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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자실장 (ㅇㅇ(urari21), 세레브사육우지레후)



고아가 된 지도 일주일 째. 그래도 자실장은 살아있었다.

풀잎에 맺힌 이슬로 겨우 목을 축이고, 애호파가 먹이를 뿌려 성체실장들이 붐비다가 모두 떠난 자리에서 부스러기를 조금씩 모아 버텨왔다.

옷은 더러워졌고, 찢긴 자국도 보였다. 뒷머리 중 한쪽은 대부분 뽑혀나가 몇 올 남지 않았다. 그래도 독라는 아님에 감사했지만, 때가 덕지덕지 낀 얼굴에서 냄새가 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자실장은 지나가던 성체에게 말을 걸었다.

“오바상, 오바상! 귀여운 와타치의 마마가 되어주길 바라는 테치! 와타치 운치 잘 누는 테치! 밥도 잘 먹는 테치! 춤도 잘 추는 테치! 한번만 봐주시길… 테에에엣!”

자실장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성체는 귀찮다는 듯 자실장을 밀치고 지나갔다. 들고 있던 비닐봉지가 꽉 차있어서 자실장을 보존식으로 만들 가치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밀쳐서 넘어진 자실장은 겨우겨우 일어나서 엉엉 울며 성체를 따라갔다.

“왜 미는 테치! 키우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는 테치! 테에엥!!! 그럼 대신 먹을 거라도 달라는 테치!”

성체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어차피 그냥 간다고 자실장이 자기 걸음을 따라오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눈에 띄어선 좋을 게 없었다. 얼굴을 찌푸리며 성체는 자기 팬티속에 손을 넣어 벅벅 긁더니 그것을 자실장에게 던졌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는 데샤! 따라오면 죽여버리는 데스!”

투분. 일반적인 투분과는 달리 말라붙은 팬티 속에서 긁어낸 운치 찌꺼기일 뿐이라 수분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배 씨가 꼬르륵하는 와중이라 자실장은 운치 찌꺼기에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입에 넣었다. 맛이 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동생이었던 엄지가, 하필이면 마마가 솎아내기로 결심했던 그 날 인간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일어난 일가실각에서 겨우 운좋게 살아남은 자실장.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자실장은 엄지를 원망했고, 닌겐을 원망했다. 그렇다고 마마가 살아돌아오진 않았다.

새로운 마마가 필요했다. 인간은 어째선지 실장석에게 먹이를 뿌리면서도 가까이 다가가면 죽이는 무서운 존재였기에 의지할 곳은 성체실장 뿐.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만난 성체실장들은 모두 자신을 싫어했다. 가끔 호의적으로 나오는 성체 또한 자신을 보존식이나 운치굴 노예로 쓰려는 계략이었다. 노예따위가 되고싶지 않다. 새 마마에게서 사랑받고 싶다.

포기할 순 없었다. 일주일은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집도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더 버틸지는 미지수. 곧 마마가 말한 겨울 씨라는 것이 올 시기였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성체에게 자신의 마마가 되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엄지챠는 마마의 소중한 자인데스.”

“하이, 마마! 사랑하는 레츄!”

곧이어 자실장의 또 다른 타겟이 나타났다. 다른 성체와는 달리 비교적 깨끗한 용모의 성체와 갓 태어난듯한 엄지. 누가봐도 주인 멋대로 임신했다 쫓겨나 공원 화장실에서 출산했는데 엄지 하나 빼고 다 잡아먹힌 세상물정 모르는 원사육실장이었다. 친실장이 겨울 직전에 하필 엄지를 애지중지하며 키우겠다는 결심을 한 것만 봐도 여기에 입양되어봤자 일가실각이 뻔했지만, 고아 자실장은 그런 것을 알 리도 없고 안다 해서 물불을 가릴 수도 없었다. 저딴 쓸모없는 엄지도 애지중지할 정도면 자신도 키워줄 것이라 기대한 고아는 원사육실장에게 다가갔다.

“오바상! 저런 쓸모없는 엄지는 버리고 대신 카와이한 와타시를 키워주길 바라는 테쯍!”

