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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지하실

 


낡은 건물 한 채가 있었다. 
갈색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의 주위엔 겨울이라 갈색으로 말라가는 수풀이 있었고 떨어져 
나온 벽돌이 여기저기 굴러다닐 정도로 황량한 모습의 건물. 
-와장창!!! 
“뭐여....!” 
그 건물의 입구에 있던 관리실에 있던 관리인은 갑자기 바깥에서 들려온 유리가 깨지는 소리 
에 놀라서 나왔다. 
건물에 난방을 공급하는 보일러가 있는 반 지하실의 채광창이 있는 쪽이었다. 
보일러가 있는 따듯한 지하실에 실장석이 기어드는 일이 많았기에 관리인은 실장석을 매우 귀 
찮게 여기긴 했지만. 
“....귀찮은 녀석들이라곤 생각했지만. 정말 천한 생물이구만.....” 
깨진 유리창의 앞에 있다가 놀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체 들실장 한 마리와. 
깨진 유리창 너머의, 피투성이가 된 채 유리조각이 가득 박혀 적록색 체액을 줄줄 흘리며 희 
미하게 꿈틀대는 작은 자실장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짐승도 자기 새끼는 아끼는 법이랬거늘... 자기가 춥다고 새끼를 던져서 유리를 깨다니. 에 
잉....” 

-겨울의 지하실- 

데스... 
창문의 앞에 녹색 그림자가 어슬렁 거렸다. 
이런 외진 지역엔 당연하다는 듯이 기어들어 살고 있는 생물, 들실장이었다. 
데스우.... 
그때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몸을 한번 떤 들실장은 이상하게 부풀어 있는 옷을 추슬렀다. 
테치... 
옷 안에 넣어 가능한 조금이라도 더 따듯하게 하려던 자실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단 한 마리 남은 소중한 자. 
너무 늘어난 동족들을 정리하던 인간의 손에 그 많던 자들을 전부 잃는 중에도 필사적으로 이 
자만은 지키려 한 가장 영리한 자다. 
그렇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살아남았건만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또다시 가혹한 고난을 
들이 밀어온다.
겨울이 오는 것이다. 
자들이 태어났던 봄에도 괴로울 정도로 더운 여름에도 열심히 일해서 모았던 식량과 월동준비 
는 골판지 집과 자들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간신히 구제를 피했다가 돌아와 골판지가 있던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던 이 들실장 
은 옆에 웅크리고 있던 마지막 자의 재채기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든 이 자 만이라도. 
테치....? 
이렇게나 착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행복해져야만 하는 자인데. 
어째서 인간은 그걸 모르는 것인지. 
그렇게 근거도 없는 분노를 주절대도 달라지는 건 없기에 들실장은 자를 옷 안에 넣어 조금이 
라도 따듯하게 하곤 일어섰다. 
점점 날이 추워져 가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고 내일 모레는 내일보다 더 춥다가 결 
국 세상이 다 얼어붙는 듯 한 겨울이 온다. 
먹이는 어떻게든 구하려 노력을 한다고 쳐도 자가 지낼 따듯한 공간이 필요하다. 
데스! 데스우! 
그렇기에 음식 쓰레기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공원 바깥의 한 건물에 도착한 들실장은 지하실의 
유리창을 만져보고 기뻐했다. 
몇번 근처를 지나가면서 느낀대로 투명한 무언가로 가로막힌 이곳은 매우 따듯하다. 
인간의 집에 들어간 이웃이 무서운 일을 당하는걸 몇번이고 봐 왔지만 왠지 모르게 이 낮은곳 
에 있는 공간엔 인간이 드나들지 않는다는걸 봐온 친실장은 낡은 알루미늄 창틀을 잡고 옆으 
로 당기려 기를 썼다. 
데... 데슷! 데쟈아아아! 
-끼릭! 
간신히 조금 창틀이 움직이자 순간 그 안에서 따듯한 공기가 밀려왔다. 
데스... 
마치 따듯한 봄날로, 태어난 자들과 지내던 그 행복한 시절로 돌아간 듯이 느껴지는 온기에 
무심코 멍하니 서 있던 들실장은 곧 정신을 차리곤 옷 안에서 자를 꺼냈다. 
데스? 데스데스우. 
테... 
그리곤 이제부터 이곳이 집이라는것, 마마가 밥을 찾아 올 동안 따듯한 이곳에서 조용하게 있 
을걸 이야기했고 마마와 떨어지는걸 불안해하던 자실장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형편좋게도 창 너머는 역시 낡은 철제 캐비닛이 있어서 자실장은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 
다. 
