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동생 집으로 찾아갔다. 동생은 우리 집안에서 유별난 애호파이다. 우리 가족 중 학대파는 없지만, 애호파도 없었거늘 동생은 애호파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한 녀석이 된 듯 하다. 부모님은 동생이 무얼 하는지 궁금해 하시지만, 실장석 자체를 잘 모르는 부모님에게 이런걸 설명했다간 충격만 먹으실게 뻔해서 나라도 가끔씩 동생의 상태를 보러 오는 것이다.
"형! 어서와!"
"뭘 사올지 몰라서 샌드위치라도 사왔는데, 괜찮니?"
동생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식탁에 앉아 동생은 햄에그 샌드위치, 나는 치킨 샌드위치를 집어서 사왔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흘러넘긴다.
"오랜만에 오는 거지만, 이 집 참 더럽네."
"미안~청소를 까먹어서 말야"
동생은 언제나 해맑다. 올해로 32살이 되었건만, 동생은 일도 하지 않고 집 안에 틀어박혀선 실장석을 키우고 있다. 직장동료에게 물어보니 내 동생 같은 경우를 애오파라고 부른다는거 같았다. 관찰파인 동료가 못 들을걸 들었다는듯 인상을 구긴걸 봤기 때문이다.
"잘 먹었다! 고마워 형!"
샌드위치를 빠르게 비운 동생이 종이포장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동생의 집은 생각보다 넓은 전원주택이지만, 실상은 쓰레기집이라 해도 다를 바 없다. 앉으려면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한다. 씽크대에는 파리가 날아다닌다. 원래는 내가 치워줬지만 언제나 그대로가 되어 어느 순간 포기했다.
"동생아, 오늘은.."
"아! 핑키 보여줄게!"
동생은 절묘하게 말을 끊었다. 핑키는 동생이 키우는 실장석이다. 2년전 쯤에 만나서 동생이 빠진, 세레브한 실장석. 모습은 몇 번 봤었지만 최근엔 본 적이 없었다.
"자, 핑키! 인사해!"
"...안녕하세요."
핑키의 모습은 실장인에 가까워져 있었다. 갸름한 얼굴형에 양갈래를 풀어내린 머리카락, 억지로 흑발로 염색했는지 군데군데 갈색 머리가 보인다. 억지로 만들어낸 목과 길어진 팔, 다리. 그리고..
"핑키를 개조한거니..?"
"응! 사람 같지! 여기 가슴도 제대로 있어!"
핑키를 잡고 흉부에 크게 출렁거리는 가슴을 손가락으로 주무르는 동생의 모습은 충분히 변태같았다. 깎지 않아 덥수룩한 수염에 말라서 뼈가 보이는 몸. 머리는 길어져선 눈을 가리고 있었다. 핑키는 익숙한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핑키, 임신 중인거야?"
"응! 곧 태어날거야."
핑키의 배가 볼록했다. 뭘로 임신한걸까 생각했지만 곧 철회했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을 리가 없었다. 실장석의 몸을 저렇게까지 개조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거실만이라도 치우자"
"네-쓰레기 봉투 가져올게"
거대한 종량제 봉투가 몇 개 깔렸다. 국물이 마른 컵라면 용기와 아이스크림 막대, 비닐봉지와 과일 껍데기까지 있을만한건 다 있었다. 거실 바닥이 보여갈때쯤, 난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
"아! 그걸 왜 안버렸지"
동생은 내 손에서 콘돔을 낚아챘다. 이미 사용한, 말라비튼 정액이 안에 담겨있는 콘돔.
"..너 혹시, 핑키랑 직스한건 아니겠지?"
"최근에 처음 했어..!"
차라리 부정해주었다면 더 좋았을걸. 핑키를 개조한 것도, 핑키가 임신한것도 다 그것에 있었던 걸까. 동생이 갈 곳 까지 간 것일까. 아니면 이런 동생까지도 이해해야 형인걸까.
"직스가 어떤 인식이 깔려있는지, 잘 아는건 너잖아"
"그래도..! 이런 섹시한 애를.."
동생은 핑키를 끌어안았다. 핑키는 반사적으로 동생을 감쌌다. 그 모습이, 그 모습이 역겨워 아까 먹은 치킨 샌드위치가 반쯤 역류할것 같았다.
"동생아. 너..제정신이.."
"괜찮아, 형. 나는 행복해"
동생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소를 지었다. 손에는 핑키를 꼭 감싸쥐는 그 폼이, 몇년전 내가 알던 동생과는 달랐다. 예전에 동생은 회사도 잘 다니고 장래가 유망한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남편님, 아이가 나오려 해요."
"핑키의 말투가.."
"미안미안 형! 나중에 설명할게!"
동생은 그나마 깨끗한 접시를 찾아 물을 받았다. 방금 치운 식탁에서 다리를 벌리고 아이를 낳는 실장석의 모습은 위화감으로 가득했다. 동생은 탄생의 순간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수고했어 핑키! 건강한 자실장 3마리구나"
"파파 테치..?"
"잘 부탁 드리는 테치 파파"
"반가운 테치"
핑키가 낳은 자들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동생은 뭐가 좋다고 손인사로 화답했다. 핑키가 낳은 아이들은 건강히 걸어다녔고, 머리가 흑색이였다. 동생의 정액을 받은 아이들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큰아빠야 큰아빠, 인사해!"
"큰아빠, 안녕한 테치"
"쓰다듬어 주시는 테치-"
"반가운 테치!"
머리가 아프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오늘이야 말로 동생에게 건실히 살자고 제안하려 했는데, 지금 내가 무얼 본 거지? 실장석이 나의 조카? 나는 실장석의 아주버님이 된 거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져왔다.
"아주버님, 괜찮으십니까?"
"너..말투가.."
"남편님께서 저를 교육해주셨습니다. 실장석의 울음소리를 낼 때마다 벌을 받았습니다. 노력의 결과입니다."
핑키가 다가와 나에게 물을 한 잔 건넸다. 고개를 저어 거절하니 자신이 물을 마시고 자들에게 나눠주었다.
"핑키~ 오늘은 아이를 더 만들까? 형도 자들 중 한명 가질래?"
"필요없어. 동생, 난 지금까지 너의 형인걸 후회한 적이 없어."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 일어서니 순간 하늘이 돌았다. 핑키가 보인다. 갓 나은 핑키의 자들도, 동생도 보인다. 실장석과 직스하고 흑발의 자까지 갖게 한, 나의 동생...
"형, 왜 그래?"
"근데 난 지금, 너의 형인게 후회 되기 시작했다."
동생에게 다가갔다. 점점 뒤로 물러나던 동생은 머리가 베란다의 창문에 닿이자 걸음을 멈췄다. 짜악- 경쾌한 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너무 세게 때렸는지 동생의 코에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형..형...아파..아파아아아아!!!!"
"진정하세요 아주버님."
"큰아빠 무서운 테치이이...파파가 맞은 테치.."
바닥을 뒹구는 동생을 바로 지그시 밟았다. 핑키가 나를 말리려 왔지만 그대로 밀쳐버렸다. 핑키가 밀쳐졌다는거에 분노한 동생을 발을 높게 들어서 다시 짓밟는다. 커억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니가, 이런 놈일 줄은 몰랐어. 실장석과 직스? 어디서 저런 곤충과 교미를 할 수 있어!!"
"실장석은 곤충이 아냐! 하나의 생명체야!"
동생을 발로 계속 밟았다. 동생은 발악했지만 나에게 힘으로 당해낼린 없었다. 동생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나에게 밀쳐진 핑키도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만하세요 아주버님. 남편님이 아파하는걸 더 볼 순 없어요.."
"그럼 안 봐도 되게 해줄게. 저승에선 이승이 안 보이겠지?"
핑키를 집어 올린다. 나의 손바닥에 겨우 찰만한 크기다. 이런 곤충에게 박았다니. 혐오의 감정이 소용돌이 치며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대로 손을 오므려 핑키를 압박했다. 조금 소리치더니 핑키는, 내 안에서 한 줌 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핑키이이이이이!!!"
진짜로 사랑했었나, 몸을 가누기 힘들어도 한낱 실장석을 위해서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는 자들도 차례차례 밟아 주었다. 바닥에 생긴 3개의 얼룩, 모든게 백지로 돌아가버린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던 동생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너를 위해서다. 나중에 연락해라."
본능에 잠시 굴복했던 나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으로 가 끊은지 몇 년 되었던 담배를 연거푸 3개비 피웠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나의 손에 남았던, 부드러웠던 덩어리의 감촉, 그 감촉을 최대한 바지에 닦아 지워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종일 쉴 수 밖에 없었다.
-
몇달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동생은 드디어 미쳤던거 같다.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사진을 보여주며 형이 핑키를 죽였다며 울지 않나, 밖으로 나가 버려진 인형을 주워와 핑키라 부르지 않나, 심지어 그 인형과 교미를 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 신고를 먹었던거 같다. 오늘은 동생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날이다.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해 주기 위해 동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형!!!형!!!핑키 돌려줘, 핑키 살려내란 말야아아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가 다시 아파왔다. 동생은 포박당해 차로 연행되었다. 동생은 차가 떠날때까지 핑키밖에 외치지 않았다. 한낱 실장석이란 미물에게 미쳐있던 동생은, 정신병원에서도 핑키를 그릴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했던걸 추억하며 죽어갈 것이다.
