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에에에에엥! 용서해주는테치이이이이!]
뭔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실장이 울면서 용서를 빌고있었다.
[울음 뚝그치지 못하는데스? 오마에가 뭘 잘했다고 우는데스! 마마가 밥을 모으러간동안 하우스에서 나가지말라고 몇번을 말한데스!]
자실장이 용서를 비는 상대는 다름아닌 친실장.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는 자실장은 친실장이 밥을 모으는등의 하우스를 비우는일이 생기면 언제나 골판지 하우스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뛰놀곤했는데, 오늘은 너무 정신을 팔고다닌탓에 친실장이 돌아오기전에 하우스로 들어가지 못해 외출을 발각당한것이다.
[오마에 이게 몇번째인데스! 오마에때문에 와타시는 물론이고 자매들까지 죽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을 왜 못하는데스!]
이 친실장은 꽤나 현명한축에 속하는 들실장이다. 저 앞에있는 인간이 학대파인지, 애호파인지, 아니면 무관심파인지 구분하는것은 실장석이 아닌 인간이라도 힘들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아예 어떤 인간과의 접촉도 삼가는쪽으로 방향을잡고 자실장들을 교육시켜왔다.
하지만 눈앞에있는 이 자실장... 차녀만큼은 몇번을 가르쳐도 조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않는것이다. 갑자기 학대파와 마주쳐 일가실각을 당하는게 언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상황이다.
[테에에에에에엥!]
차녀는 울기만했다. 용서를 빌기는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다시는 하지않는다는말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않고있었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아름다운데! 어째서 저 비좁고 냄새나는 골판지하우스안에만 갇혀있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데휴우우우...]
울기만하는 자실장을 보던 친실장이 심적으로 너무 지친나머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밖이좋으면 나가는데스. 나가서 오마에 마음대로 사는데스....]
친실장이 마침내 차녀를 포기했다. 설득이 불가능하다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놓아주는게 방법이라 생각하며....
[테...?]
생각도못한말에 놀란 자실장이 울음을 뚝그치고 친실장을 올려다본다.
[테...! 아타치 차녀테치! 마마의 차녀테치!]
안그래도 바람앞의 등불같은 실장석이지만, 친실장의 비호가없는 자실장따위 등불조차 되지 못하는 성냥에 붙인불이다.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생명의 불이 꺼지는 미약한 생명으로 격하되는것이다.
차녀가 다급하게 쫓아내지 말아달라며 애원하지만 친실장은 아예 눈을감고 차녀를 시야에서 지웠다.
[테츄웅~ 테츄웅~ 아타치를 보는테츄웅~ 귀엽지 않은테치? 테츄웅~ 테츄웅~]
차녀가 비장의 수단인 애교를... 그러나 분충이나 하는짓이라며 친실장이 금기시한 애교를 부리기시작했다.
[오마에 이제는 분충짓까지 하는데스? 마마가 애교같은건 분충이나 하는짓이라고 가르치지 않은데스?]
친실장은 자신이 금지시킨것을 또하나 어긴 자실장을 이제는 냉혹한 눈으로 내려보았다.
[더이상 봐줄생각 없는데스. 오마에가 나가기 싫다면 솎아내주는데스. 마지막 정으로 살려주는거니 썩꺼지는데스.]
토시아키는 실장석에 흥미가 있었다. 실장석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그저 실장석이라는 생물의 생태에 관심을 주는것이다.
때문에 토시아키의 취미는 공원에나가 들실장을 구경하거나, 사육실장을 기르는 지인의 집에 방문하는것이였다.
그런 토시아키가 오늘은 휴일을 활용해 공원에 나왔다. 일걱정이 없으니 진득하게 눌러앉아 들실장을 관찰할생각인것이다.
[테에에에에엥! 용서해주는테치이이이이!]
어떤 들실장일가를 관찰목표로 삼을까 생각하며 공원을 천천히 돌아다니던 토시아키의 귀에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온것은 그때였다.
자실장이 우는이유는 무수히 많이봐왔지만, 용서를 빌며 우는경우는 없진않아도 흔치않았기에 토시아키가 근처의 나무뒤에 숨어 귀를 기울였다.
[이봐 친실장?]
