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 생태 - 엄지실장




한가한 오후 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보게 될까 정말 궁금합니다.

저기 멀리서 한 실장석이 공을 가지고 놀고 있군요.
크기를 보아하니 엄지실장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산딸기를 뭉쳐서 점액으로 단단히 굳힌 수제 실장볼을 열심히 굴리는 모습이 퍽 귀엽습니다.

이 작디작은 실장석은 인간 성인남자의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라고 엄지실장이라 불리웁니다.
어미의 뱃속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기는 개체이지요.
사실상 미숙아인 저실장 바로 다음단계의 새끼라 성대가 저실장의 그것 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울음소리도 구더기와 자실장의 그것을 합쳐놓은듯한 특이한 울음소리을 냅니다.



보통은 구더기와 함께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겨울에 꺼내먹는 비상식 취급을 받는 개체입니다.
가을철에 구더기와 함께 대량으로 나아서 가을 내내 열심히 살찌워서 체내에 영양을 비축시켜놉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불어닥치기 직전에 방한용으로 쓸 머리카락과 의복을 박탈당하고 화장실에 갇히게 되는것이 대다수의 엄지들이 맞게되는 운명이지만 이 일가는 사정이 조금 여유로운지 겨울이 얼마 안 남은 이 시점까지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마음 한편이 조금 훈훈해지는 광경이군요.


자신의 언니로 보이는 자실장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군요.
언지 자실장은 먹이를 모으고 있었던 모양인지 수제 바구니를 한 손에 끼고 있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이 시기가 되면 친실장 자실장 가릴것 없이 열심히 월동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게됩니다.
엄지와 구더기는 너무 약하고 어려서 호기심에 이끌리다가 길 을 잃을수도 발이 돌에 걸려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죽거나 죽을만큼의 치명상을 입을수 있어 얌전히 집에 있거나 근처에서 뛰어놀곤 합니다.

엄지실장의 탄생원인은 영양부족 말고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구더기들은 보름이 지나면 체내에서 가늘고 새하얀 실 을 뽑아내기 시작하는데, 이 실을 온몸에 휘감아서 곤충의 번데기와 비슷한 고치를 틀게됩니다. 그 고치 안 에서 미처 자라나지 못한 머리카락이나 손 발이 자라나게 됩니다. 지능 역시 미미하지만 좋아지게 됩니다.
그렇게해서 엄지실장이 되면 그 이후의 성장은 다른 자실장들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성장하게 됩니다.
가끔가다 엉덩이 쪽 에 구더기시절 달고다니던 꼬리가 남아있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런 개체들은 변태가 완벽하게 끝나지 못한것으로 이 개체들은 평생 엄지로 남게 됩니다.
이러한 일 이 일어나는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습니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실장석들의 거처는 허술해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겉보기론 엉성하지만 표면에 잔뜩 발라논 똥이 틈새사이로 부는 칼바람을 막아주고 거처의 바닥에 깔아놓은 낙엽과 화장실에서 몸부림치는 구더기들과 엄지들의 옷,머리카락 덕분에 내부는 인간 기준으로도 훈훈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이 일가 역시 가을내내 열심히 일 했는지 엄지와 구더기 둘 다 무사히 집 안에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엄지는 앞서 말했다시피 모든걸을 뺏기고 일가의 화장실에 갇히게 되는걸 고려해봤을때 이 자매는 꽤나 운 이 좋은편에 속합니다.


이 엄지실장은 너무 약해서 소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구더기의 배 를 적절히 누름으로서
자매의 도리를 다하고 있습니다. 엄지실장이 가족에 기여하는 얼마 안되는 노동입니다.







이 곳은 다른 실장 일가의 화장실 입니다. 집 바로 옆에 있어서 볼 일 보러가다가 얼어죽을 일 은 없습니다.
이 자매들은 운이 나쁜편에 속하는군요. 일가 전체가 열심히 일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엄지와 구더기 전부를 독라로 만든다음 화장실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저기 화장실 입구를 보수하는 친실장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엄지의 표정은 믿었던 존재에게 배신을 당해서 그런지 얼 이 빠져있습니다.
똥 이 썩으면서 내는 열기 덕분에 얼어죽지는 않겠지만 고약한 냄새가 나는 똥 구덩이에서 비참하게 지내다가 결국엔 믿었던 가족에게 자신의 동생들과 함께 먹힐 가혹한 운명에 정신이 붕괴하고 만 것 같습니다.
저렇게 폐인 상태로 지내다가 때가 되면 가족들에게 온 몸이 잘게 나뉘어져서 잘게 씹히게 될것입니다.
가혹하지만 먹이사슬 하위권에 속하는 실장석이 춥디추운 겨울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입니다.



물론 꼭 겨울에만 비상식이 되는것은 아닙니다. 마을의 규칙을 어기게되면 그에대한 처벌로 언제든지
화장실에 갇히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이는 엄지실장 뿐 만 아니라 나이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해당되는 처벌이기도 합니다. 자실장과 성체의 경우 죽을때까지 비상식 구더기를 생산하는 자판기가 되곤 하지만 그것은 다음 시간에 다루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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