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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계절

 

어떤 한 칸의 집 뜰에 커다란 벚꽃나무가 있다

히토에자쿠라로, 수령은 백년을 넘는 모양이다.
(一重桜, 꽃잎이 한겹인 일반적인 벚꽃)

크게 부푼 꽃봉오리는 곧 있으면 그 꽃이 아름다운 분홍색 꽃잎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하고있다.

「보쿠ー」

원예용 사다리 위에서 정원의 나무를 손질하고있는 성체실창석…… 아오이는 꽃봉오리를 펼치려고 하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기쁜듯이 소리를 냈다.

그녀의 본능 안에 있는 『정원사』의 피가 그렇게 하는 것인지, 그녀의 가위는 역할의 태반을 나무 손질에 쓰고있다.

우연히 착각해서 다가온 녹색의 무뢰한으로부터 이 정원과 주인의 집을 지키기 위하여 가위와 투쟁본능을 휘두를 때도 있지만, 절대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실창석이 구제해야할 존재인 실장석과의 싸움으로 생애를 보내는것에 비하면 아오이의 지금까지의 생활은 비교적 온화한 것이었다.



병약했던 손녀딸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하고 초등학교 입학때에 조부가 사준 실창석이 아오이였다.

아오이는 온화한 주인에게 감화된것인지, 스스로 실장석을 사냥하러 나선다거나 하지 않았다.

아오이는 사냥을 하지 않는 대신, 손녀의 침실 밖에 펼쳐진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도통 학교에 나가질 못하는 주인의 눈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녀는 정원사의 본능에 따라 손질을 하는 것이다.



그 주인도 올해에는 중학교로 올라갔다.

지금도 감기에 들기 쉽지만, 6학년 때에는 체육의 수업에도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자주 들었다.

아오이는 기뻤다. 건강해지고 싶다고 몇번이나 슬프게 중얼거리던 소녀가, 체육시간에 나가고 자신과 함께 통학로를 산책할 정도로 회복되었으니까.



이 정원을 별로 봐주지 못하게 된것은 쓸쓸하지만.



쓸쓸하기는 해도 아오이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꾼 이 정원은, 주인이 몸이 약하던 때에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

주인이 건강해진 지금, 이 정원은 역할을 마쳤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손질은 멈추지않는다. 그것이 주인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이 정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기에.



철퍽.



감개에 젖으면서 손질을 하고있던 아오이의 귀에 불쾌한 소리가 들린다.

미간을 찌푸리며 재빠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본다.

「치프프프」

울타리 윗부분에 녹색의 더러운 물체가 질퍽하게 묻어있다.

그리고 울타리의 저쪽, 도로 쪽에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안긴 자실장이 있다.

분홍색 자실장복, 링갈(애호사양)부착형 목걸이.

말할 것도 없이 사육실장이며, 흘리는 비웃음과 지금 막 한 행동으로 보건대 분충이리라.

「안돼, 테츄쨩. 그런거 하면 안된다고 했지?」
「데챠아아아, 츄츄츄아!!」

사육실장이 행한 투분이라는 만행을 타이르는 소녀와 반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대드는 자실장.

둘은 잠시 말다툼을 하지만, 한층 격렬하게 소리지르는 자실장에 밀린 소녀가 자실장에게 콘페이토를 주면서 달래기 시작했다.

이 소녀는 상냥하지만 어지간히 철부지인 모양이다. 그런 물렁한 짓을 하면 더욱 상황이 악화될 뿐인데.

「알았으니까, 자, 테츄쨩은 착한아이니까, 화내지말아」
「테츙ー♪ …………치프프프」

아오이에 대해 머리를 가볍게 숙인 사육주와, 아오이는 물론 사육주조차 깔보는 듯이 비웃는 자실장.

이 자실장 안에서 소녀는 이미 사육주가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식사와 집과 부자유함이 없는 생활을 헌상하는 몸종, 노예일 뿐.

이 소녀도 그 양친도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라도 키우는 기분으로, 입학축하선물같은 명목으로 자실장을 구입했을 것이다.

그렇게 된거라면 인간에 있어서도 실장석에 있어서도 실로 불행한 일이다. 실장석은 사육동물 중에서도 가장 키우기 어려운 생물인 것이다.

약간이라도 키우는 방법이 잘못되면, 짧은 기간에 이렇게 감당할수 없는 폭군으로 변해버린다.

「보쿠ー」

천적일 터인 실창석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거만함을 보고, 아오이는 불쾌함을 나타내기는 해도 화내거나 위협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허둥지둥 귀로를 서두르는 소녀의 뒷모습과, 아직도 까불면서 소리지르는 자실장의 웃음소리를 배웅한 후.