친실장이 마침내 애교를 부린 차녀에게 최후통첩을 한순간 토시아키가 나무뒤에서 나와 친자들 앞으로 다가갔다.
[데데데데! 닝겐데스!]
접촉을 극도로 꺼려하던 친실장이 눈앞에 나타난 토시아키를보고 놀라 까무러쳤다.
[무무무..무슨일인데스 닝겐..상?]
친실장은 당장에라도 달아나고싶지만 등뒤에는 애지중지 키워온 장녀, 삼녀, 사녀가 있는 골판지하우스가 있었기에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불어넣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들을 찾아온 인간에게 말을걸었다.
[안심해라. 딱히 학대파인건 아니야. 너희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아니 오히려 해를 끼치기는 커녕 좋은 이야기를 하러온거야]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의 떨림이 다소 줄어들었다.
[간만에 분충이 아닌 들실장을 봐서말이지... 기념으로 너희를 사육실장으로 삼아주마. 물론 거기 앞에있는 자실장도 포함해서말이야. 아! 물론 거부권은 없어. 거절하는 녀석은 이자리에서 죽이고 남은녀석들만 데려갈생각이니까]
사육실장! 그것은 모든 들실장들의 꿈이였다. 사람을 극도로 꺼리는 이 친실장마저도 사육실장에대한 동경은 있었기에 토시아키의 말을듣고 얼굴이 저도모르게 헤실헤실 풀어지는것을 막을수없었다.
[하지만 명심하는게 좋을거야. 분충이되는녀석은 바로 솎아내줄테니까.... 뭐 그건 평소에 친실장 네가 교육을 잘 시켰다면 걱정할필요 없겠지?]
거부권이 없다는말은 거짓이 아니였는지 토시아키는 즉시 골판지상자 내부에있던 잡동사니들을 바닥에 쓸어버리고 그안에 친실장과 네마리의 자실장을 넣은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토시아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실장일가를 담아온 더러운 골판지박스를 접어 문앞에 내놓고 들실장들의 옷을 전부 벗겨서 세탁하는동시에 목욕을 시켰다.
[옷은 방금 빨았으니까, 마를때까지는 알몸으로 있어라. 그동안 우선 밥을 먹도록해라]
토시아키는 목욕을시켜 때를빼고 수건과 드라이기로 수분을 건조시킨 알몸의 들실장 일가의 앞에 실장푸드를 가득담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실장석을 한번도 키워본적없지만, 실장석을 관찰할때 하우스내부를 들여다본다던가 할때 협상용으로 쓰기위해 실장푸드같은것은 집안에 상비되어있던것이 도움이된 순간이다.
[실장푸트테치!]
[이빠이테치!]
자실장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실장푸드를 하나씩 꺼내들고 신나게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실장푸드는 처음보는데스....]
친실장은 입을 쩍 벌리며 실장푸드의 산을 바라만보았다. 인간을 극도로 피하던 친실장이다. 애호파가 실장푸드를 뿌릴때조차 나서지 않았기에 언제나 후미진곳에 흘려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실장푸드만을 먹어왔고, 그때문에 이렇게 많은양의 실장푸드가 모여있는것은 처음본것이다.
[다먹어도된다. 사양말고 먹어라.]
토시아키가 웃으며 말하자 그제야 친실장도 그릇앞에 털썩 주저앉아 실장푸드를 하나 집어들었다.
첫날은 평범하게 사육실장처럼 지내게 놔둔 토시아키는 둘째날부터는 들실장일가를 데려온 목적을 위해 들실장일가를 모았다.
[너희들 행복하게 지내고있니?]
[그런데스! 감사한데스 닝겐....이 아니라 주인님!]
[감사한테치~!]
[아타치 행복한테치!]
전 들실장.... 지금은 사육실장이된 실장일가는 하나같이 웃는얼굴이였다.
[오늘부터는 이 집에서 살기위한 규칙을 따라줘야겠어. 물론 어려운일은 아니니까 걱정말고!]
토시아키가 실장푸드를 담은 그릇을 친실장에게 건네주었다.
