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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조금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 (유열(愉悅))

 

부제 - 들실장석이란 것에 대한 소고(小考)


데에...와타시는 닝겐상들이 말하는 분충일지도 모르는 데스.
그렇지만 부디 와타시의 말을 좀 들어보는 데스.

와타시는 와타시타치의 분수는 안다고 생각하는 데스.
닝겐상이 버린 쓰레기들 속에 살고,
또, 닝겐상이 버린 쓰레기들을 먹으며 사는 데스.
닝겐상이 만든 공원을 파헤치고 운치 싸는 데스.

닝겐상들이 운치를 내리는 곳의 물을 받아서 마시고 몸을 씻는 데스.
또 그곳에서 소중한 자들을 낳기도 하는 데스.

간혹 그렇게 자란 자들을 닝겐상에게 맡기려 노력 하는 데스.
자들을 깨끗이 씻겨서 올려다 보이며 부탁하기도 하고
춤이나 노래를 가르쳐 메로메로 시키려 노력하기도 하고
실례를 무릅쓰고 닝겐상의 짐 속에 던져 넣기도 하는 데스.

항상 실패인 데스.
성공하는 걸 본 적이 없는 데스.
그렇지만 계속 살아가는 데스.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데스...
다른 노력도 해봤지만...와타시타치가 하는 노력은 무의미했던 데스.

지난 일이지만, 와타시는 본래 산에서 살던 실장석이 었던 데스가...
와타시의 마마의 마마. 그리고 그 마마의 마마 대에서부터
닝겐상에게 의지하지 않고 산에서 살아보려 했었던 데스.

그렇지만 불가능했던 데스.
그 많은 노력이 끝내 무의미했던 데스.

늘 사냥 당했던 데스.
들짐승도 날짐승도, 그 어떤 동물도 와타시타치를 보면 덤비는 데스.
위험 속에 힘들게 모아둔 먹이도 빼앗기는 데스.
심지어 와타시타치 보다 작은 다람쥐들도 가을이 되면 난폭해져서
모아뒀던 보존식을 털어가곤 했던 데스.
하지만 너무 날래서 막을 수 없었던 데스.

와타시타치들의 둔한 손으로는 제대로 된 집도 만들 수도 없고,
운 좋게 와타시타치들이 이용할만한 굴을 찾더라도 지킬 수 없었던 데스.
포악한 고양이씨나 뱀씨에게 빼앗기기 십상이었던 데스.
비를 막아주던 시원한 여름 굴도,
기껏 낙엽을 채워 따뜻하게 만들어 뒀던 월동굴도,
다 빼앗기고 내 쫓긴 데스.
몇 번이고 지키려고 덤벼보았지만 와타시타치들만 죽어나갈 뿐
산의 짐승들에게는 이길 수 없었던 데스. 지킬 수 없었던 데스.

남은 일가가 와타시의 마마와 와타시, 와타시의 이모토챠.
이렇게 셋이 남았을 때.
결국 와타시타치는 도저히 산에서는 살아갈 수 없어
공원으로 가보기로 결정한 데스.

사스가...힘들게 도착한 공원은 산보다는 훨씬 나았던 데스.
야옹씨와 커다란 검은 새 씨는 여전히 있지만...
산에서의 생활과 비교하면 집도, 도구도, 음식도 모두 구하기 수월했던 데스.

여름엔 좀 더 더운 것 같은 데스가...그래도 산의 겨울에 비하면
공원의 겨울은 따뜻한 데스. 낙원처럼 보였던 데스.

간혹 “햣-하!”가 울려 퍼지고 동족들이 피얼룩이 되지만
그 정도 위험은 어딜 가나 있는 것인 데스. 실장에겐 일상인 데스.

그러니 공원에서의 그 모든 생활이 닝겐상들의 마음 하나에 달린
위태로운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떠날 수 없는 것인 데스.
다른 곳에서는 노력해봐야 공원에서의 생활보다 못 하니 말인 데스.

간혹 와타시타치가 단순히 게으르고 본성이 분충이라 자립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닝겐상들에게 폐를 끼치고 산다고 생각하는 닝겐상들이 있는 것 같은 데스가...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지만,
그래도 동족들의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인 데스.

