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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있는 일 1~3 (완)

 


뎃스! 데이스!
"응...?"
공원 근처의 한 편의점.
정산시간이라 아르바이트생과 정산을 하던 점장은 실장석의 소리에 자동문을 돌아보고, 한숨
을 쉬었다.
공원이 가까운 편의점답게 이곳은 실장석들의 '방문'이 질릴정도로 많았다. 보통은 돌아가는
손님을 노리는 탁아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자동문이 열릴때를 노려 난입을 하는 개체도 있었
다.
물론 자동문은 크기가 작고 무게도 안 나가는 실장석에겐 열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입구에 있는 실장석은 센서를 반응시키기 위해선지 긴 나뭇가지를 들고 머리 위
로 필사적으로 흔들고 있는것이다.
"어이구... 가지가지 한다..."
필사적으로 콧물을 흘려가며 온힘을 다해 가지를 휘두르고 있지만 점장의 입장에선 장사의 방
해꾼일 뿐이다.
"코지마군. 부탁하네."
"네."
아르바이트생이 계산대 아래서 뭔가를 꺼내려던 순간.
-위잉
뎃스!
"이런!"
가지의 움직임에 센서가 반응해서, 자동문이 열려버리고 환성을 지른 그 실장석이 편의점 안
으로 뛰어들었다.
"쳇!"
바닥부터 실장석의 기준으론 하늘까지 과자와 먹거리가 쌓인, 이상향이나 다름없는 매대에 실
장석이 달려들 상황이 뻔하자 점장은 바닥이 더러워지는걸 감수하고라서도 밟아 막으려 발을
대디뎠다.
데! 데스데스!
"...?"
그러나, 점장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는 걸 본 그 실장석은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가득한 과자에는 눈길조차 안 주고 헐레벌떡 점장 앞으로 달려와서는,
데스우...
너덜너덜한 실장옷의 커다란 앞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 내밀었다.
"......."
그 광경을 조용히 내려다 보던 점장은, 스마트폰의 린갈 어플을 켰다.
"무슨 생각이지? 실장석."
「인간상. 콘페이토를 사고 싶은데스!」
"......."
가게에 난입한 들실장이 흔히 내뱉는 단어에 점장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다른 녀석하고는
다른 이 실장석의 행동에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집에 자가 있는데스. 주인님과 헤어져서라도 기르고 싶었던 소중한 자데스. 그러나 이제 한
마리만 남은데스... 마지막 자도 아픈데스. 열이 펄펄 끓는데스.」
"사육실장이었나..."
자동문의 원리를 아는것, 돈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것.
그리고 실장석이 입고 태어나는 옷과 달리, 초록색이긴해도 큰 앞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있
는걸 보면 확실히 인간의 손이 닿은 개체다.
「아픈 자가 콘페이토를 먹어보고 싶다고 한 데스. 한번도 콘페이토를 먹어본 적이 없는 자데
스. 한번도 떼를 쓴 적이 없는 자의 처음의 부탁데스...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은데스. 콘페이
토를 먹으면 자도 금방 나을거인데스...」
"......."
「그러니 콘페이토를 사고 싶은데스. 돈이란것도 가져온데스...」
점장은 원사육실장이 내민, 자판기 바닥이라도 뒤져서 가져왔을 꼬질꼬질한 동전들을 내려다
봤다.
다합쳐도 120엔.
콘페이토의 12개들이 가장 작은 포장도 500엔이다.
돈에대한 개념은 어렴풋이 이해해도 액수나 가치까지는 모르는것이다.
"......."
말없이 서있던 점장은,
실장석의 손에서 그 동전들을 받아들고는, 500엔짜리 콘페이토 봉지 하나를 건네줬다.
"괜찮습니까 점장님? 아무리 애호용품이 폭리라도 저거 입고 가격은 200엔인데요... 설마 코로
리라던가?"
몇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하고 콘페이토를 꼭 끌어안은채 멀어져가는 원사육실장의 등을 바
라보는 점장에게 아르바이트생이 말하자,
점장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코로리는 구제용 비품말고는 없잖나. 진짜 콘페이토일세."
"그럼 어째서..."
"...실장석이라도 진심으로 노력하는 자라면, 이런일이 있어도 좋겠지..."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기적같이, 가끔 있는 일 이었다.
데스우!
테찍!!!
"........"
그때, 점장이 가게 안으로 돌아오며 닫히던 자동문의 사이로 실장석 한마리가 뛰어들었다.
그뒤론 자실장들이 일렬로 따라 뛰어오고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친실장과 달리 맨 앞
의 자실장은 닫히는 자동문 사이에 몸이 끼어버렸다.
데스웅!
등에 자가 내뿜은 적록색 체액이 튀든, 들어오지 못한 자들이 자동문 바깥에서 절규하며 문을
두드리든 이미 상관없어진 친실장은, 눈앞에 펼쳐진 이상향을 보며 흥분한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었다.
데스데스! 데스! 데스!
짧은 팔로 이런저런 물건들을 가리키며 친실장이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말이 아직 켜져 있던
린갈 어플에 번역되어 나왔다.
"........"
기껏 실장석에게 생겼던 호감이 순식간에 박살난 점장의 눈짓에, 아르바이트생은 아까 꺼내다
만 빠루를 꺼내들었다.
데스! 데스우!
그때 좀전의 원사육실장은 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돕는지, 콘페이토를 끌어안고 달리는 원사육실장을 눈치챈 들실장도
없이 원사육실장은 골판지에 도착했다.
출입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데스우!
테? 테치이~!
욕망과 질질흐르는 군침을 아픈 와타시의 자에게 콘페이토를 먹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억누른
채 골판지에 뛰어든 친실장을, 콘페이토 봉투를 본 자실장의 뛸듯이 기뻐하는 울음소리가 반
겼다.
테치!
테치!
테치!
테치!
테치!
테치!
데.....
골판지 안에 우글우글 몰려있던, 모르는 냄새의 자실장들이 반기는 소리였다.
어떤 이유로 친실장을 잃은 자실장들은 인간에게 보호요구를 하거나,
친실장이 자릴 비운 다른 골판지에 들어가 그 집의 자인척 하려 한다.
-툭
크기도 냄새도, 애초에 숫자조차 다른 그 자실장들이 둘러싸고 있던 바닥에서, 적록색 체액의
웅덩이 안에 떨어져 있는 작은 녹색 두건 하나를 발견한 원사육실장의 손에서 콘페이토 봉투
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집바꾸기로 불리는 이 행동을 하는 자실장들은,
친실장을 속이기 위해 원래있던 자를,
먹어치워 없애버린다.
열이나 꼼짝도 못하는 자실장 한 마리 정도야, 손쉽게 처리 할 수 있었을것이다.
테? 테츄우우~♥
텟츄우웅~
텟! 츄!
콘페이토 봉투에 우르르 몰려들어 봉투를 찢으려 안간힘을 쓰는, 입가에 적록색 얼룩이 가득
한 자실장들을 앞에 두고, 친실장은 멍하니 서 있었다.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일상처럼, 흔한 일이었다.


-끝-




- IF 루트 -

데에... 어떻하는데스... 자의 열이 내리질 않는데스...
테헤... 테혹! 테혹!
공원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골판지 하나.
그 안에서, 원사육실장인 친실장은 걱정스럽게 바닥에 누운 자실장의 뜨거운 이마를 짚어보고
있었다.
그것말고는,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태어나서 콘페이도는 커녕 음식쓰레기조차 배부르게 먹은 적이 없어 성장도 느리고 영양부족
인 몸은 가벼운 감기조차 이겨낼수 없어 보였다.
테혹! 테에에에...
데! 정신이 든 데스? 뭐라도 말 해보는데스!
테... 마마...
그때 간신히 눈을 뜬 자실장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친실장을 응시했다.
그런데스! 마마데스! 말해보는데스. 물 마시는데스? 낙엽을 더 덮어주는데스? 네가 낫기 위해
선 뭐라도 해주는데스!
테... 와타치... 콘...
그러나, '뭔가' 를 희미하게 웅얼거리려던 자실장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데....
결국 자실장의 부탁을 듣지 못하곤, 아직도 펄펄 끓는 자의 이마에 다시 손을 대본 친실장은
뭔가 생각을 하다가 벌떡 일어섰다.
약... 약을 가져오는데스! 와타시가 어릴때처럼 약을 먹으면 분명 낫는데스!
이 원사육실장은 자실장이던 때 똑같이 감기에 걸렸었다.
물론 지금의 자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영양상태가 좋았던데다가 따듯한 수조 안에서 커다란 타
올에 파묻혀 있었다는 어쩔수 없는 차이가 있지만 '약'이란 걸 먹은 기억은 자에게 약을 주려
는 생각을 나게했다.
약... 약을 가져오는데스...
앞 뒤 안가리고 골판지를 나온 친실장은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이때 친실장의 머리속엔 두가지 생각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데... 약은 인간상들의 물건데스. 가지려면 돈이 필요한데스... 하지만 돈을 찾으려면 매우 오
래 걸리는데스... 너무 오래 나와있으면 자가 걱정인데스.
갈팡질팡하던 친실장은 결국,
시간을 들여 돈을 찾기보단 우선 약을 찾기로 했다.
약데스... 어디에 있는데스...
그렇다고 약을 파는곳을 알 리도 없어 거리를 헤맬뿐이다.
데... 인간상에게 물어보는데스...
그러다가 길을 가는 한 남자를 본 친실장은 전봇대의 그늘에서 뛰어나가 남자에게 다가가려했
지만 잠시 생각한뒤 남자를 살펴보기로 했다.
...데!?
그리고,
남자가 신은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있는 적록색 액체를 발견하고 숨을 들이키며 몸을 숨겼다.
.....
-저벅저벅
데...큰일 날 뻔한데스. 나갔으면 와타시도 저런 꼴이 됐던데스...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적록색 발자국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던 친실장은 다시 걸음을 옮
겼다.
"...씨... 약 주세..."
데?!
그러다가 스치듯 희미하게 들린 '약' 이란 단어에 황급히 옆을 돌아봤다.
그 단어는, 어느 가게에 들어가있는 꼬마의 입에서 확실히 들려왔다.
데! 약데스! 약데스! 확실히 약이라고 한데스!
친실장은 충혈된 눈으로 유리벽에 달라붙어 조그만 인간상이 커다란 인간상에게 작은 종이봉
투를 받고 돈이란걸 내미는걸 봤다.
데...역시 돈이 있어야하는데스... 하지만 빨리 돌아가야하는데스...
머리속에 인간상들이 돈을 넣는 커다랗고 빛나는 상자의 위치를 떠올리며 고민하던 친실장의
눈이, 문을 열고나오는 꼬마의 손에 들린 종이봉투에, 고정되었다.
잠시뒤.
데스! 해낸데스! 약데스우우-!
친실장은 뭉개진 오른쪽 머리에서 적록색 액체를 줄줄 흘리면서도 남은 녹색 눈에 의지해 공
원 안을 달리고 있었다.
방금전에 친실장은 그 작은 인간에게 달려들어서 손에 들린 약을 잡아채는데 성공했고, 인간
이 휘두른 손에 맞아 날려가면서도 봉투를 꼭 움켜쥐고 놓지 않은것이다.
그리고 뭉개진 머리의 격통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마른 배수로로 뛰어들어 공원까지 도망쳐 왔
다.
머리에서 계속 고통이 느껴졌지만 자에게 약을 먹이면 나을거란 기쁨이 마약처럼 몸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데스! 다녀온데스!
마침내 골판지에 도착한 친실장은 재빨리안에 들어가서는,
바닥에서 열로 괴로워하면서도 아무일없이 잠들어 있는 와타시의 자를 보고 안심했다.
생각보다는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은듯 했다.
데이스... 자에게 약을 먹이는데... 데?
종이봉투를 열어 들여다본 친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장석용의 약품은 조금만 싫어도 무조건 거부하는 대부분의 사육실장들에게 먹이기 위해 콘
페이도의 모습이거나 달콤한시럽 형태다.
그러나 안에 든건 녹색의 작은 덩어리들이었다.
데..?
그 덩어리가 그다지 단단하지 않은걸 안 친실장은 잠시 궁리하다가 결국 손으로 덩어리 하나
를 잘게 부쉈다.
테...
일어나는데스! 마마가 약을 가져온데스. 이걸 먹으면 반드시 아프지 않게 되는데스!
테이...? 테치..!
친실장은 자의 상반신을 안아 일으킨후 힘없이 벌어진 입에 잘게 부숴진 약을 넣어주었다.
그리곤 약을 삼키기 힘들어하는 자의 입에 병뚜껑에 따른 물을 흘려넣어 약이 넘어가는걸 보
고는, 기쁨과 안도감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다행인데스... 이걸로 나을거인데스!
같은때.
"어 나일세. 그래... 새거 하나 들리고 잘 달래서 보냈네."
친실장이 헤맸던 거리에서 한 늙은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이젠 아예 어린아이를 덮쳐 물건을 뺏어가는구만 쯧쯧... 앞으론 보이는대로
잡아 족쳐야겠어."
남자는, 꼬마가 물건을 사간 가게의 주인이었다.
오랜 단골손님의 손자가 첫 심부름을 나온다며 걱정과 기대가 섞인 전화를 받은 남자는 기다
리다가 '손님'에게 미리 전해들은 물건을 팔았다.
그렇지만 단골손님의 손자라 그에게도 손자처럼 느껴지는 꼬마가 역시 걱정되어 뒤를 따라가
다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들실장이 봉투를 뺏으려하다가 놀란 꼬마의 손에 맞아 날려가는걸보
고 뛰어갔었다.
그러나 그 빌어먹을 벌레놈은 순식간에 배수구로 기어들어갔고 머리끝까지 화가나서 씩씩대던
그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새 물건을 줘서 보낸 참이었다.
"거 그 벌레새끼 그걸 어디다 쓰려고 가져간겨? 콱 처먹고 뒤져라! ...그리고 자네도 자넬세. "
남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외쳤다.
"아이 첫 심부름에 '쥐약' 을 사오라는 할아비가 어딨노! 노망난거 아녀?!"
데아아아아... 데에에에에에에..!!!
잠시뒤.
공원 안을 울부짖으며 터덜터덜걸어가는 실장석 한 마리가 있었다.
데에에에에! 오로로로로...!!!
정신이 망가진듯, 반쯤 뭉개진 머리에 남은 한쪽 눈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정처없이 걸어
가던 그 실장석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된 후, 수풀에서 자실장 몇마리가 기어나왔다.
테... 무서웠던테치... 바깥은 위험한테치...
오네짱 어서 집을 찾는테치. 새로운 마마를 찾는테치!
맡기는테치! 분명 이 근처에 다른 골판지 집이 있었던테치! 와타치들이 들어가 있다가 일제히
아첨을 하면 멍청한 실장석은 와타치들을 자로 알고 기르는테치! 밥을 가져오는테치! 지키는
테치!
그런테치!
방금 전에 갑자기 나타난 인간에게 마마가 짓밟혀 죽은 이 자실장들은 인간이 떠난 자리에 남
은 적록색의 고기조각과 점점이 남겨진 적록색 발자국을 보고는 어서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야
한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나 인간에게 보호를 요구하려 갔던 편의점이란 천국의 앞에서, 성체실장석 한마리와 그
뒤를 일렬로 따라 달리던 자실장들이 그 필사의 도주에도 불구하고 모두 빠루에 맞아 죽는걸
보고 마음을 바꾼것이다.
테치! 찾은테치! 여기가 와타치들의 새로운 집테치!
테...볼품없는테치...
참는테치. 멍청한 노예...가 아니라 새로운 마마가 오면 크고 새로운 골판지를 가져오게 시키
는테치!
그런테치!
골판지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간 집바꾸기 자실장들은, 이미 안에 바닥에 누워있는 자실장
한 마리가 있는걸 봤다.
테! 누가 있는테치!
건방진테치! 와타시가 엄청난 고생을 하며 왔는데 천한 실장석 주제에 편히 자고있는테치!
죽여버리는테치이!
텟치! 텟치!
죽는테치! 테치!
텟치!
-퍽 퍽퍽 퍽퍽!
바닥에 누워있는 자실장을 둘러싼 집바꾸기 자실장들은 사정없이 자실장을 짓밟기 시작했다.
한참뒤에야 체력이 다한 자실장들은 제풀에 지쳐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테히... 테프프! 이 녀석 비명 한번 못지른테치!
테프프프! 끔찍하게 일그러진 죽은 얼굴테치! 최강인 와타치에게 걸리면 누구든 이렇게되는텟
치!
자. 마마가 오기전에 이 고기를 먹어치우는테치! 이 집의 자는 와타치들뿐으로 충분테치!
그런테치!
집바꾸기 자실장들은 증거인멸을 위해, 고기를 토막내 나눠먹기 시작했다.
테? 뭔가 혀가 아린테치?
와타치도 그런테치..


