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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촌에 들실장이 산다면 이런 느낌일거 같지 않냐



실장석 자체는 일본토착종에 애완동물화된지는 고작 수십년에 불과해서 야생성(분충성)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해.
국내에서도 그 문제를 인지하곤 있지만 말이 통한다는 최고의 장점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손을 안 댈 수가 없지.
1인 가구에다 노년층도 늘어나는판에 말이 통하는 애완동물은 돈덩어리나 마찬가지. 그 소통을 하는데 기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플러스고.
그래도 발생하는 문제를 외면할 순 없어 최대한 지능이 높은 애들을 데려와서 홍보하고 판매하게 된거지.
판매 초창기 때는 반응이 엄청났지. 말이 통하는 애완동물이라니, 게다가 가격대도 다양해서 불티나게 팔렸을 거야 아마.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실장석 열풍이 시들해지기 시작할 무렵 하나 둘 버려진 실장석이 보이기 시작한거야.
버려진 이유야 다양하지.

햄스터 크기 생각해서 샀는데 엄청 커졌다. 이사가는 곳이 애완동물 금지다. 지겨워졌다. 그 외 뻔하고 책임감 없는 이유들.
실장석 입장에선 영문도 모르고 상자에 담겨 버려진터라 똥닌겐을 부르짖으며 한참을 욕하다가 하늘이 발갛게 물들면 그제야 겁에 질리는거야.
상자를 기어 올라 밖을 보면 연회색의 무미건조한 사각 구조물들과 아래로 떨어져가는 태양, 길마저도 새카만 무언가로점철 되어 있는데다 조경수 한두 그루 보이면 다행일 정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단 것을 깨닫고 억지로 억지로 상자를 넘어가면 거친 아스팔트 바닥이 실장석을 반겨줘. 어떻게 할틈도 없이 추락하지.
생전 느껴보지 못한 통증에 데에엥 데에엥 울며 빵콘하지만 아무도 봐줄 이가 없어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닌겐을 부르짖으며 길을 방황하는거야.

결국 해가 떨어져 사방이 어두컴컴해지자 가로등 아래에 웅크려 닌겐사마를 중얼거리며 마른 눈물을 흘리지.
그때 들려온 야옹- 울음소리.
처음 듣는 소리임에도 동공이 확장되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해. 도망치라는 위석의 고동에도 불구하고 몸이 굳어버려겨우 고개만 돌려 보니 고양이가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지.
살려달라고 주인사마를 부르짖으며 마구잡이로 용서를 빌지만 고양이는 멈추지 않아. 오히려 장난감 가지고 놀듯 가지고놀다 잡아먹을 뿐.
물론 전부 이런 결말은 맞이하는건 아냐.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서 살아남는 개체들이 은근히 있거든.
그러나 그것도 겨우 며칠.
열풍에 편승해 실장석을 구입한 주인들은 산책은 커녕 밖의 풍경을 보여줄 생각조차 없었고 애초 산책할만한 공원도 한국에선 몇몇 신도시에나 있는 정도.

일본의 생태공원에 사는 들실장마저도 쉬이 목숨을 잃는데 한국의 콘크리트 정글에 내던져진 실장석이 죽어 나자빠지는것은 당연한 일이었지.
하지만 번화가 주변의 원룸촌은 예외였어.
콘크리트 닭장 속의 인간 군상은 실로 다양해서 대학생부터 시작해서 회사원에 일용직에 독거노인에 공통점을 찾기 힘들정도였지만 홀로사는 외로움만큼은 같았다.
그런 이들에게 실장석은 딱 알맞았어.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덜 수 있고 애완동물이기에 인간관계의 피로감도 없었고. 유사시엔 감정 쓰레기통으로도 써먹을 수 있었지.
그러나 그뿐. 외로움은 우연히든 의도적이든 사람과 만나면 해결되었고 원룸도 어지간하면 같은 곳에 평생 살지는 않지.