"하아.."
동생의 집을 다 치웠다. 바깥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불은 키지 않았다. 온기 한 점 없는 집에서 나는 소리는 들으라는듯 울려퍼졌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 힘이 풀렸다. 차가운 바닥이 동생의 부재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나에게 남은게 뭐지..?"
공허 속에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동생은 정신병원에 강제로 연행되었다.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니 크게 충격을 먹으신 듯 했다. 처음에는 빼올 방법은 없냐, 어쩌다 그리 된 거냐 등의 질문을 쏟아부으셨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동생을 부정하셨다. 동생이 벌레와 성교를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드셨던 거겠지.
"철현아, 넌 외동이잖니."
내가 동생의 이야기를 꺼내려고만 해도 부모님은 웃으며 부정하셨다. 그 웃음 안에는 슬픔이 녹아내려 있었지만 굳이 꺼내진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외동이라고 말했다. 나조차도 동생을 부정하고 있었다.
동생이 정신병원에 갇힌 지 2달, 어느새 계절은 봄의 끝자락이였다. 벚꽃이 차례차례 지고 푸르름이 찾아오고 있었다. 동생의 상태는 듣지 못했다. 알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동생의 면회를 가기로 했다. 동생은 구속복이 풀린 채였다. 눈을 찔렀던 머리는 단정하게 잘랐고 수염도 밀었다. 동생은 나와 닮았다. 가려졌던 얼굴이 보이니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동생의 동공은 떨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이다.
"형.."
"잘 지냈어?"
나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눈은 곧 울듯이 물기로 가득 찼다. 내 얼굴을 볼때마다 핑키가 생각나겠지. 핑키를 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것은 나니까. 동생은 내 물음에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
"핑키가 보고 싶어.."
"너도 알잖아. 걘 죽었어"
"형이 죽였잖아. 형이 없었으면 핑키는.."
핑키는 살았을 거다. 동생은 핑키의 자를 돌보았을 거고, 그 자들은 성체실장이 됐을 지도 모른다. 너는 모를 것이다. 니가 일을 안하고 빈둥댈 동안, 너에게 생활비를 대주었던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너는 내가 준 돈을 그 벌레에게 쏟아부은거다. 지금 정신상태론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 테지만.
"형이 죽였잖아. 형이 살려줘..우리 핑키.."
"죽은건 살릴 수 없어."
나는 동생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동생의 눈동자에 나의 얼굴이 비쳤다. 동생은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숙여 오열했다.
"형은..사람도 아니야..?"
"니가 인간을 포기한 거야. 난 그때로 돌아가면 또다시 핑키를 죽일거야"
내가 핑키의 이름을 입 밖에 꺼내니 동생은 나를 똑바로 본다. 눈은 충혈되어 있고 목소리는 갈라져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한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 보는게 답답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볼때는 나아지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동생의 면회를 가지 않았다. 내가 면회를 간 후 1달 뒤에 동생이 자살했기 때문이다.
-
동생은 끔찍한 모습으로 자살했다. 동생은 자신의 눈을 싫어했었다고 한다. 핑키가 못 보는 세상을 자신은 멀쩡히 보는게 싫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눈을 판걸까? 동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연히 주웠던 유리로 목을 그었다.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핑키를 보았을 것이다.
동생이 죽은 그 날은, 3개월 동안 제일 나았던 날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핑키를 부르며 울기만 했던 남자가 모든걸 해탈한 표정으로 웃었다고 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그 남자는 점심을 먹자마자 자살했다.
"동생아.."
나는 장례식장에 상주로 섰다. 부모님은 동생을 부정했다. 마지막에는 울부짖으며 너에게 동생따위 없다고 외쳤다. 동생의 휴대전화를 열었다. 갤러리에는 3000장 이상의 사진이 있었다. 전부 다 핑키 사진 뿐이였다. 나는 역겨워선 앱을 닫았다. 연락을 위해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30개도 되지 않는 연락처다. 날씨는 동생이 죽은 그 날 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부모님과 나를 제외하니 20개 정도밖에 없었다. 문자를 보내니 번호 주인 바뀌었습니다 등의 문자만 5통이 넘게 왔다. 옛날 번호인가 아니면 동생을 버린걸까. 30분 후, 딱 한사람만이 장례식장에 방문했다.
"같은 커뮤니티 사람입니다."
동생은 직스파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인물이라고 했다. 핑키의 사진으로 도배를 해서 쫓겨나기도 했었다고 한다. 유일한 조문객도 그 커뮤니티의 회장이였다. 그 회장은 옆에서 동생이 어느 정도로 핑키에 미쳐있었는지를 풀었지만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형님은 어느 파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곧 결정하게 되실 거예요."
그 회장은 한참을 더 떠들다가 1시간이 지나서야 일어섰다. 그 후 조문객은 몇 사람을 제외하곤 오지 않았다. 장례식장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음식을 해주던 사람도 사람이 오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따끈한 수육만 몇점 집어먹고 말았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미친놈"
동생의 집으로 가서 정리했던 유품들이 기억났다. 아직 쓰지 못한 콘돔 박스들과 동생이 핑키와 찍은 결혼식 사진도 보였다. 사진 속 동생은 환히 웃고 있었고 핑키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얘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걸 사기 위해서였나.
"...이해를 못하겠네.."
유품 간직할 것도 없어서 거의 다 버렸었다. 나는 여전히 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 장례식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휴대전화에서 동생의 연락처를 지웠다. 이대로 끝났다. 나는 동생을 잊을 것이다.
"아주버님."
집에 혼자 있던 날이였다. 날씨는 언제나 비였다. 동생이 죽은 후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점점 더 거세지는것 같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어 처리하는 중에, 핑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주버님"
확실히 핑키였다. 자실장의 생김새가 아닌, 긴 팔다리와 목. 흑발실장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가슴이 부담스럽다. 핑키는 다소곳하게 다가오더니 나의 간식인 초코칩쿠키를 한 입 베어물었다.
"안 놀라네요?"
"내가 미친거겠지 생각중이야"
핑키의 모습은 투명하지 않았다. 완벽히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핑키는 초코칩 쿠키를 계속해서 베어먹었다. 배가 많이 고픈 듯 했다.
"이제야 조금 살겠어요. 남편님은 밥을 적게 주셨었거든요."
"왜?"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핑키는 실장푸드 2알 혹은 3알만 먹었다고 했다. 하루 섭취하는 양은 10알 미만, 간식은 콘페이토 한 알 정도. 그렇게 먹으니 살이 찌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핑키는 초콜릿이 맛있다며 웃었다. 지금 이 핑키는 환영일까. 아니면 정말로 귀신인걸까? 아니면 내가 미친 것일까?
핑키는 쿠키를 한개 다 집어먹고는 사라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핑키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초코칩쿠키가 한개 사라져 있었다. 무의식의 내가 먹은 것인가 아니면 진짜로 핑키가 왔다 간걸까?
"내가 이 말투를 안하면 벌을 줬지요."
"전에 벌 줬다고 했었지, 무슨 벌이었는데?"
"나를 때렸어요. 때리고 굶겼죠."
핑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나는 혼잣말로 쓰레기라고 중얼거렸다. 핑키는 반박하지 않았다. 핑키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흘린 채로 사라졌다.
핑키는 까다로왔다. 비가 내리고 내가 간식을 먹으며 혼자일 때만 나타났다. 동생이 죽고 나서, 장마가 시작된듯 비는 계속 내렸기에 핑키와 만나는 것은 쉬웠다. 핑키는 만날 때마다 내 간식을 훔쳐 먹었다.
"콘페이토.. 센스가 좋네요."
그래도 실장석이긴 한지 핑키는 콘페이토를 제일 좋아했다. 콘페이토를 핥아 먹다가 작아지면 입 안에 가득 물고 오물거렸다. 콘페이토만은 4-5개를 빼앗아 먹곤 했다. 물론 이것도 내가 먹은 걸지도 모른다.
"나의 남편은 날 참 좋아했어요."
"광기지."
"부정하진 않을게요"
핑키가 나타난지 1달이 지났다. 1달이란 시간동안 나는 동생에 대한걸 들었다. 성적 취향이나 첫날밤 같은것. 동생은 핑키를 정말 사랑했다. 핑키도 동생을 사랑한다고 했다.
"..정말 사랑했어?"
"나만 바라봐 주었잖아요. 그 사람은 나를 위해서 일도 하지 않았었어요."
그냥 백수일 뿐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핑키는 동생과 지낸 시간이 행복했었다고 한다. 항상 몸매를 관리하고, 밤상대를 하고 말투에 신경써야 했지만 동생이 웃는 모습이 좋았었다고 말했다.
"내 동생은 미친거야."
"왜요?"
"미치지 않으면 못 하는 짓이거든. 동생이 한 짓은"
핑키는 매우 작다. 자실장이니 나의 종아리 길이만큼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생물에게 성욕을 느낀다는 것은, 뇌의 이상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 할 것이다. 핑키는 마지막 콘페이토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 후 웃으며 일어났다.
"아주버님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네요."
"동생과 너를 이해할 이유는 없어"
"그러니까 잃은 거예요. 당신이 내 남편을 죽인거죠."
