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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소

 

“데...히..역시 엄청 추운데스. 빨리 추운데스....”

차가운 바람이 겨울의 시작을 알리며 매섭게 땅을 스치고 지나가는 계절, 
자연의 가혹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동물들은 모두 살아가기 버겁다. 
이는 인간들의 거주지 근처 공원을 삶의 터전으로 고른 실장석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모발의 양과 질에서 다른 야생동물들에게 크게 뒤처지며 의복이라고 입는 것도 결국
허접한 펠트 덩어리. 
대부분의 성체 실장석들과 그 성체가 독립시키려고 마음먹은 자들이 봄에 태어나는 춘자나 여름에 
태어나는 하자이기에 그나마 옷이 얇은 것도 겨울의 추위 앞에서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더 얇은 의복과 봄에 태어나 가을에 독립했을 경우 말로만 들어본 겨울의 추위에 대한 
무지와 방심....이 모든 것이 겨울을 실장석들에게 지옥 같은 계절로 만들어준다.
경험이 있다고 해도 지옥같은 것은 마찬가지. 지금 공원을 헤매며 먹잇감을 찾는 이 친실장 역시 
다가오는 겨울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번과 지난번 겨울과는 차원이 다른데스...왜 빨간노란 낙옆이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데스
이해할 수 없는데스...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방심할 수 없는데스.....“

이 친실장은 벌써 2번의 겨울을 난 베테랑이다. 
겨울을 두 번정도 극복한 실장석이라함은 그 지혜와 능력은 물론 타고난 천운이 하늘을 찌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운도 여기까지 인 듯. 
친실장은 착실히 닥쳐오는 자신들의 일가실각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겨울은 지난번의 두 번과는 확실히 달랐다. 
일본에서 막 건너온 이 친실장의 마마는 일본의 겨울을 기준으로 겨울나기 준비를 교육했고. 
덕분에 삼일은 춥다가 따스해지기를 반복하는 날씨에 ‘데? 벌써 봄인데스?’ 라며 밖으로 나섰다가 
죽을 뻔하기를 몇 번 되풀이하고서야 겨울이라는 것이 마마의 교육과는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최선을 다해 쌓아올린 경험과 노력과 지혜는 이 실장석을 J시의 두루마리 공원에서 
가장 괜찮은 생활을 하는 들실장으로 만들어주었고 지금까지 안정적인 삶을 이어오게 해주었으나 
인간들도 당황할 정도로 빠르게 몰아닥치는 강추위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아는대로 낙옆과 보온재로 쓸만한 것들, 그리고 하루하루 보존식에 손을 대지 않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먹잇감을 찾아 모으고 또 모으는 것 뿐.

“데...다녀온데스.”

친실장은 자신의 집을 바라보았다. 골판지 상자 3개를 써서 만든 든든한 집이다. 그 허접한 신체능력과는 별개로 이상하리만치 땅을 잘 파는 실장석들. 
아마 그들의 조상인 실석류가 식물의 재배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게의 실장석들은 귀찮아서, 혹은 옷이나 머리카락에 흙이 묻는 것이 싫어서 그 능력을 거의 
사용하려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현명한 이 친실장은 달랐다.

몸이 더러워지건 말건. 소중한 물을 조금씩 땅에 뿌려 촉촉하게 만들어가며 성체가 간신히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넓은 운치굴과 도토리 따위를 보존하기 위한 보존식 굴 하나씩을 파고 그걸로도 부족해
집을 지을 지반 자체를 일부러 주변보다 지대가 높은 곳으로 골라 3cm 정도 깊이로 땅을 넓게 파고 
골판지 하나를 통째로 깔아 고정하고 돌로 운치굴과 식량창고의 입구를 뚫었다. 

그 위에 뒤집어 세운 골판지. 그리고 그 위에 좀 더 큰 골판지 하나.
또, 그 위에는 비를 막기 위해 올려둔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못 쓰게 된 비닐과 골판지를 가져가
버리는 머리하얀 닝겐을 막기 위해 치덕치덕 발라둔 운치. 공원 어떤 실장석도 부러워할만큼
잘 만들어진 집이었다.