외로움도 해결되고, 이사를 가야하는 판국에 주인은 실장석을 무엇으로 보았을까? 오늘날에도 무수히 버려지는 실장석이그 답일거야.
그렇게 끝없이 버려지고 죽어나가는 동족들 틈바구니에서 적응에 성공한 실장석들이 원룸촌의 들실장이야.
아니, 적응 당했다고 정정하자.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버려질 때까지 그 어떤것도 선택할 수 없었으니.
그들의 일과 자체는 일본의 들실장하고 다를게 없어. 둥지를 보수하고 먹이과 가재도구를 수집하고 자들을 교육하는 것이지.
하지만 원룸촌은 공원과 환경이 달라.
이유없이 실장석을 걷어차는 사람과 그 사람조차 놀랄 정도로 과속해 들어오는 차량, 둥지를 지을 장소도 여의치 않고 골판지면 안에 무엇이 있든 털어내 버리고 가져가는 폐지수거자까지.

도대체 왜 이러냐며,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울부짖으며 사람에게 다가간다 해도 돈 들여서 링갈 앱을 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대부분은 무시로, 일부는 신발바닥으로 대답했지.
물론 나쁜 점만 있는건 아냐. 원룸촌의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 덕분에 실장석들은 먹이와 물건 수집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어. 쓰레기더미로 가는 길이야 불법 주차된 차들 덕분에 몸을 숨기기도 편하지.
번화가 주변의 원룸촌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해서 고양이고 실장석이고 배불리 먹어도 넘쳐날정도로 쓰레기가 도처에 버려지고 있어서 이쪽 실장석들은 맛있는 것과 보존식에 쓸만한 것을 골라서 가져갈 정도야.

그 때문에 천적이나 다름 없는 고양이도 그냥 가지고 놀 요량이 아닌 이상에야 실장석을 공격하지 않아. 그나마도 특유의재생력 때문에 쉬이 죽질 않아서 한둘 정도로 끝나지.
이건 카더라인데 아무렇게나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 같은 짜잘한 쓰레기도 실장석이 가져가서 청소부들이 실장석 집이 보여도 어느정도는 눈감아주기도 한다더라.
근데 주변 거주민들 입장에선 어떨까. 쓰레기 문제에 주차공간 문제에 술취한 놈들의 고성방가까지. 많이 짜증나겠지?
거기에 뭔 녹색 소인같은게 점점 늘어나더니 이젠 쓰레기봉투를 헤집으면서 데스데스 시끄럽게 떠드네? 잡으려하니까 불법 주차된 차랑 아래로 도망가 버린다?
아 ㅋㅋ 이런 상황에 구제는 못참지. 바로 실장석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에 구제반을 투입해.

구제반은 불시에 마비액을 살포하고 손에 잡히는대로 실장석을 잡아 마대자루에 집어넣어. 갑작스런 습격에 놀란 실장석들이 도망치려하지만 마비약이 몸이 돌면서 빵콘조차 못하고 쓰러지지.
어떤 녀석은 마비액에 덜 맞았는지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 끌며 도망가려고 안갖힘을 쓰지만 곧 인간과 마주치고 말지. 적록의 진한 눈물을 흘리며 마마를 부르며 붙잡혀서 마대에 담겨.
그 이후엔 마대자루 째로 소각로에 넣어버려.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너무 잔인하게 죽이는 거 아닌가 하는데 오히려 가스나 약물로는 엄청난 재생력 때문에 고통이 길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더라.
그렇게 구제는 끝. 자실장이나 골판지 하우스는 그냥 방치해둬. 먹이활동도 못하는 자실장들이 원룸촌에서 살아남을 수없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예산도 부족하거든.