아무에게나 쓰지 않았던 필살 애교까지 선보이는 자실장이었다.

“오마에는 뭐인데스? 감히 와타시의 자가 쓸모없다고 한 데스?”

“레프프, 딱 봐도 천박한 들실장인 레치, 마마! 신경쓰지 말고 가는 레치!”

자기 마마가 아직도 사육실장이라고 생각하는 멍청한 엄지가 거든다.

“엄지챠의 말이 맞는데스. 어디서 분충이 주제도 모르고 감히 세레브한 와타시의 자가 되겠다는 데스까? 저리 꺼지는 데스.”

“레프프, 세레브한 마마가 이해하는 레츄! 딱 봐도 가정교육 제대로 못 받은 티가 나는 분충인 레치! 하긴, 마마가 뒈져버린 고아이니 당연한 레치!”

자실장의 피가 거꾸로 솟았다. 하필이면 제일 증오하는 엄지한테서 그런 말을 듣다니. 그 입놀림에 화답하듯 자실장은 괴성을 내며 엄지에게 달려들었다. 저 엄지를 죽이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겠노라고 다짐하며...

파지직-

...자실장은 쓰러졌다.

“이 망할 분충이 감히 와타시에게 덤빈 레츄까?”

화를 내는 엄지의 발길질이 고아를 강타했다. 친실장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는 실장용 스턴건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나마 쫓겨날 때 챙겨온 이것으로 출산 당시 엄지를 겨우 지켜냈다. 이딴 고아한테 그 소중한 엄지를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다. 엄지를 보는 친실장의 표정은 다시 온화해졌다. 어쩌면 저렇게 운치를 싸는 모습도 어여쁠꼬. 쓰러진 고아의 얼굴에 운치를 뿌직뿌직 싸지른 엄지는 상쾌한 얼굴로 마마에게 달려들었다.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고아는 색눈물을 흘리며 떠나가는 모녀를 지켜보기만 한다. 눈이라도 감고 싶지만 몸이 마비되어서 두 모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보고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역이었다. 엄지가 친실장에게 애교를 부리고 친실장이 엄지에게 착한아이를 하는 동안 고아 자실장은 자신의 마마를 생각했다.

서럽다.

사랑받고 싶다.

잠시 시간이 지나가 몸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실장은 엉엉 울면서 엄지가 싸지른 운치를 집어던지려고 했으나, 그 순간 배 씨가 또 꼬르륵거렸다. 망할 엄지의 운치따위 먹기 싫었지만, 생존욕구에 그 자존심이 패하고 만다. 이렇게 자실장은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것이다.

배를 채우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자실장이 지켜보고 있다. 저 아이는 뭘까. 고아는 방금 전의 굴욕도 잊고 자실장에게 다가갔다.

“안녕 테치!”

고아에게 밝게 인사를 건네는 친구. 고아는 저도 모르게 자기도 인사했다. 자신과 비슷해보였다. 얼굴이고 옷이고 먼지투성이의 자실장에게 고아는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다.

“와타시, 오마에와 친구가 되고싶은 테치!”

“테에?”

밑도끝도 없이 친구가 되자는 그 친구. 고아는 다소 황당했으나 그래도 친구가 되면 친구의 마마가 자기도 키워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친구의 손을 잡고 그러자고 했다. 그 뒤 머뭇거리며 말을 꺼낸다.

“오마에, 마마는 어디계신 테치?”

“와타시는 마마가 없는 테치. 자매도 없는 테치. 그래서 쭈욱 외로웠던 테치. 하지만 오마에와 친구가 되서 좋은 테치!”

하긴, 마마가 있었다면 먼지투성이일 리가 없겠지. 고아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친구가 자신과 같은 신세라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자매가 생긴 기분이라고나 할까.

“와타치도인 테치. 그래서 지나가는 오바상들에게 마마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는데 계속 퇴짜인 테치... 요새 제대로 먹지도 못한 테치… 테에엥…”

어느새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는 고아를 보며 친구는 슬픈 표정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이내 고아의 손을 잡으며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와타시와 같이 다니면서 부탁하면 들어줄지도 모르는 테치요! 와타시는 이 공원이 처음이니 오마에게 안내를 하면서 다니면 어떤 테치?”