핑키는 나를 보며 말하고, 사라졌다. 그 후엔 아무리 비가 오는 날이여도 핑키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예 사라져버린 것처럼. 내가 내 동생을 죽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서.
"동생은 스스로 죽은거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애초에 동생이 핑키에게 미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핑키가 내 동생을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거지. 나는 동생을 지키고 싶었다고...
"..그게 정말로 동생이 원하던 거였을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였다. 나는 동생을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동생을 괴롭힌거 아니였을까. 동생은 사실 행복했던거 아닐까. 실장석에게 위안을 얻었던거 아닐까.
머리가 아파왔다. 머릿속에서 동생과 핑키가 교차되며 그려진다. 눈이 서서히 감긴다. 동생의 마지막 표정이 보인다. 나를 원망하는 그 얼굴이, 핑키를 살려내라고 외치던 그 표정이. 그 후 핑키를 따라간 동생은, 지금 행복한걸까. 내가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몬걸까..
아파오던 머리가, 서서히 맑아졌다.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니, 후회해도 돌아오는건 없지."
나는 머릿속에서 동생을 묻었다. 아무것도 해결된건 없었지만 내일도 출근을 해야했다. 동생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오늘도 회피하며, 일이라는 합당한 그늘 아래로 도망쳤다. 동생이 정말로 핑키랑 있던게 행복했다 하더라도, 이제 그런건 없다. 핑키라는 생물도, 동생도 죽어서 사라진 것이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진 거다. 나에게 동생따위 없었던 거다.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으니.
"그래, 난 외동이니까."
회사에서 신경 쓰이는 동료가 있다. 그 동료는 대단한 실장석 학대파로, 회사 내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그냥 관심을 끄면 되는걸 왜 굳이 잡아다가 돈을 들이고 학대를 하는지 모르겠어하는 사람이 많기에, 이해받지는 못한다.
"철현씨, 동생이 '슬픈 일'을 당하셨다면서요?"
"슬픈 일이요?"
"아, 미안해요 말이 잘못 나왔네요"
가끔씩 슬픈 일이라던가, 소중한 돌씨 같은 말을 하는걸 제외하면 나랑 잘 맞는 사람이다. 몇번 집에 초대한 적도 있다. 같은 게임을 좋아하고, 노래 취향도 비슷한 사람이다. 사적으로 만날때마다 이 사람도 비를 몰고 온다. 실장석과 관련된 사람은 다 비와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저는 애호파를 이해하지 못해서요."
"네?"
"그런 벌레들과 어떻게 성교를 하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평소처럼 점심밥을 같이 먹으며 말했다. 나는 돈까스를 먹고, 동료는 카레를 우걱우걱 먹었다. 실장석과의 성교는 나도 이해하진 못하기에 나는 대충 수긍했다. 그 후 동료는 자신의 학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쪽은 좋아하지 않기에 대충 흘러넘기고 리액션만 대충 해준다. 학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눈에 생기가 도는 사람이다.
"오늘도 집에 가면 걔네들은 꺼내 달라고 할 거예요. 잘 먹었습니다."
길었던 얘기가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학대파도, 애호파도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다만 세상엔 동생 같은 사람이 꽤나 있다고 한다. 인증해서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물론 세상에는 동료같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모양이다.
"이번 주말에 놀러오실래요?"
오랜만에 집에 일찍 가려고 할때, 동료가 말했다. 주말엔 아무 일정도 없으니 수락했다. 동생이 자살하고 처음 맞는 여름이였다. 부모님은 약간의 불안함이 있으시지만 평화로이 사신다. 나는 머리 아픔이 사라지고 나머지 담배를 버렸다. 가끔씩 허무에 빠진 동생의 그 얼굴이 떠오를때면 가슴이 아프지만 내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토요일, 오늘도 비가 내린다. 네비를 찍어 도착하니 동료가 반갑게 맞아준다. 방 안에는 실장취와 운치의 냄새가 가득하다. 피비린내와 안에서 들리는 실장석의 비명 소리들이 자신의 존재들을 알리는것 같다.
"이게 다 뭐야?"
"아 이거요? 너네 다 닥쳐 진짜.."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수조에 실장석들이 갖혀있다. 수조 뒤켠에는 못에 몸이 꿰뚫린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실장석과 꺼내달라며 수조를 두드리는 저실장과 엄지, 자실장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다들 독라이며, 몇몇 애들은 양쪽 눈이 붉어져선 강제로 자를 낳고 있다. 끔찍한 광경이다.
"여기서 밥도 먹어?"
"당연하죠. 얘네 모습 보면 밥 한공기 뚝딱이에요. 놀릴 수도 있구요."
동료는 나를 수조 앞으로 안내했다. 이런 거의 취미는 없는데. 어지러이 쏟아지는 비명을 뚫고 내가 의자에 앉으니 동료는 나보고 데코핀을 날려보라고 했다.
"데코핀?"
"딱밤이에요 딱밤"
동료가 한 마리를 집어서 나한테 주었다. 내가 구원자인줄 알았는지 나에게 빠르게 다가온다. 눈에는 피눈물을 흘리며 기어오는 모습이다. 아, 손에 운치 묻었네...
"이 새끼가 진짜!"
"레에엥!"
작은걸 보아하니 엄지인것 같다. 엄지는 동료에게 한대를 맞은 후 나에게 안겨서 계속 울었다. 이런 애한테 딱밤을 날리라고? 진짜?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귀여운 애한테 어떻게 딱밤을 날려. 한숨을 쉬니 동료가 엄지를 다시 돌려놓았다.
"그럼 성체는 어때요?"
수조 제일 앞에서 문을 두드리던 성체를 집었다. 아마도 내가 자신을 구원할 남편상이라 생각한 걸까. 동료를 향해 메롱을 하더니 나에게 붙어온다. 엄지보다 설 힘이 있고, 엄지보다 무겁다. 엄지보다 살이 퉁퉁하니 올라와있다.
"남편상 남편상! 와타시를 구해줄 줄 알았는 데스..오로롱..와타시 힘들었던 데스.. 그래도 남편상이 있으니 당장 이 곳에서 나가서 와타시를 세레브한 궁전으로 안내하는 뎃스웅~"
"...."
딱! 하고 딱밤을 날리니 내 손에서 자지러진다. 떨어질거 같으니 동료가 집어서 책상에 옮겨 놓았다. 아마도 머리속에선 나랑 직스하는 상상까지 한 거 아닐까 싶다. 손에 묻은 운치를 닦고 돌아오니 실장석들은 날 동료랑 같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다들 나와 눈을 맞추는것을 꺼려한다.
"오늘은 새로운 들실장을 잡아왔어요. 보실래요?"
방에서 나와서 조심스레 비닐봉지를 연다. 검은색 비닐봉투안에 친실장과 자실장 2마리가 네무리를 맞아 곤히 자고 있다. 수조 안에 것들과는 달리 머리카락과 옷이 있지만, 떡지고 더러워져서는 의미가 있을까 싶다.
"얘네도 학대하는 거야?"
"당연하죠. 철현씨는 이런거 잘 모르죠?"
몇분 후 실장석이 깨어났다. 동료에게서 진하게 나는 피냄새를 맡았는지 경계부터 하는 모습이다. 동료가 웃으면서 있자, 실장석은 입을 뗐다.
"똥노예! 와타시에게 쫄은 데스? 위험한 줄 알았는데 아닌거 같은 데스. 와타시 피곤한 데스. 빨리 목욕부터 준비하는 데스."
"맞는 테치. 와타치타치는 힘든 테치"
"닝겐노예 2마리인 테치!"
동료는 익숙한 듯 실장석을 안아들었다. 그 후 머리카락을 비비적 거렸다. 나한테도 하라는 눈치길래 자실장 한 마리를 잡아서 같이 머리카락을 비비적 거렸다. 끈적하고 비듬이 묻어나온다.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
"데핏! 와타시의 머리카락 씨가아아아아아!!!!"
동료의 손에는 머리카락이 뽑혀있다. 나도 따라서 뽑아본다. 굉장히 쉽게 뽑히고 모공이 남은게 보인다. 동료는 뒷머리도 뽑고 옷을 벗겼다. 매우 능숙해서 그 모습을 따라했다. 너무 세게 뽑은 건지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아픈 테챳!!!아픈 테챠아아아!!!"
"좀 역겨운데."
자실장은 충격인듯 자신의 머리카락이 있었던 곳을 부여잡고 울었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본 자실장, 핑키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원래 실장석은 이렇게나 토실하게 살이 올라있는 생물인 것인가?
"자 이제 옷을 벗겨요. 옷부터 안 벗기면 직스하는줄 착각한다니까요."
두건은 이유 모를 끈적함으로 덮여 있었지만 잡아당기니 쉽게 벗겨졌다. 옷도 벗기고 신발까지 벗기니 독라의 상태가 되었다. 나머지 자실장은 도망치려 했지만 식탁이 꽤 높아서 테치하면서 망설이고만 있다.
"그럼 이제 뭐해?"
"선택지를 줘야죠."
나머지 한마리까지 독라로 만들고는 동료는 독라 3가족에게 말을 걸었다. 독라들은 울면서도 동료의 말을 생각보다 잘 듣고 있다.
"친실장, 자들을 죽이면 널 사육실장으로 대우해줄게."
"그거 범죄 아냐?"
