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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건물의 사이, 영리한 들실장

 


- 건물과 건물 사이 - 

내가 일하는 사무소는 4~5층 정도의 오래된 사무실 건물들이 모인 지역에 있다. 
곧 재개발이 될 거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낙후된 건물들은 보통 1m의 사이정도를 두고 다닥다 
닥 붙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사이는 낡은 시멘트의 냄새가 나는 좁고 막다른 골목이 되어 있다. 
그 안에는 쓰레기, 담배꽁초, 망한 사무실에서 버린 폐 가구들이 밀어 넣어진다. 
그런 곳에 있는 사무실이 잘 나갈 리가 없어 오늘도 나는 상사의 잔소리를 듣다가 잠시 담배 
를 피러 옥상에 나왔다. 
짜증나는 회사 생활 중의 유일한 낙이다. 
테! 테치? 테치치익! 
데스우.... 
하지만 그 여유도 어디선가 들려온 불쾌한 소리에 깨져버렸다. 
소리 나는 곳을 찾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옆 건물과의 사이, 좁은 공간에 작은 초록색 물체 
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쓰러진 철제 캐비닛에 실장석이 살고 있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실장석이 혐오스럽긴 하지만 죽이려 해도 골목 입구는 버려진 가구가 쌓여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들실장은 가구들의 틈으로 지나다니며 구내식당의 음식 쓰레기를 훔쳐 먹고는 한 
다.
한번은 구내식당에 접근했을 때 잡으려 했었지만 폐기물들이 많은 이 골목들 틈으로 숨어버려 
놓쳤다. 
그 이후로 경계심이 강해져 낮에는 골목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 
무거운 물건을 아래로 던져 죽이려 해도 철제 캐비닛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고, 입구를 틀 
어막아도 어디론가 비집고 나온다. 
결국 내버려 두기로 했지만, 새끼까지 치며 내 휴식을 방해하는 이상 그냥 둘수 없다. 
아래의 모습을 내려다보자 세 마리의 자실장이 친실장이 들고 온 비닐봉투를 허겁지겁 뒤져보
다가 발을 구르며 울고 있었다. 
봉투 안에 많지는 않아도 음식쓰레기가 담겨 있지만, 스테이크라도 요구하는 것일까. 
먹이를 많이 구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을 감안해도 무능한편인 친실장에겐 과도한 요구다. 
한참을 떼를 쓰던 자실장 중 한마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음식쓰레기에 손을 대는 순간 나머 
지 둘도 
봉투 안에 파고들듯 음식 쓰레기에 달려든다. 
테갸악! 테익! 
테샤아아아!! 
언제 떼를 썼냐는 듯 자매들을 때리며 조금이라도 더 음식 쓰레기를 자기 입에 넣으려 싸우는 
자실장들.
쓰레기 국물에 절은 모습과 그 울음소리에 혐오감이 치솟는다. 
코로리를 떨어트리면 간단하겠지만 혹시 시간차로 먹거나 친실장이 독차지해 살아 남는 놈이 
있으면 경계하게 되어 
더 처리가 어려워 질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오늘은 음식 쓰레기를 구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친 
실장과 
그 주위에서 떼를 쓰고 있는 자실장들이 보였다. 
나는 그 실장석들을 향해 가져온 걸 떨어트렸다. 
-툭 
테? 
친실장의 팔을 잡아당기며 먹이를 조르던 자실장이 그 소리에 돌아본다.
테치......? 테! 
그리곤 의아해 하다가 코에 느껴지는 냄새에 환성을 지르며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 
텟챠텟챠텟챠텟챠!!!! 
쩝쩝거리며 추잡스럽게 내가 떨어트린 ‘식빵 가장자리’를 입에 가득 우겨넣고 씹는 자실장. 
내 단골 베이커리에서 버리는 걸 받아온 것이다. 
텟챠텟챠! 테츄와와와~ 
생전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이 입에 가득하다는 것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릴 정도로 흥분해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자실장을 본 나머지도 일제히 식 
빵 가장자리를 집어 든다. 
테츄와~테츄워~ 
데스웅~데스우웅! 
잠시 뒤 볼록해진 배를 두들기며 드러눕는 자실장들. 
친실장은 아직도 만족 못한 듯 식빵 가장자리가 떨어져 있던 곳을 킁킁대며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다. 
이후 3일 동안 나는 매일 식빵 가장자리를 떨어트려 줬다. 
그리고 오늘 내려다보자 자실장들은 친실장에게 보채지 않고 가만히 주위 바닥을 둘러보거나 
가동범위가 좁아 위를 보기 힘든 목으로 위를 보려하고 있었다. 
식빵 가장자리가 떨어지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문득 친실장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걸 눈치 챘다.
친실장은 캐비닛에서 반쯤 몸을 드러낸 채 불룩한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뎃데로게~ 보에에~ 
맛있는 게 매일 주어진다고 알자 바로 임신을 시도한 것인가. 
배를 쓰다듬으며 꼼짝도 안하고 가끔씩 위를 올려다 보려 노력하는 친실장. 
건물의 벽에서 맛있는 게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벽에 대고 테츄~거리며 아첨을 하는 자실장들. 
그 모습을 내려다본 나는, 
아무것도 떨어트리지 않고 옥상을 떠났다. 
내일부터 간만에 받은 3일의 휴가다. 
주말이 이어지므로 총 5일. 
스스로 먹이를 구할 생각이 없어지고 임신까지 한 친실장. 
음식쓰레기보다 훨씬 맛있는 걸 먹어보곤, 그것이 또 주어질 거라 생각하는 자실장. 
친실장에게서 열심히 영양을 빨아내는 태낭 속의 구더기들. 
휴가에서 돌아오면 내 휴식 공간은 예전처럼 조용해져 있을 것이다. 