“같이… 테치…?”

객관적으로 피도 안섞인 군식구를 하나 늘려달라는 부탁과 둘이나 늘려달라는 부탁 중엔 후자가 더 수락률이 떨어지지만, 물론 이런걸 파악한다면 자실장 지능이 아니다. 고아는 어느새 친구와 같이 자매가 되어 상냥한 새 마마 밑에서 마음껏 먹고 마음껏 싸고 마음껏 춤추며 골판지가 떠나가라 신나게 노래부르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행복회로가 보여주는 환상은 그야말로 무한대였으니까.

두 자실장은 손을 맞잡고 같이 지나가는 성체실장에게 다가갔다.

“오바상! 와타치타치를 키워주는 테치! 와타치타치는 운치도 잘 싸고 밥도 잘 먹는 테치!”
“지금이라면 원 플러스 원인 테치! 와타시타치는 춤도 노래도 일품인 테치!”

성체는 짜증났지만 내심 쾌재를 불렀다. 먼지 묻은 놈은 맛난 간식거리에 운치 묻은 놈은 독라달마자판기로 활용할 수 있었으니. 그러나 그 기대감은 곧 식어버렸다. 성체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한 닌겐이 벤치에 앉아서 이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닌겐 앞에서 동족식 같은 난폭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끔찍하다,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즉시 자신도 같은 꼴로 만들거나 소문이 퍼져서 공원에 애호파 닌겐이 오지 않게 된다. 공원 보스가 누누이 강조하던 금기사항을 지키기 위해 성체는 자실장들을 무시하고 몸을 홱 돌려 가던 길을 갔다.

“또 거절당한 테치…”

성체에게 힘차게 자신을 어필했더니 배 씨는 또 다시 꼬르륵하게 되었다.

“배고픈 테츄…”

“와타시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 테치.”

두 자실장은 두리번거렸다. 곧 고아 자실장이 근처를 기어가던 개미를 발견했다. 좋다고 테치테치 뛰어가 개미를 집어들자 친구가 뭔가 하고 따라왔다. 고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개미를 바라보았다. 맛있어보였다. 곧 반으로 나눠 친구에게 나눠주는 고아였다.

“자, 먹는 테치!”

“이런걸 먹는 테치?”

적잖이 당황한 친구는 고아가 건넨 반토막을 돌려주었다.

“와타시는 아직 괜찮은 테치. 나중에 먹으면 되는 테치. 오마에는 많이 굶은 것 같으니 오마에 많이 먹는 테치.”

“테에에…”

살짝 마음이 상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걱정해서 양보한 것이리라. 고아는 개미 한 마리로 다시 배를 채웠다. 곧이어 마마찾기가 재개되었다.

“오바상! 귀여운 와타시를 장녀로 삼아주길 바라는 테츙!”

“어디서 고아가! 저리 안꺼지는 데스?!”
“오마에같은 분충이 뭔데 와타시를 제치고 장녀가 되려는 테치? 미친테츄?”

“테에엥…”

……

“오바상, 오바상! 와타시 마마가 없는 테치! 이래서는 겨울 씨까지 살아남기 힘든 테치! 그러니 가엾은 와타치를 키워주길 바라는 테치!”
“키워주면 와타시타치가 매일매일 노래를 불러주는 테치!”

“지랄마는 데스. 데프프, 운치굴 노예로는 받아줄 수 있는 데스.”

“운치굴 노예는 싫은 테챠아아!!! 왜 세레브한 와타치가 그딴 취급을 받아야 하는 테치?”

“꼴에 물불 가리긴. 싫으면 마는 데스. 지금 닌겐들이 주변에 있어서 즉시 독라달마로 만들지 않는걸 감사히 여기는 데스 데프프...”

“테에엥… 운치굴 노예 말고 자가 되고 싶은 테치…”
“힘내는 테치! 오마에를 키워줄 마음씨 좋은 오바상이 있을것인 테치!”

……

“오바상, 오바상! 총구가 아니라 마음으로 낳은 자도 키워볼 생각 없는 테츄까?”