"실장석이라구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실장석이 곧 행동을 옮겼다. 아무리 실장석이여도, 기본적인 모성애는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테쨔아아아아아!!!"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
친실장은 주먹으로 자들을 휘두르고 물어 뜯어 죽인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찢기는 자실장들과 신나선 자들을 물어 뜯는 친실장. 순간 역해져서 이마에 손을 짚고 비틀거리니 동료가 어깨를 토닥거려 준다.
"저게 실장석이에요."
그리고 당신의 동생은 저런 생물과 몸을 섞은 거구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충격적인 행동을 하는..생물이..있을리가. 몇분에 걸쳐 자신의 자를 말끔히 먹은 친실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입가에는 피가 맺혀있고, 바닥에는 몇점의 살점밖에 남지 않았다.
"와타시 자를 잃은 데스~오로롱~닝겐상이랑 흑발의 자를 낳지 않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인 데스!"
"신나선 잡아먹었잖냐"
"아닌데스! 이건 살려고 그런 데스! 자들은 와타시를 위해 희생해준데스우~"
동료는 밝게 웃어주었다. 우선 살려준다는 말은 했으니까..그 후 손에 올려 새 옷을 입혀주었다. 새 신발까지 입히고 실장 발모제를 바르니 머리카락이 다시 나왔다. 그 후 두건으로 잘 가려주었다. 성체실장은 제 뒷머리의 머릿결에 심취하고는 동료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감사한 데스 닝겐상! 그럼 이제 식사를 하는 데스우. 와타시는 특등급 스테이크가 아니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 데스."
동료를 애호파로 판정한 실장석이 갖가지 요구를 한다. 동료는 아직 웃고 있었다. 그 후 잠시 기다리라며 어떤 고기를 구워와 실장석 앞에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우마우마 데스! 맛있는 고기인 데스! 똥노예 주제에 제법인 데스!"
한 접시를 다 비운 실장석이 배가 빵빵해진듯 배를 두드린다.
"그럼 이제 이르지만 첫날밤을 가지는 데스! 와타시, 처음인 데스우. 상냥하게 해주는 데스우."
실장석은 옷을 벗으려는듯 소매를 올렸다. 동료를 애호파로 판정한 성체는,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머리카락을 나게 해주었으니 자신이 마음에 든걸로 착각한듯 했다. 내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동료와 직스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 모습에 동료가 미친듯이 웃었다. 급작스러운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실장석이 제일 놀란듯 했다.
"첫날밤? 첫날밤은 무슨. 푸하, 아 진짜 웃기네..니가 먹은 고기 니 자식 살점 주워다 구운 거거든. 스테이크는 무슨 스테이크..푸하하"
동료는 배를 쥐어 잡고는 웃었다. 실장석은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구워서 먹은 꼴이라니. 성체는 당황한듯 몸이 살 떨려왔다. 옷을 다시 갖춰입었다. 동료는 웃는 채로 실장석을 다시 잡았다.
"데스웅~?"
저게 아첨이라는 건가. 돼지같은 성체가 눈을 초승달처럼 갸늘게 뜨고 제 볼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 모습에 제대로 화난 동료는 애써 자란 머리카락을 다시 뽑았다. 옷도 다시 벗기자, 몇분만에 실장석은 다시 독라의 상태가 되었다.
"닝겐상~빨리 머리씨와 옷씨를 돌려주는 데스웅~"
독라가 되었지만 성체는 아까처럼 다시 줄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아첨을 멈추지 않는다. 동료가 못을 가져와 다리에 박으니, 비명을 지르고는 제 다리를 본다. 그 후 상황파악을 한 건지 자신이 분충짓을 한게 잘못이라며 고개를 조아린다.
"용서 안해도 돼?"
"잠시만 기다려 봐요."
동생이 말을 안하고 서있으니 실장석은 흘끔 우리를 올려다본다. 초승달처럼 눈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하면 용서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래서 분충은.."
못을 머리에도 박자 실장석이 비명을 질렀다. 몇분간 그렇게 있다가 못을 뽑는다. 머리에 피가 철철 흘러나왔지만 무시하고 조금 널널해 보이는 수조에 집어넣었다.
"살려주는 데스!!살려주는 데스!!와타시가 잘못한 데스!!"
동료는 무시하고 방문을 닫는다. 수 많은 실장석의 절규가 들려온다. 차 한잔을 타주며 동료는 물었다. 실장석 어때요?
"..키우고 싶진 않네. 학대하는 이유라도 있어?"
"이유는 딱히 없는데.. 사육실장으로 점 찍어둔 들실장이 있었어요. 들 치고 양충이라 지켜보고 있었는데, 분충이 걜 잡아 먹었더라구요. 그래서 걔를 잡아다 고문 하다가, 재밌더라구요."
"뭐가?"
"벌레만도 못한게 나보고 살려달라고 비는게"
동료는 커피 한 잔을 다 비웠다. 더 이상 이 집에 있었다간 내 정신이 이상해질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동료는 아쉬워 했지만, 난 앞으로 동료와 거리를 두게 될 것 같다.
"애호파나 학대파나.."
비가 거세기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서 토독토독 비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동생의 장례식이 생각났다. 애호파는, 특히나 실장석과의 직스는 이 세계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 학대파는? 학대파와 애호파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실장석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다만, 실장석을 잡아와 고통을 주는 것은 옳은가? 그것은 인정될 수 있는가? 만약 둘 다 인정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가?
"동생아.."
오늘따라 동생이 보고 싶은 밤이다. 내가 죽인, 사랑스러운 나의 동생을.
동료와 약간 멀어진 뒤 1주일이 지났다. 동료가 가끔씩 말을 걸어오는 것을 제외하고, 그는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진 않았다. 그러다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에 나가게 되었다.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기에 수락했고, 그 곳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 당돌하고 활발하여 그를 잘 이끌어 주는 5살 연하의 여성이다. 검은색의 긴 웨이브 머리와 약간 작은 키가 매력적인 여성이였다.
"아, 실장석"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게 된 지 2주일 정도가 지난 날이였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서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두 사람 앞으로 들실장이 한 마리 지나갔다. 자실장처럼 보이는 아이가 두리번 거리며 조심히 걸음을 옮긴다. 인간을 주의하며 걸어가는 모습에 양충인가 하고 웃었다. 그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샌드위치의 빵조각을 집어 토도도 공원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그와 다르게 그녀는 약간 질색하며 입을 뗐다.
"전 실장석은 싫어서요."
"그래요?"
"네. 말을 안하는 아이라면 좋지만.."
그녀는 말을 흐렸다. 그 날은 일이 밀려있어 두 사람은 점심만 같이 먹고 헤어졌다. 옆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라서 만날 시간은 많았다. 연을 이어온지도 어언 1달이 지난 날이다. 그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당돌하지만 적당한 배려심이 있다. 자만하지도 않았고 일은 척척 해냈다. 그와 만날때는 그에게만 집중하는 여자였다. 그로서는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면 서로를 알아야 겠죠."
금요일 밤, 두 사람은 호프집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안주는 치킨으로, 주위는 시끄러웠다. 그의 말을 들은 여자는 짐짓 웃더니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휴대폰을 꺼냈다. 분홍색의 케이스가 귀엽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론 갤러리를 뒤적거리더니 그를 올려다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철현씨에겐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째서요?"
"이런걸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어요."
여자가 보여준 사진은 마라실장이였다. 카펫에 누운 마라실장이 눈이 가려진 채로 입이 봉해져선 마라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맥주가 역류할뻔 했다. 그는 자신의 성기 말고 타인의 성기를 보는것은 처음이였다. 하필이면 그 처음이 마라실장..이라니...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여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뭔가요.."
"알려면 저희 집에 오셔야해요."
그는 치킨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다 먹고 맥주로 흘러넘겼다. 계산을 한 후 차를 타고 여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술을 마셨기에 술을 마시지 않은 여자가 운전했다. 날씨는 맑았지만 그의 마음은 비로 넘쳐 흐르는거 같았다. 속이 탔다. 여자도 그의 마음을 아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여자의 아파트는 자신의 집과 좀 먼 곳이였다. 높게 솟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잡고, 20층이 넘는 여자의 집으로 올라갈때까지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뭐를 보더라도 놀라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놀라지 말아요."
도어락을 풀고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잔뜩 발기한 마라를 세우고 마라실장 한 마리가 다가온다. 두 눈을 초롱거리며 다가온 마라실장은 그를 보더니 질투심을 불태웠다. 그 후 이 여자는 자신의 것이라는지 잔뜩 선 마라를 여자의 다리에 가져다댄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그녀의 매끈한 다리에 마라실장의 마라가 닿여 비벼진다. 여자는 그 감촉이 싫었는지 마라실장을 가볍게 발로 찬다.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했지?"
그후 여자는 마라실장에게 데코핀을 날린다. 뒤로 튕겨간 마라가 머쓱한듯 앉는다. 그와 그녀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마라는 그 밑에 제 마라를 바닥에 축 늘어뜨린채 앉았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다. 뒤를 돌아 차로 돌아가고 싶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고요한 적막이 그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말하자면 직스파에요."
"..왜요?.."
"남자보다 편하거든요, 마라실장은. 비위 맞춰줄 필요도 없고 내가 세워줄 필요도 없죠. 항상 서 있으니까.."