테.... 
따듯한 공기가 몸을 감싸는걸 느끼며 자실장이 주위를 둘러보자 중앙에 웅웅거리는 소리를 울 
리는 커다란 보일러가 있고 캐비닛이 있는 반대편엔 문이 있었지만 어차피 자실장은 캐비닛 
아래로 내려 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하실에 방치된 캐비닛 위에는 공구상자나 잡동사니가 쌓여있어서 몸을 숨기기엔 
좋았다. 
테치! 
그리고 그 중에서 자실장이 몸을 숨기기 적당한 작은 종이상자가 옆으로 놓여있는걸 발견한 
자실장이 뛸 듯이 기뻐하더니 안에 든 잡동사니들을 밀어내곤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본 친실장 
은 자를 혼자 두고 가는 걱정과 안전하고 따듯한 장소를 찾은 기쁨이 섞인 채 서둘러 먹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이제 밥만 구할 수 있으면 겨울을 나는 것도 문제가 없다. 
-철컹 
데.....! 
그렇게 생각한 친실장의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인간이 절대로 들어오지 못 할거리고 믿은, 와타시와 자의 따듯한 집에 인간이 들어왔다는것 
에 경악하며 돌아본 친실장의 눈에 지하실로 들어온 관리인이 보였다. 
“음... 오래된 놈 치고는 잘 돌아가는구만. 기특하게도....” 
보일러를 잠시 살펴보곤 옆에 매달린 점검일지에 기록을 한 관리인이 돌아섰다가 문든 차가운 
바람을 느끼곤 멈춰섰다. 
“응....?” 
지하실의 유일한 창문을 돌아본 관리인은 유리창이 열려있는걸 봤지만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 
고, 
창을 닫아버린 다음 걸쇠를 잠갔다. 
데... 데에.... 
관리인이 나간 다음에 수풀에서 고개를 내민 친실장과 상자에서 나온 자실장은 멍하니 걸쇠를 
올려다봤다. 
3일이 지났다.
한층 더 추워진 기온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친실장은 비닐봉투 안을 뒤적였다. 
그리곤 사과 껍질을 꺼내서, 제일 좋아하는 밥을 보고 양 팔을 들고 기쁨의 춤을 추는 사랑스 
러운 자에게 내밀었지만. 
-툭 
그 손과 손은, 유리에 가로막혔다. 
데... 데스우우우!!! 
투명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 껍질을 향해 반대편에서 투명한 벽을 핥아대는 자를 보면서 친실장도 
눈물을 흘리면서 투명한 무언가를 두들겼다. 
테... 
다음날. 
자실장은 종이상자에서 나와 캐비닛 위에 누워있었다. 
친실장이 가리킨 걸쇠를 향해 몇 번이고 점프를 했지만 당연히 닿지 않았고 친실장이 구해온 
음식 쓰레기를 건넬 방법이 없었다. 
며칠동안 친실장은 계속 먹이를 구해서 유리창 앞으로 돌아왔지만 자실장의 입에 들어간건 결 
국 참지 못하고 입에 넣은 대변뿐이었다.
비록 콘페이토는 아니어도 먹을게 있는데 건네질 못 하고 자가 대변을 먹는 모습을 그저 유리 
너머로 지켜 볼 수 밖에 없던 친실장도 눈물을 흘렸다. 
테치... 
그렇지만 자실장이라도 대변을 먹으면서 버티면 2주정도 까지도 질기게 살아있는 경우도 있 
다. 
바깥보다 따듯한 곳에 있기에 더더욱 아직 여유가 있는 자실장은 힘없이 드러누운 채 친실장 
을 기다렸다. 
관심을 가지고 상대해 주는 존재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실장석의 특성상 닿을 수 없어도 
자연히 친실장을 기다리게 되는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유난히 친실장이 돌아오는게 늦다고 자실장이 생각하던 때. 
-쾅 
갑자기 문이 열리는, 인간이 온 소리에 놀란 자실장이 벌떡 일어서서 허둥지둥 잡동사니 사이 
로 파고 들어 몸을 숨겼다. 
그리고. 
테......! 
들어온 인간, 관리인의 손에 들린. 
적록색 피가 뚝뚝 떨어지고 옷도 너덜너덜해진 채 머리채를 잡혀 들려있는 성체 실장석을 보 
곤 눈을 크게 떴다. 