“오마에, 저번에 엄지 때문에 닌겐에게 실각당한 일가의 자 아닌데스? 아직도 살아있었던 데스?”

“테… 테에에에!!! 보스 상!!!”

“실각당한 분충일가의 자를 누가 미쳤다고 키우는 데스?! 그 집안도 실각시킬 일 있는데스? 오마에는 저주받은 일가의 일원인 데스! 와타시는 엮이기 싫으니 알아서 혀깨물고 자살하는 데스!”

쩌적-

“너, 너무한…”

“와타시 눈 앞에서 사라지는 데샤아아아!!!”

“테챠아아아아!!!(빵콘)”
“친구상, 일단은 도망가는 테치! 보스라는 오바상은 무서운 오바상인것 같은 테치!”


……

“계속 거절만 당한 테치…”

고아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빵콘한 팬티를 벗어 다시 배를 채우고 있었다. 아까 먹은 개미의 다리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와 씹는 맛은 그런대로 있었다. 물론 운치 자체는 더럽게 맛없지만.

“친구상… 그런 걸 먹으면…”

친구가 걱정스러운듯이 말했다.

“오마에는 아직 모르는 테치. 원래 고아들은 다 이런걸 먹어야 살 수 있는 테치. 마마를 구하지 못하면 오마에도 이런걸 먹을 수밖에 없는 테치.”

“끔찍한 테치! 와타시는 그런 더러운거 못먹는 테치.”

“더러워도 어쩔 수 없는 테치! 와타치도 이런걸 안먹었으면 벌써 죽고도 남은 테치! 게다가 오늘은 운이 좋아서 그런거지, 평소땐 어떤 오바상들은 와타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테치!”

“슬픈 테치…”

친구가 자신을 가엾게 보고 있었다. 똑같은 고아일텐데 왜…? 고아 자실장은 뭔가 위화감이 들었지만 얘가 고아가 된 지 얼마 안 되서 그러겠거니 하며 팬티에 남은 초록색들을 열심히 핥았다.

이제 공원 광장에 남은 성체는 없어보였다. 모두 집에 돌아갔을 시간. 두 자실장 빼고는 사람 한 명이 벤치에 앉아 그 두 자실장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도 허탕인 테치. 이제 슬슬 잘 곳을 찾는 테치.”

“잠깐만 테치!”

고아의 손을 붙잡고 친구가 말했다.

“이번엔 저기로 가는 테치!”

닌겐.

자신을 고아로 만든 공범 중 하나.

그 때 그 닌겐은 아니었지만 닌겐이라는 종족 자체가 위험하다.
그런데 친구는 그런 닌겐에게 자신응 데려가는 것이다.

“아, 안되는 테치! 위험한 테치!”

“무슨 소리인 테치? 전혀 위험하지 않은 테치! 와타시를 믿는 테치!”

“오마에 미친 테츄까?! 닌겐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닌겐이 스스로 다가온 것이었다. 고아는 마저 말도 잇지 못하고 얼어붙었으나, 친구는 눈치가 없는건지 활짝 웃어보였다. 커다란 손이 내려와 고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손이 친구를 채가고야 말았다.










“초록아, 먼지투성이가 되었잖아.”

사육주가 물티슈를 꺼내 초록이를 닦아주었다. 금세 깨끗해진 초록이를 보며 고아 자실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인 줄 알았는데, 초록이라는 이름이 있다니.

“죄송한 테치! 친구를 따라해보고 싶었던 테치!”

“그래, 얘가 공원에서 사귄 친구야?”

초록이와 사육주가 동시에 고아 자실장을 보았다. 왠지 두 쌍의 눈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고아는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오, 오마에 고아라고 하지 않았던 테츄까? 거짓말한 테치?!”

초록이는 싱긋 웃었다.

“거짓말이 아닌 테치. 와타시는 실장샵에서 길러져서 마마도 자매도 없는 테치. 하지만…”

사육주의 손 위에서 신이 난다는 듯 빙그르 도는 초록이.

“와타시에겐 주인님이 있는 테치! 그래서 행복한 테치!”

사육실장이었다. 들실장은 될 수 없다는 사육실장. 엄지도 닌겐에게 사육실장을 요구했다가 일가가 실각되었더랬지.