뭣보다 그렇게 구제를 한다고 할지라도 실장석은 계속해서 버려질 것이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 예상했거든. 실제로도 세 네번 정도 같은 일이 발생해서 구제가 몇번 더 있았어.
그런데 그 이후부터 상황이 이상해졌어. 이제 슬슬 실장석이 들끓겠거니 혀를 차고 둘러봐도 도통 보이지 않는거야. 작정하고 찾아야 차 아래나 담벼락에 몸을 웅크리고 숨는 몇몇 정도.
대다수 주민들은 구제의 효과가 드디어 나왔다며 기뻐했지만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도 있었어.
당장 일본에서 대규모 구제를 시행해도 다음 해에 실장석이 득실대는데 대강 먹이활동만 되는 개체만 잡아 죽이는 구제로 효과가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되거든.

그래서 몇명이 의기투합해서 실장석을 미행하기도 하고 골판지에 카메라를 달기도 하고 그랬단 말야? 몇 개월 정도 그 짓을 반복했다는데 끝내 어떤 영상을 찍는데 성공했지.
영상은 하우스 안에서 노는 새끼들의 모습으로 시작 돼. 몇몇은 모여서 거친 천 조각 위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자고 있고 몇몇은 팔 하나가 없는 독라엄지를 톡톡 때리면서 치프픗 낮게 웃고 있었지.
그 중에서 장녀로 보이는 눈에 띄게 덩치가 큰 자실장 하나는 어떤 무리에도 끼어들지 않고 하우스 입구 옆에 기대더니 졸린지 연신 눈을 깜빡이다 이내 눈을 감아버렸어.

장녀가 눈을 감자 엄지를 괴롭히는 무리는 노골적으로 엄지를 매도하며 둘러싸서 발로 걷어차기 시작해. 이내 자실장 하나가 무언가 찾는 듯 둘러보다가 얇은 철사 같은것을 들고 엄지에게 다가갔어.
이미 여러 차례 당해보았는지 엄지는 철사를 보자마자 목이 꺽일듯이 도리질을 치더니 발길질을 버티며 일어나 도망치지만 그래봤자 엄지. 자실장들은 일부러 아슬 아슬하게 잡지 못하는 척 뒤쫓아가며 철사를 등과 엉덩이에 찔러대.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자매들에게 매도당하며, 철사에 찔려가며 도망치는 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우스 안을 3번정도 돌았을 때쯤 갑자기 몸을 돌려 입구로 뛰쳐나가 버렸어.

하필이면 입구 옆을 지나갈 때 그랬던 터라 누구도 대응하지 못했어. 그나마 상황을 파악한 자실장들이 바로 엄지를 붙잡아 데려왔지만 이미 엄지는 마마를 부르며 울음을 터트린 뒤였지.
소리에 놀라 깬 장녀가 황급히 엄지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려치자 엄지의 머리가 움푹들어가더니 눈알 하나가 튀어 나와. 이어지는 건조한 파열음.
장녀가 신경쓰지 않고 골판지 하우스의 입구를 닫으려하지만 갑자기 성체 실장석이 들어와 장녀를 발로 차 날렸어. 맞은곳이 좋지 않았는지 벽에 부딪혀 떨어져서도 장녀는 치이이 가느다란 소리만 낼 뿐 그 자리에서 움찔거리기만했지.

자매들은 동시에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해. 마마를 부르기도, 장녀챠는 일어나 달라고 애원하기도 하며 어째 누가 시킨것마냥 억지로 소리를 키워 시끄럽게 굴며 탈출하려고 애를 써.
성체는 동요하지 않고 차례차례 새끼실장을 죽이기 시작해. 새끼의 머리를 내려쳐 부수고 발로 걷어 차 내장을 파열 시켜. 기어서 몰래 나가려는 녀석은 발을 내리꽂아 허리를 끊어버리며 전진해.
이윽고 부자연스럽게 불룩불룩 튀어나와 있는 천 조각을 마구 밟아 들춰서 내용물을 슥 보더니 겨우 상반신을 일으킨 장녀에게 다가가서는 억지로 턱을 잡아 당겨 머리통을 뽑아버려.