“마마, 다녀오신테치!”
“밥테츙~밥먹는테츙~”
“어서오시는테치~”
“구더기 프니프니하면서 기다린레치.”
“프니프니후~”

친실장이 돌아오자 반기는 자실장들. 불안으로 어둡던 친실장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집 내부에는 다른 골판지보다 큰 이 곳이 비좁을 정도로 우겨넣은 나뭇잎과 각종 보온재들.
물을 뜨는 작은 패트병이 둘, 떠온 물을 만에 하나를 대비해 보관하기 위한 큰 패트병이 하나. 
보존식 굴에 넣고 남은 보존식들을 보관하기 위해서 돌을 올려 막아둔 보존식 통이 둘...
구더기와 엄지의 침실이자 나중에는 소중한 식량이 될 잡초 한 무더기. 
본격적으로 겨울이 다가오면 운치굴에 밀어 넣을 엄지 하나, 구더기 4마리.

다른 집보다 크고 멋진 이 집을 탐내 덤벼왔다가 역으로 독라노예가 되어 팔다리는 뜯어먹고 출산노예로 
쓰기 위해 운치굴에서 키우는 노예 한 마리. 
작년 겨울이라면 이걸로 문제는 없는데스! 이제 봄을 기다리는데스! 
할만한 풍요로움이지만 이성도 본능도 한 목소리로 이대로는 죽어버리는데스! 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친실장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군침을 반쯤 흘리고 반쯤 삼키는, 쉴 세없이 귀가 퍼덕이는 
자식들을 바라보았다. 봄에 집을 개보수하느라 가지지 못해 여름에 가진 자들....
자실장들을 보며 느릿한 움직임으로 친실장은 보존식이 될 만한 것들을 신중히 봉투에서 골라내어 
보존식통으로 조심히 옮겨둔다.

그러면서 보존식의 양이나 위치가 변하지 않았는지 확인, 또 확인. 모으고 또 모아도 부족한 것이 보존식. 
그 양과 질의 확인은 친실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하루의 일과였다. 
여전히 귀를 파닥이며 친실장의 손과 봉투를 번갈아 바라보는 자실장들. 맛좋은 푸드나 벌레 시체
따위가 보존식통으로 갈 때마다 조금씩 귀가 쳐지지만 이내 다시 파닥이며 기대감에 입맛을 다신다.

“자~밥을 먹는데스우~”
“테츙~”

친실장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신에게 배분된 먹이에 달려드는 자실장들. 먹어도 먹어도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실장석이기에 또, 성장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이기에.
무엇보다도 본능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먹어야 후일의 생존 경쟁에서 미세한 우위나마 점할
수 있음을 알기에 자실장들은 필사적으로 먹거리를 집어 삼킨다.

“테챱테챱....맛나맛나테츄!”
“밥좋은테치! 행복한테치!”
“더 먹고 싶은테치. 너무 적은테치....”
“와타치는 오늘도 이거인레치....오네챠....아닌레치.”

가장 괜찮은 먹거리는 친실장의 몫, 그 다음으로 괜찮은 것들은 추려서 이번 겨울을 나면 성체가 되어 
독립할 것이 확실한 장녀의 몫, 나머지 중 대부분이 두 자실장의 몫, 가장 허접한 찌끄러기와 자실장들은 
아직 거들떠도 보지 않는 잡초뭉치가 엄지의 몫.
구더기들은 아까 친실장이 집어서 다시 운치굴에 넣어두었다. 
운치굴에서 들려오는 노예의 고통스러운 데에에하는 소리와 운치를 먹어치우는 구더기들의 레후레후 
소리. 식사 후에는 엄지도 넣어서 프니프니를 시키고 다시 꺼내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 와중에 엄지는 자매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해보려다가 자매들의 관심도 없는 태도에 실망해 그대로 
고개를 숙인다.

“테끄윽~ 잘 먹은테치!”
“엄지챠는 이제 프니프니하러 운치굴로 들어가는테츄!”
“레에에....안 레치.”
“프니프니가 다 끝나면 마마를 부르는데스.”