여자는 거의 자포자기한듯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여자의 눈은 남자의 발끝도 쳐다보지 못했다. 바닥에서 듣고 있던 마라실장은 그런거 됐고 빨리 하자고 보채고 있었다. 말은 할 수 없는 듯 입을 벌려도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마라를 신기하게 쳐다보자 여자는 수술로 성대를 없앴다고 말했다.
"옆집에 피해 주는 것도 있구요, 시끄럽잖아요."
"직스할땐 콘돔을 씌우죠. 저런 벌레의 아이를 임신할 순 없잖아요. 쟤는 내 안에 사정하는 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고무 안에다 사정하는거죠."
여자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깔고는 말했다. 그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추악한 행위를 자신에게 되뇌이는것 같았다. 마라실장은 여자가 상대해주지 않으니 집에 있던 실장석 모양 오나홀에 박고 있었다. 눈을 빛내고 입에선 침을 뚝뚝 흘리며 박아대는 모습이 참 애처롭다. 어떤 사람은 그 모습에, 저 마라실장이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박는 모습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자가 자신의 동생과 자꾸 겹쳐보였다. 여자는 동생과 같은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의 성욕처리..인거죠. 철현씨 동생도 그랬다면서요?"
"네, 그랬죠."
"저는 그 마음 이해해요. 편하고, 나만 보죠. 실장석이란 생물은.."
여자가 마라의 머리를 쓰다듬자 마라는 제 마라를 빼어 여자의 손에다가 비빈다. 순간 반응이 싸해지자 실수했다는듯 다시 몸을 돌린다. 그 후 다시 오나홀로 다가간다. 성욕을 참지 못하는 생물이다. 마라실장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옷도 중간부분이 도려내어져 마라를 꺼내고 다녔다. 실장석의 모습에 소년의 성기를 억지로 갖다 붙인 모습이다.
"애인이 생기면 버려요. 얘가 처음은 아니거든요."
"실장석보단 인간의 것이 마음에 드니까요."
여자는 이야기를 마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했다. 여자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을 배려해주는 이 남자가 좋았다. 자신의 행동이 미쳤다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자는 그가 자신을 받아주길 바랐다. 그가 자신을 받아주고 저 마라실장을 처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남자에게 그녀는 다가갔다. 그 후 그녀는 그의 손을 잡으려고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그 손을 밀어냈다. 여자의 표정은 상실감으로 뒤덮였다.
"난 직스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실장석 때문에 동생을 잃었다. 물론 자신이 몰고 갔지만, 근본은 실장석에 있다고 생각했다. 단호한 그 말에 여자는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는 여자의 얼굴을 볼때마다 동생의 얼굴이 겹쳐졌다. 동생이 이야기를 하는것만 같았다. 그는 결국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오고, 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혼자 남겨진 여자는 마라실장을 보았다. 여자의 눈은 짜게 식어 있었으나 마라실장은 라이벌이라 생각한 인간이 사라져 기쁜지 초승달눈을 흘리며 서 있는 제 마라를 손으로 가리켰다. 자신은 빨리 여자와 몸을 탐하고 싶다는 눈치였다. 다만 여자는 날뛰는 마라실장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했다.
"너 때문이네."
꽤 마음에 드는 남자였는데. 여자는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매우 날카로운 칼날이 서늘하게 빛났다. 마라실장은 여자가 그것으로 무얼 할지 짐작하지 못한 듯 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마라실장의 마라를 칼로 절단했다. 성대가 없어져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마라실장이 제 마라가 있던 곳을 움켜쥐고 피눈물을 흘렸다. 대체, 왜? 여자에게 질문하는 눈이였다.
"너는 잘못 없어. 나쁜건 너를 자위도구로 쓴 나지."
여자는 마라실장의 마라를 버렸다. 어차피 재생될 것이다. 그 전에 있던 마라실장들도 그랬다. 철현씨랑 있는거, 꽤 즐거웠는데. 여자는 눈을 감고 후회했다. 그의 얼굴, 그와 맞잡았던 손의 감촉들이 생각났다. 물론 그와 만나는 도중에도 마라실장과 직스를 했었다. 간단한 성욕처리였지만, 자신이 성욕을 처리하는 그 동안 머릿속에서 자신과 섹스를 하는걸 그렸다고 하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차피 그 사람은 내가 이런 앤줄 몰라서 그랬겠지.."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서럽게 주저앉아 울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마라실장의 마라는 더 이상 자라는 일 없이 시간이 흘렀다. 자신의 남성성이 사라진걸 견딜 수 없었던 걸까. 원래라면 마라가 자랐지만 그 흉터는 오히려 완벽하게 매꾸어져 갔다. 이제 마라실장이 아니라 그냥 실장석이라고 불러야 겠네. 마라실장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먹는 둥 마는 둥, 사는 둥 마는 둥 하는 답답한 시간이 흘러갔다.
여자는 잠시 동안 망설이다가 옷을 챙겨입었다. 망설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여자는 자신의 차를 몰았다. 몇번 간 적 있는 그의 집주소를 네비게이션으로 찍었다.
-
그는 며칠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여자의 전화번호를 지울까 했지만 지우지 않았다. 지우려고 할 때마다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의 긴 웨이브 머리와, 그녀에게 가까이 갈 때마다 났던 복숭아의 향기가 그를 괴롭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며칠이 흘렀다. 밥을 다 먹고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자며 앉았을 그 때였다.
"누구세요...?"
누군가가 자신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는 인터폰으로 확인해볼 틈도 없이 문을 열었다. 연 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맑은 하늘의 기운을 흠뻑 가져온 그녀는 그리웠던 복숭아의 향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녀는 그의 현관에 섰다. 문은 닫혔고 불빛도 둘을 비추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할 말을 생각했다. 돌아가라, 아니면 그리웠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서와? 그의 뇌 속에서 여러가지 단어들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미안해요. 그런데, 저는 당신이 너무 좋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물에 잠겼다. 오랫동안 생각한 말이 꾹꾹 눌러져 퍼졌다. 그녀의 어깨는 움츠러져 있었다. 그는 빨리 답을 내려야했다. 그가 들은 것은 하나의 고백이었고, 그와 그녀의 관계에서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였다. 그가 대답을 하기 전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동생의 얼굴이 겹쳐져갔다. 그는 눈을 감았다.
"당신은 모든걸 잃으려 하는 군요."
핑키의 목소리가 몸 안에 퍼졌다. 핑키는 내가 동생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했다. 나는 동생과 핑키를 무참히 짓뭉갰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서 눈물을 최대한 삼키고 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럽고 조그맣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때, 그는 그녀의 얼굴을 진지하게 마주보았다. 동생의 얼굴이 사라져갔다. 그녀는 온전히 그녀였다. 그녀는 동생이 아니다. 나는 그녀를 동생처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안았다.
-
그와 그녀가 사귄 바로 그 다음 날에, 그는 그녀의 집으로 놀러갔다. 그녀가 꼭 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둘은 밥을 먹고,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을 했다. 그가 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던 마라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것을 보고 분개했다. 수조를 두드리며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듯 했지만, 사라진 성대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수조를 치는 소리도 인간의 귀에는 한없이 작게 들릴 뿐이였다. 그녀는 자신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마라실장에게 속삭였다. 안녕, 작별의 인사였다.
"잘가"
그가 돌아간 후, 그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라실장의 시체를 버렸다.
미희씨와 사귄 지도 2달이 지났다. 그녀는 이제 실장석 얘기를 꺼내지도, 실장석을 보고 있지도 않다. 그녀는 온전히 나만을 바라봐 준다. 같은 직스파였지만 동생에 대해서는 평가가 꽤 박했다. 자신은 개조를 하지 않았던 인간이기에 더욱 그런거 같다.
"동생 기일에는 같이 가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웃었다.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받으니 어머니였다. 사촌동생이 이상하다고 한다. 일단 가볼게요. 어머니가 안심하신듯 전화를 끊었다.
"오늘도..비야"
시간을 내어 사촌동생이 사는 아파트로 갔다. 오늘도 비가 온다. 평소에는 맑다가도.. 차를 주차하고는 동생의 호수를 찾았다. 벨을 누르자마자 동생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형!"
"요새 뭘 하고 있는 거야?"
동생은 내 가방을 받아 소파에 놓는다. 잡담할 시간은 없다. 어차피 너도 실장석이겠지.. 이젠 일상이 되어버려서 동생에게 말하자 동생은 멋쩍은듯 웃는다. 그 후 내 손을 잡아 이끈 곳이 동생의 방이다.
"우븝!!우브그급!!!"
저실장 한 마리의 입엔 호스가 물려져있다. 저실장의 총구는 계속 운치를 배설하고 호스와 연결되어 있진 않다. 저실장은 쉴 틈 없이 먹게 되고 그 결과로 엄청나게 거대해져 있다. 그럼에도 저실장은 먹는걸 멈출 수 없다. 고치를 틀지도 못하는거 같다.
"..뭐하는 거냐 넌?"
"실험! ..이자 부업."
사촌동생은 거대구더기를 업체에게 팔아 넘기는 일을 하는 듯 했다. 성체실장을 아사 직전까지 굶게 하면 위석에 먹을 것에 대한 욕구가 각인된다. 그 상태에선 실장푸드 하나를 줘도 부스러기까지 다 핥아 먹는데, 먹으면서 욕망이 제일 강해졌을때 죽이면, 위석은 파킨하지않고 흑색의 위석이 된다. 완벽히 아름다운 흑색은 판다. 매우 고가로 팔리니까.