[오늘부터 친실장 네가 직접 나눠줘라. 각자 직접 그릇에 손을대는것은 용서하지않을거야. 그리고 나눠준것에 대해서 불만은 듣지않는다.]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이 그릇에 들어있는 실장푸드를 한번 내려보더니 자신의 발밑에 두알을 내려놓았다.
[와타시에게 두개데스...]
그리고 한줄로 서있는 자실장들의 발밑에도 하나씩 놓아주었다.
친실장만 두알이지만 이건 딱히 욕심을 부리는것은 아니다. 성체실장은 자실장에비해 몸이 4배는 크다. 먹는양의 차이가 있는것은 당연하기에 토시아키도 굳이 지적하지않았다.
그릇에는 아직 실장푸드가 더 남아있기에 친실장은 자신의 발밑에 두알을 놓고 자실장들의 발밑에 한알씩 추가로 지급했지만, 그러고도 그릇안에는 실장푸드가 4알 남아있었다.
[와타시에게 하나... 장녀... 삼녀... 사녀...]
친실장은 차녀를 제외한 나머지에게 추가로 한알씩을 지급하고는 이제는 텅 비어있는 그릇을 토시아키에게 내밀었다.
[전부 나눈데스!]
[오~ 그래. 수고했다. 이제 식사를 시작해도 좋아]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 이하 자실장 세마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실장푸드를 먹기 시작했다.
[아타치만 하나를 더 못받은테치!]
마지막 추가배급에서 제외된 차녀만이 자기만 하나를 덜받았다며 토시아키에게 항의했다.
[그래? 그런데 그걸 나눠준건 내가 아니잖냐. 나한테 말해봐야 소용없어]
그말대로 실장푸드를 처음에 준것은 토시아키지만 나눈것은 친실장이다. 자기한테 뭐라해봐야 소용없다는 토시아키의말을 이해한 차녀가 친실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밥투정부리는자는 분충인데스!]
차녀가 항의할것을 예상한 친실장이 선수를 치고 나서는바람에 차녀는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분충이되면 솎아내버린다는 토시아키 당부를 기억하는 차녀는 분충이라는말에 힘없이 주저앉아 발밑에 놓인 실장푸드를 먹을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토시아키가 첫날에 일부러 실장푸드를 한가득 주며 식사량을 체크했고, 그것을 토대로 일부러 자실장 한마리만 한알 부족하게 받도록 계산해서 지급한 성과였다.
주워오기전 친실장에게 미운털이박힌 차녀가 실장푸드 배급에 차별을 받은것은 토시아키의 예상대로였다.
그 후로도 실수인척 한벌을 부족하게 사온 새로운 실장복, 한알을 부족하게 준 간식의 콘페이토등등... 모든것의 분배에서 차별을받은 차녀는 점점 친실장에대한 불만이 쌓이고있었다.
토시아키가 들실장일가를 사육실장으로 데려온지 1주일이되는날.
[주인님! 아타치 할말있는테치!]
드디어 참고, 참고, 또참았던 차녀가 마침내 불만이 폭발했는지 토시아키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어?! 그래! 빨리 말해봐!]
솔직히 말하자면 차녀가 3일정도면 불만을 터트릴거라 예상했던 토시아키였지만, 친실장이 평소에 교육을 잘했는지 5일, 6일이 넘어갈때는 초조해하던 토시아키는 드디어 찾아온 차녀를보고 흥분했다.
[마마가 분충인테치! 아타치한테만 새옷씨를 주지않은테치! 콘페이토도 주지않은테치!]
[그래? 너는 그러니까 친실장이 나눠주는게 마음에 안든다 이거구나?]
[그런테치! 마마가 아니라 주인님이 나눠줘야하는테치!]
토시아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는것을 이해했다.
[좋아. 그러면 앞으로는 방법을 바꾸도록하자. 지금...은 좀 그렇고 이따가 밥먹을시간에 알려줄게]
토시아키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차녀를 돌려보냈다.
그날 저녁시간.
[자 오늘부터는 여기있는 이녀석이 분배를 담당할거다.]
토시아키는 실장푸드를 담은 그릇을 받기위해 손을 내밀고있던 친실장이 아닌 차녀의 앞에 그릇을 내려주었다.
[데? 그게 무슨말인데스?]