엄지를 집어 운치굴로 집어넣는 친실장. 엄지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기에 큰 반항이나 불만없이 
운치굴로 들어간다. 
이내 들려오는 프니프니로 인한 구더기들의 교성.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 친실장은 저 정도 프니프니 실력이면 겨울에도 구더기들이 파킨할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래 미소짓는다.

프니프니가 끝나고 엄지를 끌어올려준 친실장. 엄지는 자신의 신발에 운치가 묻은 것이 영 마뜩찮은지 
자꾸 바닥에 쓰윽쓰윽 문질러댄다. 
그 모습을 테프프프 비웃으며 바라보는 자실장들. 이렇게 매일 엄지를 운치굴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 
나중에 엄지를 운치굴에 아예 집어넣을 때도 자들이 별로 놀라지 않아서 좋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준 뒤. 잠자리에 들었다. 테치테치레치거리는 소리로 
저들끼리 떠들기도 잠시. 모두 잠든 상황에서 친실장은 고민으로 아직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번과 그 전의 겨울보다 명백하게 빠르고 무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가실각이 아닐까. 어쩌면 추자를 대량으로 확보해서 미리미리 옷과 머리카락을 더 
확보했어야하는게 아닐까. 
내일 먹이를 얻을 수는 있을까. 
지금 있는 보존식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친실장은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럼 마마는 다녀오는데스~”
“다녀오시는테치!(레치!)”

자실장들의 배웅을 받으며 오늘도 먹이를 찾으러 나선 친실장. 어제보다 부쩍 추워진 공기가 느껴진다.
분명히 겨울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도 밥을 찾는데...데? 저게 뭐인데스우?”

공원 한 가운데있는 지금은 작동을 멈춘 분수 옆의 광장에 파란 옷의 닝겐들이 무언가를 두고 있었다.
사방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적록의 눈동자들.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막바지 월동 준비와 먹이활동에 바쁜 실장석들이다.
저 파란옷의 닝겐들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기에 앞으로 나서는 머저리는 없지만 다들 무언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닝겐이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때로는 실장생 평생에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무언가를 내어놓기도 한다.
파란 옷의 닝겐들이 전부 사라진 후.
실장석들은 하나 둘 공원 한가운데를 가득 채운 그것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것은 뭐인데스?”
“네모인데스가...엄청 크지만 꼭 골판지 하우스같은데스....녹색인데스...”

외형을 살펴보는 놈

“데헥..꽤 단단한데스. 이건...세레브 골판지와 같은 느낌인데스. 비가 와도 끄덕없는데스..”
“세레브데스? 한번 들춰보는데스. 데에...무거워서 들 수가 없는데스.”

두드려보는 놈. 골판지와 비슷하다니 들춰서 아래를 확인하려는 놈.

“별 맛은 없는데스.”

핥아보는 놈까지. 데스데스 소리로 겨울이 다가오는 공원이 떠들썩해진다.

“데? 모두 보는데스!”

그 중 한 실장석이 볼록 튀어나온 것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 안에는

“푸드인데스! 푹신푹신한 이불도 있는데스! 게다가 이 안은 바람도 안 통해서 따끈따끈데스!
굉장한 세레브 하우스인데스!”
“데갸아아! 그건 고귀한 와타시의 것인데샤!”
“내놓아라데샤!”
“잔뜩 있는데스! 모두 하나씩 들어가도 충분한 하우스들인데스! 푸드도 잔뜩인데스!”

정말이었다. 가끔 공원에 찾아오던 애호파라는 닝겐들이 뿌리던 것과 같은 푸드가 그야말로 한 가득. 
지금까지 평생 모아왔던 먹어왔던 푸드와 음식물을 전부 합쳐야할만큼 많이 쌓여있다.
귀하디귀한 푸드가 이렇게 잔뜩이라니. 이건 어쩌면 꿈이나 행복회로가 아닐까 싶을 정도.
아까 맨 처음 열린 하우스를 차지하려고 위협부터하던 분충들도 이 어마어마한 양의 푸드에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그대로 굳어있다.