"이 상태에서도 돈은 되지만, 거대구더기가 더 돈이 돼"
그렇게 추출된 위석들을 잘게 부순 후 실장푸드와 함께 갈아서 먹인다. 그럼 구더기는 위석에 응축된 욕망들을 흡수하게 되고, 먹을것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다.
"근데 쟨 고통스러워 하잖아."
"아무리 배고파도 계속 먹으면 고통스럽잖아"
호스에는 계속해서 고기가 공급된다. 비계와 버리는 살이라 살은 찌지만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다. 고기를 갈고 저가의 실장푸드를 섞고, 성장억제제와 체중증량제를 갈아 넣는다. 엄지로 우화하진 않지만 체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영양 상태는 안 좋아진다.
"얘는 찜용이라서 별로 의미가 없거든."
간단한 구이, 회 등으로 먹는 아이들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듯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한 마리에 몇십만원은 하는 듯 하다. 동생은 그걸 부수입으로 버는 듯 했다.
"푸아그라..같네."
"잘 조리하면 푸아그라보다 맛있어"
구더기는 피눈물을 흘리며 먹이를 계속 먹고 있다. 이 상태에서 풀어줘도 이미 위석은 배고픔을 싫어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먹이를 계속 요구하는 듯 하다.
"넌 무슨 파인데?"
나는 애오파만 2명 만났고, 학대파도 만나 보았다. 동생이 학대파라고 해서 이상할건 없다. 들어보니 실험파라고 한다. 이런게? 그냥 학대일 뿐이잖아.
"다른 실험도 해봤었어. 구더기의 위석을 코팅하고 활성제에 넣는 거야. 먹이는 주지만 프니프니는 하지 않는 거지. 몇 시간을 버틸까?"
"모르지"
"2일은 가더라. 프니프니를 안해주니 운치를 못 싸서 운치를 터트리며 죽었어"
"끔찍하네.."
이 구더기는 출하되어 찜이 되려나. 나는 최대한 구더기에게 시선을 안주려고 노력했다. 시선을 줘봤자 구원자라는 인식을 주게 되면 피곤하다.
"형은 일반인이지?"
"그렇지"
"난 이제 일반인으론 못 돌아가"
"얘네들 반응이 너무 재밌는걸. 쉽게 울고 쉽게 죽어버리고, 살려달라고 빌고 가족을 배신하고.. 너무 반응이 다채로와. 재밌어.."
사촌동생은 동료처럼 웃었다. 학대파와 실험파는 별반 다르지 않네. 나는 구더기를 마지막으로 흘끔 쳐다보고는 동생의 집을 나왔다. 비는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부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 최근에 내가 실장석과 자주 엮이는걸 알고 부르신 거였다. 오늘도 창밖엔 비가 내린다.
"어서와! 오늘은 거대구더기 요리야. 아주 기대 중이라고"
가게에 들어서니 점원이 거대구더기를 해체하고 있다. 머리는 뇌를 긁어내어 안에 고기를 담아 찜으로 만들고, 분대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 회처럼 썰어 내민다. 맛이 덜한 부위는 도미처럼 찜으로 쪄버리고, 맛있다고 평가받는 다리와 꼬리는 구이로 해서 내민다.
"이 집이 맛있어. 먹자고"
회부터 한 점 집어서 입에 넣는다. 굉장히 쫄깃하지만 생각보다 맛은 별로다. 일반 생선회랑 다르지 않다. 머리찜은 생각보다 물컹해서 뇌를 씹는 느낌이 난다. 살의 찜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달콤한 양념의 맛이 다 가리는것 같았다.
"표정이 안좋네?"
"아닙니다. 맛있습니다."
마지막 구이도 부드럽기만 할 뿐 맛은 돼지고기와 다를게 없다. 부장님은 맛있다는 듯 먹고 있다. 맛은 있지만, 씹을 수록 실장석의 모습이 아련하게 비추어지는게 별로다.
"아직 맛을 안 들여서 그래. 살아있던 생물을 먹는다는건 말야"
"그 생물이 입 안에서 발버둥 친다고 생각해봐. 내가 씹을 때마다 걘 희망도 꿈도 잃은 채 점차 체념하며 먹히는 거지. 정말 맛있어"
그 말을 듣고 난 더욱 더 실장육을 못 먹게 되었다. 집은 회에서 "우지챠 먹는 레후?" 란 소리가 들려오는듯 하다. 결국 먹는척 하며 거의 씹지도 않고 삼켰고, 체하기 직전인 채 부장님과의 식사가 끝났다.
"다음에는 더 좋은 곳을 가자고. 라이브로 몸부림 치는 가게가 있거든."
"네 알겠습니다.."
나는 회사로 돌아가기전 소화제를 한 병 샀다. 라이브로 실장석이 발버둥치고 그 고기를 먹는다는 듯 하다. 나중에 사촌동생이 거대구더기를 기른다고 하니 번호를 달라고 성화셨고, 둘은 좋은 거래처가 된 듯 하다. 나한텐 둘 다 역겹다. 학대파나 실험파나 다를건 없고, 실험파의 부산물을 먹는 냄비파도 역겹다. 편견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쪽도 아닌것 같다.
"그럼, 내가 있을 곳은?"
차에서 무심코 중얼거렸다. 전화를 하던 미희씨는 철현씨는 지금 그대로 된 거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비가 거세게 내렸다. 차창을 뚫어버릴 듯이 거센 비를 뚫고 회사로 돌아갔다.
나는 이제, 비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봐라, 신기하지 않니"
최근에 실장석에 발을 들인 아버지가 카톡을 보내왔다. 사진에서는 들실장 일가가 우리 집 마당의 흙을 파내며 놀고 있었다. 쫓아내야 하지 않아요? 하니, 조금 놀다가 알아서 살아지니 괜찮다고 하신다.
굳이 동생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동생을 최대한 잊으려 하시는거 같다. 동생의 사진을 찢어 없애고, 동생이 찍힌 비디오는 지웠다. 우리는 연년생이기에 나도 같이 지워지는게 많았지만, 그렇게 되면 부모님은 오기로라도 동생을 편집했다.
"넌 외동이란다. 철현아"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말이였다. 내 안에서 동생은 살아있으니까. 동생이 어떤 짓을 저질렀던, 동생은 살아있다. 공허에 가득찬 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으니까.
"네, 전 외동이죠."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은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암묵적으로 약속된 룰, 부모님은 들실장 일가에서 동생을 찾고 있었다. 동생이 멀쩡한 아내와 자식을 갖기 원했다. 부모님은 동생을 잊으려 하지만, 나보다 더 동생을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끊어지지 않는 족쇄 안에서.
"얘네 보렴, 귀엽잖니."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손을 대진 못한다. 들실장은 오늘도 평온하게 흙장난을 치다가 간다. 우리 가족은 원래부터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운치를 지리지도 않고 밥도 요구하지 않는다.
"양충인가 봐요."
요새는 부모님의 카톡에 답하는게 일과가 되었다. 부모님이 보내오는 사진은 항상 위치가 다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주에 한번 내려가 보기로 했다.
"그 날, 또 비가 오려나.."
당일, 날씨는 맑았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실장석이 오는 시간은 곧인것 같다. 밥을 먹으며 여유롭게 기다린다.
"언제 와요?"
"저기 있잖니."
어머니가 가르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건가 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으로는 마당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당의 흙은 멀쩡하다.
"아무도 없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들실장 일가에게 푹 빠진듯 하다.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뭘 보고 계신걸까.
"쟤들 보니까 생각난다. 너도 잘 놀았었단다. 항상 흙을 뒤집어 쓰고 왔지"
"혼자서도 잘 놀았단다."
난 혼자서 논 적이 없다. 난 항상 동생과 같이 놀았었다. 보이지 않는 들실장 일가를 보며 부모님은 추억에 잠긴 듯 했다. 아마 그 추억에서 동생은 필터링 되고 있겠지.
"잠시 나갔다 올게요."
부모님을 뒤로하고 근처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최근에 구제가 있었어서 그런지 실장석은 몇 마리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몇 마리도 숨어버렸다.
"하나 물어보자"
"데슷?"
그나마 경계가 덜한 실장석에게 다가갔다. 자실장 한 마리와 먹이를 구하러 가는 길인듯 하다.
"들실장 일가를 찾고 있어. 인간의 집에 와서 흙장난을 했다던데"
"그 분충인 데스? 닝겐상의 집을 침입했다며 다음엔 흙으로 안 끝낼 거라고 자랑하기에 다들 린치해버린 데스요"
"닝겐상의 집에 침입하면 안되는 데스. 그랬다간 일가실각에 공원실각인 데스. 그걸 어겼으니 린치는 당연한 데스. 분충 치고 약해서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데스"
몇번 온 건 사실인듯 하다. 어느 순간 안 오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억지로라도 그 애들의 환영을 만들어 보고 있었던거 같다. 마치 내가 핑키의 환영을 봤었던 것처럼..
"어머니. 저 왔어요."
"어서오렴 철현아. 그 아이들은 돌아갔단다"
어디로? 순간 물을 뻔 했지만 참았다. 이 근처에 공원은 한개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 왔을리는 없다. 평소대로 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 부모님은 동생을 잃은 슬픔의 도피처로 실장석을 보고 계신 거다. 실제로 몇번 온 그 아이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인 거다. 그 아이마저 죽었다면 부모님은 또 다시 잃게 되는 거니까.
