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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밭의 실장석들 1~4

 

야트막한 동산과 공원이 조성된 두루마리 공원에서 약 1.5km떨어진 변두리 지역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마당이 부선스럽다. 크고 높은 담벼락은 깨진곳이나 구멍하나없어 완벽하게 내부와 외부를 차단시켰다.

"마마, 언제까지 이런것 해야하는 테치?"
"오마에는 알것없는 데스."
"텟...!! 그치만..하지만 마마의 뱃속에 있을때 듣던 노래와 전혀다른 테치! 완전 다른 테치이! 이건 아닌 테치! 이런거 전혀 즐겁지 않은 테치! 행복하지도 않는 테치!"
"그래서 어쩌란 데스? 오늘 작업량 다 못끝내면 밥도 없는 데스. 장녀처럼 조용히 일이나 하는 데스"

이곳은 단독주택의 마당 한켠에서 만든 미니 실장농장 이였다. 의외로 이러한 미니농장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고 실장석도 실석류인지라 작물재배 능력이 제법 뛰어났다. 물론 실취석이랑은 비교도 안되지만 사람이 재배하는 것 보단 나았다.

"힘든 데스...."

친실장은 뽑아도 뽑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잡초를 뽑고, 돌을 고르던중 찌뿌둥한 허리를 피고 땀을 흘리며 돌과 잡초를 바구니에 넣는 아이들을 보았다. 작고 여린 아이들이 놀이도 아닌 노동을 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쑤셔왔다. 하지만 피할 방법도, 도망칠 방법도 없었다. 마마의 마마때부터 온갖 수단을 통해 도주를 시도해봤지만 빈틈없이 막고있는 나무 판때기는 흠집만 약간 나 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최근들어서 부터 쉴시간이 많이 생긴데스"

친실장은 농장 한구석에 축사처럼 생긴 작게 만들어진 건물을 보았다. 그곳엔 잠을 자고 있는 친실장 보다 조금 더 큰 저실장 한마리가 있었다. 이른바, 거대저실장. 소를 대신해 전용 쟁기를 메고 눈앞에 미끼용 콘페이토를....

"데??"

-테챱테챱!

"우마우마 테치!"

-테챱!테챱!

"훌륭한 테치! 맛좋은 테치!"

어째서 거대저실장용 미끼를 자신의 아이들이 쳐먹고 있는 것인가. 친실장은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끼며 미끼용 콘페이토(일주일치) 4개가 자실장들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볼 뿐이였다.

***

"어쩌면 좋은 데스...큰일인 데스..."
"마마 무슨 일인 테치?"
"뭔지 몰라도 걱정따위 사라져라 테칫! 와타시의 명령이니 사라졌을 것인 테치!"

친실장은 걱정의 원인인 자실장들의 행동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축사로 달려가 콘페이토만 낼름 먹어버린 자실장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해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좋은 데스. 이 넓은 밭을 거대구더기 도움없이 무슨 수로 가는 데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친실장 주위로 콘페이토를 먹어 기분이 최고로 상승한 독라의 자실장들이 잡초 한가닥을 흔들며 빙글빙글 돌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친실장은 당장이라도 주먹으로 두들겨 패서 팔다리를 모두 분질러 버리고 싶었지만 가슴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저렇게 했을까.
이 어린 아이들이 뭘 안다고 그랬을까.
얼마나 굶주리고 힘들었으면 저랬을까.
한참 먹을 시간이다.
영양이 한참 필요한 시기다.
그래, 이해해주자.
자신은 누가 뭐라해도 이 아이들의 마마가 아닌가.

물론 들실장의 87%는 콘페이토 한번 햝아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또한 이 미니 실장농장의 주인은 일주일에 한번은 콘페이토 하나씩 줄 정도로 여타 농장주들과 달리 세심하게 관리를 하는 편이였다. 문제는 신경을 써주는 만큼 그 결과에 못미친다면 벌 또한 확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친실장은 한참을 생각한뒤 나무벽에 붙은 달력을 보았다. 달력을 이해할 지능이 없지만 빨간색으로 칠해진 날에 합격/불합격 판정을 하며 지금상태로는 불합격 판정이 낙승이였다.