-바스락 
그 실장석이 그때까지도 움켜쥐고 있던, 
음식쓰레기가 든 비닐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질척한 소리를 울렸다. 
“하! 역시 똥벌레의 냄새가 나는구만... 왠 미친놈이 먹을 거까지 싸서 계단을 내려가기에 혹 
시나 했더니...” 
지하실에 희미하게 떠도는 실장석의 대변냄새에 눈살을 찌푸린 관리인이 지하실을 둘러보기 
시작하자 자실장은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듯 한 입을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상자 안으로 
숨었다. 
.........! ..........!!! 
친실장의 무참한 사체를 봤어도 목놓아 울지도 못하는 실장석의 신세에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 
면서 더더욱 몸을 웅크린 순간. 
“찾았다! 이런데 있었구만!” 
...........!!!!!!!!!! 
들려온 인간의 큰 목소리에 위석이 부서질 듯이 놀랐던 자실장은. 
그 목소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들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 
조용히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펴본 자실장의 눈에. 
테치?! 테치테치!!!! 테챠아아아아-?!?! 
테!!! 테에에에-!!! 
테치이이이-!!!!! 
보일러 아래에 밀어 넣어진 반쯤 썩은 걸레를 걷어치우자 아래에 있던 자실장 몇마리가 서로 
얼싸안고 있다가 비명을 지르는 게 보였다. 
걸레에 덮여있던 보일러 아래엔 녹색 대변 무더기 외에도 꽤 많은 음식 쓰레기의 흔적이 있었 
다. 
........... 
소리를 내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는 자실장은 몰랐지만, 이 지하실에서 자들을 겨울을 나게하 
려 생각한 들실장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캐비닛 위의 자실장이 들어오기 전에, 건물의 반대쪽 외부에 따로 있는 지하실 계단을 통해서 
한 무리의 들실장 일가가 들어온 것이다. 
등에 자실장 한 마리를 매달리게 한 후 친실장이 한 계단씩 엉거주춤하게 계단을 내려가 아래
에 자실장을 두고 다시 기어올라와 다른 자를 다시 매달리게 한다는, 실장적으로선 중노동을 
해내 따듯한 행복의 집에 자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들여보내는것에 성공한 그 친실장은 마 
지막으로 음식 쓰레기가 든 봉투를 짊어지고 내려왔다. 
그리곤 가장 따듯한 곳, 보일러 아래에 걸레와 봉투를 밀어 넣어 집을 만들고는 다음에 다시 
마마가 올 때까지 밥을 아껴먹을걸 당부하고 떠났었다. 
자들 뿐이라면 몰라도 성체가 있으면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있을거 
라고 생각한 자신은 바깥에서 지내며 일주일 정도의 간격으로 음식 쓰레기가 가득 찬 봉투를 
메고 인간의 눈을 피해 절벽을 타듯 계단을 내려와 반기는 자들에게 밥을 먹이고 가득 쓰다듬 
어 줬었다. 
그렇게 두번은 성공했지만. 
운이 다 했는지 세번째, 3주째에 음식 쓰레기가 든 봉투를 메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관리인에 
게 발견 된 것이었다. 
테...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 
테챠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 
테..... 
뭔가 설득을 하려는건지 아니면 변명을 하는건지 관리인을 향해 급히 떠들어대는 자실장도, 
그저 공포에 질려 자매에게 달라붙어 찢어져라 비명만 질러대는 자실장도, 
그 자실장에게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자신들의 운명을 이미 안 건지 조용히 눈물을 흘 
리는 자실장도. 
모두 비닐봉투에 넣어져 시멘트 바닥에 몇 번이나 내리쳐지면서 안에서 비명과 뼈가 으스러지 
는 소리가 울리고 조금 꿈틀대다가 조용해 지자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친실장의 시체를 주 
워든 관리인은 봉투에 친실장의 시체와 걸레도 모두 쓸어 넣고는 지하실을 떠났다.
테... 테치이... 
간신히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지만. 
한껏 비명을 지르긴 커녕 동족의 처참한, 어쩌면 와타치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모습에 자실장 
은 억눌린 신음소리도 마음 편하게 낼 수 없었다. 
-콩콩콩콩콩콩 
.............!! ..........!!!!!!
데이.... 
다음날 아침. 
친실장은 양 눈에서 적록색 눈물을 뿌리며 미친듯이 투명한 무언가를 두들기는 자의 모습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자가 저러는 이유는 어떻게든 알 것 같았다. 