친실장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바닥과 벽을 메운 푹신푹신한 담요를 만져보았다.

“대단한데스....”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낙엽이나 자실장들이 보물처럼 여기는 낡은 수건 따위는 쓰레기로
여겨질만큼 푹신푹신하고 보드라운 감촉.
문도 닫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후끈후끈 할 정도로 따스하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는 친실장. 다른 실장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상자들을
벌컥벌컥 열어보고 있다. 모든 상자 안에는 같은 것이 갖춰져있다.

“자들을 데려와야하는 데스....”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여기있는, 공원 안의 모든 실장석들에게 돌아갈만큼 넉넉한 양이다.
그렇다면 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잠시 움직여도 별 탈이 없으리라.
친실장은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바로 옆에 비어있는 상자를 두고 내것 네것 해가며 다투는 멍청한 분충들이 보였다.

“자들! 서둘러서 마마를 따라오는데스!”
“테? 마마 무슨 일인테치?”
“테츄~ 밥부터 주는테치!”
“닥치고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슬픈 일인데스!”
“테챠아! 슬픈 일 싫어싫어테치! 가는테치! 빨리 가는테치!”
“레챠아- 와타치는 작아서 빨리 못 가는레치! 조금만 천천히 가는레치!”

친실장은 자신의 집을 흘끔 뒤돌아 보았다. 보존식과 운치굴의 구더기와 노예가 아깝지만 저런 보물을
두고 망설일 시간은 없다.
물이 들어찬 작은 패트병 두 개만 비닐봉투에 찔러넣고 거의 달리다시피하며 자들과 함께 하우스가 
모인 광장으로 향했다.

“테챠-어마어마한테치!”
“세레브테치! 멋진테치! 완벽한테치!”
“마마는 최고인테츙~”
“레헥...레헥....레츙~”

서두르느라 숨을 몰아쉬는 자실장들. 하지만 세레브 하우스의 내부를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이 밝아진다.
우르르 몰려들어가 자리를 잡는 자실장들.
전에 쓰던 골판지 하우스도 다른 동족의 것보다 넓은 편이었지만 이것을 그보다도 훨씬 넓다.
낙옆이나 다른 보온재를 가득 채워넣지도 않았으니 자실장들이 뛰어놀아도 될 정도로 공간이 남는다.

“자들은 이 세레브 하우스를 지키는데스. 마마는 빨리 돌아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돌아오는데스. 절대로 소리를내면 안 되는데스야.“
“하잇테츄!”

주변에 동족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이미 차지한 놈들은 자신의 자들을 데리러 갔거나 안에 
틀어박혀 있음이 분명했다. 
기본적으로 동족이 삶에 큰 위협인 실장석들인만큼 동족들이 모여있는 이 상황은 꽤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안의 보물들 ,지금 하고 있는 삶에 대한 모든 고민을 일거에 날려줄 행운으로 멋진 삶을 
누리려면 집에서 가져와야 할 것이 꽤 있다.

친실장은 거칠어진 숨을 제대로 고를 틈도 없이 집으로 달려가 우선 운치굴로 내려갔다.
독라노예가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친실장은 망설이지 않고 독라노예의 오른팔이 있었던 부위를 힘껏 깨문다.

“데갸아아악!!”
“구더기 프니프니나 열심히 하고있는데스. 와타시는 이제 새로운 집으로 가는데스. 
나중에 와서 구더기가 하나라도 줄어있다면 그 3배로 낳게 해버리는데스.“

아스팔트에 문질러 재생을 막아둔 팔이 뜯어지며 다시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대로 운치를 먹으며 일주일이면 팔이 돋을 것이다.
이미 운치굴 비상식량은 큰 필요가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고 비상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그 다음 친실장은 운치굴에서 나와 나뭇잎은 그대로 두고 수건들과 비장의 콘페이토, 푸드같은 
귀한 식량들만을 챙겨 다시 새로운 집으로 걸어갔다.
모든 고민이 일거에 해소된 행운에 그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마마가 다시 온 데스~”
“어서 오시는테치!”
“여기 좋은테치! 따끈따끈테치!”
“놀 수도 있는테치! 마마, 공씨를 구해주는테치!”
“온통 보들보들 부드러운레치...최고인레치.”