- 영리한 들실장 - 

“자기야! 여기야.” 
“미안 좀 늦었네.” 
“뭐 먹을래? 핍스도 오랜만이네.” 
“음...로만 갈릭 스테이크로 할까.” 
“아, 저기 창 바깥에 보이는 실장석, 알어?”
“그 영리하다고 유명한 들실장인가.” 
“배고픈가봐, 계속 쳐다보고 있어.” 
“요즘 쓰레기장에 대형 수거함이 설치됐으니 영리해도 먹이를 못 구하겠지.” 
“불쌍하네. 실장석은 스테이크를 좋아한다며? 있다가 조금 줘 볼까?” 
“주지 않는 게 좋을걸.” 
“저렇게 불쌍하잖아, 계속 쳐다보고 있고.” 
“그래도 주면 안 돼.” 
“자기 학대 그만 뒀다며, 아직 실장석이 싫어?” 
“학대파 였으니까 실장석에 대해 잘 알기도 해. 주지마.” 
“싫어. 줄 거야.” 
“난 분명히 말렸다?” 
“자. 먹어보렴. 어머, 맛있나 보네. 울기까지...” 
“.............” 
“어? 어?! ........죽었어? 왜?” 
“......이 녀석, 스테이크를 먹다가 검은 눈물을 흘렸지?” 
“검은 눈물?” 
“실장석이 절망의 끝에 다다랐을 때 흘리는 눈물.” 
“왜? 어째서? 좋아한다기에 스테이크를 먹여줬는데?” 
“아아, 맛있었겠지. 기뻤겠지. 그래서 죽은 거야.” 
“모르겠어.....” 
“이녀석은 아까부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지. 스테이크, 밝고 예쁜 건물, 좋은 옷차림...” 
“............” 
“이 녀석은 그걸 자신이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 
영리하기에 포기하고, 실장석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 하고 있었을 거야. 
근데 거기서, 스테이크의 맛을 알게 된 거야.” 
“내가 준 스테이크...” 
“그 맛은, 들실장에겐 충격적이었겠지. 보통의 들실장은 맛있다고 좋아하겠지만 이 녀석은 너 
무 영리했어.” 
“설마....”
“그래. 스테이크의 맛을 보는 순간, 
자신이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그것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하다는 걸 깨달은 거지. 
그 사실과 자신의 현실의 차이에 절망해 위석이 붕괴 된 거야.” 
“............” 
“나는 말렸었다......” 
“다 됐어?” 
“그래. 깊이 묻었으니 다른 들실장이 파내지 못할 거야.” 
“미안해....” 
“네 잘못이 아니야. 들실장에게 과분한 영리함인거지. 
그 격차를 깨닫지 못했으면 그냥저냥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영화 시간 다 되간다. 가자.” 
“그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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