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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면 고향

 

그것은 3월 말의 일이다.
어느 남자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연립주택에서 북서쪽으로 3분 정도 걷는다.
거기에는 편의점이 있다.
그 편의점 앞에는 전철역이 있다.
역에서 전철을 타고 5분 정도 가면, 개발된 거리에 이른다.
베드타운과는 다른, 활기 넘치는 거리.
알바를 하든, 유흥을 즐기든, 여기라면 곤란할 것은 없으리라.
남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을 보면서 이제부터의 생활에 기대를 품었다

대충 활기 넘치는 거리를 둘러보고는 베드타운으로 돌아간다.
역에서 반대방향, 동남쪽으로 걸어가면 수퍼마켓이 있다.
연립주택에 사는 주민은 물건을 사는데 불편할 일은 없겠지.
무엇보다도 집주인의 집이 연립주택 앞에 지어져있다.
여차할때, 믿을만한 사람이 근처에 살고있다고 하는것은, 부모곁을 떠나 인생 최초의 자취를 하려고 하는 이 남자에 있어 무척 든든한 일이었다.

운좋게도 1층의 모서리방을 잡은 남자가, 유리 너머로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날씨가 좋기 때문인지, 남자의 얼굴에 아플 정도의 햇살이 닥쳐든다.
눈이 부셔서 얼굴을 아래로 향할때에야 남자는 바닥에 햇볓이 쬐어 색이 바래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눈치챈 모양이다.
해가 잘 드는 방.
그도 그럴것이, 연립주택 앞에는 그늘을 지게하는 건물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눈에 비치는 것은 녹색.
그것이 인공적으로 배열된 나무들이 보여주는 녹색이라 하더라도, 남자에게 있어서는 멀리 떨어진 고향을 방불케하는 녹색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신록을 보면서 남자는 웃었다.
아무래도 이제부터의 생활에 남자는 불안보다는 희망을 느끼는 모양이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랬는가, 창문을 열어 바람을 방 안에 들인다.
풍향이 바뀌었는지, 바람이 한차례 타이밍 좋게 방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상쾌한 봄바람을 기대했는데, 음식물쓰레기와 똥을 더하여 둘로 나눈듯한 냄새가 남자의 코에 닿은 것이다.

즉시 창문을 닫고, 무심코 코를 막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변함없는 녹색.
다만, 그 녹색이 이번에는 움직이고 있다.
비닐봉지를 한 손에 들고, 아장아장 하면서 뭔가 떨어진거 없나?하는 느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배회하는 생물.
그녀석은 의기양양한 낯짝으로 남자의 집의 자그마한 마당을 횡단하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그 생물을 작게 만든듯한 생물.
테치테치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허리를 굽히고 똥을 싸기 시작한다.
어디에 들어있었는지 황당할 정도로 대량의 선물이 마당에 떨어진다.
테치텟치ー잉 하면서 기분좋다는듯이 목젖을 울리더니, 작은 생물은 비닐봉지를 든 같은 모습의 생물을 서둘러 따라갔다.

그 광경을 보고,
아아, 그렇군, 이래서 집값이 싼거구나.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일이 그렇게 잘 돌아갈리가 없지.
침대 정도밖에 가구가 놓여있지 않은 방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정들면 고향이랍시고, 불만을 막는 고마운 속담도 있지만, 그거 거짓말이었군.
연립주택에 살기 시작하여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남자는 생각했다.

4월에 들어서 꽃가루가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하자, 기온과 비례하는 것처럼 공원에 사는 실장석들도 또한 그 수를 늘려버린 것이다.

이 시기가 되어보니 악취는 참기 어려운 것이 되어있었다.
틈새로 들어오는 분뇨의 냄새.
그것은 몇 년 정도 청소한 흔적이 없는 공중변소의 공기와 닮은 것이었다.
그런 것이 남자의 방 안을 점령하고 있다.
탈취제를 몇 개 설치해보아도 이 냄새 앞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었다.