자실장들은 그새 신이나서 집에서 뛰놀고 있었다. 다른 집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상황은 
같은 모양이다. 
친실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딱 성체 실장석의 높이에 맞춰진 푸드 봉투의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오늘부터는 행복만이 가득할 것이다.
자실장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하고 귀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파닥이고 있었다.

무려 엄지까지도 푸드를 배분받고 그 행복감에 빵콘하며 먹어치운 후 자실장들과 친실장은모두 잠이 들었다.
운치굴이 없고 이 단단한 하우스는 어떻게 구멍을 낼 방법이 없기에 운치는 해가 떨어지고 친실장의 인솔 
하에 조용히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 보고 오기로 했다.
변의를 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친실장은 원래 집의 운치굴에서 데에엥데에엥 울며 구더기를 프니프니하는 노예에게 운치를 뿌리며 
자들과 함께 데프프 웃어댔다.
이렇게 겨울을 무사히 편안히 날 수 있다니 이건 지금까지 현명하고 착하게 살아온 와타시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이 분명했다.

하루...이틀... 겨울은 한참 본격적이 되어 어제는 첫눈이 내렸다. 모든 것이 풍족하기 때문일까?
실장석들은 예전처럼 서로를 경계하지 않았다.
자실장들은 같이 어울려 놀기도 했다.
운치도 이제 원래의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에 공동으로 적당한 구멍을 파서 해결하게 되었다.

이게 행복이라는 것이리라.
친실장은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며 오늘도 신나게 놀고 들어와 푸드로 푸짐하고 맛좋은 식사를 한 
자실장들을 쓰다듬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는 따뜻하고 포근하며 편안했다.
자실장들도 모두 토실하게 살이 오르고 부쩍 자라났다. 장녀는 조금만 더 있으면 중실장이 될 것이다.
막내인 엄지는 자실장으로 성장했다.

요즘 왜인지 파란옷의 닝겐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이지만 특별히 자신들을 해코지 하지 않고 있기에
이제야 저 닝겐들이 분수를 알았다고 기세등등한 실장석들이었다. 
물론 여전히 무섭기 때문에 함부로 다가가는 일은 없었다.

매일 매일이 평화롭다.
이제는 성체 실장들도 간간히 집에서 나와 이런저런 잡담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앞으로도 이런 행복은 계속될 것이다.
바깥은 이제 하얀 눈도 쌓일 정도로 엄청나게 추워져서 나갈 일은 없지만...다시 봄이 오면 이제 
장녀는 독립을 하고 다른 자들도 모두 잘 키워서 독립시킬 수 있겠지. 
원래라면 버리는 패로 쓸 엄지마저도 자실장이 되니 애정이 느껴지며 독립시켜보이겠다는 의지가 차오른다.

덮쳐오는 수마 속에서 친실장은 자신의 품에 안긴 자들과 함께 행복감에 미소지었다.

“자~ 이제 구제작업 잠복소 시작합니다. 모두 빨리 작업해주세요.”
“예~”

공원의 가로등 불빛과 유독 밝은 달빛이 눈에 부딛혀 반사되어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공원의 광장. 
위생과 공무원들과 구제업체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달려와 실장석들이 집으로 삼은 상자의 바깥쪽 
걸쇠를 걸어 잠근다. 
이 정도만 해도 성체실장이 온 힘을 다해도 어쩔 수 없건만 미리 준비된 덕테이프를 발라 완전히 봉쇄.
그리고 그 상자를 트럭에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안에서는 잠이 깨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는지 데갸아아하는 위협의 소리와 상자를 마구 긁어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이 상자는 종이로 만들어진 골판지가 아니니 실장석 따위가 목숨을 건다고 해서 뚫어볼 수 
있을리가 없다. 상자를 나르던 공무원이 문득 궁금해졌는지 옆의 구제업체 직원에게 물어본다.