-끝-



- ? 루트 -

데... 데스... 데스...
눈 앞에서 고열을 내며 앓고 있는 마지막 자를 두고 친실장은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자가 흘리는 땀 만큼이나 친실장의 이마와 등에도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소중한 자를 살리려면 뭔가를 해야한다.
그러나 친실장의 머리를 맴도는 콘페이토, 약, 인간의 돈 등의 생각은 어느것이나 허무한 결
말만을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데...? 데...
와타시의 무력함을,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세계가 들이대는 악의를 뼈저리게 느끼며 친실장은
눈물을 흘렸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발버둥쳐도 결말은 결국 같을 것 이다.
데스우우...!
통곡하듯 울음소리를 낸 친실장의 움직임이 문득 멈췄다.
데... 데스...
그리고 뭔가를 고민하듯 한참동안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서성였다. 그러나 그러다가 다시 뭉
툭한 손을 올려본 자의 이마의 뜨거움에, 친실장은 결심을 굳혔다.
데스!
그리고 자의 뜨거운 몸을 쓰레기장에서 얻은 낡은 걸레로 잘 감싸서 안아들고는 골판지를 나
섰다.
간절한 소망을 품고 급히 달려가는 그 뒷모습은, 곧 공원 바깥으로 사라졌다.
테치이~?
텟츄! 텟츄텟츄!
텟치!
잠시뒤.
덩그러니 남겨진 골판지에 다가온 여러마리의 자실장들이, 주위를 둘러보곤 환성을 지르며 안
으로 몰려 들어갔다.
다시는 '새로운 마마' 가 돌아오지 않을 골판지 안에서 들려오는 자실장들의 작은 울음소리는,
4일 뒤엔 완전히 조용해진다.
-탕탕탕탕
"응?"
공원 근처의 한 주택.
쇼파에 앉아 책을 보던 남자는 현관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데.... 데스... 데....
그리고, 현관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실장석의 울음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서랍에서 스프
레이를 꺼냈다.
잠시뒤.
테치... 테치...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자실장용 침대에서 고른 숨소리를 내며 타올을 덮고 잠든 자의 모습을 안
심하며 내려다보는 친실장에게, 부엌에서 돌아온 남자가 작은 컵을 내밀었다.
데.....
그리운, 자실장일때 아끼던 실장석용의 노란 플라스틱 컵을 본 친실장이 눈물을 흘렸다.
여기는, 이 친실장이 사육실장으로 길러지던 집이었다.
자실장 시기를 행복하게 보내다 성체가 된 이 실장석은 당연히 자에 대한 욕구가 생겼지만 사
육실장이 새끼를 낳으면 십중팔구 관계가 박살나는걸 아는 주인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을 뛰쳐나온지 한달.
그렇게나 원하던 자를 품에 안았지만 역시 분충이 섞여 있는걸 솎아내지도 못하고 모두 키우
려 쩔쩔 매다가 하나씩 하나씩 잃어버렸다.
먹이를 독차지하려 싸우는 분충자들의 틈에서 다른 새끼들이 굶어 죽었다.
혼내고 가르쳐도 억울함만 호소하며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는 분충자의 소리에 골판지 위치가
들켜 파란옷을 입은 인간이 왔다.
간신히 두마리를 양 옆구리에 끼고 도망쳐 새로운 집을 만들었어도 마마의 말을 무시한 자는
쓰레기를 주우러 간 사이에 사육실장의 물건을 뺏으려다 주인에게 도로리 스프레이를 뒤집어
쓰고 질척한 녹색 물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한마리만 남은 자.
자 중에서 제일 착하고 마마의 말을 잘듣는 영리한 자가 죽어가자 친실장은 결국 원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데스우...
눈물을 흘리며 컵에 담긴 꿀을 넣은 따듯한 우유를 마시는 실장석을 보며 남자는 고민하고 있
었다.
문을 두들기는게 항상 그렇듯이 마치 자기 집인것 마냥 몰려 들어오려는 들실장 일가라고 생
각한 남자는 시비레 스프레이를 꺼냈었다.
죽이진 않지만 적어도 마비시켜 머리와 옷 정도는 뺏어 독라로 만들어야 다시는 안 기어들지
만 매번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다.
이번에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문을 연 남자의 눈에 보인건, 주머니가 달린 익숙한 실장옷
을 입은 성체한마리가 정신을 잃은 자실장을 안아 내밀며 통곡하는 장면이었다.
고생했구나, 미도리.
데... 데스우...
제멋대로 떠났던 주인님의 상냥한 말에, 친실장-미도리는 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테치~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주인은 미도리가 집을 나간 이후에도 실장푸드나 수조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 중에 있던 실장석용 감기시럽을 먹고, 옛날에 미도리가 자던 따듯한 침대에서 자며 실장푸
드를 배불리 먹은 영리한 자실장은 완전히 건강해져 있었다.
그 자실장이 실장푸드가 쌓인 접시에 다가가 하나를 집어들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모습을,
미도리는 행복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멋대로 나온 집에 다시 가는 염치없는짓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와타시의 마지막 자가 죽어갈때 결국 의지할수 있던건 상냥한 주인님 뿐이었다.
와타시의 자가 당연히 분충이 아니란걸 안 주인님은 와타시와 자를 다시 길러주셨다.
이제,
열심히 노력해서 이 행복을 지키는것이다.
그때 그 선택은, 정답이었다.
데스우~
미도리의 행복한 울음소리가 드디어 돌아온 집에 울려퍼졌다.

- happy end route -




데스우~
텟펙!
데...데...?
울려퍼지던 행복의 울음소리를,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찢었다.
테치! 치이이! 테치이이잇-!
집에 받아들여진 후 며칠동안 마음대로 먹은 실장푸드의 냄새를 맡다가 자실장이 내팽개친
실장푸드가 발 앞에 굴러온걸, 미도리가 망연자실해 내려다보고있었다.
테샤아아아! 테샤아아아악-!!!
소중하고 영리한 자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자,
실장푸드를 마구 집어던지던 자가 바닥에 놓인 신문지에 껴 있는 광고지를 끌어내서,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 보는 주인님에게 들이대는 모습이 보였다.

- happy end route "?" -










늦가을의 낙엽 청소

 


슬슬 겨울이 다가오자 반상회에서 회람판이 왔다. 
매년 하는, 공원의 낙엽 청소 당번을 알리는 공지다. 
사인을 한 후에 옆집에 건네주러 가는 길에 본 공원은, 낙엽의 갈색으로 덮여 있는 나름 운치 
가 있는 광경이었다.


- 늦가을의 낙엽 청소 - 

“이걸로 근처는 된 건가...” 
그리고 청소 날.
몇 명의 마을 사람들과 한참동안 담당 구역의 낙엽을 쓸어 모으자 꽤나 커다란 낙엽 무더기가 
이곳저곳에 생겼다. 
이제 이걸 미리 준비 해 둔 드럼통에 모아 태워버리면 끝이다. 
“데스! 데스!” 
“쳇...”
그렇지만 역시나, 낙엽 무더기 주위를 잠시 떠나 쓸고 있던 동안 들실장들이 모여들어 있었 
다. 
원래라면 한두 장씩 주워 모으며 힘들게 한참동안 돌아다녀야 했을 낙엽들이 산처럼 쌓인 광 
경은 실장석들에겐 노다지로 보였을 것이다. 
아예 비닐봉투를 가져와 양 팔 가득 끌어안은 낙엽을 허겁지겁 밀어 넣고 있는 녀석들의 뒤로 
다가간 나는 봉투를 뺏어 거꾸로 들어 전부 다시 쏟아버렸다.
“데?! 데스! 데샤아아아-!!!” 
기껏 넣었던 낙엽들을 뺏겨 헛수고가 되는 그 모습에 봉투를 뺏긴 들실장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했지만 반 정도의 무리는 내 모습을 보고 비닐봉투나 낙엽들을 던져버리곤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데엑?! 데... 데스우우우웅~.” 
목장갑을 낀 손으로 위협을 하던 녀석의 머리통을 잡아서 들어 올리자 그제서야 위험을 느꼈
는지 일변해 아첨을 하기 시작했지만, 
딱히 오늘의 목적은 들실장 구제가 아니기에 그대로 수풀에 던져버렸다. 
“데아아아악!!!!! 데 ... 데스우우...”
수풀을 몇 번 뒹군 후에 다리라도 부러졌는지 우렁찬 비명을 질렀다가 기어서 도망가는 녀석 
을 보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모인 낙엽들을 눈삽으로 외발 수레에 퍼 담아 드럼통이 준비 된 곳으로 가서 쏟아 
붓고는 종이에 불을 붙여 던져 넣자 곧 드럼통 위로 불길이 일렁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응....?” 
다른 무더기를 한 삽 퍼 올리자 갈색의 낙엽 무더기 안에 녹색의 무언가가 뭉쳐 있는 게 보였 
다.
“테?! 테치?!” 
“레후 레훙~.” 
자실장과 엄지, 구더기실장들 십여 마리가 낙엽 무더기 안에 모여 있었다. 
간간히 독라 혹은 옷만 없는 녀석이 있는걸 보면 가을에 낳았다 버려진 일명 ‘추자’ 들이다. 
버려져 의지 할 곳이 없는 추자들끼리 모여 다니는 건 늦가을엔 흔한 광경. 
아마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이불’이 가득한 모습에 추위를 피하기 위해 파고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탕 탕 
“테에에에에-!!!”
눈삽으로 바닥을 두들겨 위협을 하자 몇 마리가 낙엽 무더기를 나가 도망쳤지만 대부분은 비 
명을 지르며 낙엽 안으로 숨었다. 
“테츄웅~ 테츄웅~.” 
아첨을 하고 있는 녀석들은 친실장 대신 나를 새로운 보호자로 삼으려 기를 쓰고 있는 것인 
가. 
일부러 죽일 필요는 없지만 제 발로 도망치지 않는 녀석들을 일일이 꺼내기도 시간이 걸리고, 
게다가 아첨을 하는 녀석들에게 손이라도 내밀었다간 선택받아서 길러졌다고 착각해 계속 따 
라올 것이 뻔하다.
-드륵 
“테?!” 
“레훗?”
삽으로 바닥을 긁어 낙엽을 퍼 올려, 수레에 던져 넣자 낙엽과 함께 던져진 추자들이 수레 안 
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테! 테이이이이-!!!!” 
“레뺘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르륵 
불이 피워진 드럼통에 수레 안의 낙엽들을 쏟아 붓자 낙엽들 사이로 간간히 녹색과 살색이 언
뜻언뜻 보이면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목과 폐가 열기에 익어, 비명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낙엽이 타는 매캐한 냄새에 고기가 익는 듯 한 냄새가 섞이기 시작해 이 냄새에 들실장이 꼬 
여들 것이 문제긴 했지만 들실장 몇 마리로는 드럼통을 엎을 수도 없으니 상관없을 것이다. 
오히려 불타는 드럼통에 손을 댔다가 화상을 입는 결과로 끝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낙엽들도 모아 태우고 모래를 쏟아 드럼통의 불을 끌 때쯤 다른 
구역의 사람들도 끝나 모두 함께 모여 저녁을 먹으러 가는걸로, 늦가을의 낙엽 청소는 끝 이 
었다. 
며칠 뒤.
낙엽이 거의 사라진 공원을 걷는 중에, 꽤 많은 들실장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들실장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평소엔 실장석들이 잘 오지 않던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 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들실장들이 품 안에 끌어안고 있는 몇 장의 낙엽과 초조해 하는 듯 한 표정을 보 
면 명백하다.
이제 늦가을을 넘어 초겨울이라고 할 만한 시기. 
그러나 월동에 필요한 낙엽이 모자란 것이다. 
사람들이 버린 수건이나 걸레를 이불로 삼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것조차 풍족한 게 아니고 폭 
설과 혹한을 견디려면 골판지 안에 낙엽이라도 채워 넣는 게 필수. 
낙엽이 온도를 크게 올려주진 않아도, 적으면 적을수록 생존 가능성도 급격히 0에 가까워진 
다. 
실장석의 생존율이란 게 애초에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겨울의 낙엽은 실장석들 
에겐 그야말로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것.
그걸, 나와 마을 사람들이 전부 치워버렸다. 
“데... 데스우우우웅~.” 
마침 가까이에 있던 들실장 한 마리가 날 보더니 아첨을 했다.
아첨을 하느라 손을 입에 대며 그 품 안에서 두세 장의 낙엽이 다시 바닥에 떨어진다. 
딴에는 동사의 위기에세 마지막 희망을 담아 인간에게 길러질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내가 학 
대파였으면 바로 처분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리고 같이 낙엽을 치우러 나온 사람들은 딱히 실장석이 미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낙엽을 치우는 행동을 한 건, 실장석들을 미워하게 되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로, 추자들이 버려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낙엽을 치운 시기는. 
영리한 들실장들이라면 일찍 월동준비를 마쳤을 때인 것이다. 
그렇다고 월동에 성공해 살아남는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한계가 느껴질 때까지 게으르게 늘어져 월동준비를 서두르지 않았던, 저런 저능한 개 
체들 보다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리한 개체들이 낳을 새끼들의 영리함도. 
쓰레기장을 헤집거나 공중 화장실을 더럽히고, 세균과 기생충의 온상인 해충. 
그렇다고 일단은 생물인 이상, 전부 때려죽이기는 거부감이 든다.
학대나 학살을 하는 사람들을 제지 할 것 까진 없지만, 공식적으로 대규모 사형판정을 내리기 
엔 꺼려지기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다 내린 결론이 이 낙엽 청소다. 
영리한 개체들이 서둘러서 준비를 마칠 시기에 낙엽을 전부 청소해 버리면, 보통 이하의 개체 
들이 월동에 실패할 확률은 한없이 높아진다.
실장석들이 새끼들에게 하는 솎아내기를, 인간이 공원의 들실장들에게 한 다고 할 수 있는 것 
이다. 
이 방법을 시행한지 3년.
조금씩 들실장의 ‘질’이 오르는 듯 한 통계가 나오고 있는걸 보면 효과는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장을 망치는 정도나 탁아, 주택에의 침입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에서야 낙엽이 없는 것에 우왕좌왕 거리는 녀석들은 모두 탈락. 
인간의 손에 솎아내져 겨울이란 자연의 힘에 도태되어 버려라. 
그래야, 남은 실장석이란 종을 미워하지 않는 게 쉬워질 테니까.
“데스웅~ 데스우우웅~~~.” 
그때까지도 아첨을 하고 있던 들실장의 녹색 두건에, 어느새 내리기 시작한 새하얀 눈송이 하 
나가 내려앉았다.


-끝-







회색의 정글 1~3 (완)

 


깊고 깊은 숲 속. 
숲이라기 보단 정글이라 해야 할 정도로 깊은 녹림지대는 험한 산지를 빽빽이 덮고 있었다. 
그 아래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침침했고 떨어진 낙엽들은 마르지 않은 채 축축한 흙 위에서 
습기를 머금고 썩어갔다. 
가끔씩 능선 사이의 분지엔 나무가 적어지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풀밭인 걸 제외하면 나 
무들과 어두운 그늘이 보이는 것의 전부인 곳. 
치아아아아?! 테치아아아!!! 
그곳에도, 실장석은 존재했다. 
약간의 조류와 설치류를 제외하곤 햇빛도 안 드는 어두운 정글바닥에 사는 건 곤충과 그 친척 
들이었다. 
그중 대표 격인 육지거머리가 목덜미에 달라붙은 자실장 한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 
고 있었다. 
정글의 나무 위를 기어 올라가 아래를 지나는 동물을 감지하면 낙하해 달라붙는 이 거머리는 
사람의 손가락 정도의 크기지만 자실장에선 자신의 팔 길이와 맞먹는 크기이다. 그런 게 등에 
업히는 듯 한 모습으로 목덜미에 달라붙어 체액을 빨기 시작하자 자실장의 피부가 눈에 띄는 
속도로 말라가기 시작했다. 
데? 데스데스우웃! 
그때 그늘에서 튀어나온, 붉은색이 아니라 회색과 녹색의 오드아이를 가진 친실장이 급히 달 
려와 거머리를 떼어 내려 했지만 강력한 흡반으로 달라붙은 거머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다가 
결국 우직 하는 소리를 내며 목덜미의 살을 한 움큼 물고 떨어져나갔다. 
짓쥬우우우..... 
분수처럼 적록색 액체가 솟구치는 목의 상처에 손을 대려 버둥거리는 자실장을 안아든 친실장 
이 울면서 그늘로 달려가자 나무 사이 여기저기서 산실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에? 
데스우! 
데스데스! 
그리고, ‘이웃’의 자가 죽어 가는걸 보자 모두 달려왔다. 
몇 마리가 넓은 나뭇잎에 물을 떠와 상처를 씻기는 사이 장로인 늙은 산실장은 끈적이는 즙이 
나는 나뭇잎을 돌로 짓이겨 씻긴 상처를 막아 피를 멈추게 했다. 
테치이.... 
잠시 뒤에야 겨우 혈색이 돌아오며 잠이 든 자를 내려다보며 안심한 친실장은 장로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곤 자를 안아들었다. 5마리 있던 자는 거머리와 뱀에게 먹혀 이 자가 마지막 자였 
다. 게다가 이 회색 눈의 실장석은 뱀에게 물린 독이 퍼져 붉은 오른쪽 눈을 옛날에 실명했 
다. 더 이상 자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이상 이 자실장만이 ‘회색눈’의 모든 것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무뿌리 아래에 파진 굴로 들어간 회색눈은 넓은 굴 한쪽에 깔린 마른 낙엽에 자를 눕혔다. 
치이.. 치이... 
데스우... 
그리고 잠시 자실장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굴 안에 있던 눅눅해진 낙엽을 들고 굴을 나갔다. 
이 산실장 마을은 약 성체와 새끼를 합쳐 약 60마리의 산실장이 살고 있다. 
인간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완전한 야생의 실장석. 
이 깊은 정글엔 가까운 마을도 없었고 인간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스테이크와 콘페이도의 존재조차 모르고 페트병과 골판지도 없다. 마을을 만들어 골판지 대신 
모두 함께 굴을 파서 살고 물은 계곡에 가서 마시거나 넓은 나뭇잎에 떠오는 수밖에 없지만 
들실장하곤 다른 종으로 간주되는 산실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분충성을 내포한건 동일하지만 그 비율과 정도는 들실장보다 현저하게 낮고 자를 낳는 이웃이 
있을 때마다 장로가 엄격히 선별해 바로바로 솎아내 버린다. 날씨가 온난한 이 지역에선 겨울 
도 사계절이 뚜렷한 다른 지역의 가을정도라 보온재는 필요 없기에 옷과 머리칼을 뺏지 않고 
그대로 계곡물에 던져버린다. 
보온재가 필요 없는데도 굴에 마른 낙엽을 까는 건 땅의 습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실장석들. 
어릴 때 거머리나 거미에게 죽지 않고 성체가 되면 위협이 되는 건 뱀과 쥐뿐이다. 굴의 식량 
과 자들을 물어가는 들쥐는 무섭지만 먹이사냥을 나설 때는 항상 집보기 담당으로 몇 마리의 
성체실장이 나뭇가지를 들고 지킨다. 
여러 가지 고난이 있지만, 이렇게 모두가 힘을 모으면 살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지역에 사는 산실장의 3분의 1정도는 5~6년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 그리고 죽 
을 때 당시에 기르던 자들을 이웃들에게 부탁하고 죽고, 이웃들은 그 자를 기른다. 이런 마을 
과 종을 보존하기 위한 습성이 들실장들에겐 자신이 편하게 살기 힘든 상황에서 ‘탁아’를 하 
게 되는 습성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들실장 따위하곤 다르게, 힘들고도 보람찬 나날을 살아가는 산실장들의 평화는, 이해할 수 없 
는 재앙들이 일어나며 깨지기 시작했다. 
그날도 평범하게 먹이를 구하러 굴을 지킬 몇 마리를 남겨두고 모든 성체실장들이 나왔었다.
산실장들은 축축한 낙엽을 헤치고 벌레의 유충을 잡거나 떨어진 나무열매를 줍고, 가끔씩 버 
섯을 찾아내기도 했다. 
데? 데스! 데스우. 
그러다가 회색눈은 풀꽃 한 송이를 발견하고는 한 이웃을 소리쳐 불렀다 
항상 어두침침한 이 정글에서 꽃은 자를 낳을 수 있게 해주는 귀한 물건이기에 꽃을 보자 자 
를 낳고 싶어 하던 갓 성체가 된 이웃 산실장을 부른 것이다. 
데...? 데스데스우. 
얼굴을 붉히며 꽃을 받아들고는 자를 가질 생각을 하며 행복해하는 이웃을 보며 회색눈이 축
복의 덕담을 해 주려던 순간. 
-두우우우우와아아아아아앙!!!!! 
데이이이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쳐지듯 들려온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에 놀란 산실장들이 놀라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그 자리에 엎드리며 모두 패닉에 빠졌다. 
-두두두우우우우!!!! 두와아아아아아!!!! 두와앙!!! 
데에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엑!!!!! 데!!!!! 
회색눈도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엎드린 채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몸 전체를 울리게 하 
는 커다란 소리에 공포에 질려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목이 터져라 비명만 지르고 있었 
다. 
회색눈 말고도 주위에 있는 다른 산실장들도 자기 몸 크기의 반 정도 되는 팡콘덩어리를 엉덩 
이에 달고 있었다. 생전 처음 듣는 커다란 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유일한 방어수단을 사용하 
고 있는 것이다. 
데...데데....? 
단지 장로와 나이 든 몇 마리의 산실장만이 엎드렸다가 일어서선, 고각이 안 올라가는 구조의 
목을 힘껏 들어 하늘을 쳐다보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뒤로 자빠지며 드러누운 장로의 눈에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들 사이로 빠르게 
연달아 지나가는 커다란 그림자들이 보였다. 
데에에?!
뭔지 알 수 없는 그걸 보며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떨던 장로와 산실장들은 그것들이 사 
리지고 조용해 진 후에야 겨우 일어났다. 
데스우... 
데에에...? 
데스... 
아직도 위석이 진동할 정도로 놀랐던 산실장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장로의 주위로 모였다. 다 
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고 팡콘을 달고 어기적대며 오는 엉망인 모습이었다. 
데이... 데스우? 
간신히 정신을 차린 회색눈도 옆에 서있는 이웃을 돌아보며 울었지만. 
-털썩 
이미 선채로 양 눈이 탁해져있던 그 산실장은, 들고 있던 풀꽃을 떨어트리며 뒤로 쓰러졌다. 
데에에에?! 데스우? 데스우우!!!! 데...데에에에엥!! 데에엥!! 
이 산실장들의 마을이 생긴 이래, 최초로 일어난 공포에 의한 위석붕괴였다. 
데스.... 
데에에에엥.... 
오로로로...... 
오로로롱..... 
그날 저녁.
산실장들은 계곡에 모여 죽을 산실장을 보며 울고 있었다. 
산채로 계곡에 던져지는 분충자와는 달리 죽은 이웃은 얼굴과 옷을 잘 닦아주고 이 계곡물에 
떠내려 보낸다. 죽은 산실장을 막 독립시킨 마마였던 이웃이 슬프게 우는 걸 침울하게 바라보 
던 회색눈은, 약간 시든 풀꽃을 죽은 산실장의 가슴에 올려주었다. 
데스우? 
데스데스.... 
데스우.... 
죽은 이웃을 떠내려 보낸 뒤 장로와 나이든 산실장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그 무서운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궁리했지만 장로가 본 ‘뭔 
가 커다란 것들이 울부짖으며 하늘을 날아갔다’ 라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무가 적 
은 분지에서 이웃이 매 같은 맹금류에게 채여 가는 일은 있었지만 아주 가끔 있는 일인데다가 
새들은 그렇게 땅이 울릴 정도로 무섭고 큰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결국 한밤중이 되도록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장로와 산실장들은 마을 주변을 감시하는 
담당을 늘리기로 하기로 하는 정도로 결론을 내곤 해산했다. 
데스우.... 
해산하고 돌아가는 길에, 회색눈이 불안을 떨치지 못하겠는 듯이 한번 울었다. 
그것이 이 산실장 마을에 일어난 첫 번째 재앙이자, 연이어지는 알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이었 
다. 