어제는 먹이를 구하지 못해 늦게까지 돌아다니다가 빈손으로 건물을 향해오던 친실장도, 투명 
한 벽을 닫아버린 그 인간의 손에 들려 있던 적록색의 질척한 덩어리들이 가득 차 있던 봉투 
를 본 것이다. 
따듯한 공간에 드나드는 인간이 나쁜 인간인걸 안 이상 자를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게다가 인간에게 발견 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자는 굶어 죽을 것이다. 
사실 자를 구할 방법은 곧 떠올릴수 있었다. 
인간의 집에 있는 이 투명한 벽에 돌을 부딪히면 부서지면서 지나갈 수 있다는건 들실장 사이 
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인간의 집에 들어갔다 처참하게 맞아 죽은 동족들의 모습에 인간의 집을 차 
지하는건 포기하고, 가능한 인간이 없을 때를 노려 투명한 벽을 부수고 먹을거나 물건들을 훔 
쳐오는게 한계였다. 
그것도 대부분의 저층은 실장석 대비의 강화유리여서 거의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게 보 
통이었지만 실장석들은 끈질기게 그 지식도 본능처럼 이어왔다. 
단지 투명한 벽을 부수면 큰 소리가 난다는것, 높은 확률로 인간이 화를 내며 온다는것을 알 
고 또한 벽을 부수면 따듯한 공간에서 겨울을 날 수 없게 되기에 뭔가 기적이나 우연히 와타 
시와 자 모두 아무런 손해 없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투명한 벽 너머만 바라보던 친실장은 
그때서야 결심을 굳혔다. 
데스! 
-톡톡톡 
데....? 
일단 실장석이 한 손에 들 수 있는 돌 조각을 들고 유리를 치던 친실장은 투명한 벽이 부숴지 
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돌로 치면 투명한 벽이 부숴진다는 본능은 이어졌지만 어떤 지식이든 경험과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 한 것이다. 
데스! 데스! 데스우우우!! 
-탁탁탁탁탁탁 
돌 조각으로 계속 유리를 두들기던 친실장과 유리 너머에서 테치테치 목소리를 높이던 자실장 
이 결국 지쳐 주저앉았다. 
데...? 
그때 문득 친실장은 무심코 걸터앉은 무언가를 내려다봤다. 
그건, 외벽에서 통채로 떨어져 나온 커다란 벽돌이었다. 
데.. 데.... 데데데..... 
커다란 벽돌을 머리 위로 치켜든 팔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친실장은 이를 악 물고 유리창으로 
다가갔다.
저 투명한 벽을 부숴야 자가 나올수 있다. 
자가 나오면 맛있는것을 가득 먹여주고 다른 집을 찾으러 같이 떠나자. 
따듯하고 안전한 행복의 집을 찾아 겨울을 보내고 따듯한 봄이 오면 자가 곧 어른이 되고 어 
른이 된 자가 손녀들을 낳으면... 
그런 미래를 그리면서 친실장은 온 힘을 다해 벽돌을 유리창에 내던 
-툭 
데덱?! 
지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앞으로 엎어졌다. 
데슥!!! 
쓰러지면서 놓친 벽돌은 바닥에 한번 부딪혀 튕겨 올라 유리창 정면이 아니라 창틀에 비스듬 
하게 부딪혔다. 
-와장창!!! 
그리고 벽돌의 모서리에 부딪힌 유리창이 산산조각나면서 깨지는 동시에. 
창틀에서 튕긴 벽돌이 이번에는 친실장을 향해 쓰러져 왔다. 
데... 데... 데쟈아아아-?! 
-쿵! 
쓰러지는 벽돌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던 친실장의 등에, 땅울림이 느껴졌다. 
.....데?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뜨며 고개를 들자, 엎드린 자세의 친실장의 코앞에 갈색의 벽이 있었 
다. 
벽돌이 조금만 더 왔어도 친실장의 머리는 벽돌에 깔려 우그러졌을 것이다. 
데스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친실장은 일어나 겨울인데도 등에 줄줄 흐른 식은땀을 느끼다가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스우! 
그 투명한 벽이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드디어 자를 다시 안아주고 밥을 줄 수 있다! 
오로지 그 생각 하나만으로 무거운 벽돌을 들어올렸던 친실장은 기뻐하면서 창틀로 달려갔다. 
그리고. 
데........ 
눈에 들어온 광경을 멍하게 응시하던 친실장의 머리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귀찮은 녀석들이라곤 생각했지만. 정말 천한 생물이구만.....” 