“저기 이거 원가가 얼마나해요?”
“예? 거의 안 들어갈걸요? 재료 자체가 다 싸구려 쓰레기에요. 쓸만한건 외형짜는 플라스틱 정도?.
안에 깔 폐천. 비닐.푸드도 초저가형이라 완전 싸구려에 우리는 재료도 우리가 공급하니까 더 싸구요.
애시당초 이게 사람이 쓸 물건도 아니라 안전기준도 없어~ 위생기준도 없어~ 뽑으면 뽑는대로 공짜니까요.
장사가 한철 장사라서 그렇지.“
“아...그렇군요.”

공무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작업에 집중한다.

한 편, 상자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여기저기 부딛혀 다친 자실장들. 
푹신푹신해서 죽음은 면했지만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테엥테엥 울부짖고 있다.
친실장도 부상을 당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서둘러 자들을 수습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을 든든히 지켜주던 집은 이제 
감옥으로 변해 탈출을 굳게 막고 있다.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가벼운 진동.
친실장의 예민한 직감이 죽음을 예고한다.
다시 한번 자신의 자실장들을 훑어본다. 장녀, 차녀, 삼녀. 
얼마 전 자실장으로 성장한 막내....막내가 보이지 않는다.
친실장은 막내가 밤중에 운치를 하러 나갔다가 이곳에 없음을 알아차렸다.

다행이다.
하나라도 살아남을 수 있어서.
엄지였던 막내지만 이제는 당당한 자실장.
비록 이 따끈따끈 집은 없지만 예전의 집으로 찾아간다면 어떻게 해서든 봄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친실장은 공포에 떠는 자실장들과 함께 떨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 빨리 빨리 옮깁시다.”

다시 상자가 덜컹덜컹 움직인다.
들려오는 동족들의 비통한 비명소리 무언가가 부서지는 둔탁하고 차가운 소리.
친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자실장들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마마 무서운테치! 무서운테치!”
“살려주는테치! 와타치 밥 잘 먹는테치! 운치 잘 싸는테치! 살려주는테챠!”
“왜 고귀한 와타치가 죽는테치! 왜인테치! 대답하라는테챠아아 똥마마!”

벌컥!

상자의 문이 열렸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인식하기도 전에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인간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들려져서 내팽개쳐졌다.

“데? 뭐인데스. 살아남은데스?”
“산테치! 역시 와타시는 고귀한테치!”
“테테....마마...”
“데? 왜그러는데수?”

바닥이 꿈틀거린다. 그 기묘한 움직임과 촉감, 그리고 아래에서 들려오는 데에에하는 동족의
고통에 찬 신음에 바닥을 바라본 친실장은 그대로 빵콘해버렸다. 
바닥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들이 부어진 실장석들의 파도. 

그것이 거대한 분쇄기임은 알 수 없지만 아래에서 들려오는 그 불길하고 거대한 소름끼치는 기계음과
맞춰 들려오는 살려주는데스! 하는 비명.
무언가 터지고 뭉개지고 자기 위의 다른 실장석으로 인해 눌려 그 무게로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으깨지는 실장석들의 최후의 비명이 온통 가득했다.

자실장들도 일제히 빵콘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무언가를 피하려는 듯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있는대로 일그러진 얼굴. 
다른 동족들도 깔려 뭉개지지 않았으면 같은 모양새로 살기 위해 부질없는 발버둥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착실히 바닥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철로 만들어진 방벽. 탈출할 방법 따위는 없다.
자실장들은 아무 의미없이 빙글빙글 돌며 똥과 피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운명과 세상과 똥마마를 
저주하는 말을 쏟아낼 뿐이었다. 
친실장은 절망했다. 
결국 모두 함정이었구나. 
차라리 그냥 원래의 집에서 조용히 겨울을 버텼다면...