그날 이후로 해가 여러 번 떴다가 졌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 알 수 없는 커다란 소리에 대한 공포와 이웃이 죽은 슬픔을 추스른 산실장들은 차츰차츰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데스우 
데스! 
데스데스우~ 
며칠간은 먹이사냥도 안 나가고 굴에 숨어 떨고 있었기에 모아둔 식량이 적어지자 간만의 먹 
이사냥엔 자실장까지 데리고 나가기로 해서 40여 마리의 산실장이 굴에서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마을에 남은 성체는 엄지실장과 구더기들이 있는 굴의 입구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고 있는 임신한 성체 한 마리뿐이다. 
이 임신한 실장은 며칠 전에 죽은 산실장을 독립시켰던 친실장이었다. 갓 독립하고 자를 가질 
희망에 부풀어 행복의 한가운데에 있던 그 자의 죽음에 크게 상심한 이 산실장을 안쓰러워하 
던 마을의 이웃들이 굴 가까이에 핀 꽃을 발견해 만장일치로 건네준 것이다. 
며칠 만에 크게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뎃데로게 거리는 그 이웃을 부러움과 흐뭇함이 섞인 눈 
으로 쳐다보던 회색눈도 장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테치? 테치? 
굴에서 멀리 나온 적이 없는 자실장들이 분지에 도착하자 들떠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자실장들을 성체들이 따라다니며 위험한 것과 먹을 걸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회색눈도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데스우~ 
한참을 낙엽을 뒤집고 땅을 긁던 회색눈은 썩은 나무둥치를 부스러트리다가 커다랗고 통통한 
풍뎅이 유충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집어 들었다. 
데?! 
그러다가, 문든 먼 능선을 올려다본 회색눈이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어졌다가 급히 장로를 
불렀다. 
데스! 데스! 
데스우? ....데?!
능선에는, 인간이 있었다. 
녹색과 검정색의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머리에도 이상한 두건을 쓰고 있어 나무들에 섞여 잘 
안보였지만 확실히 인간이다. 
데스우! 
데스? 
데! 
테치! 
인간은 두려운 존재, 라고 태교 때부터 들은 산실장들은 장로의 외침에 모두 풀숲에 납작 엎 
드렸다. 
실장석들이 입고 태어나는 녹색의 옷은 자연 속에선 훌륭한 위장색인 것이다. 
데이... 
풀 속에 섞인 채 장로는 조심스럽게 인간들을 살펴봤지만 매우 멀리 있는 인간들은 사방을 주 
의 깊게 살피며 능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들은 뭔가 검고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지 
만 그것이 뭔지 모르는 장로는 거리가 있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데스우... 
장로가 낮게 울자 사방에 흩어져 엎드려있던 산실장들이 자실장들을 데리고 서둘러 굴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실장들도 두려운 인간을 처음 본 공포에 떨면서도 조용히 따 
라왔다. 조금의 위협이라도 느끼면 바로 드러누워 손발을 버둥대며 울부짖기만 할 분충을 미 
리 솎아낸 덕분에 산실장들은 조용히 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데? 데스우? 
굴을 지키던 임신한 산실장이 평소보다 빨리 돌아온 동족들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그 무서운 
인간을 본 공포와 굴로 돌아온 안도감에 산실장들은 털썩 주저앉을 뿐이었다. 
한참 뒤에야 진정한 산실장들은 구해온 먹이를 굴 앞에 모았다. 
인간을 보고 도망치느라 조금 잃어버리긴 했어도 작은 버섯, 풀의 열매, 먹을 수 있는 잎사귀 
와 곤충들이 제법 모이자 회색눈은 아까 자신이 발견한 풍뎅이의 유충을 들고 장로에게 울었 
다. 
데스? 
데? 데스데스우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회색눈은 유충을 들고 굴로 내려갔다. 굴에 들어가자 밥을 본 엄지들 
이 양손을 들고 레치거리며 뛰어왔지만 회색눈이 구석에 누워있는 자실장을 가리키며 울자 모 
두 실망하면서도 물러났다. 
데스우... 
착한 엄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회색눈이 자실장에게 다가갔다. 거머리에 물린 회색눈의 자 
실장은 상처는 거의 나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먹이사냥엔 데리고 가지 않았다. 일단 약초를 떼 
어 낸 회색눈은 물렸던 자리가 하얗게 새살이 돋아 자국이 남은걸 보곤 안심했다. 
데스! 데스우! 
테이....? 테테! 테치~ 
자를 깨워 유충을 건네 준 회색눈은 커다랗고 부드러운 고기에 기뻐하며 유충을 양 손으로 꼭 
쥐고 먹는 유일하게 남은 자, 마지막 자인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굴 바깥으로 나왔 
다. 모두 모여서 밥을 먹고, 굴에 있는 마을의 자들에게도 밥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것이다. 
3주정도가 지나 완전히 원래의 생활로 돌아온 산실장들은 그날도 먹이를 찾으러 나서고 있었 
다. 다시 비축이 생겼기에 자실장들은 굴에 두고 또 그 임신한 이웃이 지키기로 하곤 성체들 
은 모두 굴 바깥으로 나섰다. 
이웃들이 모두 떠난 뒤. 
자실장들이 굴 안 여기저기서 엄지나 구더기들과 놀며 푸니푸니를 해 주거나 엄지를 안고 어 
설프게나마 텟테로케 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임신한 한실장도 노래 
를 부르기 시작했다.
뎃데로게~뎃데로게~젯데로게에에~ 
‘레~’ 
‘레루~’ 
데? 데에! 데스데스! 
그때, 이미 다 자란 태낭속의 자들이 마마의 노랫소리에 희미하게 울음소리를 내는 걸 처음으 
로 느낀 산실장은 최고의 기쁨을 맛보며 목청을 높였다. 
데스데스우~ 뎃데로게에~ 보에에에에~~~ 보에에에~~~~~ 
-쿠콰과아아아아앙!!!!!! 
-구우우웅....
데.....? 
굴에서 먼 능선까지 올라가 먹이를 찾던 산실장들은, 멀리서 낮게 울려 메아리치는 묵직한 소 
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능선 위에서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숲 
에서, 검은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데? 데? 
데에에... 
또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불안해진 산실장들은 모두 수풀로 뛰어가 엎드려선 고개만 
들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쿵... 쿠우웅...
몇 번 더 그 소리가 멀리서 울리고 흙먼지가 더 일어난 후, 조용해졌다. 그러자 그때까지도 
먹이도 다 떨어트린 채 엎드려있는 산실장들을 장로가 급히 재촉해서 일으켰다. 
그 흙먼지중 하나는, 굴이 있는 근처에서 올라왔던 것이다. 
데히....데히..... 
데스우....데..... 
데히....데뎃?!
먹이도 다 버리고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급히 굴을 향해 달리는 산실장들. 그 맨 앞에서 달리 
던 회색눈은 굴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발을 멈췄다. 
실장석의 걸음으로 굴까지 2분정도 걸릴 정도로 가깝고 익숙한 그 주변은, 동그랗게 땅이 팬 
채 산산 조각난 나뭇조각과 흙먼지를 뒤집어 쓴 풀들, 그리고 매캐한 연기가 가라않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데스우....? 
장로도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코를 킁킁대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다가 매캐한 냄새가 강해지자 
얼굴을 찌푸리며 물러났다. 그리고 급히 굴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회색눈도 끔찍한 모습이 된 숲과 굴의 모습을 겹쳐보며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데! 
수풀을 헤치고 굴이 보이는 곳으로 나온 산실장들은, 
떠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 멀쩡한 굴과 주변을 보고 안심했다. 
땅이 패거나 나무가 부서지지도,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데스우...
긴장이 풀린 회색눈은 제일 먼저 굴로 들어갔다. 
데스우? 
데에에... 
데?! 
그리고 소리쳐서 이웃을 부르자, 굴 안쪽에서 괴로워하는 듯한 그 이웃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색눈이 급히 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텟테로게~ 
텟테로게~ 
레치~
데에이? 
갑작스럽게 출산이 시작 된 듯 굴 안에서 자를 낳는 이웃의 모습과 이미 점막이 핥아져 자실 
장과 엄지가 된 새로운 자들이 보였다. 
놀란 회색눈은 일단 굴 바깥으로 소리쳐서 장로와 이웃들을 부르곤 급히 점막에 쌓인 구더기 
실장을 한 마리 안아들었다. 
레후~? 
데스우~ 
물이 없는 굴 안에서 점막은 빨리 마르지만 다행이도 친실장이 점막을 빨리 핥아주고 있었고 
회색눈과 이웃들도 돌아왔기에 자들이 구더기가 될 위험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들어온 장로와 이웃들이 모두 힘을 합쳐 물을 떠오고 점막을 핥아주며 법석을 떤 끝
에, 8마리의 자실장과 한 마리의 엄지실장이 훌륭하게 태어났다. 
테치이~ 
테치~ 
레치~ 
데스우~ 데스웅~ 
일제히 ‘붙임성’을 보인 후 품에 안기려 우글우글 모여드는 귀여운 자들을 보다가 행복하게 
젖을 먹이는 이웃을 보며 회색눈과 다른 산실장들도 미소를 지었다. 
알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이웃이 죽는 슬픈 일이 있었지만 새로운 자들이 태어났 
다. 
이 자들은 새로운 희망의 상징인 것이다. 
데스우웅~ 
행복해하는 이웃을 바라보던 회색눈도 이웃을 지나쳐 굴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자신에겐 단 한 마리의 자만이 남아있지만 자신도 자를 훌륭하게 키우고 그 자가 다시 자를 
낳는 모습을 그리며 자를 돌보려 가는 것이다. 
-꾹 
데에? 
그때, 자를 안고 앉아 있던 이웃이 지나치는 회색눈의 옷자락을 잡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하며 아래를 내려다 본 회색눈은, 
배가 터져 바닥에 쓰러진 상반신에서 사방으로 태낭과 내장을 흩뿌린 채 자신의 옷자락을 당 
기는 산실장의 적록색 피투성이 얼굴이 자신을 올려다보는것과 눈이 마주쳤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 
-쿠콰과아아아아앙!!!!!! 
곧 태어날 자들을 위해 행복의 노래를 불러 주던 임신한 산실장은, 몸에 충격을 느끼는 순간 
굴 안에 있던 자들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모습을 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도 떠오른 걸 깨달은 순간, 자들이 일제히 폭발하듯 배가 터져나가며 허공에 
적록색 액체와 풀어진 내장이 가득 흩날리는, 이상하게 천천히 흘러가는 그 장면을 똑똑히 봤 
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조금 무너져 흙더미가 쏟아지는 굴의 벽에 그 ‘자들이었던’ 물체들이 
철썩철썩 달라붙는 광경을 멍하니 보는 자신의 시야 아래에서, 찢긴 뱃가죽과 내장의 사이로, 
녹색의 태낭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
그것이 자신의 배가 찢겨 나온 태낭, 자들이라는 걸 안 순간 산실장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바닥이 올려쳐온 듯 한 그 충격에 자들과 산실장이 떠올라 터지는데 걸린 시간은 2초 
도 안 되지만 그 2초 사이에 모든 게 끝났다. 
데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산실장은 이미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몸을 질질 끌고 일어나려했지만, 
하반신은 이미 없었다. 
데! 데헤에....! 
그때 산실장은 주위 여기저기에 흩어진 태낭을 보고 비명을 지르곤 필사적으로 기어가려했다. 
태낭은 출산 후 점막으로 바뀌어 잠시 동안 보호를 해 주지만 오래 방치되면 오히려 구더기실 
장의 초기변이를 막고 굳어지면 자들이 질식사를 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그걸 알 고 있는 산실장은 어떻게든 태낭채로 뱃속에서 꺼내진 자들의 태낭을 제 
거해주려 움직이려 했지만 기어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데...히....데에에에..... 
방금 전만 해도 뱃속에서 레~ 거리며 힘껏 대답을 해주던 자들이, 지금은 태낭채 흙바닥에 내 
팽개쳐진 채 죽어가고 있다. 
그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산실장의 상반신 앞에서 몇몇 태낭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아마 뱃속에서 혹은 떨어질 때 충격을 받고 태낭 속에서 적록색 죽이 되어있었지만 
운 좋게 낙엽이 쌓인 곳에 떨어지거나 저 멀리 있는 하반신채 떨어진 태낭은 무사한 것 같았 
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태낭이 굳어가자 괴로움을 느끼는 듯 태낭안의 구더기들이 꿈틀대 
기 시작했다. 
데히....! 데아아아아아!!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자들이 괴로워하는 그 모습에 산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었지 
만 그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 구더기들은 본능에 따라, 팡콘조차 할 수 없는 구더기실장의 
유일한 방어수단인 둥글게 몸을 만 모습으로 부들부들 경련하다가 질식해 죽어갔다. 
데아아아아!!! 
모든 태낭이, 구더기실장이 움직임이 없어진 걸 본 산실장은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가, 회색눈이 뛰어 들어왔던 것이다. 
데이이?! 
그러나 굴 입구의 참상을 본 순간 멍하니 굳어진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회색눈에게 소리치 
던 산실장은, 마지막 생명을 다해 기어갔다. 
그리고, 현실도피를 위해 행복회로를 발동시키고 있던 회색눈의 옷을 잡아당겼던 것이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굴에는, 굴 안의 자들에겐 아무런 일도 없다. 
이제 곧 이웃이 자를 낳을 것이다. 
바깥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굴에 안심하며 들어간 순간, 
입구 쪽에 동강난 채 죽어가는 임신한 이웃을 발견한 순간 큰 충격에 발동 됐던 그 행복회로 
에서 깨어나 비명을 지르는 회색눈의 아래서, 이웃의 손이 툭 떨어졌다. 
데이이이?! 
데스! 데스! 
데스우우우우!!! 
그 뒤로, 먼저 굴로 들어간 회색눈의 비명을 듣고 장로와 이웃 산실장들이 우르르 들어와선 
끔찍하게 박살난 산실장의 시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데스데이슷?! 
-툭 
....데! 
소리를 지르며 굴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한 산실장이 어깨를 치고 지나가며 정신이 든 회색 
눈도 급히 굴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굴의 안쪽엔 마을의 자들과 함께 자신의 유일한 자가 있다. 
데스우! 데스우! 
굴 안에서 멍하니 서 있는 이웃들을 밀치고 나선 회색눈의 눈에, 적록색 세계가 펼쳐졌다. 
바닥. 낙엽. 천장. 무너진 벽. 
모든 곳에 적색과 녹색의 액체와 고기. 그리고 질척하게 젖은 옷 조각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데에에에에!!! 
오....오로로로롱....! 오로로롱!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그때서야 충격에서 벗어나 산실장들이 울부짖으며 자들을 주워 모으는 가운데를 회색눈이 비 
틀거리며 걸어갔다. 
데스우.... 
무너진 벽의 흙에 하반신이 묻힌 자실장 한 마리. 
이미 눈이 탁해진 채 죽은 그 자실장의 목에 하얀 상처자국이 있는 걸 확인한 회색눈은 그 자 
리에 쓰러져서 오열했다. 
데아아아아아!!!!! 데아아아아아!!!!!!! 
마지막 자. 
다시는 자를 가질 수 없게 된 자신의 마지막 희망. 
그 자의 허무한 죽음에 울던 회색눈은 울면서도 자의 손을 잡았다. 
하다못해 깨끗하게 만들어 계곡에 떠내려보내주려고 한 순간. 
-주르륵 
하반신이 흙에 묻힌 게 아니라, 
이미 배가 터져 두 조각으로 찢긴 몸을 흙이 덮었을 뿐이었던 자실장의 상반신은 쉽게 들려 
올라왔다. 
데....데.....데아아아악!!!! 
자실장의 손을 놓은 회색눈은 뒤돌아서서 정신없이 굴 입구로 향해 뛰었다.
이게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꿈이길 바라며 뛰던 회색눈은 입구에서 발이 걸려 쓰러졌다. 
오.....오로로로로로!!! 오로로로롱!!!! 오와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피눈물을 흘리던 회색눈의 귀에, 작은 소리가 들렸다. 
레....
데!? 
사방에서 들리는 이웃들의 통곡 소리. 
굴을 지키던 이웃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젓는 장로. 
아직도 살아있는 자가 있을 거라 믿으며 시산혈해를 뒤적이는 산실장. 
그런 소란의 가운데서, 희미하게 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회색눈은, 동강난 하반신의 내장 사이에 묻 
힌 태낭 하나를 발견했다.
물이 아닌 친실장의 피에 젖어 아직 마르지 않았기에 살 수 있었던 단 한 마리. 
회색눈이 급히 태낭을 꺼내 핥아주자 구더기실장의 모습인 채로, 
그 자는 회색눈을 올려다보며 레후~ 거리며 천진하게 활짝 웃었다. 
그 애처로운 탄생과 웃는 얼굴을, 
그래도 살아 있어준 마을의 마지막 자를,
회색눈은 꼭 끌어안아주며 다시 울었다. 