'불합격을 하게 되면......안되는 데스! 불합격은 무조건 피해야하는 데스!'

"오마에들 잘 듣는데스. 오마에들이 먹은 콘페이토는 저 구더기의 것인 데스. 저 구더기가 일을 하게 만들어야 앞으로 3일뒤 합격판정을 받는데스. 하지만 오마에들이 콘페이토를 먹어 합격을 받을수 없는 데스"
"테에...무슨 말인 테치?"
"너무 어려운 테치!"

친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오마에들이 구더기 먹이를 먹어버려서 빨간날에 불합격이라는 데스"
"...테? 테꾹! 텟꾹!"
"테..테...테에..테에..에에...테에에에엥!"

친실장의 쉬운 설명에 이해를 한 자실장들은 울거나 딸국질을 하며 안색이 푸르게 변했다. 그제서야 자신들이 생각없이 좋다고 먹은 콘페이토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깨달은 것이다.

불합격.

이것은 곧 지옥, 혹은 학대와 같은 단어였다. 과거 딱 한번 불합격 판정을 받았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 아직도 떠오를 정도였다. 장녀는 슬그머니 두쪽이 났었던 복부에 손을 대본다. 차녀는 발에 밟혀짖이겨진 두 팔을 안고 덜덜 떨었다.

"부, 불랍격은 싫은 테챠아! 불합격, 싫은 테치! 불합격은 너무한 테챠아아!"
"싫은 테치...싫은 테치...싫어 테갸아! 마마 구해주는 테치! 살려주는 테챠아아아!!"

뿌륵뿌릇 운치를 지리는 자실장을 보며 친실장은 눈을 감았다. 생각이 정리가 된다.

"오마에들! 정신차리는 데스!"

친실장의 고함에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 자실장들은 멍하니 친실장을 보았다.

"먹이가 사라진 구더기는 이제 쓸수가 없는 데스! 그러니 구더기 먹이를 먹은 오마에들이 책임지고 일을 하는 데스!!"
"테챠!"
"테에?"

고개를 동시에 갸웃거리는 자실장들은 멍청한 표정으로 친실장을 보았다.

"어째서 와타시가 일을 하는 테치?"
"그런 테치. 마마가 있는데 와타시가 일을 하는 테치??"

친실장의 이마에 핏대가 솟구쳐 올랐다. 친실장은 어째서 그런 말을 하냐는 듯 표정을 짓는 자실장들을 무시하며 성큼성큼 걸어가 전용창고로 들어가 나왔다. 들어갈때와 다르게 나올땐 친실장의 손엔 가느다란 채찍이 들려있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 앞에서 채찍을 강하게 한번 휘둘렀다. 어설프지만 파공성과 함께 흙바닥에 아주 가느다란 줄이 하나 생겨났다. 사람이 보기엔 그냥 흙바닥과 무슨 차이인지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실장석들의 시점에서 본다면 흉흉하기 그지없는 줄이였다.

"이제부터! 와타시는! 마마가 아닌데스!"
"테에에에??"
"테히이잉..."
"오마에들이! 밭을 다 갈때까지! 노예로 대접해주는 데스!! 그럼, 일을 하라는 데스!"

-촤악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채찍소리에 기겁을 하며 이제는 쓰지않는, 과거에 사용했던 자실장전용 쟁기를 창고에서 꺼내와 어깨에 메고 힘겹게 걷기시작했다.

"테에...테헥...테에엑...힘든, 테치힝..."
"어깨아픈 테츄...다리씨 따끔따끔 테츄...허리씨도 아픈 테에에엥!"