하지만 모든 것이 때늦은 후회. 친실장의 위로 다른 실장석들이 마구 쏟아진다.
처음에는 옆으로 밀어낼 수 있었지만 이내 가득 찬다.
자실장들은 이미 뭉개졌는지 비명도 울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 소음 속의 무음이 더욱 친실장의 피눈물을 진하게 만들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괜찮은데스. 와타시는 막내짱을 남겨두고 온 데스. 
결국 그 자가 공원을 가득가득 채울 것인데스! 오마에 똥닝겐들은 승리한 것이 아닌데샤아아!“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죽는데스? 태어나서 행복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스.
이제 겨우 행복이란게 뭔지 배운데스.
그런데 죽어버리는데스?
자도 더 못 낳는데스.
맛있는 것도 더 먹어야하는데스. 
아와아와한 목욕도 해야하는데스.
닝겐노예도 가져서 사육실장으로서의 고귀하고 세레브한 삶을 누려야할 
와타시가 왜 이렇게 되는데샤아아아아아!“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살려주는데스! 살려만주시면 뭐든하는데스! 독라가 되는데스! 노예가 되는데스! 
목숨만 살려주는데스! 이렇게 부탁하는데스! 
마구 괴롭히고 때려도 좋으니까 살려만 주시는데스으으!!“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데갸아아아- 공원에! 공원에 똥막내가 있는데스! 
그 막내를 가져다가 대신 죽이고 고귀한 와타시를 살려내라는데샤아아---!“

우드드득 빠각!“

분쇄기에 말려들어간 친실장.
다른 실장석들도 자신의 공포스러운 운명을 피하기 위해 마구
발버둥치고,비명지르고,사정하며 울부짖고 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죽고, 죽고 죽어나갈 뿐.

“자, 오늘 작업량 얼마 안 되니까 서둘러주세요. 안에 들어있던건 또 이 똥벌레 새끼들이 귀신같이 
냄새맡고 불안해하니까 다 소각로에 올려주시고.
외형틀만 옆에 작업로로 위치시켜주시면 됩니다.
푸드요? 그거 저기 분쇄기에 같이 부어주세요. 그럼 또 다시 푸드로 나오니까요. 
실장석들꺼 다른 쓰레기들도 전부 소각이에요~“

“마마가 없어진테챠아아아! 버려졌다테치! 버려진테챠!”

모든 상자가 사라진 공터에서 조금 작은 자실장 하나가 발버둥치며 울고 있다.
마구 울다가 혹시 자매나 마마가 왔을까 싶어 흘끔 주변을 살피고 다시 울기를 수 분 여. 
다행히 영양상태가 좋아져 당장 얼어죽지는 않았지만 12월 말의 맹추위는 실장석이 견딜 수 없다. 
그나마 눈이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밟혀 쌓여있지는 않은 것이 다행일까. 
한 때 막내였던 자실장은 자신이 버려졌음을 이해하고 희미한 기억을 따라 원래 살던 집을 향해 갔다.

“집에서 와타치 혼자라도 살아남는테치. 우지챠도 먹는테치. 보존식도 전부 먹는테치. 먹고
살아남아서 봄님이 오면 와타치의 자로 공원을 가득 채우는테치.“

천천히 집이 가까워질수록 차오르는 자그마한 희망. 언젠가 자신의 자가 이 공원을 가득가득 채워
가는 상상을하며 막내 자실장의 발걸음은 힘차다. 
이미 최저급이라지만 푸드를 잔뜩 먹어오며 입맛이 올라갔으며.
편안하고 안락한 주거공간에서 살며 추위를 잊어버린 자실장이 이전의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가는
의문이지만 동시에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테? 왜인테치? 어디로 가버린테치?”

희미하게 가족과 운치굴의 냄새가 남은 땅을 두드려보지만. 관리원들이 전부 치우고 땅을 메워 밟아 
다진 후에 눈까지 내린 곳이 갑자기 골판지 하우스로 변할 리가 없다.
자실장의 눈에서 천천히 적록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땅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에 이곳이 
집터가 확실함을 확인하고 또 확인할 수록 검은색으로 짙어진다.

“테챠아아-죽기 싫은테챠! 이럴 수는 없는테치! 와타치는 행복해져야하는테챠아아!
똥마마! 똥오네챠! 와타치를 당장 모셔가는테치이이이이이-!“

자실장의 비명과 울음이 희미해져가는 가운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가 
달빛을 푸짐하게 받으며 춤추듯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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