데스우.... 
데이..... 
데......... 
다음날.
모든 자들을 잃은 마을의 산실장들은 넓은 잎사귀로 만든 보따리를 하나씩 안은 채 줄지어 정 
글 속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피난민의 행렬 같은 그 줄의 맨 끝에, 유일하게 남은 구더기실장은 안은 회색눈 
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연이은 참극과 공포에 장로는 결국 반쯤 무너진 굴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한 것이다. 결정이 내려지자 밤새 그나마 남은 먹이를 무너진 굴속에서 파낸 산실장들은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산실장들을 덮친 비극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굴을 옮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 
결국 실장석인 산실장들로선 정든 굴을 버리고 도망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데이.... 
그리고 그저 걸었다.
마을을 옮길 장소를 정한 것도 아니고 가능한 멀리 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기에 일단 장로 산 
실장은 다른 계곡이 나올 때까지 가기로 했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데스! 
그때, 뭔가를 발견한 장로가 울음소리를 내 행렬을 멈췄다. 
나무와 나무의 사이, 성체실장 가슴정도의 높이에 은색의 굵은 거미줄이 수풀에 가린채 쳐져 
있었다. 그러나 흔히 보던 거미줄과는 달리 매우 굵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그 거미줄을 살펴 
보던 장로가 결국 거미줄을 끊고 지나가려 했지만 거미줄은 끊기지 않았다. 
데? 데이스으으! 
장로가 왠지 끊기지 않는 거미줄을 몇걸음 밀고 나간 순간.
-뻐어어어엉!!! 
데 
데아아악!!! 
레훗?! 
갑자기 나무중 하나에서 귀가 멀 듯한 큰소리가 울리며 장로의 마지막 울음소리를 끊어버리 
곤, 거센 충격을 받은 회색눈을 앞에 서 있다가 날려 온 이웃의 몸이 부딪혀 날려버렸다. 
.........!! .............! 
............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과 데굴데굴 굴러가며 빙빙 돌던 시야가 멈추고 잠깐 정신을 잃었던 
회색눈은 바로 일어나 품안의 구더기를 내려다봤다. 날려온 이웃의 몸이 방패가 된 것인지 그 
충격과 거친 바람 속에서도 구더기는 눈을 뒤집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긴 해도 살아있었다. 
고막이 터진 듯 윙윙거리는 소리만 울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회색눈은 주위를 둘러봤 
다. 
........! 
행렬의 뒤쪽에 있던 이웃들은 모두 산산조각 나서 팔다리가 사방에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장로가 있었던 앞쪽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터져버린 고막은, 자신의 길고 긴 비명조차 전해주지 못했다. 
데슨.... 데슨.... 
해가 저물어 가는 숲속. 
어느 정도 고막이 재생된 회색눈은 울면서 구더기를 안고 걷고 있었다. 또다시 알 수 없는 일 
이 일어나 마을의 모두가 죽었다. 
레후...? 
데? 데스우.... 
그러나 아직 마지막 희망이 있다. 
자신은 자를 낳을수 없는 몸이지만 이 자가 고치를 만들어 자라준다면 새로운 마을을 만들수 
있다. 그때까지 이 자를 돌보는 게 회색눈의 마지막 사명이었다. 
레후~ 레훙~ 
꼬리를 탁탁 치며 먹이를 조르는 구더리극 내려놓은 회색눈은 낙엽을 들춰보다가 땅을 조금 
파서 지렁이를 잡았다. 
레훙~
작게 토막낸 지렁이 고기를 입에 물고 행복하게 우물거리는 구더기를 보며 회색눈은 다시한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따스한 햇볕이 비춰지는 나무뿌리 아래서 회색눈은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걷고 또 걷다가 우연히 도착한 다른 계곡의 근처에 마을을 만들기 적당한 곳을 찾아낸 회색눈 
은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혼자선 자신과 구더기가 들어갈 작은 굴을 파는것도 벅찼지만, 
얼마뒤 그 굴 안에서 고치를 만든 구더기를 보는 순간 모든 고생과 노력이 보답받았음을 알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보통 고치에겐 태교의 노래를 불러주지 않지만 자를 가질수 없는 회색눈의 갈곳없는 모성이 
무엇보다 소중한 희망의 존재에게 노래를 불러주게 하고있었다. 
뎃데로게에~ 보에에에~~ 
이제 엄지가 될 이 자가 더 커서 성체가 되면 자를 낳을수 있다. 예전같이 여럿이서 함께 살 
수 있다. 
게다가 이 구더기짱은 고치를 만들기 전날, 와타시를 마마라 불러주었다. 
집단생활, 집단육아를 하는 산신장들도 친실장과 친자는 확실히 구분한다. 설령 죽은 이웃의 
자를 기른다 해도 다른 ‘아줌마’를 ‘마마’라 부르는 일을 드문일이다. 
하지만 구더기는 회색눈을 마마라 불렀다. 
다시는 들을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말에 회색눈은 다시 찾아온 행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가 커서 자를 낳는 모습을 보면 원없이 눈을 감을수 있을것 같았다. 
젯데로게~ 
그런 행복속에 회색눈은 성실하게 고치를 돌봤다. 
햇볕이 좋은 날은 습기찬 굴속에서 안고 나와 햇볕을 쪼여줬다. 고치가 따듯해야 자의 성장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데! 
그러나 그 행복을, 악몽의 시작인 그 소리가 깨트렸다. 
기억에 박힌 그 소리에, 하늘을 나는 그 무서운것이 여기까지 쫓아왔다는걸 안 회색눈은 급히 
고치를 안아들고 서둘러 굴로 뛰어갔다. 
-솨아아아아아아 
데...? 
그러나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끝없이 들리던 옛날과는 달리 이번엔 그 소리가 금방 작 
아지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갑자기 숲속에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나무와 바닥이 촉촉히 젖기 시작했다. 
데에이...? 
여름엔 안개비가 흔하지만 지금은 안개비가 올 때가 아니라는걸 아는 회색눈이 의아해한순간. 
데엑?! 케에에엑!!! 
‘안개비’ 에 젖은 회색눈의 눈과 코, 입과 귀에 격통이 닥쳐왔다. 
데!!! 데!!! 데에!!! 
코와 눈에서 피가흐르며 눈물과 콧물이 넘쳐 흐르자 회색눈은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고치를 들 
고 굴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고치를 낙엽위에 올려 두곤 황급히 굴을 나와 계곡으로 달려갔 
다. 
데히! 데스우... 
저 ‘안개비’ 가 아프게 했다는걸 깨닫고 얕은 계곡가에 뛰어들어 뒹군 회색눈은 물에 몸이 담 
궈져 통증이 좀 덜해지자 돌 위로 기어올라왔다. 
데....데에.....게보옥!!! 
그러나 고통은 덜해졌지만, 갑자기 치솟는 메스꺼움을 느끼고 주저않아 구토를 시작했다. 
데게에에에엑!! 게에에엑!!! 
뱃속에 든걸 모두 토해내고도 내장까지 토해낼 기세로 헛구역질은 하던 회색눈은, 토사물 위 
로 쓰러져 기절했다. 
데에에에.... 
며칠이 지났지만 기절했다가 간신히 굴로 돌아온 회색눈은 힘이 없었다. 
그 무서운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지만 내릴때가 아닌데 내렸던 안개비 처럼, 이상하게도 낙 
엽이 질 때가 아닌데도 갈색으로 말라붙은 잎사귀들이 팔랑이며 떨어지는걸 올려다보던 회색 
눈은 들고 있던 죽은 벌레를 입에 넣고 씹었다. 
몸에 힘이 없어도 왠지 숲속에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어서 그나마 먹이를 구할수 있었지만, 
데....데웨에엑!!! 
잠시뒤 회색눈은 먹은걸 모두 토해냈다. 며칠동안 계속 메스꺼움에 시달리며 구토를 한 회색
눈은 뼈와 가죽만 남은듯한 모습으로 바싹 말라선 머리카락카지 빠져가고 있었다. 
데이.... 
스실스실 빠져가는 소중한 머리카락을 보며 회색눈도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가, 자신을 마마라 불러준 엄지가 고치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주기 전까진 죽을수 없었다. 
데스우... 뎃데로게.... 
옆에서 햇볕을 받고 있는 고치를 회색눈이 퀭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었다. 
-퍼석 
데에? 
고치가, 
세게 힘을 준 것도 아닌데 마른소리를 울리며 우그러졌다. 
데에에?! 데스우우?! 
고치를 만들어 엄지가 된 마을의 자들을 봐 온 회색눈은 이렇게 쉽게 부서질리가 없는 고치가 
찢어진것에 놀라며 고치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고치안에서, 
팔다리가 조금 길어진채 흐물흐물하게 부패해 있는 구더기와 눈이 마주쳤다. 
-철퍽 
그리고 그 순간, 불어터진 구더기의 얼굴에서 녹색과 적색의 안구가 흘러내려 고치 바닥에 고 
인 썩은 고기 국물에 떨어지며 질척한 소리를 울렸다. 
데....데.... 
그 이상한 안개비에 고치도 젖었던 것. 
데.... 데이이..... 
이미 안에서 죽어 썩어가는 고치를 돌보며 며칠을 견뎌왔다는것. 
이 자가 마지막 희망이었다는것. 
다시 마을을 만들수 없다는것. 
마마라고 불러주는 소리를 다시는 들을수 없다는것. 
모든걸 깨달은 회색눈은 마지막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게, 끝나있었다는것. 
데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데하아아아악!!!!!!! 
-파기기기긱 
케...케에엑!!! 
절망감에 비통한 절규를 지르던 회색눈이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치 옆에 쓰러졌다. 
데...데스...우... 
-파긱! 
데케엑!!!! 
쓰러진 채 고치를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 내밀던 손이, 한번 크게 떨리더니 고치에 닿지 못하 
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 
회색눈이 꿈꿨던 새로운 마을의 마지막 모습은, 작고 초라한 구멍 하나와 썩은 고치 옆에 쓰 
러진 산실장 한 마리의 시체라는 모습이었다. 

1964년 벌어진 베트남전에 개입한 미군은 정글에 숨어 게릴라전을 펼치는 베트콩(남 베트남 
게릴라) 들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었다. 
정글에서의 이동을 위해 헬기가 대량으로 사용 되었고. 
당시 신형소총인 M-16을 든 미군이 정글을 헤맸다. 
포격을 동원해도 넓은 정글 어디 있는지 모를 베트콩에겐 거의 효과가 없었고. 
정글에 가득한 부비트랩에 병사들을 희생되어갔다. 
결국 해충구제를 명목으로 고엽제의 살포까지 감행해 베트남인은 물론 미군과 참전국가의 병 
사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후유증을 남기는 행위까지 감행하였으나 결국 1973년 철수하며 미국 
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전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끝- 



실장석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베트남전 설명 순서대로입니다. 
헬기소리에 놀라서 죽고, 탄착충격에 몸이 터져 죽고, 수류탄 걸어둔 철사 밀어서 죽고, 결국 
엔 베트남전의 상징 고엽제.... 
원래는 이것저것 더 있었으나 분량과 내용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굶주린 베트콩들이 산실장들을 발견하고 달려와 허겁지겁 산채로 뜯어먹는다던지... 
베트남전을 다룬 대표적 소설인 안정효 작가님의 '하얀전쟁'을 참고헀습니다. 











건물과 건물의 사이, 영리한 들실장

 


- 건물과 건물 사이 - 

내가 일하는 사무소는 4~5층 정도의 오래된 사무실 건물들이 모인 지역에 있다. 
곧 재개발이 될 거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낙후된 건물들은 보통 1m의 사이정도를 두고 다닥다 
닥 붙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사이는 낡은 시멘트의 냄새가 나는 좁고 막다른 골목이 되어 있다. 
그 안에는 쓰레기, 담배꽁초, 망한 사무실에서 버린 폐 가구들이 밀어 넣어진다. 
그런 곳에 있는 사무실이 잘 나갈 리가 없어 오늘도 나는 상사의 잔소리를 듣다가 잠시 담배 
를 피러 옥상에 나왔다. 
짜증나는 회사 생활 중의 유일한 낙이다. 
테! 테치? 테치치익! 
데스우.... 
하지만 그 여유도 어디선가 들려온 불쾌한 소리에 깨져버렸다. 
소리 나는 곳을 찾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옆 건물과의 사이, 좁은 공간에 작은 초록색 물체 
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쓰러진 철제 캐비닛에 실장석이 살고 있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실장석이 혐오스럽긴 하지만 죽이려 해도 골목 입구는 버려진 가구가 쌓여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들실장은 가구들의 틈으로 지나다니며 구내식당의 음식 쓰레기를 훔쳐 먹고는 한 
다.
한번은 구내식당에 접근했을 때 잡으려 했었지만 폐기물들이 많은 이 골목들 틈으로 숨어버려 
놓쳤다. 
그 이후로 경계심이 강해져 낮에는 골목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 
무거운 물건을 아래로 던져 죽이려 해도 철제 캐비닛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고, 입구를 틀 
어막아도 어디론가 비집고 나온다. 
결국 내버려 두기로 했지만, 새끼까지 치며 내 휴식을 방해하는 이상 그냥 둘수 없다. 
아래의 모습을 내려다보자 세 마리의 자실장이 친실장이 들고 온 비닐봉투를 허겁지겁 뒤져보
다가 발을 구르며 울고 있었다. 
봉투 안에 많지는 않아도 음식쓰레기가 담겨 있지만, 스테이크라도 요구하는 것일까. 
먹이를 많이 구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을 감안해도 무능한편인 친실장에겐 과도한 요구다. 
한참을 떼를 쓰던 자실장 중 한마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음식쓰레기에 손을 대는 순간 나머 
지 둘도 
봉투 안에 파고들듯 음식 쓰레기에 달려든다. 
테갸악! 테익! 
테샤아아아!! 
언제 떼를 썼냐는 듯 자매들을 때리며 조금이라도 더 음식 쓰레기를 자기 입에 넣으려 싸우는 
자실장들.
쓰레기 국물에 절은 모습과 그 울음소리에 혐오감이 치솟는다. 
코로리를 떨어트리면 간단하겠지만 혹시 시간차로 먹거나 친실장이 독차지해 살아 남는 놈이 
있으면 경계하게 되어 
더 처리가 어려워 질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오늘은 음식 쓰레기를 구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친 
실장과 
그 주위에서 떼를 쓰고 있는 자실장들이 보였다. 
나는 그 실장석들을 향해 가져온 걸 떨어트렸다. 
-툭 
테? 
친실장의 팔을 잡아당기며 먹이를 조르던 자실장이 그 소리에 돌아본다.
테치......? 테! 
그리곤 의아해 하다가 코에 느껴지는 냄새에 환성을 지르며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 
텟챠텟챠텟챠텟챠!!!! 
쩝쩝거리며 추잡스럽게 내가 떨어트린 ‘식빵 가장자리’를 입에 가득 우겨넣고 씹는 자실장. 
내 단골 베이커리에서 버리는 걸 받아온 것이다. 
텟챠텟챠! 테츄와와와~ 
생전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이 입에 가득하다는 것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릴 정도로 흥분해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자실장을 본 나머지도 일제히 식 
빵 가장자리를 집어 든다. 
테츄와~테츄워~ 
데스웅~데스우웅! 
잠시 뒤 볼록해진 배를 두들기며 드러눕는 자실장들. 
친실장은 아직도 만족 못한 듯 식빵 가장자리가 떨어져 있던 곳을 킁킁대며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다. 
이후 3일 동안 나는 매일 식빵 가장자리를 떨어트려 줬다. 
그리고 오늘 내려다보자 자실장들은 친실장에게 보채지 않고 가만히 주위 바닥을 둘러보거나 
가동범위가 좁아 위를 보기 힘든 목으로 위를 보려하고 있었다. 
식빵 가장자리가 떨어지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문득 친실장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걸 눈치 챘다.
친실장은 캐비닛에서 반쯤 몸을 드러낸 채 불룩한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뎃데로게~ 보에에~ 
맛있는 게 매일 주어진다고 알자 바로 임신을 시도한 것인가. 
배를 쓰다듬으며 꼼짝도 안하고 가끔씩 위를 올려다 보려 노력하는 친실장. 
건물의 벽에서 맛있는 게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벽에 대고 테츄~거리며 아첨을 하는 자실장들. 
그 모습을 내려다본 나는, 
아무것도 떨어트리지 않고 옥상을 떠났다. 
내일부터 간만에 받은 3일의 휴가다. 
주말이 이어지므로 총 5일. 
스스로 먹이를 구할 생각이 없어지고 임신까지 한 친실장. 
음식쓰레기보다 훨씬 맛있는 걸 먹어보곤, 그것이 또 주어질 거라 생각하는 자실장. 
친실장에게서 열심히 영양을 빨아내는 태낭 속의 구더기들. 
휴가에서 돌아오면 내 휴식 공간은 예전처럼 조용해져 있을 것이다. 