자실장들은 쟁기를 끈지 3분도 안되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막내인 차녀는 눈물을 흘리며 연신 화난 표정의 감독중인 친실장의 모습을 힐끔힐끔 보고있었다. 친실장은 힘들어하는 자실장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수가 없다. 성체인 자신은 불합격시 받는 고통은 자실장들과 차원이 다른 진짜배기 학대를 받는다. 아무리 자신이 자실장들의 친실장이라고 해도 불합격은 절대로 싫었다. 여차하면 아이들은 다시 낳을 준비마저 되어있기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농땡이를 하려는 자실장들에게 휘두르는 채찍엔 가감이 없었다.

"노예! 일을 하라는 데스!"

-짜악!

"테쟛-!"

"노예! 쉬는건 없는 데스!"

-짜악!

"테챠악!"

그렇게 서너번의 채찍질이 더 하고나서야 등짝에 빨간줄이 죽죽 그어진 자실장들은 운치와 눈물을 쏟으며 쟁기를 이끌었다.

"테에에...에엑..."
"테피히...테휴우..."

2시간의 고강도 노동이 끝나자 쟁기를 버리듯 벗어던지고 축축하고 서늘한 흙바닥에 누운 자실장들의 모습은 엉망이였다. 뒷통수, 등짝, 팔다리 할것없이 얼마나 채찍에 맞았는지 빨간줄이 마구 그어져 있었다.

"눈이 아직도 욱씬욱씬거리는 테치이..."
"오네챠 눈 괜찮은 테치?"

차녀는 친실장이 한눈을 팔때 농땡이를 피다 걸려 안면에 채찍을 맞은 장녀를 걱정했다. 하필이면 눈알에 맞아 한쪽눈이 세로로 줄이 그어져 찌그러져 있었다.

"잘 안보이는 테치..."
"너무한 테치! 심한 테치! 이건 마마가 할 짓이 아닌 테치!"
"그런데스. 오마에들, 와타시가 분명이 말했던 데스. 이 밭을 다 갈기전까지 마마가 아니라고한 데스. 언제까지 쉬고 자빠질 데스까! 당장 일어나서 움직이는 데스!"

-짜악! 짜악!

"테갸아아-! 일어난 테치! 일하는 테치!"
"와타시 오네챠보다 빨리 일어난 테치! 때리지 마는 테치! 오네챠를 더 때리는 테치이!"

5분간 잠깐의 휴식이 끝나자 다시 쟁기를 이끄는 자실장들. 하지만 시간에 비해 갈려진 밭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친실장의 최악의 경우를 다짐했다.

"노예! 더 빨리 일하는 데스! 발걸음이 느려진다 데스우!!"

그렇게 중천에 뜬 해가 저물때까지 채찍 휘두르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테챱...!테챱테챱! 밥이 평소보다 맛난 테치! 엄청난 테치!"
"콘페이토 같은 테치! 아마아마한 테치이!"

일일할당량을 무사히 마친 덕분에 저녁밥을 얻은 친자실장들은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저급이 아닌 일반푸드를 사료로 받는 친자실장들은 평소와 똑같은 밥이지만 오늘따라 밥맛이 꿀맛이였다. 평소에 딴게 먹고싶다고, 푸드는 질렸다고 징징거리는 차녀조차 아마아마 소리를 쏟으며 미친듯이 먹고있었다. 친실장 또한 지속적인 채찍질로 노동을 지속적으로 해서 그런지 밥맛이 평소보다 맛있었다.

'....데이...역시 그런데스? 채찍질을 하니 밥맛이 훌륭해진 데스? 그런 데스??'

친실장의 눈이 위험하게 빛이 났다. 그렇게 순식간에 밥을 해치우고 물를 꿀떡꿀덕 마신 자실장들의 피부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공복감이 사라지고, 갈증도 해소되었다. 자실장들은 밀려오는 잠에 밥그릇 근처에서 드러누워 하늘을 보았다.