「…………보쿠우」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벚꽃은 아직 꽃봉오리인 상태. 이 한숨도 매년 이 시기에 몇번이나 쉬는 것일까.





벚꽃이 만개하게 된 무렵.

주인과 함께 아오이는 침실에서 벚꽃을 바라보고있다.

「예쁘지않니, 아오이」
「보쿠」

사쿠라 만쥬와 히나하라레(히나마츠리에 쓰는 떡)의 남은 것을 감주를 마시면서 즐긴다.

중학교의 등교는 자기 발로 걸어갈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은 요즘 기분이 좋다.

작년까지 서글프게 봄의 벚꽃을 바라보았던 것이 거짓말 같다.



문득, 산울타리 바깥에 사람이 지나간다.

벚꽃에 푹 빠진 주인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오이는 알아보았다.



그것은 요 전의 소녀였다.

약간 수척해진 얼굴로, 양 팔로 작은 골판지상자를 안고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다가 아오이와 눈이 마주쳤다.

「……」
「…………!!」

소녀는 아오이의 시선에서 눈을 피하듯이 얼굴을 숙이고, 그대로 잰 걸음으로 떠나갔다.

「응? 무슨일이야 아오이?」
「보쿳」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인에게 답하고, 아오이는 작게 잘라놓은 사쿠라떡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팔랑팔랑 하면서 벚꽃의 꽃잎이 방 안에 떨어지고, 감주의 잔에 둥실 하고 뜬다.




벚꽃이 대부분 지고, 파란 잎이 눈에 띄는 시기.

아오이는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손에 들고, 뜰에 흩뿌려진 벚꽃잎을 치우고 있다.

주인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

자신과의 공유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이것도 그녀가 건강해졌다는 증거.

분명히 이 벚나무도 주인이 건강해져서 밖으로 놀러가는 것을 기뻐해줄 것이 틀림없다.

「테치이이이」

감개에 젖으면서 빗자루질을 하던 아오이의 귀에 불쾌한 소리가 들린다.

미간을 찌푸리며 재빠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본다.

「테츄우……」

산울타리의 아래부분을 헤치고 정원에 침입해온 것.

그것은 너덜너덜하게 된 분홍색 실장복을 몸 여기저기에 붙이고, 뒷머리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남아있는 자실장이었다.

아오이는 울음소리로 알아보았다. 이녀석은 요 전에 울타리에 투분해서 더럽힌 자실장이다.

「치이, 치이이이, 테츄우우우우!」

자실장은 산울타리를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아오이를 향해서 도게자하며 머리를 정원 땅바닥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깔끔했을 터인 분홍색 실장복은 녹색으로 얼룩지고, 불쾌하기 그지없는 악취를 풍기고있다.

「…………보쿠우」

자실장은 도게자를 한 채로 무언가를 테치테치 말하고있지만, 아오이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쉴 뿐이다.

벚꽃은 완전히 지고, 파릇파릇한 새순이 나오고있다.

이 한숨도 매년 이 시기에 몇번이나 쉬는 것일까.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입학축하선물 등으로 자실장이 팔리는 일이 많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감당할 수 없게 된 자실장이 버려지는 일이 많다.

벚꽃이 지고 새순이 보이는 무렵, 들실장이 된 자실장이 사육 시절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한번 키워지는 것을 꿈꾸며 인가에 숨어드는 일이 많다.



그저, 그런 정도뿐인 일.

실장석이 많은 거리에서는 드물지도 않은 일이다.

「보쿠우」

아오이는 자실장에게 얼굴을 들라는 듯이 한마디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자실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듣지 않았다.

거짓말로 점철된 싸구려 신파극이나 구토가 나올것같은 아부 따위는 듣고싶지도 않다.

「……테치-」

아오이의 목소리를 들은 자실장은 주뼛주뼛 하면서 얼굴을 든다.

두려움과 기대를 뒤섞은 얼굴로 아오이를 본다.

그리고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테츄」

아첨을 한 순간, 아오이는 들어올린 것을 단번에 내리그었다.

정월이 지나 처마끝에 눌러앉으려고 하던 월동실장을 구제했을 때 이후 느끼지 못한 감촉을 희미하게 느낀다.

데굴
무거운 물건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털썩
뒤이어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봄바람이 한줄기, 작은 정원에 불어든다.

새순에 섞여 남아있던 마지막 벚꽃잎이 바람에 실려 날아오른다.



아오이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앞으로의 시기, 몇번이나 쉬게 될 한숨을 생각하면서, 아오이는 실장회수봉투를 가지러 헛간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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