- 영리한 들실장 - 

“자기야! 여기야.” 
“미안 좀 늦었네.” 
“뭐 먹을래? 핍스도 오랜만이네.” 
“음...로만 갈릭 스테이크로 할까.” 
“아, 저기 창 바깥에 보이는 실장석, 알어?”
“그 영리하다고 유명한 들실장인가.” 
“배고픈가봐, 계속 쳐다보고 있어.” 
“요즘 쓰레기장에 대형 수거함이 설치됐으니 영리해도 먹이를 못 구하겠지.” 
“불쌍하네. 실장석은 스테이크를 좋아한다며? 있다가 조금 줘 볼까?” 
“주지 않는 게 좋을걸.” 
“저렇게 불쌍하잖아, 계속 쳐다보고 있고.” 
“그래도 주면 안 돼.” 
“자기 학대 그만 뒀다며, 아직 실장석이 싫어?” 
“학대파 였으니까 실장석에 대해 잘 알기도 해. 주지마.” 
“싫어. 줄 거야.” 
“난 분명히 말렸다?” 
“자. 먹어보렴. 어머, 맛있나 보네. 울기까지...” 
“.............” 
“어? 어?! ........죽었어? 왜?” 
“......이 녀석, 스테이크를 먹다가 검은 눈물을 흘렸지?” 
“검은 눈물?” 
“실장석이 절망의 끝에 다다랐을 때 흘리는 눈물.” 
“왜? 어째서? 좋아한다기에 스테이크를 먹여줬는데?” 
“아아, 맛있었겠지. 기뻤겠지. 그래서 죽은 거야.” 
“모르겠어.....” 
“이녀석은 아까부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지. 스테이크, 밝고 예쁜 건물, 좋은 옷차림...” 
“............” 
“이 녀석은 그걸 자신이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 
영리하기에 포기하고, 실장석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 하고 있었을 거야. 
근데 거기서, 스테이크의 맛을 알게 된 거야.” 
“내가 준 스테이크...” 
“그 맛은, 들실장에겐 충격적이었겠지. 보통의 들실장은 맛있다고 좋아하겠지만 이 녀석은 너 
무 영리했어.” 
“설마....”
“그래. 스테이크의 맛을 보는 순간, 
자신이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그것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하다는 걸 깨달은 거지. 
그 사실과 자신의 현실의 차이에 절망해 위석이 붕괴 된 거야.” 
“............” 
“나는 말렸었다......” 
“다 됐어?” 
“그래. 깊이 묻었으니 다른 들실장이 파내지 못할 거야.” 
“미안해....” 
“네 잘못이 아니야. 들실장에게 과분한 영리함인거지. 
그 격차를 깨닫지 못했으면 그냥저냥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영화 시간 다 되간다. 가자.” 
“그래.” 



-끝-






만년과장의 하루

 


아침 출근전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니 오늘도 쓰레기봉투들이 놓인 곳 여기저기가 작게 부스 
럭거리고 있다. 
데스우~ 
그중 한 봉투아래서 불쑥 기어나온 작은 동물, 실장석이 검게 변한 감자껍질을 들고 기쁜듯 
울음소리를 낸다. 
털퍽! 
데북! 
쓰레기 봉투를 더미에 던지자 딱히 노린게 아니어도 운 나쁘게 깔린 그 실장석 말고도 충격을 
받은 봉투 더미 여기저기서 적록색 액체가 튀었다. 
뎃스! 데뎃스! 
집으로 돌아오자, 복도식 빌라 1층에서 또다시 실장석을 발견했다.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 대던 그 실장석은 나의 집을 지나치더니 옆집의 우유투입구에 코를 대 
보곤 환성인 듯 한 기쁜 울음소리를 내고 우유투입구로 기어들어갔다. 
실장석도 저렇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구나. 
하긴 어젯밤 내내 벽 너머로 들려온 자실장의 비통한 비명도 절절하게 감정이 전해지긴 했었 
다.
출근길 만원버스에 부대끼다 내리자, 갑자기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돌아보기도전에 코가 썩을듯한 시궁창의 비릿한냄새가 난다. 돌아보니 예상대로, 적록색 오물 
범벅이 된 가방을 들여다보며 울상을 짓는 여자 회사원이 보인다. 친실장이 뭔가 착각했는지 
편의점봉투도 아니고 가방에 새끼를 탁아했겠지만, 백전노장의 회사원들도 벅찬 만원버스의 
부대낌 속에 물풍선이나 다름없는 그 동물이 버틸리도 없었다. 
실장석의 피와 터져나온 녹색 대변으로 질척해진 서류들을 꺼내며 발을 동동구르는 그 여자를 
약간 동정하며 난 출근을 서둘렀다. 
일은 매일 똑같은 반복. 만년과장인 나로선 그저 익숙해진 일상. 하지만 그렇기에 일이 끝난 
뒤의 술 한잔은 각별하다.
20년 단골인 술집에 들어서자 언제나처럼 노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긴 카운터석에 앉자 주 
인장은 묻지도 않고 사케 병을 뜨거운 물에 넣고 안주의 준비를 시작한다. 
데! 데데덴! 데우아아! 
수조에 종류별로 넣어진 식용독라실장 중 성체가 든 수조에 손을 넣은 주인장이 독라 한마리 
의 머리통을 잡고 끌어낸다. 
공장에서 태어나자 마자 독라가 되고, 성체가 되는 3개월동안 영양제만 맞아 뭔가를 입에 넣 
고 대변을 위장에 채운적이 없는 독라는 수조 벽에 달라붙어 술과 안주를 침을 질질 흘리며 
쳐다보다가 자신도 그 안주가 되는 운명이다. 
들실장으론 성체가 되는데 1년이 걸린다지만 성장촉진제로 3개월만에 울음소리가 데스로 바 
뀌게 급히 자란 그 실장육의 육질은 솔직히 그다지 뛰어나진 않다. 하지만 야생의 산실장 고 
기 같은 고급은 아니더라도 나같은 소사회인에겐 작은 즐거움. 그리고 주인장의 숙련된 솜씨 
로 요리된 실장석 요리는 재료를 뛰어넘은 세월의 풍미를 전해준다. 
데? 데에에... 
일단 주둥이에 꽃은 깔때기로 식용 젤라틴을 부어넣은 주인이 야채와 날고기가 놓인 도마위에 
독라를 내려준다. 길어봤자 2주동안이라도 수조 안에서 동족이 요리되는걸, 먹히는걸 본 독라 
는 그 의미를 알지만, 힐끗힐끗 고기를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못하고 손을댄다. 
뎃스! 데뎃스! 뎃찹뎃찹... 
가게에 와도 서로 잡아먹는걸 방지하기 위해 이빨부터 다 뽑히고 재생을 막기 위해 잇몸을 지 
져진 독라는 매우 굶주려있다. 물론 먹이갸 주어질리도 없어 2주내로 모두 굶어죽는다. 
그러기에 유통기한이 2주가 되지만 아사직전에 몰린 독라는 국물을 내는데 쓰므로 상관은 없 
다. 뼈를 발라내고 진득하게 끓인 고기 국물을 냉장해 굳힌 실장편육은 인기 있는 안주지만 
내가 좋아하는 안주는 따로있다. 
그리고 독라는 그 안주가 되기위해 열심히 고기와 야채를 밀어넣고 있다. 이빨이 없어 씹지는 
못하지만 미리 적당한 크기로 자른 재료를 태어나서 뭔가를 처음 입에 넣는 기쁨에 눈물까지 
흘리며 목구멍에 꾸역꾸역 밀어넣는것이다. 냅두면 끝없이 고기만을 먹기에 고기는 적당량만 
있고, 순식간에 고기를 그저 위장에 채운 독라는 주인장을 보며 데스데스 울다가 결국 포기하 
고 야채도 입에 밀어 넣는다.
이걸로 준비는 완료다. 
데?! 데에에! 
주인장이 꺼낸 큰 대자 모양의 나무틀을 본 독라는 그제서야 다음 순서를 기억해냈는지 피눈 
물을 흘리며 고개를 젓는다. 주인장의 손에 잡혀서도 필사적으로 목숨 구걸하는 그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틀의 각 끝에 튀어나온 못에 팔다리가 꽃힌 독라는 젤라틴으로 코 
팅되어 소화도 못시키고 그저 임신한것처럼 빵빵한 배를 고개와 같이 좌우로 출렁일뿐. 
못의 끝에 마개를 해 빠지지 않게한 주인장이 틀을 끓는 기름솥 위에 거꾸로 매단다. 독라는 
아래서 펄펄 끓는 기름을 보며 눈이 튀어나올듯 절규하지만 주인은 주저없이 칼을 그었다. 너 
무 얕지도 않고 내장이 잘리지 않게 적당한 깊이로 베인 뱃가죽은 곧 일자로 갈라지며 내장을 
주르륵 쏱아냈다. 
치이이이이이이익! 
뎃캬아아아아아아악!!!!
흘러내린 내장은 곧바로 기름에 담궈져 튀겨지기 시작했다. 산채로 내장이 끓는 기름에 담궈 
지는, 상상도 안 가는 끔찍한 고통에 독라는 바로 눈을 뒤집으며 절규했다. 잔혹한 광경이지 
만 죽기전에 만복감을 느낀것만으로도 운이 좋은편에 속할것이다. 
잠시뒤, 주인이 튀겨진 내장을 잘라내고 그때까지도 경련을 일으키며 꿈틀대는 독라를 잘게 
썰어 타다키(겉을 살짝 그슬린 고기, 생선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난 접시에 담겨 내진 튀김을 
젓가락으로 갈랐다. 안에서 잘 익은 고기와 야채를 꺼내 바삭하게 튀겨진 내장과 함께 먹는 
이 실장내장튀김이 이 집의 간판메뉴자 내가 좋아하는 안주다. 
천천히 튀김을 씹어 삼키고 데워진 사케를 한모금 머금는 순간 앞에 빼내져 있던 위석이 파킥 
하고 부서졌다. 잘게 잘린 자신의 몸이 구워지는 광경에 정신이 버티지 못 한듯하다. 내장과 
몸이 다 먹히는 장면을 끝까지 보며 살아있는 머리도 많은것에 비교하면 역시 운이 좋은 녀석 
이다. 
산채로 지옥을 경험하고 혀를 내민채 죽은 그 머리를 감상하며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즐거움을 마저 즐겼다. 
ㆍ 
술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자 정류장에서 또다시 들실장일가를 발견했다. 
얼굴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을 남긴채 왠지 정류장 여기저기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친실장 
옆엔 새끼들이 주저않아 있었다. 네마리의 새끼들은 몹시 여위어 곧 아사할 지경으로 보였다. 
마치 아침부터 친실장이 탁아를 할 정도로 절박하게. 
뒤에서, 아침에 들었던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자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여 
자 회사원이 화난 표정으로 그 실장석 일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데스데스! 데스데... 데케에엑! 
뭔가 착각을 했는지 자실장 한마리을 안아 내밀며 마지막 희망을 실어 울던 친실장의 머리가 
하이힐을 신은 발에 힘껏 걷어 차여 떨어져 나가는걸 본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ㆍ 
데에이... 
빌라 입구엔 또 하나의 일이 정리되어 있었다. 
독라가 된채 흠씬 두들겨 맞아 피투성이인 실장석 하나가 자실장을 안은채 주저앉아 작게 신 
음하고 있었다. 나를 본 그 실장석은 자실장을 들어 올려 나에게 내밀었지만, 내가 뭔가 반응 
을 보이기도 전에 숯처럼 새카맣게 타있던 그 독라자실장의 하반신이 산채로 가죽이 벗겨져 
적록색 고깃덩이가 되어 있던 상반신에서 끊어져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로로...오로로롱... 
그 모습에 간신히 현실을 인정했는지 친실장일 그 실장석은 자실장의 상반신을 꽉 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오로로... 
푹! 
그 비참한 통곡도, 어느새 나온 옆집 젊은이가 찌른 쇠꼬챙이에 친실장의 머리가 꿰뚫리며 바 
로 멈췄다. 
입구에 비치된 꼬챙이와 쓰레기 집게로 시체를 실장석용 봉투에 던진 젊은이가 입구를 더럽힌 
걸 사과하는걸 난 웃으며 넘겼다. 그리고 이번엔 꼭 편의점 봉투를 묶어서 오라고 조금 잔소 
리를 했지만 성실한 이 젊은이는 곧이 곧대로 충고로 받아 준거 같다. 
늦은 저녁을 먹은 나는 자기 전에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넣었다. 
오늘 아침 갈은 새 봉투엔 바닥에 약간 찰 정도만 쓰레기가 모였지만, 지금도 쓰레기장은 실 
장석들이 부스럭 거리고 있을것이다. 



-끝- 






겨울의 지하실

 


낡은 건물 한 채가 있었다. 
갈색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의 주위엔 겨울이라 갈색으로 말라가는 수풀이 있었고 떨어져 
나온 벽돌이 여기저기 굴러다닐 정도로 황량한 모습의 건물. 
-와장창!!! 
“뭐여....!” 
그 건물의 입구에 있던 관리실에 있던 관리인은 갑자기 바깥에서 들려온 유리가 깨지는 소리 
에 놀라서 나왔다. 
건물에 난방을 공급하는 보일러가 있는 반 지하실의 채광창이 있는 쪽이었다. 
보일러가 있는 따듯한 지하실에 실장석이 기어드는 일이 많았기에 관리인은 실장석을 매우 귀 
찮게 여기긴 했지만. 
“....귀찮은 녀석들이라곤 생각했지만. 정말 천한 생물이구만.....” 
깨진 유리창의 앞에 있다가 놀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체 들실장 한 마리와. 
깨진 유리창 너머의, 피투성이가 된 채 유리조각이 가득 박혀 적록색 체액을 줄줄 흘리며 희 
미하게 꿈틀대는 작은 자실장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짐승도 자기 새끼는 아끼는 법이랬거늘... 자기가 춥다고 새끼를 던져서 유리를 깨다니. 에 
잉....” 