[무슨말이냐니... 말 그대로지. 앞으로는 너는 그냥 받기만하면된다. 분배는 이녀석이 담당할거야]
토시아키의 말에 차녀가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섰다.
[다들 똑바로 서는테치! 앞으로는 아타치가 나눠주는테치!]
사육실장에게 사육주... 즉 토사아키의 말은 법이나 다름없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였지만 친실장은 어쩔수없이 장녀의옆에 설수밖에 없었다.
[우선 아타치는 두개테치!]
차녀가 그릇에서 실장푸드 두알을 꺼내 자신의 자리에 내려놓았다.
[장녀오네챠도 두개테치!]
이번엔 장녀의앞에 두알이 놓여진다.
[삼녀이모토챠도, 사녀 이모토챠도 두개테치!]
삼녀와 사녀의앞에도 각각 두알씩 놓여진다.
[똥마마는 하나테치!]
그리고 대망의 친실장차례에는 단 한알만이 놓여졌다.
[데....!]
친실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는이유는 토시아키가 지켜보고 있는데다, 아직 그릇안에는 실장푸드가 많이 남아있기때문이였다.
[아타치는 두개테치! 장녀오네챠, 삼녀이모토챠, 사녀이모토챠도 두개테치!]
이로써 자실장 네마리는 각각 실장푸드 네알씩을 지급받았고....
[똥마마는 하나테치!]
그시점에서 그릇안에 단 하나 남아있던 실장푸드가 친실장의 몫으로 돌아가 친실장의 발밑에는 총 두알의 실장푸드가 놓여지게 되었다.
[분배는 끝났나? 그럼 식사를 시작해라]
차녀에게 빈그릇을 건네받은 토시아키가 식사시작을 선언하자 평소의 두알에서 네알로 두배가 늘어난 차녀는 물론이고, 세알에서 네알로 하나를 더받은 자실장이 신나게 실장푸드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데에에에....]
평소에 다섯알로 배를 채우다가 두알만 지급받게된 친실장은 우는듯한 소리를내며 시무룩하게 식사를 시작할수밖에 없었다.
[배씨 빵빵테츄~!]
[오늘도 우마우마했던테치!]
[감사히먹은테치~]
차녀는 평소에 부족하게 먹은 반동인지 네알을 전부 먹어치우는데 성공했지만, 그외의 자실장들은 평소보다 한알을 더 받았지만, 세알을 먹는 생활패턴에 익숙해진것인지 네알을 전부 먹지못하고 하나씩을 남겼다.
[배씨가 부르지않은데스.....]
재대로 포식하여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는 자실장들과 달리, 진작에 두알을 해치운 친실장은 아직도 꼬르륵소리가 들리는 배를 매만지며 공복감을 호소하던 친실장은 식사를 마친 자실장들의앞에 세알의 실장푸드가 있는것을 보았다.
[이런... 남았구나? 어쩔수없지. 손도 안댄것들이니 이건 다음식사시간에 주도록할게]
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세알의 실장푸드쪽으로 가려는순간 토시아키의 손이 튀어나와 재빨리 남은 실장푸드를 회수해갔다.
[데....!]
친실장이 원망의 눈초리로 토시아키를 바라보았다.
[응? 왜?]
하지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할수는 없었다. 밥투정을 하는건 분충이라고 말한건 친실장 본인인데다, 불평등한 분배또한 평소에 친실장이 해오던짓이였다. 할말이 없는것이다.
그 이후로도 분배담당은 차녀이기에 언제나 간식시간에는 친실장의몫은 제외되었고, 식사또한 재대로 배불리먹지 못하게된 친실장은 언제나 주린배를 움켜쥘수밖에 없었다.
차녀가 분배담당이 된지 3일째...
[자! 밥먹을시간이다!]
이번에도 실장푸드를 담은 그릇이 차녀의앞에 놓여졌다.
[멈추는데스!]
친실장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것인지, 지난 3일간 차녀가 무언가를 분배할때마다 죽일듯이 노려보기만하던 친실장이 이번에는 참지않고 앞으로 나선것이다.
[왜?]
[와타시만 불공평한데스! 밥을 나눠주는건 와타시가 하는데스!]