눈치없이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초록아 밥 먹자. 너 오늘 아침에 공원 처음 가본다고 긴장해서 밥 못먹었잖아?”

“하이 테치! 감사히 먹는 테치!”

사육주가 꺼내준 실장푸드를 맛나게 갉작이는 초록이. 개미도 운치도 권해도 거절했던 이유는 사육실장이어서였다. 그래, 사육실장은 애호파가 공원에서 뿌리는 것보다도 훨씬 고급인 푸드를 먹어야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하얗게 된 고아 자실장이 되뇌었다.

“물론 우린 친구인 테치! 주인사마! 부탁이 있는 테치. 저 친구상…”

“같이 키워달라는 거면 안 돼. 들실장은 더럽잖아.”

“그건 아니니 괜찮은 테치. 저 친구상이 굶었다는데 푸드를 좀 나눠줘도 되는 테치?”

초록이의 호의에 고아의 앞에 떨궈진 실장푸드. 땅이 부딪혀 흙이 묻고 조금 부서졌다. 고아 자실장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들실장 체험은 어땠니 초록아?”

“별로였던 테치. 역겨운 운치와 벌레를 먹는다고 한 테치. 불쌍했던 테치. 게다가 밖에는 무서운 오바상이 가득인 테치. 주인님이 계속 지켜보지 않았으면 와타시도 무슨 꼴을 당했을지 모르는 테치. 정말-”

고아 자실장은 귀를 막았다. 그래도 들렸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라 다행인 테치!”

쩌저적-

“그래. 그런데 많은 사육실장들이 그것도 모르고 주인에게 함부로 대하고 그래서 공원으로 쫓겨난대. 우리 초록이는 그런 분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이 테치! 와타시는 공원에서 안살아서 다행인 테치!”

“그래도 이 공원, 산책용으로는 괜찮지 않니?”

“그런 테치! 그래도 보기엔 예쁜 테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가 계속 들려온다. 고아 자실장은 자신 앞의 푸드를 보았다 갈라졌다. 자신의 마음처럼. 눈치없는 개미가 그것에 다가간다. 고아 자실장은 그것을 밟아 으깼다. 그리고는 소리질렀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똥분충!!!!!!! 똥닌겐!!!!!!!!! 와타치를 속인 테챠아아아아아!!!!!!!”
“용서 못하는 테치이이이이!!!!!!! 초록인지 뭔지 씨발 오마에 당장 내려오는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여버리는 테챠아아아아아!!!!!!”

붕쯔붕쯔 달려들어 사육주의 신발을 토닥토닥 때린다. 사육주는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다. 엄지에게 투분당한 닌겐도 그 표정이었다.

이어지는 가벼운(인간기준) 발길질.

“테븃!”

멀리도 날아갔다.

“저건 먹이까지 줬는데도 지랄이야. 초록아, 봤지? 저게 들실장의 실체야. 친구인 척 해도 금방 질투해서 죽이려 든다니까?”

“테에, 저 분충은 친구인줄 알았는데 결국엔 마찬가지로 천박한 들실장이었던 테치…”

“알았지? 들실장에게 호의를 베풀어봤자 쟤네는 은혜를 원수로 갚으니까 함부로 가까이해선 안된다? 내가 한눈팔다가 순식간에 납치될수도 있어.”

“납치는 싫은 테치! 와타시는 주인사마의 말을 잘 듣겠는 테치!”

하하호호 웃으며 초록이와 사육주가 멀어져갔다. 고아는 온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으나 파킨하지도 않았기에 색눈물을, 그것도 검은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을 힘조차 없어서 안 보려 해도 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밤새 방치된 고아 자실장을 어느 들실장이 집어다 자기집에 가져갔을 땐 이미 그 고아는 파킨한 지 오래였다. 겨우내 들실장의 영양분이 되어 봄까지 버티게 해 줄 원동력이 되리라. 그리고 봄이 되면 그 들실장은 자를 낳아 듬뿍 사랑을 주리라. 물론 죽은지 오래 된 고아 자실장은 앞으로도 영원히 받지 못할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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