-겨울의 지하실- 

데스... 
창문의 앞에 녹색 그림자가 어슬렁 거렸다. 
이런 외진 지역엔 당연하다는 듯이 기어들어 살고 있는 생물, 들실장이었다. 
데스우.... 
그때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몸을 한번 떤 들실장은 이상하게 부풀어 있는 옷을 추슬렀다. 
테치... 
옷 안에 넣어 가능한 조금이라도 더 따듯하게 하려던 자실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단 한 마리 남은 소중한 자. 
너무 늘어난 동족들을 정리하던 인간의 손에 그 많던 자들을 전부 잃는 중에도 필사적으로 이 
자만은 지키려 한 가장 영리한 자다. 
그렇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살아남았건만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또다시 가혹한 고난을 
들이 밀어온다.
겨울이 오는 것이다. 
자들이 태어났던 봄에도 괴로울 정도로 더운 여름에도 열심히 일해서 모았던 식량과 월동준비 
는 골판지 집과 자들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간신히 구제를 피했다가 돌아와 골판지가 있던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던 이 들실장 
은 옆에 웅크리고 있던 마지막 자의 재채기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든 이 자 만이라도. 
테치....? 
이렇게나 착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행복해져야만 하는 자인데. 
어째서 인간은 그걸 모르는 것인지. 
그렇게 근거도 없는 분노를 주절대도 달라지는 건 없기에 들실장은 자를 옷 안에 넣어 조금이 
라도 따듯하게 하곤 일어섰다. 
점점 날이 추워져 가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고 내일 모레는 내일보다 더 춥다가 결 
국 세상이 다 얼어붙는 듯 한 겨울이 온다. 
먹이는 어떻게든 구하려 노력을 한다고 쳐도 자가 지낼 따듯한 공간이 필요하다. 
데스! 데스우! 
그렇기에 음식 쓰레기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공원 바깥의 한 건물에 도착한 들실장은 지하실의 
유리창을 만져보고 기뻐했다. 
몇번 근처를 지나가면서 느낀대로 투명한 무언가로 가로막힌 이곳은 매우 따듯하다. 
인간의 집에 들어간 이웃이 무서운 일을 당하는걸 몇번이고 봐 왔지만 왠지 모르게 이 낮은곳 
에 있는 공간엔 인간이 드나들지 않는다는걸 봐온 친실장은 낡은 알루미늄 창틀을 잡고 옆으 
로 당기려 기를 썼다. 
데... 데슷! 데쟈아아아! 
-끼릭! 
간신히 조금 창틀이 움직이자 순간 그 안에서 따듯한 공기가 밀려왔다. 
데스... 
마치 따듯한 봄날로, 태어난 자들과 지내던 그 행복한 시절로 돌아간 듯이 느껴지는 온기에 
무심코 멍하니 서 있던 들실장은 곧 정신을 차리곤 옷 안에서 자를 꺼냈다. 
데스? 데스데스우. 
테... 
그리곤 이제부터 이곳이 집이라는것, 마마가 밥을 찾아 올 동안 따듯한 이곳에서 조용하게 있 
을걸 이야기했고 마마와 떨어지는걸 불안해하던 자실장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형편좋게도 창 너머는 역시 낡은 철제 캐비닛이 있어서 자실장은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 
다. 
테.... 
따듯한 공기가 몸을 감싸는걸 느끼며 자실장이 주위를 둘러보자 중앙에 웅웅거리는 소리를 울 
리는 커다란 보일러가 있고 캐비닛이 있는 반대편엔 문이 있었지만 어차피 자실장은 캐비닛 
아래로 내려 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하실에 방치된 캐비닛 위에는 공구상자나 잡동사니가 쌓여있어서 몸을 숨기기엔 
좋았다. 
테치! 
그리고 그 중에서 자실장이 몸을 숨기기 적당한 작은 종이상자가 옆으로 놓여있는걸 발견한 
자실장이 뛸 듯이 기뻐하더니 안에 든 잡동사니들을 밀어내곤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본 친실장 
은 자를 혼자 두고 가는 걱정과 안전하고 따듯한 장소를 찾은 기쁨이 섞인 채 서둘러 먹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이제 밥만 구할 수 있으면 겨울을 나는 것도 문제가 없다. 
-철컹 
데.....! 
그렇게 생각한 친실장의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인간이 절대로 들어오지 못 할거리고 믿은, 와타시와 자의 따듯한 집에 인간이 들어왔다는것 
에 경악하며 돌아본 친실장의 눈에 지하실로 들어온 관리인이 보였다. 
“음... 오래된 놈 치고는 잘 돌아가는구만. 기특하게도....” 
보일러를 잠시 살펴보곤 옆에 매달린 점검일지에 기록을 한 관리인이 돌아섰다가 문든 차가운 
바람을 느끼곤 멈춰섰다. 
“응....?” 
지하실의 유일한 창문을 돌아본 관리인은 유리창이 열려있는걸 봤지만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 
고, 
창을 닫아버린 다음 걸쇠를 잠갔다. 
데... 데에.... 
관리인이 나간 다음에 수풀에서 고개를 내민 친실장과 상자에서 나온 자실장은 멍하니 걸쇠를 
올려다봤다. 
3일이 지났다.
한층 더 추워진 기온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친실장은 비닐봉투 안을 뒤적였다. 
그리곤 사과 껍질을 꺼내서, 제일 좋아하는 밥을 보고 양 팔을 들고 기쁨의 춤을 추는 사랑스 
러운 자에게 내밀었지만. 
-툭 
그 손과 손은, 유리에 가로막혔다. 
데... 데스우우우!!! 
투명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 껍질을 향해 반대편에서 투명한 벽을 핥아대는 자를 보면서 친실장도 
눈물을 흘리면서 투명한 무언가를 두들겼다. 
테... 
다음날. 
자실장은 종이상자에서 나와 캐비닛 위에 누워있었다. 
친실장이 가리킨 걸쇠를 향해 몇 번이고 점프를 했지만 당연히 닿지 않았고 친실장이 구해온 
음식 쓰레기를 건넬 방법이 없었다. 
며칠동안 친실장은 계속 먹이를 구해서 유리창 앞으로 돌아왔지만 자실장의 입에 들어간건 결 
국 참지 못하고 입에 넣은 대변뿐이었다.
비록 콘페이토는 아니어도 먹을게 있는데 건네질 못 하고 자가 대변을 먹는 모습을 그저 유리 
너머로 지켜 볼 수 밖에 없던 친실장도 눈물을 흘렸다. 
테치... 
그렇지만 자실장이라도 대변을 먹으면서 버티면 2주정도 까지도 질기게 살아있는 경우도 있 
다. 
바깥보다 따듯한 곳에 있기에 더더욱 아직 여유가 있는 자실장은 힘없이 드러누운 채 친실장 
을 기다렸다. 
관심을 가지고 상대해 주는 존재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실장석의 특성상 닿을 수 없어도 
자연히 친실장을 기다리게 되는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유난히 친실장이 돌아오는게 늦다고 자실장이 생각하던 때. 
-쾅 
갑자기 문이 열리는, 인간이 온 소리에 놀란 자실장이 벌떡 일어서서 허둥지둥 잡동사니 사이 
로 파고 들어 몸을 숨겼다. 
그리고. 
테......! 
들어온 인간, 관리인의 손에 들린. 
적록색 피가 뚝뚝 떨어지고 옷도 너덜너덜해진 채 머리채를 잡혀 들려있는 성체 실장석을 보 
곤 눈을 크게 떴다. 
-바스락 
그 실장석이 그때까지도 움켜쥐고 있던, 
음식쓰레기가 든 비닐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질척한 소리를 울렸다. 
“하! 역시 똥벌레의 냄새가 나는구만... 왠 미친놈이 먹을 거까지 싸서 계단을 내려가기에 혹 
시나 했더니...” 
지하실에 희미하게 떠도는 실장석의 대변냄새에 눈살을 찌푸린 관리인이 지하실을 둘러보기 
시작하자 자실장은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듯 한 입을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상자 안으로 
숨었다. 
.........! ..........!!! 
친실장의 무참한 사체를 봤어도 목놓아 울지도 못하는 실장석의 신세에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 
면서 더더욱 몸을 웅크린 순간. 
“찾았다! 이런데 있었구만!” 
...........!!!!!!!!!! 
들려온 인간의 큰 목소리에 위석이 부서질 듯이 놀랐던 자실장은. 
그 목소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들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 
조용히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펴본 자실장의 눈에. 
테치?! 테치테치!!!! 테챠아아아아-?!?! 
테!!! 테에에에-!!! 
테치이이이-!!!!! 
보일러 아래에 밀어 넣어진 반쯤 썩은 걸레를 걷어치우자 아래에 있던 자실장 몇마리가 서로 
얼싸안고 있다가 비명을 지르는 게 보였다. 
걸레에 덮여있던 보일러 아래엔 녹색 대변 무더기 외에도 꽤 많은 음식 쓰레기의 흔적이 있었 
다. 
........... 
소리를 내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는 자실장은 몰랐지만, 이 지하실에서 자들을 겨울을 나게하 
려 생각한 들실장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캐비닛 위의 자실장이 들어오기 전에, 건물의 반대쪽 외부에 따로 있는 지하실 계단을 통해서 
한 무리의 들실장 일가가 들어온 것이다. 
등에 자실장 한 마리를 매달리게 한 후 친실장이 한 계단씩 엉거주춤하게 계단을 내려가 아래
에 자실장을 두고 다시 기어올라와 다른 자를 다시 매달리게 한다는, 실장적으로선 중노동을 
해내 따듯한 행복의 집에 자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들여보내는것에 성공한 그 친실장은 마 
지막으로 음식 쓰레기가 든 봉투를 짊어지고 내려왔다. 
그리곤 가장 따듯한 곳, 보일러 아래에 걸레와 봉투를 밀어 넣어 집을 만들고는 다음에 다시 
마마가 올 때까지 밥을 아껴먹을걸 당부하고 떠났었다. 
자들 뿐이라면 몰라도 성체가 있으면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있을거 
라고 생각한 자신은 바깥에서 지내며 일주일 정도의 간격으로 음식 쓰레기가 가득 찬 봉투를 
메고 인간의 눈을 피해 절벽을 타듯 계단을 내려와 반기는 자들에게 밥을 먹이고 가득 쓰다듬 
어 줬었다. 
그렇게 두번은 성공했지만. 
운이 다 했는지 세번째, 3주째에 음식 쓰레기가 든 봉투를 메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관리인에 
게 발견 된 것이었다. 
테...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 
테챠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 
테..... 
뭔가 설득을 하려는건지 아니면 변명을 하는건지 관리인을 향해 급히 떠들어대는 자실장도, 
그저 공포에 질려 자매에게 달라붙어 찢어져라 비명만 질러대는 자실장도, 
그 자실장에게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자신들의 운명을 이미 안 건지 조용히 눈물을 흘 
리는 자실장도. 
모두 비닐봉투에 넣어져 시멘트 바닥에 몇 번이나 내리쳐지면서 안에서 비명과 뼈가 으스러지 
는 소리가 울리고 조금 꿈틀대다가 조용해 지자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친실장의 시체를 주 
워든 관리인은 봉투에 친실장의 시체와 걸레도 모두 쓸어 넣고는 지하실을 떠났다.
테... 테치이... 
간신히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지만. 
한껏 비명을 지르긴 커녕 동족의 처참한, 어쩌면 와타치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모습에 자실장 
은 억눌린 신음소리도 마음 편하게 낼 수 없었다. 
-콩콩콩콩콩콩 
.............!! ..........!!!!!!
데이.... 
다음날 아침. 
친실장은 양 눈에서 적록색 눈물을 뿌리며 미친듯이 투명한 무언가를 두들기는 자의 모습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자가 저러는 이유는 어떻게든 알 것 같았다. 
어제는 먹이를 구하지 못해 늦게까지 돌아다니다가 빈손으로 건물을 향해오던 친실장도, 투명 
한 벽을 닫아버린 그 인간의 손에 들려 있던 적록색의 질척한 덩어리들이 가득 차 있던 봉투 
를 본 것이다. 
따듯한 공간에 드나드는 인간이 나쁜 인간인걸 안 이상 자를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게다가 인간에게 발견 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자는 굶어 죽을 것이다. 
사실 자를 구할 방법은 곧 떠올릴수 있었다. 
인간의 집에 있는 이 투명한 벽에 돌을 부딪히면 부서지면서 지나갈 수 있다는건 들실장 사이 
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인간의 집에 들어갔다 처참하게 맞아 죽은 동족들의 모습에 인간의 집을 차 
지하는건 포기하고, 가능한 인간이 없을 때를 노려 투명한 벽을 부수고 먹을거나 물건들을 훔 
쳐오는게 한계였다. 
그것도 대부분의 저층은 실장석 대비의 강화유리여서 거의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게 보 
통이었지만 실장석들은 끈질기게 그 지식도 본능처럼 이어왔다. 
단지 투명한 벽을 부수면 큰 소리가 난다는것, 높은 확률로 인간이 화를 내며 온다는것을 알 
고 또한 벽을 부수면 따듯한 공간에서 겨울을 날 수 없게 되기에 뭔가 기적이나 우연히 와타 
시와 자 모두 아무런 손해 없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투명한 벽 너머만 바라보던 친실장은 
그때서야 결심을 굳혔다. 
데스! 
-톡톡톡 
데....? 
일단 실장석이 한 손에 들 수 있는 돌 조각을 들고 유리를 치던 친실장은 투명한 벽이 부숴지 
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돌로 치면 투명한 벽이 부숴진다는 본능은 이어졌지만 어떤 지식이든 경험과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 한 것이다. 
데스! 데스! 데스우우우!! 
-탁탁탁탁탁탁 
돌 조각으로 계속 유리를 두들기던 친실장과 유리 너머에서 테치테치 목소리를 높이던 자실장 
이 결국 지쳐 주저앉았다. 
데...? 
그때 문득 친실장은 무심코 걸터앉은 무언가를 내려다봤다. 
그건, 외벽에서 통채로 떨어져 나온 커다란 벽돌이었다. 
데.. 데.... 데데데..... 
커다란 벽돌을 머리 위로 치켜든 팔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친실장은 이를 악 물고 유리창으로 
다가갔다.
저 투명한 벽을 부숴야 자가 나올수 있다. 
자가 나오면 맛있는것을 가득 먹여주고 다른 집을 찾으러 같이 떠나자. 
따듯하고 안전한 행복의 집을 찾아 겨울을 보내고 따듯한 봄이 오면 자가 곧 어른이 되고 어 
른이 된 자가 손녀들을 낳으면... 
그런 미래를 그리면서 친실장은 온 힘을 다해 벽돌을 유리창에 내던 
-툭 
데덱?! 
지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앞으로 엎어졌다. 
데슥!!! 
쓰러지면서 놓친 벽돌은 바닥에 한번 부딪혀 튕겨 올라 유리창 정면이 아니라 창틀에 비스듬 
하게 부딪혔다. 
-와장창!!! 
그리고 벽돌의 모서리에 부딪힌 유리창이 산산조각나면서 깨지는 동시에. 
창틀에서 튕긴 벽돌이 이번에는 친실장을 향해 쓰러져 왔다. 
데... 데... 데쟈아아아-?! 
-쿵! 
쓰러지는 벽돌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던 친실장의 등에, 땅울림이 느껴졌다. 
.....데?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뜨며 고개를 들자, 엎드린 자세의 친실장의 코앞에 갈색의 벽이 있었 
다. 
벽돌이 조금만 더 왔어도 친실장의 머리는 벽돌에 깔려 우그러졌을 것이다. 
데스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친실장은 일어나 겨울인데도 등에 줄줄 흐른 식은땀을 느끼다가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스우! 
그 투명한 벽이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드디어 자를 다시 안아주고 밥을 줄 수 있다! 
오로지 그 생각 하나만으로 무거운 벽돌을 들어올렸던 친실장은 기뻐하면서 창틀로 달려갔다. 
그리고. 
데........ 
눈에 들어온 광경을 멍하게 응시하던 친실장의 머리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귀찮은 녀석들이라곤 생각했지만. 정말 천한 생물이구만.....” 
데.... 데...... 
친실장이 놓치며 내동댕이쳐진 벽돌은 어쨌든 유리창을 부쉈다. 
그렇기에. 
데...........? 
유리창 앞에 서서 친실장을 응원하던 자실장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을 선채 그대로 뒤집어 쓴 것이다. 
데.... 데....! 데.....!!! 
바깥으로 튕겨나온 벽돌은, 주위에 흔하게 있는 것 이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관리인은 
그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짐승도 자기 새끼는 아끼는 법이랬거늘... 자기가 춥다고 새끼를 던져서 유리를 깨다니. 에 
잉....” 
데......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악-------!!!!!!!!!!!!!!!!! 
“시끄러워!!! 이 짐승만도 못한 어미가!!!” 
-퍼억! 
데케에에엑-!!! 
관리인에게 걷어차여 날려간 친실장의 가슴에 갑자기 적록색으로 젖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솟 
아났다. 
데.... 데게에에.... 
창틀에 남은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등을 찔려 가슴까지 뚫고 나온 친실장의 가슴에서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이 났다. 
데...스우..... 
위석에, 유리조각이 스쳐 상처가 났다는걸 깨달은 친실장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창틀의 안쪽
을 바라봤다. 
탁해진 눈을 드러낸 채 이미 굳어져가는, 유리 조각 투성이의 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힘겹게 
들어올린 손은 곧 바닥으로 축 쳐졌다. 
“에이.... 쯧쯧.” 
혀를 차며 창틀에 남은 유리 조각도 빼내 치운 관리인이 창틀을 내려다 보면서 고민을 했다. 
방금 처리 한 것처럼, 실장석 처리 봉투 값도 아까워 가능한 부피를 줄이려 짓이겨 넣는 낡은 
건물의 관리비로는 강화유리로 바꾸는건 커녕 유리를 가는것도 부담이었다. 
유리를 부수지 않더라도 실장석이 꼬이는것 자체가 귀찮고 결국 다 돈이 들어가게 되기에 고 
민하던 관리인은 문득 발치에 놓인 물건에 시선을 향했다. 
데스....! 데스우! 
테... 테치... 
테치테치.... 
테치....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 된 어느 날. 
한 들실장 일가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목을 움츠리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한 줄 
로 이동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 골판지가 발견 되지 않아 한 마리의 자도 잃지 않고 골판지와 식량도 모두 무사하 
게 구제를 피한 이 일가도 결국 학대파에게 발견되어 그 운이 다했었던 것이다. 
겨울의 풍취를 한껏 살리는 학대방법으로, 골판지를 열고 양동이에 든 찬물을 쏟아 붓는 학대 
방법이었기에 직접적으로 살해당하지 않은게 행운인지 아니면 괴로움만 길어지는 불행인지 생 
각할 겨를도 없이 흠뻑 젖어 얼어가는 신문지와 음식쓰레기를 포기한 친실장은 자들을 데리고 
이동하고 있었다. 
월동 준비가 모두 허사가 되고 집을 잃었으니 이제 월동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자들이 동사하는 것만은 막기 위해 재촉해가면서 이동한 친실장의 눈에 목표하던, 
낡은 벽돌 건물이 들어왔다. 
데스....!!! 
다음날 아침. 
“오늘은 한층 더 춥구만... 응?” 
관리실의 문을 열던 관리인은 문득 벽 쪽을 돌아보고는. 
창문이 있던 자리에 쌓아 올려진 벽돌들 아래에 모여 서로 끌어안은 채 얼어 죽어 있는 실장 
석들을 보고는 생각대로 잘 된 것에 만족하면서 처리 봉투를 꺼내려 관리실로 들어갔다. 
시험 삼아 해 본 벽돌담이 온기를 기억하고 모여오는 실장석들을 잘 막은 것에 만족한 관리인 
은, 
‘새끼를 던져 유리를 깨서라도 따듯한 곳에 들어가려는’ 생물인 실장석 무더기의 제일 바깥쪽 
에서 바람을 막으려는 듯 팔을 펼친 채 죽어있는 친실장의 모습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 
다. 
이러든 저러든 결국 실장석. 
그 생물들이 무슨 고난을 넘어서 왔든지, 어떤 노력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지. 
인간에겐 알 바가 아닌 것이다. 
더더욱 추위를 더해가는 잿빛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눈송이 하나가, 바깥쪽에서 자들을 
감싸는 무의미한 노력을 했던 친실장의 두건 위로 조용히 떨어져 내렸다. 



-끝- 









낡은 화분 속의 둥지 1~4 (완)

 