식사량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생활을 3일이나 해버린탓에 몸이 3분의2정도로 살이 쭉빠져 홀쭉해진 친실장이 분배담당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분배 담당을 바꿔달라는말은 하지마라. 애초에 처음부터 니가 공평하게 했으면 됬을일이잖아? 너는 불공평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니가 불공평하다고 따지는건 말이 안되잖냐]
정론이였다.
나는 해도되고, 반대로 내가 당하는 입장은 안된다고하는것은 누가봐도 분충의짓이다.
[나한테 따지지말고, 저기 분배해주는 녀석에게 말하는게 더 좋지않을까? 저기봐라. 니가 따지고드는사이에 이미 분배가 끝났잖냐?]
토시아키의말에 친실장이 뒤돌아보니 자신이 있던자리에는 실장푸드 두알, 나머지 자실장들의 앞에는 실장푸드 네알이 놓여있었다.
[데스우우우우우우.....]
친실장이 힘없는목소리로 울며 자리로 돌아가 턱없이 부족한 식사를 시작했다.
점심식후의 간식시간.
차녀에게 콘페이토 다섯개가 들어있는 그릇이 주어졌다.
[테? 주인님 오늘은 하나 더 많은테치?]
지금까지는 늘 네개였기에 친실장이 분배담당이였을때는 차녀가, 차녀가 분배담당이 된이후로는 친실장이 항상 콘페이토를 못받았었지만 이번에 주어진 콘페이토는 다섯개. 즉 다섯 일가족이 전부 하나씩 먹을수있는것이다.
[데스웅~!]
실장푸드와는 다르게 콘페이토는 하나도 받지못했던 친실장이 주린배를 그나마 채울 찬스라 생각했는지 오랜만에 기분좋은소리를 내었다.
[장녀오네챠, 삼녀이모토챠, 사녀이모토챠에게 하나씩 주는테치!]
자실장 세마리에게 콘페이토가 하나씩 주어지는동안 친실장은 그릇에 남은 콘페이토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있었다.
[아타치는 두개테치!]
그러나 그런 친실장의 희망은 차녀가 자신의자리에 남은 콘페이토 두개를 내려놓는순간 산산히 부숴지고말았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엣?!]
친실장이 경악했다. 그동안은 다섯마리에게 네개만 주어졌기에 참고 넘겼던 콘페이토였지만, 이번에는 한마리에게 하나씩 돌아갈수있는 상황이였다.
[잠깐 기다리는데스!]
참지못한 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명백한 욕심. 즉 분충이라는 뜻이기에 보아넘길수 없던것이였다.
물론 토시아키도 눈앞에서 차녀가 복수심에 눈이멀어 욕심을 부린것을 보았지만 따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슬슬 이렇게 될거라 예상하고 다섯개를 준것이기 때문이다.
[분배의 결과로 항의하지않는다. 그것이 규칙이잖냐? 하지만... 이미 분배가 되었다해도 분배담당이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잖아?]
짖궂은 얼굴로 웃는 토시아키의 말뜻은 이렇다. 차녀에게 빌어라. 그러면 하나를 나눠줄지도 모른다.
[데....!]
친실장은 갈등에 빠졌다.
지금 주린배를 채우려면 콘페이토 하나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냥 달라고해서 줄 차녀가 아니다. 지금까지 자기자신이 해온짓이 있지않은가? 그렇다면 틀림없이 간절하게 애원하며 빌기전에는 절대 차녀는 마음을 돌리지 않을게 분명하다. 자기 자식에게 애원한다? 그것도 다른 자식들이 보는앞에서?
[데.....데.....]
실장석이 절실하게 요청할때는 무슨짓을 하는가? 바로 아첨이다.
학대파에게 습격을 당했다? 친실장이고 자실장이고 가릴거없이 오른손을 뺨에대고 [데스웅~] 이라던가 [테츄웅~]소리를 내며 아첨으로 목숨구걸을한다.
공원에서 먹이를 뿌리는 애호파를 보았다? 역시 아첨을하며 먹을것을 구걸한다.
즉 아첨이란 약자인 실장석이 강자에게 무언가를 얻어내기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봐도 강자인 친실장이 자실장에게, 그것도 자기가 낳은 자실장에게 한다는것은 상상이상의 굴욕인것이다.