"오늘은 자고 갈 생각이였으니까요"
오랜만에 부모님과 같이 자고,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도 날씨는 맑았다. 부모님은 들실장 일가가 오기를 기다리는것 같았고 나는 늦은 아침을 먹었다.
"어머, 철현이 와있어?"
"응..오랜만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찾아와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한테 여친이 생겼다던가 하는 잡다한 이야기. 아주머니도 동생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왜 자꾸 창 밖을 봐?"
어머니는 들실장 일가가 신경쓰이는지 자꾸 창밖을 보았다. 어머니의 환영은 이미 온 것 같지만 아주머니에게 환영이 보일리 없다.
"아, 저기에 실장석 있잖아"
"..아무것도 없는데?"
아주머니는 마당을 보더니 말했다. 어머니는 그럴리 없다며 다시 보라 하지만 아주머니는 환영을 보지 못했다. 순간 소름이 끼친 아주머니는 급하게 인사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하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저 애들은 살아있어."
어머니는 믿지 못했다. 저 애들은 자신의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언제나처럼 가족끼리 흙장난만 하고 돌아가니까. 진실을 알려줄 때가 된 것 같다. 날씨는 맑다. 잘 풀릴 것이다.
"같이 가요. 공원에"
안 오겠다는 부모님을 위해 혼자서 공원에 갔다. 전에 본 실장석의 말을 재녹음했다. 그 애들이 죽었다는것,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것. 가려고 하는데 실장석이 키워달라고 난리여서 데코핀을 한대 날린것 빼고는 평화로웠다.
"그 아이는, 죽었니..?"
부모님은 평화롭지 못했다. 자신의 눈 앞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 이미 죽었다고?
"..네. 살릴 수 없어요"
내 눈에 마당엔 아무것도 없었다. 실장석의 울음소리 같은 것도,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은 창 밖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셨다.
"..너의 동생이 보인단다."
"아버지, 동생은.."
"난 너의 동생을 잊으려 했다. 다만 자식은, 잊으려 해도 그럴 때마다 더욱 내 마음에 파고들었지. 나와 아내는, 그것으로부터 도피한거야. 그 실장석은 어릴때 같이 놀던 너와 동생같았으니까.."
아버지는 그 실장석의 모습에서 나와 동생을 겹쳐보았다. 항상 흙을 뒤집어 쓰고 같이 웃으며 씻었던 그 모습. 서로의 옷에 흙을 넣고 뛰어다니던 그 모습을, 우연히 들어왔던 그 실장석에게서 찾았던 것이다.
"나는..믿을 수 없어요.. 내 안에서 저 아이들은, 아직도 뛰어놀고 있는걸요.."
어머니는 벽에 몸을 기댔다. 눈은 창밖에 고정했지만 초점은 흐릿했다. 아버지는 어머니 옆에 붙어 앉았다. 아버지에게 그 실장석은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고 했다.
"너희 엄마도 곧 괜찮아 질거다."
어머니의 눈가는 촉촉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거 같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부축하며 걸었다. 나도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날씨는 여전히 맑았다.
오늘은 동생의 기일이다. 납골당으로 찾아가니 동생의 사진과 유골이 보인다. 옆에는 미희씨가 있어 주다가 생각을 정리하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동생이 죽은지 벌써 1년. 만약에 동생이 살아있었고, 실장석에 빠지지 않았다면 동생은 어떻게 살았을까.
"철현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동생의 유골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례식에도 방문하지 않았던 자신의 아들이 한줌 가루가 되어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실장석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나도, 엄마도"
"귀여웠었죠..그 아이."
어머니는 실장석을 추억하지 않았다. 동생을 추억하고 있었다. 편식하지 않고 잘 먹고,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밟고 대학교에 간 동생이,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직해 환히 웃는 동생의 모습을.
"우리는 자식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니까 말야"
두 분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두 분은 매일 동생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했다. 부모를 놔두고 먼저 떠나버린 자식을 매일 밤 그리워했다고 한다. 미희씨가 기다리므로 나는 먼저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다음엔 같이 오렴."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곤 손을 흔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돌아왔다. 오늘도 날씨는 맑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편의점과, 공원이 하나 있다. 그 공원은 내가 집으로 걸어 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곳으로, 편의점 바로 옆에 있다. 몰랐는데 한 동안 시끄럽게 테치테치 거린 건지, 1주일 전에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구제 자원봉사자 모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제업체를 쓰지만, 구제업체는 부르는게 값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로 해결할 수 있다면 자원봉사자로 해결한다. 다만, 학대파와 애호파는 사절이다. 학대파는 실장석을 괴롭히며 구제를 늦추고, 애호파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어떻게 죽이냐며 운다. 둘 다 구제업자로는 좋지 않다.
실장석 구제에는 관찰파나 학살파가 좋다. 일반인은 실장석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왕왕 있는것 같다. 제일 선호하는건 학살파이지만, 세상에는 학살파는 많이 없다. 그래서 관찰파에 가까운 내가 뽑힌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학대파밖에 없어서 거르고 거른게 이 정도라고 했다.
어차피 그 공원은 별로 넓은 공원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는 5명으로 꾸려졌다. 시간은 4시간 정도, 일당은 5만원 정도이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많이 주면서도 주민센터에게는 구제업체를 부를 값을 아꼈으니 이득이다.
"자자, 이것들 받으시고. 링갈을 따로 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안 키는걸 추천할게요. 4시간이면 충분할거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받은건 실장석용 코로리 스프레이, 빠루 같은 것, 네무리 스프레이와 콘페이토형 코로리 등을 받았다. 빠루 같은 것을 쥐어보는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그립감이 좋고 가볍다. 실장석에게 그다지 무거운걸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 그런 듯 하다. 하얀색 구제복으로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가면 주민센터에서는 바리케이트를 쳐준다.
"빠루 같은 것은 실장석이 모여있을때나 써주시고, 왠만해선 코로리류를 써주세요. 빠루 같은 것은 체액과 운치, 살점등이 튀어서 귀찮아집니다."
차분해보이는 직원이 얘기한게 떠올랐다. 빠루 같은 것은 잠시 치워두고 코로리 스프레이를 꺼냈다. 하얀색의 복장을 본 실장석들이 놀라서 도망친다. 여기 실장석 정말 많구나. 도망치는 실장석들은 다른 실장석들에게 부딪혀 쓰러지고, 과적재의 실장석들이 한대 모여 빵콘하며 발버둥친다.
"테츄!!!테챠아아아아!!!"
"데스!데스아!!!"
링갈을 키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진 잘 모르겠다. 과적재의 실장석들에게 코로리 스프레이를 분사한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저가형이라, 단칼에 목숨을 끊어주지는 못한다. 실장석들은 약 2초간 절규하며 소리를 내지르다가 빵콘하며 죽었다. 운치의 산이 보인다.
"코로리를 분사하고 실장석이 절규할 동안 밟던가, 빠루 같은 것으로 휘둘러 죽여주세요. 그게 더 빠르니까요."
실장석을 죽이는 데엔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다. 코로리를 분사해 절규하며 구르는 실장석을 밟거나 빠루 같은 것으로 편안히 보내준다. 이렇게 하면 운치가 적게 나온다. 두번째는 네무리로 재운 후 빠루 같은 것으로 머리통을 으깨는 방법이다. 자고 있으니 가장 덜 시끄럽게 죽는다.
"데챠아아아!!"
시험삼아 콘페이토형 코로리를 뿌려보았다. 겁에 질려 도망가던 실장석들이 코로리를 보고 달려들어 맛있게 핥는다. 콘페이토형 코로리는 비싸기에 많이 주지 않았다.
"테벡!"
"테츗!"
"데벳!"
짧은 단말마와 함께 실장석들이 절명한다. 시체들을 고이 쓰레기통에 넣는다. 종량제 봉투에는 잔인하게 죽은 실장석들의 시체가 보인다. 어느정도 높게 쌓이자 직원이 그라인더를 꺼내왔다.
그라인더를 봉투 안에 넣고 가운데에 있는 실장석의 시체들을 곱게 갈아낸다. 위이이이잉하는 소리가 시선을 모은다. 봉투 주변에는 실장석들의 피와 운치가 튀기지만, 점차 봉투의 양이 줄어간다. 직원은 봉투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실장석들의 시체를 갈아낸다.
"계속 하시기 바랍니다."
운치가 가득 튄 앞치마를 버리고, 직원은 웃었다. 구제 작업도 어느새 1시간정도 지났다. 처음에는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졌으나, 돈을 생각하니 그런 생각은 싹 가셨다.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고 빠루 같은 것으로 머리를 꿰뚫고, 코로리를 뿌려 절명하는 실장석들을 본다. 네무리로 재워 밟아 죽인다. 신발에는 실장석들의 살점이 물컹하게 밟힌다.
"자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작업복을 벗어주세요."