요즘 며칠간, 마당에서 테치테치하는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며칠 동안이나 계속 들려오는건 마당에 실장석이 기어든게 확실하므로 마당을 둘러보다가, 벽 
아래 방치된 낡은 화분이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제의 커다란 양동이 같은 모습의 화분은 이 집에 이사왔을때 부터 방치 되어있던 것 
이다. 
뒤집혀 있는데다가 옆구리가 깨져 작은 구멍이 뚫려 있기에 실장석 같은게 둥지로 삼기엔 딱 
이다. 
"얼씨구?" 
게다가 뒤집힌 화분의 천장, 원래라면 바닥 부분에 해진 비닐봉투가 씌워져 돌로 눌러져 있었 
다. 
확실히, 이러면 바닥의 물빠짐 구멍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골판지에 비닐을 올리는 본능대로 한 것인지 아니면 요즘 잦은 가을비를 막으려 한 것인지는 
몰라도,
남의 마당에서 제법 설치고 있는것이다. 
깨진 옆구리의 구멍은 땅이 약간 파여 있었다. 
성체가 드나들긴 빠듯한 크기라 땅을 파서 구멍 크기를 늘린것이리라. 
"응..? 이런 젠장!" 
그때 문득 느껴진 악취에 주위를 둘러보자 나무덤불의 그늘에 가려진 구덩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자 질척이는 녹색 대변이 가득 차 있는게 보였다. 
아마 이 둥지의 성체가 팠을 테니 그다지 깊지는 않겠지만 주변에 나와있는 흙을 보건대 
30cm는 파고 들어갔을 그 구덩이가 실장석의 대변으로 가득한 것이다. 
"이 자식들 남의 마당에서 무슨 짓을..!"
테이... 
"...?" 
내가 분노하고 있을때, 화분의 깨진 구멍에서 새끼 한마리가 기어 나왔다. 
그러더니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 앞을 지나 아장아장 걸어 대변 구덩이로 향한다. 
눈을 비비며 흐느적 거리는게 아마 자다가 변의를 느끼고 나온거라 아직 잠이 덜 깬듯하다. 
-푸드드드득! 
텟츄우...! 
그리고 대변 구덩이 가장자리에서 누런 팬티를 내리고 앉더니 엉덩이에서 녹색 설사를 뿜어내 
며 기분 좋은 듯 한 소리를 낸다. 
요도가 없는 실장석의 구조 상 무조건 설사인 대변이, 내 마당에 추가 되어가는 장면에 관자 
놀이가 실룩이는게 느껴졌다. 
츄우우...♥ ...테?
배설이 끝났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울음소리를 낸 새끼 실장석이, 그때서야 내려다보고 있 
는 날 알아차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덜떨어지는 머리로 무슨 결론을 낸 건지, 고개를 기울인 그대로 오른손을 입에다 
댔다. 
텟츙~ 
-퍽! 
얼굴을 걷어찼다. 
텟푸웃-!!! 
걷어 차이며 뭉개진 입에서 적록색 액체를 분수처럼 뿜어낸 얼굴에 떠오른 의문과 놀라움, 고 
통과 공포가 가득한 표정은 곧바로 아래로 사라졌다. 
-철썩 
테챠아아아! 테치이이이!
워낙 대변이 가득해 걷어차여 떨어졌어도 어디가 부러지진 않은 새끼 실장석은 온몸에 묻은 
대변을 보고 비명을 질렀지만, 곧 그 표정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치이! 테챠아아아! 
15cm도 안 되는 새끼에겐 발이 안 닿는 대변의 늪에 점점 삼켜져 가는것이다. 
순식간에 허리까지 잠겨 필사적으로 흙 벽을 긁어대던 새끼 실장석의 동그란 눈동자가, 내 눈 
과 마주쳤다. 
테... 테츄우우~ 
방금 차인것도 잊었는지, 어서 귀여운 자신을 구해달라는 듯 입에 손을 대고 아첨을 떠는 새 
끼 실장석. 
"......." 
그 모습은 아무말 없이 내려다보는 내 발 아래서 빠르게 대변의 바다에 삼켜져 간다. 
테... 테... 테치아아아 게보게복!!!
이 생명의 위기에서 구해줄 유일한 존재에게 '와타시의 귀여움' 을 어필하는것 말곤 할 수 있 
는게 없는 채 눈물과 땀을 질질 흘리며 아첨의 자세를 유지하고 가라않던 새끼는, 목까지 잠 
기는 순간에야 아첨의 자세를 풀고 버둥거렸지만 그 순간 입에 가득 들어찬 대변을 들이마시 
며 완전히 잠겨버렸다. 
녹색 대변의 늪이, 잠시동안 계속 꿈틀대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커다란 공기방울이 하나 올 
라와 터질때까지 나는 그 광경을 그저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잠시뒤. 
대변구덩이의 일렁임이 완전히 멎자 나는 구덩이를 떠나 화분을 들어올렸다. 
테... 테... 
테치... 
레치이... 
"씁...!" 
화분의 안엔 화분 모양 그대로 동그랗게 낙엽이 가득쌓여있었고, 낙엽에 파묻히듯이 몸을 둥 
글게 말고 서로 달라붙어서 자고 있는 새끼 실장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변구덩이에 떨어진 자매의 울음소리에도 깨지 않은것같다. 
평범한 새끼가 셋. 
그보다 훨씬 작은 새끼가 하나에 벌레모양을 한게 둘. 
늦가을인 지금 실장석이란 것 들은 모두 월동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을 시기이다. 이 시기엔 
새끼를 낳지 않거나 낳은 새끼는 월동준비에 없는것 보단 나은 노동력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게 보통. 
그러나 크기를 보니 가을에 낳은 새끼인데도 월동준비를 도우려 끌려 나가지 않고 화분속에서 
자고 있다. 
가을에 낳은 새끼를 둥지에 재운채 나간 성체. 
아마도 이번 봄에 성체가 된 들실장일 것이다. 
갓 성체가 되어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실장석은 새끼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고 한다. 그리 
고 무슨 일이 있어 봄에 새끼를 못 낳으면 여름이고 가을이고 새끼를 가지려해서 자멸에 이른 
다. 
내 마당에 기어든 놈도 월동준비로 아비규환인 공원에서 버틸수도, 그렇다고 새끼를 버리지도 
못 하고 공원을 떠났을 것이다. 
"........"
나는 조용히 화분을 원래대로 덮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 
원래 마당엔 신경을 안 썼지만 오늘은 2층 창가에 기대 담배를 피우면서 마당의 화분을 내려 
다보고 있었다. 
잠시뒤, 벽의 배수구에서 성체 실장석이 고개를 내미는게 보였다. 
"저런데서 드나들고 있었나..." 
주위를 살피지만 2층의 창에 있는 날 눈치채지 못하고 기어나온 그 실장석은 손에 썩은 감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해질녘까지 나가있다가 구해오는게 겨우 저것뿐이다. 
역시 이번 해에 성체가 되어 아직 생활력이 떨어지는 개체같다.
그런 주제에 곧 겨울이 다가올 늦가을에 새끼를 낳고 구더기조차 솎아내지 않았다. 
봄부터 자란 새끼는 월동준비에 손을 보탤수 있지만 가을에 태어나 아직 자라지 않은 저 새끼 
들은 성체가 먹을걸 가져오기 전 까진 대부분 자면서 보낼 뿐이다. 
'들어온게 내 마당이 아니었으면' 겨울을 넘기지 못 했을 것이다. 
잠시뒤, 화분에 들어갔다가 당황해서 허둥지둥 기어나온 성체가 주변을 뛰어다니는걸 보며, 
나는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데스....? 데스우우... 데스우우... 
여기가 인간의 구역이라는건 아는듯 조심스럽게 작은소리로 없어진 새끼를 부르던 성체는 코 
를 킁킁대며 대변구덩이로 향하기 시작했다. 
데... 
구덩이에 도착한 성체는, 계속 주위의 냄새를 맡다가 구덩이를 들여다 봤다.
데... 데... 
물론 대변의 바닥에 가라않은 새끼가 보일리는 없겠지만 코를 찌르는 대변의 냄새 속에서도 
자기 새끼의 냄새는 구분이 가는지 성체는 부들부들 떨며 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데스우우! 데스! 데스! 데스으으으으-!!! 
그러다가 소리를 죽이는것도 잊은채, 
가장자리에 엎드려서 대변 구덩이 아래를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데스우우우!!! 데스우우우-!!! 
물론, 대변도 그 아래에 죽어 있는 새끼도, 
대답을 할 리가 없다.
테이...? 
테치이? 
성체의 통곡소리에 겨우 일어난건지 화분 안에서 나머지 새끼들이 하나씩 기어 나오더니, 울 
고 있는 성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역시 예상대로, 성체는 새끼 한마리가 발을 헛디뎌 대변 구덩이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지 
새끼들을 모아놓고 구덩이를 가리키며 데스데스 뭔가를 열심히 말 하곤 손을 흔들며 배수구로 
기어 나갔다. 
남겨진 새끼들은 잠시 마당을 돌아다녔지만 곧 모두 화분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심심풀이는 되겠군..."
나는, 준비해 뒀던 스프레이와 삽을 들고 일어났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건, 녀석들의 둥지의 형태와 일기예보를 보고 생각해낸 그저 심심풀이 
다. 
테치! 
레.... 
그러나, 마당으로 나서려던 순간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화분의 깨진 곳 에서 꾸물거 
리는 초록색 물체들이 보였다. 
"음..." 
지금 내 마당에 둥지를 튼 저 녀석 들에게 내 모습을 보이면 재미가 없어진다.
당분간 녀석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사고거나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 이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숨기자, 깨진 부분에서 새끼 한마리가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테 
치테치 울자 작은 새끼가 벌레모습의 새끼를 안고 나왔다. 
레후웅~ 
레치이...
그러더니 자매의 시체가 가라앉아 있을 구덩이 가장자리에서 조그만 새끼가 쭈그려 앉아 대변 
을 보는 동안 보통 크기의 새끼는 벌레를 대변 구덩이 위로 들어올려 대변을 볼 동안 안전하 
게 들고 있었다. 
이렇게 모여서 대변을 보러 가는건 아마 어제의 사고로 새끼 한 마리를 잃은 어미가 가르친것 
같다. 
내가 지켜보는 동안 배설을 마친 새끼들은 화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벌레를 보통 크기의 
새끼에게 맡긴 작은 새끼가 따로 떨어져 나와 레치레치 거리며 마당에 있는 큰 나무로 향했 
다. 
다른 새끼들이 둥지인 화분 속으로 기어들어간걸 보고 조용히 걸어 나오자, 작은 새끼는 마당 
의 나무 아래에 떨어진 열매에 달라붙어 갉아먹고 있었다. 
마당의 큰 나무는, 감나무다. 
아직 익을때가 아니라 단단하고 초록색이긴 해도 꽤 커진 감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새끼가 그걸 먹고 있는것이다. 
레작레작레작...
하지만 자기 몸 크기와 비슷한 감 열매를 끌어안듯이 양팔로 붙잡고 열심히 갉아대도 약한 이 
빨과 턱 힘으론 갉작대는게 전부다. 
게다가 덜 익은 감은 단맛은 커녕 쓰고 아린 맛이 날게 뻔해 간신히 입에 들어온 껍질과 약간 
의 과육을 쩝쩝대는 새끼의 표정은 찡그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거라도 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어미는 오늘도 변변한 쓰레기조차 가져오지 못할것이다. 
기껏해야 다른 녀석들이 헤집고 남은 과일껍질 혹은 실장석조차 손 대기 싫어할 정도로 심하 
게 부패된 음식 쓰레기 정도일게 뻔한 상황에서 먹을 수 있는건 모든지 먹어둬야 한다. 
아마 공원에서도 어미가 없는 사이에 풀이라도 뜯어먹고 있었을 것이다.
-툭 
레츗?! 
그때 새끼에게서 좀 떨어진곳에 감 하나가 떨어지며 둔한 소리를 울렸다. 
인간의 입장에선 감이 떨어졌을 뿐 이지만 새끼는 벌어진 입에서 감 조각을 튀기며 깜짝 놀랐 
다. 
"......" 
그 모습을 본 나는 어떤 생각을 떠 올리고는 삽을 내려놨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가도 별일이 없자 다시 덜 익은 감에 달라붙는 작은 새끼의 등 뒤로 다가 
갔다. 
레...! 
떫은 감이나마 먹는데 열중해 갑자기 드리워진 그림자를 늦게 알아차린 새끼가 머리털이 곤두 
서는게 보일 정도로 놀라며 돌아 보는 순간, 발 끝으로 가볍게 새끼 실장석의 머리를 밀었다. 
레칫!! 레... 
그러자 너무나 쉽게 벌렁 자빠진 새끼의 머리에 발 뒤꿈치를 올리자, 새끼의 비명은 신발 밑 
창에 막혀 들리지 않았다. 
...!! ...! 
-탁탁탁 
-우직
얼굴 자체가 짓눌려 아무런 소리도 못 내고, 내 신발을 양 손을 버둥거리며 필사적으로 탁탁 
두들겨 밀어내려던 새끼의 두개골은, 무게를 가볍게 싣는것 만으로 허무하게 부서져 납작해졌 
다. 
그리고 발을 치우고, 아까 떨어진 초록색 감을 집어 아직 팔다리를 파들거리며 경련하는 새끼 
의 납작해진 머리 부분에 올려 놓는걸로 마무리. 
생각난 김에 해 본 장난을 끝낸 나는 다시 삽을 들었다. 
그리고, 화분에 다가가 깨진 틈으로 스프레이 노즐을 밀어넣고 버튼을 눌렀다. 
-치이이이이익 
그리고 해가 저물어 간다. 
어제와 똑같이, 2층 창가에서 담배를 빼문 내가 세대 정도를 태우자, 어미가 돌아왔다.
데스우... 데?! 데에?! 
그리고 배수구에서 기어 나오자마자 마당에 떠도는 아이의 피냄새, 를 알아차리고 손에 든 살 
이라곤 전혀 안 남은 닭다리 뼈를 툭 떨어트리더니 당황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 
다. 
데! 데스우! 데스우우우-!!! 
이 영역의 인간, 내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은걸로 경계심이 희미해졌는지 아니면 그것도 잊 
을 정도로 불길한 예상에 사로잡힌 것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듯 울음소리를 내며 뛰어 다 
니던 어미의 발이 감나무 아래서 우뚝 멈췄다. 
데... 데스우...? 
감나무 아래 누워있는 작은 아이의 몸. 
어미는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을 흔들었다. 
데스우... 데스우..?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려는 듯 흔들던 어미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아이의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놓여 있는 감을 쳐다보다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시선을 돌리기를 몇번이나 반복한 끝 
에,
데... 데.... 
떨리는 손을 내밀어, 감을 밀어냈다. 
-데굴 
데..... 
성체는 쉽게 굴릴 수 있지만 작은 새끼는 나무아래에 있다가 맞아 죽을 수 있는 크기의 감이 
굴러가고 드러난,
아이의 납작해져 내용물이 흘러나온 머리통 
을 본 어미의 눈동자의 흔들림이 멍하니 멎었다. 
데...데... 데아아아아아?! 데스우우우! 데스우우우!
멍해졌던 눈이 튀어나올듯이 절규하며 드러누워 있는 새끼의 몸을 흔드는 어미 실장석. 
그래봤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대답이 있을리가 없다.
데갸아아악-!!! 데스우우우우우우!!! 
어제는 대변 구덩이에서 발을 헛디디고. 
오늘은 나무 아래에 있다가 머리가 부숴졌다.
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 연달아 사고로 아이를 잃은 어미 실장석이 몸부림을 치며 통 
곡하는게 울려퍼지는 걸 들으며 나는 입가를 살짝 들어 올렸다. 
어제하고 달리, 어미의 통곡소리에 반응 한 둥지의 새끼들은 화분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있 
다. 
단지 화분 안에서 테치테치 하는 아이들의 불안한 듯 한 울음소리가 들릴 뿐 이란 걸 한참 뒤 
에야 겨우 눈치챈 어미는, 죽은 아이의 곁을 떠나 급히 화분의 깨진 틈으로 기어들어가려했 
다. 
데?! 데데데-!!! 
그러나 기어 들어가던 어미의 몸이 기우뚱 거리더니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뒤로 기어 나오는 
게 보였다. 
내가 화분 틈에 내뿜은건 넴리 스프레이였다.
스프레이를 듬뿍 내뿜은 후, 화분을 들어 올리자 어제처럼 낙엽에 기어들어 자고있는 새끼들 
이 보였다. 
그 수는 한 마리가 방금 또 줄어 보통크기의 새끼 셋에 벌레가 두마리. 
낙엽이 젖을 정도로 뿜어진 스프레이를 자는 동안 들이마셔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잠에 빠 
져있다. 
그러나 몸통이 작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보면 살아있는게 확실한 그 녀석들을 집어 옆에 내 
려놓은 나는 낙엽도 모두 치웠다. 
그리고 흙바닥에 남은 자국대로, 화분 보다 좀 작게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었다.
그 깊이는 40cm정도. 성체의 키보다 깊다. 
구덩이를 다 파고는, 깊어진 바닥에 낙엽을 다시 깔고 새끼들을 넣고는 화분을 덮어놨다. 
겉으로 보기엔 변한게 없지만, 기어 들어가려던 어미는 깊은 구덩이의 허공에 손을 디디곤 허 
우적대며 떨어질 뻔 하다가 겨우 돌아나온 것 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다시 입가를 살짝 들어올렸다. 
어미가 지금 굴러떨어졌어도 앞으로의 계획엔 상관없지만 바깥에 남은 쪽이 더 재미있어질것 
이다. 
영문을 모를 일에 당황한 어미가 화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걸 보던 나는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일기예보에서 말 한 대로, 내일부터 차가운 늦가을 비를 쏟아낼 검은 먹구름들이 지평선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그 구름을 확인하고, 집 안으로 돌아 오던 내 눈에 책상 위에 세워진 작은 액자가 들어왔다.
젊은 여성이 갓난아이를 안고 밝게 웃고 있는, 약간 색이 바랜 사진이 든 액자. 
"......." 
-탁
액자를 엎어 놓는 메마른 소리가, 텅 빈 집안에 울렸다. 


-쏴아아아아아 
늦가을의 비가 내린다. 
꽤나 쌀쌀해진 날씨에 내리는 비는 매우 차가워서 창가에 얹고 있는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 
다. 
데에... 데쟈아아아아! 데데데.... 데에...
그 늦가을비의 한 가운데. 
거대한 물 웅덩이가 된 마당의 구석에서 실장석의 소리가 들려온다. 
가끔씩 매서운 바람이 불어 올 때마다 그 소리, 추위에 덜덜 떠는 친실장의 울음소리가 비명 
같은 절규로 바뀐다. 
어미 실장석은, 자신의 몸으로 화분이 깨진곳을 틀어막고 있는것이다. 
데데데... 데데데... 
늦가을, 혹은 이미 초겨울의 빗방울이 고인 웅덩이는 살얼음이 언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차 
가울것이다.
그런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미의 몸은 바닥의 물과 쏟아지는 빗줄기에 흠뻑 젖어 엄청나게 덜 
덜 떨고 있는게 멀리서도 확실히 보일 정도. 
그 와중에 휘몰아치는 바람은 비명을 지를 정도로 뼛속까지 시려와 가차없이 체온과 체력을 
뺏어간다. 
주말인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하늘을 먹구름이 가득 덮고 있었다. 
창문을 내다보자, 마침 어제 가져온 닭뼈를 화분의 아래에 있는 새끼들에게 떨어트려 준 어미 
가 불안한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를 예상할 정도의 지능은 있는것인지 구덩이에 갇힌 새끼들이 있는 화분 
과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한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는것이다. 
데스... 데스...
그런 어미의 걱정대로, 오후가 되자 이미 어두워진 하늘에서,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데! 데스! 
주위의 땅에 점점 빠르게 수가 늘어나는 검은 동그라미들을 보며 당황한 어미는, 사방을 두리 
번거리다 화분 위에 씌운 비닐을 열심히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닐을 끌어내려 화분의 깨진 틈도 막으려 했지만 비닐은 그 정도로 넓지 않다. 
-찌직 
데!! 데스?! 데스우?! 
오히려 해진 비닐이 당겨지자 손쉽게 찢어져 버리는걸 본 어미는 놀라서 찢어진 비닐을 원래 
대로 덮으려 했지만 이미 원래대로 돌아가지도 않고 화분 위엔 낡은 비닐 자투리들이 바람에 
펄럭이게 됐을 뿐 이다. 
데스우우....
-툭 투둑 
데에에?! 
-쏴아아아아아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어미 실장석의 녹색 두건 위로, 본격적으로 차가운 가을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서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비가 들이치기 시작하자, 어쩔줄 모르고 사방을 뛰어다니던 어미는, 구덩이 속으로 빗물이 흘
러들어가는걸 눈치채는게 늦었다. 
그러다가, 머리 위로 올려다 보이는 깨진 틈에서 조금씩 흘러 들어오다 비가 거세지며 폭포처 
럼 쏟아 들어오는 물이 들이차기 시작하자 구덩이 속의 새끼들이 지른 비명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결국 방법을 찾지못한 어미 실장석은, 입구에 웅크려 자신의 몸으로 물을 막고 있는것 
이다. 
물이 얼마나 찼는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어미가 틈새로 머리를 들이밀어 내려다보다가 다시 웅 
크리는걸 보면 새끼들이 전부 익사는 하지 않은것 같다. 
"......."
예상한 대로다. 
어제 어미가 같이 떨어졌으면 밤새도록 기어올라가려 발버둥치다가 구덩이에 들이찰 빗물에 
새끼와 같이 익사. 
떨어지지 않았으니 몸으로 깨진 틈을 막겠지만 이 추운 날씨에 계속 비를 맞으면서 동사하는 
건 확실하다. 
비가 그친다음에 화분을 치우면, 역시 동사했거나 익사한 새끼들의 불은 시체가 둥둥 떠 있을 
것이다. 
데스우우.... 
-덜컥 
또다시 불어온 바람에 어미 실장석이 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은 창문이 닫히며 들리지 않게 
되었다.
-타다다다다닥 
집 안에서 식사를 하고, 주식을 체크하며 시간을 보내는 내내 빗방울이 창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올려다 보자 어느새 열한시가 넘어있었다. 
"........"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쇼파에 기대있었다. 
그리고, 어제 뒤집은 액자를 문득 들어서 응시하다가 아직 비를 맞고 있을 어미 실장과 빗물 
이 들이차고 있을 구덩이 안의 새끼들을 떠올렸다. 
"........"
-쏴아아아아악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자 어둠속에서 거울처럼 가로등의 빛을 반사하는 물웅덩이가 일렁이 
고 있었다. 
우산을 든 채 손전등을 키자 빗속을 뚫고 뻗어나간 한 줄기의 빛이 화분 앞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녹색 물체를 비췄다. 
만약 죽어있었으면 끝이지만, 그 녹색 물체는 조금씩 경련하고 있었다. 
"살아있었나..." 
데...스..... 
그 녹색 물체,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리자 희미하게 소리를 낸 어미 실장석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대로 어미 실장을 들고온 비닐봉투에 넣자 마개가 사라진 틈새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퉁
테치....? 
화분을 발로 차 치우자 아예 가장자리 전부로 싱크홀 처럼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 구덩이 안에 
있던 새끼가 머리위에서 갑자기 들이치는 빗줄기와 눈부신 빛에 눈을 찡그리며 힘없이 고개를 
드는게 보였다. 
구덩이 안엔 새끼들의 허리위까지 물이 차 있었다. 지금 빠른속도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걸 
생각하면 생각보단 덜 침수되고 있던 것이다. 
순식간에 가슴까지 차오르는 빗물엔, 새끼 한 마리가 엎드린채 닭뼈와 함께 둥둥 떠있었다. 
다른 새끼 두마리는 각자 벌레모습의 새끼를 한 마리씩 안고있었지만, 그 중 한마리는 이미 
눈이 하얗게 변한채 차갑게 오그라들어 있었다. 
그걸 확인하고, 일단 살아있는 벌레를 안은 새끼를 들어올렸다. 
테... 테치...
역광이라 올려다봐도 눈을 찌르는듯한 빛과 얼굴을 두들기는 거센 빗줄기에 아무것도 안 보일 
터인 새끼는, 갑자기 빛과 비를 막으며 그림자를 드리우는 내 손에 놀랐지만 도망칠 힘도 없 
는지 작게 울고는 벌레를 꼭 끌어안은채 달랑 들려 올라왔다. 
다른 새끼도 잡아 봉투에 넣은 나는, 발을 돌려 집안으로 향했다. 
남겨진 구덩이엔, 이미 거의 다 차오른 빗물 속을 죽은 새끼와 벌레모습의 새끼만이 떠돌고 
있었다. 
데스우...? 
들고온 실장석들을 열대어를 키우던 수조에 넣고 잠시 지나자, 따듯한 집안의 공기에 떨림이 
멈춰있던 어미 실장석이 부스스 일어났다.
데스..? 데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 적색과 녹색의 눈동자가 유리 너머로 집안의 모습을 둘러보다가 수조 
바닥에 펼쳐진 낡은 수건 위에서 기절하듯 탈진한 새끼 두마리에게 향했다. 
데! 데스! 데스! 
황급히 양팔에 새끼들을 껴안고 그 몸이 따듯한것에 안도한 어미 실장석이, 그제서야 내려다 
보던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데...데스...? 
그 눈동자에 담긴 혼란과 의문. 
그리고 안도와 구원자를 보는 시선을 느끼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벽에 장식으로 걸린 하얀색 베네치아 사육제 가면의, 어두운 집안에서 섬뜩하게 보이는 새빨 
간 입가처럼. 