자립노력도 뭔가 나아질 희망이 보여야 의미가 있는 것인 데스가
애초 와타시타치는 노력해봐야 뭔가 나아질 가망이 없으니 어쩌겠는 데스?

이 짧고 뭉툭한 팔과 다리로는 날래게 움직일 수도 뭘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데스.
그러하니 뭔 갈 직접 만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짐승들과 싸워 이기기도 힘든 것인 데스. 진놈은 먹힐 뿐인 데스.
이것은 노력의 영역을 넘어 선 실장석으로서의 필연인 데스.

간혹 동족들 중에는 스스로가 세레브하고 강하다고 착각하는 자가 있는 데스가,
산에서 살아본 와타시는 아는 데스.
냐옹씨 한 마리가 마음만 먹으면 와타시타치들 어른 20은 능히 해치고도 남는 데스.
터무니 없이 느린 데스. 터무니없이 약한 데스.

세레브와 강함이라는 단어와는 근본적으로 인연이 없는 종족인 데스. 와타시타치는...

이렇게 와타시타치는 둔하고 약하니 필연적으로 남이 버린 쓰레기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 데스.

그것만이 와타시타치에게 허용된 생존방식인 데스.

그래서 닝겐상들이 버리는 쓰레기에 의존하는 것인 데스.
그래서 부득이 주변을 더럽힐 수 밖에 없는 것인 데스...

데에...그러니 평소 쓰레기를 훔치고 여기저기 운치해서 죄송한 데스케도...
부디 불쌍히 여겨 살려주시기를 도게자로 비는 데스우...

.........................................

실장석 치고는 놀라울 정도였던,
긴 변명을 마친 친실장이 넙죽 도게자를 한다.

길 옆으로 일가 세 마리가 쓰레기를 챙겨들고 지나가는 것이 눈에 거슬려
그 중에 새끼 2마리를 바닥의 얼룩으로 만들어 줬는데도 말이지.

보통은 스스로를 모시라느니, 똥닝겐상이라느니 등등 뻘소리나 해대는 녀석들이기에
입을 여는 순간 아구창에 킥을 먹여 머리와 몸을 분리해주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셀프 분충 선언으로 시작하는 녀석의 주절거림이 특이하여, 어느새 끝까지 들어버렸다.

저렇게나...스스로 비참한 녀석임을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놈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녀석을 구태여 몸을 움직여 죽이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똥벌레 따위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 아닌가.
물론 잠깐의 현자타임이겠지만 죽일 마음이 사라졌다.

사실 그런 것이다. 녀석들의 목숨은.
인간의 기분에 전적으로 휘둘리고 끝나버리는 것들.

인간에게 귀여움 받으면 키워지고, 거슬리면 죽임당하거나 괴롭힘 당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무시당할 뿐.

퇴근길이었기에 등을 돌려, 발길은 그대로 집으로 향한다.
혹시나 싶어 불시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도게자 했던 녀석이 멍 한 상태로 있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금 넙죽 도게자 하는 꼴만 보았을 뿐이다.

아쉽군. 조금 건방진 모습이 보였다면 걷어 차줄 마음이 생겼을 텐데...
아마 다른 생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행운』이라는 표현을 쓰겠지만
과연 저 녀석에게도 이것이 행운일까?
운이라는 것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내일을 개척할 능력.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녀석들에게나 의미가 있는 말이다.
무한정 계속해서 찾아오는 요행이란 없는 것이니까.

저렇게 너무 현실적인 나머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다른 가능성들 모두를 버리고 자포자기 해버린 녀석에게는 소용없는 단어겠지.

한편으로, 내가 만약 실장석이라면 해봐야 얼마나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끔찍한 상상인지라 곧바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렇게 생생하게 라이브로 괴로움을 겪으며 지낼 바에야
태어나기 이전에 친실장의 뱃속에서 곧바로 운치로
돌아가는 게 최고의 행복하지 않을까...

퇴근길에 실장석 녀석들을 계속 생각해서일까
저녁메뉴로 실장요리가 땡긴다.
그래, 오늘은 엄지볶음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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