"주인님, 밤에도 일을하게 불을 밝혀주는 데스"
"테갸아아아?! 마마, 미친 테치?!"
"테샤아아-! 더이상 못한다 테치! 안하는 테치! 거부하는 테샤아아!"
"닥치는 데스! 노예주제 말이 많은 데스! 일해라 데스! 더욱더 일하는 데스!!"

-촤악!

자실장들의 노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친실장은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자실장들을 채찍질한것 만으로 평소 자신이 일하던것 이상의 효율이 나온다. 무식하게 자신이 일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몸도 편하고, 쉬고 있는데 밥도 먹을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혼자서 고생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저렇게 자신을 대신해서 일하는 것들이 있다. 깨달아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친실장은 그렇게 권력이 무엇인지 서서히 눈을 뜨기시작했다.


자신을 대신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친실장에게 있어서 세계멸망급의 충격이였다. 편해도 이리 편할수가 없다. 그동안 뼈가 부러지게 일을하던 자신을 돌이켜보며 반성한다. 친실장은 채찍을 잡은 손에 힘을 더욱더 주며 휘둘렸다. 이것을 많이 휘두를수록 자신이 더 편해진다 라는 것을 알았다. 몰랐으면 모르되 한번 알아버린 이상 되돌릴수없다.

'이제부터 오마에들은 와타시의 아이들이 아닌 노예인 데스.'

흐뭇한 표정의 친실장과 대조되게 자실장들은 파리해진 안색으로 전신을 덜덜떨며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을 떼고 있었다. 멍하니 풀린 눈동자와 길게 턱밑까지 축 늘어진 혀. 반쯤 정신이 풀린 자실장들은 기계와 같이 후들거리며 쟁기를 끌고 있었다.

주변은 이미 짙은 어둠속에 잠겼지만 마당밭은 유난히 밝았다.


***

오후 11시가 넘어서 끝난 노동에 자실장들은 쟁기도 벗지않고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 노동실장으로 평소에 해오던 일 이상으로 한 자실장들은 네무리 가스에 취해 기절한 수준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친실장은 쓰러진 자실장과 채찍을 번갈아 보더니 채찍을 버리고 울면서 다가가기 시작했다.

"미안한 데스! 마마가 미안한 데스우! 데에에엥!"

쓰러진 자실장의 뒷통수를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채찍질로 생긴 자국을 느낄때마다 가슴이 욱씬거렸다. 친실장은 후회를 하며 자실장의 쟁기를 벗기고 안아들며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데에....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확실히 편했던 데스우."

친실장의 중얼거림을 들을 자실장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침을 질질 흘릴 뿐이였다.

***

다음날 일어난 자실장들은 집에 있는것을 깨닿고 어재의 무서운 마마가 아닌 평소의 마마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마마 무서운 테치이"
"그런 테치. 엄청 무서웠던 테치"
"어재는 마마가 미안한 데스. 밥을 먹고 다시 일하는 데스"

친실장이 돌아왔다. 마마가 원래의 마마로 돌아왔다. 자실장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귀를 파닥이며 아침밥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챱챱거리며 먹기시작했다.

"마마가 돌아와서 다행인 테치이"
"오네챠 말이 맞는 테치. 정말 다행인 테치"
""테프프프""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들을 흐뭇한 미소로 보며 어재 자신이 너무 심했다며 반성을 한다. 10시가 될 무렵 친자실장들은 기운차게 집밖으로 향해 나아갔다.

햇살은 포근하다. 적당히 부는 따스한 바람이 온 몸을 스칠때마다 간지러운듯 자실장들은 테르륵 거리며 웃는다. 모래와 자갈, 돌멩이를 골라낸 흙바닥은 푹신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좋은..."
"산책을 부르는 날...씨..."

-촤악!