장녀가 걷어차이고 고작 1분. 피와 살점이 낭자한 현장에서 성체는 무엇인가를 찾는듯 보온재를 들춰보고 운치굴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빈손으로 하우스를 떠났어.
일반인이야 그냥 역겨운 놈이 역겨운 짓을 하고 떠났다고 생각하고 말텐데, 실장석의 생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금새 이상한 점을 알아챌거야.
당장 성체 실장석이 하우스에 침입했다는 것부터가 이상하지.
쓰레기가 흘러넘쳐서 먹이도 도구도 골라서 가져가는 판국에 다른 성체가 있을지도 모르는 골판지에 무작정 침입한다?
자기 몸 보신이 1순위인 실장석이라 조그만 상처로 끝날 것에도 포기하기 일쑤인데 말이지. 새끼를 죽이기만 해서 동족식개체도 아냐. 애초에 운치냄새나는 생실장고기보다 맛있는게 흘러넘치는데 굳이?

죽이는 방식도 묘하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며 괴롭히며 죽이는 것도 아니고 거의 일격에 죽였어. 반항조차 못할 장녀도 즉시 머리를 뽑아 죽이는 선에서 끝났고.
수많은 천적과 약해빠진 몸뚱이를 가진 실장석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마련이라 그것을 풀어낼 기회가 찾아온다면 주변 신경 안 쓰고 마구 쏟아내는데도 말이야.
빈손으로 떠난 것도 그래. 먹이나 도구가 목적이 아니라면 순전히 새끼들을 죽이기 위해서 침입한 것인데, 어쩌면 보온재와 운치굴을 확인한 것도 살아남은 자가 있는지 확인하려 한걸지도 몰랐지.
저 성체가 특별한 놈일 수도 있어서 사람들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어. 여태 실장석을 미행해 알아낸 하우스의 위치를 직간접적으로 다른 실장석에게 알려준거야.

결과는 두가지로 나뉘었어. 실장석들은 새끼가 없는 하우스라 판단하면 그대로 지나쳤고 새끼가 있는 하우스는 즉시 습격해서 신속하게 모조리 죽여버렸어.
예외로 친실장이 새끼와 같이 있는 경우는 서로 잠깐 위협만 하다 지나쳤는데, 이후 친실장은 하우스를 버려둔 채 새끼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버렸어.
그래, 그 성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실장석들 전체가 풍족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른 새끼실장들을 죽이려 드는상황이었던거야.
주변 상인의 협조를 받아서 확인한 cctv 영상에서는 먹이로 가득찬 봉투조차도 팽개치고 주인 모를 골판지 하우스로 달려가는 실장석의 모습이 찍혀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아무리 친실장이 통제한다 할지라도 자실장 중에선 분충이 있기 마련이고 혹독한 솎아내기를 한다 해도 실수 한번에 물거품이 되어버렸겠지. 그래서 그 가공할 번식력에도 일정한 개체수가 유지되었던거야.
우수한데다 운까지 타고난 자실장만이 성체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까.
이후 어떤 사람이 성체 실장들을 데려와서 빠루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별사탕을 눈에 먹여주는 등 살살 구슬려가며그렇게까지 새끼를 죽이는 이유를 물어보자 한결 같이 똑같은 말을 하였다더라.
"닌겐은 동족이 많아지면 죽이는데스. 다른 자들을 죽이면 동족이 많아지지 않는데스. 와타시의 자만이 세상에 남는데스."
마마에게서 배운 것인데스. 실장석들은 그렇게 말을 맺다 해.

실장석의 자식교육은 대가 끊길때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이들은 단 하나의 실장석에서 나온 한 핏줄이었던 거야.
그 실장석의 생존 전략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현재로선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건 그실장석의 자들이 다른 실장석들을 배제하고 대를 이어 살아남은 거니까.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 실장석이 지금의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자들이 세상에 퍼졌으니 기쁜 울음소리를 낼까. 아니면 자신의 자들이 그 자들을 서로 죽이는 모습을 보고 검은 눈물을 흘리며 울음소리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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