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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과장의 하루

 


아침 출근전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니 오늘도 쓰레기봉투들이 놓인 곳 여기저기가 작게 부스 
럭거리고 있다. 
데스우~ 
그중 한 봉투아래서 불쑥 기어나온 작은 동물, 실장석이 검게 변한 감자껍질을 들고 기쁜듯 
울음소리를 낸다. 
털퍽! 
데북! 
쓰레기 봉투를 더미에 던지자 딱히 노린게 아니어도 운 나쁘게 깔린 그 실장석 말고도 충격을 
받은 봉투 더미 여기저기서 적록색 액체가 튀었다. 
뎃스! 데뎃스! 
집으로 돌아오자, 복도식 빌라 1층에서 또다시 실장석을 발견했다.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 대던 그 실장석은 나의 집을 지나치더니 옆집의 우유투입구에 코를 대 
보곤 환성인 듯 한 기쁜 울음소리를 내고 우유투입구로 기어들어갔다. 
실장석도 저렇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구나. 
하긴 어젯밤 내내 벽 너머로 들려온 자실장의 비통한 비명도 절절하게 감정이 전해지긴 했었 
다.
출근길 만원버스에 부대끼다 내리자, 갑자기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돌아보기도전에 코가 썩을듯한 시궁창의 비릿한냄새가 난다. 돌아보니 예상대로, 적록색 오물 
범벅이 된 가방을 들여다보며 울상을 짓는 여자 회사원이 보인다. 친실장이 뭔가 착각했는지 
편의점봉투도 아니고 가방에 새끼를 탁아했겠지만, 백전노장의 회사원들도 벅찬 만원버스의 
부대낌 속에 물풍선이나 다름없는 그 동물이 버틸리도 없었다. 
실장석의 피와 터져나온 녹색 대변으로 질척해진 서류들을 꺼내며 발을 동동구르는 그 여자를 
약간 동정하며 난 출근을 서둘렀다. 
일은 매일 똑같은 반복. 만년과장인 나로선 그저 익숙해진 일상. 하지만 그렇기에 일이 끝난 
뒤의 술 한잔은 각별하다.
20년 단골인 술집에 들어서자 언제나처럼 노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긴 카운터석에 앉자 주 
인장은 묻지도 않고 사케 병을 뜨거운 물에 넣고 안주의 준비를 시작한다. 
데! 데데덴! 데우아아! 
수조에 종류별로 넣어진 식용독라실장 중 성체가 든 수조에 손을 넣은 주인장이 독라 한마리 
의 머리통을 잡고 끌어낸다. 
공장에서 태어나자 마자 독라가 되고, 성체가 되는 3개월동안 영양제만 맞아 뭔가를 입에 넣 
고 대변을 위장에 채운적이 없는 독라는 수조 벽에 달라붙어 술과 안주를 침을 질질 흘리며 
쳐다보다가 자신도 그 안주가 되는 운명이다. 
들실장으론 성체가 되는데 1년이 걸린다지만 성장촉진제로 3개월만에 울음소리가 데스로 바 
뀌게 급히 자란 그 실장육의 육질은 솔직히 그다지 뛰어나진 않다. 하지만 야생의 산실장 고 
기 같은 고급은 아니더라도 나같은 소사회인에겐 작은 즐거움. 그리고 주인장의 숙련된 솜씨 
로 요리된 실장석 요리는 재료를 뛰어넘은 세월의 풍미를 전해준다. 
데? 데에에... 
일단 주둥이에 꽃은 깔때기로 식용 젤라틴을 부어넣은 주인이 야채와 날고기가 놓인 도마위에 
독라를 내려준다. 길어봤자 2주동안이라도 수조 안에서 동족이 요리되는걸, 먹히는걸 본 독라 
는 그 의미를 알지만, 힐끗힐끗 고기를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못하고 손을댄다. 
뎃스! 데뎃스! 뎃찹뎃찹... 
가게에 와도 서로 잡아먹는걸 방지하기 위해 이빨부터 다 뽑히고 재생을 막기 위해 잇몸을 지 
져진 독라는 매우 굶주려있다. 물론 먹이갸 주어질리도 없어 2주내로 모두 굶어죽는다. 
그러기에 유통기한이 2주가 되지만 아사직전에 몰린 독라는 국물을 내는데 쓰므로 상관은 없 
다. 뼈를 발라내고 진득하게 끓인 고기 국물을 냉장해 굳힌 실장편육은 인기 있는 안주지만 
내가 좋아하는 안주는 따로있다. 
그리고 독라는 그 안주가 되기위해 열심히 고기와 야채를 밀어넣고 있다. 이빨이 없어 씹지는 
못하지만 미리 적당한 크기로 자른 재료를 태어나서 뭔가를 처음 입에 넣는 기쁨에 눈물까지 
흘리며 목구멍에 꾸역꾸역 밀어넣는것이다. 냅두면 끝없이 고기만을 먹기에 고기는 적당량만 
있고, 순식간에 고기를 그저 위장에 채운 독라는 주인장을 보며 데스데스 울다가 결국 포기하 
고 야채도 입에 밀어 넣는다.
