡 터지는 알의 느낌에 친실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데프픗, 하고 미소짓는다.
- 자들도 다 같이 맛보는 데스!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특식인 데스야!
친실장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자실장들도 허둥지둥 물에 잠겨있는 개구리알을 꺼내 저마다 삼키기 시작한다. 아직 성체처럼 입이 크지가 않기에 한입에 삼키지 못하고 쭉쭉 빨아먹는 식이지만 어쨋든 먹을게 입안에 들어오니 행복한 듯 하다.
- 테에에, 신기한 맛인 테치!
- 약간 비린 맛이 나긴 해도 맛난 테치!
- 마마는 뭐든지 알고 있는 테챠!
시끌시끌 떠들며 개구리알을 잔뜩 포식한 일가는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지는 것을 보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 자들은 이제 모이는 데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인 데스!
- 알겠는 테치!
- 이모우토챠들은 다들 있는 테치?
- 오녀 이모우토챠가 없는 테치!
- 오녀 오네챠!!
부산스럽게 떠들며 모인 자실장들 중에서 오녀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일가는 포식자들의 습격을 무릎쓰고 테칫대며 사라진 자실장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졸졸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려올 뿐, 오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오녀는 포기하는 데스. 우리들만이라도 먼저 집으로 가는 데스.
- 테에에에?! 오녀챠를 버리는 테치?
- 어쩔 수 없는 데스. 이제 곧 어두워지면 와타시들도 위험해지는 데스.
냉정하게 오녀를 버리고 남아있는 자들을 챙긴 친실장은 서둘러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두워지면 본격적으로 야행성 포식자들의 활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고양이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은 실장석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천적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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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족이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오녀는 한창 계곡을 탐험 중이었다. 아까 전 맛본 개구리알의 맛에 흠뻑 빠진 오녀는 집으로 가기 전에 하나 더 찾아서 가족에게 나눠줄 생각에 들떠 친실장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채 멀리까지 나와버린 것이다. 친실장보다 커다란 알무더기를 찾아 일가에게 감사인사를 듣을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치프픗, 하며 행복회로를 돌리는 오녀. 그런 오녀의 소망이 실현된 것일까, 풀숲 너머 웅덩이 구석에 정말로 엄청난 크기의 알무더기가 있었던 것이다.
- 찾은 테챠아! 와타시가 해낸 테치이! 이제 마마도 오네챠들도 와타시를 다시 보게 될 것이 분명한 테치!
안타깝게도 오녀가 찾아낸 것은 두꺼비 알이었다. 친실장이 있었더라면 저것은 먹을 수 없는 것이니 조심하라고 했을 터이지만, 녀석은 이미 오녀를 포기하고 집으로 간지 오래였다.
그 사실을 모른채로 웅덩이 속의 알무더기에 뛰어든 오녀는 끈적한 알무더기 속에서 첨벙대며 가족을 부르기 위해 소리높여 외쳤다. 안타깝게도 오녀의 그런 외침에 가족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대신 웅덩이 한켠에서 슬그머니 한쌍의 동그란 눈이 수면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바로 오늘 새벽에 이 웅덩이에 산란을 마친 두꺼비 암컷은 잠시 휴식을 취하다 해가 지면 먹이를 구하러 가기 위해 웅덩이 한켠에 얌전히 처박혀 있었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한 것을 느끼고 움직이려는 와중에 눈 앞에서 알짱대는 형체가 보이자 먹어도 되는 것인지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웅덩이 한켠에서 한동안 오녀가 까불대는 것을 바라본 두꺼비는 슬금슬금 물속에서 움직여 오녀의 바로 근처에까지 다가왔다. 서로 간의 거리가 자실장 한마리의 키 만큼 가까워 지자 알속에 파묻혀 있던 오녀도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두꺼비와 눈이 마주쳤다.
- 테퍄퍄퍄퍄퍗!! 엄청나게 못생긴 녀석인 테치!! 정말로 불쌍하게 못생긴 노예인 테치!
어지간한 성체 실장석도 두꺼비는 건드리지 못한다. 실수로라도 두꺼비의 독에 스친다면 그대로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죽어버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미에게서 두꺼비의 위험을 배우지 못한 자실장들도 자매 몇마리의 희생으로 두꺼비의 위험성을 깨닫고 얼른 도망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왜냐하면 두꺼비는 독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자실장에게 있어서는 큰 위험이기 때문이니까.
배를 잡고 웃어대는 오녀의 모습에 두꺼비는 마지막 공격 준비를 마쳤다. 눈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일단 입안에 넣고 보는 두꺼비의 습성은 실장석이라고 해서 가리지 않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녀의 상반신은 두꺼비의 입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 테갸아아!! 테갸아!! 깜깜한 테챠!! 마마아!!
상체가 두꺼비에게 삼켜져서 버둥대는 자실장의 모습은 어찌보면 굉장히 우스운 광경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상황이다. 짧은 팔다리를 바둥거려봤자 두꺼비의 입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한입에 삼키기 부담스러운 크기라서 두꺼비도 일단은 자세를 고쳐잡고 조금씩 자실장을 삼키기로 한 것 같다.
한편 필사적으로 버둥대던 오녀는 참을수 없는 공포에 팬티 가득히 운치를 지렸다. 불룩하게 솟아오른 팬티는 이내 초록색으로 물들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평상시라면 꽤나 효과적인 생존 방법 - 고약한 악취로 포식자를 쫒아내는 - 이었겠지만, 운이 나쁘게도 오녀는 물웅덩이 안에서 습격을 당했다. 끔찍한 운치의 구린내에 놀란 두꺼비가 몇번 고개를 흔들자 이내 흐르는 물에 씻겨내려 가버리고 만 것이다. 자그마한 몸집 어디에 웅덩이를 녹색으로 물들일만큼 많은 운치가 있는지는 모를 노릇이지만, 얼마 지나기 전에 물웅덩이는 다시 평소의 맑은 물로 돌아왔다. 그리고 웅덩이 속에는 이제 두꺼비 한마리와, 녀석이 낳은 알무더기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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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들은 조심하는 데스우. 마마라고 해도 귀여운 오마에타치들을 모두 지켜줄 수가 없는 데스.
- 알겠는 테치!
- 조심하는 테치!
그날 저녁 친실장은 잠들기 전에 자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경고하고 있었다.
- 특히나 밖에 나갔을때에는 마마의 곁에 항상 붙어있는 데스. 오녀 처럼 행동하면 그것은 분충인 데스.
- 분충은 싫은 테치!
- 마마 곁에 꼭 달라붙어 있는 테치!
친실장의 교육에 소리높여 대답하는 자실장들. 그런 자실장들을 바라보며 친실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 이번에는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르겠는 데스우..
- 마마, 뭐라고 한 테치?
- 아무것도 아닌 데스. 어서 자는 데스.
새로 주워온 낙옆 속으로 폭 파묻히는 자실장을 토닥거리며 친실장도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한다.
그렇게 산 속의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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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해져서 그런지 집 아래 웅덩이에 올챙이들이 우글우글해진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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