-투두두두둑 
데스... 
마당의 방치된 화분에 기어든 실장석들을 집 안으로 들여온 다음날. 
기세가 줄긴 했어도 아직 내리고 있는 비에 완전히 물바다가 된 마당을 내다보던 어미가 또다 
시 중얼거리듯 울음소리를 냈다. 
어제 저녁에 정신을 차린 후 새끼 두마리를 허겁지겁 끌어 안았던 어미 실장석은 그 후 두리 
번거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현관으로 달려갔었다.
데! 데데! 데쟈아아아아! 
눈에 핏발을 세우고 문을 두들기는 어미를, 나는 그저 내버려뒀다. 
데쟈아아아! 데스! 데슷! 
몇번이고 내쪽을 돌아보며 문을 두들기던 어미는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문과 날 번 
갈아 보다가 결국 우유 투입구를 찾아서 기어나갔다. 
테치? 
테? 테테에에! 
갑자기 어미가 사라지자 새끼들도 울면서 따라가려 했지만, 우유투입구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발을 구르며 그 앞을 맴돌 뿐 이었다. 
"........" 
슬슬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이 나서 적당히 식빵 가장자리를 던져주자, 주저앉아 울던 새끼들 
의 적록색 눈동자 네개가 일제히 식빵? 가장자리에 고정됐다. 
테? 테츄? 
테츄웃! 
그리고 방금까지 어미를 찾아 울던것도 잊은채, 허겁지겁 식빵을 끌어안고 우물우물거리는 새
끼 실장석들을 보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이런 정도의 놈들이다. 
내가 눈앞에서 어미의 목을 비틀면 저 작은 뇌속은 2등분 되어 공포와, 새로운 보호자라는 두 
개의 단어만 가득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식빵을 던져줬을때의 반응은 지금과 별 차이도 없을것이다. 
문든 마당을 내다보자 비가 내리는 물웅덩이를 헤치고 걷는 어미가 보였다. 
역시 두고 온 새끼들을 찾으려는건지 어미는 비에 흠뻑 젖어가며 넘어진 화분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발에 차여 날아갔던 빈 화분은 원래 녀석들의 둥지와는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빗소리와 창에 가로막혀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쓰러진 화분을 들여다본 어미가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게 보였다. 
화분이 둥지니까 화분안에 무조건 새끼들이 있을거라 생각한건지, 아니면 남겨진 새끼들이 비 
를 피해 쓰러진 화분에 들어갔을거라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고 상관도 없지만 어미는 빗속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어차피 어미가 애타게 찾아봤자, 구덩이 안에서 저체온으로 죽은 새끼와 벌레는 지금쯤 끝까 
지 물이 차오른 구덩이에서 흘러나와 어디론가 떠내려갔을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미의 모습이 사라졌다. 
원래 둥지가 있던자리, 물로 가득찬 구덩이에 발을 디뎌 빠져버린것이다. 
"......" 
창가에 턱을 괴고 가만히 쳐다보는 동안 첨벙첨벙거리며 허우적대는 어미의 머리가 물 밖으로 
내밀어졌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러다가 몇분이 지나서야 겨우 가장자리에 걸쳐진 어미가 기어나와 바닥에서 둥글게 몸을 웅 
크리더 떠는게 보였다. 
그런 추한 신파극을 찍으며 빗속에서 울던 어미가 다시 기어들어 왔을때, 새끼들은 이미 배가 
볼록하고 입에 식빵부스러기를 가득 묻힌채 수조 안에서 타올을 말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내내 어미는 창에 달라붙어있다.
자신의 주위에 없는 세끼 세마리가 아직 바깥에서 비를 맞으며 떨고 있을것이라 생각하는것같 
다. 
데스! 데스! 
어미 실장석이 다시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아침부터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 행동이다. 
데스! 데스! 
새끼를 구하러 같이 가자는것이다. 
"......" 
테치? 
데? 
나는 어미를 무시하고 티슈곽에서 뽑아낸 티슈를 찢어 사방에 흐트러트리며 놀던 새끼 한마리 
를 잡았다. 
어미가 계속 안달복달하며 걱정을 하는 걸 보면서도 따듯한 공간과 맛있는먹을거리에 그저 좋
아하고 있었던 새끼. 
보호자, 구원자의 손에 들린 새끼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어미. 
나는 그 멍청해 보이는 눈과 헤벌려진 입을 내려다 보고는,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우지지직 
테치아아아아-!!! 
데에에에...?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나오는 적록색 액체들을 
뒤집어쓴 어미 실장석의 머리 위로 새끼의 다리사이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녹색 대변이 
철썩 달라붙었다.
데에에에에?! 
갑작스런 상황에 멍하니 있던 어미 실장석이, 눈이 튀어나올 듯 한 표정으로 절규했다. 
-철푸덕 
데! 데스! 데스우우우!!! 
바닥에 떨어져 꺾인 팔다리를 기괴하게 꿈틀대는 새끼를 안아들고 애타게 소리치는 어미 실장 
석을 좀 떨어져있던 다른 새끼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 새끼에게 손을 뻗자 안고 있던 새끼를 내려놓은 어미가 달려와 양팔을 벌리고 막아섰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뻗어가는 내 손을 보고 사색이 된 어미 실장석이 달려들어 내 손을 
붙잡고 이빨을 드러내며 물려고 한 순간. 
-딱! 
데헤벡! 
물려던 손가락을 그대로 말아서 튕기자 영거리에서 주둥이에 데코핀을 맞은 어미 실장석의 이 
빨이 거의 다 부려져나가며 입에서 적록색 피를 철철흘렸다.
헤베에! 
바람이 새는 소리가 섞인 울음소리를 내는 어미를 내버려두고 새끼를 잡았다. 
테... 테츄우~ 
손아귀에 몸통을 꽉 움켜쥐인채 위기를 느낀것인지 새끼는 아첨하더니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굳어져 식은땀을 흘리며 인간의 반응을 기다렸다. 
첫날에 대변구덩이에 가라않던 새끼와 완전히 똑같은 반응이다. 
-또독 
테에에에!! 
그 입가에 가져다 댄 팔을, 등 뒤로 꺾어 부러트려버렸다.
뼈와 근육이 있을텐데도 너무나 쉽게 부러진 팔을 축 늘어트린 새끼가 발버둥치는 감촉이 손 
바닥 가득히 느껴져온다. 
테치이이이이이! 
그리고 검지로 머리를 누른채 천천히 손에 힘을 넣자 짓눌려가는 새끼의 발버둥이 심해져갔 
다. 
새하얗게 짓눌린 몸통과 달리 팔다리와 얼굴에 붉게 피가 몰리던 새끼는 마침내 입에서 적록 
색 액체를 왈칵 뿜어냈다. 
테부에에엑!!! 
입뿐만 아니라 아까부터 묵직한 팡콘 덩어리를 대롱거리던 다리 사이에서도 내장같은게 비어 
져나온 새끼의 징그러운 모습은, 학대심이 아니라 불쾌감만을 준다. 
데...데샤아아아아! 
새끼들을 끌어 당기며 이제서야 나에게 원망과 분노, 의문과 당혹감이 섞인 위협을 하는 어미 
의 위에, 수조를 거칠게 엎어씌워버렸다.
-쿵! 
데데데! 
거꾸로 뒤집힌 수조에 있던 타올과 남은 식빵, 그리고 화장실로 둔 일회용 접시가 실장석들의 
머리위로 쏟아져 대변 범벅이 되자 어미 실장석이 비명을 지르며 묻은 대변을 마구 털어낸다. 
마당에 대변 구덩이를 판 걸 보면 화장실에 대한 개념은 있는 개체니 대변은 더럽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을것이다. 
거기서 난 처음으로 어미 실장석에게 말을 했다. 
"어차피 내일로 끝이다. 대변 좀 뭍었다고 신경 쓸 필요없어." 
데스우?! 
내 말을 알아들은 어미실장석의 얼굴에 경악이 떠오르더니 온몸이 으깨진채 질기게 숨만 붙어 
할딱이고 있는 새끼 두마리를 돌아봤다. 
데스... 데스우..?
린갈같은건 가지고 있지 않지만, 태도로 충분히 전해진다. 
상냥히 자신들을 저 빗속에서 구해주고 길러주던 인간의 표변에, 그저 의문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 
나는 대답을 하지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데... 데스우우우....! 
방문을 닫기 전에, 어미의 비통한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나는 액자를 만지작 거리다가, 일어섰다. 
데... 데에에... 
마루로 나가자 뒤집힌 수조에 갇힌 어미 실장석이 더러워진 아크릴 너머로 나를 바라봤다. 
그 품엔, 아직까지 이리저리 뒤틀려 있지만 밤새도록 조금씩 재생한 새끼들이 멍하니 안겨있 
었다. 
데! 데쟈아아! 데샤아아아! 
수조로 다가가자 움찔한 어미가 새끼들을 끌어안고 등을 돌리곤 고개만을 나를 향해 힘껏 위 
협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 눈엔 적의와 공포뿐. 
수조를 다시 뒤집은 나는 걸레를 꺼내 바닥의 대변과 눅눅해진 식빵을 감싸서 그대로 수조에 
넣고는 어미의 품에서 새끼들을 뺏었다. 
데스! 데스으으!
더이상 구원자도 보호자도 아닌 인간에게 새끼들을 뺏기자 발을 동동 구르며 절규하는 어미의 
눈 앞에서, 새끼들을 수조에 떨어트렸다. 
테지... 
그다지 높은 위치도 아니고, 걸레위에 떨어진 새끼들은 다치진 않고 그저 걸레 위에서 조금 
꿈틀대며 희미하게 울음소릴 내고 있었다. 
그대로 수조를 들고 바깥으로 나서자, 비가 그친 마당에선 거의 물이 빠져있었다. 
데스! 데샤아! 
짧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쫓아오다 넘어지다를 반복해 너덜너덜해진 어미 실장석이 간 
신히 나를 따라잡은곳은 물이 반쯤 찬 구덩이의 앞. 
이 녀석들의 둥지였던 화분이 있던 곳이다. 
데스우우우! 
새끼들 내놓으라는듯 네발로 엎드려 침을 튀기며 위협을 하는 어미 실장석의 앞에서,
-첨벙! 
데... 데스우우우?! 
나는 수조를 구덩이 안으로 던져버렸다. 
그다지 큰 수조가 아니라 간신히 구덩이 위로 나오지 않는 수조는 옆으로 쓰러져 순식간에 물 
이 들어차 걸레와 새끼들이 휩쓸렸다. 
테.... 
테쥬...! 
한 마리는 희미한 울음소리를 내고 바로 흙탕물에 잠겨버렸지만, 다른 한마리는 몸이 물에 잠 
겨가자 필사적으로 걸레위로 기어갔다. 
"......" 
삽을 가져오는 동안 어미가 할 수 있던 일은, 구덩이 가장자리에 엎드려 새끼에게 소리치는 
것 뿐. 
질척한 진흙이 된 마당의 흙을 퍼서 던져넣자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수조에 진흙이 쌓여간다.
데스우우! 데스우우우! 
이 행동의 결과를 예상 할 수 있는지 어미 실장석은 반 광란이 되어 내 바지를 잡아당기거나 
흙을 푸는 삽을 잡아 멈추려 했지만 바지를 잡은채 진흙바닥에 질질 끌려다니거나 삽날에 달 
라붙었다 떨어져 그때마다 팔이나 다리 하나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일뿐. 
테...치... 
마침내, 새끼의 울음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리곤 수조가 전부 덮이자 어미는 털썩 주저앉았다. 
데...데스우우... 
구덩이를 마저 메꾼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뒤 나와서, 아직 그 자리에서 울고 있는 
어미 실장석을 봉투에 집어 넣었다. 
잠시뒤.
데... 
어미 실장석은, 공원 구석의 수풀에 내가 놓은 골판지를 멍하니 올려다 보고 있었다. 
돌변해 새끼들을 죽인 인간에게서 주어진 타올과 식빵, 페트병이 든 커다란 골판지 하우스. 
나를 올려다보던 어미가, 이제 새끼는 한마리도 없으니 어미도 아닌 실장석이 조심스럽게 골 
판지 안에 머리를 디밀고 안을 들여다 보는 걸 보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 
한모금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뿜은 뒤, 
"어이." 
데? 
-치이이익!
데캬아아아아아아-!!! 
돌아본 실장석의 초록색 눈을, 담배불로 지져버렸다. 
데! 데! 데아아아아! 
그리고, 눈을 감싸쥐고 바닥을 구르는 실장석을 발로 골판지 안에 밀어넣고는 공원을 떠나 집 
으로 돌아갔다. 
어릴때는, 실장석을 질투했었다.
어릴 적에 가정 폭력과 불화로 집을 나가버리신 어머니. 
그것을 빌미로 나에게 폭력과 폭언 외에는 신경을 쓰시지 않았던 아버지. 
학교의 운동회날, 부모와 도시락을 먹는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구석에서 나는 혼자 사온 도시 
락을 먹었다. 
그리고, 그 운동장 구석에서 실장석 가족을 봤다. 
학교는 아이들이 많고 위생을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실장석은 바로바로 수위 아저씨들이 잡아 
죽여 둥지를 튼 개체는 없지만 운동회의 떠들썩함과 먹을거리가 넘쳐나자 이끌려 온 듯한 그 
가족은, 어미가 주워온 흙투성이의 튀김 하나를 두고 모여앉아 있었다. 
테치! 테츄우! 
테치이~ 
데스? 데스데스우~ 
비록 땅에 떨어진 반찬을 집어와 먹는 광경이지만 어미와 새끼의 행복해보이는 그 광경에,
어린 나는 울면서 그 가족을 전부 밟아 죽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는 마음의 고통도 덜해졌지만, 실장석이란 존재에겐 질투가 아니라 분 
노를 느끼게 됐다. 
봄만 되면 대책도 없이 새끼를 마구 낳아 행복하게 데스우 거리던 녀석들은, 여름이 되면 말 
라죽고 굶어죽는 새끼들을 보고 쩔쩔매다가 인간에게 도움을 요구하고, 거절당하면 원망하며 
새끼들이 죽는걸 인간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가을에 다시 새끼를 낳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버려진 새끼들이 울면서 공원을 떠돌다 
가 아첨을 해대고 아예 겨울엔 새끼를 씹어먹는 어미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주제에. 
기회만 되면 가족놀이를 해 행복만을 맛보려하는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나는 분노해 학살파가 
되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이가 들자 분노가 다했다. 
가족이란걸 가질수 있으면서도 새끼를 쉽게 버리고 잡아먹는 녀석들의 모습에선 이제 경멸감 
만이 느껴진다. 
가능힐 관여를 하지 않고, 새끼를 돌보라고 요구하는 녀석은 무시, 집에 기어들어온 녀석들은 
바로 음식쓰레기 건조기에 시체로 던져지는 정도. 
마당의 녀석들도 처음엔 가벼운 장난이었다. 
구덩이에 빠져 익사하거나 비를 맞아 얼어죽는 정도로 끝날일이었다. 
하지만 새끼를 내팽개치지 않고 필사적으로 물을 막는 어미의 모습에, 
짜증이났었다.
간만에 본 실장석의 가족놀이에 역겨움마저 느껴졌다. 
그 결과가 이것. 
잠시 동안의 편안한 삶을 맛보긴 했지만 독라가 되지도 않고, 골판지와 타올까지 손에 넣은 
어미 실장석은 아마 겨울을 날 수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봄이 와도, 눈이 지져진 그 실장석은 더이상 가족놀이를 할 수는 없다. 
"......." 
운동회날 처음으로 실장석 가족을 밟아죽이고 서서 울던 때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린 나는, 담 
배를 재떨이에 짓눌러 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