이걸로 준비는 완료다. 
데?! 데에에! 
주인장이 꺼낸 큰 대자 모양의 나무틀을 본 독라는 그제서야 다음 순서를 기억해냈는지 피눈 
물을 흘리며 고개를 젓는다. 주인장의 손에 잡혀서도 필사적으로 목숨 구걸하는 그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틀의 각 끝에 튀어나온 못에 팔다리가 꽃힌 독라는 젤라틴으로 코 
팅되어 소화도 못시키고 그저 임신한것처럼 빵빵한 배를 고개와 같이 좌우로 출렁일뿐. 
못의 끝에 마개를 해 빠지지 않게한 주인장이 틀을 끓는 기름솥 위에 거꾸로 매단다. 독라는 
아래서 펄펄 끓는 기름을 보며 눈이 튀어나올듯 절규하지만 주인은 주저없이 칼을 그었다. 너 
무 얕지도 않고 내장이 잘리지 않게 적당한 깊이로 베인 뱃가죽은 곧 일자로 갈라지며 내장을 
주르륵 쏱아냈다. 
치이이이이이이익! 
뎃캬아아아아아아악!!!!
흘러내린 내장은 곧바로 기름에 담궈져 튀겨지기 시작했다. 산채로 내장이 끓는 기름에 담궈 
지는, 상상도 안 가는 끔찍한 고통에 독라는 바로 눈을 뒤집으며 절규했다. 잔혹한 광경이지 
만 죽기전에 만복감을 느낀것만으로도 운이 좋은편에 속할것이다. 
잠시뒤, 주인이 튀겨진 내장을 잘라내고 그때까지도 경련을 일으키며 꿈틀대는 독라를 잘게 
썰어 타다키(겉을 살짝 그슬린 고기, 생선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난 접시에 담겨 내진 튀김을 
젓가락으로 갈랐다. 안에서 잘 익은 고기와 야채를 꺼내 바삭하게 튀겨진 내장과 함께 먹는 
이 실장내장튀김이 이 집의 간판메뉴자 내가 좋아하는 안주다. 
천천히 튀김을 씹어 삼키고 데워진 사케를 한모금 머금는 순간 앞에 빼내져 있던 위석이 파킥 
하고 부서졌다. 잘게 잘린 자신의 몸이 구워지는 광경에 정신이 버티지 못 한듯하다. 내장과 
몸이 다 먹히는 장면을 끝까지 보며 살아있는 머리도 많은것에 비교하면 역시 운이 좋은 녀석 
이다. 
산채로 지옥을 경험하고 혀를 내민채 죽은 그 머리를 감상하며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즐거움을 마저 즐겼다. 
ㆍ 
술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자 정류장에서 또다시 들실장일가를 발견했다. 
얼굴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을 남긴채 왠지 정류장 여기저기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친실장 
옆엔 새끼들이 주저않아 있었다. 네마리의 새끼들은 몹시 여위어 곧 아사할 지경으로 보였다. 
마치 아침부터 친실장이 탁아를 할 정도로 절박하게. 
뒤에서, 아침에 들었던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자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여 
자 회사원이 화난 표정으로 그 실장석 일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데스데스! 데스데... 데케에엑! 
뭔가 착각을 했는지 자실장 한마리을 안아 내밀며 마지막 희망을 실어 울던 친실장의 머리가 
하이힐을 신은 발에 힘껏 걷어 차여 떨어져 나가는걸 본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ㆍ 
데에이... 
빌라 입구엔 또 하나의 일이 정리되어 있었다. 
독라가 된채 흠씬 두들겨 맞아 피투성이인 실장석 하나가 자실장을 안은채 주저앉아 작게 신 
음하고 있었다. 나를 본 그 실장석은 자실장을 들어 올려 나에게 내밀었지만, 내가 뭔가 반응 
을 보이기도 전에 숯처럼 새카맣게 타있던 그 독라자실장의 하반신이 산채로 가죽이 벗겨져 
적록색 고깃덩이가 되어 있던 상반신에서 끊어져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로로...오로로롱... 
그 모습에 간신히 현실을 인정했는지 친실장일 그 실장석은 자실장의 상반신을 꽉 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오로로... 
푹! 
그 비참한 통곡도, 어느새 나온 옆집 젊은이가 찌른 쇠꼬챙이에 친실장의 머리가 꿰뚫리며 바 
로 멈췄다. 
입구에 비치된 꼬챙이와 쓰레기 집게로 시체를 실장석용 봉투에 던진 젊은이가 입구를 더럽힌 
걸 사과하는걸 난 웃으며 넘겼다. 그리고 이번엔 꼭 편의점 봉투를 묶어서 오라고 조금 잔소 
리를 했지만 성실한 이 젊은이는 곧이 곧대로 충고로 받아 준거 같다. 
늦은 저녁을 먹은 나는 자기 전에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넣었다. 
오늘 아침 갈은 새 봉투엔 바닥에 약간 찰 정도만 쓰레기가 모였지만, 지금도 쓰레기장은 실 
장석들이 부스럭 거리고 있을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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