데.... 데...... 
친실장이 놓치며 내동댕이쳐진 벽돌은 어쨌든 유리창을 부쉈다. 
그렇기에. 
데...........? 
유리창 앞에 서서 친실장을 응원하던 자실장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을 선채 그대로 뒤집어 쓴 것이다. 
데.... 데....! 데.....!!! 
바깥으로 튕겨나온 벽돌은, 주위에 흔하게 있는 것 이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관리인은 
그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짐승도 자기 새끼는 아끼는 법이랬거늘... 자기가 춥다고 새끼를 던져서 유리를 깨다니. 에 
잉....” 
데......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악-------!!!!!!!!!!!!!!!!! 
“시끄러워!!! 이 짐승만도 못한 어미가!!!” 
-퍼억! 
데케에에엑-!!! 
관리인에게 걷어차여 날려간 친실장의 가슴에 갑자기 적록색으로 젖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솟 
아났다. 
데.... 데게에에.... 
창틀에 남은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등을 찔려 가슴까지 뚫고 나온 친실장의 가슴에서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이 났다. 
데...스우..... 
위석에, 유리조각이 스쳐 상처가 났다는걸 깨달은 친실장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창틀의 안쪽
을 바라봤다. 
탁해진 눈을 드러낸 채 이미 굳어져가는, 유리 조각 투성이의 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힘겹게 
들어올린 손은 곧 바닥으로 축 쳐졌다. 
“에이.... 쯧쯧.” 
혀를 차며 창틀에 남은 유리 조각도 빼내 치운 관리인이 창틀을 내려다 보면서 고민을 했다. 
방금 처리 한 것처럼, 실장석 처리 봉투 값도 아까워 가능한 부피를 줄이려 짓이겨 넣는 낡은 
건물의 관리비로는 강화유리로 바꾸는건 커녕 유리를 가는것도 부담이었다. 
유리를 부수지 않더라도 실장석이 꼬이는것 자체가 귀찮고 결국 다 돈이 들어가게 되기에 고 
민하던 관리인은 문득 발치에 놓인 물건에 시선을 향했다. 
데스....! 데스우! 
테... 테치... 
테치테치.... 
테치....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 된 어느 날. 
한 들실장 일가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목을 움츠리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한 줄 
로 이동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 골판지가 발견 되지 않아 한 마리의 자도 잃지 않고 골판지와 식량도 모두 무사하 
게 구제를 피한 이 일가도 결국 학대파에게 발견되어 그 운이 다했었던 것이다. 
겨울의 풍취를 한껏 살리는 학대방법으로, 골판지를 열고 양동이에 든 찬물을 쏟아 붓는 학대 
방법이었기에 직접적으로 살해당하지 않은게 행운인지 아니면 괴로움만 길어지는 불행인지 생 
각할 겨를도 없이 흠뻑 젖어 얼어가는 신문지와 음식쓰레기를 포기한 친실장은 자들을 데리고 
이동하고 있었다. 
월동 준비가 모두 허사가 되고 집을 잃었으니 이제 월동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자들이 동사하는 것만은 막기 위해 재촉해가면서 이동한 친실장의 눈에 목표하던, 
낡은 벽돌 건물이 들어왔다. 
데스....!!! 
다음날 아침. 
“오늘은 한층 더 춥구만... 응?” 
관리실의 문을 열던 관리인은 문득 벽 쪽을 돌아보고는. 
창문이 있던 자리에 쌓아 올려진 벽돌들 아래에 모여 서로 끌어안은 채 얼어 죽어 있는 실장 
석들을 보고는 생각대로 잘 된 것에 만족하면서 처리 봉투를 꺼내려 관리실로 들어갔다. 
시험 삼아 해 본 벽돌담이 온기를 기억하고 모여오는 실장석들을 잘 막은 것에 만족한 관리인 
은, 
‘새끼를 던져 유리를 깨서라도 따듯한 곳에 들어가려는’ 생물인 실장석 무더기의 제일 바깥쪽 
에서 바람을 막으려는 듯 팔을 펼친 채 죽어있는 친실장의 모습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 
다. 
이러든 저러든 결국 실장석. 
그 생물들이 무슨 고난을 넘어서 왔든지, 어떤 노력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지. 
인간에겐 알 바가 아닌 것이다. 
더더욱 추위를 더해가는 잿빛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눈송이 하나가, 바깥쪽에서 자들을 
감싸는 무의미한 노력을 했던 친실장의 두건 위로 조용히 떨어져 내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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