2시간 정도 지나자 구제작업이 종료되었다. 이제부턴 미화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미화작업도 전문업체가 있지만, 구제업체를 통해서 연락하기 때문에 돈이 배로 든다. 콘페이토형 코로리, 빠루 같은 것, 코로리 스프레이, 네무리 스프레이등을 회수하고 빗자루, 쓰레받기, 걸레, 세정제 등을 지급한다. 물통에 물을 받고 피가 가득 튀긴 구제복을 벗는다. 구제복은 깨끗하게 빨아서 다시 보관한다. 실장취가 묻었지만 피냄새이기 때문에 실장석들이 오히려 피한다고 한다.
"깨끗하게 닦아 주세요."
직원들은 실장석의 간 시체들이 가득한 종량제 봉투 2개를 끙끙 옮겨서 싣고 간다. 물론 이 공원에는 실장석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피냄새로 가득한 화장실이나 나무 뒷켠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원들도 그건 알고 있다. 다만 구제업체들도 자신들의 일거리를 위해서 실장석을 일부러 살려둔다. 자원봉사자들이 살려두는 수와 엇비슷 할 것이다. 예산이 빠듯하니 이런거라도 아끼는 것이다.
실장석들이 꺾고 휘둘러 망가진 꽃들을 다 뽑아서 버리고 흙을 고루 덮는다. 길가에는 실장피와 운치가 가득하니, 운치는 대충 쓰레받기로 퍼서 버리고 남은 운치 얼룩과 피들은 세정제를 뿌리고 걸레로 닦아 말끔히 지운다. 생각보다 잘 지워진다.
구제 작업도, 미화 작업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굳이 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실장석에게 별 관심이 없는 관찰파이거나, 학살파이기 때문이다.
"테...테츄..."
물론 다 죽이지 못한 실장석들이 울 때도 있다. 다만 죽이지 않는다. 신발을 더럽히기는 싫고, 내 옷은 소중하다. 어차피 이 실장석들은 실장취와 피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들은 실장석을 무시하고, 또 무시한다. 수도꼭지를 닦고 물이 잘 나오나 점검한다. 화장실도 구석구석 청소하고 세면대에 튄 피들을 닦는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뵈어요."
동사무소 직원이 돈을 입금하고는 웃으며 바리케이트를 치운다. 깨끗해진 공원이 마음에 든다. 집에 와서 깨끗하게 샤워를 한다. 구제복을 입어도 실장취는 쉽게 가시지 않기에, 못해도 2번에서 3번은 씻어야 한다.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치킨을 한 마리 시켰다.
"신기하다. 내 친구들은 다 학대파라서 구제 얘기를 못 들어봤어."
"별로 재미는 없었어"
"그래도. 오빠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해?"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하냐니.. 일단은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푹 쉬고 싶다. 날씨는 그럭저럭 맑았다.
-
다음 주 평일, 오랜만에 칼퇴를 한 나는 몇달만에 혼술을 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맥주 2캔 정도를 사고, 안주는 간단하게 과자와 닭꼬치를 샀다. 집에서 먹을까 하며 걸어가던 중, 나는 오랜만에 그 공원을 보았다. 완전히 한적해졌고, 꽃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다. 공원에서 먹는건 처음이었기에 가로등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 편의점 봉투를 열어 맥주 한 캔을 땄다. 닭꼬치를 한 입 베어물고 맥주를 마시니 극락이 따로 없는거 같았다.
"테치이..."
어제 구제때 안 죽은 자실장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스럭 소리에 가까이 온 걸지도 모른다. 그 자실장은 옷이 굉장히 꼬질꼬질 했고, 머리는 비듬이 가득 보였고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구제 전부터 음식을 많이 먹진 못한 듯 했다.
"테츄우..."
자실장은 비틀비틀 걸어선 내 신발에 기댔다. 더 이상 걸을 힘도 없는 듯 했다. 행여나 분충의 속임수인가 했지만 그 자실장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오빠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해?"
미희의 말이 맴돌았다. 나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나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근 몇달동안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한 사람이 만날 수 있을까 걱정될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했다. 그것들을 모두 보아온 나는, 이 작은 실장석을 어떻게 대해주어야 할까?
나는 일단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자실장을 조심히 들어 손바닥 위에 놓았다. 나의 엄지보다 살짝 크지만 손바닥 보다 작은 생명체가 내 안에서 곤히 숨쉬고 있었다. 자실장이 춥지 않게 손으로 감싸고는 음식들을 다 먹었다. 자실장은 음식 냄새가 풍기는 데도 계속 자고 있었다. 구제 후 계속 걸은 듯 하다. 나는 링갈을 키지 않았다. 자실장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방해가 될 지도 몰랐다.
눈을 감았다. 동생과 같은 직스파는 추호도 되고 싶지 않았다. 학대파도 아니였다. 이런 작은 생명체를 학대하다가는 나의 정신이 버텨주지 못할 것이다. 실험파도 아니다. 애초에 나는 호기심이나 학구열이 적은 사람이다. 냄비파도 아니다. 실장석을 먹을 바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고 싶다.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나니 나에게 남는 것은 3가지 정도인 듯 했다.
이 실장석을 공원에 두고 관찰한다. 이건 좋지 않다. 그렇게 했다간 이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두번째는 데려가서 키우는 것.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세번째는 일반인으로 사는 것. 이 실장석을 기억에서 잊는 것..
"키우는 수 밖에 없나.."
자실장은 포근한지 몸을 더더욱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약간의 숨소리가 들리고 굉장히 가벼운 덩어리가 내 손 안에 있다. 이대로 손을 움켜쥔다면 이 자실장은 죽겠지. 나는 이 자실장을 죽일 수 없었다. 이 작은 생명체를, 기를 자신도 없었다. 한 생명체가 죽을 때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니까. 책임감이 없으면 안되고 중간에 질려서도 안된다.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자실장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생명체를 책임지는 방법에 대해서 검색하고, 미희에게도 물어 보았다. 자실장용 수조와 성장억제제가 들어있는 실장푸드를 샀다. 미희의 말로는 성체는 자를 가지겠다고 난리를 치니까 자실장으로 두는게 낫다고 했다. 사육실장용 분홍색 실장복은 편의점에도 팔기에 사왔다. 하얀색 레이스가 포인트인 두건과 옷, 붉은색 리본이 달려있는 실장구두가 준비되었다.
"테츄...?"
곤히 자던 자실장이 깨어났고, 나는 링갈을 켰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자실장은 나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도게자를 했다.
"닝겐상, 죄송한 테치. 죄송한 테치 아타치가 잘못한 테치.."
"괜찮으니까 일단 씻자?"
자실장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딱히 나를 속이려는 것도 아닌 반응이다. 자실장을 들어서 작은 대야에 놓아주고 옷을 벗겼다. 자실장은 어리둥절 하면서도 곧잘 내가 하는걸 지켜봤다. 미온수를 받고 자실장을 대야에 뉘였다.
"감사한 테치 닝겐상!"
초승달눈이 아닌, 완벽한 눈웃음을 지으며 웃은 자실장이 묵은 때를 벗겼다. 머리를 감고 샴푸를 발라주니 피어오르는 거품이 신기한지 뚫어져라 쳐다본다. 약풍 드라이기로 말려주고는 분홍색의 실장복 세트를 건네주었다.
"테츄? 아타치가 이런거 받아도 되는 테츄?"
"그래, 넌 사육실장이니까"
"정말로 감사한 테츄 닝겐상!"
자실장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이여도 색눈물이구나. 이런게 진심눈물이라는 걸까. 자실장은 황급히 옷을 입었다. 두건은 내가 묶어주고, 머리를 깨끗하게 빗었다. 자실장은 나에게 연신 배꼽인사를 했다. 이 모습이 귀여운 거구나.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의 이름은 핑키야"
"핑키.. 예쁜 이름인 테치! 아타치는 핑키인 테츄!"
신나서 춤을 추는 핑키에게 먹을걸 건네주었다. 실장푸드는 내일 온다고 했으니 오늘은 집에 남아있던 모닝빵을 건네줬다. 양손으로 받아들고 허겁지겁 먹는 핑키가 귀여웠다. 오랜만에 식사라는듯 했다. 내 기억 속 유일한 자실장인 핑키가 점점 뒤덮여간다. 동생아, 나는 너처럼 실장석을 다루진 않을 거다.
"그리고 나는 파파라고 부르면 돼."
"알겠는 테츄 파파!"
핑키가 웃고, 나도 따라 웃었다. 다음 날 수조가 도착하고는 안에 침대와 변기, 미끄럼틀 등을 놓아주었다. 내가 회사에 가서 자리를 비운 날에는 미희가 돌봐주거나, 부모님이 돌봐주거나 하신다. 부모님은 핑키가 착하고 귀엽다며 좋아하고, 미희는 아직 실장석이 껄끄러운듯 하지만 완만히 잘 지낸다. 후배와 부장님은 바뀐게 없고, 나는 꽤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파파, 놀아주시는 테치"
핑키가 온지 1달이 지났다. 공을 던져주면 핑키가 달려가 집어온다. 몇번이고 한 것이지만 핑키는 항상 처음인 것처럼 웃는다. 밥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비싼걸 요구하지 않는다.
"핑키는 파파가 좋은 테치"
핑키는 밝게 웃었다. 일말의 분충기도 찾아볼 수 없는 맑은 웃음이었다. 날씨는 화창했다. 그간 비가 왔다는게 거짓말 같았다.
"아빠도 핑키가 좋아"
나는 핑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오늘 날씨는 맑다.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한 하늘 아래, 핑키가 해처럼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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