친실장의 덜덜 떨리는 오른손이 얼굴에 점점 가까워진다. 덜덜 떨리는이유는 굶주린 상황에서도 자식에게 추한꼴을 보일수없다는 친실장의 의지가 이성의끈을 놓지않으려 애를쓰는것이리라...
[뎃스웅~]
하지만 어떻게든 먹어야한다는 생존본능앞에선 친실장의 자제력도, 자존심도 이길수없었다.
친실장은 그 누가봐도 완벽하다 평가할만한 아첨포즈를 취하고있었다.
'툭'
그것은 자실장들이 손에 들고있던 콘페이토를 떨어트릴정도로 강렬했고, 충격적이였다.
[마..마마가 아첨을한테치...]
[아첨은 분충이나 하는짓이라고 했던건 마마였던테치...]
장녀, 삼녀, 사녀는 물론이고 친실장을 그런상황에 몰아넣은 차녀마저도 입을 쩍 벌릴정도로 처음보는 친실장의 아첨은 충격으로 다가온것이다.
[크크크크크크!]
토시아키는 어떻게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위해 노력했지만, 거의 2주일만의 결실을 얻었는데 어찌 참을수있을까?
토시아키가 들실장들을 주워온 이유는 단 하나. '친실장이 자기 자식에게 아첨하는장면을 보고싶다'는 소망때문이였기에 아무리 참으려 노력해도 참을수가 없는것이다.
시작은 친실장에게 아첨했다고 자실장이 멸시를 받을때였다. 토시아키가 기억속에 실장석이 자기보다 명백히 약한상대에게 아첨을 하는장면은 없다는것을 떠올린것이다.
하지만 실장석이고 인간이고 자기보다 약한상대에게 잘보이려하는 멍청한짓을 하는존재는 없었다. 그렇다면 약하게 만들면 되는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버려지는게 확정된순간 일가 전체를 사육실장으로 삼아준다며 데려왔고, 처음에는 친실장으로 하여금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자실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뒤에는 그런 처지를 뒤바꿔주었을뿐이다.
상황은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아첨을 한것은 친실장 본인의 의지다. 그것도 거짓시늉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아첨이다.
토시아키는 해내고말았다는 성취감에 오는 감동의물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친실장의 손에 콘페이토를 쥐어주었다. 얻고자 하는것을 얻었으니 이제는 굳이 차별대우를 계속할 이유가 없는것이다.
[데엣....?!]
깜짝 놀란것은 친실장. 기껏 자존심을 억누르고 자식에게 아첨을하는 굴욕을 감내했는데, 그런 결의도 무의미하게 토시아키에게 하나 더 받았다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한것이다.
[데스우....]
친실장은 이미 마마로서의 위엄따윈 땅에 떨어진것을 통감하며 콘페이토를 핥았다.
친실장은 눈물섞인 콘페이토를 핥으며 [어째서 달콤하지않고 짠데스...]라며 혼잣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친실장의 아첨이후 많은것이 바뀌었다. 토시아키는 학대파가 아니므로 목적을 달성했단 이유로 실장석일가를 내다버리는짓은 하지않았다.
[자 밥이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앞에 각각 적정량의 실장푸드가 놓여진다
이제 분배당담같은건 없어졌다. 모든게 첫날처럼 모두가 배불리먹고, 쉴수있는 생활로 돌아온것이다.
하지만 되돌아가지 않는 단 한가지.
[자들은 모두 이리오는데스. 공부할시간인데스]
[분충 똥마마에게 배울건 없는테치!]
[주인님이랑 공부하는테치!]
[아첨이나 하는 분충에게 배울건 없는테치!]
자실장들은 더이상 친실장을 따르지 않게되었다.
[데에에에에엥!]
친실장은 자실장들이 매몰차게 자신을 거절하고 그림책을 펄쳐든 토시아키에게 다가가자 서럽게 울었다.
[하하... 이거참...]
자실장들이 친실장을 버리고 자기만을 따르게된바람에 일거리가 늘어난 토시아키는 쓴웃음을 삼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기 자신이 자초한 결과인데.....
그렇게 토시아키네 집의 평화로운 하루가 흘러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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