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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볶음(탕요리 편)

 

아수라장이 이럴까.
커다란 냄비안에 갇힌 엄지실장 30여 마리를 본다면 때론 덧없음을 느낀다.

식실장에게서 태어난 엄지실장들은 점막이 벗겨지자 마자 영문도 모른채 옷과 머리카락을 뺏겨야 했다. 막 태어난 엄지실장이지만 본능과 위석에서 전해지는 정보로 자신이 독라가 되었다는 것을 깨닿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수십마리가 전부다 독라가 되어 진다면 다같은 독라이기에 오히려 차분해진다.

"주문하신 엄지볶음 특짜리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본격적으로 요리가 시작되기전 냄비안을 본다면 엄지들은 다양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볼수가 있다.

태반이 그저 우는 놈들이지만 냄비 가장자리의 몇몇은 점프하거나 한놈을 밟고 올라가 점프, 3~4마리가 뭉쳐 등을 보인채 떨거나 서로 싸우는 놈, 아첨하는 놈, 냄비안을 빙글빙글 도는 놈, 노래를 부르는 놈, 춤을 추는 놈, 엉덩이를 내뺀채 핏대를 세우는 놈, 엎드려서 이빨을 보이며 위협하는 놈, 행복회로를 돌리며 웃는 놈 등등 실장석들이 위기시에 할수 있는 모든 행동등이 냄비 하나에 담겨있다.

실장볶음의 묘미는 바로 이러한 모습에 있다. 맛도 맛이지만 보는 맛이 각별한 실장볶음. 본격적으로 불을 올리면 달궈진 냄비안은 비명이 휘몰아친다. 달아오르는 냄비안에 피부가 벌겋게 변하며 단체 댄스타임(강제)이 시작된다. 30여마리가 단체로 추는 춤은 장관이기도 하다. 그러다 탈진하거나 다리가 익어 쓰러지는 놈들이 반쯤 되면 준비된 뜨거운 육수를 붓고 기다린다. 뜨겁다고는 해도 액체로 인해 냄비의 온도가 내려가면 그제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잘도 뜨거운 육수를 벌컥벌컥 마신다. 하지만 마시는 순간 육수의 맛을 느낄려는 찰나에 혀와 목, 분대가 데쳐져 익어버린다. 익은 분대는 활동이 완벽히 멈추기에 운치는 나오지 않고 설사 아무것도 안먹는다해도 태어나자마자 먹은게 없기에 운치는 나오지 않는다.

육수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게 된다면 이번엔 단체수영이 시작된다. 사방에서 육수가 튀며 다른 녀석들을 밟고 올라가는 자리싸움이 시작. 15마리가 올라서면 차례차례 하나씩 부재료들을 쏟는다.

그리하여 또다시 시작되는 2차 자리싸움. 더 높은, 더 안전한 부재료를 선점하기 위해 싸우는 엄지실장들. 한번 승리를 맛본 녀석들이기에 더욱더 싸우는 자세가 진지하고 치열하다!

물론 대부분 선빵을 친 녀석이 이기기도 하지만 한편의 역전드라마를 쓰는 녀석들도 30마리 모아놓으면 한두마리 정도면 생기기 마련. 그리고 이 싸움의 불꽃을 더욱더 살려줄 마법의 조미료가 있으니.

-마지막으로 승리한 단 한마리는 사육실장이 될수있다.

이 말 한마디를 하는 순간 엄지실장의 눈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온갖 전략들이 튀어나온다. 부재료를 이용한 공격부터 뒷치기, 연합, 배신, 은신 등등 흥미진진한 사투가 펼쳐진다. 필사의 기력을 다해 싸우는 엄지들. 그리고 마지막 한마리만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영광스러운 사육실장의 자리를 맞이하기 위해 고개를 들고 두 팔을 들어 활짝 필때 잽싸게 뚜껑을 닫고 화력을 최대한으로 올린다.

그렇게 5분을 끓이고 뚜껑을 열면 분홍빛으로 두 팔을 벌린채 맛있게 익은 엄지볶음탕(특대)을 볼수가 있다. 맨 처음 바닥에 깔린 녀석은 이미 살점이 다 부스러져 국물에 녹아있고(뼈도 마찬가지), 두번째 깔린 것들은 젓가락을 대면 살이 녹아 흐르며 스지같은 뼈만 남는다. 세번째는 적당한 탄력에 재료속에 파고든 녀석을 먹는 재미가, 마지막 최후의 승리엄지는 쫀득한 식감에 마지막 승리실장 답게 강한 생명력을 먹는 기분이 든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넣으면 올갱이국 같은 새끼손톱 반만한 저실장 수백마리가 들어간 별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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