멍하니 중얼거리는 자실장들의 귀로 들려선 안될 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브르룻
-브리릿

인지할 틈도 없이 자실장의 안다리 사이로 녹색의 찐득거리는 냄새나는 액체가 흐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소리에 자실장들은 본능적으로 빵콘을 하였다. 사타구니 사이로 흐르는 뜨뜻미지근하면서도 찐뜩한 느낌의 액체에 자뭇 기분이 상할만도 하지만 그것을 인지할 틈조차 없었다.

“마마,마마마?!”
“어-,째서 테치이-?!”

자실장들은 거의 숨이 넘어갈듯이 폐를 비틀어 짜내 뾰족한 소리로 간신히 친실장에게 말을 하였다.

“닥치는 데스! 일하는 시간만큼은 오마에들은 더이상 와타시의 자가 아닌데스! 노예인 데슷! 일해라, 노예데슷!”

짜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실장들은 눈앞에 길게 파인 흙바닥을 보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코를 간질거리는 흙먼지도, 사타구니를 타고 흐르는 똥도, 눈물이 앞을가려 울렁거리는 시야도 알아차리지 못할정도로 슬픔에 빠져있었다. 아직도 전날 고된 노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움직일때마다 관절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통증과 채찍으로 인한 열상이 등에서 후끈후끈 거리는것 같았다.

“빨리 쳐 움직이라는 데샤!!”

하지만.
친실장의 고함과 이번엔 더 가까이 후려쳐진 채찍앞에선 다른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폭력이라는 실질적인 물리적 공포가 형상화 되어 눈앞에 휙휙거리는데 자실장들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무거운 쟁기를 스스로 입어야했다.

“테....히이-!”
“테...쮸아아압!”

기합소리인지 곡소리인지 알수없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쟁기를 끌며 밭을 가는 자실장들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호통을 치는 친실장의 모습은 누가봐도 훌륭한 노예감독과 노예의 모습이였다.

1시간 노동후 10분 휴식. 덥혀진 체온을 식히기 위해 쉬는시간이 되자 혀를 내빼며 흙바닥을 뒹구는 자실장들에게 물그릇을 든 친실장이 다가와 물을 뿌려주었다. 자실장들은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차가운 물에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받았다. 고작 물이 뿌려졌을 뿐인데 왜이렇게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가슴 벅찬지 알수없지만 친실장의 이마에 맺힌 한줄기 땀방울에 햇살이 부딫쳐 찬란하게 산란되는 것을 보자 왠지모르게 입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예전에 마마가 와타시들처럼 바닥을 굴렀던 테치. 그때는 누가 물도 안뿌려주었던 테치....”

고작 몇일 전이였지만 이 넓은 밭일의 60%는 친실장이 해냈다. 그저 자실장들은 하는척만 할뿐 실질적인 도움은 거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밭일이 이렇게 힘든지를. 친실장의 땀이 그냥 땀이 아니였다는 것을.

“마마...미안한 테치이. 마마는 더 힘들었을거란 테치...”
“미안, 테치...”

자실장들의 말에 친실장은 채찍을 쥔 손이 부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자실장의 말에 친실장의 내면에선 개인의 안락함과 자들에 대한 애정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내적갈등에 빠진 친실장을 힐끔거리며 본 자실장들은 모래시계가 다 떨어져 새롭게 뒤집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최대한 숨소리마저 죽인채 조금이라도 쉬는시간이 늘어나는것을 유지할려 애를 썼다. 행여나 소리를 내서 친실장의 내적갈등이 빨리 끝날까 두 손으로 입을 막던 자실장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비명을 빽 지르며 벌떡일어났다.

“...빨리 일이나 하라는 데스! 오마에들 뭘 더 쉬고 있는 데스까!!”

친실장의 내적갈등은 안락함을 유지하는 쪽으로 빠르게 끝났지만 콘페이토 같았던 휴식시간을 무려 5분이나 더 쉴수있었다. 자실장은 순순히 일어나 미적거리며 쟁기를 입었다. 장녀와 차녀는 눈빛을 교환하며 작전이 성공했음을 깨닫고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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