통통, 찰싹찰싹…
무슨일인가 하여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보니, 녹색의 생물이 창문을 두드리고있다.
창 너머로 눈이 마주치니, 새끼를 하늘높이 들어올리며 데ー데ー 하면서 흥분한듯한 소리를 낸다.
이 방에 인간이 살고있다는 것을 알게 된 녹색의 생물들은 이렇게 매일처럼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탁아라고 불리는 행위를 하고있다는 것을 남자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새끼를 집단으로 들어올리는 행위가 기분나쁜 것으로 보였다.
새끼를 내미는 녹색의 생물들을 휙 하고 보는 남자.
6, 7마리의 어미가 새끼를 들어올리며 받아달라고 대합창을 시작한 모양이다.
무시하고있으니, 왠지 매번 싸움을 시작한다.
마지막 한 마리가 될때까지 죽이고 죽는다.
매번 있는 일이다.
그러한 머리아픈 절규.
노성과, 비명과, 부비이이이이이 하는 똥 싸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라이벌이 적은게 어필하기 좋다고 생각한걸까?
싸움에 말려들어 죽어버린 새끼를 방금과 마찬가지로 들어올리며 남자에게 받아달라고 조르는 녹색 생물…
이런 일이 매일 벌어진다.


밤중이 되면 논에 사는 개구리처럼, 밤새도록 짖는 소리를 내는 공원의 주민.
무엇이 기쁜것인지 데ー데ー하는 짖는 소리가 날이 새도록 이어진다.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타격음.
이번에는 비명이다.
학대파라고 불리는 인간이 미적지근하게 들실장을 괴롭히다보니 고통에 찬 비명이 또한 골때린다.

기분전환을 위해 외출을 해보아도 그 생물로부터는 도망치지 못한다.
단 것을 먹으려고 편의점에 들러 사온 푸딩을 봉지에서 꺼내보니 푸딩과 함께 지저분한 작은 녹색이 들어있다.
그것을 보면 식욕이 싹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창문을 열고 작은 생물을 밖에 내던지니, 잠시동안 데즈아아아아아 하는 어미라고 생각되는 개체의 노성이 들려온다.



7월에 접어들었을 때.
남자는 노이로제가 되어버렸다.
남자는 생각했다.
녀석들을 쓸어버리지 않으면 안되겠어. 남자는 쇠방망이를 한 손에 들고 공원에 왔다.
그리고 손 닿는 대로 들실장을 쳐죽여간다.
네놈들 때문에 병이 들 지경이라고,
환자 그 자체인 표정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래저래 두 시간 가까이 날뛰다보니, 갑자기 팔을 쥐는 감촉을 느낀 남자.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거기에는 굳은 표정을 한 경찰관이 있었다.
경찰이라고 알아챈 순간, 온 몸의 힘이 빠진다.
멈추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남자.

날뛰면 수갑이라도 채워야겠다고 생각하고있던 험악해보이는 경찰관은, 그런 남자의 태도를 보고 수갑은 필요없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야기는 서에서 듣겠다, 라고 부드러운 말을 듣게 된 남자.
알겠다고 대답한 남자는 그 후, 경찰관과 함께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
그런 남자를 덤불 안에 숨어서 보고있던 들실장들이 데프프프 하며 웃으면서 보고있다.



결국 남자의 캠퍼스라이프는 반년만에 끝나버렸다.
도저히 혼자 지내게 할 수 있는 정신상태가 아니라고 남자의 양친이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아 급히 상경한 양친.
만나면 민폐를 끼치는 바보자식이라고 호통을 쳐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생기를 잃고 지금이라도 무너져내릴듯한 자식의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 모양이다.
얼굴 보러 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양친쪽으로부터 사과의 말이 나온다.

힘내서 살아가겠다고 생각하던 자립심 왕성한 남자는
그런 양친의 태도를 보면서 못난 자식이라 죄송하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실장석에 인생이 틀어진 남자는 그 후, 회복하여 집 근처의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활발하게 일을 해내는 남자는, 상사로부터의 신뢰도 두텁고 그 때의 환자같은 모습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실장석을 보면 그 때의 굴욕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데스ー하는 소리를 내면서 탁아를 하려고 드는 실장석을 보면 어느새 질척질척하게 뭉개서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는 남자.
요즘 이 마을에도 실장석이 늘어났군. 뿌리를 뽑아주마.
녀석들은 살아있어선 안되는 존재.
그렇게 생각하면서, 먹이를 모으고있는 실장석들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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